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최근 전국의 지자체에서 ‘정원도시(Garden City)’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녹지 관련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순천시는 2013년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했고 이후 도시 정책적 차원으로 정원도시를 표방해 관련 정책을 추진해 왔다. 지난해 행사 규모를 확대해 재개장하여 대중과 관련 학계의 이목을 다시 한번 집중시켰고(노관규, 2023), 이에 따라 순천시의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하여 전국의 지자체에서는 ‘정원도시’를 슬로건으로 삼아 녹지 관련 정책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조선일보, 2023. 03. 17.). 서울시를 비롯하여 현재 다수의 지자체가 ‘정원도시’ 관련 정책을 추진 중이며, 국가정원 조성과 정원박람회 운영 등 정원과 직접 관련된 정책뿐만 아니라 도시숲 조성 등 기존 그린 인프라 정책도 일부 흡수하면서 통합적인 녹지 정책을 지향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정원도시’라는 용어는 도시와 조경 분야의 20세기 초 대표 이론에서 등장한 것으로, 영국의 도시 계획가 에버니저 하워드(Ebenezer Howard)가 주창한 ‘정원도시 운동(Garden City Movement)’에서 파생된 것이다(Howard, 1902). 정원도시 운동은 당대의 무분별한 산업화와 도시의 팽창으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도시와 농촌의 장점을 결합한 새로운 도시 형태를 지향하였다(박진빈, 2019). 최근 국내에서 정원도시의 유행은 하워드의 기본 정신을 어느 정도 계승하면서, 정원과 도시를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도시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도시, 녹지, 생태계를 통합하여 도시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하고 지속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고자 하는 도시 계획 및 설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간주되고 있다(이서영 등, 2022). 이러한 점에서, 정원 도시는 도시 재생, 스마트 도시 등과 더불어 도시 설계 및 계획의 대안적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전국의 여러 지자체에서 ‘정원도시’를 표방하면서 이러한 유행에 내재된 문제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다수 지자체의 국가 정원 조성 추진이 지역 갈등으로 번지거나 예산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고(조선일보, 2023. 03. 17.), 정원도시 유행을 좇아 충분한 대중의 의견 수렴 없이 추진되거나 계획 단계에서 무산되는 경우도 빈번하다. 정원도시 정책이 지속 가능한 도시 녹지 정책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현재 추진 중인 관련 프로젝트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진단, 개선 방향 모색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러한 문제의식 아래, 이 연구는 국내 정원도시 관련 프로젝트 사례의 추진 동향과 쟁점을 탐구하고자 한다.
순천만 정원박람회의 성공 이후로 정원도시 관련 학술 및 실무 분야에서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정원박람회와 국가정원을 비롯한 도시 속 정원에 대해 대중의 관심이 증가하고 도시 활성화 및 지역 발전의 주요 요소로 주목되면서, 정원박람회 이벤트의 다양한 효과 분석, 정원도시 개념의 인문학적 해석, 정원도시의 정책 검토 등이 관련 연구의 주를 이루고 있다.
첫째, 정원박람회 행사와 관련한 연구가 주목된다. 정원박람회는 최근 도시 계획 및 정책으로서의 정원도시를 촉발한 선행 이벤트로서, 이에 관한 연구들은 정원박람회 행사를 방문객 만족도, 장소성 만들기, 경제, 환경적 효과 등의 관점에서 고찰하고 지속 가능하게 기능할 수 있는 지향점을 제시한다(이정록, 2014; 권태근 등, 2015; 유동환, 2016; 이정, 2017; 강희엽과 김형훈, 2022; 이혁재와 홍승훈, 2022; 김태원과 김건우, 2023). 둘째로 주목되는 연구 동향은 정원도시의 이론과 역사에 관한 인문사회학적 접근이다(박재민 등, 2017; 박진빈, 2019). 이러한 연구는 오늘날 ‘정원도시’에 대한 개념의 기원을 하워드의 정원도시(Garden City)로 거슬러 올라가 초기 정원도시 용어의 의미를 사회, 정치, 문화적 배경과 함께 살펴보고 이후 정원도시의 형태적․기능적․개념적 변화 과정을 검토하여 최근 정원도시에 주는 시사점을 도출한다. 특히 박재민 등(2017)의 연구는 하워드 이래로 정원도시의 변천사를 개관하면서 뉴질랜드의 크라이스트처치, 싱가포르의 파크 커넥터와 가든스 바이 더 베이, 순천시의 정원도시 사례를 도시 정체성 만들기의 관점에서 검토하는데, 상징공간 건설, 통합적 그린인프라 계획, 주민참여 정원 조성을 이들 정원도시의 지향점으로 도출했다. 셋째로, 최근 주목되고 있는 지자체의 ‘정원도시’ 정책과 관련한 연구가 일부 발견된다(정현욱, 2020; 이광희, 2021). 울산을 비롯한 정원도시를 표방하는 지자체의 정책 연구가 있으며(정현욱, 2020), 이광희(2021)는 국내 정원도시의 정원문화와 정원정책의 변화과정을 검토하고, 정원정책 방향과 국가 및 지방정원의 현황과 특성을 살펴보면서 정원도시 정책 추진을 위한 단계별 추진전략을 제안했다. 다만, 일부 지자체의 법제도와 정책 변화만 개략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다 면밀한 사례 검토가 요청된다.
이 연구는 국내 정원도시 프로젝트의 동향과 특징을 파악한다는 점에서 선행 연구의 목적과 궤를 같이한다. 또한, 이 연구는 선행 연구를 검토하여 연구의 관점을 도출한다는 점에서 기 주목된 도시 정체성, 그린 인프라, 커뮤니티 활성화를 연구의 주요 관점으로 포함한다. 한편, 이 연구는 정원도시 프로젝트의 추진 과정에서 나타나는 구체적인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 방안을 모색하는 이른바 비평적 접근(critical approach)을 취한다는 점에서는 차별성을 지닌다. 또한, 이 연구는 정원도시 프로젝트의 구체적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추진 주체인 지자체의 행정 조직 개편 현황을 검토하고, 동시에 최근 지차체의 정원도시 추진 방향에 따라 정원박람회와 국가정원뿐만 아니라 도시숲, 커뮤니티 정원, 옥상녹화 등으로 확장하여 전반적인 녹지 정책을 연구의 대상으로 다룬다는 점에서 선행 연구와는 다른 접근을 취한다.
우선, 이 연구는 이론 연구를 수행하여 선행 연구와 관련 문헌을 검토하면서 국내 정원도시 프로젝트 동향과 쟁점을 파악하기 위한 연구 분석의 관점을 마련하는 과정을 수행했다(2장). 먼저, 정원도시 개념의 변천사를 개관하여 오늘날 정원도시의 개념을 재정의했다. 이어서 정원도시 관련 문헌에서 발견되는 주요 관점을 파악하여 ‘시민 공동체 형성’, ‘생태 친화적 도시 체계 조성’, ‘도시 정체성 구축’으로 도출했다. 구체적으로, 먼저 정원도시를 논문의 제목이나 키워드로 한 근래의 연구논문과 보고서를 검토하고, 그러한 문헌에서 정원도시를 설명하기 위해 이론적 전거로 언급하거나 정원도시와 관련된다고 판단되는 자료를 추가로 확인하여 프로젝트 동향과 쟁점을 파악하기 위한 이론적 관점을 정리했다.
