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은 계획 및 설계, 시공과 유지관리에 이르기까지 시설물의 전 생애주기동안 구축되는 정보를 통합하여 활용하고 각 단계별 사업의 참여자가 효과적으로 협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건설방식이다(국토교통부, 2020). BIM에서 파생된 것으로 조경 BIM을 의미하는 LIM(landscape information model)이라는 용어가 있다(김복영과 손용훈, 2014). 이는 과거 BIM이 건축분야에 한정되어 적용되었던 시기에 정보모델링의 개념을 조경분야에 적용하면서 등장한 용어였다. 현재는 BIM의 개념과 건설방식이 건축 외에도 도로 및 인프라, 단지, 항만, 문화재 등에 확대되어 적용되고 있으며, 각 분야마다 별도의 용어를 사용하고 있지 않고 해외 조경분야에서도 BIM이라는 용어가 통용되고 있는 추세이다. 다만, 조경 BIM을 지원하는 소프트웨어의 제약점, 데이터 간 상호호환성을 위해 개발된 표준 포맷 및 절차의 한계, 초기 도입 비용의 발생, 인력 양성 등 BIM의 도입 및 활성화에 여러 가지 어려움들이 존재한다(김복영, 2024).
이러한 BIM 개념을 전면적으로 도입하기 위해 국토교통부에서는 2020년 BIM 적용을 위한 기본원칙과 표준을 다루는「건설산업 BIM 기본지침」을 제시하였다(국토교통부, 2020). 이어서 2022년에는 BIM 성과품의 작성과 납품, 활용에 대한 방법 및 절차 등 세부기준을 다루는「건설산업 BIM 시행지침」을 발주자, 설계자, 그리고 시공자 등 주체별 특성에 맞게 작성하여 공표하였다(국토교통부, 2022a). 이 지침들은 구축된 BIM 데이터로부터 추출되는 도면이나 물량, 정보 등의 신뢰성 확보를 위해 BIM 데이터의 품질검토가 적절한 기준과 방법으로 수행되어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이 지침들에 의하면 발주자는 BIM 사업을 발주하면서 품질검토에 대한 요구사항을 제시해야 하며, 설계자인 수급자는 이에 따른 BIM 데이터 품질검토 계획을 수립하고 납품 전에 품질검토를 수행해야 한다. 또한 수급자는 결과보고서에 품질검토 수행 후 사용한 검토 도구의 버전 등 수행절차와 수행환경에 대하여 상세히 기술하도록 되어 있다(국토교통부, 2022a). 여기에서 수급자가 수행해야 하는 BIM 데이터의 품질검토는 다음의 세 가지로 이루어진다. 첫째, 부위객체 간 간섭 또는 여유 공간의 확보 등과 관련된 물리적 품질검토, 둘째, 법규 또는 발주자의 설계 요구사항 등에 관한 논리적 품질검토, 그리고 셋째, 작업 수행과 관련하여 필요한 BIM 모델의 속성값 존재 여부와 정보의 정확성 및 일관성에 관련된 속성데이터 품질검토에 관한 것이다.
이러한 BIM 데이터 품질검토의 수행 방법은 수동적 방법과 자동적 방법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수동적 방법은 품질관리 대상을 시각적 방법에 의해 BIM 모델에서 직접 확인하는 방법이며, 자동적 방법은 특정 기능이 있는 소프트웨어에 의해 자동으로 확인하는 방법이다. 물론 수동적 방법보다 자동적 방법을 사용했을 때 누락이나 오류 없이 품질검토를 수행할 수 있으며 이에 소요되는 시간과 노동력을 절감할 수 있다. 자동적 품질검토 방법을 지원하는 소프트웨어로는 부위객체 간 충돌 여부를 판단하는 간섭검토용 소프트웨어, 법규위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법규검토용 소프트웨어, 설계기준에 맞게 설계되었는지를 확인하는 설계조건 확인용 소프트웨어 등이 있다. 이러한 소프트웨어들은 발주자가 개발하여 제공하거나 또는 수급자가 상용화된 소프트웨어를 구하여 사용할 수 있지만, 소프트웨어가 개발되지 않은 경우 품질검토 도구를 별도로 구축하여 사용할 수 있다(국토교통부, 2022b).
