I. 서론
‘놀이’라는 것의 본질은 활동이며, 목적은 즐거움에 있다. 즐거움을 추구하는 목적 지향적 활동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놀이의 속성을 구현할 수 있는 장치가 반영된 놀이시설물이 요구되어진다. 놀이시설물이 각각의 역할에 충실하였을 때, 놀이 환경을 풍요롭게 할 것으로 예상되며, 현재 어린이들에게 최적의 놀이를 제공하기 위하여 다양한 영역에서 연구가 거듭되어 왔다.
최근 사회적으로 아동의 권리가 중요해지고 있으며, 한국의 아동이 놀이 등 여가생활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이슈가 제시되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아동의 ‘놀 권리 헌장’을 만들게 되었으며1), 그 기본계획의 목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최하위인 한국 아동의 삶의 만족도(60.3점)를 10년 내 OECD 평균 수준(80점)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Korea Economic Daily, 2015, 02, 27, A28). 이렇듯 정부는 놀 권리까지 제정해 가며 아동들의 놀이에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이에 따라 놀이시설물은 최근까지 양과 질 모두 팽창을 거듭해 왔으나, 조기 사교육열풍과 PC 게임 위주의 실내 놀이 문화로 인해 실외 활동이 줄어들어 어린이 놀이시설 저감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원인을 Lee (2012)은 다양한 연령층의 이용자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유년 위주의 놀이시설물에 있다고 하였다. Forst and Klein (1979)은 어린이의 연령에 따라 기능놀이, 구성놀이, 상징놀이, 사회극놀이, 규칙 있는 게임으로 어린이의 인지능력이 발달하면서 놀이에도 변화가 나타난다고 하였다. 어린이는 성장에 따라 점점 더 사고력이 요구되는 놀이를 즐기고, 나이에 따라 즐거움을 느끼는 놀이가 달라지는데, 이는 신체 및 정신의 성장속도에 꼭 맞는 적절한 난이도와 놀이의 본질인 재미와 몰입이 나이에 따라 적합한 놀이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놀이의 본질이 사고력의 성장과 맞닿아 있다는 추론을 가능하게 한다. 즉, 다양한 연령층이 함께 놀이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놀이시설에 다양한 기능이 혼합되어야 하며, 단순하고 반복적인 놀이 활동에서 복잡한 변화가 있는 놀이 활동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전개되어야 한다고 판단된다. 어린이 놀이시설에 관련하여 상당량의 연구가 누적되어 있으나, 대개 세 가지 범주로 구분되어진다. 첫째, 안전과 관련된 범주로 법과 제도의 개선점 및 놀이시설물의 재료 등의 대상을 다루고 있다. 두 번째로는 놀이시설물 및 디자인에 관련된 범주로 조형성과 색채 등을 다루고 있다. 셋째, 어린이 놀이시설을 이용하는 이용률 또는 연령별 적합한 놀이시설물에 관련된 연구로 나눌 수 있다.
본 연구는 기존의 놀이시설물의 안전성과 디자인의 평가에 관한 연구들과는 달리 놀이의 본질을 구성하는 놀이 속성을 밝히기 위해 키워드를 추출하고 ‘놀이속성어’로 구분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실제 놀이시설 현황을 조사하고 관계성을 분석하여 향후 놀이 시설물의 계획에 반영할 수 있는 자료를 제시하고, 현재 놀이시설물의 개선방안을 모색하는데 의의를 두고 있다. 이를 위해 기존의 놀이와 관련된 문헌을 통해 놀이의 속성을 파악하고, 분류된 놀이의 속성어를 활용하여 전문가의 인식을 조사하여 실제 현장에 적용된 놀이시설이 어떠한 놀이의 속성을 반영하고 있는지를 분석하였다. 마지막으로 분석을 토대로 현장의 놀이시설에 대한 거시적 관점의 보완책을 제시하였다.
II. 이론적 고찰
놀이(play) 또는 유희(遊戱)는 인간이 즐거움을 얻기 위해 하는 활동을 말한다. 물질적 보상 또는 대가를 바라지 않고 하는 행위이며, 외부의 강제에 의한 행위도 아니라는 점에서 노동이나 일과 구별되지만, 노동에도 유희적 측면이 있다고 보는 견해도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놀이는 기분전환을 위한 여가 활동으로 규정되며, 서양 기원의 승부와 관련 있는 놀이는 게임(game)으로 불리기도 한다. 즐거움 외에도 민첩성이나 사회성 등 성장에 필요한 경험을 얻기 위해 놀이를 하기도 하는데, 이는 인간뿐 아니라, 동물들에게서도 발견되는 현상이다2).