다음으로 정원도시 프로젝트의 추진 주체로서 지자체의 행정 조직을 검토했다(3장). 정원도시의 법적 근거를 간단히 검토하고 이어서 정원도시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지자체의 행정 조직 재편 현황 파악을 위한 사례 연구를 수행했다. 구체적으로, ‘정원’ 또는 ‘정원도시’라는 용어가 포함되거나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광역 지자체 및 주요 지자체 19곳의 정원도시 정책에 따른 관련 부서의 재편 동향을 검토하여, 그 결과를 ‘전담 조직 신설’, ‘기존 조직 명칭 변경’, ‘기존 조직 통폐합’으로 유형화했다.
이어서 국내 정원도시 프로젝트에 내재한 이론적․실무적 쟁점을 비판적으로 논의하기 위해 사례 연구를 수행했다(4장). 현재 지자체의 정원도시 프로젝트는 녹지 관련 정책 전반을 아우르고 진행되고 있어 구체적인 동향 파악을 위해서 연구 대상이 되는 프로젝트를 다음과 같이 한정했다. 구체적으로, 2장에서 도출한 정원도시 관련 세 가지 주요 관점과 관련되면서 3장에서 검토한 정원도시 관련 행정 조직을 재편한 지자체가 추진해 온 프로젝트 중 지자체의 보도자료, 관련 연구논문, 보고서를 통해 ‘정원도시’ 프로젝트로 적어도 한 차례 이상 언급된 적 있는 총 21건의 사례를 선정했다. 이와 관련하여 보고서와 언론 매체의 기사 등을 통해 추진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관찰하고 그와 관련한 현대 조경과 도시 설계 이론을 두루 검토하여 그 결과를 ‘지역성을 반영한 프로젝트의 차별성 확보’, ‘정원 개념의 확장’, ‘그린 인프라와 도시를 통합하는 가든 어바니즘’, ‘주민 참여와 지역 공동체 활성화’, ‘지속 가능한 관리와 지자체․부서 간 협력 체계 구축’이라는 쟁점으로 도출하고 비판적 논의를 진행했다.
2. 정원도시 개념의 변천 및 주요 이론적 관점
정원도시 개념의 기원은 20세기 초 영국의 도시계획가 에버니저 하워드가 주창한 ‘정원도시 운동(Garden City Movement)’으로 소급된다. 하워드는 1902년 출판된 그의 저서『미래의 정원도시 Garden Cities of To-Morrow』에서 정원도시를 “도시(town)와 농촌(country)의 장점이 결합된(married) 도시”로 설명한다(Howard, 1902: 18, 21). 정원도시는 당대의 도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촌에 도시를 개발하기 위한 대안적 방법으로, 정원과 공원 등의 녹지를 중심으로 주택, 그린벨트, 산업 및 문화 시설을 환상형으로 배치하여, 건강한 거주 환경을 제공하고 기능적으로 자립적이며 사회적 공동체를 추구하는 이상적인 도시 형태였다(박진빈, 2019). 영국의 정원도시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에서 중산층의 주거지 조성을 위한 교외 신도시 계획으로 변용(박진빈, 2005)되었고, 그러한 미국식 정원도시 계획이 우리나라의 1기 신도시의 계획의 모델이 되었다(박재민 등, 2017: 29-30).
2013년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의 성공을 계기로 정원도시 개념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근래 국내의 정원도시 열풍은 20세기 초중반 영국과 미국의 정원도시와 물리적 계획의 관점에서는 차이가 있다. 20세기 초중반의 정원도시가 농촌의 비워진 부지(tabula rasa)에 이상적 도시 건설을 지향하는 신도시 프로젝트라면, 최근 국내의 정원도시 프로젝트는 이전에 건설되었으나 현재는 쇠락한 도시 공간의 활성화를 위한 촉매로서 정원이라는 매체를 활용한다. 한편, 하워드의 정원도시의 지향점인 녹지 공간의 양적 확충을 통한 쾌적한 환경 조성과 이를 실천하는 과정에서 커뮤니티의 활성화를 추구한다는 점에서는 현재의 커뮤니티 정원을 지향하는 지자체의 정원도시와 유사한 정신을 공유하고 있다. 여기에 기존의 환경의 지속 가능성과 관련한 그린 인프라 정책이 포함되고 정원박람회와 같은 행사 운영을 통한 도시 브랜딩 전략까지 복합적으로 결합되면서 정원도시는 미래의 도시 정책 슬로건으로 각광받고 있다(이광희, 2021). 이러한 점에서, ‘정원도시’는 물리적 공간으로서 정원과 도시의 단순 결합으로 간주한다기보다, 정원뿐 아니라 공원, 산림 등의 그린 인프라를 통합적으로 연계해 건강한 환경을 조성하고 커뮤니티를 활성화하며 도시 정체성을 부여면서 이상적 도시를 구현하고자 하는 흐름으로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
정원도시 프로젝트의 동향을 살펴보기 위해 먼저 관련 선행연구를 검토하여 정원도시의 주요 관점을 파악하였다. 정원도시를 다룬 문헌과 관련 역사, 이론, 정책 연구 등의 포괄적 접근을 통해 정원도시 프로젝트를 해석하기 위한 이론적 관점을 도출했다(표 1 참조). 먼저, 근래의 정원도시는 정원 활동을 통한 시민 공동체 형성을 지향하고 있다(박재민 등, 2017; 이양주, 2021). 그동안 정원은 단순한 휴식 공간을 넘어서 다양한 정원 활동 참여를 통한 시민들의 교류와 소통의 기능을 수행하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인식되어 왔다(조인숙과 최정민, 2019). 시민들이 함께 정원을 돌보는 활동을 통해 겸손과 인간성을 배우고 자연스럽게 타인과 교류하며 유대감을 쌓고 공동체 의식을 형성하게 된다(Harrison, 2007). 나아가 자발적으로 참여해 자신의 지역 정원을 스스로 가꾸면서 커뮤니티에 대한 소속감과 책임감을 지니게 되고 자긍심을 고취하는 효과도 창출한다(이애란과 박재민, 2018).
주요 문헌 | 주요 관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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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공동체 형성 | 생태 친화적 도시 체계 조성 | 도시 정체성 구축 | |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정원도시 개념의 변천과 함의에 관한 연구(박재민 등, 2017) | |||
정원문화의 변천과 정원도시조성 추진 전략 수립(이광희, 2021) | |||
신도시 개발 컨셉으로서 정원도시 구현 전략: 영암․해남 관광레저형 기업도시 솔라시도를 대상으로(이서영 등, 2022) | |||
우리 정원에서 시작하는 정원도시 (이양주, 2021) | |||
정원도시 싱가포르의 공원녹지체계, 파크커넥터 (박근현, 2013) | |||
제1차 정원진흥기본계획 (산림청, 2016) | |||
제2차 정원진흥기본계획 (산림청, 2021) |
최근 정원도시가 지자체의 도시 정책 수단으로 각광받으면서 그러한 정원의 공동체성이 재조명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의 정원도시 정책이 시민 주도의 커뮤니티 정원 활동과 결합되면서 한국적 커뮤니티 정원으로 발전하고 있다(김혜주와 최정민, 2017). 커뮤니티 정원은 정원이 단순한 시각적 감상 대상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망을 형성하고 지역 공동체성이라는 윤리적 가치를 내재한 문화 공간으로 기능하면서 도시민의 일상 속 정원 문화의 확산에 기여한다(Harrison, 2007). 정원도시의 공동체 형성 효과는 일차적으로 개인이 자기 정원을 타인에게 개방하는 ‘개방정원’에서 시작해 골목정원, 마을정원, 도시텃밭 등의 ‘공동체 정원’으로 확대되면서 증대된다(이양주, 2021: 7). 시민 공동체를 형성하는 구체적인 정원도시 전략으로 옥상정원, 마을정원, 정원교육 프로그램, 시민 정원사 양성 등 소규모 프로그램으로 추진되는 경향을 보인다(이광희, 2021). 정원 조성과 관리 활동의 공동체 형성 기능은 하워드의 정원도시부터 강조되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가치로서 정원도시를 이해하는 주요 관점으로 간주할 수 있다.
