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수변공간은 인류의 삶과 문명에 깊은 영향을 미쳐왔다. 역사적으로 인류는 강, 호수, 해안 등 물과 인접한 지역에 정착하며 농업, 교역, 교통, 도시 건설을 발전시켜 왔다. 산업화 이후에는 항만과 산업단지가 워터프론트에 조성되어 도심의 경제와 물류를 지원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그러나 산업구조의 변화와 물류 이동 수단의 다변화로 인해 수변 산업시설의 기능은 점차 축소되었다. 특히 기존의 도심 워터프론트는 산업 활동과 물류 이동을 위한 단일 기능 중심의 공간으로 개발되었기 때문에 도시 내부와의 연계성이 부족했고, 산업이 쇠퇴하면서 노후화되어 방치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로 인해 수변 지역의 경제적·사회적 활력이 저하되며 지역 쇠퇴가 가속화되었다.
1960년대 이후 산업구조의 변화로 워터프론트 주변이 낙후되자, 수변 지역을 재정비하고 재생 사업을 통해 수자원을 공공에 돌려주며 지역을 활성화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었다. 특히, 수변공간에 집중된 폐산업시설들은 단순히 오염되고 철거해야 할 공간이 아니라, 산업화 시대를 상징하는 유산이자 지역의 역사적 자산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수변공간과 그에 남겨진 산업시설이 도시재생의 중요한 요소로 평가되면서 관련 연구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강동진 등, 2009; 남지현, 2009; 정규식 등, 2011). 초기 워터프론트 연구는 주로 활성화 방안, 경관적 측면, 도시와의 물리적 연계성에 초점을 맞추었으며, 21세기 이후에는 환경 및 생태적 관점, 재해 방지 측면, 도시재생적 측면에서 워터프론트를 조명하는 논의로 확장되었다. 워터프론트 산업유산 활용과 관련된 연구들은 수변공간에 위치한 산업시설의 특성을 분석하거나(백현아, 2010), 항만 산업도시가 워터프론트 도시로 전환되는 과정에서의 전략적 접근을 다루는(이금진, 2008) 등 주로 도시계획적 차원의 연구가 이루어졌다.
워터프론트에 위치한 산업시설은 도심 워터프론트 형성 과정에서 필수적인 요소였으며, 산업화 시대를 거치면서 지역의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된 생활 유산이자 지역 자산이 되었다. 이러한 산업시설은 현재의 도시재생 과정에서 워터프론트를 새로운 기능으로 전환하는 데 중요한 공간적 기반을 제공한다. 그러나 워터프론트 재개발은 토지 소유권, 산업시설의 보존과 개발 간 가치 충돌, 공유재인 수자원 이용에 대한 사회적 형평성 문제 등 다양한 갈등을 수반하는데(Akinson et al., 2002; Desfor et al., 2011; Avni, 2017; Eidelman, 2018), 이러한 갈등의 상당 부분이 산업시설과 관련되어 있다. 이렇듯 워터프론트 산업시설은 다양한 가치를 균형 있게 고려해야 하는 복합적인 과제를 안고 있다(Porfyriou and Sepe, 2017; 서준교, 2023).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 연구에서는 워터프론트와 산업시설 간의 관계를 충분히 조명하지 못했다. 또한, 산업시설의 설계는 입지적 특성에 따라 차별화된 접근이 필요하므로, 워터프론트에 입지한 산업시설은 워터프론트의 개발 특성을 고려한 설계 전략이 함께 수반되어야 한다. 워터프론트는 육역과 수역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공간으로서, 단순한 수변 공간을 넘어 도시 활동이 이루어지는 오픈스페이스로서의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Hoyle et al., 1998; 권영상과 조민선, 2010).
본 연구는 최근 10여 년간 워터프론트 재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미국 뉴욕시의 사례를 중심으로, 산업시설과 연계된 오픈스페이스 조성 과정을 살펴본다. 이를 통해 워터프론트 산업시설 재개발 시 고려해야 할 요소를 도출하고, 사례 분석을 통해 도시재생 및 공원화 전략을 탐구하고자 한다.
본 연구는 워터프론트 재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미국 뉴욕시의 산업시설과 연계된 워터프론트 오픈스페이스를 대상으로 한다. 연구 대상지는 허드슨강(Hudson River)변에 위치한 Pier 26과 리틀 아일랜드(Little Island), 그리고 이스트강(East River)변에 위치한 Domino Park(도미노 파크)로 한정하였다(그림 1). 유산으로 인식하는 것은 사회적 합의에 따른 주관적인 판단인데(강동진, 2022), 이 연구의 사례 대상지는 긴 시간 공간에 대한 보존 및 활용 등에 관한 사회적 합의를 거쳐 개발되었기에 산업유산 혹은 산업유산을 활용한 대상지라고 보았다.
뉴욕 맨해튼의 워터프론트는 20세기 초반 산업 및 무역 활동의 중심지로서, 물류 이동을 위한 부두들이 즐비했으며, 공장과 창고가 밀집한 산업지대였다. 그러나 20세기 후반에 접어들며 산업구조 변화와 함께 수변 공간 일대가 점차 낙후되었다. 이에 따라 뉴욕시는 도심 속 워터프론트를 개선하여 녹지와 여가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1980년대 배터리 파크 시티(Battery Park City) 및 사우스 스트리트 시포트(South Street Seaport) 개발을 계획하였다. 이후 1998년, 맨해튼 해안선을 따라 부지를 보호하고 공공에 제공하기 위해 허드슨강변 공원법(Hudson River Park Act)이 제정되었으며, 허드슨강 일대 워터프론트 개발을 전략적으로 계획, 관리하기 위해 허드슨 리버 파크 트러스트(Hudson River Park Trust)가 설립되었다.
본 연구는 이러한 워터프론트의 성장과 쇠퇴, 그리고 재생 과정이 두드러지는 뉴욕의 수변 공간을 대상으로 하였다. 특히, 최신 워터프론트 개발의 경향을 반영하기 위해 연구 시작점인 2023년을 기준으로 5년 내 준공된 공간이자, 연구 주제에 맞추어 산업시설과 연계하여 오픈스페이스를 조성한 사례를 선정하여 연구했다.
