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이 연구는 도시 속 마을 공동체를 유지·재건하는 주민 매개체로 반려견에 주목한다. 현재 한국 사회의 반려동물 보급 상황은 상당한 수준이며, 사회적으로 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증가하며 보편화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의하면 국내 반려동물 시장은 2022년 기준 62억 달러(약 8.5조 원)로 추산되며, 10년 뒤인 2032년에는 미화 152억 달러, 한화로는 약 21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김수경과 이아롬, 2024). 또한 2022년 말 기준으로 반려동물 양육 가구가 552만 가구, 대한민국 인구 5,175만여 명 중 5분의 1 정도인 1,262만여 명 정도가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통계 결과가 보고되었다(황원경과 이신애, 2023). 이렇듯 매해 반려동물 양육 인구는 꾸준히 증가하면서 한국에서 반려동물은 상당히 보편적인 요소가 되었으며, 이러한 맥락에서 반려견 친화적 공간은 이제 조경을 비롯하여 건축이나 도시설계 등 환경설계 분야의 주요한 관심 영역이 될 필요성이 있다.
이 연구의 연구대상지인 해방촌의 인구 사회적 특징을 살펴보면, 주변의 이태원 등 문화지대로 인한 청년층, 외국인, 1인 가구 거주민이 많고 노령인구 역시 다수 존재하고 있다. 해방촌의 1인 가구는 35%(1,711가구)로 서울시 평균을 상회하고, 노령화지수 역시 129.5%로 104.2%인 서울시 평균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서울특별시, 2017). 또 2023 인구총조사 결과 해방촌(용산2가동)의 내국인은 9,715명(86%), 외국인 1,336명(14%)도 외국인 비중 역시 높은 편이다(https://kosis.kr). 게다가 해방촌이 위치한 용산구의 반려동물 수는 자치구 인구 대비 규모에서 서울시 1위를 기록하였다(이진한, 2021). 이러한 인구적 특성들을 고려했을 때, 해방촌은 주민들은 외로움을 달랠 목적으로 반려동물을 양육할 가능성이 높고, 실제로 해방촌에선 반려동물을 흔하게 목격할 수 있다.
반려견 양육자1)들은 반려견 없이 길거리를 산책하는 사람들보다 더 많은 사회적 접촉을 경험하곤 한다. 반려견을 동반해 산책하는 사람들은 반려견을 키우지 않는 사람들이나, 혹은 다른 반려동물을 양육하는 사람들보다 더 많은 이웃 교류에 참여하게 되는 것이다(Koohsari et al., 2021). 즉, 반려견은 서로 모르던 사람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상호작용하는 기회를 만드는 인간관계의 “쇄빙선”이 되어준다(Borrelli et al., 2022). 이렇게 마주친 반려견 양육자들은 반려견을 관계의 중재자로 두고 다른 이웃들과 가벼운 방식으로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반려견과 함께 공원을 이용하는 이용자와 행인들 사이에서 주로 대화 주제는 반려견이고, 이러한 행인들은 반려견 양육자가 반려견 없이 방문하더라도 반려견과 관련된 주제를 언급하면서 대화를 나눈다(Rogers et al., 1993). 즉, 반려견 놀이터나 공원 등에서는 기존에 알던 이웃도, 이전에 전혀 마주친 적 없는 주민이건 간 반려견을 통해 서로가 연결되고 교류 및 소통하는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다(Graham and Glover, 2014). 이렇듯 반려견들의 산책 행동은 이 연구에서 고려하듯 이웃 간의 만남을 촉진해 지역공동체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기능을 가진다. 따라서 이 연구에서는 동네를 산책하는 반려견을 동반하는 공공장소가 주민의 연결(link)을 촉진하는 사회연결망의 노드(node)로 작동할 수 있다는 지점에서(Turner et al., 2018) 반려견 놀이터를 계획하고자 한다.
선행연구 고찰 결과, 반려동물을 양육하는 주민들은 평소 반려견의 산책이나 관련된 우연한 만남 혹은 공동체 활동을 통해 상호작용을 하는 것으로 보고된다(Rogers et al., 1993; Koohsari et al., 2021; Borrelli et al., 2022). 이러한 상호작용 현상은 해방촌에서도 동일할 것으로 사료되며, 반려견 놀이터는 지역 내 자연스러운 주민 교류의 장으로 지역공동체의 친밀성을 촉진하는 공간적 특징을 가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이 연구에선 학부모들이 유치원이나 놀이터 등에서 자연스럽게 관계가 형성되고 끈끈한 커뮤니티가 성립되는 것 같이, 반려견이 지역 주민의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환경행태학적 접근에서 도시에서 고려할 수 있는 주민 커뮤니티 공간으로의 반려견 놀이터의 요소들을 파악하고 계획한다.
2. 이론적 자원 및 문헌 고찰
조경이나 건축 등의 환경설계를 위한 계획 과정에서 주된 자료수집 및 분석 방법은 물리·생태적 측면, 시각·미학적 측면, 사회·행태적 측면의 세 가지 측면으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물리·생태적 접근은 암석권, 수권, 생물권, 대기권 등에서 발생하는 전반적인 생태계 현상에 관한 자료를 수집해 분석하는 방법이다. 이는 조경계획가의 독단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자연과학에 근거한 합리성을 중시하는 접근으로, 이러한 접근에서는 생태적 현상이나 형성 과정이 형태를 지배한다는 조경설계의 기본가정을 두고 경제성이 아닌 인간의 환경 적응 문제라는 관점에서 형성 과정으로서 인간의 가치를 발견하는데 주안점을 둔다. 둘째, 시각·미학적 접근은 전망이나 급경사, 랜드마크 등의 ‘시각요소’와 숲이나 호수, 농경지 등의 ‘경관단위’라는 물리적 환경의 시각적 요소와 이용자의 이미지, 선호도, 연속적 경험과 같은 이용자 반응과의 상호작용에 초점을 맞추는 접근 방법이다. 도시 및 자연경관을 분석하는 미적 형성 과정에서의 분석은 우선적으로 경관을 이루고 있는 각 요소들을 분해하여 그에 따른 특성들을 구분하고. 다음으로 경관의 요소들이 조화되면서 형성하는 동질적인 경관단위들을 분석하며, 최종적으론 그 경관에 대한 주민 반응을 분석하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여기까지 논의된 두 가지 방법은 환경계획 및 설계에 있어서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방법이다. 셋째, 사회·행태적 접근은 일반적으로 환경계획 및 설계에 적극적으로 활용되지 않는다. 다른 이름으로 환경행태학적 접근으로도 불리는 이 방법은 환경 계획가의 주관 및 직관에 의지하는 데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이용자들의 행태에 기초한 환경계획과 설계를 목적으로 한다. 즉, 사람들을 통한 문제점의 파악이 사회 행태적 관점에서 이루어지는 행태학적 접근에서의 환경설계의 시작점이다. 따라서 이 방법론에서는 이용자에 대한 조사와 연구, 이용자의 설계 과정의 참여가 필수적으로 이루어진다(임승빈과 주신하, 2008).
전통적으로 환경설계에는 표현의 창조성이 중요하게 다뤄진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도출해 문제를 개선하는 데 그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설계가들은 필요한 모든 요소를 수집하고, 그것에 우선순위를 두고 관련 요소들을 종합하는 과정으로 접근한다. 그런 측면에서 ‘경험주의(empiricism)’적 접근에서의 행태과학 방법론은 과학적 접근이라는 측면이 다소 실용적이지 않아 보일 수 있고, 한편 표현의 창조적 발현에 충분한 자료가 되지 못하는 것으로 비치기도 한다. 반면에 전통적인 설계접근이 가지는 문제 해결 방식의 치밀함 부족이라는 지점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유용한 접근이 된다(임승빈, 1986). 다만 국내에서는 이러한 방법론이 주로 이용 후 평가에서 다뤄지고 있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서 적용 범위가 넓진 않다는 한계가 있기도 하다.
먼저 반려견 공원의 설계와 관리 전략에 대한 체계적 문헌 검토 연구(Chen et al. 2022)에 의하면, 반려견 공원은 지역사회의 유대감 형성, 사회적 자본 강화, 공공 안전 증진, 그리고 지역 활성화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반려견의 공격성을 감소시키고 양육자 간의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촉진하는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다. 반면 갈등 요소로는 배설물로 인한 위생 문제, 개들 간의 공격성, 그리고 비양육인과의 공간 사용 충돌 등이 있다. 효과적인 반려견 공원 설계를 위해서는 접근성, 공원의 크기, 개별 구역(i.e., 대형견과 소형견 분리), 울타리 및 이중 출입문 설치 등이 제안되었다. 더불어 관리 전략으로는 사용자 및 반려견 교육, 배설물 처리 규정 강화, 자율적 관리(self-enforcement) 정책 도입 등이 포함되었다. 다음으로 반려견을 통한 ‘장소 만들기(place making)’를 시도한 Turner et al.(2018)의 연구에서는 반려견과 함께하는 산책이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증진하는 데에만 있지 않고 반려견 산책은 지역 주민 간 우연한 만남과 소통을 촉진하며, 이러한 교류는 지역공동체의 유대감을 강화하고 ‘건강한 이웃’을 형성하는 데 이바지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 연구는 이러한 상호작용이 단순히 반려동물 중심의 관심사 공유를 넘어, 지역사회 내 신뢰 네트워크와 공동체 돌봄(care community)을 구축하고 공동체 및 사회적 자본의 형성 촉진에 주목해 이를 기반으로 한 설계 개념을 탐구하였다. 특히 이 연구는 GPS 기반 기술과 블루투스를 활용하여 반려견 산책 중 발생하는 멈춤(pauses)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기반으로 인간-동물 경험을 시각화하는 디자인 개념을 제안하였다. 사용자는 산책 중 만난 다른 반려견 및 양육자와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으며, 이러한 네트워크는 반복적인 만남과 신뢰를 통해 강화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반려동물 문화가 한국 사회의 주요한 흐름으로 자리매김하면서 많은 반려견 연구가 진행되어 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반려견과 공간 연구들은 많이 이루어진 상태는 아니다. 국내 선행연구들은 주로 공공주택에서 반려견과 공유하는 공간에 관한 연구나 놀이터, 산책 등과 관련된 연구가 주를 이루고 있다.