현재 시중에는 Navisworks, BIM360, Solibri Model Checker, Revizto 등 분야별 통합모델을 구축하고 간섭체크 등 물리적 품질검토와 속성데이터 품질검토를 수행하는 소프트웨어들이 개발되어 있다. 이에 비해 논리적 품질검토는 발주자가 요구하는 설계조건이나 조례 등 법규 조건, 부위객체별 최소 또는 최대 요구조건 등에 대한 다양한 기준의 품질검토가 포함되므로 발주자 측에서 검토 도구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수급자가 이를 맞춤화하여 직접 구축하거나 수동으로 검토해야 한다. 이에 대한 기회비용이 당연히 발생하거니와, BIM 모델을 제작하는 BIM 저작도구의 외부에서 검토 도구를 구축한다면 또 다른 소프트웨어의 구입 비용이나 새로운 기술력 습득을 위한 시간과 노력이 추가적으로 발생한다. 더욱이 품질검토가 BIM 모델을 제작하는 저작도구와 분리된 플랫폼에서 이루어진다면 원활한 작업의 흐름과 속도를 방해할 수 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BIM 모델을 저작도구에서 구축한 후 동일한 소프트웨어에서 BIM 데이터 품질을 검토할 수 있도록 시각적 프로그래밍 언어(visual programming language, VPL)를 이용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VPL은 노드(nodes)와 연결(connections)로 구성된 그래픽 객체를 이용하여 함수를 정의하는 이미지 기반 언어를 의미한다. VPL은 텍스트 기반 언어에 비해 컴퓨터 언어에 대한 고급 지식이 필요 없으며, 시각적이고 논리적인 배열을 구성하여 원하는 업무를 비교적 쉽게 정의하거나 해석하고 이해할 수 있다(Singer and Borrmann, 2015). VPL은 특히 건설분야에서 기하학적인 3D 형태의 모델링 과정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으며, 근래에는 BIM 모델 내 정보 수집 및 계산의 자동화 처리에도 사용되고 있다(Carvalho et al., 2021). 즉, BIM 설계방식에서 VPL은 대상지나 시설물의 규모가 거대해지고 복잡성이 높아지는 설계안에서 최적화된 결과물을 도출하고 이를 시공에 연계하기 위해 사용된다. 그 과정에서 모델링 도구로서 한계를 가지고 있는 BIM 저작도구를 보완하며, BIM 모델을 토대로 시설물의 검토 및 평가,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수행하기 위해 활용된다. 이러한 BIM 저작도구를 기반으로 하는 VPL로는 Autodesk사의 Revit용 Dynamo, Nemetschek Group의 Vectorworks용 Marionette, Graphisoft사의 ArchiCAD용 Param-O 등이 있으며, 이들은 소프트웨어 사용자에게 무료로 제공되고 있다. 이로써 설계자가 BIM 저작도구 내에서 설계 변수를 설정하고 이에 따른 함수를 알고리즘으로 작성하는 블록 코딩이 가능해졌다.
본 연구의 목적은 조경 BIM 모델을 기반으로 VPL을 활용하여 논리적 품질검토를 수행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품질검토 업무가 BIM 모델의 속성 데이터를 토대로 이루어짐으로써 3D 형상과 속성정보가 분리된 현재의 수행방법보다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음을 확인하는 데 있다. 논리적 품질검토는 관련 법규 또는 발주자의 설계조건에 대한 기준을 평가하는 과정으로서 비정형적 형태 도출 과정보다 용이하게 알고리즘을 생성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알고리즘을 외부 소프트웨어가 아닌 BIM 저작도구 내에서 실행함으로써 BIM 모델을 직접적으로 활용하여 품질검토를 수행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가시화함으로써 조경분야에서 설계자들이 BIM 기반으로 VPL을 원활히 사용할 수 있고, 조경 BIM 데이터의 품질검토 업무와 절차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다. 이는 조경분야에서 지적되어 왔던 BIM 저작도구의 한계를 VPL을 사용하여 극복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BIM 모델을 논리적 품질검토뿐 아니라 환경성능 시뮬레이션 등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조경분야의 BIM 도입에 대한 당위성을 마련하고자 하였다.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진행되었다(그림 1 참조). 먼저 국토교통부에서 배포한「건설산업 BIM 기본지침」과「건설산업 BIM 시행지침」의 발주자편 및 설계자편 등 국내 BIM 관련 지침에서 데이터 품질검토에 대해 살펴보고, 이를 통해 논리적 품질검토의 중요성과 검토 도구 개발의 필요성을 확인하였다. 이론 고찰에서는 상기 지침들을 통해 논리적 품질검토의 특징을 확인하고, 이와 더불어 VPL의 정의 및 특징과 건설 전분야에서 BIM 저작도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VPL이 사용되는 동향에 관하여 살펴보았다. 이 과정을 통하여 BIM 데이터의 논리적 품질검토 과정에서 VPL로 알고리즘을 작성하여 사용하면 업무의 효율성을 도모할 수 있음을 발견하였다.
다음으로 조경기준과 지자체 조례를 통하여 조경분야에서 수행 가능한 BIM 데이터의 논리적 품질검토 항목들을 나열하고 그중에서 빗물관리시설 대책량 산정식을 선택하여 알고리즘을 작성하였다. 여러 지자체에서는 저영향개발을 위해 일정 규모 이상의 개발 부지에 빗물관리시설을 설치하도록 의무화하고 이에 대한 대책량 산정식을 제시하고 있다. 이 산정식은 다양한 BIM 객체들의 속성정보와 물량산출 단위가 함께 포함되어 있으며 다른 논리적 품질검토 항목에 비해 연산 과정이 복잡하므로 본 연구의 알고리즘 작성 사례로 적절하였다. 이에 지형과 침투시설, 이용시설 등 부위객체를 BIM 모델로 제작하여 이들의 물량산출이 가능하도록 하였고, 이 값들과 함께 포화투수계수 등 여러 상수들과 연산을 위한 수식을 입력하여 빗물분담량과 빗물관리시설의 필요대책량 및 설치대책량이 자동으로 산출되도록 알고리즘을 작성하였다.
이어서 작성한 알고리즘을 서울특별시 내 계획된 공동주택단지를 대상지로 하여 실행해 보았다. 이 과정에서 BIM 모델 제작을 위한 저작도구는 Revit을 사용하였고 함수식에 대한 알고리즘 작성은 Revit의 플러그인으로 개발된 Dynamo를 사용하였다. 이는 이론 고찰에서 Dynamo가 사용자 점유율이 높은 BIM 저작도구인 Revit을 기반으로 하여 3D 모델링과 분석 업무를 수행하는 주요한 설계도구로서 언급되었기 때문이다. 알고리즘 실행 후에는 대상지의 빗물분담량과 빗물관리시설 대책량 산출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필요대책량과 설치대책량을 비교하여 설계량의 충족 여부가 논리적 품질로서 검토되어 나타나는지 그 결과를 분석하였다.