정원도시의 주요 관점의 하나는 도심 내 녹지 공간을 연결하여 도시의 생태친화적 체계를 조성한다는 것이다. 도심 내 정원과 공원을 포함한 녹지 공간을 확대하고 오픈 스페이스를 조성하여 건강한 생태 네트워크를 구축한다(김용국과 손용훈, 2012; 박재민 등, 2017). 이를 통해 열섬 효과 완화, 대기질 개선, 생물 다양성 증진 등의 환경적 기능과 도심 속 녹지 공간의 복지 혜택 제공을 통해 도시민의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한다. 앞서 서술한 시민 공동체 형성의 경우와 유사하게, 생태 친화적 도시 만들기라는 주제는 사실 정원도시 이전에도 지속 가능성과 그린 인프라 등의 개념 아래 도시 녹지 정책에서 중요하게 다뤄져 왔다(송인주 등, 2022). 근래의 정원도시를 그린 인프라 구축과 연계해 이해하는 흐름은 그 기원을 하워드의 정원도시로 소급하고 있다(김용국과 손용훈, 2012: 71-73; 박재민 등, 2017: 26-28). 공공적 성격의 정원, 거주지의 개인 정원, 공원, 농경지, 그린벨트에 이르는 다양한 성격과 규모의 녹지 공간이 체계적으로 연계된 도시를 지향한 하워드의 정원도시가 생태 친화적 도시 체계를 지향하는 근래의 그린 인프라 계획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최근의 국내외에서 주목되는 정원도시에서의 정원은 단순히 개인적인 스케일의 소규모 정원뿐 아니라 공원, 도시숲 등 다양한 녹지 공간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다(산림청, 2021).
근래의 정원도시 그린 인프라 계획은 상술한 다양한 형태의 녹지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도시 체계를 구축한다. 이러한 점에서 정원도시는 ‘경관을 인프라스트럭처로 간주’하여 ‘경관을 이용한 도시 계획’을 지향하는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과 접점을 지닌다(Waldheim, 2006; 김영민 등, 2014). 또한, 조경(Landscape Architecture)의 전문성의 정체성을 도시 설계(Urban Design)로 파악하는 조경사가들의 해석(Waldheim, 2014; Disponzio, 2014)은 다양한 녹지 공간의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도시를 조성하는 근래의 정원도시의 전략과 공명한다. 대표적으로 19세기 후반 프레드릭 로 옴스테드(Frederick Law Olmsted)가 디자인한 에메랄드 넥클레스는 보스턴의 다양한 형태와 규모, 예컨대 선적인 가로 녹지와 면적인 공원의 네트워크 시스템을 구축해 도시의 그린 인프라를 구축한 것으로, 싱가포르의 정원도시의 대표적 프로젝트인 파크 커넥터의 실행 전략과 유사하다(박근현, 2013; 박재민 등, 2017: 31; 신명진과 배정한, 2016). 선형 도시 인프라, 예컨대 유기된 철도부지와 고가도로와 같은 후기 산업 경관은 근래에 도시공원으로 탈바꿈되면서 면적인 도시 녹지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기능도 수행해 도시의 통합적 그린 인프라로 작동하고 있다(김재철과 박근현, 2013; Lee, 2019). 생태 친화적 도시 체계 조성은 대체로 도시 및 조경 계획적 규모로 추진되며 도시숲, 둘레길, 가로정원, 가로공원 조성이라는 전략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정원도시는 정원을 활용해 도시의 정체성을 구축하면서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도시 브랜딩은 다른 지역과 차별화된 고유한 특징을 발굴하고 이를 도시 브랜드로 개발해 도시의 정체성을 구축해가면서 대중에게 도시의 이미지를 각인시킨다(장동련 등, 2010; 송기황과 박태원, 2022). 지역 고유의 역사적․문화적․자연적 특징을 모티브로 삼아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구축하는 주요 방법으로 정원과 공원을 비롯한 녹지 계획과 시설물 설계를 통합적으로 디자인하여 도시를 정원이라는 상징적 이미지와 결합해 하나의 브랜드로서 인식하도록 한다(성춘자, 2015; 이정록 등, 2015). 이러한 정원도시의 브랜딩 전략은 도시의 경관미학적 효과 창출뿐 아니라 관광객 유치를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효과적으로 기여한다(김태원과 조세환, 2016; 산림청, 2016).
앞서 설명한 정원 활동을 통한 시민 공동체 형성과 생태 친화적 도시 체계 조성이 정원도시 슬로건이 부상하기 이전부터 국가와 지자체에서 주요한 도시 계획과 설계의 방법으로 활용되어 왔다면, 상대적으로 정원을 이용한 브랜딩 전략은 근래의 정원도시에서 보다 부각되는 특징이다. 1960년대에 처음 주창된 싱가포르의 정원도시, 2000년 초반 미국의 프레시 킬스 공원의 사례에서 정원과 공원을 활용한 도시 브랜딩 전략이 일찍이 추진되었다면(박재민 등, 2017: 30; Czerniak, 2007), 국내에서는 최근 정원도시라는 슬로건이 전국 대다수 지자체의 도시 비전이 되면서 정원과 공원 계획․디자인과 결합한 도시 브랜딩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이서영 등, 2022). 특히 순천, 울산, 서울, 경기를 비롯한 정원박람회의 성공과 이후의 국가정원 추진 등에 힘입어 정원이 도시 브랜딩의 주요 소재로 활용되어 도시 정체성을 만들어가고 있다. 도시 브랜드의 수단으로서 ‘정원’은 일차적으로 물리적인 정원을 지시하지만, 에덴동산이나 유토피아와 같이 이상적인 공간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박재민 등, 2017: 25). 정원박람회와 국가정원은 도시의 대표 이미지로 기능해 도시에 살고 싶은 공간이라는 상징적 이미지를 부여하고 있다. 도시 브랜딩으로서의 정원도시는 대체로 도시 및 조경계획적 차원에서 추진되고 정원박람회, 국가․지방정원, 도시재생사업이라는 구체적인 전략으로 실행되는 경향을 보인다.
3. 정원도시 관련 지자체 행정 조직
2013년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의 성공을 계기로 도시 정책에서 정원의 중요성이 주목되면서 2015년 산림청은 기존 「수목원의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을 「수목원․정원의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로 개정하여(국가법령정보센터, 2024) 정원의 개념, 종류, 조성, 운영 등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였다. 이에 따라 산림청은 두 차례의 정원진흥기본계획을 수립했다(산림청, 2016; 2021). 제1차 정원진흥기본계획(2016-2020)은 정원 문화․산업 육성을 위한 제도를 정비하고 정원 인프라 구축으로 지속 가능한 정원문화 정착 등을 지향했으며(산림청, 2016: 12), 제2차 정원진흥기본계획(2021-2025)은 정원 인프라의 지역 간 형평성을 강조한 민간정원 발굴 등을 통해 생활 속 정원문화의 확산을 전략적으로 추진 중이다(산림청, 2021: 8). 상기한 두 계획에는 ‘정원도시’라는 용어 사용이 두드러지지 않지만1), 구체적인 목표, 지향점, 추진 전략에서 앞서 도출한 관점인 정원을 활용한 시민 공동체 형성, 생태 친화적 도시 체계 조성, 도시 정체성 구축 등을 표방하고 있다. 최근 산림청은 “지역소멸대응, 도시재생, 공동체 회복을 위한 정원활동 기반의 도시”로서 정원도시의 법제화를 추진하면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Lafent, 2024. 06. 19.).
