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al of the Korean Institute of Landscape Architecture
The Korean Institute of Landscape Architecture
Article

광산유산 연구를 위한 문화경관적 접근과 해석 - 영국, 일본, 프랑스 광산유산 유네스코 등재 사례를 중심으로 -

김보람*, 이제이**, 성종상***
Kim Bo-ram*, Lee Jaei**, Sung Jong-sang***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협동과정 조경학 박사수료
**충남연구원 공간환경연구실 연구원
***서울대학교 환경계획연구소 겸무연구원
*Ph.D. Candidate, Interdisciplinary Program of Landscape Architecture, Seoul National University
**Researcher, Department of Spatial & Environmental Planning, ChungNam Institute
***Adjunct Researcher, Environmental Planning Institute, Seoul National University

이 논문은 서울대 환경계획연구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Corresponding author: Jong-sang Sung, Adjunct Researcher, Environmental Planning Institute, Seoul National University Seoul 08826, Republic of Korea, Tel.: +82-2-880-1423, E-mail: jssung@snu.ac.kr

© Copyright 2025 The Korean Institute of Landscape Architecture. This is an Open-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 License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4.0/) which permits unrestricted non-commercial use, distribution, and reproduction in any medium, provided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Received: May 07, 2025; Revised: May 29, 2025; Accepted: May 29, 2025

Published Online: Jun 30, 2025

국문초록

본 연구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의 틀 안에서 문화경관으로서의 광산유산을 분석하여, 산업, 공동체, 환경이 융합된 유산의 다층적 가치를 조명하고자 한다. 유네스코의 문화경관 개념을 바탕으로 광산유산을 단순한 산업 잔재가 아닌, 지역사회와 생태환경의 역사적 변화를 반영하는 중요한 문화자산으로 평가한다. 연구는 영국의 블래나번 산업 경관, 일본의 이와미 은광, 프랑스의 노르-파 드 칼레 광산 지역을 사례로 삼아, 각 유산이 경관에 미친 영향과 산업 쇠퇴 이후의 변화 과정을 분석한다. 각 사례는 산업 활동이 물리적 경관을 변형시키고 독특한 문화와 사회적 정체성을 형성해 온 과정을 잘 보여준다. 광산유산의 문화경관적 특징은 크게 자연 지형의 변형과 구조물의 도입, 산업 기반 시설과 도시의 형성, 광업 활동에 따른 환경적 변화, 그리고 지역 공동체의 사회·문화적 정체성 형성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본 연구는 광산유산 관리에서 지역의 사회문화적 맥락을 고려한 전체론적 접근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광산유산의 문화경관적 가치를 이해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 보존 및 지역 활성화 모델로 기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ABSTRACT

This study analyzes mining heritage as a cultural landscape within the framework of UNESCO World Heritage, highlighting the multifaceted value of heritage where industry, community, and environment converge. Based on UNESCO’s concept of cultural landscape, mining heritage is assessed as a significant cultural asset that reflects historical transformations in local communities and ecological environments, rather than merely being an industrial remnant. The study focuses on three case studies: the Blaenavon Industrial Landscape in the United Kingdom, the Iwami Ginzan Silver Mine and its Cultural Landscape in Japan, and the Nord-Pas de Calais Mining Basin in France. It examines the impact of each heritage site on the landscape and the changes following industrial decline. Each case illustrates how industrial activities transformed the physical landscape and shaped unique cultural and social identities. The cultural landscape characteristics of mining heritage are primarily expressed through the alteration of natural topography, the introduction of structures, the development of industrial infrastructure and urban areas, environmental changes due to mining activities, and the formation of social and cultural identities within local communities. Ultimately, this study emphasizes the necessity of a holistic approach that considers the socio-cultural context of the region in managing mining heritage, suggesting that understanding the cultural landscape value of mining heritage can contribute to sustainable conservation and regional revitalization models.

Keywords: 세계유산; 잔존 경관; 산업경관; 문화유산 관리
Keywords: World Heritage; Relict Landscape; Industrial Landscape; Heritage Management

1. 서론

1.1 연구 배경과 필요성

문화경관(cultural landscape) 개념은 20세기 중반부터 지리학, 인류학, 건축학, 조경학 등 다양한 학문에서 발전해 온 개념으로, 인류의 활동과 자연환경이 결합하여 형성된 독특한 경관을 의미한다. 문화경관은 단순한 자연적 요소의 집합이 아니라 인간의 문화와 역사, 사회적 변화가 축적된 결과물로 정의되며,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인간과 자연의 상호작용이 만들어낸 문화적 산물로 볼 수 있다. 초기 지리학자 Carl Sauer(1925)는 문화는 동인(agent), 자연적 영역은 매개체(medium), 그리고 그 결과(result)가 문화경관이라고 정의하며, 인간 활동이 자연환경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그 속에 문화와 역사적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지 강조했다. 그의 이론적 틀은 이후 다양한 학문에서 문화경관에 대한 연구의 기초를 마련하며, 경관이 단순한 미적 가치나 자연적 요소가 아닌 인문적 가치까지 포함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다음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은 문화경관 개념을 더욱 확장하는 데 중요한 기여를 했다. 1992년부터 유네스코는 문화경관을 세계유산 목록에 포함하기 시작하였고, 이를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했다. 첫 번째는 인간이 의도적으로 조성한 ‘명확하게 정의된 경관(clearly defined landscape designed and created intentionally by man)’, 두 번째는 인간 활동에 의해 자연스럽게 변화하며 발전해 온 ‘유기적으로 진화된 경관(organically evolved landscape)’, 그리고 세 번째는 물리적 변화는 적지만 상징적 의미를 지니는 ‘연상 경관(associative cultural landscape)’이다. 그리고 ‘유기적으로 진화된 경관’은 진화 과정이 종식된 ‘잔존 경관(relict landscape)’과 현대 사회에서 여전히 자연과 인간과의 상호작용이 진행 중인 ‘지속 경관(continuing landscape)’으로 나눠진다(UNESCO, 2023: 22-23).