먼저 송진경 등(2022)의 연구에 의하면. 설문조사 응답자의 약 47.8%가 하루에 최소 한 번 이상 산책하며 주로 집 근처 산책로나 공원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육자들은 반려견 산책이 자신의 신체 활동 및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인식했으나, 산책 환경에 대한 만족도는 낮았다. 특히 목줄 없이 반려견이 운동할 수 있는 놀이터에 대한 수요가 높았으며, 지불의사금액은 평균 85,618원으로 추정되었다. 연구는 산책 빈도와 반려견 시설에 대한 만족도가 지불 의사에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를 도출하며, 반려견 산책 환경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다음으로 한지영과 한혜련(2023)의 연구에서 서울의 반려견 놀이터들은 접근성과 위치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으나, 편안함과 편의성에서는 개선이 필요하다는 결과가 도출되었다. 따라서 접근성, 편안함, 편의성, 개방성, 연결성 등을 고려한 디자인 개선이 반려견과 양육자 모두에게 적합한 공간 조성에 필수적이라고 제안한다. 한편 유예슬 등(2024)의 연구에 의하면 반려견 관련 민원의 대부분은 옥외 공공장소(i.e., 공원; 하천변; 어린이 놀이터 등)에서 발생하며, 목줄 미착용, 배설물 방치, 소음 등의 문제를 중심으로 갈등이 형성되고 있다. 특히 반려견 동반 산책 및 공공장소 이용 시 펫티켓 미준수가 주요 갈등 요인으로 나타난다. 특히 공원에서는 목줄 착용과 배설물 처리 문제가 빈번히 제기되었으며, 하천변에서는 양육자의 관리 부족으로 인한 단속 강화 요구가 두드러졌다. 더불어 어린이 놀이터와 공원에서는 위생 문제와 안전 문제가 주요 이슈로 나타났으며, 반려견 놀이터 조성에 대한 요구가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반려견들이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반려견 전용 놀이터가 부족한 상황에서 일반 어린이 놀이터 등에서 오프리쉬 등이 빈번하게 일어나면서 생기는 갈등이 크다는 것과 반려견 전용 놀이터의 요구가 높다는 것을 암시한다. 특히 이 연구와 가장 맞닿아있는 연구라고 할 수 있는 오지우 등(2024)의 반려견 친화 공원 설계 연구에서 반려견 특화 공간에는 넓은 오프리쉬존(off-leash zone)2)을 중심으로 어질리티(agility)3) 시설, 수영장, 노즈워크(nosework)4) 공간 등 반려견의 신체적·정신적 활동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포함되었다. 또 반려견과 양육자의 편의를 위해 급수대, 배변봉투함 등 기본 편의시설과 휴게시설이 마련되었다. 독특한 지점은 다목적 중심 공간을 중립 공간으로 활용해 반려견과 비 반려견 양육자들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교류의 장으로 기능하도록 계획했다는 점이다. 여기서 제시하는 설계 주안점은 목줄 없이 뛰어놀 수 있는 신체적 활동의 다양성을 제공하는 것이 반려견 놀이터의 핵심이라는 것을 상기해 준다.
3. 연구 방법
이 연구는 서울특별시 용산구의 해방촌 권역(용산2가동)을 연구 현장으로 한다. 행정동 명칭인 용산2가동 보다 ‘해방촌’으로 잘 알려진 이 지역은, 8.15 광복 이후 귀국한 재외동포들과 더불어 한국전쟁 시기 38선 이북에서 월남한 주민들이 이 지역에 임시로 거주하면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좌우로 후암동과 이태원을 두고 아래로 녹사평 방면으로 긴 삼각형 형태를 한 이곳은 전형적인 구릉지 지형으로 매우 가파른 경사로 이루어져 있다. 2024년 1월 기준, 이곳의 세대수는 5,032세대, 인구는 8,912명이며 총면적은 대략 2.04km2로 용산구 전체 면적 중 9.3%를 차지하고 있다(https://www.yongsan.go.kr/dong/main/main.do?dongCd=02). 이 지역은 노후 주거지역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서울특별시의 근린재생 일반 구역으로, 2021년 도시재생사업이 완료되었다. 해방촌은 청년층과 외국인, 노년층이 어우러져 거주하는 인구학적 다양성이 높은 지역으로. 각 세대와 문화권 별 차이를 염두에 둔 연구가 가능하다. 이렇게 지역적 특성이 강한 해방촌에서는 더 문화적 다양성이 가미된 연구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더불어 해방촌은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많은 인구가 유입되었고, 방문객 역시 증가하여 지역의 활력이 되살아났다. 따라서 해방촌을 사례로 조사 및 분석, 설계를 진행하는 것은 주민 간 연결고리로 기능하는 커뮤니티 공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해방촌에서 주민 커뮤니티 공간이 될 수 있는 반려견 놀이터를 설계하기 위해 전술한 현지조사와 설문조사, 사진유도면담의 세 가지 환경행태학적 분석 전략을 활용해 해방촌의 물리적 요소, 반려견 양육자들과 반려견의 현황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분석하고자 한다. 다만 이 연구에서는 반려견을 키우는 주민들과 반려견을 위한 전용 커뮤니티 공간을 제공하고, 그들 간의 교류를 증진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 따라서 반려견을 양육하지 않는 주민들은 연구의 범위로 하지 않는다. 연구의 시간적 범위는 2024년 5월부터 9월까지로, 이 시기에 조사 및 분석을 진행한 후 설계를 수행하였다.
이 연구는 ‘이용자 중심적(user centric)’ 접근에서 공간을 계획하기 위해 환경행태학적 접근에서 다양한 경험적 연구 방법을 사용하고자 한다. 이 연구의 대상지인 해방촌은 다른 도시 속 마을에 비해 그 고유의 지역적 맥락이 짙다. 더불어 계획의 대상이 되는 반려견 놀이터의 계획에 관한 국내 연구들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반려견과 양육자라는 특정한 이용자가 이용하는 시설 계획을 계획가의 주관 및 직관에 의지해서는 오류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주민 매개 기능을 가지는 커뮤니티 공간이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실재하는 경험이 되기 위해서는 설계 요소 역시 경험적 조사를 통해 구성되는 것이 더 적합하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이용자들의 행태에 기초하는 환경행태학적 방법론을 활용한 대상지 분석 및 설계 주안점의 도출은 적절한 접근 방법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구체적으로 이 연구는 세 가지 분석 전략으로 진행된다. 이 연구의 첫 번째 분석 전략은 현지 조사와 참여관찰이다. 이를 위해 연구진은 해방촌 전역에서 여러 차례의 지리적 조사를 진행하였다. 해방촌 곳곳을 직접 경험하며 유용한 설계적 자원을 발견해야 할 필요성과 더불어, 문제점들을 파악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연구 참여자가 원할 때는 반려견 산책 동반을 함께 진행하였다. 산책을 통해서 반려견과 양육자의 행동 패턴을 파악할 수 있었으며, 개의 특성에 대한 이해도도 매우 높아졌다. 다음으로 두 번째 분석 전략은 질적 분석을 위한 설문조사이다. 설문조사는 개들의 정보, 산책 패턴과 더불어 산책 경로를 직접 그리는 ‘행태 지도(behavior mapping)’, 개방형 문항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인과적 분석을 목적으로 하지 않으며, 해방촌 지역 반려견과 양육자들의 산책 패턴과 특징을 파악하고 유용한 계획 방향을 설정하기 위한 기초조사의 의미가 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분석 전략은 ‘사진유도면담(photo-elicitation interview)’ 방식이다. 사진을 매개체로 사용하는 질적연구방법 중 가장 잘 알려진 방법은 연구 참여자에 의해 촬영된 사진을 가지고 면담을 진행하는 ‘포토보이스(photo voice)’라는 방법이 있다. 반면, 사진유도면담은 연구자들이 참여자들에게 직접 사진을 제시하고 관련한 대화를 촉진하는 방법이다(Harper, 2002; Thomas, 2006; Bigante, 2010; Shaw, 2020). 여기서 사진은 연구자가 제시할 수도 있고, 참여자가 가져올 수도 있다. 사진을 활용한 유도 면담은 참여자의 기억을 더욱 생생하게 해주고, 오해가 발생할 수 있는 부분을 최소화하는 데 기여한다(Shaw, 2020). 특히 사진은 면담을 더 깊고 폭넓게 진행하도록 도와주며, 전통적인 심층면담에서 흔히 겪는 피로감과 반복 문제를 완화하는 데 효과적이다(Collier, 1957). 녹취된 자료는 사례를 다루는 연구의 특성상 코딩을 통한 해석이나 이론화보단 ‘성찰적 주제분석(reflexive thematic analysis)’ 접근 방법에서 연구자의 렌즈를 통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주제나 패턴을 식별하고 해석하는 방식으로 분석을 진행하였다(그림 1 참조).
4. 대상지 분석결과
해방촌의 환경을 조사해 반려견 놀이터를 제공하기 위한 설계적 자원을 확보하고, 경험연구에 필요한 사전적 조건을 확인하기 위한 현지조사를 수행하였다. 조사는 2024년 4월부터 5월까지 4차례에 걸쳐 실시되었다. 처음에는 목적지 없이 해방촌의 이곳저곳을 다니며 살펴보는 방식으로 접근하였다. 이후 기초조사를 통해 발견된 해방촌의 특징적 요소 중, 확인이 필요한 설계 요소들(e.g., 도시재생사업 결과물; 산책로; 흔적 여행길; 정원들)을 직접 찾아 확인하는 방식으로 나머지 조사가 진행되었다.
해방촌 도시재생사업에선 구릉지의 지형과 저층 주거지 밀집으로 인한 불편성을 완화하기 위한 엘리베이터나 계단 등 각종 보행시설의 개선 역시 진행되었다. 특히 이들 시설은 쾌적한 공간이 되도록 공간적 배치에 신경을 쓴 덕분에, 이곳에 앉아 휴식을 취하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하는 주민 혹은 방문객도 종종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를 종합하면 계단시설은 이 연구가 제안하고자 하는 커뮤니티 공간의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는 긍정적인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들 구릉지 지형을 오가기는 쉽지 않은 점이 많았다. 특히 골목이 좁고 인도와 차도가 구분되지 않는 공간이 많은데 이런 지형적 한계를 극복하고 반려동물과 사람이 안전하게 산책하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을 형성한다는 것에 대한 우려가 되는 지점 역시 존재했다. 따라서 이후 조사에서 공간적 시설 현황에 대한 주민들 대상의 조사가 함께 진행될 필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이를 면담을 통해 확인하고자 하였다.
