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급격한 도시화와 사회발전으로 인해 가족 형태가 변화하면서 반려동물을 가족 구성원으로 인지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이서윤, 2009). 농림축산검역본부 조사에 따르면, 2012년 국내 반려동물 보유 가구는 전체 가구의 17.9%인 359만 가구였으나, 2022년에는 25.4%인 602만 가구로, 10년 만에 243만 가구가 증가했다(김병용, 2022). 같은 기간 반려견의 수는 2018년 130만 마리에서 2022년 302만 마리로 급격히 늘어났다. 반려견 수의 증가와 함께 반려견으로 인한 사건․사고도 늘어나면서, 반려인과 비반려인 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반려인과 비반려인 공존 보고서에 따르면, 두 집단 모두 반려견으로 인해 일상 속 발생하는 문제를 우려하는 수준이 높았고, 주된 갈등의 원인을 반려견의 안전 위협 문제로 꼽았다(박서연과 진현준, 2023). 반려견의 물리적 위협 중 특히 개 물림 사고는 상해․사망까지 일으키며, 매년 2,000건 이상 발생하고 있다. 소방청에 따르면, 2023년까지 최근 3년간 개 물림 사고로 인한 병원 이송 환자가 6,600명이 넘는다고 발표했다. 반려견 안전 위협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는 사회화 부족, 부적절한 사육 환경, 견주의 관리 소홀, 유전적 및 환경적 요인이 있다(김성호 등, 2023). 이에 반려견 사회화 교육은 문제행동 예방과 개 물림 사고를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유지현과 김수미, 2020). 반려견 놀이터는 스트레스 감소, 운동량 증가, 사회적 상호작용 기회 제공 등 반려견의 생리적․심리적 복지를 보장하며(유예슬 등, 2024), 반려견 관련 안전 위협 사고를 줄이는 데 기여한다(Foltin and Ganslosser, 2021). 이러한 배경에서 목줄이나 입마개 없이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반려견 놀이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기존 반려견 놀이터는 물리적 환경, 프로그램, 경관적 측면에서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이재호, 2018). 반려견으로 인한 사건․사고를 예방하고 반려인과 비반려인 사이의 갈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기존 반려견 놀이터의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는 공간이 제시되어야 한다.
현대사회에서 도심 속 반려견은 더 이상 단순한 가축이 아닌 가족의 일원으로 인식되며, 정서적․사회적으로 중요한 존재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인식 변화에 따라 반려견이 장애물 없이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반려견 놀이터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실제로 그 수 역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설의 양적 확대에만 집중한 결과, 질적 수준이 부족한 반려견 놀이터가 다수 조성되었고, 이에 따라 다양한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반려견 놀이터는 공원 내 시설물로 조성되지만, 반려인과 비반려인의 공존을 도모하고 갈등을 완화하는 본연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반려견 놀이터가 도시공원 내에서의 포용적 공간으로 자리 잡는 데 한계를 드러내며, 오히려 사용자 간의 갈등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본 연구는 비반려인과의 갈등을 완화하고, 건강한 반려견 문화를 조성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도시공원을 제안한다. 제안된 반려견 친화적 도시공원은 반려견과 반려인을 위한 수준 높은 야외 활동 공간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비반려인과도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설계적 요소를 포함한다. 이러한 설계를 통해 도시의 지속 가능성과 사회적 연대감을 강화하며, 도시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과거 산업활동의 축소와 중단으로 인해 방치된 유휴산업시설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시설들은 높은 개발 잠재력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시 미관을 저하하고 환경 문제를 유발하며 경제적 손실을 초래하는 등 다양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윤성훈, 2023). 현재 유휴산업시설은 여러 방향으로 개발되거나 재활용되고 있지만, 적절한 지침과 보호의 부재로 인해 잠재 가치를 실현하지 못하고 방치되어 있는 사례도 많다(왕영과 윤지영, 2023). 도심 내 방치된 유휴산업시설은 도시재생의 중요한 자원이 될 수 있으며,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본 연구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대안으로 유휴산업시설을 반려견을 위한 공간으로 재구성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이에 설계 대상지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에 위치한 폐 하수처리장으로 선정한다. 반려견 공간으로의 전환은 단순한 공간 재활용을 넘어, 도시재생과 반려동물 공공복지 증진에 기여할 수 있다. 반려견과 반려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동시에, 도시민 간의 공존을 촉진하는 공간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동물의 활동을 중심으로 한 공간 활용은 기존의 인간 중심적 개발 방식과는 차별화된 접근으로, 경제적 측면에서도 타당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 설계를 위한 이론적 고찰
반려견 놀이터는「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이하 공원녹지법)」시행규칙의 9가지 공원시설의 종류 중 그 밖의 시설에 포함되는 동물 놀이터이다. 동물 놀이터는 10만m2 이상의 근린공원 또는 광역 지차제 및 인구 50만 이상 대도시 조례로 정하는 주제공원 중 문화공원과 체육공원에 공원시설로 설치할 수 있다. 반려견 놀이터에 대한 정의는 법령 및 각 자치법규, 지자체 조례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서울시에서 정의하는 반려견 놀이터는「서울특별시 동물보호 조례」2조 9항에 따라 반려 목적으로 기르는 개가 소유자와 함께 뛰어놀 수 있도록 일정한 공간에 울타리를 둘러 만든 시설을 의미한다. 2022년 12월 개정된 하천법 제33조에 따르면, 하천변 반려견 산책 사례가 늘며 근린공원 외 하천변에도 반려견 놀이터 조성이 가능해졌다. 반려견 놀이터에 관한 법적 제도가 늘어나며 국내 반려견 놀이터의 중요성에 대한 인지가 높아진 것을 알 수 있다(빈현경과 안옥희, 2018). 2023년 8월 기준, 국내 반려견 놀이터는 123개소로 반려견 야외 활동공간의 유형 중 반려견 놀이터는 그 수가 가장 많고, 도시 지역에서 일상적 접근이 가장 편리한 공간으로 국내의 대표적인 반려견 야외 활동공간이다(유예슬과 손은신, 2023).