Kida et al.(2011)은 놀이와 유희의 개념은 각 나라 언어 속에서 다의적으로 드러난다고 하였다. 문자 그대로의 놀이 행동을 의미할 뿐 아니라, 연주, 연기, 경기를 의미하기도 하며, 성적인 장난, 짬이나 활동의 여지와 같은 의미도 있다고 하였다. The Academy of Korean Studies (2008)에 의하면 놀이의 정의는 “인간의 생존과 관련이 있는 활동과 ‘일’에 해당되는 활동을 제외한 모든 신체적․정신적 활동”을 의미한다. 놀이의 핵심은 ‘즐거움’으로 놀이의 참여자는 놀이 규칙에 따라 수행하는 여러 가지 행위를 하면서 ‘즐거움’을 얻거나, 특정 행위 이후 돌아오는 보상으로서 ‘즐거움’을 얻고자 한다. 즉, 한 사람 이상의 참여자가 과정 또는 목표를 통해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행위를 ‘놀이‘라고 부를 수 있다. 여기서 ‘즐거움’이란, 통념상 타인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는 범위 안에서 느끼는 ‘긴장감, 성취감, 기쁨' 등의 건강한 정신 상태를 말한다.
아이들의 활동에는 일과 놀이의 구분이 없으며, 아이들에게는 놀이가 곧 일인 것이다. 놀이 활동을 통해서 새로운 기능을 얻으며, 사회의 습관을 익히게 된다. 그러므로 아이들에게 있어서 놀이는 심신의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지만, 성인에게는 일상생활 또는 일에서 생기는 강박감(stress)을 해소하고 기분을 전환하며, 피로를 풀고 새로운 생활 의욕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서의 효용이 있다. Park et al.(2012)에 의하면 아동의 외부 신체활동을 다시 세분화하게 되면 규칙을 따르는 구조적 활동인 운동(sport)과 정해진 구조나 제약 없이 이루어지는 놀이 그리고 걷기나 자전거 타기와 같은 이동경로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적인 이동(active transportation) 등으로 구분된다. 이때 활동적 이동은 앞서 놀이의 정의와 비교해 보았을 때 놀이와의 경계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Kim (2005)에 따르면 아동의 놀이 행위들은 한곳에 머물며 ‘정지형’으로 나타나는 놀이뿐 아니라, 이동하며 발생할 수 있음을 말하였다. 이러한 내용을 통해 보았을 때, ‘놀이’란 아동의 자기 목적적인 활동이며, 자발성을 띤 즐거움을 추구하는 활동이라고 여길 수 있다.
일반적으로 놀이시설이라 하면 옥외시설물로 어린이의 놀이를 유발시키는 모든 종류의 구조물이며, 어린이가 놀이에 참여하는 것을 지칭하고 있으나, 본 연구에서 말하는 어린이 놀이시설이란 대규모의 상업용 특수놀이시설을 제외한 근린공원에서 흔히 볼 수 있고, 항시 이용이 가능한 그네, 미끄럼대, 시소, 조합놀이대 등과 같이 보편화된 고정놀이시설을 의미한다. 놀이시설의 분류는 놀이동작, 소재, 놀이가 어린이에게 주는 효과 및 기능에 따라 분류가 가능하나, 영국의 놀이시설규격(B․S․I)의 분류에 따라 고정식과 이동식으로 구분하는 것이 가장 포괄적이고 체계적인 분류이다. 선행연구에 의하면 Hwang (1988)은 어린이의 신체적 운동 능력과 감각을 증진시킬 수 있는 시설과 상상력, 창조력 등 지적 능력 발달에 도움을 주는 구성놀이 시설로 고정식 놀이시설과 이동식 놀이시설을 구분하였다. 고정식 놀이시설은 전통적 놀이시설에 해당되어 그네, 시소, 회전판 등 동적 놀이시설과 정글짐, 철봉, 미끄럼틀, 수평대 등 정적 놀이시설과 조합놀이대, 미로 등 조합 놀이시설로 세분화된다. 이동식 놀이시설은 주로 조립하고 제작하는 종류의 놀이시설로 구성놀이에 해당'된다. 고정식과 이동식 놀이시설로 구분하는 놀이시설물 분류 체계는 상당한 시일이 흘렀지만 큰 틀에서 여전히 유효한 분류로 통용되고 있다.