우선 해방촌에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기능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 공간들이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었다. 가장 먼저, 2019년 개최된 해방촌에서의 정원박람회는 해방촌 지역 전역의 작은 공간들을 정원으로 형성해 왔다. 기대처럼 매우 잘 구성되어 있는 정원이거나 위치적으로 방문이 편리한 곳이 아니라는 한계는 있었지만, 삭막한 공간 가운데 뜻밖의 행운처럼 발견된 작은 정원은 매우 좋은 연결고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되었다. 특히 정원 공간을 이 연구의 장소계획에 활용한다면 기존 시설을 잘 활용한 도시재생적 측면이 더욱 도드라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었다. 다음으로, 해방촌은 녹색골목길이라는 골목길 계획이 조성되어 있는 특성이 있다. 이는 도시재생활성화 사업의 일환인 녹색마을 만들기 지원사업에서 서울시와 용산구가 조성한 것으로, 마을흔적여행길(i.e., 역사탐방길), 녹색골목길, 안전골목길, 화단 및 담장녹화, 모자이크 타일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주민들의 연결고리로서 기능을 고려하는 이 연구에서 기존 탐방길의 활용을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는 매우 중요한 고려 대상이라고 판단된다. 특히 이곳에 여러 한계점이 존재하긴 하나, 녹색 골목길이 이 연구의 설계계획과 연계해 활용하기에 매우 적절한 산책로의 초안으로 활용하고자 하였다.
해방촌의 반려동물을 관찰해보면, 특징적으로 양육자들의 연령대가 젊고 옷차림이 매우 화려한 편이다. 이는 동물과 함께 산책하는 이들이 이곳의 주민인지 방문객인지 판단하기 어렵게 한다. 물론 매우 복잡한 주거지 주변 골목에서 산책 중인 반려견과 주인은 그곳에 사는 주민일 수 있으나, 상업지에서 볼 수 있는 반려견의 경우 그것을 확인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더불어 반려견들의 품종 역시 다양해 지역의 개성적인 특색을 드러내고 있었으며, 중·대형견이 많이 보인다는 특징 역시 파악되었다. 따라서 구체적인 주민 대상의 설문조사와 면담에서는 이런 지점들까지 포함해 확인하고자 하였다. 더불어 해방촌에는 반려동물이 출입할 수 있는 휴게음식점이 많다. 카페에 반려견과 양육자가 함께 있는 장면은 매우 흔하며, 업소마다 자신들에게 특화된 반려견 메뉴도 제공하고 있다. 반려견 전용 아이스크림이나 케이크, 빵 등은 육포나 뼈, 생선 간식 정도만 알고 있던 연구자들에게 매우 놀라운 장면이었다. 흔히 보기 어려운 반려견 메뉴들을 통해 해방촌의 반려동물 친화성을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해방촌 곳곳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반려견 대상의 경고물들은 해방촌에서 반려동물 수칙이 잘 지켜지지 않고 있으며, 이로 인한 갈등이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연구자들 역시 해방촌에서 의외의 장소에 반려견 배설물들이 투기된 장면들을 자주 목격했다. 이렇듯 공공기관의 안내 지침과 개인 주거지 근처의 경고문들을 통해 반려견 수칙 문제가 반려견 친화 공간에 있어 중요한 축임을 파악할 수 있었다.
표본 수 10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하였다. 설문조사는 2024년 7월서 반려견과 함께 산책하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직접 수행하였다. 설문 참여자에게는 소정의 답례품이 제공되었다. 108명의 응답자 중 78.7%가 한국인이었으며, 21.3%가 외국인이라는 점에서 해방촌의 인구조사 결과 14%가 외국인(https://kosis.kr)이라는 결과를 고려했을 때 표집은 적절한 구성으로 판단된다. 연령대는 30대가 49.1%, 40대가 25.9%, 20대가 11.1%가 그 뒤를 따르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소 젊은 층 위주의 표집이 된 배경에는, 노령 산책 주민이 조사 당시에 적었고, 노령주민의 응답 거절 빈도가 높은 문제가 있었다. 성별은 여성 응답자가 61.5%로 남성보다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양육두수의 경우, 79.6%의 응답자들이 1마리의 반려견을 키우고 있으며, 2마리 이상의 반려견을 양육하는 응답자는 20% 이하로 나타났다(표 1 참조).
전체 반려견 표본 수 134마리 중, 반려견의 성별 분포는 수컷이 55%로 조금 더 많고, 암컷이 45%를 차지하고 있다. 반려견의 나이는 1~6세 사이가 대부분이며, 7세 이상의 노령견은 상대적으로 적은 비율을 보였다. 품종에 있어서는 믹스견과 순종견이 각각 49%와 51%로 거의 동일한 비율을 보이고 있으며 구체적으로 선호되는 반려견 품종이 매우 다양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반려견의 크기는 소형견이 37%로 가장 많으나, 대형견도 34%, 중형견도 29%로 선호가 균등하게 분포하였다. 산책 빈도 선호도는 하루 2회 산책이 40%로 가장 흔했으며, 하루 3회 산책은 26%, 하루 1회 산책은 24%로 나타났다. 산책 시간대에 대한 선호도는 아침 산책이 73%로 가장 높았으며, 저녁 산책이 67%, 낮 산책이 33%로 나타났다. 산책 시간에 대한 조사 결과, 30분 이내의 산책을 선호하는 경우가 35%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1시간 이내가 29%, 1시간 이상이 28%로 응답자 대부분이 반려견에게 긴 산책 시간을 제공하려고 함을 알 수 있었다(표 2 참조).
구분 | 응답 | 선호도(%) | 구분 | 응답 | 선호도(%) | 구분 | 응답 | 선호도(%) | |||
---|---|---|---|---|---|---|---|---|---|---|---|
산책 횟수 | 1회 | 26 | 24 | 산책 시간 | 아침 | 79 | 73 | 산책 소요 시간 | ≥15분 | 7 | 7 |
2회 | 43 | 40 | 낮 | 36 | 33 | ≥30분 | 38 | 35 | |||
3회 | 28 | 26 | 저녁 | 71 | 33 | ≥45분 | 25 | 23 | |||
4회 | 8 | 7 | 밤 | 51 | 47 | ≥1시간 | 31 | 29 | |||
5회 | 3 | 3 | 1시간≤ | 30 | 28 |
응답자가 지도 위에 직접 산책 경로를 그리는 ‘행태 지도(behavior mapping)’ 방식의 조사 결과, 해방촌 산책로는 크게 5개 권역으로 나눌 수 있었다. 특히 행태 지도에서 산책 선호 지역에 관한 결과를 반려견의 크기를 준거로 두고 교차분석(cross tabulation analysis)을 수행했다. 이러한 교차분석표는 분포를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두 범주 간 관계를 시각적으로 파악하는 데 유용하다. 특히 준거로 삼은 반려견의 크기는 활동성, 체력, 성격 등에 영향을 미쳐 산책권역의 선택 등 행동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되었다(그림 1a, 1b 참조).
표 3의 교차분석 결과, 녹사평역에서 해방촌으로 들어오는 <A구역>의 경우 전체 양육자의 54%, 구체적으로 소형견 양육자의 45%, 중형견 양육자의 70%, 대형견 양육자의 49%가 산책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선호도가 높은 이유는 이 구역에 동물병원 두 곳이 있고, 반려견 친화적인 가게들과 다양한 식당 등이 밀집되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결과를 보면 특히, 중형견 양육자가 <A구역>을 가장 많이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A구역>의 환경이 중형견에게 더 적합할 가능성을 시사하며, 중형견 양육자들이 구역의 공간적 여건이나 시설을 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소형견과 대형견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비슷한 비율로 선호와 비선호가 나뉘어, 해당 구역이 모든 견종에게 최적의 환경은 아닐 수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B구역>에서는 전체 양육자의 18%, 소형견 양육자의 16%, 중형견 양육자의 12%, 대형견 양육자의 24%만이 이곳에서의 산책을 선호한다고 응답했다. 대형견 양육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이렇듯 대다수 응답자가 <B구역>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결과는, 이 구역이 반려견 산책에 적합하지 않은 환경을 제공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B 구역은 후암동으로 가는 방향 일대이다. 사진유도면담에서도 가게나 편의시설 등이 부족하다는 점이 지적되며, 특별히 매력적인 공간으로 평가되진 않는다. 특히 해방촌 거주지역 특유의 좁은 도로나 관광객이 많은 이유로 생기는 보행 안전 문제, 녹지 부족 등이 주요한 요인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C구역>에 대해서 전체 양육자의 34%, 소형견 양육자의 37%, 중형견 양육자의 18%, 대형견 양육자의 46%가 산책을 선호한다고 응답했다. <C구역>은 해방촌 내에서도 매우 가파른 지형으로 유명하다. 가파른 지형은 개의 신체 구조상 중·소형견보단 대형견에게 더 유리한 측면이 있다. 따라서 구릉지 지역은 대형견들에게 어렵지 않은 산책조건임을 알 수 있으며, 상대적으로 더 적합한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독특한 점은 이곳이 소형견 양육자들도 어느 정도 선호하는 구역으로 나타났다는 것인데, 이는 기본적으로 주택 밀집지역이라는 점에서 소형견 양육자들이 거주하면서 주변 위주로 산책하러 다니고 있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남산 녹지 축인 <D구역>에서는 전체 양육자의 63%, 소형견 양육자의 68%, 중형견 양육자의 48%, 대형견 양육자의 70%가 이곳에서의 산책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남산공원과 백범광장 등 녹지공간이 풍부한 <D구역>이 모든 크기의 반려견에게 적합하다는 점을 시사하며, 모두에게 이상적인 산책 환경을 제공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D구역>은 그 자체로 산과 공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자연 친화적이라는 측면에서 개들에게 다양한 자극을 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적 요소이다. 또 차량 통행이나 인파로 인한 교통안전 문제를 겪는 해방촌 내부와 비교했을 때, 비교적 안전하면서 쾌적한 공간으로 인식된다. 이렇게 자연 친화적인 환경은 해방촌 자체의 부족한 녹지공간을 대체하는 기능을 훌륭히 수행하고 있다.