국내의 반려견 공공공간은 ‘반려견 놀이터’와 ‘반려동물 공원’으로 구분된다. 반려견 놀이터는 주로 기존 근린공원 내에 조성되는 공간으로,「공원녹지법」에 명시되어 있다. 반면, 반려동물 공원은 해당 법률에 명시되어 있지 않지만, 법률 제15조 제1항 제3호에 따른 ‘주제공원’ 유형을 활용하여 각 지자체 조례를 통해 운영된다. 반려견 놀이터와 반려견 공원은 표 1과 같이 법적으로 구분되지만, 또한 규모에 따라 구분된다. 반려견 놀이터는 극소규모, 소규모, 중규모(4,000m2 미만)가 일반적이며, 4,000m2 이상의 중규모와 10,000m2 이상의 대규모 공간은 반려동물 공원으로 분류된다(유예슬과 손은신, 2023). 반려동물 공원은 반려견 테마파크, 반려견 문화시설, 반려견 문화센터 등의 이름으로 운영되며 반려견 특화 공원의 성격을 띤다.
반려견 놀이터의 공통적인 특징은 대부분 10만m2 이상의 근린공원 및 공공공간 내 일부에 조성되며, 비반려인과의 공간 분리를 위해 울타리가 설치된다는 점이다. 울타리는 주로 1.2m에서 1.5m 높이로 구성되며, 내부에는 반려견이 뛰어놀 수 있는 평지가, 외부에는 반려인을 위한 편의시설이 마련되어 있다. 또한, 안전한 이용을 위해 반려견 체고 40cm를 기준으로 대형견과 중․소형견의 놀이공간을 펜스를 이용해 분리하고 있다. 이용 패턴에 따르면, 성남시 반려견 놀이터 현황 조사 결과, 주말과 공휴일, 그리고 평일 저녁 시간대에 이용자 수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반려인들이 주말과 퇴근 후의 여유 시간을 활용하여 반려견과 함께 시간을 보내려는 경향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반려견 놀이터의 시설은 크게 놀이시설물과 편의시설로 구분된다. 놀이시설물 중 대표적인 것은 ‘어질리티(Agility)’로, 이는 반려견과 반려인이 함께 장애물을 빠르게 뛰어넘고 통과하는 독 스포츠 유형이다. 어질리티 시설은 주로 중규모 이상의 놀이터에 조성되며, 반려견의 활동성과 사회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치된다. 편의시설로는 이용안내판, 배변 봉투함, 벤치, 파고라 등이 일반적으로 제공된다. 이 외에도 일부 놀이터에서는 반려견 음수대, 격리장, 관리소, 쓰레기통 등의 부가 시설이 조성되어 있다(그림 1 참조).
최근 연구에 따르면, 반려견과 반려인을 위한 근린생활권 환경에 대한 만족도가 전반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특히 반려견 놀이터는 가장 낮은 만족도를 보인 항목으로, 개선 사항으로는 목줄 없이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공간에 대한 요구가 높았다(송진경 등, 2022). 경기도 내 반려견 놀이터 이용 후 평가 연구에서도 비슷한 한계점이 확인되었다. 주요 문제로는 협소한 면적, 부족한 그늘 공간, 반려견 이용에 불편한 시설물 배치, 그리고 어질리티 시설의 낮은 이용률이 지적되었다(이재호, 2018).
설계 대상지가 위치한 성남시의 8개소 반려견 놀이터에 대한 현황 분석 결과, 앞선 연구 결과와 공통된 문제점을 찾을 수 있었다. 반려견 놀이터는 일반적으로 1마리당 10m2의 면적이 요구되지만, 표 2와 같이 성남시 반려견 놀이터의 대부분은 해당 기준에 미치지 못해 동시 수용 가능한 반려견 수가 현저히 부족했다. 반려견 소재지 동뿐만 아니라 인접한 동네의 반려견들도 이용하기 때문에 면적 부족 문제가 더욱 심각하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충분한 휴식과 그늘 공간이 갖춰진 곳은 8개소 중 단 2곳에 불과했으며, 대부분의 놀이터에 설치된 어질리티 시설은 이용률이 매우 낮았다. 그 외 조성된 반려견 놀이터의 약 1.5m의 울타리는 공간의 단절을 극대화하며 공원의 개방감을 감소시키고, 주변 경관과의 조화를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결론적으로 성남시의 반려견 놀이터는 규모적, 프로그램적, 경관적 측면에서 다양한 한계점을 드러내고 있다. 이에 따라 적정 면적 확보, 시설 배치 최적화, 휴식 및 그늘 공간 확충, 그리고 어질리티 프로그램 활성화가 필요하다. 이러한 개선이 이루어질 경우, 반려견과 반려인의 만족도를 높이고 지역 내 반려견 문화의 질적 향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반려견의 생리적․심리적 욕구 충족으로 인한 반려견에 관한 갈등 상황도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2024년 11월 기준 해당 반려견 놀이터가 위치한 소재지의 반려견 수
(출처: 공공데이터포털, https://www.data.go.kr/data/15047504/fileData.do.)