이러한 놀이시설물은 유형에 따라 각각 다양한 발달영역을 고려하여 제공하여야 한다. Richard Dattner (1992)는 저서에서 출생에서 16세까지를 5단계로 나누어, 각 단계별 특징적인 놀이 형태를 제시하였다. 연령별 5단계는 첫째, 감각기관 발동 단계인 출생 후부터 18~24개월은 소극적 행동에서 적극적 행동으로의 변화 단계로 놀이가 나타나기보다는 행동하는 방법을 배우는 단계이다. 둘째, 예비개념 단계인 18~24개월에서 4세 단계는 간단한 놀이를 할 줄 알게 되어 다른 사람의 행위를 모방하거나 말을 배우게 되며, 상상놀이를 하게 된다. 셋째, 직관단계인 4세에서 8세는 경험을 논리적 개념으로 조직화하는 능력을 키우는 단계로 혼자 놀이세계와 사회적 협동 세계 사이의 전이 단계이다. 넷째, 구체적 기능 단계인 8세에서 12세는 사회적 협동이 이루어지는 단계이다. 호기심과 타인에 대한 이해심이 형성되며, 규칙놀이와 협동심을 요구하는 놀이가 가능해지는 단계이다. 다섯째, 형식 기능 단계인 11세에서 16세는 개인으로서 성인의 사고관점이 나타난다. 놀이에 관해서 이전과는 달리 놀이의 규칙만 고집하지 않으며, 놀이에서 일어나는 모든 가능한 상황을 예상하게 되는 시기이다. 발달 단계별로 어린이에게는 적합한 환경적 자극이 다르기 때문에 제공되는 놀이시설물도 달라져야 한다. 이를 종합하여 어린이 놀이시설물과 아동의 발달효과의 관계를 보여주는 모식도를 Figure 1과 같이 정리하였다.

Source: Kim, 1997:31; Catherine et al., 1989:81-235; Lee, 1997:21-30; Spodek, 1987:110; Moore, 1979:180; Hendrick, 1985:83-93, 170-171, 295-311, 330-340; Moore, 1992:3-198 (reconstitution)
III. 연구범위 및 방법
본 연구는 놀이의 본질을 설명하는 놀이 속성을 추출하고, 이러한 속성이 현재 사용되는 놀이시설물과 어떠한 연관성을 지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선행 연구 및 관련 자료 등의 문헌조사로 놀이와 관련된 속성을 키워드를 통해 도출하고, 카드분류법을 통해 도출된 놀이의 속성을 대표 속성어와 하위 속성어로 분류한다. 분류한 속성어를 전문가의 중요도 분석을 통해 놀이속성어를 추출한다. 추출한 속성어가 실제 이용되어지고 있는 놀이시설물에 어느 정도 구현되고 있는가를 현장조사를 통해 놀이시설물의 출현빈도를 파악하여 놀이 속성어와의 관계를 파악한다.
연구의 놀이 속성을 설명하는 키워드 추출은 14년 경력의 놀이시설 디자인 및 제작자 2인과 8년 경력의 제작자 1인, 10년 이상의 조경설계전문가 2인, 18년 경력의 유아교육 전문가 1인이 참여하여 관련 논문과 서적, 신문기사를 통해 추출하였다. Korea Land & Housing Corporation (2013) 및 한국조경학회지, 한국공공디자인학회지 등 어린이 놀이 관련 논문 16편, 조경학과 놀이라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유아교육 관련 교육학 논문 등 학위논문 12편, 놀이기구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의 방향을 판단하기 위해 1958년에서 2014년 6월까지 전국 규모 일간지의 기사 중에서 놀이시설 관련 키워드를 추출하였다. 매체는 경향, 동아, 한겨레신문이고, 검색은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http://newslibrary. naver.com)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카인즈(http://www.kinds. or.kr) 검색 사이트를 이용하였다. 이는 두 개의 사이트가 제공하고 있는 시기와 신문매체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검색어로는 놀이라는 단어가 지닌 광범위한 영역을 어린이 놀이시설물로 좁혀가기 위하여 ‘어린이 놀이시설'과 ‘어린이 놀이기구'를 사용하였다(Table 1 참조).