<E구역>은 전체 양육자의 26%, 소형견 양육자의 18%, 중형견 양육자의 30%, 대형견 양육자의 27%가 이 구역에서의 산책을 선호한다고 답변했다. <E구역>은 크기와 상관없이 모든 반려견 양육자에게 가장 낮은 선호도를 보인다. 이러한 점은 이 구역의 반려견 산책 환경이 열악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 사진유도면담에서도 해당 구역은 가파른 언덕이 많고, 특별한 매력이 없어 지루하다는 평가를 받곤 하였다. 반면 조용하다는 특성이 장점이기에 자주 방문한다는 평가도 있는 점에서 양육자들이나 반려견의 성격에 따른 취향이 극명한 곳으로 판단된다.
한국인 10명, 외국인 10명, 총 20명의 연구 참여자를 대상으로 사진유도면담을 수행하였다. 한국 국적의 10명의 참여자 외에, 외국인 참여자들의 국적은 미국인이 6명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영국인 2명, 기타 남아공인 1명과 중국인 1명으로 구성되었다. 연구 참여자는 해방촌을 주된 활동권역으로 두는 용산2가동, 후암동, 이태원 2동 등 근처 주민으로 제한하였다. 실질적으로 해방촌 권역 내에서 후암동과 이태원 등은 해방촌 주민들이 손쉽게 이사를 오고 가는 같은 권역으로 바라보는 것이 적합하다. 또 반려견 친화적 공간이 지역공동체를 공유한다는 점에서 실재 주민등록상 거주자(정주인구)보다는 지역과 지속해서 상호작용하는 생활인구 혹은 관계인구로 바라보는 관점이 적합하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다(표 4 참조).
면담은 1건(K4) 외에 모두 해방촌에서 대면으로 진행되었다. 연구 참여자의 표집 초기에는 거리에서 연구 내용과 참여 QR코드가 포함된 안내물을 배포하며 홍보를 진행했지만, 기대만큼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표집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던 중, 외국인 참여자 일부가 자신이 속한 커뮤니티에 적극적으로 연구를 홍보해 주어 다수의 참여자를 모집할 수 있었다. 한편, 외국인과 달리 한국인들은 이 연구에 관한 관심과 참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였다. 그러던 중 해방촌 내 반려동물 커뮤니티 활동 담당자와 반려동물 친화적 업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과 접촉이 되었고, 그들이 연구 취지에 공감하여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홍보 방식으로 조력해 준 덕분에 최소한의 인원을 확보할 수 있었다. 연구 참여자들에게는 연구안내서와 참가동의서를 교부하였으며, 소정의 사례비를 지급하였다. 면담 시간은 평균적으로 1시간 20분 정도 진행되었으며, 한국인들은 한국어로, 외국인들은 영어로 진행하였다. 면담의 음성자료는 녹취록으로 구성하였으며, 외국인의 녹취록은 한국어로 번역하여 분석에 활용하였다. 면담 질문들은 설문조사에서 도출된 반려견과 양육자들의 특성, 개방형 문항의 요소 중 확인해 볼 지점들을 위주로 구성하였으며, 사진유도면담 방식을 활용해 해방촌의 지리환경과 연구진의 공간계획에 대한 평가를 진행하였다. 사진유도면담에 활용된 사진들은 연구자들이 현지조사에서 촬영한 사진들을 활용하였으며, 기타 지도 등은 기사나 정부 기관의 보고서 등에서 발췌하였다. 사진유도면담에 활용된 사진들은 아래 그림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외에도 면담과 더불어 연구 참여자가 원하는 경우, 반려견 산책에 연구자들이 동행하여 산책 활동을 참여 관찰할 수 있었는데, 이는 반려견 양육 경험이 없던 연구진에게 있어 개들과 양육자들의 행동 패턴을 확인하는데 매우 유용한 경험이 되었다.
가장 먼저 그림 2의 a와 b같이 설문조사를 통해 구획된 5개의 산책 구역 지도를 연구 참여자들에게 제시하고 그들의 자유로운 의견을 듣는 방식으로 사진유도면담을 수행하였다. 위 구역들에 의견을 청취한 결과, 연구 참여자들은 다음과 같이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먼저 <A구역>은 편의성이 높으나 위험한 곳으로 인식된다. “A 구역에는 반려견과 함께 갈 수 있는 카페나 작은 애견용품 가게들이 있는데, C, B, E 구역에는 그런 공간이 별로 없기 때문에 잘 이용하지 않는 것 같아요(F8)”라는 진술문처럼 동물병원 두 곳과 용품점, 반려견 친화적인 가게들이 많으며 해방촌의 초입으로 다른 지역으로 가기에도 수월한 곳이라는 점에서 좋지만, 차들과 방문객들이 많아 위험성이 크다는 것이다. 특히 외국인들은 이 근방에 거주하는 경우가 많고, 외국인 이웃들이 많을 뿐만 아니라 편의시설도 많다는 점이 장점이 되어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분위기를 보인다. 하지만 한국인들에게 이곳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B구역>은 대부분 이용도가 낮은 편이다. “B, 딱 여기만 평지예요(K7)”라는 말처럼 그나마 걷기에 좋은 곳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가팔라서 싫다는 응답도 있던 점에서 일부 구간의 평지에 대한 선호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산책에 활용하더라도 후암동 방향으로 넘어가기 위한 경로로 활용되는 경우에 거치게 되는 경로였고, 소수의 정규 이용자들 역시 이곳에 집이나 일터가 있기에 산책경로에 활용한다는 점에서 거주지 접근성이 산책 선호도에 영향을 미침을 알 수 있었다.
“뭔가 산책하기에 좋은 환경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오르막길도 너무 많고, 걷기에 조금 지치는 구간들이 많아가지고(K4)”라는 진술문처럼 <C구역>과 <E구역>은 경사가 심하고 심심한 환경이라 산책로로 부적합하다는 의견도 많다. 하지만 그 경사로 인해 사람들이나 차들이 없다는 점이 오히려 장점으로 인식되어 조용해서 좋다는 반응도 있다. 여기서 흥미로운 지점은, <C구역>에 대해 한국인들은 대다수가 부정적이지만, 외국인들은 “저는 C 지역을 좋아해요. 큰 언덕이 있지만, 사람이 별로 없고 교통량도 적어서요. 언덕을 올라가는 게 번거로울 수는 있지만, 그만큼 한적해서 좋습니다(F3)”고 말하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반면에 남산공원을 포함한 <D구역>은 “강아지가 엄청 좋아해요. 남산. 강아지 확실히 거기 흙이 많고 풀이 많기 때문에 되게 좋아하고(K6)”라는 평가와 같이 국적을 가리지 않고 참여자 대부분이 선호하는 녹지공간임을 확인할 수 있다.
다음으로 그림 1의 c와 d를 제시하고 마을 흔적 여행길에 대한 인식과 평가를 요청했다. 면담 결과, 이 길의 존재는 자세히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표지판을 알더라도 지도를 따라서 가볼 생각이나, 이 길이 좋은 산책코스가 된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울러 대부분 참여자는 현재 존재하는 3가지 흔적 여행길의 활용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외국인들은 그나마 긍정적인 태도를 보인 반면, 한국인들은 방문객의 나들이나 여행을 위한 지도나 지침 정도로는 의미가 있지만, “그러니까 여기저기 강아지랑 다니다가 골목을 워낙 많이 다니니까 여기저기를, 근데 갈까 굳이 내가 이 코스를 따라서 갈까?(K2)” 같은 반응처럼 긴 시간 거주해 온 주민들과 반려견들에게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특히 이 길들은 다문화 흔적 여행길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산책로로 딱히 선호되지 않는 <B구역>과 <C구역>에 위치해, 이 구역들의 단점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 즉, 좁고 가파르며, 교통사고의 위험 등으로 안전하지 않다.
<2019 해방촌 정원박람회>의 흔적인 작은 정원들에 대한 평가와 개선 방향을 수렴하기 위해 사진들(그림 3 참조)을 제시하고 연구 참여자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참여자들의 평가를 종합해 보면, 이 정원들은 없는 것보단 낫지만 반려견들이 활용하기에 모호한 공간이라 할 수 있다. “개들에게는 그냥 앉아서 다른 개들을 보는 게 아니라, 뛰어놀 공간이 필요하기(F6)” 때문이다. “인간에게는 좋지만, 개를 위해 설계된 건 아닌 것 같아요. 개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어요, 특히 소형견들은요(F2).” 이 진술처럼, 참여자들은 이 공간이 반려견들의 놀이터로 활용하기에는 매우 좁고, ‘냄새 맡기(sniffing)’ 같은 놀이공간이나 쉼터 정도로 활용할 수 있지만, 그마저도 너무 접근성이 낮아 효용성이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더불어 이 공간이 누가 관리하는 것인지, 소유가 공공인지 민간인지 인식이 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연구자들 역시 이 공간이 정확히 국유지인지, 아니면 민간 소유의 땅에 지자체가 조성과 관리만 하는 것인지 파악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개들이 냄새를 맡는 것이 긴 산책보다 더 나을 때가 있어요. 그것이 개들을 진정시키고, 개들이 더 잘 쉬게 해주죠(F4)”라는 반응과 같이, 반려견 놀이터에서 적절한 식재가 이루어진 정원들은 유용한 휴식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해 접근성 향상 및 다양한 식물들을 심어 반려견들의 휴식과 놀이에 사용하는 것이 중요한 요소로 판단되었다. 추가적으로 이러한 작은 정원들에서 반려견들의 소변 문제가 갈등의 소지가 될 가능성도 보인다. 이것은 주민 간 입장 차가 클 수 있는 난제인데, “산책하는 개들은, 결국에 이게 오줌보다 마킹의 의미여가지고. 이렇게 막 엄청 냄새난다?(K8)”라는 말처럼 정원에서 반려견들이 배변한다기보다, 실질적으로는 약간의 체취를 남기는 ‘영역표시(marking)’의 의미가 크다는 점에서 우려하는 수준으로 냄새 등의 문제가 극심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러한 지점에서 보완을 위해 향이 강한 식물의 식재 등을 고려하였다.