이러한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본 연구는 다음의 4가지 설계주안점이자 개선전략을 설정하려고 한다. 적정 면적 확보가 가능한 부지선정, 최적화된 공원시설 배치, 휴식 및 사회교류 공간 확충, 그리고 반려견 전용 프로그램 및 재료 선정이다. 첫 번째 주안점인 면적의 확보는 기본 필요조건으로 부지선정 계획 시 반영이 필수적인 선결사항에 해당한다. 공원 규모가 작고, 도시계획시설 상 공원면적의 추가가 어려운 경우, 주변 녹지 및 오픈 스페이스와의 확장적 연계를 고려한다.
다음 전략인 반려견 놀이터의 공원 대지 내 배치는 반려인과 비반려인의 안정적 공존을 위해 가장 핵심적 전략 항목이다. 물리적 영역 분리 및 적절한 심리적 거리감을 확보하면서도 시각적으로는 연계하여 정서적 소통을 동시에 고려한다. 이러한 양가적인 조건의 만족을 위해 그림 2와 같은 공간구성의 기본 틀을 제안한다. 반려견과 반려인의 주 영역인 반려견 특화영역을 공원의 중앙부에 위요된 구조로 두고, 공원의 경계부는 주변 도시와 연결되도록 열어두되, 공원의 핵심 시설을 반려인과 비반려인이 모두 사용 가능하고 서로 교차할 수 있는 위치에 배치하는 공원의 짜임이다. 영역 간의 관계 설정에서 울타리와 같은 경관 저해요소의 사용을 최소화할 세부 전략으로는 공원 계획부지 고저차의 활용, 기존 구조물의 창의적 재사용, 입체적인 동선의 구성, 그리고 식재 연출을 통한 세부적인 공간감의 구축 등이 활용될 수 있다.
공원 내 휴식과 관련된 세 번째 조건은 비단 휴게 어메니티의 양적 확충의 전략만이 아닌 반려견이 동시대인들의 웰니스에 결정적 존재라는 점과 이웃 간 사회적 소통의 촉매제가 된다는 점을 충분히 반영하려는 의도이다. 공원 방문자의 오랜 머무름을 유도하고 대화와 소통을 지원하는 공간설정과 배치 등을 통해 세대 포용과 교류의 촉진을 기대할 수 있다.
마지막 주안점은 어질리티 프로그램으로 대표되는 반려견 전용 프로그램의 활성화 및 반려견의 특성을 반영한 재료사용과 미기후 전략이다. 반려견의 폭넓은 활동을 지원해 줄 프로그램의 다양화를 기본으로 주변부 공원 경관과 프로그램의 활성화 또한 기대할 수 있다. 반려견의 생리활동으로 인한 악취는 공원 방문자 모두에게 불쾌요소가 될 수 있다. 공원표면의 마감재 선정과 대기순환을 고려한 식재배치는 반려견 공원의 환경을 개선하는 섬세한 전략이다.
국내에서는 반려동물 관련 공공공간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여러 법률에 산재해 있고, 체계적인 설계 가이드라인이 부재한 상황이다. 반려견 공공공간의 설계 방향은 반려견이 서로 또는 사람들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그리고 사람들 간의 소통 방식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다. 이에 대한 정책 연구 자료를 살펴보면, 호주, 캐나다, 일본의 반려견 공공공간 조성 가이드라인이 비교 분석되었다(유예슬과 손은신, 2023). 이를 통해 각 국가가 어떤 기준으로 반려견 관련 공공공간을 조성하는지와 공간 설계에서 중점을 두는 요소를 알아보고자 하였다.
호주 남호주 주에서는「개와 고양이 관리위원회」에서 마련한 도그파크 가이드라인을 통해 반려견 공원의 계획, 설계, 관리․운영 시 필요한 사항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특히 반려견 공원의 설계에서는 활동 구역, 순환 경로, 울타리, 출입 지점, 게이트, 바닥 재료, 식재, 필수 및 선택적 편의시설로 구분하여 설계 지침과 주의 사항을 다룬다. 활동공간의 형태는 공원의 순환 패턴에 영향을 미치므로 선형 또는 비직사각형 형태를 추천하며, 반려견이 활발히 뛰놀 수 있는 공간뿐만 아니라 조용히 냄새를 맡거나 다른 반려견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다양한 환경을 제공할 것을 강조한다. 또한, 반려견이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피난처 공간’을 조성할 것을 권장한다. 바닥 재료는 배수가 잘 되고 내구성이 뛰어나며 반려견이 과속하지 않도록 설계해야 한다. 어질리티 시설보다는 넓은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점도 언급한다(호주 남호주 주 개와고양이위원회, 2013).
캐나다 토론토시는 도시계획국의 가이드라인을 통해 공공 및 민간 편의시설의 포괄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고자 근린 단위뿐만 아니라 건물 및 세대 단위에서도 반려동물 공간을 고려하도록 제안하고 있다. 목줄 없는 오프리쉬 구역은 반려견이 달리고 운동하며 사회화할 수 있는 넓은 공간으로 정의되며, 보행로는 폭이 최소 2.1m 이상이어야 한다. 자갈이나 멀칭재 같은 느슨한 재료는 통행량이 많은 곳에서 피해야 하며, 오프리쉬 구역의 크기에 따라 인조잔디 또는 천연 포장재를 사용하는 것을 권장한다. 특히, 반려견이 주로 소변을 보는 구역은 자갈 포장과 관개 시스템을 활용하여 위생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 놀이 시설로는 장애물과 물놀이 요소를 추가하며, 겨울철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방풍 시설과 난방 바닥재를 도입할 것을 권장한다(캐나타 토론토 주, 2019).