이러한 유네스코의 분류 체계는 문화경관이 물리적 형태뿐만 아니라 인문적, 상징적 의미를 포함한다는 점을 인정하며 세계유산의 새로운 범주를 마련하였다. 따라서 문화경관은 초기에 물리적 경관 형성에서 출발하여, 사회적, 문화적 의미와 지속 가능성을 포함하는 복합적 개념으로 발전해 왔다. 이 과정에서 경관의 가치가 문화와 자연의 상호작용에서 비롯된다는 인식이 강화되었고, 특히 산업화의 결과물로 형성된 산업 경관과 같은 특수한 경관도 문화경관의 중요한 범주로 다루어지고 있다(이제이와 성종상, 2024).

광산유산은 산업화의 중요한 결과물로, 특정 지역의 경제, 사회, 그리고 문화적 변화를 반영한다(Jelen, 2022). 산업혁명과 그 이후의 시기에 광산업은 지역사회를 변화시키며 새로운 형태의 경관을 만들어냈고,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물리적 환경에 그치지 않고 지역 주민들의 삶과 정체성에 깊숙이 영향을 미쳤다. 또한, 광산유산이 자리 잡은 지역에서는 거대한 구조물과 생산 시설뿐만 아니라 그곳에서 일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활 방식이 한데 어우러져 독특한 문화경관을 형성했다. 특히, 광산업의 쇠퇴 이후 이러한 유산이 지역 정체성과 역사적 기억을 되새기며 지역사회의 자산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에서 문화경관으로서의 광산유산의 가치는 중요하게 평가된다.

광산유산을 문화경관으로 연구하는 것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첫째, 광산유산은 인간의 역사적 활동이 자연환경과 결합하여 만들어진 독특한 경관으로, 산업화가 미친 지역사회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둘째, 광산유산을 문화경관의 일환으로 연구함으로써 산업유산에 대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고, 지역 공동체와의 관계를 재조명할 수 있다. 셋째, 광산유산을 보호하고 복원하는 과정은 단순한 구조물 보존을 넘어 지역사회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후손에게 그 의미를 전달하는 중요한 문화적 행위가 된다.

따라서 본 연구는 광산유산이 문화경관으로서 지니는 가치와 특징을 확인하며, 이를 위해 현재 유네스코 세계유산 문화경관에 등재된 광산유산의 현황과 특징을 파악하고자 한다. 또한, 문화경관으로 등재된 광산유산의 비교 연구를 통해 광산유산 연구의 중요성을 재조명하며, 광산유산의 연구 분석 틀로서 문화경관이 지니는 가능성을 확인하고자 한다.

1.2 연구 범위와 방법

본 연구의 목적은 유네스코 문화경관으로서 등재된 광산유산의 현황과 특징을 분석하고, 광산유산이 문화경관으로서 지니는 가치를 탐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본 연구는 유네스코 문화경관의 개념과 등재 기준을 바탕으로 광산유산의 개념과 가치를 검토하고,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광산유산의 사례를 비교 분석함으로써 문화경관적 특징을 도출하고자 한다(표 1 참조).

표 1. 유네스코 등재 광산유산 사례 개요
사례명 국가 주요 특징 및 내용 등재 시기 주요 가치 및 특성
블래나번 산업 경관 영국 19세기 철강․석탄 산업 발전 지역, 산업 시설 및 노동자 주거지 포함 2000년 산업혁명 시기 노동 및 생산 과정 대표 사례
이와미 은광과 문화경관 일본 16~20세기 은광 및 제련소, 전통 목조건축물 보존, 관광 자원 활용 2007년 은광 생산 역사 및 동아시아 무역 중심지
노르-파 드 칼레 광산 프랑스 18~20세기 석탄 채굴 중심 산업 경관, 노동자 파업 및 사회운동 역사 포함 2012년 산업화와 노동 운동의 상징적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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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는 유네스코 문화경관으로 지정된 광산유산 중 대표적 사례로 선정된 세 가지 주요 유산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구체적으로 영국의 블래나번 산업 경관(Blaenavon Industrial Landscape), 일본의 이와미 은광과 문화경관(Iwami Ginzan Silver Mine and its Cultural Landscape), 프랑스의 노르-파 드 칼레 광산(Nord-Pas de Calais Mining Basin)의 사례를 분석한다. 영국의 블래나번 산업 경관과 프랑스의 노르-파 드 칼레 광산은 석탄 광산으로 한국의 강원도 지역의 석탄광과 비교 분석할 수 있는 중요 사례로 판단되어 선정하였다. 또한, 일본의 이와미 은광과 문화경관은 아시아에서 등재된 문화경관으로 등재된 유일한 광산유산으로 아시아의 문화경관으로서 광산유산을 분석함에 있어 의의가 있다. 이러한 사례는 산업화와 광산업이 해당 지역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변화에 미친 영향을 잘 보여주며, 각 사례별로 문화경관으로서 광산유산의 형성 과정, 지역사회와의 상호작용, 역사적 중요성을 탐구한다.