마지막으로 BIM 모델을 기반으로 VPL을 사용하여 논리적 품질검토를 수행하는 과정 상의 특장점에 대해 서술하였다. 또한 본 연구가 가지는 의의와 한계, 그리고 차후 조경분야에서 BIM 방식을 도입하면서 VPL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요구되는 사항들을 논하였다.
2. 이론 고찰
국토교통부가 건설산업의 전면 BIM 정착을 위해 발간한「건설산업 BIM 기본지침」 및「건설산업 BIM 시행지침」의 발주자편과 설계자편에는 수급자인 설계자가 BIM 프로젝트를 납품하면서 수행해야 하는 BIM 데이터 품질검토 방법과 기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지침에서 BIM 데이터 품질검토란 설계자가 작성한 BIM 성과품이 발주자 요구사항 및 사전에 설정된 품질검토 기준에 맞추어 적절히 작성되었는지 확인하는 업무이다(국토교통부, 2022b).
데이터 품질검토는 물리적 품질검토, 논리적 품질검토, 속성데이터 품질검토 등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물리적 품질검토는 주로 형상 요건에 대한 품질검토로서 간섭검토 및 모델 객체의 위치, 형상 검수 등이 포함된다. 논리적 품질검토는 BIM 성과품의 논리 요건에 의한 품질검토를 의미하며, 관련 법규 또는 규정에 대한 검토, 최소 또는 최대 요구의 부합 여부, 시방서에서 제시하는 설계조건 등이 포함된다. 속성데이터 품질검토는 공종 객체에 대한 속성정보의 부여 및 정합성, BIM 객체의 형상 및 상세수준 검토, 물량산출 결과 등을 포함하며, 협업 또는 발주자의 작업환경에 업로드 가능한 파일 용량으로 작성되었는지 등을 검토하게 된다(국토교통부, 2022b).
논리적 품질검토는 BIM 성과품이 단순히 형상 또는 데이터 조건을 충족하는지 확인하는 데에 국한하지 않고 설계기준과 요구조건을 만족하는지 평가하는 과정으로서 설계안의 정확성과 신뢰성을 높일 수 있으며, 설계오류로 인한 비용 손실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논리적 품질검토를 수행함으로써 프로젝트 참여자 간에 데이터 신뢰성이 확보되고 설계의 부합성 여부를 빠르게 판단할 수 있어 의사결정 과정이 단축되며 원활한 협업이 이루어진다. 전문성을 가지는 각 건설분야는 특정한 논리적 품질검토 항목을 가지게 되는데, 조경분야에서는 조경면적, 녹지율, 식재 밀도, 배수 기준 등 국토교통부 및 중앙 관계부처 고시 또는 지자체 조례 등에서 다양한 법적 조경 기준과 조건을 BIM 데이터로 검토하는 절차를 마련할 수 있다(표 1 참조). 이와 같은 논리적 품질검토는 BIM 데이터의 형상을 위주로 하는 물리적 품질검토나 속성정보의 유무 또는 부합성 등을 다루는 속성데이터 품질검토와는 달리 면적, 수량, 대책량 등의 연산이 가능하므로 설계 조건이 함수식으로 주어진다면 알고리즘을 활용한 연산의 자동화가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항목 | 품질검토 내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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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면적의 산정 | |
조경면적의 배치 | |
식재수량 및 규격 | |
식재수종 | |
옥상조경 면적 | |
식재토심 | |
빗물관리시설 대책량 산정 |
출처: 서울특별시, 2013; https://www.law.go.kr. 저자편집.
VPL은 visual programming language의 약자로서 시각적 프로그래밍 언어를 의미한다. Myers(1990)는 VPL을 시각적 구문과 의미론을 가진 컴퓨터 언어로 정의하였다. VPL은 블록 코딩을 지원하므로 설계가들이 원하는 기능을 사용자화하여 알고리즘으로 개발하도록 지원하고 이에 따라 연산적 설계를 가능하게 한다.
VPL은 텍스트 기반으로 운용되는 컴퓨터 언어와 비교해 보았을 때 시각적 매체를 기반으로 하므로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비교적 쉽게 배우고 사용할 수 있다. 또한 공유를 위해 다른 사용자가 개발한 오픈소스 등 관련 콘텐츠를 활용하여 원하는 기능을 추가, 확장함으로써 새로운 알고리즘을 개발할 수 있다. 그리고 대상지 또는 상황이 달라지면 그에 맞는 변수를 변경하여 입력함으로써 다양한 상황에 맞추어 활용할 수 있다.