일본 도쿄도 미나토 구에서는 마을 만들기 지원부의 가이드라인에서 도시공원 내 반려견 공공공간 설치 시 고려해야 할 사항을 제시한다. 설계 가이드라인은 면적, 구역, 출입구, 포장 재질, 울타리, 동물 전용 화장실, 음수대 및 세족대, 목줄, 견주 휴식 공간, 안내판 등으로 세분화되어 있다. 울타리는 최소 1.5m 이상의 높이로 설계하며, 소형견과 일반견(대․중형견) 구역을 구분한다. 바닥 재질은 병원균 번식을 억제할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하며, 각 구역에 반려견 화장실과 음수대 및 세족대를 설치해야 한다(일본 도쿄도 미나토구, 2011).
이처럼 법 체계와 제도가 국가마다 상이하지만 표 3과 같이 각 국가의 가이드라인은 울타리 높이, 이중 게이트 설치 등 일부에서 한국의 반려견 놀이터와 유사점을 보인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필요면적 선정, 활동공간 구획, 포장 및 청소를 위한 시스템, 겨울철 이용 가능성 등 지속 가능한 활동공간을 위한 세부적인 설계 가이드라인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러한 국제 가이드라인을 참고하여 반려견 친화공원의 설계 방향과 전략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3. 대상지 분석
본 설계연구의 대상지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 195 일대에 위치하는 29,041m2 면적의 폐하수처리시설이다. 구미동 폐 하수종말처리장은 주민들이 님비(NIMBY)성 집단민원으로 준공 후, 한 번도 가동되지 못한 채 결국 폐기 처분되어 26년간 도심 속 흉물로 남은 유휴산업시설이다(박종진, 2023). 대상지는 성남시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주요 간선도로인 성남대로에 인접해 있어 차량 접근성이 매우 우수하다. 또한 수인분당선 오리역과 신분당선 동천역이 인근에 있어 대중교통 접근성도 확보되어 있다. 특히 오리역과의 도보 거리가 약 450m로 7분 내외로 이동할 수 있어 주민들의 이용 편의성이 높다. 이와 더불어 대상지 주변으로는 주거단지와 상업지역이 혼재되어 있어 다양한 기능과 역할을 담을 수 있는 공원 조성의 잠재력이 높다(그림 3 참조).
2020년부터 반려동물 양육 가구가 증가하는 추세에 따라, 특히 40-50대와 1인 가구에서 반려동물 양육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2023년 반려동물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중․장년층과 1인 가구가 반려동물 양육의 주요 계층임을 확인할 수 있다(오픈서베이, 2023). 대상지와 인접한 성남시 분당구와 용인시 수지구 역시 중․장년층과 1인 가구 비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지역으로, 이는 지역 주민들의 생활상 변화와 반려동물 친화적 환경 조성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대상지 인근의 녹지와 공원은 주거지역 내에 집중되어 있으며, 주로 어린이공원이나 소규모 산책 공원 형태로 조성되어 있다. 이러한 공원들은 지역 주민들에게 일상적인 휴식과 운동 공간을 제공하지만, 독창적이고 지역을 대표할 만한 공원이 부족하다는 한계가 있다. 특히, 탄천 산책로는 대규모 선형공원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나, 다양한 프로그램과 커뮤니티 기능을 포함한 공원에 대한 요구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대상지는 탄천과 동막천의 합수부에 위치해 하천변 산책로와의 연계성이 뛰어난 입지적 강점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두물머리 지형은 자연과 도시를 연결하는 중요한 매개 공간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서측의 오리 근린공원은 체육 및 휴식 공간으로 잘 조성되어 있어 대상지와의 연계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구미동 하수종말처리장의 존재로 인해 접근성이 제한되고 있으며, 동측의 가파른 경사와 차폐식재로 인해 하천변 산책로와의 직접적인 연결도 어려운 상황이다.
대상지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2-3m의 완만한 경사를 이루며, 동측 하천과의 접점에서는 2m 높이의 급경사를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지형적 특성은 공간 내 자연스러운 흐름과 레벨 차이를 활용할 기회를 제공하며, 특히 하천과의 연계성을 극대화하여 자연 친화적인 공원 조성의 잠재력을 내포하고 있다. 또한, 대상지의 토양은 배수 능력이 우수하여 침수와 침식 위험이 낮은 안정적인 환경을 제공한다. 이는 공원 내 수목 생장에 유리한 조건을 마련하고, 식재 관리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이다. 오리 근린공원과 구미동 하수종말처리장 경계부에는 차폐용으로 식재된 스트로브잣나무와 산철쭉이 다층구조를 이루고 있다. 특히, 오리 근린공원 내에는 250년 된 보호수 느티나무가 존재하며, 이는 생태적․문화적 가치를 지닌 핵심 자원으로서 존치 및 보호가 필수적으로 판단된다.
대상지 내 구미동 하수종말처리장에는 침전지 및 포기조동, 소화조, 탈수기동 등 총 7개의 주요 구조물이 있다. 침전지 및 포기조동은 2개의 열로 가로 24m, 세로 112m의 대규모 구조물이다. 그중 하나의 열은 과거 물을 담는 공간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어 수공간 활용을 통해 독창적 공간 연출이 가능하다. 나머지 열은 노출된 콘크리트 구조와 넓은 개방성으로 다목적 공간으로 전환 가능성이 제시된다. 소화조는 원형 공간이 하나의 건축물로 연결된 모습으로 내부 층고가 높고 실과 실이 연결되어 인상적인 공간이다. 탈수기동은 4층 높이로 동막천과 탄천 합수부의 조망이 뛰어나며, 건축물 내 다양한 층고와 큰 개구부를 갖는 특징이 있어 다양한 프로그램 수용을 위한 구조적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그림 4 참조).