본 연구는 문헌 연구와 사례 연구를 주된 방법론으로 사용한다. 먼저, 문헌 연구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관한 공식 문서와 문화경관 개념 및 등재 기준에 관한 학술자료를 통해 유네스코 문화경관의 개념을 확인한다. 이를 통해 유네스코가 제시한 문화경관의 세 가지 유형(명확하게 정의된 경관, 유기적으로 진화된 경관, 연상 경관)에 따라 광산유산이 포함된 문화경관의 특성을 이해하고자 한다.

다음은 사례 연구로, 연구 대상지로 선정한 세 가지 광산유산에 대해 현황과 문화적, 역사적 맥락을 조사하고, 해당 유산의 문화경관적 특징을 분석한다. 각 사례별로 유산이 지니는 상징적 의미, 자연환경과의 관계, 그리고 산업화 과정에서 형성된 독특한 경관 요소를 분석한다. 이러한 사례 분석을 통해 광산유산이 지역사회에 미친 영향과 문화경관으로서의 중요성을 분석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광산유산의 보편적 특징과 요소를 도출한다. 이는 향후 한국의 광산유산을 문화경관 관점에서 연구하는 틀을 제시하며, 광산유산이 문화경관으로서 지역사회에 미치는 가치를 구체적으로 논의할 수 있다.

2. 이론적 배경 및 선행 연구 고찰

2.1 유네스코 문화경관의 등장

문화경관은 사전적으로 자연경관에 인간의 영향이 가하여져 이루어진 경관을 말한다. 경관은 과거에 미적 가치의 평가 대상으로서 인지됐으며, 아름다움 자체가 인간의 지적 개입 없이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것으로 가정되어 왔다(Jacques, 1995: 94). 하지만 이러한 개념은 Cosgrove(1984)가 ‘그것을 보는 방식(a way of seeing)’이라고 전언한 것처럼 보는 주체의 의식작용까지 포함한 개념으로 확장되어 갔다. 시각적 평가의 대상이었던 경관은 경관의 형성 과정에 대한 중요성으로 인해 인류학, 고고학, 역사학, 생태학, 조경학 등 다양한 학문에서 연구의 대상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특히 문화유산학에서는 문화유산을 이해하는 데 더 넓은 범주의 맥락을 요구하였고, 이는 1964년에 체결된 Venice Charter에서 setting(배경)이 주요 핵심어로 사용되면서 경관의 중요성이 확인되었다(ICOMOS, 1964).

문화경관이라는 단어는 독일의 학자들에 의해 처음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대중적으로 알려진 바로는 Friedrich Ratzel이 1898년에 ‘Kulturlandschaft’란 단어를 처음 사용하면서 문화경관에 대한 용례가 나온 것으로 보이나, 그보다 앞선 1832년에 베를린대학교의 첫 번째 지리학과 교수였던 Carl Ritter는 그의 저서 Die Erdkunde im Verhaltniß zur Natur und zur Geschichte des Menschen에서 베이징의 북서지역에 대한 역사를 표현할 때 ‘Culturlandschaft’를 사용한 바 있다(Potthoff, 2013: 50). 그 이후 1885년에 Joseph Wimmer는 ‘Historische Landschaftkunde’라는 단어를 표현하면서 문화경관의 개념을 확장하여 표현하고자 하였다(Mathewson, 2011: 140). 이후 1925년에 Carl Sauer는 문화경관을 영어권 나라에 소개하면서 이는 곧 버클리 학파 지리학의 주요 중심 주제로 발전하였다(Jones, 2003: 21).

문화경관에 대한 연구적 가능성과 대중적 인식이 확산하면서 세계자연보전연맹(International Union for Conservation of Nature, IUCN)은 1984년에 세계유산의 일부분으로 ‘보호된 경관(protected landscapes)’을 등재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나 세계유산 위원회는 당시의 기준들이 문화와 자연의 중간에 있는 이런 유형의 유산을 다루기에 적합하지 않음을 인식했고, 다음 해에 경관 평가를 위한 초안 지침을 작성하면서 경관 유형을 복합유산(mixed sites)으로 간주할 수 있다는 제안을 내놓았다. 이에 1987년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nternational Council on Monuments and Sites, ICOMOS)와 IUCN은 공동으로 경관 평가를 진행해야 함을 합의하고 유네스코는 이런 작업 방식을 시험하기 위해 영국 정부 호수 지역(Lake District)을 세계유산으로 지정하려는 시도를 장려하였다(Jacques, 1995: 96-97).

이러한 노력 아래 그동안 ‘보호된 경관(protected landscapes)’이나 ‘시골 경관(rural landscapes)’이란 용어를 사용해 왔던 유네스코는 1987년 세계유산 위원회 제11차 회의에서 처음으로 ‘문화경관(cultural landscapes)’이란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Aplin, 2007: 430). 이 당시 문화경관에 대한 개념 및 등재 기준이 확실시되지 않아 영국 호수 지역의 등재 결정이 미루어지기도 했다(UNESCO, 1987: 10).

이후 ICOMOS와 IUCN의 제안과 의견 조율 아래 유네스코 사무국은 문화경관에 대한 철학적 근거에 동의하였고, 1992년 10월 프랑스 보주(Vosges) 지역의 라 쁘띠뜨 피에르(La Petite Pierre)에서 개최된 회의에서 세계유산 기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었다(Jacques, 1995: 98-99). 이후 12월에 열린 미국 Santa Fe 제16차 세계유산 위원회에서 문화경관에 대한 기준이 채택되었다(UNESCO, 1992: 54-55).