현재 ‘정원도시’라는 용어의 법적 사용은 지자체 조례에서 두드러진다. 2024년 7월 기준 광역자치단체 단위에서 총 8곳이 ‘정원도시’라는 용어를 조례에 포함하고 있고, 기초자치단체 단위에서 총 33곳의 조례에서 ‘정원도시’라는 용어가 관찰된다(국가법령정보센터, 2024)2). 정원도시의 개념을 구체적으로 정의한 경우는 없고, 대신 지자체장의 책무로서 정원도시의 지향점 등을 간단히 서술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서울특별시 정원문화 조성 및 진흥에 관한 조례’ 제5조에서는 “시장은 시민 누구나가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정원 […] 지역별 문화적 특색을 살리고, 자연환경과 어울릴 수 있는 정원 […+] 시민과 함께 만드는 정원을 조성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국가법령정보센터, 2024). 이처럼 정원도시라는 용어는 지자체의 법제에 포함되면서 지자체의 다양한 정책과 관련 프로젝트의 지속적 추진 등에 법적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
상술했듯이 다수의 지자체가 정원도시 용어를 조례에 포함하면서 법적 토대를 구축하고 있다면, 구체적인 정책과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주체로서 행정조직 구조를 재편하는 움직임이 관찰된다. 현재 정원도시 관련 광역자치단체 및 주요 지자체의 행정조직을 살펴보면 총 9곳이 ‘정원’이라는 용어를 포함한 부서 명칭을 사용하고 있고, 이 중 ‘정원도시’ 용어가 포함된 5곳의 부서가 운영 중이다(표 2 참조). 정원도시가 단순한 도시 정책의 상징적 슬로건에 그치지 않고 실제 행정과 정책 차원에서 실천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관련 행정 부서 명칭은 크게 세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정원’과 ‘도시’라는 용어가 결합한 경우로, 대표적으로 서울, 세종, 순천, 춘천, 광명을 꼽을 수 있다. 정원도시 관련 정책과 프로젝트를 전문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전담 부서로 기능하고 있고, 체계적이고 원활한 관련 업무 수행과 신속한 피드백, 지속 가능한 추진이 가능하다. 둘째, ‘정원’과 ‘다른 단어’가 결합한 경우로, 경기, 전남, 대전, 울산이 대표적이다. 주로 ‘산업’과 ‘녹지’와 함께 쓰이며 정원도시 관련 정책과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부서로, 전자는 일자리 창출과 경제적 혜택에 보다 중점을 두고 후자는 녹지 관련 업무를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다. 셋째, ‘정원’이라는 용어가 포함되지는 않지만 정원도시 관련 정책과 프로그램을 수행하는 부서로서, 대표적으로 부산, 대구, 제주, 경남, 광주, 전북, 수원, 전주, 해남, 경주 등이 해당한다. 대체로 ‘공원’, ‘녹지’, ‘산림’, ‘푸른도시’ 등 그린 인프라에 속하는 단어를 사용하는 부서에서 정원도시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다음으로, 정원도시 관련 행정조직 재편 동향을 검토하여 세 유형으로 분류하였다. 이 세 유형은 서로 완벽하게 분리되지는 않지만, 이를 통해 정원도시 업무 추진을 위해 기존의 행정조직이 어떻게 재편되어 운영되고 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첫째, 정원도시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전담 부서를 신설한 경우로, 부산, 제주, 경남, 광주, 춘천, 세종, 전북이 대표적이다. 예를 들어, 세종시는 2025년 개최 예정인 국제정원박람회 추진을 위해 ‘정원도시추진단’을 신설해 운영하고, 부산시는 국가공원, 국가정원, 민간공원 조성 업무를 통합적으로 담당하는 ‘푸른도시국’을 신설해 ‘공원 속의 도시 부산’으로 도시구조를 재편하고 있다(Landscape Times, 2024. 01. 04.). 이 유형은 정원도시와 그린 인프라 업무를 전문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지자체 부서조직의 변화를 보여준다. 둘째, 기존 부서의 명칭을 변경한 경우로, 대표적으로 서울, 경기, 대구, 전남, 순천, 해남, 전주가 이 유형에 속한다. 예컨대, 서울시는 서울 전체를 정원도시로 만들겠다는 의지로 기존의 ‘푸른도시여가국’을 ‘정원도시국’으로 개칭하고 정원도시정책과를 신설했고(서울신문, 2024. 07. 30.), 경기도는 기존 ‘환경국’을 ‘기후환경에너지국’으로 개편하면서 ‘산림과’를 ‘산림녹지과’로, ‘공원녹지과’를 ‘정원산업과’로 개칭했다. 이 유형은 첫 번째 유형보다 부서 내부 조직의 변화가 크지 않고 지자체의 정책 지향점에 따라 명칭을 바꾼 경우가 대부분이다. 셋째, 기존 부서들이 통폐합되면서 부서 명칭이 변경되거나 새로운 부서가 신설되는 경우로, 울산, 대전, 수원, 광명, 경주가 이 유형을 대표한다. 예를 들어, 울산시는 기존 ‘교통건설국’을 ‘교통건설국’과 ‘녹지정원국’으로 분리하여, ‘녹지정원국’에서 산림녹지공원과 태화강 국가정원 조성 및 관리, 생태정원, 박람회 행사 업무를 전담하도록 했다(Landscape Times, 2019. 11. 06.). 이상에서 살펴보았듯이 지자체의 행정 조직 재편에서 ‘정원’, ‘정원도시’ 등의 용어가 부서명으로 직접 사용되는 경우가 빈번해지고 있고 ‘정원’이라는 용어가 사용되지 않더라고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전문 부서가 신설․통합되는 등의 재편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를 통해 지자체의 정원도시 정책 및 프로젝트의 체계적․전문적인 추진에 대한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4. 정원도시 프로젝트 조성과 운영의 쟁점
정원도시 프로젝트는 녹지 정책 전반을 아우르고 추진되고 있어서 ‘정원도시’라는 특수성을 반영한 프로젝트의 동향 파악을 위해서는 대표 사례 선정이 중요하다. 3장에서 다룬 정원도시 관련 조직을 재편한 지자체가 추진해 온 프로젝트이면서 지자체를 비롯한 각종 매체의 보도자료 및 관련 문헌에서 ‘정원도시’ 프로젝트로 언급된 바 있는 사업을 대상으로, 2장에서 도출한 세 가지 주요 관점을 대표한다고 판단되는 프로젝트를 관점별로 두루 선정해 주요 목표와 내용을 파악하고 내재된 쟁점을 도출했다(표 3 참조). 물론, 대개의 프로젝트는 어느 한 관점만을 표방하지 않고 복합적인 관점으로 추진되지만, 사례 선정의 균형 있는 접근을 위해 관점별로 프로젝트를 선정했다. 또한, 도출된 쟁점의 논의를 위해 필요할 경우 조경 및 도시 설계의 이론적 전거를 함께 검토했다. 최근 정원도시 프로젝트의 쟁점 중 하나는 타 지자체의 모범 사례 모방을 넘어서는 프로젝트의 차별성 확보이다. 앞서 상술했듯이, 최근 정원도시는 이전의 생태도시, 도시재생, 스마트도시 등의 슬로건보다 장소 브랜딩의 관점에 주목하여 도시의 정체성 구축을 지향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지역의 정체성은 다른 지역과 차별화되면서 해당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고유의 특성을 뜻한다. 다만, 근래의 지자체의 정원도시 프로젝트는 순천시의 성공사례, 즉 정원박람회라는 대형 이벤트(mega-event)를 개최하고 이를 국가정원으로 만들고자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고, 이러한 유사 정책 추진 과정에서의 과열 경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조선일보, 2023. 03. 17.). 또한, 여러 지자체의 정원박람회가 우리나라를 포함하는 세계 정원, 국내외 유명 작가의 쇼가든, 학생 정원 등으로 구성되면서 유사한 양식의 정원 경관이 변주되는 경향이 나타나 방문자들에게 해당 지역만의 고유한 특성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한계를 보여왔다.