4. 기본구상
반려견 친화 공원의 비전은 ‘반려견․반려인․비반려인 모두를 배려하고, 서로 공존 가능한 공원’으로 설정한다. 공존이란 서로 다른 존재가 한 공간에서 조화롭게 상생하며, 상호 존중과 배려를 통해 평화로운 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공존의 철학은 공원 조성의 핵심 원칙으로, 반려견과 반려인, 비반려인이 공원을 이용하며 서로의 필요와 가치를 존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추가적으로 지속 가능한 도시를 실현하기 위해 구미동 하수처리시설의 유휴 자원을 재생산하고, 소외된 공간을 적극 활용하여 모두에게 열린 공공공간으로 탈바꿈시키고자 한다.
이러한 비전 아래에서 2장에서 설정한 설계주안점을 기반으로 공원 조성을 위한 세 가지 세부 목표를 설정한다. 첫 번째 목표는 반려견과 반려인의 만족스러운 여가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다. 반려견이 목줄 없이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넓은 평지와 다양한 활동이 가능한 어질리티 시설 등을 배치하여, 반려견의 신체적․정신적 만족도를 높이고 반려인의 여가 경험을 풍부하게 한다. 동시에, 급수대와 배변봉투함 같은 기본 편의시설과 휴게시설을 마련하여 모든 이용자가 편안하게 공원을 즐길 수 있도록 한다.
두 번째 목표는 반려견을 둘러싼 갈등을 완화하고, 긍정적인 인식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공원의 동선과 공간을 분리, 조망, 공유의 세 가지 유형으로 구획하여 이용자의 선택권을 보장한다. 분리 공간은 반려견과의 신체적․시각적 접촉을 피하고자 하는 방문객을 위한 동선과 공간을 제공하며, 조망 공간은 신체적 접촉은 피하지만 반려견의 활동을 시각적으로 즐기고자 하는 이용자를 위한 공간이다. 공유 공간은 반려견과의 신체적․시각적 접촉을 모두 허용하며, 반려견과 비반려인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이러한 구획은 공존의 가치를 실현하여 불필요한 갈등을 예방하고,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는 문화를 형성한다.
세 번째 목표는 함께 즐기며 조화롭게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다. 기존 반려견 놀이터는 울타리로 경계를 구분하여 공원의 경관을 단절시키는 요소로 작용해 왔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울타리 대신 하하(Ha-Ha) 기법을 적용하여 경계를 조성한다. 이 기법은 물리적 경계를 제공하면서도 시각적 개방감을 유지하여 공원의 연속적인 경관을 보존하고, 자연스럽게 연결된 공원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한다. 이를 통해 비반려인에게는 보이는 즐거움을 제공하고, 반려견과 반려인에게는 만족스러운 여가활동을 보장해준다.
반려견 친화 공원은 3가지의 세부 목표에 맞춰, 6단계의 설계 구현 과정을 거친다. 설계 구현 과정에서는 이용자 측면의 공간 분리 및 프로그램 구상을 기반으로 공간의 개념, 주 동선 및 출입구의 위치 등을 고려하여 공간을 구획하고 시각화하였다.
반려견 친화 공원 설계의 첫 단계는 구미동 하수종말처리장 내 재사용할 시설물을 선정하는 것이다. 존치된 7개 시설물 중 활용 잠재력이 높은 침전조 및 포기조, 농축조, 소화조, 탈수동 총 5개 시설물을 재활용한다.
다음으로, 그림 5의 공간 최적화와 같이 공원 부지를 반려견 특화 공간, 공원 공간, 중립 공간의 세 가지로 구분하여 이용자 그룹에 맞게 최적화한다. 반려견 특화 공간은 주 출입구와 탄천 산책로로부터 적절한 거리를 확보하고, 지형의 경사를 활용할 수 있는 위치에 배치하여 반려견의 활동성을 최대한 유도한다. 공원 공간은 반려견 특화 공간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 배치되어, 비반려인을 포함한 다양한 방문객이 여가와 휴식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된다. 중립 공간은 공원의 중심 역할을 하며, 침전조 및 포기조와 이를 둘러싼 외부 공간으로 구성된다. 이 공간은 반려견과 비반려인 모두가 조화롭게 이용할 수 있는 만남과 교류의 장으로 설계된다. 이러한 공간 분리는 공원이 이용자 간의 공존을 실현하고, 각 공간의 기능과 특성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프로그램 구상 시 반려견과 반려인을 위한 활동을 공원의 특화 프로그램으로 설정하고, 반려견을 동반하지 않는 지역민 및 외부 방문객을 위해 근린공원의 기본적인 프로그램도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한다.
반려견 특화 공간은 놀이 활동 강도에 초점을 맞춰 서측은 Hard Activity 공간, 동측은 Soft Activity 공간으로 구분한다. Hard Activity 공간은 넓은 평지, 수공간, 경사지 등을 활용하여 반려견이 활발히 뛰어놀 수 있는 동적인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Soft Activity 공간은 비반려인 공간 및 중립 공간과 가까운 위치에 배치하여, 비교적 정적인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설계한다.