리틀 아일랜드는 Chelsea Piers의 일부로, 첼시마켓 서측 허드슨강변에 자리하고 있다. 이 지역은 1910년대 유럽 이민자들의 관문이자 초호화 여객선이 정박하는 주요 부두였으며, 한때 뉴욕 항만의 중심지로 기능했다(그림 2a). 특히 1912년, 영국 리버풀에서 첼시 54번 부두로 입항할 예정이었던 타이타닉호가 대서양에서 침몰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역사적인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운송 수단의 발달과 산업구조 변화로 인해 부두의 활용도가 감소하면서 방치되었고, 점차 우범지역으로 전락했다. 이후 2012년 허리케인 샌디(Sandy)의 영향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으며, 해당 지역의 재개발 필요성이 더욱 부각되었다. 2013년, Hudson River Park Trust(허드슨 리버 파크 트러스트)와 Barry Diller(배리 딜러), Diane von Fürstenberg(다이앤 본 퍼스텐버그)는 노후화된 Pier를 대체하고, 새로운 공공 오픈스페이스를 조성하기 위해 공모전을 개최했다. 그 결과, Heatherwick Studio 건축팀과 MNLA 조경팀이 당선되어 2014년 11월 공식 계획안을 발표하였다. 프로젝트에는 뉴욕시 공원 기금(The Trust for Public Land, PPF)과 민간 재단(배리 딜러 및 다이앤 본 퍼스텐버그 부부)의 기금이 사용되었으며, 특히 배리 딜러와 다이앤이 약 3,000억 원을 기부하면서 대규모 민관 협력 사업으로 추진되었다. 그러나 환경 단체와 일부 시민들은 해당 개발이 환경을 악화시키고, 개인의 자금이 공공 자산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2017년, 소송이 지속되자 배리 딜러는 프로젝트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했지만, 당시 뉴욕 주지사였던 Andrew Cuomo(앤드류 쿠오모)가 개입하여 협상을 중재했다. Hudson River Park Trust는 허드슨강 주변의 환경 보호 정책을 더욱 강화하고, 뉴욕시는 다른 부두(Pier 40 등)의 보존을 위한 추가 투자를 약속하면서 합의에 도달했다. 이후 2년에 걸친 법적 분쟁이 마무리되었고, 2018년 4월 착공을 시작해 2021년 5월 대중에게 공식 개방되었다(그림 2b).
Pier 26은 약 2.5에이커(약 3천 평) 규모로, 뉴욕 맨해튼 Tribeca 지구 인근 허드슨강 하구에 위치한다. 이 지역은 담수와 바닷물이 만나는 생태적으로 민감하고 생산성이 높은 수역으로, 다양한 해양 생태계를 지원하는 중요한 공간이다. Pier 26은 1910년대에 건설되어 주로 해상 화물을 처리하는 창고 및 화물 도크로 활용되었으며, 한때 뉴욕시의 물류 및 해상 운송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그러나 산업 구조 변화와 물류 이동 방식의 전환(예: 항공·도로 운송의 발달)으로 인해 활용도가 점차 감소하면서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방치되었다. 이에 뉴욕시는 Pier 26을 재개발하여 공공 공간으로 조성하고자 했으며, 오랜 기간에 걸쳐 자금을 확보해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2006년, Lower Manhattan Development Corporation은 Tribeca 지역의 공공 공간 확장 계획을 발표하고, 공적 자금과 CITI 등의 민간 기부금을 통해 재원을 마련했다. 이후 2018년 착공을 시작해 2020년 9월 대중에게 개방되었다(그림 3).

뉴욕 도미노 파크(Domino Park)는 브루클린 윌리엄스버그(Williamsburg) 지역의 도미노 설탕 정제소(Domino Sugar Refinery) 부지에 조성된 공원으로, 2018년 개장하였다. 도미노 설탕 정제소는 19세기 후반 설립된 산업 시설로, 한때 미국 최대의 설탕 정제 공장 중 하나로 운영되었다. 그러나 2004년 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약 48,500m2(약 11에이커)에 달하는 부지가 장기간 방치되었다. 해당 부지는 개발 잠재력이 높은 지역에 위치해 있어 여러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관심을 보였고, 결국 Two Trees Management가 부지를 인수하여 대규모 재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되었다. 초기 계획은 부지 전체를 고밀도 주거 및 상업지구로 개발하는 것이었으나, 과밀 개발과 공공 공간 부족, 임대료 상승 등의 문제로 인해 지역 주민들과 도시계획 활동가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이에 따라 뉴욕시는 재개발 인센티브 프로그램(Zoning Incentives for Public Space)을 적용하여, 일정 부분을 공공 공간으로 조성하는 조건으로 2014년 재개발 계획을 승인하면서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었다. 도미노 파크는 이러한 타협의 결과물로 조성된 공원으로, 지역 주민들에게 개방된 공공 공간이자 이스트강(East River) 워터프론트와 연결된 녹지 공간을 제공한다. 도미노 설탕 정제소의 역사성을 보존하기 위해 일부 건물과 산업 시설물을 공원 조성에 적극 활용하였다(그림 4, 표 1 참조).
2. 본론
도시는 역사적으로 워터프론트와 함께 성장해왔다. 워터프론트는 육지와 수역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공간으로, 단순히 물과 접한 지역이 아니라 육역과 수역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개념이다. 이러한 지리적 특성 덕분에 워터프론트는 항만 활동과 생산 활동뿐만 아니라, 도시 활동이 이루어지는 오픈스페이스로서 공공성을 지니며, 도시 발전과 긴밀한 관계 속에서 변화해 왔다(Hoyle et al., 1998; 권영상과 조민선, 2010).
그러나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워터프론트는 점차 도시와 단절되기 시작했다. 19세기부터 20세기 초반까지 산업 및 물류의 중심지로 활용되던 워터프론트는, 산업 시대에 접어들며 주로 수송, 가공 및 저장 기능에 집중하게 되었다(김희철 등, 2013). 이로 인해 접근성이 제한되었고, 물리적·사회적 장벽이 형성되면서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이용하기 어려운 공간으로 변해갔다(Hoyle et al., 1998; 정순원과 우신구, 2010). 20세기에 접어들면서 산업 구조의 변화와 물류 이동 수단의 다변화로 인해 기존의 산업 기능이 축소되었으며, 그 결과 주변 지역의 경제적 침체와 공간의 물리적 노후화가 가속화되었다. 워터프론트가 도심과 단절되면서, 낙후된 시설이 방치되었고 도시 쇠퇴를 야기하는 요인이 되었다.