대개 정원 디자인은 자연 소재인 식물을 이용해 연출하기에 건축 디자인과 비교하여 조형적인 특징이 상대적으로 적고 대중에게 가시적인 예술작품으로 인식되는 데 무리가 따른다(이명준, 2022: 27). 정원도시가 국내에 유행하기 이전 반듯하게 전지된 회양목, 철쭉, 사철나무, 쥐똥나무, 맥문동과 옥잠화 등의 다년생 초화류로 구성된 정원이 천편일률적이라는 비판적 시선을 받았다면(Lafent, 2014. 06. 29.), 이제 다양한 자생종과 외래종을 활용한 자연스럽고(natural) 다소 야생(wild)의 거친 특성을 연출하는 이른바 피엣 우돌프(Piet Oudolf) 풍의 플랜팅 기법이나 다양한 초화 식물로 구성된 혼합 다층 식재, 초화류 장식 화분이 또 다른 클리셰(cliché)가 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정원도시 정책 추진 계획 단계부터 지역의 자연, 문화, 역사, 경제적 특성 등을 반영한 차별화된 브랜드를 만들고 이에 부합하는 관련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정원의 물리적 조성과 세부 프로그램 추진에서도 지역의 다양한 특성을 고려한 차별화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근래 지자체는 정원박람회에서 지역 고유의 특성을 반영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오고 있다. 예컨대, 해남군은 ‘햇빛정원도시 솔라시도’를 통해 정원, 에너지, 스마트 기술을 활용하여 기존 자연경관을 활용하고 지역 특수성을 반영한 테마 정원을 조성하는 전략을 펼쳤으며(이서영 등, 2022), ‘2023 부산정원박람회’는 다대포 해변공원에서 개최되어 부산의 해양 경관과 지형을 고려해 정원을 배치하였고, 자치구 정체성을 담은 자치구 정원을 조성해 다른 지역과의 차별성을 확보하고 있다(Landscape Times, 2023. 10. 13.). 또한, 경상남도는 ‘경상남도 정원산업박람회’를 개최하여 지역 관광을 활성화해 지역을 홍보하는 이벤트로 활용하고 있다(Landscape Times, 2023. 10. 31.). 이외에도, 경주시는 ‘서라벌 황금정원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을 대표하는 고대국가인 신라와 관련한 역사 및 경관 자원을 활용하여 다른 지자체의 정원과 차별화되는 정원을 조성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경주시, 2022. 03. 25.).
지자체의 정원도시 프로젝트 추진에서 ‘정원’ 개념은 확장되면서 일견 모순적인 용어의 사용이 관찰된다. 앞서 설명했듯이 정원도시에서 ‘정원’은 단순히 초화류로 구성되는 개인 꽃밭이 아니라 공원, 도시숲, 오픈 스페이스 등 다양한 형태와 성격의 공간을 아우르는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앞서 검토한 지자체의 행정 조직에서도 정원도시 관련 부서가 포괄적인 녹지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현황에서 단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기존의 생태도시라는 슬로건이 정원도시로 변경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공원 인프라와 도시숲 조성 등 관련 프로젝트가 포섭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다양한 녹지 공간이 정원으로 지칭되는 경우가 나타나기도 한다.
이처럼 정원, 공원, 녹지, 숲 등 유사 용어의 범위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을 경우 관련 정책 수립과 프로젝트 계획 및 운영 과정에서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예를 들어, 울산광역시의 ‘큰 평화 태화강 국가정원 프로젝트’의 경우 국가정원을 확장하는 사업이 지속되면서 지역의 랜드마크로서 자리매김하고 있지만, 과도한 시설물이 채워지면서 본래 생태정원으로서의 본질이 훼손되어 ‘정원’이 아니라 실상 ‘공원’라는 비판이 제기되었고(경상일보, 2024. 03. 18.), 일각에서는 이러한 단순한 분류에 반박하며 태화강 국가정원과 같은 ‘공공 정원’이 ‘공원’이라는 의견을 펼치기도 했다(환경과조경, 2024. 03. 22.). 이러한 현상은 ‘정원’과 ‘공원’에 대한 법․행정적 정의와 조경 전문 분야에서의 학술적 의미가 서로 달라 발생한다3). 한편으로, 공원과 정원의 경계가 흐릿해지는 현상은 사적인 성격의 정원과 공적인 성격의 공원이라는 이분법적 선입관을 해체하며 다양한 유형의 녹지를 다룰 수 있는 유연한 정책 추진의 가능성을 제공할 수도 있다. 앞서 설명했듯이, 하워드의 정원도시는 주택 정원, 공공 정원, 공원, 농경지, 그린벨트 등을 체계적으로 연계하는 전반적 녹지 시스템을 지향했고4), 실제로 근래 지자체의 정원도시 정책의 지향점과 행정조직도 그러한 경향을 따르고 있다. 하지만, 지자체는 정원도시 프로젝트 중 정원박람회와 같은 대형 이벤트, 가로변을 비롯한 도심부의 초화류 식재, 국가정원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사실상 초화류가 식재된 공간이라는 일반적 용례로서의 정원을 강조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Daily DG News, 2024. 04. 04.).