공원 공간은 동측을 Special Program 공간, 북측과 남측을 Daily Program 공간으로 구분한다. Special Program 공간은 주변 공원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독창적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Daily Program 공간은 산책, 휴식, 체육활동 등 일상적인 활동을 지원하는 공간으로 구성한다.
표 4와 같이 프로그램 구상을 바탕으로 각 공간에 개념을 부여한다. 반려견 특화 공간은 반려견이 목줄 없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오프리쉬존(Off-Leash Zone)과 기존 포기조를 활용한 수영장(Water Space)으로 구성하여 반려견의 신체적, 정신적 만족을 극대화하고 기존 반려견 놀이터에서 경험하지 못한 활동을 제공한다. 공원 공간의 동측은 Culture Space로, 문화․예술․교육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통해 비일상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이는 구미동의 부재한 다목적 공원에 대한 요구를 채워줄 수 있을 것이다. 기존 농축조를 활용한 농축조 연못 및 정원이 포함된 북측과 남측의 Green Area(녹지 및 휴식공간), Exercise Area(체육공간), Child Area(어린이 놀이공간), Parking Lot(방문객 주차 공간)으로 구성하여 일상적인 경험을 지원한다.
중립 공간(Central Space)은 반려견과 비반려인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핵심 공간으로, 침전조 및 포기조 건축물 활용한다. 이는 반려견 목욕시설, 반려견 용품샵, 편의시설, 휴게시설, 중정 정원, 전망대 등으로 구성하여 다양한 활동을 포용할 수 있는 다목적 공간으로 설계된다. 이처럼 각 공간은 다양한 이용자의 요구를 반영하여 조화롭게 설계되며, 반려견과 비반려인이 공존할 수 있는 공원의 역할을 강화한다(그림 6 참조).
반려견 친화 공원의 주 출입구는 3곳으로 설정하여 탄천 및 동막천 산책길과의 연계를 강화하고, 인근 주거단지와 대상지 서측의 공공 및 상업시설과의 연결성을 높인다. 이러한 출입구 배치는 공원의 접근성을 극대화하여 다양한 이용자층의 유입을 유도한다. 주 동선은 공원의 핵심 동선으로, 반려견 특화 공간을 중심으로 공원 공간 및 중립 공간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설계한다. 이를 통해 이용자들이 공원 내 주요 기능 공간을 자연스럽게 통과하며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한다. 부 동선은 각 프로그램 공간을 효율적으로 연결하는 보조 동선으로, 특정 활동이나 프로그램 간의 이동을 용이하게 한다. 산책 동선은 충분한 보행 거리를 확보하여 효율적인 산책이 가능하도록 긴 경로로 설계된다. 이 동선은 하천 산책길과 연계되어 방문객에게 풍부한 자연 경험과 휴식을 제공하며, 공원 전 역을 순환할 수 있도록 구성된다. 이러한 동선 체계는 공간 간의 유기적 연결성을 강화하고, 이용자들이 공원의 다양한 프로그램과 시설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그림 7 참조).
5. 기본 계획 및 설계
대상지 내 3가지로 구획화된 공간은 사람과 동물이라는 이질적인 요소로 인해 서로 단절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그림 9의 a와 같이 반려견 특화 공간, 공원 공간, 중립 공간이 하나의 보행 동선으로 연결될 수 있는 원형의 주 동선을 설정한다. 주 동선은 반려견과 반려인의 편의 및 비반려인과의 안전 확보를 위해 4m 이상의 폭을 유지한다. 인근 대규모 주거단지 및 상업시설로 통하는 주 출입구에서 주 동선으로의 편리한 접근이 가능한 출입동선을 설정하고, 부 동선은 공원 내 원활한 이동과 효율적인 경로 선택을 위해 곡선이 아닌 기하학 형태의 직선형으로 조성한다. 또한 공원 속 머무름 및 산책 활동을 최대화하기 위해 대상지 경계부의 둘레길과 다채로운 곡선의 산책 동선을 조성해 공원 구역을 순환하도록 조성한다. 출입 동선의 폭은 3m로 설정하고, 부 동선 및 산책 동성의 폭은 2m로 설정한다. 오프리쉬존 서측에 위치한 기존의 2m가량의 경사는 계단 및 램프를 배치하고, 그림 9의 b와 같이 센트럴스페이스 2층으로 직접 진입이 가능한 연결브릿지를 조성한다. 또한 오프리쉬존의 모든 방향에서 접근할 수 있는 센트럴스페이스는 내부 계단 및 승강기를 배치하여 모든 방문객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그림 9의 c와 같이 다목적센터와 소화조 전시실 또한 다목적센터 2층과 소화조 전시실 옥상을 연결하는 연결브릿지로 유연한 공원 이용을 가능하게 한다. 센트럴스페이스 및 문화공간의 연결브릿지는 입체적 보행이 가능하게 하여 흥미로운 공원 이용을 유도할 것이다.