추출한 키워드는 Q-sort (큐-분류법)3)을 사용하여 놀이의 속성과 관계있다고 생각되는 32개의 속성어로 분류하고, 다시 6개의 속성어로 축약하였다. 축약된 6개의 속성어를 상위 속성어로 규정하고, 각각의 상위속성어가 나머지 26개의 속성어를 관련성에 따라 포괄하도록 구분하였다.
전문가 선정은 놀이속성어가 놀이시설물이 설치되는 공간과 놀이시설물에 대한 높은 이해력이 요구되어지기 때문에, 시대별로 놀이의 본실에 대한 패러다임을 현장에 구현해 주는 주체라고 판단되는 놀이기구와 놀이시설물을 설계하고, 시공하는 설계․시공 전문가로 구성하였다. 놀이시설과 관련된 전문가인 만큼 관련 전공의 대학, 기관, 업체 등에 이메일로 의뢰하여 이메일 회신 및 직접설문 결과 수거를 진행하였다.
설문의 구성은 문헌조사를 통해 10년 이상의 관련 전문가 6인이 분류한 32개 주요 놀이속성어를 각각의 용어 설명과 함께 제시하여 놀이속성어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각 놀이속성어별 상대적 중요도와 놀이속성어가 놀이와 관련한 중요도를 점수화하여 평가하는 방식으로 구성하였다. 각 놀이속성어별 상대적 중요도는 각 놀이속성어들 간의 쌍체비교를 통해 평가하였고, 추출된 놀이속성어의 놀이와 관련한 중요도는 중요한 정도에 따라 총 7단계(-3, -2., -1, 0, +1, +2, +3) 리커드 척도를 사용하여 평가하였다.
어린이 놀이시설물 현황을 조사하기 위해 서울시 25개 자치구에 어린이 공원의 놀이시설에 대한 공원계획의 내용, 현장도면, 사진 등을 정보공개를 요청하였다. 그 결과, 265개소의 어린이 공원 자료를 취득할 수 있었고, 그중 도면과 사진자료가 회수된 12개 구의 114개 어린이 공원을 조사대상지로 선정하였다. 현장조사에 사용되는 놀이시설물의 항목은 265개소 어린이 공원 자료를 토대로 놀이시설물은 11종으로 출현빈도를 조사한 결과, 오르기기구, 흔들놀이기구, 미끄럼틀기구 등이 높은 빈도로 나타났다(Table 2 참조).
IV. 결과 및 고찰
문헌조사를 통해 놀이의 본질을 나타내는 놀이속성어 32개를 추출하고, 6개 속성어로 축약하여 상위 속성어로 규정하였다. 나머지 26개의 속성어는 각각 상위 속성어의 관련성에 따라 포괄하도록 구분하였다. 구분된 상위 속성어는 ‘지능(Intelligence)’, ‘정서(Amusement)’, ‘상상력(Imagination)’, ‘학습(Learning)’, ‘발달(Development)’, ‘소통(Communication)’으로 분류되었다. ‘지능’은 한곳을 중심으로 하여 모이거나 또는 모아지는 경우의 ‘집중(Concentration)’, 자극을 받아드리고 저장하는 정신의 과정인 ‘인지(Recognition)’,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인 ‘사고(Thinking)’, 사람의 마음에 일어나는 여러 가지 감정인 ‘정서(Emotion)’를 포괄하도록 구분되었고, 상위 속성어 ‘정서’는 흥미가 있는 것을 스스로 느끼게 되는 활동으로 아기자기하게 즐거운 기분이나 느낌인 ‘재미(Interest)’, 바로 일어나는 감흥이나 기분에 따라하게 되는 ‘즉흥성(Impromptu)’, 자기 스스로 원칙에 따라 어떤 일을 하게 되는 ‘자율(Autonomy)’, 어떤 만족감에 의해 느끼는 즐겁고 흥겨운 감정인 ‘기쁨(Pleasure)’로 구분되어진다. ‘상상력’은 실제 경험하지 않은 현상이나 사물에 대하여 마음속으로 그려보는 힘으로 전에 없던 것을 처음으로 만드는 ‘창조(Creation)’가 상상하는 능력과 깊은 관계가 있으며, 