이러한 특장점으로 인해 현재 VPL은 여러 설계용 소프트웨어의 플러그인으로 개발되어 제공되고 있다. Rhino는 이미 2007년부터 VPL인 Grasshopper를 공개하여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으며, 이후 BIM 개념이 도입되면서 건설분야의 설계가들을 위하여 본격적으로 BIM 저작도구에도 VPL이 제공되고 있다. 이에 BIM 건설방식에서 VPL은 모델의 기하학적 형태와 의미적 속성정보를 생성하거나 또는 기존 모델의 정보를 검색하고 이에 대한 검토를 수행하는 등 두 가지 방안으로 사용되었다(Preidel et al., 2017). 즉, BIM 저작도구가 설계업무의 자동화를 지향하지만 복잡한 형태 작성을 위해 유연하게 작동하지 않으며, 객체 라이브러리 등 BIM 콘텐츠가 부족할 경우 반복되는 작업에서 모델 작성에 어려움이 있는데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VPL이 사용되었다. 더 나아가 BIM 저작도구들은 3D 모델링, 도면 작성, 시각화에 초점을 맞추어 개발되었기 때문에 모델을 구축하더라도 속성정보 데이터를 입력, 추출, 수정하는 것이 쉽지 않아 실시간 BIM 데이터의 정보처리 및 검토, 적용을 위해서 VPL을 사용하는 경향도 발견되었다(Asl et al., 2015; 정재원 등, 2017; 김복영, 2019; 최민정과 최현철, 2019; Collao et al., 2021). 이와 관련하여 Turco et al.(2022)은 현재 VPL의 사용 환경이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BIM 모델의 기능도 확장되고 있으므로 전문 프로그래머가 아니더라도 설계자가 알고리즘을 작성하여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BIM 기반의 VPL 관련 연구 중 먼저 형태 작성에 초점을 맞춘 연구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BIM 설계방식에서 VPL은 대형화와 형태적 복잡성을 추구하는 건축분야에서 비정형 시설물의 설계 및 시공을 원활히 하기 위해 사용되었다. 우승학 등(2014)은 비정형 건축물의 외장패널 설계에서 VPL로 알고리즘을 작성함으로써 여러 개의 최적화된 설계안을 자동으로 생성하였다. Monteiro(2016)는 상세수준인 LOD(level of development) 400에서 모델을 제작하면서 VPL로 건축물 벽에 설치할 부품의 배치 및 배분 규칙을 작성하여 BIM 모델의 각 벽에 객체들이 자동으로 삽입되도록 하였다. 이러한 경향은 건축분야에서 벗어나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었다. Singer and Borrmann(2015)은 교량 등 다양한 인프라 분야에서 VPL을 이용하여 BIM 기반 초기설계 단계에서 반복적인 설계 프로세스를 자동화하여 시간을 절약하였다. 김현승 등(2020)은 항만분야에서 BIM 방식이 모델링의 어려움으로 실무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음을 언급하면서 대표적인 항만구조물인 슬릿케이슨(Slit Caisson)이 변수에 의해 설계조건에 적합한 BIM 모델로 신속히 생성할 수 있도록 VPL을 이용하여 알고리즘을 구축하였다.
형태 작성 및 도출 외에 모델 검토 등 BIM 응용도구로서 알고리즘을 작성하여 VPL을 사용하려는 시도를 한 연구들도 다수 있었다. Seghier et al.(2017)은 녹색건축물 기준에 맞추어 설계를 진행하는 것이 어렵지만 건축물의 BIM 모델과 VPL을 이용하면 외피의 환경성능에 대한 평가를 실시간으로 검토하고 반영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Reinhardt and Mathews(2017)는 시설물에 대한 조례 등 법적 규제의 해석에 주관이 개입되어 적용 상의 불일치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VPL을 이용하여 반복적이고 일상적인 작업을 자동화함으로써 일관된 법규 적용을 유도하며 설계가들이 보다 중요한 설계 쟁점에 집중하게 할 수 있다고 하였다.
이렇듯 건축분야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BIM 저작도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설계자들이 VPL로 직접 알고리즘을 작성하여 사용하고 있으나 조경분야에서는 이와 관련된 연구가 미흡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해외 조경분야에서에서는 표준화된 낮은 상세수준의 수목 모델을 성상 및 규격 등의 변수로 생성하여 BIM 저작도구에서 불러들여 형상화하고, 녹지비율인 GnPR(Green Plot Ratio)를 계산하거나 미기후 시뮬레이션을 수행하는 작업 방식이 제시되기도 하였다(Gobeawan et al., 2021; Lin et al., 2022a, 2022b). 그러나 이 방식에서는 BIM 저작도구 내 VPL을 이용하기보다 Grasshopper나 Envi-met 등 외부 소프트웨어와 Python 및 C++ 등의 전문적 프로그래밍 언어가 사용되었다. 이로써 본 연구에서 제시하는 것과 같이 설계자들이 BIM 저작도구 내에서 모델을 활용하기 위해 VPL로 직접 알고리즘을 개발하여 활용하는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이상과 같이 기존 연구 고찰을 통해 BIM 저작도구가 가지는 모델링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거나 시설물의 평가 또는 법적 규제의 적용, 시공현장과의 연계성 확보, 속성정보 변경의 실시간 반영 등 다양한 양상으로 VPL을 사용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BIM 기반으로 VPL을 사용하는 건축분야에서 시작되어 도로, 항만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었지만 조경분야는 BIM을 기반으로 하여 VPL을 사용하는 연구가 아직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존 연구를 고찰하는 과정에서 BIM 저작도구를 위해 개발된 여러 개의 VPL이 언급되었는데, 설계가들은 이들을 이용하여 다양한 기능을 알고리즘으로 작성함으로써 저작도구의 한계를 넘어 BIM 응용도구로서 사용하고 있었다. 관련 연구들에서 VPL로서 가장 많이 언급된 것은 사용자 점유율이 높은 BIM 저작도구인 Revit을 기반으로 하는 Dynamo였다. Rhino용 Grasshopper를 사용하는 경우도 상당한 수의 연구에서 발견되었으나 엄밀히 말하면 Rhino는 BIM용 저작도구라기보다 3D 모델러라고 할 수 있으며, Grasshopper만으로 직접 BIM 저작도구와 연동되지 않는다. Kensek(2015)은 이러한 이유에서 당분간 Dynamo가 매개변수에 의한 3D 모델링과 분석 업무를 보완하는 데에 보편적인 설계도구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였다.