대상지 경계 및 연결 산책로 식재 계획은 외부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아 생장 상태가 우수한 가장자리 기존 수목을 최대한 활용한다. 대상지 가장자리 차폐 식재된 높은 밀도의 침엽수류를 대상지 내부로 옮겨 심어 밀도를 낮추고, 공원의 개방성을 확보한다. 다채로운 층위의 경관을 위해 옮겨진 교목 아래 관목 및 초화류의 하부식재로 보완한다. 반려견 특화 공간의 그늘 조성과 반려견으로 발생할 수 있는 악취 정화를 위해 맹아력 높은 수목과 허브 식물을 심고 주풍방향으로의 수목 열식으로 바람길 형성을 유도한다. 또한 반려견의 풍부한 노즈 워크 활동을 위해 식용 가능한 허브류를 심는다. 중립 공간의 센트럴스페이스 중정은 회백색의 사람주나무와 백색 초화류로 콘크리트 구조물과 조화로운 경관을 연출한다. 공원 공간의 잔디광장, 어린이 놀이터 및 체육시설은 저밀도의 녹음 식재로 개방감을 유지하며, 녹지 및 휴식 공간은 고밀도의 교목 중심 식재로 계획한다. 기억의 정원 속 연못 역할을 하는 농축조에는 수련, 꽃창포, 줄, 부들 등의 수생식물을 식재하고 주변 정원은 연못과 조화로운 자연 경관을 연출하기 위해 호습 식물인 비비추, 노루오줌, 앵초 등을 심는다. 더 피크 옥상은 지피식물 위주로 식재하여 전망 관람을 최적화하며, 외부 산책로와의 접점은 경관을 고려해 지피식물 위주로 최소한의 식재를 적용한다.
대상지는 서측 경사 부분을 제외하면 대부분 평지로 구성되어 있어, 투수성 포장을 적용하여 별도의 설비 없이 우수의 투수와 저류 기능을 확보한다. 저류된 빗물은 기본적인 소독을 거쳐 하절기 반려견 수영장에 재활용할 수 있도록 계획한다. 오프리쉬존 내부는 반려견의 활동에 불편함이 없고 여름, 겨울철에도 활동이 가능하도록 잔디블럭 및 목질섬유 멀칭을 사용한다. 오프리쉬존 내부에 설치된 반려견 배변공간은 원활한 배수를 위해 강자갈깔기로 포장한다. 각 배변공간에는 집수정과 연결관을 설치하여 반려견의 소변으로 악취가 나지 않게 배수 계획한다. 오프리쉬존과 연결된 외부 보행로는 주 동선으로 인식이 가능하도록 화강석 판석 포장으로 계획한다. 어린이 놀이터 및 체육시설은 활동성으로 고려하여 적당한 탄력을 가지며 먼지가 일지 않는 포장재인 탄성 고무칩 포장으로 계획하고, 문화공간은 내구성이 뛰어나고 공간별 패턴화가 가능한 소형고압블럭포장으로 계획한다. 센트럴스페이스와 더 피크와 같은 인공지반 공간은 평균 0.1-0.15%의 경사 처리를 통해 표면 배수를 유도하며, 가장자리에 측구를 설치해 효율적으로 우수를 집수한다.
기존 반려견 놀이터는 안전을 위해 울타리로 둘러싸여 있으나, 이는 경관적으로 공간의 분리와 단절을 초래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하하(Ha-ha) 기법을 도입하여, 오프리쉬존 경계부를 시각적으로 감추고 연속적인 경관을 연출하고자 한다. 통상적인 반려견 놀이터 울타리의 높이를 기준으로 최소 1.4m 깊이의 도랑을 조성하고, 그 안에 폭 1m 이내의 콘크리트 인공구조물을 설치한다. 주 동선과 인접한 경계부는 이러한 구조물을 활용해 기능성을 유지하면서도 개방감을 확보하며, 도랑에서 오프리쉬존으로 이어지는 경사는 약 12.5%의 완만한 경사로 반려견과 반려인이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완만하게 설계한다. 본 도랑은 강우 시 링형태의 유수지로 작동하여 홍수피해를 저감한다(그림 10 참조).
센트럴스페이스는 오프리쉬존 범위 내에 위치하면서도 연결 브릿지를 통해 공원 공간과 쉽게 연결되도록 설계되어, 모든 공원 이용자를 위한 중심 공간으로 기능한다. 이 공간은 1층에 반려견 목욕시설, 반려견 용품샵, 카페 및 휴게시설, 전시실, 중정 정원, 관리실을 배치하며, 2층에는 울타리로 둘러싸인 도그 데크(dog deck), 추가 휴게시설, 전망대를 배치하여 다양한 활동을 지원한다. 각 공간은 기존 포기조 및 침전조의 구조 기둥을 활용하여 구획되며, 보행 동선은 최소 하나의 기둥과 기둥 사이를 따라 설정된다. 기둥은 개별 공간의 꼭짓점 역할을 하여 구조적 안정성과 공간적 조화를 동시에 구현한다(그림 11 참조).
반려견이 주로 활동하는 오프리쉬존과 센트럴스페이스는 반려견의 다양한 놀이 활동과 반려인을 위한 편의시설, 휴게시설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설계된다. 성남시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반려견 놀이터는 분당중앙공원에 위치하며, 면적은 1,872m2에 달한다. 그러나 해당 공원의 오프리쉬존은 총 16,144m2로, 반려견 놀이터 면적의 약 8.6배에 이른다. 이 넓은 공간은 반려견들이 자유롭게 뛰어놀며 사회성을 향상시키고, 충분한 신체 활동과 외부 환경 경험을 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 이러한 면적의 여유는 반려견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증진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계획부지의 약 2m의 완만한 경사는 반려견의 신체 활동을 더욱 자극할 수 있는 요인이 될 것이다. 오프리쉬존은 공간이 분리되지 않은 하나의 평지 공간이지만, 상황에 따라 가변형 울타리를 활용하여 공간 분리가 가능하다. 이는 대형견 공간과 중․소형견 공간으로 나뉠 수 있으며, 안전을 고려해 노견과 소형견을 위한 별도 공간도 마련될 수 있다. 반려견의 배변활동을 위한 화장실을 30m 반경으로 총 3개 조성한다. 배변활동으로 인한 악취문제는 식재, 포장 및 배수계획으로 해결한다. 내부에는 넓은 평지 외에도 반려견의 행동 훈련을 위한 어질리티 시설과 포기조를 재활용한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수영장이 조성되어 있다. 어질리티 시설은 가변형으로 설계하여, 반려견 관련 대규모 행사나 필요에 따라 손쉽게 이동하거나 철거할 수 있도록 계획한다. 어질리티 시설에 대한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자세한 이용방법에 대한 안내판을 설치하고, 어질리티 이용에 대한 전문인의 교육 및 훈련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한다. 추가적으로 오프리쉬존은 방문객 주차장과 인접해 있어 반려견과 함께 차량을 이용하는 방문객들이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다.