1992년 이후 문화경관 유형의 유산 등재는 꾸준히 증가하여, 2024년 11월 기준 129건의 문화경관 유형의 문화유산이 등재되었다. 특히 현재는 문화경관이 장소적 상징성과 사회적 관계까지 포함하는 개념으로 확장되었고, 기존에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던 농업 경관, 시골 경관, 공원 및 정원뿐만 아니라, 산업 경관, 역사 도시 경관, 문화적 경로 등 다양한 형태로 등재되고 있다. 심지어, 내륙을 넘어서 해양문화경관의 개념까지 연구적으로 고찰되는 실정이다(김예림과 성종상, 2023). 본 연구는 다양하게 연구되는 문화경관의 분야 중 산업 경관, 특히 광산유산의 문화경관 현황과 특징을 고찰하고자 한다.

2.2 광산유산의 개념과 가치

광산유산에 관한 기존의 연구는 2000년대 이후 증가하였으며, 주로 산업화 과정에서 탄생한 지역적, 문화적 유산이 갖는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를 보존하고 관광화하는 데 그 의미를 두고 있다(Cole, 2004; Ballesteros and Ramirez, 2007; Conlin and Jolliffe, 2011; 진종헌, 2012; Coupland and Coupland, 2014; Opania, 2016; Jelen, 2018; Tost et al., 2021; 이영남, 2022; Jelen, 2022; 손승호, 2023). 광산유산은 단순한 경제적 가치의 상징이 아닌, 지역 공동체의 역사와 정체성을 반영하는 상징적 자산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유산은 광산업의 발전과 쇠퇴를 거치며 지역사회와 긴밀하게 얽혀온 문화유산으로 평가되며, 관광을 통해 과거 산업적 유산을 오늘날 경제적 자원으로 활용하는 중요한 기회를 제공한다(Jelen, 2022).

광산유산은 다양한 형태의 유산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역사적, 문화적, 경제적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역사적으로 광산은 산업화 시대의 상징적 장소로, 근대 산업의 발전을 이끈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이에 따라 많은 지역이 경제적으로 발전하게 되었으며, 노동자들의 삶의 터전이 되었다. 특히, 광산유산은 산업혁명기의 노동 환경과 지역사회의 변화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작용하며, 이를 통해 산업화 과정에서 인간과 환경의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Cole, 2004).

문화적 측면에서 광산유산은 지역 공동체의 정체성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광산업 지역은 많은 노동자와 그 가족들이 삶을 영위한 공간으로, 그들만의 독특한 생활 방식과 사회적 유대가 형성된 곳이다. 이에 따라 광산유산은 단순히 과거의 산업 활동을 기록하는 공간을 넘어서서, 지역사회의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채 지역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기능한다(Gouthro and Palmer, 2011). 이는 지역 주민들에게 자긍심을 주고, 외부 방문객들에게는 특정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터가 된다.

또한, 광산유산은 경제적 가치 측면에서 관광 자원으로서의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산업화가 종식된 지역에서 유산을 보존하고 활용하는 것은 지역의 경제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다. 광산유산을 관광자원으로 개발하는 과정에서 지역의 고유한 역사와 문화를 기반으로 새로운 경제적 기회를 창출할 수 있으며, 이는 지역사회에 지속 가능한 발전의 기회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스페인 남부의 안달루시아(Andalusia) 광산유산 지역에서는 관광을 통해 지역 공동체의 경제적 성장을 도모하는 사례를 보여준다(Ballesteros and Ramirez, 2007).

광산유산의 보존과 활용은 단순한 물리적 구조물의 보호를 넘어, 지역사회의 역사적 기억을 후대에 전달하고, 이를 통해 지역의 경제발전과 정체성 유지의 역할을 한다. 따라서, 광산유산을 문화경관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관리하는 것은 단순히 유산을 산업시설물과 같은 점, 선 면적 접근이 아닌, 지역 및 문화를 아우르는 장소와 공간에 대한 전체론적 접근(holistic approach)이라고 할 수 있다(성종상, 2020: 73). 이는 인간과 자연의 상호작용이 만들어 낸 광산 경관을 이해하고, 유산과 지역사회와의 연결성을 분석하는 방법이다.

3. 유네스코 문화경관으로 지정된 광산유산 현황

3.1 유네스코 문화경관 내 광산유산의 현황 분석

유네스코는 2025년 5월 기준 총 1,223건의 문화유산 및 자연유산 목록을 가지고 있으며, 목록 중 129건이 문화경관을 주제로 등재되었다. 129건의 유산 중 7건은 두 개 이상의 국가 영토에 걸쳐 있는 접경지역유산(transboundary property, 월경유산)이며, 독일의 드레스덴 엘베 계곡(Dresden Elbe Valley)은 2009년에 위험에 처한 유산 목록(List of World Heritage in Danger)에서 해제되어 등재가 철회되기도 하였다(https://whc.unesco.org/en/list).