이러한 용어 사용의 혼재 양상은 우리말과 영어의 사전적 의미의 일부 차이에서 발생한다. 국립국어원의『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우리말 ‘정원’은 “집 안에 있는 뜰이나 꽃밭”을 뜻한다(표준국어대사전, 2024). 한편,『옥스퍼드 사전(Oxford English Dictionary, 2024)』는 ‘garden’을 명사와 동사로 구분하고 다양한 의미로 정의한다. 명사로서 garden은 우리말 정원의 의미에 가까운 “꽃, 과일, 채소를 경작하는 땅 […] 특히 사유지와 같은 건축물에 인접한 땅으로, 종종 잔디, 꽃, 나무 등이 [식재되어 있고] 일반적으로 레크리에이션의 용도로 사용되는 땅”이라는 의미뿐 아니라, “풍요로운 지역”, “식물과 나무로 장식되거나 여타의 전시품으로 꾸며져 공공 레크리에이션이나 엔터테인먼트 등의 용도로 사용되는 위요된 공원이나 부지” 등을 지칭하기도 한다. 또한, 동사로서 garden은 “정원을 가꾸거나 경작하고, 원예 작업을 수행하고, 꽃․과일․채소를 재배하다”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국내 지자체는 정원도시 추진 과정에서 정원을 다층적이면서 동사로서의 의미 대신 꽃밭이라는 한정적 명사로서의 의미로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정부 기관과 지자체는 정원, 공원, 정원도시 등 유사 용어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범위, 조성 목적, 기능, 관리 주체에 관한 법제도를 정비하고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여 정원도시 프로젝트 추진 시 혼란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정원도시는 정원과 도시의 합성어로, 정원과 도시를 물리적으로 결합한다는 의미를 넘어서 광범위한 관점에서의 정원, 다시 말해 다양한 종류와 형태의 녹지 공간을 유기적으로 연계한 도시 체계의 구축을 함의하고 있다. 이처럼 정원도시에서 정원은 정적인 명사로서의 꽃밭보다 광범위한 녹지 체계를 의미하는 그린 인프라를 지칭하고 있다. 정원도시에서 ‘정원’뿐 아니라 ‘도시’라는 용어의 범위 확장도 요청된다. “일정한 지역의 정치․경제․문화의 중심이 되는, 사람이 많이 사는 지역(표준국어대사전, 2024)”을 넘어 그린 인프라와 여타의 도시 인프라를 통합하는 도시계획 및 설계, 즉 어바니즘(urbanism)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녹지 공간을 활용한 어바니즘으로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Landscape Urbanism)을 다시 언급할 필요가 있다.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은 20세기 후반 조경 이론과 실무에 등장한 ‘경관으로 도시를 디자인하는 태도’로서, 경관을 “도심 속의 고립된 섬이 아닌 혈관처럼 뻗어나가는 인프라스트럭처”로 이해하여 생태적 프로세스 중심의 설계 전략을 지향했다(Corner, 2003; 조세환, 2010; 이명준, 2022: 32-34). 이러한 점에서,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은 녹지를 도시 인프라로 이해하는 그린 인프라와 지향점을 공유하고 있고 상술했던 정원도시의 주요 관점인 생태 친화적 도시 체계 조성과도 유사하다.
앞서 검토했듯 지자체의 행정조직은 이전의 도시숲, 둘레길 등 그린 인프라 프로젝트를 포용하여 정원도시 정책을 추진하면서 탄소저감과 기후변화 이슈에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그린 인프라 프로젝트가 단순한 녹지 공간 확충 역할에 집중되어 개별적인 녹지 공간으로 기능할 뿐 개별 녹지의 연결 부족과 도시 전체를 아우르는 통합적 녹지 체계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는 시선이 제기되어 왔다. 이에 따라 국가와 지자체는 도시와 그린 인프라를 통합적으로 계획하고 관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산림청의 제1차 정원진흥기본계획은 정원 인프라의 양적 성장은 성취했지만 정원 인프라의 수도권․호남권 집중에 따른 정원의 지역 간 불균형 문제가 제기되어,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제2차 정원기본계획에서 거점 역할을 수행하는 공공정원으로서 국가정원과 지방정원 확충, 지역 정원으로서 민간정원 발굴 및 관광 자원과의 연계를 통해 통합적인 정원 계획 및 관리를 추진하고 있다(산림청, 2021). 또한, 서울시의 ‘초록길 사업’은 숲, 공원, 정원 등의 녹지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여, 둘레길, 숲길, 도심길, 가로숲길 등 도시의 다양한 길을 연결하여 통합적인 녹지 네트워크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내 손안에 서울, 2022. 02. 21.). 유사하게, 서울시의 ‘매력가든․동행가든’은 입지와 유형에 따른 다양한 녹지 형태를 탐구하고 산, 한강 등과 연계된 그린 인프라 구축을 통해 일상의 자연 문화라는 라이프스타일의 혁신을 꾀하고 있다(서울특별시, 2024. 03. 07.)이외에도, 광명시는 ‘정원문화도시 사업’의 일환으로 ‘스위치 온(Switch on) 정원도시 광명’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구도심과 신도심의 지역적 특수성을 고려해 둘레길, 띠녹지, 교통섬, 자전거도로, 공동정원, 공생정원을 포함하는 다양한 종류의 정원을 조성하는 통합적인 녹지 정책을 구상하고 있고(Lafent, 2024. 03. 28.), 광주광역시는 ‘깨끗하고 아름다운 광주 만들기 사업’을 통해 공원, 하천, 강, 도로 등 도시 인프라를 통합적으로 고려하여 정비했다(연합뉴스, 2022. 04. 20.).
또한, 녹지 공간의 지역 편중에 따른 녹지 소외지역 발생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지자체의 방안도 주목된다. 일례로, 울산시는 국내 두 번째 국가정원 지정이라는 성과를 냈지만, 국가정원이 위치한 도심을 제외한 주변부 지역에서는 거점 공원 부족에 따른 공원 소외지역이 발생해 도시 전체를 정원도시라 부르기 힘들다는 의견이 제기된 바 있다(경상일보, 2021. 07. 08.). 이후 울산시는 권역별로 거점 공원을 선정해 주변 지역 및 녹지와 적극적으로 연계하는 정책을 통해 정원 인프라를 도시 전반으로 확대하고 있다. 또한, 전라남도는 ‘전라남도 정원 진흥 기본계획’의 일환으로 순천만 국가정원을 중심으로 하여 전남 지역의 그린 인프라의 균형적 분포를 위해 지방정원, 민간정원을 발굴하고 적극적으로 연계하고 있으며(전라남도, 2018), 이와 유사하게 대전광역시는 ‘제1차 대전시 정원진흥 실시계획’을 통해 지역 정원문화의 거점이 될 공원과 정원을 발굴하여 이를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대전광역시, 2024. 04. 15.). 이러한 그린 인프라 구축은 생태적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방안이 되기도 한다. 춘천시는 ‘호수지방정원 조성사업’을 통해 의암호 일대의 육상, 호수, 습지 등의 생태계를 활용한 테마별 정원을 조성하여 생태 친화적 정원 조성을 표방하고 있다(Landscape Times, 2023. 09. 18.). 이외에도, 지자체 프로젝트 추진 과정에서 쟁점이 되어온 생태적 지속 가능성에 대한 문제가 정원도시 프로젝트에서도 주목된다. 예컨대, 제주도는 ‘제주국가정원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서귀포시 물영아리 오름 일대에 제주 신화와 지역 목축 문화 모티브의 정원 및 오름을 활용한 정원을 조성하는 국가정원조성사업을 추진했으나 환경훼손에 대한 우려로 무산된 바 있다(뉴스1, 2019. 10. 16.). 최근에 유행하는 초화류 플랜팅이 장기적인 생태적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도 재고할 여지가 있다. 이러한 점에서, 정원도시는 그린 인프라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도시 인프라와의 연계를 통합적으로 계획․관리하며 생태적 지속 가능성을 지향하는 가든 어바니즘으로서 실천될 필요가 있다.