3. 연구방법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조경 BIM 모델의 논리적 품질검토가 필요한 조경 설계기준 중에서 함수식 작성이 가능한 항목은 조경면적의 산정, 식재수량 및 규격, 빗물관리시설 대책량 산정 등이 있었다(표 1 참조). 이러한 항목들 중에서 면적이나 식재수량에 관한 기준은 BIM 저작도구의 일람표를 이용하면 신속하게 논리적 품질검토가 가능하다. 하지만 빗물관리시설의 대책량 산정에는 여러 상수를 비롯하여 부지 및 녹지면적, 투수성포장 및 침투시설과 빗물이용시설의 설치량 등 다양한 BIM 객체들의 속성정보와 물량산출 단위가 함께 포함되어 있으며, 산정식 자체가 복잡하여 BIM 저작도구의 일람표만으로는 산출이 불가능하다. 이러한 항목은 BIM 모델을 기반으로 하면서 VPL로 이 과정을 알고리즘으로 작성하여 실행하면 논리적 품질검토를 보다 쉽고 정확하게 수행할 수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BIM 모델을 토대로 계획 및 설계과정에서 빗물관리시설 대책량에 대한 품질 기준의 적합성 여부를 실시간으로 확인해 보고 설계안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이에 대한 알고리즘을 작성하였다.
빗물관리시설의 필요대책량 및 설치대책량은 여러 지자체에서 저영향개발을 위해 일정 규모 이상의 개발지역에 대해 산정방식과 기준을 제시하고 있으며 그 설치량을 의무화하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2005년 빗물관리 관련 조례를 제정, 공표한 이래 빗물의 효율적 이용과 환경보전을 위해 관련 시설의 설치기준 및 산정식을 제시, 시행하고 있는 서울특별시의 산정 방식(표 2 참조)을 토대로 알고리즘을 작성하였다.
구분 | 기준시설별 빗물분담량(㎜/hr) | |||||
서울특별시 | 공공·교육 | 공원·녹지 | 교통·기반 | 민간(대규모) | 민간(소규모) | |
6.0 | 7.5 | 5.0 | 5.5 | 3.5 | ||
[주1] 민간시설 대규모: 대지면적 500㎡ 이상, 소규모: 대지면적 500㎡ 미만 [주2] 복합단지 및 도시개발(재개발)사업 등은 토지이용 계획에 따른 해당 분담량 적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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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서울특별시, 2013. 저자 편집.
이 산정 방식에 의하면 먼저 시설의 종류 및 면적에 따른 빗물분담량을 결정한다. 빗물분담량이 결정되면 대상지 면적과 지면기준 녹지면적으로 대책수립면적을 구할 수 있다. 이렇게 구해진 빗물분담량과 대책수립면적으로 빗물관리시설 필요대책량을 구할 수 있다. 다음으로 조경 BIM 모델에 포함된 투수성포장, 침투측구 또는 트렌치, 침투통 등 침투시설의 설치량과 빗물이용시설, 옥상녹화 등 이용시설의 설치량을 더하여 빗물관리시설 설치대책량을 산정할 수 있다. 이렇게 계산한 필요대책량과 설치대책량을 비교하여 설치대책량이 필요대책량 이상이면 논리적 품질검토의 조건을 충족하게 된다.
이에 대한 산정식은 조경 BIM 모델을 Revit에서 작성할 것이므로 Revit용 VPL인 Dynamo에서 알고리즘으로 작성하였다(그림 2 참조). 이 알고리즘을 통하여 대상지의 부지면적과 녹지면적, 기준시설별 빗물분담량의 값에 의한 대책수립 면적이 나오고 이에 따른 빗물관리시설 필요대책량이 산정되어 나온다. 차후 침투시설 설치량과 이용시설 설치량이 조경 BIM 모델에서 구해지면 이들을 더한 설치대책량이 필요대책량과 비교되어 조건을 만족하였을 때 ‘설치대책량 충분’ 또는 부족하였을 때 ‘설치대책량 부족’이라는 메시지를 결과로 얻을 수 있다(그림 2a 참조). 빗물관리시설 설치대책량은 조경 BIM 모델이 작성되고 나면 투수성포장 설치량(그림 2b 참조), 침투통 설치량(그림 2c 참조), 침투트렌치 설치량(그림 2d 참조), 이용시설 설치량(그림 2e 참조)이 각각 구해지고 이를 더한 총량이 계산되어 필요대책량의 비교값으로 사용된다.
이때 조경 BIM 모델에서 추출되는 침투시설 설치대책량의 수량은 투수성포장재는 면적(m2), 침투트렌치는 길이(m), 침투통은 개소(ea)로 구해지고, 이용시설의 설치량은 옥상의 빗물이용시설과 저류 및 침투시설 연계면으로 면적(m2)의 단위로 구해진다. 침투트렌치의 길이와 침투통 개소는 Revit의 일람표로 바로 산출 가능하고, 면적으로 계산되는 포장재와 이용시설 설치량은 계획 도면을 기준으로 공간객체를 작성하여 산출할 수 있다. 모델링 작업을 마친 후에도 필요에 의해 BIM 모델에서 투수성포장재나 침투트렌치, 침투통의 개소를 수정하면 자동으로 물량산출에 관한 일람표가 수정되어 업데이트되므로 설계자는 별도로 이들에 대한 계산을 재수행할 필요가 없다. 이렇게 하여 알고리즘에 의해 빗물관리시설 필요대책량과 설치대책량이 산출되고 상호 비교되어 계획량이 적절한지 확인된다.
본 연구에서는 앞서 작성한 빗물관리시설 대책량 산정을 위한 알고리즘을 적용해 보기 위해 공동주택단지 조경설계를 사례로 하여 BIM 저작도구인 Revit에서 조경 BIM 모델을 제작하였다(그림 3 참조). 선정된 사례 대상지는전체 부지면적 28,083.10m2에 녹지면적이 13,564.43m2에 이르도록 계획되었다.