20세기 후반부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도시 재생의 움직임이 본격화되었다. 워터프론트의 재개발은 단순한 공간 정비를 넘어, 지역과 연계하여 도시 활성화를 유도하는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이에 따라 워터프론트는 산업적 용도를 벗어나 문화적 자원으로 재조명되었으며, 시민들을 위한 여가 공간이자 심미적인 도시의 상징적 공간으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현재 워터프론트 개발은 지속가능한 도시 발전의 중요한 축으로 인식되며, 공공성과 친수성을 고려한 계획이 강조되고 있다.
이러한 워터프론트는 몇 가지 중요한 가치와 개발 시 주안점을 지닌다. 첫째, 워터프론트는 본질적으로 공공성을 띠는 공간이다(권영상과 조민선, 2010; 김희철 등, 2013). 물이라는 공공재와 맞닿아 있기 때문에 시민들에게 개방성이 보장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접근성을 높이고 도시와의 연계성을 강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다(Alexander et al., 1977; 이한석과 도근영, 2000). 워터프론트가 공공공간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물리적·시각적 연결성을 확보하여 시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계획하는 것이 중요하다(Hall and Pfeiffer, 2013; 곽채은과 이금진, 2020).
둘째, 워터프론트는 산업화 과정에서 축적된 역사와 지역 정체성을 담고 있다. 기존 시설과 구조물은 단순한 노후 시설이 아니라, 지역의 역사성을 보존하고 강조하는 문화적 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 따라서 워터프론트 재개발에서는 기존 산업 유산을 고려한 도시재생 전략이 중요하며, 장소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적인 활용이 가능하도록 설계해야 한다. 워터프론트는 한때 도시 발전의 중심이었던 장소로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매력적인 공간으로 변화할 수 있다.
셋째, 워터프론트는 생태적 가치가 높은 공간이다. 다양한 생물의 서식지로 기능하며, 수생 생태계와 육상 생태계가 상호작용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생물의 이동과 번식을 촉진하고, 생태계의 건강성을 유지하는 데 기여한다(최정희 등, 2009). 이뿐만 아니라, 워터프론트는 자연적으로 수질 정화 기능을 수행할 수 있으며, 강우 시 물을 저장하고 방출하는 등의 역할을 통해 홍수 위험을 완화하는 기능도 갖는다.
넷째, 지속가능한 워터프론트 개발을 위해서는 공공과 민간의 협력이 필수적이다(Hall and Pfeiffer, 2013). 워터프론트가 공유재로서 대중에게 개방되려면, 기존에 사적으로 점유되었던 부지를 공공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따라서 공공과 민간의 협력을 바탕으로 한 파트너십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며, 공공기관은 공동체의 사회적 이익을 고려하여 민간 개발자 및 소유주와 협력해야 한다. 이를 통해 디자인의 질을 관리하고 충분한 인프라를 공급할 수 있도록 조율해야 한다.
또한, 워터프론트 개발은 단순한 물리적 정비를 넘어 장기적인 계획과 유연한 대응이 요구된다(ULI, 2004; Hall and Pfeiffer, 2013). 부지 용도의 변경, 소유권의 변화, 이해관계자 간의 조정 등이 필요(Broudehoux, 2013; Samant and Breares, 2017)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완료될 수 없는 복합적인 과정이다. 따라서 워터프론트 개발은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며, 사회적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유연한 계획이 요구된다. 광역적 관점에서 장기적인 비전을 설정하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추진해야만 성공적인 워터프론트 재생이 가능할 것이다.
이 연구에서 다루는 워터프론트 산업유산은 도심 수변 지역에서 발전한 산업시설 중 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지닌 공간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유산은 사회나 공동체가 보호하고 보존해야 할 역사적, 문화적, 자연적 가치를 지닌 자산을 뜻하며, 산업유산은 산업 발전 과정에서 역사적이고 사회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 산업시설을 말한다(강동진 등, 2003, 강동진, 2022). 산업유산은 단순히 과거의 흔적을 보존하는 것에 그치지 않으며, 현재와 미래 세대에게 역사적이고 문화적인 연속성을 제공하는 교육적이고 사회적인 가치를 지닌다.
산업유산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해당 자원의 가치 평가가 선행되어야 한다(강동진, 2022). 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은 후에는 보존, 철거, 방치 등 어떤 방식으로 관리할 것인지, 자원의 어떤 요소를 보존해야 할 것인지 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이 과정은 주관적인 가치 판단이 개입되기 때문에 다양한 의견을 듣고 협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며, 여러 관점에서 고려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
유산으로 인정받은 산업시설의 공간은 과거 산업 발달 시기의 기술과 시설을 고려한 특성을 지니고 있으며,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따라 공간의 기존 특성과 의미를 부각할 수 있다. 물리적인 흔적을 지역의 자산으로 삼아 상징화하거나, 시민들의 활동을 담을 수 있는 공간으로 변모시킬 수 있다(강동진, 2022). 또한 산업시설의 인문학적 역사성을 어떻게 공간에 드러내 후대에 전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물리적인 시설과 공정 과정 및 시대의 노동상과 관련한 역사성을 현대에 전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공간의 역사성과 더불어 그 공간에 담기는 콘텐츠가 공간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지역 주민들의 참여를 유도하여 지역 활성화를 도울 수 있기(고흠, 2009, 강동진, 2022) 때문에 산업유산을 활용하는 활동 프로그램 역시 중요한 요소이다. 산업공간은 보통 높은 천장과 개방적인 구조를 지니고 있어, 대규모 전시, 공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수용하는 데 적합하다. 또한, 콘크리트와 철강 재질의 낡은 모습과 색상은 다른 활동을 위한 훌륭한 배경이 되는바, 도시발전의 역사와 상징을 담는 프로그램이 시민의 일상적 활동 프로그램과 어우러져 계획되어야 한다.
산업유산은 생활유산이자 지역의 자산이다. 과거 해당 지역의 경제를 이끌었던 산업시설은 지역 주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강동진 등, 2003). 따라서 산업유산의 변화는 지역 주민과 산업 노동자들의 가족, 그리고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게 된다. 산업유산의 활용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특정 시설이나 토지 소유자의 독단적인 결정보다는 다양한 협의체의 합의와 조정이 필수적이다. 적극적인 공공성을 부여함으로써 지역의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앞서 워터프론트의 특성과 산업유산 설계 시 고려해야 할 특성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 연구에서는 수변공간에 위치한 산업유산을 설계 시 고려해야할 사안으로 앞선 두 가지 특성을 중첩하여 분석하고자 한다.