정원도시 프로젝트 추진에서 자발적인 주민 참여를 통한 지역 공동체 활성화는 중요한 지향점의 하나이다. 정원 활동을 통한 커뮤니티 활성화는 앞서 설명했듯 역사적으로 하워드의 정원도시의 주요 목적의 하나이면서 근래의 국내 정원도시 출현 이전부터 녹지 정책에서 중요하게 간주되어 온 관점으로, 정원도시가 새로운 도시 슬로건으로 각광받으며 ‘정원’의 공동체적 기능이 보다 부각되고 있는 양상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근래의 정원도시 프로젝트 추진 과정에서는 기존의 커뮤니티 정원에 나타났던 문제점과 해결 방안이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대전시 서구 관저동의 생활밀착형 숲, 일명 생활정원 조성사업은 주민 의견 수렴과 정보 공유 없이 사업을 추진하여 주민들의 불편을 초래했다(관저마을신문, 2023. 03.). 한편, 경기도 ‘마을정원 조성사업’, 순천 ‘저전동 정원마을 도시재생사업’, 전주시 ‘천만그루 정원친구들’ 등의 프로젝트는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관리 및 주민 간 교류를 통해 지역 공동체 활성화에 기여했다고 평가받는다(Landscape Times, 2022. 05. 04.; 매일경제, 2023. 04. 13.; 경기도메모리, 2023.12.20.). 또한, 세종시의 ‘중촌동 가재마을 정원관리단’은 시민 참여 방안으로 정원도시 전문가 양성, 시민조경사 자격증제 마련 등의 교육 프로그램을 제안하였고, 대구광역시의 ‘대구시 시민정원사 교육과정’은 정원 활동을 통한 봉사를 활성화하고 지역 정원 관리를 위한 정원사를 양성하면서 지역 시민을 단순한 정원도시의 사용자로서가 아니라 미래 정원도시의 능동적 디자이너로서 활동할 가능성을 제공한다(대구광역시 뉴스룸, 2022. 02. 15.; 세종방송, 2024. 06. 11.).
정원도시 추진 과정에서 주목되는 쟁점의 하나는 지역 주민과 외부 관광객 사이의 다소 상충되는 요구와 오버 투어리즘(Overtourism) 문제이다. 주지하다시피 정원도시가 지자체의 도시 슬로건이 된 계기이자 현재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되는 프로젝트의 하나는 정원박람회이다. 이러한 대형 행사는 관광객 유치가 곧 최대 성과가 되기에 관광객을 위한 프로그램이 주로 운영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추진 과정에서 지역 거주민의 요구와 선호, 관심사 등을 충분히 반영해 궁극적으로 주민들이 주체가 되는 정원박람회 추진이 필요하다(환경과조경, 2024. 06. 04.). 또한, 관광객 지향의 프로젝트 추진에는 관광객의 수용 가능 범위를 초과하여 거주민의 생활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하는 이른바 오버투어리즘 문제가 제기되기도 한다. 잘 알려졌듯이 오버투어리즘 문제는 서울의 북촌 한옥마을, 부산 감천문화마을, 통영의 동피랑 마을, 경주의 황리단길 등 주로 거주지와 인접한 관광지에서 일어나는 문제점으로(김송이 등, 2019; 윤혜진, 2020), 정원박람회를 비롯한 정원 부지가 관광지와 주거지 등과 연계되어 있을 때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지자체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순천시의 2013년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는 순천만습지에 과도하게 집중된 관광객으로 인한 환경오염과 서식지 훼손 우려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대책 중 하나로 관광객 분산을 위해 도심과 순천만 습지 사이에 개최하여 성공을 거두었고(서울의 소리, 2018. 11. 05.; 순천만습지 홈페이지, 2024), 이후 박람회 부지를 인근으로 확장하고 순천만습지와 연계해 정원 관광 클러스터를 구축하여 2023년 다시 한번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이러한 점에서, 정원도시 정책은 오버투어리즘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고 관광객과 주민을 포함한 다양한 이용자의 니즈를 파악하여 추진할 필요가 있다.
정원도시 프로젝트가 단기적 박람회 이벤트로 소모되지 않고 진정한 도시 정책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지속 가능한 관리가 필수적이다. 관리의 문제는 비단 정원도시 프로젝트뿐 아니라 도시, 녹지, 건축 등 건조 환경(built environment) 관련 정책 추진에서 주안점이 되어 왔다. 특히, 정원도시는 기존의 도시 슬로건과 다르게 정원박람회라는 대형 이벤트와 국가정원과 같은 구체적인 공간 구축이 중심이 되기 때문에 사후 지속 가능한 관리와 활용 방안에 대한 모색이 중요하다. 순천시의 순천만국가정원의 경우, 박람회 종료 이후 부지 내 시설의 특성을 고려하여 공공성과 경제성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주요 시설의 기능을 전환하거나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계절별, 테마별 문화행사를 추가적으로 마련하는 등 지속 가능한 활용 방안을 강구하였다(순천 광장신문, 2023. 11. 07.). 수원시가 2022-2024년도에 추진한 ‘손바닥 정원’은 유휴 부지 및 자투리땅을 활용해 도심 속 정원을 확충하고자 한 프로젝트로 관리 인력 부재로 인해 수목이 고사하는 등의 문제가 제기되어, 이를 정책적으로 보완하기 위해 ‘수원시 손바닥정원 조성 가이드 라인’(수원특례시, 2024. 08. 09.)을 제작해 배포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기존의 옥상녹화나 벽면녹화 사업과 같은 도심 내 건축물을 활용한 녹지 공간 확대 사업이 정원도시 슬로건 아래 추진되면서 지속 가능한 관리에 관한 관심이 증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순천의 ‘조곡동․덕연동 행정복지센터 벽면녹화 사업’의 경우 기존 유사 사업이 강조한 장식적 시각효과보다 도시의 생태환경과 시설의 유지관리를 고려하여 지속 가능성의 효과를 창출하고자 했다(Lafent, 2022. 2. 23.). 이러한 프로젝트는 녹색 식물이 도시 회색 공간(gray space)에 부여하는 생명애(biophilia)라는 시각적․심리적 효과와 더불어 미세먼지 저감, 도시열섬 현상 완화, 그늘 제공 등의 효과를 창출하고 있다.
나아가, 정원도시 정책과 관련 프로젝트 추진에 있어 지자체 간 협력 체계 구축이 요청된다. 최근 여러 지자체에서 유사한 정원 이벤트를 비슷한 시기에 개최하거나 국가정원 추진에 과열된 경쟁 양상을 보이면서 문제가 제기된 바 있다(조선일보, 2023. 03. 17.). 일례로, 서울시와 경기도의 경우 2023년 정원박람회를 같은 날 개최했다. 물론, 정원박람회는 식물의 생장 주기와 지역 이벤트라는 특성을 고려하면 봄이나 가을에 운영하는 게 일반적이다. 다만, 정원박람회 구성 프로그램이 세계정원이나 작가정원처럼 대동소이한 경우가 빈번해 비슷한 정원 경관이 반복되고 지자체 간 경쟁이 우려된다. 따라서 유사 행사를 추진하는 인접 지자체 간 협력 체계를 구성해 지역의 차별화된 자원을 파악하고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관련 의견을 공유하고, 지자체 간 연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필요가 있다. 또한, 지자체 내부 부서 간의 협력 체계와 효율적 운영도 중요하다. 정원을 담당하는 부서의 잦은 명칭 변경이나 신설, 여러 부서의 정원도시 관련 사업 추진 등으로 인해 정책의 일관성 및 지속 가능성이 떨어지고 전문성 확보가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최근 서울시의 ‘푸른도시여가국’의 명칭이 ‘정원도시국’으로 개칭되는 과정에서 해당 부서가 담당하던 기존의 업무를 포괄하는 이름으로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환경과조경, 2024. 04. 16.). 영어 명칭의 경우 ‘Park & Recreation Bureau’에서 ‘Garden-City Bureau’로 변경되면서 사실상 부서명에서 다루는 물리적 대상이 ‘공원’에서 ‘정원’으로 바뀌었다. 부산의 경우 유관부서인 ‘산림녹지과’와 ‘공원정책과’가 각각 ‘환경물정책실’과 ‘도시정책국’으로 분리되어 있어 비능률적이라는 지적이 있었고(Landscape Times, 2023. 11. 09.), 최근 ‘푸른도시국’을 신설해 녹지 정책을 통합적으로 추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정원도시 정책 추진은 담고 있는 내용의 특성상 조경 분야뿐 아니라 산림, 원예, 도시, 건축, 예술 전문가가 협력하는 다학제적 접근이 요청되며, 이를 위한 관련 부서와의 협력 체계 구축과 효율적 조직 운영이 필요하다.