이 사례 대상지의 빗물관리시설 설치대책량을 조경 BIM 모델에서 직접 산정하기 위해 2D 계획 도면을 참고로 부위객체들을 모델링하였다. 이 과정에서 먼저 지형을 모델링한 후 빗물관리시설 설치대책량 산정에 포함되는 침투시설인 투수성포장, 침투트렌치, 침투통을 부위객체로 작성하였다(그림 4a 참조). 기타 옥상 저류조가 설치된 건축물의 저류 및 침투시설 연계면의 면적을 이용시설 설치량에 포함하기 위해 이에 대한 공간객체를 작성하여(그림 4b 참조) 빗물관리시설 설치대책량이 BIM 모델을 통해 자동으로 구해질 수 있도록 하였다.
조경 BIM 모델을 완성한 후 Revit 프로그램 상에서 Dynamo로 작성한 빗물관리시설 대책량 산정 알고리즘을 실행하였다(그림 5 참조). 대상지는 대지면적 500m2 이상인 대규모 민간시설에 해당되므로 기준시설별 빗물분담량(e)이 5.5㎜/hr로 지정되었다. 이 값과 대상지의 부지면적(A), 녹지면적(B)을 토대로 알고리즘에서 대책수립면적(C)과 빗물관리시설 필요대책량(X)이 차례로 산출되었다. 빗물분담량(e)와 같이 외부에서 입력되는 상수 외에 침투시설과 이용시설의 면적, 길이, 개수 등 설계수량에 대한 변수는 BIM 모델을 토대로 구해졌으며, 이 값들은 침투시설 설치량(D)과 이용시설 설치량(S)을 구하기 위해 알고리즘에서 활용되었다. 이러한 투수성포장, 침투트렌치, 침투통, 그리고 이용시설의 설계수량은 각각 일람표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값들은 산정식을 토대로 작성한 알고리즘에 의해 모두 더해져서 빗물관리시설 설치대책량(Y)으로 구해졌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 후 알고리즘의 마지막 단계에서는 설치대책량(Y)이 앞서 산출되었던 필요대책량(X)과 비교됨으로써 논리적 품질의 충족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었다.
4. 연구결과 및 분석
빗물관리시설 대책량 산정 알고리즘의 실행 과정에서 산출된 결괏값을 순차적으로 확인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대상지의 부지면적(A)과 녹지면적(B)은 BIM 모델에서 직접 구해지고, 빗물분담량(e)이 상수로 주어진다. 이에 대책수립면적(C)은 부지면적(A)과 녹지면적(B)을 이용하여 구해지며(식 1 참조), 필요대책량(X)은 대책수립면적(C)과 빗물분담량(e)으로 구해진다(식 2 참조).
e : 기준시설별 빗물분담량(상수 5.5)
BIM 모델에서 구해진 대상지의 부지면적(A)은 28,083.10m2, 녹지면적(B)은 13,564.43m2이므로 식 1에 의해 계산된 대책수립면적(C)은 19,944.44m2이고, 식 2에 의해 계산한 필요대책량(X)은 109.69m3/hr이다.
다음으로 각 침투시설의 단위설계침투량(Un)은 상수인 영향계수(f), 포화투수계수(q), 비침투량(Rn)을 이용하여 구할 수 있다(식 3 참조). 각 침투시설 설계량(Dn)은 단위설계침투량(Un)과 BIM 모델에서 자동으로 산출되는 각 시설의 설계수량(Pn)인 투수성포장(T0.24, P1), 침투측구(W200, P2), 침투통(W300A, P3)의 수량으로 구할 수 있고(식 4 참조), 전체 침투시설 설치량(D)은 각 침투시설 설계량(Dn)을 합산하여 구할 수 있다(식 5 참조).
f : 영향계수 (상수 0.81)
q : 포화투수계수 (상수 0.01643)
Rn : 비침투량 (시설유형별 차등 적용)
R1 (투수성포장 T0.24) = 1.290
R2 (침투측구 W200) = 3.378
R3 (침투통 W300A) = 8.259
식 3에 의해 계산된 단위설계침투량(Un)은 투수성포장(U1) 0.017, 침투측구(U2) 0.045, 침투통(U3) 0.110의 값이 나온다. 그리고 각 시설의 설계수량(Pn)은 투수성포장(P1) 4832.53m2, 침투측구(P2) 326.86m, 침투통(P3) 24ea이 BIM 모델에서 자동으로 구해진다. 따라서 식 4에 의해 계산된 각 시설의 침투시설 설계량(Dn)은 투수성포장(D1) 82.15m3/hr, 침투측구(D2) 14.71m3/hr, 침투통(D3) 2.64m3/hr이며, 식 5에 의해 계산된 대상지 전체의 침투시설 설치량(D)은 99.50m3/hr이다.
저장계수(E)는 대상지의 저장용량(G)과 저류 및 침투시설 연계면의 대상면적(F)을 이용하여 구할 수 있으며(식 6 참조), 이용시설능력(H)은 저장계수(E)와 기준저장계수(t)에 의해 구해진다(식 7 참조). 이어서 이용시설 설치량(S)은 이용시설능력(H)과 대상면적(F)에 의해 구해진다(식 8 참조).
t : 기준저장계수 (상수 0.05)
식 6에 의해 계산한 결과 저장계수(E)는 대상지의 저장용량(G) 250.00m3와 저류 및 침투시설 연계면의 대상면적(F) 4,602.11m2가 BIM 모델에서 구해지고 0.054의 값이 구해진다. 식 7에 의해 계산한 결과 이용시설능력(H)은 3.051mm/hr이고, 식 8에 의해 이용시설 설치량(S)은 14.04m3/hr로 구해진다.