산업유산 설계 시 고려해야 할 주요 사항은 먼저 해당 자원의 가치 평가를 바탕으로, 공간 활용 기법, 공간에 담길 프로그램 콘텐츠, 그리고 활용 과정에서의 행위인 운영관리가 포함된다. 또한, 워터프론트 설계에서 고려해야 할 주요 사항으로는 먼저 디자인 기법으로 첫째, 개방성, 친수성, 접근성, 둘째, 역사성, 상징성, 장소성, 셋째, 환경성, 생태성, 경관성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디자인 기법 외에도 장기적인 계획과 협력적 파트너십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워터프론트에 위치한 산업유산을 다룰 때에는 이 두 가지 관점을 모두 반영하여, 산업유산에서 다뤄야 할 보다 포괄적인 항목인 공간 활용 기법, 콘텐츠, 운영관리를 중심으로 수변공간 계획에서 요구되는 사항을 각 항목에 포함시키는 방식으로 분석을 진행하였다(표 2 참조). 본 연구는 이러한 분석 기준을 바탕으로 2023년 7월에 진행한 현장 답사와 대상지 운영 홈페이지 및 설계 회사 등에서 획득한 자료를 종합적으로 분석하였다.
3. 결과
리틀 아일랜드는 워터프론트와의 연결성을 강화하고 개방감을 조성하는 동시에, 공원 내부에서의 안락함을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설계 전략을 적용하였다. 이를 위해 콘크리트 유닛의 높낮이를 조정하여 필요한 지형을 형성하였으며, 공원 진입광장 주변의 유닛을 점차 높여 언덕을 조성함으로써 광장을 보다 아늑하게 만들었다(그림 5). 반면, 유닛은 워터프론트에 가까울수록 낮아져 사람들이 보다 쉽게 수변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였다(그림 5). 이러한 지형 변화는 공원에서 허드슨 강의 다양한 방향으로 열린 조망을 제공하며, 전체적으로 개방성과 접근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또한, 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계층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ADA 기준을 준수하여 설계되었다.
리틀 아일랜드가 위치한 피어 54는 2012년 허리케인 샌디로 인해 심각한 피해를 입고 기존 부두를 지탱하던 말뚝만이 남아 있었다. 공원의 설계 과정에서 이러한 기존 말뚝을 존치하고, 동시에 말뚝과 주변 강물의 형상을 모티브로 삼아 공원의 형태가 된 새로운 구조물 유닛에 적용함으로써 부두의 역사를 보존하였다. 특히, 검게 그을린 말뚝은 20세기 초 뉴욕 경제 호황의 흔적을 보여주는 기념물의 역할을 하며, 공원의 콘크리트 유닛과 병치함으로써 부두의 역사성을 드러냈다(그림 5). 또한, 입구에 존치한 Pier 54의 아치형 구조물과 콘크리트 유닛의 다층적 경관 레이어는 과거와 현재의 공존을 방문객에 선사한다(그림 6a). 이 콘크리트 유닛은 강이 얼었을 때 보이는 말뚝 주위의 얼음 모자이크에서 착안한 형태로 디자인되었으며, 다양한 높낮이로 배열되어 리틀 아일랜드의 상징적 경관을 형성하고 있다. 총 132개의 유닛은 프리캐스트 콘크리트로 제작되어 바지선을 이용해 엘리자베스 강에서 허드슨 강으로 운송되었으며, 뉴욕 라베나 지역에서 조립 후 설치되었다.
허드슨 강 위에 위치한 리틀 아일랜드는 필연적으로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공간이므로, 생태적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다양한 방법이 적용되었다. 공원 내 녹화된 공간은 배수를 원활히 하기 위해 토양 하부의 콘크리트 구조물 위에 배수 매트를 설치하였으며, 빗물은 토양과 자갈을 거쳐 배수 매트로 이동한 뒤 최종적으로 배수구로 흘러가도록 설계되었다(그림 7). 포장면에 떨어지는 빗물 역시 별도의 집수 시스템을 통해 관리되며, 이렇게 모인 물은 콘크리트 유닛 사이에 설치된 우수 파이프를 따라 강으로 배출된다. 또한, 우수 방류 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화학물질이나 염화칼슘 등의 사용을 배제하였다. 워터프론트에 위치한 공원 특성상 바람, 염분, 내한성을 고려한 식재 계획이 수립되었다. 또한, 계절에 따라 색감이 다채롭게 변화하는 경관을 조성하기 위해 사계절 식재를 계획했다. 공원 내부에서의 이용자 경험을 고려하여 공간의 구조 또한 세심하게 설계되었다. 콘크리트 유닛으로 자연스럽게 형성된 경사진 잔디밭은 사람들이 편히 눕거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으로 기능하며(그림 6b), 이와 동시에 공원 내부와 뉴욕 스카이라인을 파노라마처럼 조망할 수 있는 시각적 경험을 제공하도록 디자인되었다.
리틀 아일랜드에서는 다양한 문화, 예술, 스포츠 이벤트가 열리며, 지역 전문가들의 참여를 통해 연령별 맞춤 프로그램이 무료로 운영된다. 뉴욕 지역 뮤지션들이 주 6일 공연을 펼치며, 음악, 서커스, 댄스, 코미디 등 다채로운 공연이 진행된다(그림 6c). 특히, 6월부터 9월까지는 아티스트들의 연주회, 콘서트, 개그 공연과 함께 필라테스 및 요가 수업이 열린다. 또한, 전 연령층을 대상으로 한 비주얼 아트, 낭독회, 댄스 교실 등의 워크숍이 운영되며, 공원 조경을 담당한 사인 닐슨 조경가의 투어 프로그램을 통해 공원의 디자인 원리와 조성 과정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리틀 아일랜드는 공공과 민간이 협력하여 조성된 지속 가능한 공간으로, 민간의 대규모 투자와 공공의 행정적 지원이 결합된 사례다. 사업가 배리 딜러와 그의 아내 다이앤 본 퍼스텐버그의 재단(Diller-von Furstenberg Family Foundation)은 약 2억 6천만 달러를 기부하여 프로젝트의 주요 재원을 마련했다. 공공 부문에서는 뉴욕시 공원관리국(NYC Parks)과 허드슨강 공원 신탁(Hudson River Park Trust)이 행정적 지원과 유지 관리를 담당했다. 또한, 공원의 생물다양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생태학자가 참여했으며, 공연 공간 설계를 위해 공연 예술 전문가, 그리고 환경 단체와 지역 커뮤니티도 의사 결정 과정에 함께했다. 조성 당시, 환경 단체 등 시민들은 개발로 인한 환경 악화와 민간의 과도한 개입 등을 우려하며 개발을 반대하였지만, 허드슨강 주변의 환경 보호 정책을 강화하고 친환경적 관리 방안을 마련하는 등의 노력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었다. 또한, 운영과 관리의 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해 배리 딜러 재단은 개장 이후 20년간 운영 및 유지 관리 자금을 제공하기로 약속했다. 이렇듯, 공원 운영은 공공-민간 파트너쉽을 기반으로, 공공 기관의 효율적 관리와 민간 재단의 풍부한 지원을 통해 운영된다.