넓은 범주의 맥락을 담고 있는 문화경관의 특징상 등재된 유산을 하나의 범주로 유형화하는 것은 어려우나, 해당 문화유산의 속성에 따라 농업 경관, 시골 경관, 공원 및 정원, 성지나 종교적 대상지, 산업 경관, 역사도시경관, 문화적 경로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성종상, 2015: 22). 본 연구자의 분류에 따르면 총 129건의 문화경관 유산 중 10건이 산업유산의 속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문화경관으로 등재된 10건의 산업유산은 주로 유럽과 북미 지역에 분포하고 있으며, 아시아 및 태평양 지역, 라틴 아메리카 및 카리브해 지역에 각각 하나씩 등재되어 있다. 이러한 분포는 유럽이 산업혁명과 광업의 중심지로서 역사적 중요성을 지니고 있음을 반영하면서도, 산업유산의 등재 경향이 유럽 지역에 치중된 현실을 통계적으로 보여준다. 이것은 기존 지역 간 등재의 불균형 문제가 문화경관 유형의 등장으로 해소될 것으로 보였으나 그렇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10건의 산업유산 중 우루과이의 ‘프라이벤토스 산업 경관(Fray Bentos Industrial Landscape)’을 제외한 9건의 유산은 채굴 및 채석 등 광산업에 관련된 유산이라는 것이다. 우루과이의 프라이벤토스 산업 경관의 경우 1859년에 육류를 가공하기 위해 공장이 건설된 이후, 냉동육류를 수출하기 위한 건물과 장비, 산업 및 주거용 건물, 사회 기관 등 육류 생산의 전체적인 과정을 보여주는 경관을 탄생시켰다. 반면, 나머지 9건의 유산은 발생 시기가 다르지만, 지하 및 표면에 매장되어 있는 특정 광물을 그 당시의 최신 기술을 통해 채석 및 채굴하고 가공, 운반한 역사를 보여주며, 이는 자연 재료, 인간의 기술 및 가치가 상호 교환될 수 있는 중요한 사례로 꼽힌다.

광산유산에 속하는 9건의 유산은 모두 유네스코 문화경관의 두 번째 유형인 유기적으로 진화된 경관 중 ‘잔존 경관’으로 분류되지만, 오스트리아의 ‘잘츠카머구트 지방의 할슈타트-다흐슈타인 문화경관(Hallstatt-Dachstein/Salzkammergut Cultural Landscape)’만 ‘지속 경관’에 속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대부분의 광산유산은 시대의 변화와 기술의 발전, 환경의 중요성 대두로 인해 산업의 쇠퇴, 공장과 광산의 폐쇄 및 중단된 이후 지역이 유산화(heritagization)가 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스트리아의 할슈타트-다흐슈타인 문화경관은 현재까지 관광객을 위한 소금물 온천, 인근 지역의 현대화된 공장으로 소금물을 보내는 방식 등으로 지역의 소금 유산을 활용한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Tost et al., 2021). 다만, 광산유산을 ‘잔존 경관’이나 ‘지속 경관’으로 분류하는 것에 다양한 의견이 존재할 수 있다. 광산유산은 광산의 채집이 끝난 이후에도 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지니며, 지역민 삶의 일부로서 경제적 자원으로 함께 활용되기 때문이다. 이는 이와미 은광과 문화경관의 등재 지정 문서에서 잔존 경관과 지속 경관으로의 중요성을 모두 제시한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UNESCO, 2007: 56-57).

마지막으로 광산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 OUV)를 살펴보면, 대부분 (ii), (iii), (iv) 기준을 충족하여 등재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iv) 기준은 “인류 역사에 있어 중요 단계를 예증하는 건물, 건축이나 기술의 총체, 경관 유형의 대표적 사례”로서의 가치가 있는 유산에 적용되는데, 일본의 ‘이와미 은광과 문화경관(Iwami Ginzan Silver Mine and its Cultural Landscape)’을 제외한 8건의 광산유산에서 모두 해당 가치가 입증되었다(표 2 참조). 이는 광산유산이 시대의 산업 발전상을 보여주는 중요한 가치를 지니며, 경관 유형의 대표적인 사례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표 3 참조).

표 2. 세계유산 문화유산의 등재기준
구분 기준
문화유산 (i) 인간의 창의성으로 빚어진 걸작을 대표할 것
(ii) 오랜 세월에 걸쳐 또는 세계의 일정 문화권 내에서 건축이나 기술 발전, 기념물 제작, 도시 계획이나 조경 디자인에 있어 인간 가치의 중요한 교환을 반영
(iii) 현존하거나 이미 사라진 문화적 전통이나 문명의 독보적 또는 적어도 특출한 증거일 것
(iv) 인류 역사에 있어 중요 단계를 예증하는 건물, 건축이나 기술의 총체, 경관 유형의 대표적 사례일 것
(v) 특히 번복할 수 없는 변화의 영향으로 취약해졌을 때 환경이나 인간의 상호 작용이나 문화를 대변하는 전통적 정주지나 육지․바다의 사용을 예증하는 대표 사례
(vi) 사건이나 실존하는 전통, 사상이나 신조, 보편적 중요성이 탁월한 예술 및 문학작품과 직접 또는 가시적으로 연관될 것(다른 기준과 함께 적용 권장)