설문조사 참여자들이 개방형 질문에서 방치된 공간으로 언급한 남산에 인접한 생활체육시설(배드민턴장, 게이트볼장) 들의 오프리쉬 시설로의 변경을 계획하였고, 그림 4의 사진들을 제시하면서 관련한 의견들을 청취한 결과 이 안은 모든 연구 참여자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여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남산 권역 내에는 여러 곳의 야외 체육시설이 존재한다. 주로 비어있는 공간이 많고, 간혹 사용 시간에는 대부분 노인이 사용하고 있다. 해방촌에서 평생을 거주한 참여자의 진술에 의하면, “여기 배드민턴장은 저 한 중학교 때 이후로 본 적이 없는. 여기 사람 있는 본 걸, 한 10년은 넘었던 것 같아요(K3)”라고 설명하며, 그마저도 예전에는 사용이 잦았지만 근래에는 사용하는 사람을 보기 어려울 정도로 방치되어 있다고 한다. 더불어 게이트볼장이 배드민턴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용자가 많다는 것과, 비어있는 공간이기에 종종 오프리쉬를 하는 반려견이 많은 편이고, 이들 반려견의 침입을 이용자들이 매우 불편해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더불어 공간을 반려견 크기에 따라 구분하는 것에 대해서는 양육자 모두 조금씩 입장의 차이는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아지들끼리 사건 사고들이 없을 수가 없는데, 특히나 작은 강아지를 키우는 견주들은 큰 강아지들을 되게 무섭게 생각하시는 경우도 있고(K6)”라는 진술문처럼 기본적으로 대형견 양육자들은 소형견 양육자들에 비해 크기에 따른 분리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혹시 모르는 피해들에 대해 불편해하는 경향이 짙다. 소형견과 그 양육자들이 예민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대형견 양육자들은 소형견이 더 사납다고 판단하지만, 갈등이 일어날 때 대형견이 사납다는 인식 때문에 상대적으로 불리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예방적 차원에서 분리 조치를 원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공간에 필요한 요소들은 기본적인 예방접종과 행동에 문제가 없는 반려견들만 출입이 가능하게 하는 제한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그리고 물리적 시설의 요소로 적절한 바닥재와 영역 확정과 안전을 위한 울타리, 음수 시설과 화장실, 양육자를 위한 벤치 등이 있었다. 바닥재의 경우 나무 바크(tree bark)나 흙, 자갈이나 우레탄, 인조잔디 모두가 제시되었으나 각자의 선호 사항이 달라 일치된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는 점에서, 가장 무난한 흙바닥이 적당한 것으로 판단되었다. 더불어 ‘민첩성 놀이가 가능한 시설(agility)’이나 물놀이 시설 등을 제안하기도 하였다. 또 참여자들은 반려견 운동장의 안전 관리를 위해 CCTV 설치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양육자들이 공공장소 예절을 항상 지키지 않기 때문에, 자율적인 관리에만 의존할 수 없다는 것이다. CCTV는 사고 발생 시 가해자와 피해자를 명확히 구분하고, 시설의 안전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평가되었다.
해방촌은 매우 빽빽한 건물 밀도를 가진 곳으로, 지역 내에 빈 곳을 찾아 반려견 친화시설을 설계하기는 쉽지 않다. 공간이 거의 없을뿐더러, 충분한 공간의 넓이를 확보하기도 어렵고 지형적으로 제한점이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연구진은 해방촌 내에서 부족한 반려견 놀이시설이자 주민매개시설을 만들기 위해 건물의 옥상을 활용하는 것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도출할 수 있었다. 특히 해방촌 아래에 위치한 공영주차장 건물은 남산공원과도 거리가 멀어 반려견 활동에 취약한 해방촌 하부지역 주민들에게 유익할 수 있고, 해방촌에서 가장 넓을 것으로 추정되는 민간 건물을 반려동물 복합 시설로 활용하면 이 연구의 목적을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그림 5를 제시한 사진유도면담 결과, 먼저 주민시설과 민간 건물 옥상의 놀이공간 활용, 반려동물센터 전환에 대해서도 대부분 찬성하고 있었다. 특히 공영주차장을 활용한 옥상 놀이터의 경우 소형견 양육자들의 선호도가 높았다. 야외 산책을 선호하는 대형견 양육자의 경우, 이 공간들을 활용할 의사가 높지 않았지만 중·소형견이나 근방에 거주하며 놀이터를 필요로 하는 주민들에게는 매우 만족도가 높은 시설로 인식되었다. 관련된 진술문은 다음과 같다. “정말로 많은 운동이 필요하다면 남산이 가까워요. 하지만 강아지들이 서로 만나서 자유롭게 놀 수 있는 공간으로는, 동네 안에서 매우 편리한 공간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F2).” 공간적인 제안으로는 옥상 공간의 경우 다양한 놀이시설의 설치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었다. 더불어 높은 곳인 만큼 안전을 위한 울타리, 반려견의 발 보호를 위한 적절한 바닥재와 휴식 공간, 배변 처리 등의 구비가 필요하다고 제시되었다. 민간 건물의 반려견 지원센터로의 개조안에 대해서는 외국인들은 “호텔은 매우 유용할 것 같아요. 이 지역에 사는 많은 사람들에게, 가족을 만나기 위해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도 강아지를 맡길 사람이 없어서 곤란한 경우가 많거든요(F4)”처럼 부족한 반려동물 호텔 시설의 보완을 요청하였다. 더불어 이곳에서 다양한 기능이 복합적으로 포함되는 반려견 중심지로서 일종의 구청과 같은 역할을 하면 좋겠다는 제안도 있었다. 더불어 실내운동장이나 목욕시설, 수영장 등으로의 활용도 제안되었다.
이외에도 면담에서 지역에서 함께 진행되길 바라거나, 필요한 반려견 프로그램에 대해 질문하였다. 이에 대해 연구 참여자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크게 프로그램은 1. 교육, 2. 지역행사, 3. 정기교류의 세 가지 항목으로 구분될 수 있었다. 첫 번째, 반려견 교육의 중요성은 단순한 훈련을 넘어 사회화, 양육자 간 교류, 반려견 행동 문제해결 등을 포괄하는 프로그램으로 확장될 필요가 있다. “저를 포함해서 많은 강아지 주인들이 강아지 훈련을 완벽하게 하지는 못했던 것 같아요. 만약 강아지 훈련 교실 같은 게 있으면 도움이 될 것 같은데요(F2).” 즉, 이들 프로그램을 통해 갈등을 줄이고, 주민들과 반려견 간 자연스러운 만남을 꾸준히 유도하여 주민공동체가 형성되고 반려견으로 인한 여러 가지 지역사회 갈등을 축소하는 데 그 목적이 있어야만 하는 것이다. 두 번째, 외국인 양육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반려견 친화적 지역행사는 반려견 양육자들 간의 사회적 교류와 커뮤니티 형성을 촉진하는 중요한 역할이 부여되고 있다. 따라서 단발성이라도 모임과 교류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참여자들이 제안한 ‘도기나이트(doggy night)’와 같은 정기적인 교류 모임은 양육자들이 반려견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서로 교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관련한 진술문은 다음과 같다. “공원에서 ‘개의 밤’이라는 모임을 시작했는데, 이런 모임이 더 많아지면 좋을 것 같아요... 개를 산책시키는 사람들은 그냥 산책하고 가는 경우가 많아서 서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짧거든요. 그래서 모임을 하거나 개 주인들이 서로 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이유가 많이 없어요. 개들이 놀 수 있는 조용한 공간에서 주인들이 함께 시간을 보내고 서로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상호작용이 더 활발해질 것 같은데요(F8).” 이러한 행사는 특정 시간과 장소에서 이루어지며, 양육자들이 일상적인 산책 이상의 사회적 상호작용을 할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유도되는 효과가 기대된다. 세 번째, “그런 작은 활동들에서 만나는 양육자들끼리의 그런 교류가 되게 좋은 것 같거든요(K10)”라는 이야기처럼 주민 간 교류가 촉진되는 커뮤니티 요소를 갖춘 공간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정기적인 단체활동이 유익한 접근이 된다. 현재도 해방촌에서 진행 중인 활동 중에는 대표적으로 서울문화재단과 용산구청이 해방촌에서 진행하는 ‘HBC 강아지 맵’이 있다. 이 프로그램은 2년 차를 맞이하면서 몇몇 연구 참여자들이 경험한 바 있고, 경험하지 않았더라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는 대표적인 교류 활동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이 행사는 용산구에 거주하는 반려견 양육자들이 정례적으로 만나 자신의 반려견 그림을 그리고, 반려견 신상과 산책 경로 등을 표시한 지도를 제작해 배포한다. “사람들을, 그러니까 나랑 비슷한 사람인 거잖아요. 이 동네에 살면서 강아지를 키우는 사람이라는 게, 공통점이 또 생긴 사람을 알게 되니까(K3)”라는 진술 이외에도 이 활동에 참여한 이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기존에 몰랐던 새로운 관계 맺음을 가능하게 하고, 다른 반려견과 양육자들을 이해하는 의미 있는 기회이자 이웃 관계를 확장하는 기반을 열어주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를 종합하면, 반려견 프로그램은 이 연구에서 기획하는 반려견 놀이터와 지원센터를 기반으로 지역사회와 양육자들 간의 자연스러운 상호작용을 촉진하고,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
위와 같이 설문조사, 그리고 사진유도면담을 통해 해방촌의 반려견 놀이터의 계획 방향을 모색한 결과는 다음과 같이 간추릴 수 있다.