뉴욕의 Pier 26은 Hudson River Park 내에 위치한 공공공간으로, 시민들에게 다양한 활동과 수변 접근성을 제공하도록 설계되었다. 이 부두는 Hudson River Greenway와 연결되어 보행 및 자전거 이용자의 접근성을 높였으며, ADA(미국 장애인법)를 준수해 장애인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수변과의 물리적 근접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캔틸레버 데크를 설치해 물 위로 돌출된 공간을 조성했으며(그림 8), 부둣가에는 넓은 보도와 계단을 배치해 보행자를 자연스럽게 수변으로 유도했다. 또한, 수상 스포츠를 즐길 수 있도록 카약 전용 구역을 마련해 강으로의 직접적인 접근성을 향상시켰다(그림 10c). 시각적 개방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식물 배치를 조절하고 구조물의 높이를 낮게 설계하여 강과 맨해튼 스카이라인을 조망할 수 있도록 했다. 강을 향한 난간과 벽에는 유리 및 철재를 활용해 시야를 가리지 않도록 했으며, 강바람을 막아주는 400피트 길이의 벽을 설치해 이용자의 쾌적한 이동을 도왔다(그림 10c). 야간에도 강의 경관을 감상할 수 있도록 조도가 낮고 따뜻한 색상의 조명을 배치하여 부드러운 분위기를 조성했다.
Pier 26의 디자인은 과거 산업 중심지였던 대상지의 역사성을 반영하고 있다. 기존 부두의 선형 구조를 유지하며, 허드슨 강과 해운업의 관계를 강조하는 공간으로 조성되었다. 강변을 향해 열린 공간을 통해 예전 선박이 정박하던 모습을 연상시키며, 뉴욕과 뉴저지가 한눈에 보이는 전망을 제공함으로써 Pier 26이 지역 간 교류의 거점이었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또한, 허드슨강 하구의 특성을 반영해 다양한 생태 존(zone)을 도입함으로써 자연친화적인 공간으로 변모하는 과정도 담아냈다. Pier 26에는 네 가지 주요 생태 존이 조성되었으며, 이는 과거 허드슨 강변의 자연환경과 도시화 과정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Woodland Forest Zone(숲)에서는 과거 맨해튼이 울창한 숲으로 덮여 있던 모습을 상징적으로 재현하여 지역의 조류 및 곤충 서식지를 제공한다(그림 10b). Coastal Grassland Zone(해안 초지)은 뉴욕의 초기 습지와 해안선을 복원하여 생물 다양성을 높이고 있다. Maritime Scrub Zone(해양 관목 지대)은 과거 부두에서 생존했던 식물 생태계를 반영하며, Rocky Tidal Zone(조간대)은 강과 바다가 만나는 특성을 고려해 해양 생물의 서식 공간을 제공한다(그림 8). 이를 통해 Pier 26은 단순한 공원이 아니라, 도시와 자연, 그리고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조성되었다. 한편, Pier 26의 디자인은 과거 해양 산업 및 생태계를 연상하는 오징어의 형태에서 착안하였는데, 디자인 과정에서 덜 직설적이고 조금 더 현실적인 현재의 형태로 변하게 되었다.
Pier 26은 환경 보호와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다양한 설계 기법을 적용했다. 우선, 허드슨강의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 부유형 습지(Floating Wetlands)를 도입해 강변으로 유입되는 오염 물질을 자연적으로 정화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 습지에는 토착 및 습지 식물을 식재하여 수질 정화 기능을 강화하고, 생물 서식지를 조성했다. 또한, 염습지 지역에는 갯줄풀(Spartina alterniflora)을 식재해 토양을 안정화하고 해안선 침식을 완화했다. 부두 위의 식재로 인해 발생하는 무게를 지탱하기 위해 경량골재인 Geofoam을 사용했으며, 산책로, 식재 부분, 콘크리트 슬라브 등 공간의 특성에 따라 Geofoam의 깊이를 달리 적용했다(그림 9). 폭풍과 해수면 상승 시 구조물이 떠내려가지 않도록 Geofoam과 구조물을 결합해 설계했으며, 기후 변화에 대한 대응력을 높였다. 사용된 건축 자재 또한 지속 가능성을 고려하여 선정되었다. 데크 및 구조물에는 재생 목재와 친환경 콘크리트를 활용했으며, 해상 기후 조건을 견딜 수 있도록 내구성이 강한 Kebony 목재를 적용했다. 강바람을 막아주는 400피트 길이의 벽 또한 Kebony 목재로 피복하고, 디자인을 최소화하여 개별 보드로 제작함으로써 미관을 단순하고 정돈된 느낌으로 유지했다. 조간대에는 자연적인 웅덩이를 만들어 하루 두 번의 만조와 간조에 따라 물이 고이도록 하여 다양한 서식 환경을 제공했다(그림 10a). 또한, Tide Deck는 해수면 상승과 폭풍 피해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그림 8).