자료: 유네스코 누리집(https://heritage.unesco.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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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3. 세계유산 문화경관 중 산업유산으로 분류된 10건의 유산
국가 유산명 유형 내용 지역 등재시기 탁월한 보편적 가치
(ii) (iii) (iv) (v) (vi)
1 오스트리아 잘츠카머구트 지방의 할슈타트-다흐슈타인 문화경관 유기적으로 진화된 경관 (지속 경관) 소금 채굴 유럽 및 북미 1997 O O
2 영국 블래나번 산업 경관 유기적으로 진화된 경관 (잔존 경관) 철, 석탄 채굴 유럽 및 북미 2000 O O
3 영국 콘월과 서부 데번 광산 경관 유기적으로 진화된 경관 (잔존 경관) 구리, 주석 채굴 유럽 및 북미 2006 O O O
4 일본 이와미 은광과 문화경관 유기적으로 진화된 경관 (잔존 경관) 은 채굴 아시아 및 태평양 2007 O O O
5 프랑스 노르-파 드 칼레 광산 유기적으로 진화된 경관 (잔존 경관) 석탄 채굴 유럽 및 북미 2012 O O O
6 우루과이 프라이벤토스 산업 경관 유기적으로 진화된 경관 (잔존 경관) 육류 가공 라틴 아메리카 및 카리브해 2015 O O
7 체코, 독일 에르츠 산맥 (크루슈네호리 산맥) 광업 지역 유기적으로 진화된 경관 (잔존 경관) 은, 주석, 우라늄 채굴 유럽 및 북미 2019 O O O
8 폴란드 크셰미온키, 선사시대의 줄무늬 플린트 광산 지역 유기적으로 진화된 경관 (잔존 경관) 부싯돌 채굴 유럽 및 북미 2019 O O
9 루마니아 로시아 몬타나 광산 경관 유기적으로 진화된 경관 (잔존 경관) 금 채굴 유럽 및 북미 2021 O O O
10 영국 북서부 웨일스의 슬레이트 경관 유기적으로 진화된 경관 (잔존 경관) 슬레이트 채석 유럽 및 북미 2021 O 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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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주요 문화경관 광산유산 사례
3.2.1 영국의 블래나번 산업 경관(Blaenavon Industrial Landscape)

영국 웨일스 남부에 위치한 블래나번 산업 경관은 19세기 산업혁명 시기의 철강 및 석탄 산업의 발전을 잘 보여주는 지역으로, 탁월한 보편적 가치 중 (iii)과 (iv)를 인정받아 2000년 유네스코 문화경관으로 등재되었다(https://whc.unesco.org/en/list/984). 이 지역은 약 3,290ha에 걸쳐 있으며, 철강 공장, 탄광, 노동자 주택, 철도 및 운하 등 다양한 산업유산을 포함하고 있다(그림 1 참조). 제철소가 지어지고 난 후 블래나번의 인구는 1891년에 11,452명까지 증가했고, 지역이 발달하면서 교회, 학교, 선술집 등 도시 문화도 함께 발달하였다.

블래나번은 1789년 철강 공장이 설립되면서 산업화의 중심지로 발전하였다. 이후 19세기 동안 철강과 석탄 생산의 주요 지역으로 성장하였으며, 이를 통해 영국의 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하였다. 블래나번 지역사회와 토르팬 자치구 의회(Torfaen County Borough Council)는 1997년부터 본격적으로 유산 관광이 지역 경제 재생의 촉매제가 될 수 있음을 인식하였고, 이를 통해 지역 주민들에게 복지를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이들은 1999년에 블래나번 파트너쉽(Blaenavon Partnership)을 설립하고, 지역 정치인, 유산 전문가, 지역사회의 대표들이 함께 참여하는 구조를 구축하여 유산 관리와 경제 발전을 목표로 삼았다. 이 협력체의 노력으로 블래나번은 2000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으며, 이후 관광산업의 활성화로 인한 고용 증가, 부동산 가치 상승, 인구 증가와 같은 경제적 혜택을 얻을 수 있었다(Walker, 2011: 29-30).

현재 블래나번 산업 경관은 관광지로서 활용되고 있으며, 다양한 문화 및 교육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빅 핏 국립 석탄 박물관(Big Pit National Coal Museum)은 방문객들에게 실제 탄광 작업 환경을 체험할 기회를 제공하며, 블래나번 세계유산센터(Blaenavon World Heritage Centre)는 지역의 역사와 유산에 대한 전시와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그림 2 참조). 해당 지역은 지역사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보존 및 관리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은 유산 관리와 관광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와 공동체 의식 강화에 기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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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블래나번 빅 핏 국립석탄박물관 자료: https://whc.unesco.org/en/documents/113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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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2 일본의 이와미 은광과 문화경관(Iwami Ginzan Silver Mine and its Cultural Landscape)

일본 시마네현 오다시에 위치한 이와미 은광과 문화경관은 16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 운영된 은광으로, 기준 (ii), (iii), (v)를 충족하여 200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다(https://whc.unesco.org/en/list/1246). 이 지역은 광산, 제련소, 정착지, 운송로, 항구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당시의 은 생산과 관련된 다양한 유산을 포함하고 있다. 이와미 은광은 1526년 일본 상인 가미야 주테이(神屋壽禎)에 의해 발견되어 개발되었으며, 당시 은광의 생산량이 막대하여 1500년대 후반 전세계에서 거래되던 은의 10% 이상이 이와미 은광산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이러한 은 생산은 일본의 경제 발전과 국제 무역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동아시아 지역에서 중요한 교역 수단으로 활용되었다(그림 3 참조).

특히, 광산정착지에는 17~20세기의 전통 목조 건축물군이 남아 있으며, 진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설계, 재료, 기술, 기능, 환경의 측면에서 신중한 유지 관리 및 수리를 진행하였다. 현재 이와미 은광 지역은 관광지로써 활용되고 있으며, 은 찾기 체험, 은화 열쇠고리 만들기 등 다양한 문화 및 교육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이와미 은광 세계유산 센터는 방문객들에게 광산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전시와 교육을 제공하며, 오모리 마을(Omori Town)은 당시의 건축물과 거리를 보존하여 역사적 분위기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오모리 마을의 주민들은 은광 유산이 지닌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계승하고자 여러 자발적인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주민들은 직접 관광 안내자(石見銀山ガイドの会)로 나서거나(Oguni, 2016), 전통적 방식으로 복원된 주택과 상업 시설에서 지역 특산품을 판매하는 등 관광객과 지역의 연결을 강화한다. 오모리 마을의 전통 가옥과 골목길은 과거 광부들이 생활했던 마을의 모습을 재현하며, 방문객들이 그 시대의 생활상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마을 곳곳에 위치한 체험관에서는 은광의 역사뿐 아니라, 은광에서 일했던 사람들의 삶과 지역사회의 역동성을 전달한다(그림 4 참조).