전체 설치대책량(Y)은 침투시설 설치량(D)과 이용시설 설치량(S)을 이용하여 구할 수 있으며(식 9 참조), 이를 필요대책량(X)과 비교하여(식 10 참조) 설치대책량의 부족 또는 충분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식 9에 의해 계산한 결과 침투시설 설치량(D)은 99.50m3/hr이고 식 8에 의해 계산된 이용시설 설치량(S)은 14.04m3/hr이므로 식 10에 의해 계산된 설치대책량(Y)은 113.54m3/hr이다. 이는 필요대책량(X = 109.69)보다 크므로 ‘설치대책량 충분’으로 판단할 수 있다.
이상에서 조경 BIM 모델의 부위객체들을 모델링한 후 이를 토대로 빗물관리시설 설치대책량과 필요대책량이 VPL로 작성한 알고리즘을 통해 자동 연산되도록 하고 이 값들을 비교한 결과 설치대책량이 충분하다는 결괏값을 얻을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실무에서는 이러한 알고리즘에 의한 자동 연산 방식을 사용하기보다 2D 도면에서 면적, 길이, 개수 등 설계수량을 수동으로 산출하고 엑셀 등 스프레드시트에 직접 입력하여 설치대책량과 필요대책량을 산출하여 비교 검토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품질검토의 결괏값은 동일하게 나오겠지만 수동적 방식으로 연산을 하는 과정에서는 물량산출과 입출력 및 복잡한 연산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반면 알고리즘에 의한 빗물관리시설 대책량 산정 과정에서는 일단 알고리즘이 정확하게 작성되고 나면 외부 상수와 물량산출 변수가 자동으로 입출력되고 복잡한 연산을 수행하면서 각 과정마다 정확한 결괏값을 연동하게 됨으로써 오류 없이 품질검토가 이루어질 수 있었다.
이러한 연산의 정확성 외에도 알고리즘을 활용하였을 때 다음과 같은 이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첫째, 조경 BIM 모델을 제작하면서 부위 및 공간객체들에 대한 배치를 수정하여 물량이 변경되더라도 빗물관리시설 대책량 산정을 위한 알고리즘을 재실행함으로써 그 결과값을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하고 확인할 수 있었다. 대상지에는 다양한 유형의 빗물관리시설들이 배치되는데 이들의 총량인 빗물관리시설 대책량은 설계안에 의해 수시로 변경된다. 이때 시설 대책량이 최소 기준에 부합되는지에 대한 논리적 품질검토를 즉각적으로 수행하면서 설계안을 전개함으로써 다양한 유형의 시설물들을 적절히 조합하여 배치해 나갈 수 있었다. 본 연구의 사례에서도 설계수량을 필요대책량에 맞추어 계획하기 위해 설계안을 반복하여 수정하면서 설계수량을 조정하였다.
둘째, VPL을 이용하여 조경 BIM 모델의 바닥포장, 침투시설 등 부위 및 공간객체별로 구해지는 다양한 단위의 개별적 물량산출 데이터를 취합하여 통합적 연산을 수행할 수 있었다. 빗물관리시설은 일람표에서 물량산출이 가능하지만 길이, 면적, 개소 등 단위가 다른 다양한 객체들은 카테고리별로 일람표가 분리되어 작성된다. 따라서 동일한 카테고리 내에서만 물량산출과 연산이 가능한 Revit의 일람표로는 설치대책 총량을 구할 수 없다. 반면 VPL로 작성한 알고리즘에서는 이러한 상이한 카테고리들의 물량산출 데이터를 불러들여 산정식에서 자유롭게 취합하여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셋째, 조경 BIM 모델의 부위 및 공간객체에 입력된 속성정보를 활용하므로 일관된 기준을 적용하여 빗물관리시설 설치대책량을 구할 수 있었다. 설치대책량은 시설의 카테고리 및 규격별 유형에 따라 비침투량 등 상수로 입력되는 데이터 값이 모두 상이하다. 수동적 방법으로 이러한 데이터 값을 처리하여 연산을 수행할 경우 업무 담당자에 따라 결과값이 상이하게 적용되거나 실수로 인해 결과값이 달라지는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VPL을 활용하여 객체의 유형별 데이터 값을 자동으로 추출하여 연산에 적용함으로써 상이한 적용을 배제하고 정확하게 설치대책량을 계산해 낼 수 있었다.
5. 결론
BIM 기술은 설계단계에서 기존의 2D 도면 작성 방식을 3D 모델 작성 방식으로 대체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설계과정에서 발생하는 정보 누락과 오류를 최소화하고 있다. 또한 시공단계에서는 BIM을 통해 간섭체크와 가상 시공 시뮬레이션을 가능하게 하여 설계와 시공간의 불일치 문제를 사전에 해결할 수 있다. 시설물의 유지관리 측면에서는 식물소재 등 자재의 장기적 유지관리 데이터를 축적하여 전 생애주기 관리를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따라서 정부에서는 지원정책들을 마련하면서 BIM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국토교통부에서는 국내 최상위 BIM 공통지침인「건설산업 BIM 기본지침」과 이에 따른 BIM 성과품의 작성, 납품, 활용절차 및 세부기준을 다루는「건설산업 BIM 시행지침」을 제시한 바 있다. 특히 이 지침들은 BIM 모델 작성 시 정보의 신뢰성 확보를 중요시하고 있으며 BIM 데이터에 대한 물리적, 논리적, 그리고 속성데이터에 대한 품질검토를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이중에서 논리적 품질검토는 전문분야 및 대상지의 특수성에 기인한 다양한 기준이 적용되므로 발주자 측에서 검토 도구를 제공하지 않는 한 수급자인 설계자가 직접 도구를 구축하거나 수동으로 검토해야 한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설계자들이 BIM 저작도구 내에서 모델을 토대로 논리적 품질검토를 수행할 수 있도록 VPL을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하였다. 이를 위한 이론 고찰로서 VPL의 정의와 특징, BIM에서 VPL을 이용하는 방식 및 동향에 대해서 살펴보고, BIM 데이터의 논리적 품질검토를 위해 VPL을 이용하는 근거를 마련하였다. 그리고 논리적 품질검토 항목 중에서 빗물관리시설 대책량 산정을 위한 알고리즘을 Revit용 VPL인 Dynamo로 작성하였다. 빗물관리시설 대책량 산정에는 다양한 조경 BIM 객체들의 속성정보 및 물량산출, 기타 여러 상수들이 필요하며 복잡한 연산과정을 거쳐야 하므로 알고리즘의 작성 사례로 선정되었다. 작성한 알고리즘은 공동주택단지의 조경설계 사례에 적용해 보았다. 이를 위해 대상지의 지형, 침투시설과 이용시설의 부위 및 공간객체를 BIM 모델로 제작하고 빗물관리시설 대책량에 대한 알고리즘을 실행함으로써 논리적 품질검토를 수행하였다.