뉴욕의 Pier 26은 산업유산인 부두를 플랫폼으로 삼아 입지적 특성을 반영한 환경 생태 체험과 교육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카약 체험과 낚시 이벤트 등을 통해 부두의 본래 기능을 전달하며,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방문객들이 허드슨 강의 생태계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한다. 특히, Ecological Walkway는 자연 식생을 보존한 산책로로 조성되어 있으며, 숲, 해안 초지, 습지, 해양 관목 지대, 조간대 등 다섯 가지 생태 존을 체험할 수 있다. 또한, 4,000제곱피트 규모의 과학 놀이터는 대서양 해양생물을 본뜬 놀이 구조물을 포함하여, 아이들이 해양 생태계를 자연스럽게 학습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이 놀이터에서는 물고기의 해부학을 탐구하거나 허드슨 강 생태계와 관련된 다양한 놀이 요소를 체험할 수 있다. Pier 26은 수변 공간으로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수상 스포츠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부두 입구에 위치한 Downtown Boathouse에서는 무료 카약 체험을 제공하며, 허드슨 리버 파크 트러스트(Hudson River Park Trust)의 프로그램 일환으로 Pier 26에서는 정기적인 낚시 이벤트가 열린다. 또한, 허드슨 강 전망 데크에서는 야외 요가 수업과 같은 웰니스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Pier 26은 허드슨강 공원의 일부로, 허드슨 리버 파크 트러스트가 관리하며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한다. 20세기 초 허드슨 강은 뉴욕의 주요 교통로였으나, 1970-80년대 해상 무역이 쇠퇴하며 환경 문제와 인프라 노후화가 심화되었다. 이에 따라 1986년부터 지역 주민과 환경 단체가 공공 공간 조성을 위한 운동을 시작했고, 1998년 뉴욕주가 ‘허드슨 리버 파크법’을 제정하면서 해안선을 따라 공원을 조성하기로 결정했다. Pier 26은 이러한 계획의 일환으로 조성되었으며, 공공성과 환경적 지속 가능성을 중심으로 개발되었다. 허드슨 리버 파크 트러스트는 다섯 가지 주요 목표를 설정했다. 첫째, 해안 공원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지속적인 설계와 건설을 추진한다. 둘째, 공원을 효율적으로 운영·관리하여 지역 사회의 중요한 자산이자 경제적 창출 공간으로 유지한다. 셋째, 대중 교육, 연구, 서식지 개선을 통해 환경 보호를 장려한다. 넷째, 무료 또는 저렴한 비용으로 다양한 레크리에이션, 교육, 문화 활동을 제공하여 대중의 접근성을 높인다. 마지막으로, 주요 상업 거점을 개발해 공원의 재정적 자립과 지속 가능성을 보장한다. Pier 26은 지역 사회의 의견을 반영하며 단계적으로 조성되었다. 2018년에는 부두 서쪽 끝에 위치한 Tide Deck의 건설이 시작되었으며, 2019년 말 산책로, 스포츠 공간, 수목 식재 작업이 완료되었다. 이후 2020년 9월 30일, Pier 26이 대중에게 공식 개방되면서 허드슨 강과의 물리적·시각적 연계를 강화하는 공공 수변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이처럼 Pier 26은 산업유산이었던 부두를 활용하여 자연 친화적이고 교육적인 공간으로 탈바꿈하였다. 다양한 생태 존과 과학 교육 공간을 통해 방문객들에게 허드슨 강의 환경적 중요성을 알리고 있으며, 허드슨 리버 파크 트러스트를 통한 운영과 공공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사회와 상호 작용하는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다.
도미노 파크는 뉴욕 브루클린 윌리엄스버그에 위치한 수변 공원으로, 과거 산업 지역이었던 Domino Sugar Refinery 부지를 재개발하여 조성되었다. 이 지역은 젊은 예술가, 스타트업, 문화 공간 등이 밀집한 곳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도미노 파크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기존 산업시설로 차단되었던 맨해튼과 브루클린을 가르는 이스트강 변을 대중에게 개방하는 역할을 한다. 공원에서는 이스트강의 경관을 감상할 수 있으며, 주변의 다양한 상업·문화 시설과도 잘 연결되어 있어 지역 주민과 방문객 모두에게 열린 여가 공간을 제공한다. 또한, South Williamsburg Pier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위치해 있어 맨해튼, 퀸스, 브루클린 등과의 접근성이 뛰어나며,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을 통해 쉽게 방문할 수 있다. 도미노 파크는 수변으로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강변을 따라 400m 길이의 보드워크 및 산책로를 조성하고, 일부 구역에는 수변으로 내려갈 수 있는 계단과 데크를 배치하여 방문객이 강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공원의 구조물을 개방적으로 설계하고 투명한 파빌리온을 배치해 강변의 경관이 가려지지 않도록 했다. 벤치를 곳곳에 배치해 강을 바라보며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했으며, 넓은 잔디밭과 개방 공간을 마련해 자유로운 이용을 유도했다. 지하고가 높은 나무를 식재해 그늘을 제공하는 동시에 시각적 개방감을 유지하며, 공원의 여러 높이에서 수변을 감상할 수 있도록 다양한 높이의 데크와 산책로를 계획했다.
도미노 파크는 공장 부지의 역사적 의미를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기능을 부여했다. 공원의 설계는 과거 Domino Sugar Refinery의 산업적 정체성을 반영하는 데 중점을 두었으며, 이를 위해 기존 공장의 구조물과 장비를 일부 남겨 조형물 및 디자인 요소로 활용했다. Mooring Bollards, 시럽탱크, 스크류 컨베이어, 하역용 크레인 등의 산업 설비를 공원 내부에 배치해 방문객들이 뉴욕 산업화 시대의 흔적을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그림 13a). 또한, 공장에서 회수한 나무를 벤치로 제작하는 등 기존 건축 자재를 재활용하여 공원의 디자인에 통합했다. 공원 내 놀이터는 설탕 공장의 역사와 연계된 요소로 구성되어 있으며, 아이들이 사탕수수밭, 오두막, 원심분리기 등 설탕 생산 과정을 체험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또한, 포그 브릿지(Fog Bridge)를 통해 시럽탱크를 내려다볼 수 있으며, 이는 공장 내부의 모습과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연기를 상징적으로 표현해 방문객들을 과거로 안내한다(그림 13b).
도미노 파크는 친환경적인 설계를 도입하여 지속 가능성을 고려했다. 다공성 포장재를 활용해 자연적인 배수를 돕고 수질을 보호하며, 공원의 구조물에는 산업 시설에서 사용된 벽돌, 철재, 강철 등을 재활용해 탄소 배출을 최소화했다. 해수면 상승을 대비해 연방재난관리청(FEMA)의 홍수 기준보다 높은 위치에 조성했으며, 폭우 시 빗물을 흡수하고 홍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뉴욕 지역의 토착 식물을 중심으로 식재했다. 이들 식물은 유지 관리가 용이하고 생물 다양성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이러한 계획은 공원이 도시가 폭풍 해일 등으로부터 대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첫 번째 방어선 역할을 한다.