이와미 은광과 그 문화경관의 관리와 보존 활동은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는 지역사회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한다. 지역 주민들은 일회성 관광 개발을 지양하고, 역사적 장소와 경관을 장기적으로 보존할 수 있는 방식으로 관광 프로그램을 설계한다. 예를 들어, 방문객 수를 제한하거나 자연환경과 건축물의 훼손을 방지하기 위한 지침을 설정하고, 이를 엄격히 준수하는 방식으로 유산 관리의 모범을 보여준다(Oguni, 2016).

3.2.3 프랑스의 노르-파 드 칼레 광산(Nord-Pas de Calais Mining Basin)

프랑스 북부의 노르-파 드 칼레 광산 지역은 오랜 기간 석탄 채굴을 중심으로 발전한 산업 경관으로, 문화유산 기준 (ii), (iv), (vi)을 인정받아 2012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었다(https://whc.unesco.org/en/list/1360). 이 지역은 약 120km에 걸쳐 광범위하게 분포하며, 폐광산, 굴뚝, 노동자 주거지 등 다양한 산업유산을 포함하고 있다(그림 5 참조). 노르-파 드 칼레는 프랑스 산업화와 전후 복구 시기에 경제적 중추 역할을 했으며, 지역 주민의 사회적 삶과 밀접하게 연결된 경관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Policarpo and Souza, 2024: 2).

이 지역은 18세기 말부터 석탄 산업이 활성화되며 프랑스의 주요 산업 중심지로 발전했다. 석탄은 당시 프랑스의 경제 발전과 산업화에 필수적인 자원으로, 이 지역에서 생산된 석탄은 철강, 철도, 에너지 등 다양한 산업 분야로 공급되었다. 산업화가 급격히 진행되며 광산 인프라와 광부를 위한 주거지가 조성되었고, 특히 광산 주변에는 연속적이고 동질적인 산업 경관이 형성되었다. 또한, 1906년에 발생한 쿠리에르(Courrieres) 광산의 대참사를 비롯해 광산 작업의 위험과 주요 재해의 역사를 보여주는 사례 지역으로 다양한 역사를 품고 있다. 그리고 이 유산은 185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노동자의 조건과 연대를 상징하는 주요 장소였으며, 노동조합주의와 사회주의 이상을 확산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곳이기도 하다.

광산 지역은 산업유산 관광지로서 지역 경제 재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그림 6 참조). 대표적인 예로 르와르드 광산 역사 센터(Centre historique minier Lewarde)는 옛 광산의 역사를 체험하고 교육하는 공간으로, 광부들의 생활과 작업 환경을 재현하여 관광객들에게 당시의 산업화 경험을 제공한다. 또한, 지역에 설치된 루브르-랑스 박물관(The Louvre-Lens)은 문화적 재생의 중심지로 자리 잡아, 연간 수십만 명의 관광객을 유치하여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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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6. 포스 아랑베르(Fosse Arenberg) 자료: https://whc.unesco.org/en/documents/1766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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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주민들은 유산 관리와 재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지역 공동체의 정체성 회복과 경제적 발전을 동시에 이루고 있다. 특히, 유산 관리 주체는 지역의 역사적 기억을 살리기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지역 주민들이 유산 보존의 의미를 공감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Policarpo and Souza, 2024: 11). 이처럼 노르-파 드 칼레 광산은 주민들에게 과거의 자긍심을 상기시키며, 후대에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4. 광산유산의 문화경관적 특징

4.1 자연 지형의 변형과 구조물의 도입

광산유산은 광업 활동을 통해 자연 지형이 변형되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구조물들이 도입되어 독특한 문화경관을 형성하게 된다. 광산유산에서 공통으로 볼 수 있는 구조물로는 채굴 갱도, 광산 구덩이, 운반 터널, 광석을 쌓아 만든 인공산, 굴뚝과 제련 시설 등이 있다. 이러한 요소들은 인간의 채굴 활동으로 형성된 인공적 지형으로, 자연 경관을 크게 변화시키며 그 지역의 산업적, 역사적 흔적을 반영하게 된다.

채굴 갱도와 광산 구덩이는 광산유산의 핵심 구조물 중 하나로, 대부분의 광산 지역에서 발견된다. 예를 들어, 일본의 이와미 은광은 좁고 가파른 산비탈을 따라 여러 개의 터널과 갱도가 조성되었다. 이 터널과 갱도는 은을 채굴하기 위해 자연 지형에 직접적으로 조성된 구조물로, 산악 지형을 활용하여 자원을 효율적으로 채굴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이와미 은광은 산지에 자리 잡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연환경에 터널과 갱도가 적절히 배치되어 있으며, 이는 자연과 인공이 어우러진 독특한 경관을 형성한다.