첫째, “제 경험상, 외국의 개 공원에서는 사람들이 즉시 대화를 시작해요. ‘당신의 강아지에 대해 이야기해 주세요’, ‘저도 제 강아지에 대해 이야기할게요.’ 이렇게 해서 순식간에 20분 동안 대화하게 되죠(F2)”라는 진술문처럼 대부분의 연구 참여자가 반려견 놀이터가 주민 간 교류를 촉진하는 공간이 될 수 있다는 점에 동의했다. “개가 사람을 더 사교적으로(F6)” 만드는 것이다. 특히 한국인들은 반려견을 키우기 시작하며 전에 없던 새로운 이웃 관계를 형성하고, 지역 주민들과 공고한 유대를 가지게 된다는 점을 강조하곤 하였다. 따라서 이 연구의 이론적 설계 방향은 적절한 접근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둘째, 해방촌의 기존 시설들과 유휴공간을 활용한 도시재생형 설계는 바람직하나, 작은 정원이나 흔적 여행길 등은 반려견 시설로 활용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흔적 여행길의 경우 지형적으로 활동의 제약이 있으며, 차도와 분리가 불가해 획기적인 보행로 개선이 이루어지기 어렵다. 작은 정원은 일부분은 사용이 가능하나, 반려견에게 적합하지 않은 시설 접근성의 개선이 필요하다. 따라서 산책로를 인위적으로 형성하기보다 적절한 위치에 반려견 놀이터를 다수 제공하는 것이 적합하다. 반려견 산책로는 반려견이나 양육자의 취향과 거주지에 따라 다르다. 설계자가 사람 눈에 보기 좋은 산책로를 마을 내부에 계획해도, 개들은 정해진 산책로를 따라가지 않는다. 개들은 “가고 싶은 데로 가며, 정해진 경로를 고수하지 않을 것이고. 자기만의 지도를 가지고(F1)” 있기 때문이다.
셋째, 주민 교류를 위한 반려견 놀이터는 각자의 산책 선호를 존중하되, 함께 모일 수 있는 접점이 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유일하게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건 개를 데리고 있는 사람들끼리죠. 개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개들이 서로 냄새를 맡고 놀 때 상호작용이 생기죠. 그래서 그런 상호작용을 촉진하려면, 일종의 야외 체육관 같은 게 필요할 거예요. 개들을 위한 장소가 말이죠. 꼭 ‘어질리티(agility) 코스’일 필요는 없지만, 개들이 점프하거나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해요. 그런 공간이 있다면 사람들끼리 더 쉽게 대화할 수 있을 거예요. 인간과 개가 함께 할 수 있는 창의적인 공간이 있으면 좋겠어요(F1)” 라는 이야기처럼 반려견 양육자들의 상호작용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자유롭게 반려견이 뛰어놀 수 있는 놀이터, 공원 등이 필수적이다. 특히 해방촌 인근에 반려견들이 목줄 없이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놀이터가 부족하다는 지점에서도 이러한 계획이 유용한 접근이 될 것이다.
넷째, 반려견을 매개로 하는 지역공동체 형성을 위해서는 물리적 공간설계뿐 아니라 프로그램 역시 중요하다. 올바른 반려견 문화 형성을 위한 프로그램은 반려견과 양육자 간 유대감을 강화하고 반려견의 사회성을 향상하는 기능을 가진다. 사회성이 증진된 반려견은 반려견 간, 나아가 인간과의 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 발생의 위험성을 감소시킨다. 올바른 양육 지식과 예절을 갖춘 양육자는 지역사회 내 부정적 사건을 줄임으로써 지역사회의 반려견 포용성을 증진할 수 있다. 특히 참여자들에 따르면, 지자체 등이 제공하는 반려동물 동반 프로그램을 통해 효과적인 커뮤니티 형성이 가능하며, 이를 통해 주민들은 공동체 의식과 지역에 대한 책임감을 고양하게 된다. 이에 따라, 반려견 순찰대 혹은 반려동물센터의 교육 프로그램과 같은 상시적인 프로그램을 통해 주민들이 올바른 반려견 문화와 태도를 배울 필요가 있다. 또한, ‘강아지의 밤(doggie night)’이나 ‘강아지 운동회’와 같은 일회성 행사 역시 지역사회 내 교류를 촉진하는 행사로서 의미를 지닐 수 있다.
반려견 놀이터 설계의 핵심은 반려동물과 양육자 모두가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는 것이다. 면담자료의 분석을 통해 이 연구에서는 다음과 같은 설계 가이드라인을 도출할 수 있다. 1. 커뮤니티 교류 촉진을 목표로 해야 한다. 반려견 놀이터는 단순히 반려동물의 놀이공간을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역 주민 간 교류를 촉진하는 장소로 기능해야 한다. 양육자들이 휴식을 취하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벤치와 그늘막 같은 휴식 공간을 배치함으로써, 이웃 간 상호작용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2. 안전을 고려해야 한다. 안전은 반려견 놀이터 설계의 주안점이라 할 수 있다. 울타리 및 이중 출입문 시스템은 반려견의 탈출이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기본적인 설계 요소로 포함되어야 한다. 또한, 예방접종과 행동 문제가 없는 반려견만 출입할 수 있도록 규정을 마련하고 이를 안내하는 표지판을 설치해야 한다. 더불어 CCTV 설치를 통해 공공장소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예방하고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3. 반려견의 활동성과 편의성을 고려해야 한다. 반려견이 자유롭게 뛰어놀고 다양한 신체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어질리티 코스, 터널, 장애물 등 놀이기구를 포함한 설계가 요구된다. 또한, 음수대와 배변 처리 시설 같은 필수 편의시설은 양육자와 반려견 모두에게 쾌적한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 4. 접근성을 향상해야 한다. 반려견 놀이터는 주거지역과 가까운 위치에 설치되어 접근성을 높여야 하며, 유휴공간을 최대한 고려하되 경사나 지형적 제약이 있는 경우 건물 옥상 등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충분한 주차 공간과 보행 연결성을 확보해 이용자 편의를 증대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5. 적절한 바닥재를 선택해야 한다. 반려견 놀이터의 바닥재는 반려견의 발에 안전하면서도 관리가 편리한 재료를 고려할 필요성이 있다. 모래, 나무조각, 우레탄 등 선호 바닥재는 다양한데, 그중에서도 흙이 자연스러우면서도 관리가 편리하다는 점에서 적합한 대안으로 평가된다. 다만 배수 시스템을 통해 빗물로 인한 침수 및 진흙 문제를 방지할 필요성이 있다. 6. 체급별 분리를 고려해야 한다. 소형견과 중형견, 그리고 대형견 양육자 간 갈등을 줄이기 위해 크기별로 공간을 분리하여 안전성을 확보할 필요성이 있다. 대형견 전용 공간에는 물놀이 시설이나 어질리티 코스를 추가해 신체 활동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 7. 적합한 자연환경 요소를 배치할 필요가 있다. 그늘이 될 수 있는 나무 같은 자연적 요소를 포함해 여름철 더위를 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으며, 식재되는 식물들은 독성이 없는 식물을 사용하면서도 노즈워크 등이 가능한 다채로운 향기를 포함해야 한다. 8. 청결을 고려해야 한다. 정기적인 청소와 시설 점검 계획이 마련되어야 하며, 쓰레기통 및 배변봉투 디스펜서를 적절히 배치해 청결한 환경을 유지한다. 커뮤니티 참여를 통해 놀이터 유지 관리에 대한 책임감을 공유하도록 하는 것도 효과적이다(표 5 참조). 이 연구에서 도출된 가이드라인 요소들은 체계적 문헌고찰에서 도출된 반려견 공원 설계 요소들과 궤를 같이한다는 점에서 타당성 있는 기준으로 판단된다(Chen et al., 2022).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삶은 인간에게 다양한 장점이 있다. 특히, 반려견은 인간 사이의 사회적 상호작용을 촉진하는 중요한 매개체로 작용한다. 선행연구에서도 반려견의 양육은 이웃 간의 우정, 사회적 접촉, 그리고 실질적 지원 교환과 긍정적으로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더 나아가, 개가 양육자와 낯선 사람 간의 상호작용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며, 이러한 만남이 새로운 우정으로 발전하거나 인간의 사회적 지원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데 기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개와의 산책 활동은 사회적 접촉을 활성화하는 것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의 집단적 안전감을 높이고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는 개가 단순히 개인에게 종속되는 반려동물의 역할을 넘어, 도시환경에서 사회적 상호작용과 공동체 형성의 촉매제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Wood et al., 2007; 2015). 이와 같은 반려견의 긍정적 특성을 활용한 커뮤니티 공간 설계에 있어 ‘목적 없는 접촉’과 ‘거름망 없는 폭넓은 대인관계’를 제공 및 어울림의 공동체를 형성한다는 “제3의 장소(the third place)” 개념(Oldenburg, 1989)의 적용은 주민 교류의 목적을 구현하는 적절한 전략으로 판단되며, 이렇게 제3의 장소로 계획된 반려견 놀이터의 주민 매개 역할을 예상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제3의 장소’는 가정이나 일터에서 주어지는 사회적 역할만으로는 본연의 욕구를 충족할 수 없기에 그것을 충족시키는 비공식적 커뮤니티 공간이다. 이곳에서 주민 간 ‘목적 없는 접촉’과 ‘거름망 없는 폭넓은 대인관계’를 통해 지역사회를 구축하고 통합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곳은 가족과 함께 지내며 자유롭지 못한 ’제1의 장소’인 주거 공간과 업무적 부담을 받는 ’제2의 장소’인 사무공간 혹은 일터와 대조되는 공간이다. ‘제3의 장소’ 는 집처럼 편안하면서도 다른 이들과 즐겁고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비공식적 커뮤니티 공간의 가능성이 있는 곳은 모두 포함된다. 이를테면 술집이나 카페, 공원 등이 이 안에 포함된다(Oldenburg, 1989). 이러한 접근에서 반려견 놀이터는 제3의 장소로 기능하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기능할 가능성이 높다. 반려동물 양육자들은 반려견과 매일 산책을 해야 하며, 산책 중에 길에서 개들이 만나 서로의 체취를 맡으며 교류하고, 자연스럽게 양육자들 간 인사와 대화가 시작되는 모습은 낯설지 않은 모습이다. 외국 연구들에서도 다양한 배경을 가진 양육자들이 반려견들을 통해 사회경제적 지위를 넘어선 교류의 기회가 생성됨을 주목하며, 상기 관점에서 양육자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제공하는 반려견 공원은 사회적 경기장이자 지역사회의 강화 장소로 묘사된다(Urbanik and Morgan, 2013; Graham and Glover, 2014). 이렇게 개들 간의 교류를 통해 양육자들도 쉽게 교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려견 놀이터는 주민 간 연결고리가 되는 제3의 장소로 작동할 가능성이 있다.