도미노 파크는 다양한 문화 행사와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사회와 방문객들에게 다채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공원에서는 음악 공연, 영화 상영회, 문화 축제 등 다양한 이벤트가 열리며, 특히 여름철에는 100회 이상 무료 행사가 개최되어 약 7,000명의 시민이 참여한다. 또한, 지역 단체와 협력하여 시민 참여 및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예를 들어, 매주 수요일에는 가족을 위한 스케이트 행사가 열리며, 할인된 가격으로 티켓과 스케이트 대여가 제공된다(그림 11). 또한, 음식물 쓰레기를 비료로 재활용하는 푸드 스크랩(composting drop-off)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환경 보호에도 기여하고 있다(그림 12). 공원은 El Puente, Brooklyn Public Library, Artists and Craftsman 등 지역 단체들과 협력하여 벽화, 조형물, 인터랙티브 아트 등을 설치하고 축제를 개최하는 등 시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지원한다. 특히, 도미노 스퀘어(Domino Square)에는 방문객들이 직접 상호작용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 아트가 설치되어 있다. 또한, 여름철에는 스프레이그라운드(Sprayground)에서 아이들을 위한 분수형 놀이터가 운영되며(그림 13c), 비치 발리볼 코트(Beach Volleyball Court)에서는 지역 주민과 방문객들이 자유롭게 운동을 즐길 수 있다.

도미노 파크는 공공과 민간 부문의 협력을 통해 조성되었으며,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협력 속에서 운영·유지되고 있다. 공공에 개방되어 있는 공원임에도 공원의 개발은 뉴욕의 부동산 개발사인 Two Trees Management의 자체 비용으로 진행했으며, 관리 또한 뉴욕시 공원청(NYC Parks)이 아닌 Two Trees가 직접 맡고 있다. 해당 부지는 부동산 개발사인 Two Trees Management 소유로, Two Trees Management는 도미노 파크를 포함한 일대 부지를 매입하여 대규모 주거 및 상업 공간으로 개발하려 했다. 젠트리피케이션을 우려한 뉴욕시는 용도 변경(zoning change) 승인을 조건으로 공공이 접근할 수 있는 공원과 오픈 스페이스를 조성할 것을 요구했다. 개발로 인한 일부 계층의 공간 점유 문제를 완화하고 주민들에게 경제적 기회를 제공하여 젠트리피케이션의 영향을 완화하고자 하였다. 이에 따라 Two Trees는 5에이커(약 20,000m2) 규모의 도미노 파크를 조성하고 지역 주민들에게 개방하는 조건으로 주변 부동산 개발을 진행할 수 있었다. 뉴욕시는 공원 조성 외에도 해당 지역에 저소득층을 위한 임대 주택(affordable housing)을 포함하고, 도미노 설탕 공장의 역사적 구조물 일부를 보존할 것을 요구하며 개발을 허가했다. 그로 인해 공원은 공공에 무료로 개방되어 누구나 이용할 수 있게 되었으며, 공원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지역 주민, 예술가, 환경 단체 등과 협력하고 있다.
4. 결론 및 시사점
워터프론트에 입지한 산업유산을 공원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분석한 결과는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표 3). 공간 활용기법 측면에서 먼저, ‘개방성과 접근성 확보’를 위한 다양한 방안이 적용되었다. 첫째, 수변으로의 물리적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지형을 조작하거나 켄틸레버 데크, 계단 등을 설치하여 수변에 더욱 가깝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였다. 둘째, 수변 공간의 개방감을 확보하기 위해 높은 지형을 조성하여 시야를 넓히고, 투명하거나 낮은 구조물을 배치하거나 지하고가 높은 수목을 식재하는 방식을 활용하였다. 셋째, 공원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주변 도시 계획과 연계하였다. 광역적 계획 체계를 반영하고, 도심의 성격을 고려한 프로그램을 계획함으로써 대상지로의 연결성을 강화하였다. 반면, 수변 공간이 지나치게 개방될 경우 외부 요소로부터 보호가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하여 벽이나 언덕을 활용해 적절한 위요된 공간을 조성하기도 하였다.
구분 | 특성 | 리틀 아일랜드 | 피어 26 | 도미노 파크 |
---|---|---|---|---|
공간 활용 기법 | 개방성, 친수성, 접근성 | |||
역사성, 상징성, 장소성 | ||||
환경성, 생태성, 경관성 | ||||
콘텐츠 | 전시,공연, 축제,교육 | |||
운영 관리 | 파트너쉽 | |||
지속 가능 방안 |
또한, ‘산업유산의 역사적 맥락을 유지하면서 현대적 공간으로 재해석하는 전략’이 적용되었다. 첫째, 기존 구조물과 새로운 구조물을 병치하는 ‘존치와 병치’ 전략을 활용하여 장소성을 강조하고 감성적 경험을 극대화하였다. 둘째, 대상지를 연상시키는 디자인 요소를 도입하여 역사성을 재현하였다. 부두의 방향성을 유지하거나, 산업시설의 물성을 반영한 패턴을 디자인에 활용하는 등의 방식이 적용되었다. 셋째, 방문객들이 체험을 통해 산업유산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다. 제품의 생산과정을 재현하거나, 공장 가동 시 발생하는 연기를 연출하는 등의 기법을 활용하여 감각적 경험을 제공하였다.
‘친환경적이고 지속 가능한 공원으로의 전환’을 위해 다양한 환경적 기법도 도입되었다. 첫째, 친환경적인 배수 시스템과 관리 방안을 적용하여 강으로 흘러나가는 물을 정화하고, 화학물질 사용을 최소화하였다. 둘째, 식재를 활용하여 토양의 안정화 및 미기후 조절을 도모하였다. 염습지를 조성하여 토양 침식을 완화하고, 강변의 생태적 특성을 고려한 식재를 도입하였다. 셋째, 수변 환경에 적합한 구조물을 적용하였다. 하중을 고려하여 경량 골재인 Geoform을 사용하고, 해수면 상승 및 폭풍 피해에 대응할 수 있도록 유연한 구조물을 사용하고 적절한 높이를 설정하였다. 넷째, 친환경 소재를 활용하였다. Kebony 목재, 친환경 콘크리트, 다공성 포장재 등을 적용하여 환경적 영향을 최소화하였다. 다섯째, 생물의 서식처를 조성하였다. 만조와 간조의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바위 웅덩이를 만들어 다양한 생태 환경을 조성하였다.