이상과 같은 사례 적용 과정에서 VPL을 이용하여 논리적 품질검토를 수행하였을 때 다음과 같은 이점이 있음을 확인하였다. 첫째, BIM 모델의 부위와 공간객체들을 수정하여 물량이 변경되더라도 빗물관리시설 대책량 산정을 위한 알고리즘을 재실행함으로써 결과값을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할 수 있었다. 둘째, BIM 모델의 여러 카테고리별 객체와 속성정보, 상이한 단위의 물량산출 데이터를 취합하여 통합적 연산을 하는 것이 가능하였다. 셋째, 작성한 알고리즘에 의해 자동적 검토가 이루어짐으로써 논리적 품질검토의 적용 기준이 정확해지고 산정에 대한 주관적 해석과 오류가 없어져 검토 결과의 신뢰성이 높아졌다.
이상과 같은 BIM 데이터에 대한 VPL의 활용은 하나의 기능을 수행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여러 측면에서 사용성을 확장할 수 있다. VPL로 작성한 알고리즘은 파일로 저장할 때 BIM 모델과 별도의 파일로 저장되므로 차후 동일한 논리적 품질검토가 필요한 다른 대상지의 BIM 모델에 불러들여서 반복적으로 재사용할 수 있다. 또한 작성한 알고리즘을 하나의 모듈로 하고 다른 기능의 알고리즘을 추가 개발하여 연결함으로써 복합적인 알고리즘으로 확장하여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다. 적극적으로는 정량화된 함수식이 도출되어 있는 환경성능 시뮬레이션을 알고리즘으로 개발하는 것인데, 이 경우 별도의 BIM 모델을 활용하는 응용도구 없이도 설계자들이 BIM 저작도구에서 VPL로 직접 블록 코딩을 작성함으로써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수행할 수 있다.
VPL이 시각적 매체를 기반으로 하여 학습과 사용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으나 원하는 노드가 제공되지 않는다면 사용자가 근본적으로 텍스트 기반의 컴퓨터 언어로 코딩을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또한 사용자들에 의해 개발, 공유된 알고리즘 또는 오픈소스를 사용할 경우 BIM 저작도구의 버전에 따른 업데이트가 이루어지지 않아 알고리즘의 수행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이러한 제약점에도 불구하고 조경 BIM 모델의 제작과 시뮬레이션에 대한 전문적 업무들을 지원하기 위해 VPL로 다양한 알고리즘이 개발되고 공유된다면 BIM 도입에 대한 저해 요인 중 하나로 거론되는 BIM 도구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VPL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면 BIM 저작도구나 응용도구들이 가지는 기본 기능을 넘어 설계자가 BIM 모델에 유기적이고 복잡한 형상이나 식생 유형에 맞는 배치 규칙 등과 같은 설계조건을 만족시킬 수 있는 맞춤형 알고리즘을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본 연구는 BIM을 기반으로 하는 VPL의 방대한 사용 가능성 중 논리적 품질검토에 국한하여 제한적으로 보여주였다는 한계가 있다. 다만, 현재 다양한 분야에서 여러 가지 용도로 사용된다는 점을 선행연구에서 확인해 보았을 때 조경분야에서의 BIM 모델 활용과 VPL의 사용 가능성 및 확장성을 선제적으로 제시하였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또한 빗물관리시설 대책량 산정에 관한 기준이 여러 지자체에서 배포되고 있으나 대표적으로 서울특별시만을 대상으로 알고리즘을 작성하고 적용해 보았다는 한계를 가진다. 하지만 조경분야에서 국내 BIM 지침을 효과적으로 적용하기 위한 출발점을 마련하였고, 디지털 설계도구로서의 VPL을 사용하여 현재의 BIM용 저작도구가 가지는 한계를 극복하는 방안을 제시하였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BIM용 저작도구는 건축용 도구들로 구성되어 있고 조경분야의 전문적인 설계업무를 지원해줄 플러그인이나 소프트웨어들은 아직 충분히 개발되어 있지 않다. 그러므로 조경분야의 특수하고 전문적인 설계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다양한 설계도구를 연동하거나 VPL을 이용하여 설계도구를 사용자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조경분야에서 필요한 설계업무를 위해 개발된 알고리즘 모듈을 오픈소스로 공유하고 축적시켜 나감으로써 미진했던 디지털 설계도구의 사용을 활성화할 필요성이 있다. 이와 더불어 BIM 설계업무를 더욱 원활하게 하기 위해 수목이나 포장재, 시설물 등 다양한 인공적 설계요소들에 대한 속성정보의 구축과 객체 개발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