새롭고 신기한 것을 좋아하거나 모르는 것을 알고 싶어 하는 ‘호기심(Curiosity)’, 지속적으로 상상력을 자극 할 수 있는 ‘변화(Transition)’, 다른 사람이나 개체와 구별되는 고유의 특성인 ‘개성(Individuality)’로 구분되어진다. ‘학습’은 지식을 습득하는 과정으로 ‘교육(Education)’과 실제로 해 보거나 겪어 보는 ‘경험(Experience)’, 여러 사람이 다 같이 지키기로 한 법칙인 ‘규칙(Regulation)’, 되풀이하여 익히게 되는 ‘연습(Exercise)’, 사물이나 현상을 주의하여 자세히 살펴보는 ‘관찰(Observation)’ 등으로 구분되어진다. ‘발달’은 신체, 정서, 지능 따위가 성장하거나 성숙함을 의미하며, 몸을 움직여 행동하는 대부분의 신체 움직임인 ‘활동(Activity)’, 어려운 과제나 기록 경신 따위에 맞서는 ‘도전(Challenge)’, 사물에서 받는 자극과 인상이나 느낌인 ‘감각(Sensation)’, 어느 한쪽으로 기울거나 치우치지 아니한 고른 상태인 ‘균형(Balance)’으로 구분된다. ‘소통’의 경우, 주변공간과 관련짓는 것이 중요하므로 ‘연계(Connection)’, 남의 주장이나 감정, 생각 따위를 그렇다고 느끼는 상호이해 관계인 ‘공감(Sympathy)’, 규칙을 지키고 소통이 가능하다는 ‘사회화(Socialization)’, 서로 마음과 힘을 합하는 ‘협동(Cooperation)’, 서로 마주하여 이야기를 주고받는 ‘대화(Conversation)’로 구분된다.
놀이속성어의 조작적 정의라 함은 전문가의 인식조사를 진행하며, 설문지의 질문을 작성할 때 사전적 정의에 의미를 더하거나 줄여서 연구에 필요한 내용으로 놀이속성어 재정의를 말하며, 대체로 사전적 의미를 참고한 것이나, 커뮤니티의 경우는 소통이나 사회화의 개념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설정하였고, 발달의 경우는 신체발달로 한정하였으며, 학습의 경우 의식과 무의식 모두를 학습으로 수용하는 등 다소간의 차이가 있으므로 조작적 정의라 한다(Table 3 참고).
중요도 분석의 응답자는 놀이기구와 놀이시설을 디자인하고 조성하는 설계와 시공 분야의 전문가로 총 118명이 응답하였다. 일반사항으로는 남성 77명, 여성 41명, 남성이 여성보다 많은 분포를 보였다. 연령대는 30대가 51.7%(61명)로 가장 많은 분포를 보였고, 이점은 놀이시설을 주로 이용하는 연령대의 어린이(만 4세~8세)를 양육하는 부모의 연령대로도 판단할 수 있다. 근무환경으로는 설계사무소와 엔지니어링이 61%로 가장 많은 범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전공분야는 실외 공간을 주로 다루는 조경 설계 전문가들이 66.1%(78명)로 나타났다. 종사기간은 비교적 고른 분포가 나타났다(Table 4 참조).
관련 전문가들은 어떤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주요 속성어의 상대적 중요도 설문 분석결과, 대표 놀이속성어에 대한 비교행렬을 통해 Consistency Index값은 0.0204로 수용할 만한 값이며, 각 대표 놀이속성어의 가중치로 판단하였을 경우, 소통(0.268)>상상력(0.201)>정서(0.190)>발달(0.167)>학습(0.108)>지능(0.067)의 순서로 전문가들의 의견은 ‘소통’이 가장 중요한 놀이속성어이며, ‘지능’은 가장 관련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Table 5 참조).