공원의 콘텐츠 측면에서는 문화, 교육, 해양 레크리에이션 기능이 강화되었다. 첫째, 공연, 예술, 연극, 스포츠 등 다양한 일상의 문화 활동을 제공하며, 공원이 지역의 문화적 장소로 기능하도록 하였다. 특히, 카약, 낚시, 비치 발리볼 등 해양 스포츠 프로그램도 운영되었다. 둘째, 환경 교육 및 생태 체험 프로그램을 도입하여 학습 공간으로 활용하였다. 해양 과학을 주제로 한 놀이터, 해부학 교육, 대상지 투어 프로그램, 쓰레기 재활용 프로그램 등이 진행되었다. 셋째, 문화예술 축제 및 주민 참여형 프로그램을 활성화하여 사회적 교류의 장으로 기능하였다.
산업유산을 활용한 수변공원의 조성 및 운영 방식은 다양한 모델로 나타났다. 리틀 아일랜드는 개인 기부금을 통해 대부분의 조성 비용을 충당하고, NYC Parks 및 Hudson River Park Trust의 행정적 지원을 받았다. Pier 26은 Hudson River Park 계획의 일환으로 조성되어, 뉴욕시와 Hudson River Park Trust가 공동으로 운영·관리하고 있다. 도미노 파크는 민간 개발사가 공공 기여 방식으로 조성한 공원으로, 조성 및 운영 비용을 전적으로 민간 자금으로 부담하는 모델을 보여준다. 운영 측면에서 보면, 세 공원 모두 지역 커뮤니티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했다. 한편, 지속 가능한 운영을 위한 장기적인 자금 확보 방안으로, 리틀 아일랜드는 개장 이후 약 20년 동안의 운영 자금을 기부금으로 마련했으며, 도미노 파크와 함께 공원 내 레스토랑 및 카페 운영을 통해 유지관리 비용을 충당하고 있다. 공원 내 수익 시설은 단순히 운영 자금을 확보하는 역할을 넘어 지역 주민의 일자리 창출과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본 연구를 통해 워터프론트 산업유산 설계의 특성과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논쟁적 요소를 발견할 수 있었다. 첫째, 워터프론트 산업유산 설계는 일반적인 워터프론트 개발이나 산업유산 보존과는 차별화된 접근이 필요함을 확인했다. 내륙 산업시설의 재생이 생태 복원과 오염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워터프론트 산업유산은 수변 환경과의 조화 및 관계 강화가 중요한 설계 요소로 작용한다. 따라서 개방적 공간 활용, 생태계 보호, 기후 변화 대응 등 수변의 특성이 반영된 설계 기법이 강조되며, 단순한 공간 재생을 넘어 장소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는 워터프론트 재생이 지역 경제 및 사회적 활성화를 주요 목표로 하는 것과 달리, 워터프론트 산업유산 설계는 공공성을 확보하고 장소의 역사성을 보존하는 데 중점을 둔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둘째, 공간의 역사성을 재현하는 과정에서 동시대 설계는 ‘은유’, ‘존치와 병치’ 및 ‘감각적 경험 제공’ 등 다양한 설계 기법을 사용하고 있지만, 그 재현의 대상이 물리적인 현상에 머물러 있음이 확인되었다. 산업시대를 이끌었던 노동자의 삶과 관련한 가치와 역사성을 어떻게 공간에 드러내 후대에 전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공원은 주민 일상의 공간이자 소통의 공간으로 작동하고 있으나, 일부 공원의 프로그램이 지역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음이 나타났다. 프로그램 측면에서도 공간의 지역성과 정체성을 담아내는 방안이 필요하다.
셋째, 사유지와 공공 수자원이 맞닿아 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공공성 및 권리 충돌 문제를 확인했다. 도미노 파크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사유지에 조성된 공원이 공공의 접근권을 보장하면서도 민간 개발사의 재산권과 이익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또한, 리틀 아일랜드 조성 과정에서 발생한 환경단체 등의 반발에서 볼 수 있듯이 개인 기부금으로 조성된 공원이 공유재인 수변 공간에 위치할 경우, 공공성이 충분히 확보되었는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이는 워터프론트 산업유산을 공원화하는 과정에서 민간 자본과 공공 자원의 균형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에 대한 정책적 판단이 필수적임을 시사한다.
넷째,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주체에 따라 공원의 지향점이 달라지는 경향을 보였다. 공공 기관이 운영하는 Pier 26은 생태 보호와 환경 교육을 중심으로 한 프로그램을 강조한 반면, 민간 자본으로 조성된 도미노 파크는 문화적 요소를 더욱 부각했다. 리틀 아일랜드는 개인 기부를 기반으로 하되 공공 기관에서 운영을 담당하여, 문화예술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환경을 고려하는 공원이 될 수 있었다. 이러한 차이는 프로젝트의 공공성 확보 방안과 운영 방향 설정에 있어 주체별 특성을 고려한 계획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다섯째, 워터프론트 산업시설 재생이 주변 도시 개발과 연계될 때, 젠트리피케이션 및 공공성 확보에 대한 고려가 필수적임을 확인했다. 도미노 파크가 위치한 윌리엄스버그 지역은 산업지역에서 고급 주거 및 상업지역으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이 예상되었으며, 공원 조성이 이러한 변화를 더욱 촉진할 가능성이 있었다. 이에 뉴욕시는 개발사의 용도 변경을 허가하는 대신, 수변 공간을 공공이 활용할 수 있도록 공원화하는 방안을 도입했다. 이러한 방안이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한 공간적 배제와 지역 공동체의 변화 문제 등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겠지만, 사유지의 공공화를 통해 젠트리피케이션을 완화할 수 있는 도시 전략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본 연구는 뉴욕시에서 진행된 워터프론트 산업시설의 공원화 과정을 분석하여, 산업유산이 위치한 수변 공간의 재개발 시 고려해야 할 요소를 도출하는 데 기여했다. 특히, 워터프론트 입지 특성에 따른 설계 기법과 운영 방식에 대한 시사점을 도출하고, 산업시설의 역사적 가치와 공공 자원으로서의 수변 공간 간의 관계를 탐색했다. 다만, 연구 대상이 뉴욕시에 한정되었으며, 현장 답사는 이루어졌으나 다양한 관계자들과의 심층 인터뷰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한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향후 시간이 경과한 후 대상지 및 주변 지역과의 관계 변화를 추적하고, 이용자 인식 조사를 병행한다면 워터프론트 산업유산이 도시와 시민에게 미치는 바를 더욱 정밀하게 분석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