센트럴스페이스는 보와 기둥으로 구성된 구조물에 유리 외벽을 적용하여 내부에서 외부를 쉽게 조망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2층의 테라스로 이동하여 오프리쉬 존을 더 넓게 조망할 수 있도록 하고, 반려견과의 직접적인 접촉을 꺼리는 이들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이를 통해 반려견의 야외 활동을 내부에서도 관찰할 수 있고, 내부 다양한 시설을 통해 반려인을 위한 편의를 증대시킬 수 있다(그림 12 참조).
공원 내 문화공간은 실외와 실내로 구성된다. 실외는 자유로운 문화 활동을 위한 개방형 야외전시실로, 실내는 소화조 전시실과 탈수기동을 활용한 다목적센터로 구성된다. 소화조 전시실은 깊은 원통형 구조로 설계되어 작품 감상에 최적화되며, 탈수기동은 4층 높이의 건물로 문화예술, 교육, 회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수용한다. 두 공간은 옥상을 연결하는 공중 보행로로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더 피크’는 탄천과 동막천 합수부에 위치한 공간으로, 지붕은 전망대로, 내부는 도서관으로 활용된다. 경사를 일반 계단과 스탠드형 계단으로 조성해 하천변 산책로와 공원의 접근성을 강화하며, 스탠드형 계단은 휴식 공간으로도 활용된다. 오리 근린공원은 확장된 잔디광장과 이동식 의자를 통해 자유로운 휴식 공간을 제공한다. 기존 놀이터는 분수형 수경시설을 추가해 물놀이와 놀이가 결합된 복합 공간으로 조성된다. 또한, 테니스장 외 농구장과 운동기구장을 추가해 다양한 운동 기회를 제공하며, 산책로와 유기적으로 연결해 접근성을 높였다. 이러한 설계는 공원을 반려견만을 위한 공공공간이 아닌 다기능적이고 조화로운 공간으로의 발전에 중점을 둔다.
6. 결론 및 시사점
현대사회의 급격한 도시화와 가족 구조 변화로 인해 반려동물이 가족의 일원으로 인식되면서, 반려견 놀이터는 이러한 변화에 발맞추어 반려인과 반려견을 위한 공공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기존의 반려견 놀이터는 반려견과 반려인이 만족할 만한 충분한 기능과 편의를 제공하지 못하며, 비반려인의 공간과 효과적으로 분리되지 않아 갈등 완화라는 본래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또한, 이용자들의 다양한 요구를 반영하지 못한 설계로 인해 시설의 활용성과 만족도가 낮은 상황이다.
이에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 하수종말처리장의 유휴 산업부지를 활용하여 반려견 친화공원을 조성하는 계획을 제안한다. 이 공원은 기존 반려견 놀이터와 차별화된 넓은 오프리쉬존을 중심으로, 어질리티 시설, 수영장, 노즈워크 공간 등 반려견의 활동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다양한 시설을 포함한다. 또한, 반려견 샤워시설, 용품샵, 휴게시설 등 반려인을 위한 센트럴스페이스를 조성하여 반려견과 반려인이 함께 여가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며, 커뮤니티 활성화를 통해 반려인 간 교류를 촉진한다. 공원의 이용 방식은 이용자들이 반려견과의 접촉 수준에 따라 세 가지로 구분된다. 신체적․시각적 접촉을 피하는 이용자는 공원 공간만을 이용하도록 유도하고, 시각적 접촉은 허용하지만 신체적 접촉을 피하는 이용자는 오프리쉬존 경계부나 센트럴스페이스 2층에서 반려견 활동을 조망할 수 있도록 한다. 신체적․시각적 접촉 모두를 허용하는 이용자는 오프리쉬존과 센트럴스페이스 1층 등 모든 공간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이러한 구획은 공원 내 갈등을 완화하고 이용자 간 선택적 공존을 가능하게 한다.
공원의 경계는 기존 울타리 대신 하하(Ha-Ha) 기법을 적용하여 경관의 연속성을 확보하고, 독창적이며 매력적인 시각적 요소를 제공한다. 또한, 기존 하수종말처리장의 구조물을 재활용하여 공원의 핵심 요소로 활용한다. 침전조와 포기조는 수영장과 센트럴스페이스로, 농축조는 생태연못으로, 소화조는 영상 및 전시 공간으로, 탈수기동은 다목적센터로 전환한다. 이를 통해 공원은 과거 하수처리시설의 역사적 의미를 보존하며, 현대적인 기능을 결합한 지속 가능한 도시 공간으로 재탄생한다. 본 계획은 반려견과 반려인을 위한 포용적이고 조화로운 공간을 제공함과 동시에, 유휴산업시설을 재활용한 도시재생의 새로운 사례로 의의를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