Division | Intelligence | Amusement | Imagination | Learning | Development | Communication |
---|---|---|---|---|---|---|
Value | 0.067 | 0.190 | 0.201 | 0.108 | 0.167 | 0.268 |
하위속성어별 큰 차이는 없지만 놀이를 설명하는 속성어 중 ‘지능’이 포괄하는 하위의 속성어에서 인지(0.28)가 집중(0.24), 사고(0.27), 정서(0.21)보다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지의 기능이 다른 속성어보다 상위에 위치하는 것은 인지가 지능의 하위 속성어 개념으로 교육적 측면을 고려하는 것으로 판단되고, 정서가 낮게 나타난 것은 사람의 마음에 일어나는 여러 가지 감정인 감성적 측면에 속하기 때문이라고 판단된다. 상위 속성어인 ‘정서’의 하위 속성어는 재미(0.27)와 기쁨(0.27)이 같은 수치로 나타났으며, 즉흥성(0.22), 자율(0.24) 등은 다소 덜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상력’에 대한 하위속성어는 호기심(0.28)이 창조(0.27), 변화(0.24), 개성(0.22)보다 가장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호기심이 새롭고 신기한 것을 좋아하거나 모르는 것을 알고 싶어 하는 마음으로 설명될 때, 나머지 속성어인 창조, 변화, 개성 등을 개발하고 성장시킬 수 있는 요인인 것으로 예측해 볼 수 있다. ‘학습’에 대한 하위 속성어는 경험(0.22)이 다른 속성어들보다 더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습에 있어서 가장 확실하고도 분명한 자극은 경험인 것으로 판단된다. ‘발달’에 대한 하위 속성어는 활동(0.27)이 도전(0.24), 감각(0.25), 균형(0.24)보다 더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발달’ 속성어가 신체발달에 대한 의미로 다른 하위 속성어보다 활동이라는 속성어가 수치가 높게 나타난 것으로판단된다. ‘소통’에 대한 하위 속성어는 대화(0.21)가 가장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행동을 통한 소통도 중요한 요소이지만, 또래 집단의 형성과 유지를 위해 대화는 상대를 이해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수단임을 이해할 수 있다(Table 6 참조).
중요성이 높게 나타난 놀이속성어가 실제 설치된 놀이시설물과의 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놀이시설물과 아동 발달과의 관계모식도(Figure 1 참조)를 참고하였다. Figure 1은 놀이시설 중 서울시 어린이 공원 현장조사에서 나타나지 않은 동물원, 수목원, 채소밭 놀이시설을 제외하고, 본 연구의 놀이 속성을 설명할 수 있는 시설들을 참고하였으며, 주요 놀이속성어가 아동발달 분류와 함축된 의미가 유사하여 Figure 2와 같이 모식도를 구성하였다. 발달과 연관된 시설물은 오르기기구(climbing), 뛰기대(jumping), 흔들놀이기구(rocking), 미끄럼틀기구(sliding), 균형목(balance), 모래놀이터(sand play) 등, 지능과 관련된 시설물은 숨을 수 있는 곳(hiding place), 구성놀이기구(constructive play), 모래놀이터, 물놀이(water play) 등, 소통과 관련된 시설물은 숨을 수 있는 곳, 극놀이(dramatic play), 모래놀이터 등, 상상력과 관련된 시설물은 구성놀이기구, 모래놀이터, 그림그리기(painting) 등 정서와 관련된 시설물은 구성놀이기구, 모래놀이터, 물놀이 등 학습과 관련된 시설물은 극놀이, 모래놀이터 등으로 구분할 수 있었다(Figure 2 참조).

서울시 12개 구의 114개 어린이 공원 설치된 시설물을 놀이시설물과 놀이속성어 관계 모식도(Figure 2 참조)에 따라 구분해본 결과, 놀이속성어의 출현빈도는 발달(444회), 지능(101회), 소통(87회), 상상력(69회), 정서(64회), 학습(52회) 순으로 나타났으며, 강남구의 경우에는 80%의 비율이 발달에 집중된 반면, 노원구는 상대적으로 고른 분포를 보였다. 전문가가 중요시 하였던 놀이속성어인 소통과 상상력은 다소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Table 7 참조).
놀이시설물의 종류별 출현빈도를 기준으로 행정구별 편향성을 다이어그램으로 도표화 하였다. 그 결과, 대부분의 서울시의 어린이 공원 놀이시설은 상대적으로 발달 위주의 편향성을 지닌 것으로 판단되었다. 강남구와 송파구, 종로구 등은 상대적으로 발달에 많이 치우친 반면, 노원구와 성북구 등은 상대적으로 고른 분포를 보였다. 발달 위주의 놀이시설물들이 상상력, 지능, 소통과 관계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상상력, 소통 등 중요성이 높은 항목들보다 깊은 관계를 보이는 극놀이, 구성놀이는 드물게 나타났다. 상상력, 소통, 정서 등과 관련하여 모래놀이터 시설이 다소 많은 출현을 보였으나, 각 행정구별로 큰 차이를 보였다. 전혀 없는 행정구가 있는 반면, 거의 모래놀이터만 설치되어 있는 행정구가 나타났다.