5. 공간 및 프로그램 계획
반려견을 통해 이웃들이 자주 마주치고, 반려견들이 자주 서로의 냄새를 맡고, 그러면서 점진적으로 인사를 나누고 친해지는 것이 이웃 간 교류 촉진의 첫 번째 요소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현재 해방촌의 물리적 공간, 특히 가파른 경사의 거주지 도로 등을 새롭게 공사하는 것은 어렵고, 현실성도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인도와 차도의 분리가 불가능하고, 가파른 지리적 환경으로 인해 해방촌 거주지역 내 산책 선호도가 낮아 산책로를 형성해도 유명무실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더군다나, 경험적 연구를 통해 확인한 결과 반려견과 양육자들의 산책 경로는 늘 같지만 않으며, 반려견의 자유로운 이동이 더 중요시된다는 지점에서 특정한 경로를 반려견 산책로로 설정하는 것이 효율적이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선행연구에서 반려견 양육자들에게 반려견 공원은 산책 중 경유지로 자주 활용된다는 점(Kase and Koda, 2024), 반려견 공원의 설계와 위치 선정에서 ‘질보다 양’의 접근방식이 제시된다는 점(Middle, 2019)에서 이 연구의 공간계획은, 유휴공간을 활용해 부족한 놀이공간을 해소하고 그곳에서 자연스러운 만남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지점에 초점을 두고자 한다. 이는 놀이터에서 처음 만난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같이 놀고, 부모들도 자연스럽게 말을 섞어가며 점차 마을 커뮤니티가 형성되는 것과 같은 메커니즘을 유도하는 것이다. 이러한 매커니즘의 커뮤니티 공간은 주민 간 ‘목적 없는 접촉’과 ‘거름망 없는 폭넓은 대인관계’를 통해 지역사회를 구축하고 통합하는 제3의 장소의 기능을 가진다. 따라서 조사 결과를 반영하여 아래와 같은 설계안들을 제시하고자 한다(그림 6 참조).
사진유도면담 결과, 해방촌과 인접한 <D구역> 남산의 배드민턴장들과 게이트볼장의 반려견 놀이공간 전환은 모두가 환영하였고, 대·중·소 크기에 따른 분리, 적절한 바닥재, 시설 등을 요구하였다. 이곳의 위치는 해방촌에서 남산으로 올라가는 방향, 용산2가동 주민센터 공영주차장 바로 건너편이며 그림 6의 종합계획도에서 황색으로 표시된 부분이다. 이곳의 배드민턴장과 게이트볼장의 면적은 대략 566.55m2로, 구체적인 길이는 세로 14m, 가로 35m 정도로 측정된다. 본래 용도는 같은 장소 내에 한 구역은 배드민턴장, 한 구역은 게이트볼장이다. 이러한 남산 권역 내 여러 야외 체육시설은 주로 비어있고, 일부 시간대에만 사용되며, 그 사용자는 대부분 노년층인 것으로 파악되었다. 면담 과정에서 예전에는 이러한 시설들이 더 자주 사용되었으나, 최근에는 방치되어 사람들이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는 진술이 많다. 두 곳 중 게이트볼장이 배드민턴장보다 상대적으로 이용자가 많으며, 특히 게이트볼장에서 반려견을 불편하게 여기는 점에서 갈등이 발생했다. 사실 산속에 있는 생활체육시설 공간은 계절적으로 활용도가 낮다. 특히 기상의 영향을 받는 배드민턴이나 게이트볼은 본래 실내운동에 더 적합하며, 노년층의 활용이 높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해방촌 내부에 적절한 공간을 실내 체육시설로 제공하고, 대신 이곳을 반려견 놀이터로 활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
앞서 면담에서 반려견 크기에 따라 공간을 구분하는 것에 대한 양육자들의 다양한 입장이 드러났다. 대형견 양육자들은 소형견 양육자들에 비해 크기에 따른 공간 분리가 필수적이라고 보지 않지만, 소형견 양육자들이 대형견에 대해 불편함을 느낀다는 점에서 분리에 동의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에 이 공간은 중·소형견을 위한 놀이공간으로 활용하고자 한다. 그 경계선은 현재 두 운동 종목 시설의 경계와 달리 균형적으로 절반씩 나눠 계획하였다. 가장 우선하여 연구 참여자들은 반려견 출입이 가능한 오프리쉬 시설의 필수 요소로 예방접종과 행동 문제가 없는 반려견만 출입할 수 있는 제한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였다. 이는 공공장소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 문제를 예방하려는 조치로, 많은 참여자가 이에 동의했다. 또한, 반려견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는 데 있어 적절한 물리적 시설이 중요하다고 언급되었다. 제안된 물리적 요소로는 안전 울타리, 바닥재, 음수 시설, 화장실, 그리고 양육자를 위한 벤치 등이 있었다. 이를 반영하여 크기에 따른 분리를 하되, 가운데 부분은 양육자들이 공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하였으며, 음수시설과 노즈워크 화단을 배치하였다. 바닥재에 대한 의견은 다양한 선호가 있었다. 일부 참여자들은 흙바닥을 가장 적절한 대안으로 제시하였으며, 나무조각, 자갈, 우레탄, 혹은 인조 잔디와 같은 대안들도 논의되었다. 그러나 관리의 용이성과 반려견의 안전을 고려할 때, 흙바닥이 가장 무난한 것으로 판단하여 흙을 시공하는 것으로 계획하였다(그림 7 참조).
연구 참여자들에 의하면 원칙적으론 반려견들의 공간에서 소·중·대형견을 구분할 필요가 없으며, 체급과 상관없이 모든 반려견은 함께 놀 수 있다. 하지만 사고 발생 시 대형견이 더 큰 책임을 지게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분리는 불가피한 것으로 인식된다. 크기에 따른 구분이 없는 놀이터는 자칫 반려견을 통한 주민 간 긍정적 교류가 발생하는 제3의 장소가 아니라, 심각한 갈등의 장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반려견들 간의 갈등, 나아가 양육자들 간의 갈등을 줄이기 위해 체급에 따른 공간 구분이 필요하다. 특히 대형견 양육자들은 일종의 피해의식이 있다. 대형견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 근거해 분리 조치의 필요성을 주장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대형견들을 위해 배드민턴장 시설을 대형견 놀이터로 설계하였다. 이 공간은 앞의 배드민턴 및 게이트볼장에서 후암동 방향으로 2분 정도 거리에 있어 해방촌에 매우 인접하고 있으며 한적하다. 아울러 현재도 공공화장실 등 적절한 시설이 설치되어 있어 개조에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곳의 위치는 <D구역>으로 해방촌에서 남산으로 올라가는 방향, 용산2가동 주민센터 공영주차장 바로 건너편에서 후암동 방향으로 그림 6의 종합계획도에서 갈색으로 표시된 곳이다. 이곳의 면적은 대략 88.36m2, 세로 7m, 가로 18m 정도로 측정된다.
구체적인 설계안은 전반적으로 앞의 중·소형견 놀이터 설계안과 같다. 크기와 상관없이 연구 참여자들은 반려견들이 활동하는 공간에 대한 기본적인 요구사항으로 울타리 설치, 출입문 관리, 급수대, 배변봉투와 휴지통, 그늘막 등을 제시하였다. 이는 반려견과 양육자 모두가 안전하고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필수 요소라는 점에서 크기와 상관없이 설계에 필수적으로 고려하고자 한다. 한쪽에는 양육자들의 공간을 마련해 편안한 대화와 교류를 유도하고자 하였으며, 대형견 양육자들은 어질리티 코스와 같은 대형견을 위한 장애물을 설치하여 반려견이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 요구에 따라 어질리티 시설을 계획하였다. 또 대형견은 물을 좋아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물놀이 시설 등의 추가적인 시설에 대한 요구도 있었다. 상시 수영시설을 배치하기보단 계절에 따라 더운 시기에 음수시설을 활용한 물놀이가 가능하도록 다용도 음수시설을 배치하였다. 이러한 시설은 반려견의 신체 활동을 증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고려된다. 더불어 배변이 주로 이뤄질 수 있는 대형 나무를 식재해 마킹이나 배변활동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더불어 개들에게 흥미를 주면서도 배변냄새를 억제할 수 있는 향기가 있고, 소변 등에 내성이 있으며 관리가 쉬우면서도 독성이 없는 애기똥풀이나 구절초, 금낭화 등 토종식물을 식재하여 노즈워크 놀이의 기능을 부여하고, 소변 등으로 인한 악취 개선 또한 유도하고자 하였다(그림 8 참조).
해방촌은 공간적으로 매우 제약이 많아 반려견 놀이터를 설계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 건물 밀도가 높고 지형적 한계가 많아 충분한 공간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제약을 넘어 해방촌 내에서 반려견 놀이시설과 주민들이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사진유도면담에서 해방촌에 위치한 공영주차장 건물의 옥상을 반려견 놀이터로 전환하는 안을 제시했으며, 이는 소형견 양육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이곳의 위치는 녹사평역에서 해방촌으로 들어가는 입구 부분, 해방촌과 녹사평을 이어주는 육교로 연결되는 지하 굴다리 근방으로, 그림 6의 종합계획도에서 하늘색으로 표시된 곳이다. 구체적으로 가로 8m, 세로 19m, 총면적은 약 152m2정도이다. 이곳은 <A구역>에 속하지만 바로 근처에 기반 시설이 부족한 <C구역>과 <E구역>이 맞닿아있다. 산책 선호도가 높은 <D구역>이 대부분 높은 경사지를 통해서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소형견보단 대형견들에게 선호도가 높다. 따라서 이곳은 근방 세 구역의 중·소형견 양육자들에게 접근이 편리한 커뮤니티 장소로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연구 참여자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해방촌 내 옥상을 활용한 반려견 놀이터는 공간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주민들이 교류할 수 있는 커뮤니티 시설로 작용할 수 있으며, 특히 이곳 옥상 놀이터는 소형견 및 중형견 양육자들에게 적합한 공간으로 인식되었다. 대형견은 가파른 언덕 지형을 거쳐 남산 권역으로 가기 수월한 체격을 가지고 있지만, 중형견과 소형견 및 그 양육자들은 집 주변에서 반려견이 자유롭게 놀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요구사항으로는 예약 시스템과 음수대, 배변 처리 시설, 양육자들을 위한 휴식 시설과 그늘막 등을 추가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더불어 중요한 설계 요소로는 안전을 위한 울타리, 적절한 바닥재, 휴식 공간 및 배변 처리 시설이 제안되었다. 또한, CCTV 설치를 통해 공공장소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예방할 필요성도 제기되었다. 따라서 안전을 위한 울타리뿐만 아니라 간격을 두고 노즈워크 화단을 설치해 반려견의 즐거움과 더불어 혹시 모를 사고를 예방할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하고자 하였다. 또한 군데군데 양육자들이 앉아 쉴 수 있는 영역을 마련해 휴식과 더불어 이웃 간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한 공간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계획하였다. 특히 그리 넓지 않은 이곳의 면적은 반려견 및 양육자 간에 더 많은 접촉이 일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그림 9 참조).