5. 결론
이상에서 살펴보앗듯, 이 연구는 근래 전국 지자체의 슬로건으로 주목받고 있는 정원도시 프로젝트의 추진 동향을 살펴보면서 추진 과정에서 나타나는 이론적․실무적 쟁점을 비판적으로 검토하였다. 정원도시 개념은 20세기 초 하워드의 전원도시부터 시작하여 국내외 조경과 도시 계획과 설계에 면면히 영향을 주어 왔으며, 최근 지자체의 정원도시 정책은 일견 정원박람회와 국가정원 등 정원이 부각되어 있지만 실상 그것이 다루는 범위는 공원, 숲을 포함하는 그린 인프라 전반을 아우르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정원도시 프로젝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민 공동체 형성’, ‘생태 친화적 도시 체계 조성’, ‘도시 정체성 구축’과 같이 기존의 정원, 공원, 도시 디자인에서 주목되어 온 다소 광범위한 이론적 관점이 요청되었다. 또한, 정원도시는 아직 용어의 정의가 구체적으로 법제화되어 있지 않고 대신 다수의 지자체 조례에 ‘정원도시’라는 용어가 등장하면서 법적인 근거가 차차 마련되는 추세에 있었다. 이와 함께 지자체는 행정조직 재편을 통해 정원도시 전담 부서를 신설하거나 기존 부서의 명칭을 변경 혹은 통폐합하면서 프로젝트 실천을 위한 변화의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정원도시를 표방하는 주요 지자체 프로젝트들의 추진 과정에는 다음과 같은 이론적․실무적 쟁점이 발견되었다. 첫째, 타 지자체의 정원박람회와 국가정원과 같은 성공 사례를 모방해 차별성이 부족한 유사한 정원 경관이 조성되는 경향이 있었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지역 고유의 정체성을 반영한 정원 자원 발굴 노력이 관찰되었다. 둘째, 지자체는 기존의 녹지 정책 전반을 포괄하는 행정 재편을 통해 ‘정원’이라는 개념을 다양한 종류와 형태의 그린 인프라로 확장하고 있으면서도, 실제 프로젝트 추진 시에는 대중적 의미인 초화류가 식재된 공간 조성을 강조하는 경향을 보였다. 따라서 유사 용어의 다양한 관점의 의미를 검토해 정원도시의 정의와 구체적 내용을 법적․제도적으로 확립할 필요가 있다. 셋째, 정원도시 프로젝트는 초기의 정원 인프라의 양적 확충을 넘어서 다양한 녹지 공간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통합적 녹지 체계로 전환하려는 노력이 관찰되었다. 이러한 점에서, 정원도시는 정원으로 장식된 지역이라는 의미를 넘어서 다양한 녹지를 포함하는 그린 인프라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도시 인프라와의 통합적 연계를 지향하는 어바니즘 전략으로 실천될 필요가 있다. 넷째, 정원도시 프로젝트 과정에서 주민 참여와 지역 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지자체의 프로그램 모색이 발견되었고, 정원박람회와 같은 대형 이벤트 추진에 있어 관광객과 지역 주민의 상충하는 요구 사항을 두루 반영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지자체는 정원박람회 부지의 향후 활용 방안을 비롯한 프로젝트 공간의 지속 가능한 관리를 위해 노력하고 있었고, 유사한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인접 지자체 간 그리고 지자체 내부의 유관 부서 간 협력 체계를 구성해 연계 프로그램 개발과 효율적이고 유연한 프로젝트 운영이 요청된다.
이 연구에서 정원도시 이론적․실무적 쟁점 도출 과정과 결과에는 다음과 같은 한계가 있다. 먼저, 정원도시 정책은 정원 프로젝트뿐 아니라 공원, 도시숲, 둘레길, 옥상․벽면녹화를 포함하는 기존의 녹지 프로젝트 전반을 포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연구에서 도출한 쟁점의 일부, 예컨대 ‘주민 참여와 지역 공동체 활성화’와 ‘지속 가능한 관리와 지자체․부서 간 협력 체계 구축’은 정원도시 출현 이전의 녹지 프로젝트에서도 유사하게 제기되었던 문제라는 점이다. 이러한 프로젝트의 광범위함은 또 다른 연구의 한계인 주관성과 일반화의 문제를 야기한다. 연구의 결과인 정원도시 프로젝트의 쟁점은 주요 지자체의 정원도시 프로젝트의 과정을 관련 자료의 실증적 검토를 통해 귀납적으로 도출했지만, 서두에 언급했듯이 이 연구는 비평적 접근을 취했기에 연구자의 주관적 견해가 다소 개입되어 있다. 또한, 이 연구는 정원도시 프로젝트로 간주되는 정원 및 정원 이외의 녹지 관련 사업을 고루 검토하면서 쟁점을 도출했지만, 정원도시 프로젝트를 전수조사한 결과는 아니라는 점에서 여전히 일반화의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 연구는 정원도시 프로젝트 추진에서 관찰되는 ‘지역성을 반영한 프로젝트 차별성 확보’, ‘정원 개념의 확장’, ‘그린 인프라와 도시를 통합하는 가든 어바니즘’이라는 쟁점을 도출하여 기존 녹지 정책 연구에서 잘 논의되지 않아 온 특수성을 발견했다는 의의가 있다. 현재 지자체의 정원도시 프로젝트가 조경의 영역이라고 여겨져 온 녹지 프로젝트 전반을 다루고 있기에 정원도시 시대에 조경계의 대응이 요청된다. 본문에서 논의했듯 정책 분야에서는 우선으로 법제도적 정비를 통해 정원도시 및 유사 용어의 정의와 종류, 구현 방법 등에 대한 논의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 한편으로 이론적으로 조경의 전문성을 재고하게 한다. 주지하다시피 19세기 후반 프레드릭 로 옴스테드(Frederick Law Olmsted)와 칼버트 복스(Calvert Vaux)가 조경가(landscape architect)라는 말을 우리 분야의 전문가를 지칭하는 용어로 최초로 사용할 당시 그 전문성의 요체는 녹지를 활용한 어바니즘적 접근이었다(Waldheim, 2014: 189). 또한, 상술했듯이 하워드의 정원도시는 꽃으로 도시 표면을 미화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종류와 규모의 녹지를 체계적으로 연계해 도시 문제를 해결하는 도시 계획 아젠다였다. 최근 국내 지자체의 정원도시 정책이 초화류를 이용한 도시 경관 정비를 표면적으로 강조하면서 조경을 원예로 축소하고 있지는 않은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와 함께, 조경가는 어바니스트로서 전문가적 역량을 실무, 행정, 이론 분야에서 발휘하여 정원도시 시대에 조경의 존재 이유에 대해 대중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