V. 결론
본 연구에서는 놀이의 본질을 설명할 수 있는 속성어를 추출하고, 놀이속성어와 놀이시설물과의 관계를 살펴보았다. 문헌조사와 분석을 통하여 놀이와 관련된 속성어를 선정하고, 이 속성어를 축약하여 6개의 대표 놀이속성어로 압축하였다. 선정된 놀이속성어는 시기별로 다소 차이는 있으나, 일반적으로 ‘지능’, ‘상상력’, ‘정서’, ‘학습’, ‘발달’, ‘소통’으로 구분하였으며, 각각의 속성어가 포괄하는 하위 속성어 26개를 구분하였다. ‘지능’ 관련 하위 속성어는 집중, 인지, 사고 등이며, ‘정서’ 관련 하위 속성어는 재미, 즉흥성, 자율, 기쁨 등이다. ‘상상력’에 관련된 하위 속성어는 창조, 호기심, 변화, 개성 등이며, ‘학습’은 교육, 경험, 규칙, 연습, 관찰이었고, ‘발달’에 관련된 하위 속성어는 활동, 도전, 감각, 균형, 연계 등 ‘소통’과 관련된 하위 속성어는 공감, 사회화, 협동, 대화 등으로 구분되었다. 시기별 놀이시설 유형 및 속성 변화에 대한 내용은 향후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
관련전문가들에게 구분된 속성어의 중요성에 대해 조사한 결과, 소통(0.268)>상상력(0.201)>정서(0.190)>발달(0.167)>학습(0.108)>지능(0.067) 순으로 놀이속성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었다. 이 결과는 관련전문가들이 신체발달, 지능, 학습 등의 놀이효과보다 옥외공간에서의 소통을 중요시하고 있음을 판단할 수 있었다. 소통은 놀이의 여러 기능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내용에 속하며, 그 의미는 사회화의 첫 걸음이자 상호 협동으로 놀이를 통해 이러한 기능을 향상시킬 것으로 판단된다. 놀이 공간은 모든 활동이 응집되어 있는 곳으로 공간 안에서 활동이 균형감 있게 일어날 수 있도록 조성하는 것이 중요한 사항이다. 그러나 놀이속성어 출현비율을 비교하여 보면, 두 결과의 차이점을 알 수 있었다.
중요성이 높게 나타난 놀이속성어가 실제 설치된 놀이시설물과의 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각 발달, 지능, 소통, 상상력, 정서, 학습 6가지 항목의 놀이속성어별 연관되는 11종의 시설물을 구분하고, 서울시 114개소 어린이 공원에 설치된 시설물 현황조사를 통해 놀이시설물과 놀이속성어 간의 관계를 파악하였다. 그 결과, 어린이공원에 설치된 놀이시설물은 817건의 관계가 성립된 놀이속성어 중에서 ‘발달’이 444건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전문가가 중요하다고 ‘소통’과 ‘상상력’이 현재의 놀이터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반면, ‘발달’을 위주로 한 놀이시설물은 거의 모든 놀이터에서 반영되었다. 이는 그네, 미끄럼틀, 오르기, 매달리기 등의 신체발달 놀이시설물이 거의 모든 놀이공간에 반영된 것과 대조적으로 인지관련 놀이시설물은 드물게 설치되어 있는 것으로 파악되어, 향후 ‘감각’을 자극하거나 ‘인지발달’에 관련된 놀이시설물을 적극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판단되었다.
본 연구는 놀이시설물과 놀이 속성의 관계성을 파악하기 위해 놀이속성어를 도출하였고, 현재 이용되고 있는 어린이 공원의 놀이시설물 현황과 놀이의 속성이 어느 정도 반영되었는가를 확인하여 부족한 시설물을 파악하고 놀이시설물의 놀이의 기능에 대한 의문을 제기함으로써 앞으로 놀이시설물의 개선방향을 제시하는데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