해방촌에서 가장 넓은 민간 건물을 반려동물 복합 시설로 전환하는 방안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 평가가 나왔다. 반려동물 지원센터 전환에 찬성하는 의견이 많았으나, 대형견 양육자들은 남산과 같은 넓은 산책 공간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에 면적이 좁은 공영주차장 옥상 놀이터는 대형견의 이용에 부적합할 것으로 판단되었으며, 남산 놀이터 이외에도 이 민간 건물 옥상이 그 대안이 될 수 있다. 이 건물은 해방촌 오거리에서 후암동 종점 방향으로 위치하며, 옥상 면적은 약 1,037.07m2, 옥상 놀이터 설계안은 대략 세로 15m, 가로 65m로 측정된다. 위치는 그림 6의 종합계획도에서 자색으로 표시된 곳으로, 이곳은 설문조사 상 <B구역>과 <C구역>의 경계이며 해방촌을 통과하는 마을버스가 정차하는 경로상에 있어 해방촌 어디에 살더라도 접근성이 좋다는 장점이 있다. 면담에서 참여자들은 충분한 옥상 면적을 고려해, 그늘막, 식물 배치, 휴식 공간, 그리고 놀이 활동에 도움이 되는 어질리티 시설 등이 필요하다고 설명하였다.
이 옥상 공간은 예약제로 활용할 수 있는 개별 공간으로 계획되었다. 이는 사회성이 부족하거나 공격성이 있는 반려견들은 다른 개들과의 갈등 위험이 있어 독립적인 공간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개별 공간에서 무작위적 교류는 어려울 수 있으나, 소수의 친밀한 관계를 통한 이웃 간 교류의 장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이 외에도 다양한 기능을 가진 반려동물 지원센터로의 개조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으며, 특히 반려견 호텔 기능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외국인 참여자들은 고국 방문 시 반려견 돌봄 시설 부족을 지적하며 반려견 호텔 확충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해방촌이 위치한 용산구는 서울 내에서 반려동물이 가장 많은 자치구임에도 공공시설이 부족한 상황으로, 반려동물 지원센터는 이러한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면담에서 참여자들에 의해 실내운동장, 목욕시설, 수영장 등을 포함한 종합적 반려동물 서비스 제공이 제안되었으며, 이 공간은 추후 반려동물 공공 서비스를 보완하고 주민 교류 확대를 꾸준히 불러일으키는 기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그림 10 참조).
연구 참여자들에 의하면, 개들과 공존하는 반려동물 친화도시의 형성을 위해서는 반려동물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 물리적 시설이 갈등을 완화시킬 수는 있지만, 행동의 문제는 제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육은 단순한 훈련을 넘어 반려견 사회화와 양육자 간 교류를 포함해야 한다. 이 계획안에서는 반려동물 지원센터에서 교육을 운영함으로써 양육자들이 정보를 공유하고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는 기회 제공을 제안한다. 이렇게 행동 문제와 사회화에 중점을 둔 단기 강좌나 세미나를 통해 반려견의 문제 행동을 예방하고 교정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또 지역 동물병원과 협력해 신뢰도 높은 교육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양육자와 반려견이 동반하는 프로그램도 고려되어, 양육자 간 교류와 반려견 유대감 형성을 유도하며 주민 간의 교류를 촉진할 수 있다.
반려견 행사 역시 주민 간의 사회적 교류를 촉진한다. 예를 들어, 여러 외국인 연구 참여자들이 고향에서 경험한 ‘강아지의 밤’ 같은 정기적인 교류 모임, 혹은 반려견 동반 체육대회와 같은 활동은 양육자와 반려견 간 유대감을 강화하고, 사회성을 높일 수 있다. 특히 계절이나 명절 등을 주제로 하는 행사는 참여자들에게 즐거운 경험을 제공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연구 참여자들은 이미 지역에서 ‘강아지 지도 만들기’ 등의 행사에 참여한 경험이 많았다. 이들이 경험한 정기적인 반려동물 교류 활동은 지역사회에 대한 애착 형성과 더불어 공동체 형성을 통해 새로운 이웃 관계의 확장으로 이어지는 기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반려동물 매개 행사의 역할은 유의미한 연결망 형성이 기대된다. 이를테면 반려견 산책을 통한 지역 순찰대 활동을 통해 지역의 안전을 지키는 동시에 공동체 책임감을 기를 수 있다. 또한 반려동물을 주제로 한 문화·예술 활동을 통해 양육자 간 교류를 활성화하고 지역공동체 고유의 문화를 발전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6. 결론 및 시사점
이 연구는 반려동물을 매개체로 삼아 파편화된 마을 주민을 연결하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기능하는 반려견 놀이터의 계획을 위해 서울 해방촌에서 환경행태학적 분석 방법을 통해 지역사회를 조사하였다. 이후 조사 결과를 토대로 설계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설계를 진행하였다. 이 연구가 제시하는 계획안은 도시재생지역 내 유휴공간을 활용해 반려견을 통한 제3의 장소로 기능할 수 있는 반려동물 놀이터를 해방촌 곳곳에 설치하는 것과, 반려동물 지원센터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러한 공간은 지역 내 학부모들끼리 자연스럽게 관계가 연결되고 하나의 공동체가 형성되듯, 새로운 주민공동체로서의 발전 가능성이 존재한다. 즉, 반려동물을 통해 서로 알지 못하던 지역 주민 간 연결을 시도하고, 이웃을 근간으로 하는 지역사회의 구축 및 생활환경의 개선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공간계획에는 설계뿐만 아니라 면담자료에 근거한 반려견 프로그램들을 제안하였다. 이렇게 마을 곳곳의 유휴공간을 활용한 반려견 놀이터를 통해 지역의 물리적 여건 개선과 치안 유지, 추후 이를 기반으로 한 마을 사업으로의 발전과 더불어 외부인의 유입을 통한 상권 개선까지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즉, 해방촌 특유의 분위기와 더불어 다양한 반려견 놀이터를 거점으로 반려견들이 오고 가는 친근하지만 특별한 분위기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만하다. 이렇게 방문한 손님들은 공공 반려견 놀이터뿐만 아니라 지역 상권으로의 유입을 촉진하고 지역의 수익 증대 및 지역의 활력 증진에 이바지하며, 결과적으로 도시의 활력 부여라는 측면에서 도시재생 기능 강화가 기대된다.
이 반려견 놀이터 계획의 핵심적인 의도는 도시 속 주민의 공간에서 반려견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반려견을 양육하는 주민 간 교류를 촉진하고, 이것과 연결된 다양한 효과를 일으켜 지역사회에서의 만족을 체험하도록 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꾸준히 지역사회 만족을 불러일으키는 일련의 경험이 지역공동체에 대한 애착을 제공할 것이며. 이렇게 형성된 애착과 만족도 상승은 자연스럽게 지역 주민의 소속감과 애향심을 증진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더욱이 반려견에 대한 이해도 역시 높아져 반려견으로 인한 주민 간 갈등 역시 완화하게 될 것이다. 이 연구는 이러한 선순환 구조를 통해 마을 곳곳의 반려견 놀이터가 마을 공동체를 유지되면서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하는 꾸준한 동력의 근원으로 자리를 잡게 되길 희망한다. 결국, 지역공동체 선순환 경로의 형성만이 낙후된 지역의 생기를 불어넣는 연쇄적인 도시재생 작용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끝으로 “제가 이 질문을 처음에 쭉 받았을 때, 이거는 그냥 정말 개를 키우지 않는 사람의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질문(K8)” 이라는 평가처럼 이 연구는 반려견에 대한 피상적인 지식과 예측으로 이 연구를 계획하고 수행하였다는 한계가 있다. 마을 내에 적절한 공간과 산책로, 프로그램을 제공하면 충분하다고 판단한 초기의 계획은, 반려견과 설계 대상지에 대한 이해가 전무한 상태에서 관료적이고 시혜적인 접근에 불과하다는 점을 파악하며 수정되었다. 결국, 마을과 주민의 고유문화와 생활방식을 이해하지 않고, 반려견의 특성과 행동에 대한 실제적 지식과 경험 없이 설계자가 책에서 습득한 단편적 지식과 창의성만을 바탕으로 주민 반려견 시설을 설계하는 것은 문제의 여지가 크다. 이러한 낙관적인 접근은 실제로 시민의 삶의 질을 제고하기보다는, 현실적이지 않고 실용적이지 않은 설계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더불어 이 연구는 건폐율이 높은 과밀 지역의 좁은 유휴부지들을 활용하기 때문에 설계에 있어 제한이 크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 연구는 최근 한국 사회의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반려견과 양육자를 위한 환경설계의 확장 시도 중 하나로 의미가 있다. 특히 이 연구는 단순히 물리적 시설을 설계자의 지식과 관점에 머물러 제공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환경생태학적 접근을 통해 이용자 중심적인 설계 요소를 탐색하였다. 이러한 탐구 결과, 반려동물과 양육자, 그리고 지역사회 내부의 관계와 상호작용의 질을 향상시키는 제3의 장소로 기능하는 반려견 놀이터라는 계획을 도출해 반려동물 친화적 도시환경 조성에 필요한 지점들을 고찰하고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학술적·실무적 기여점이 있다. 부디 이 연구를 시작으로 다양한 후속 연구에서 반려동물 친화적 환경설계 방향과 기준, 그리고 적용에 관한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길 바라며, 특히 조경계획에 있어서 보다 환경행태학적 접근이 확장되어 이용자 중심적 방향의 다양한 조경설계를 마주하게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