광산에서 추출한 광석을 운반하기 위한 운반 터널과 철도도 자연 지형을 변형시키는 중요한 구조물이다. 예를 들어, 영국의 콘월과 서부 데번 광산 경관(Cornwall and West Devon Mining Landscape)에서는 채굴한 구리와 주석을 효과적으로 운반하기 위해 타비스톡 운하(Tavistock Canal)와 같은 시설과 철도가 산악 지형을 관통하여 설치되었다(그림 7 참조). 이 운반 시설은 당시의 기술력을 반영하며, 경사가 가파른 지형에서도 자원을 효율적으로 운송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되었다. 이와 같은 터널과 철도는 광산 활동이 종료된 후에도 산업화 시대의 흔적으로 남아, 지역의 산업적 발전과 자연 지형 간의 상호작용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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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7. 데번 광산의 타비스톡 운하 자료: https://www.heritageintavistock.org/tavi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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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산유산 지역에서는 제련소와 굴뚝 등의 산업적 구조물도 자연 경관을 변형시키는 요소로 등장한다. 예컨대, 영국 블래나번 산업 경관에서는 철강 생산을 위한 제련 시설과 굴뚝이 대규모로 설치되어 산업 경관을 특징짓고 있다. 이러한 구조물은 채굴된 자원을 제련하기 위해 산지와 평지에 걸쳐 배치되었으며, 이에 따라 해당 지역의 경관은 산업화 시기의 시각적 특성을 반영하게 되었다(그림 8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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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8. 블래나번 경관 자료: https://www.landscapestudi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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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산유산은 채굴 갱도, 광산 구덩이, 인공산, 운반 터널, 제련소와 같은 구조물이 자연 지형을 변형시키며 형성된 독특한 문화경관이다. 각 구조물은 광업 활동을 통한 인간의 자연 변형 흔적을 보여주며, 오늘날까지도 해당 지역의 자연적, 산업적 가치를 반영하는 상징적 요소로 남아 있다.

4.2 산업 기반 시설과 도시의 형성

광산유산은 단순히 광업 구조물에 국한되지 않고, 채굴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산업 기반 시설이 주변에 구축되며 도시나 마을이 형성되어 독특한 문화경관을 이루게 된다. 광산 주변에는 채굴된 자원의 운송과 처리를 위한 철도, 운하, 항구 등 물류 인프라가 필수적으로 설치되었으며, 광부와 그 가족을 위한 주거지와 생활 시설들이 형성되어, 이러한 도시 형태는 지역사회의 경제 발전과 조직을 이루는 핵심 요소가 되었다.

채굴된 자원의 원활한 운송을 위해 철도와 운하는 주요한 물류 인프라로 활용되었다. 예를 들어, 프랑스 노르-파드 칼레 광산 지역에서는 채굴된 석탄을 각지로 이동시키기 위한 카발리에(Cavaliers)라고 불리는 철도와 운하가 구축되었다. 이러한 인프라는 석탄의 대량 운송을 가능하게 하여 산업화 시대의 요구를 충족했으며, 이 과정에서 광산촌이 형성되어 지역 주민의 주요 생활 기반이 되었다(그림 9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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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9. 랑스-리에뱅(Lens-Lievin) 지역의 광산활동에 사용된 철도 경로 자료: https://ressources.missionbassinminier.org/fr/portail/312/mediatheque/59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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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광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주거지와 시설이 함께 발전했다. 일본의 이와미 은광과 오모리 마을은 이러한 대표적인 사례로, 이와미 은광의 주위에 노동자와 그 가족을 위한 주거지가 형성되고, 이를 중심으로 마을 인프라가 발달하였다. 오모리 마을은 은광이 종료된 이후에도 당시 모습이 잘 보존되어 오늘날 관광 자원으로 개방되어 있으며, 이곳의 주거지와 생활 시설은 노동자 공동체의 형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요소로 남아 있다(그림 10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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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0. 오모리 광산마을 전경 자료: https://www.iwami-kazan.jp/en/gallery_c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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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 지역에서 채굴이 이루어진 경우, 거주 지역과 광산을 연결하는 교통망이 필수적으로 마련되었다. 체코와 독일에 걸쳐 위치한 에르츠 산맥(크루슈네호리 산맥) 광업 지역(Erzgebirge/Krušnohoří Mining Region)은 산악 지형을 따라 도로와 철도가 조성되어 광산과 마을을 연결하였고, 이를 통해 자원을 운송하고 광산업 종사자들이 일과 생활을 병행할 수 있었다. 이러한 교통망과 함께 광산을 중심으로 발전한 마을들은 광산과 생활 공간이 밀접히 연결된 산업 공동체를 형성하였으며, 이는 지역 경제의 중심지로 기능하게 되었다.

이처럼, 각 광산유산 지역에서는 자원의 운송을 지원하는 물류 기반 시설과 광부를 위한 주거지 및 생활 기반이 결합하여 독특한 산업 경관이 형성되었다. 철도, 운하, 항구 등의 인프라는 채굴 자원의 효율적인 운송을 가능하게 했으며, 이러한 도시와 마을은 광산업의 사회적, 경제적 중요성을 반영하며 지역 공동체와 밀접하게 연결되었다. 오늘날 이러한 산업 기반과 도시 형태는 지역의 문화경관으로서, 광산업과 그로 인해 형성된 생활양식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4.3 광업 활동에 의한 환경적 변화

광업 활동은 자연환경에 다양한 형태의 영향을 미치며, 경관에 물리적, 생태적 변화를 초래한다. 이러한 변화는 토양 변형, 폐기물 축적, 수질 오염 등으로 나타나며, 광산유산이 단순한 산업적 잔재를 넘어서 현재까지도 해당 지역의 생태와 경관에 미치는 영향을 상징한다.

폐기물은 광업 활동의 주요한 부산물로, 이에 따라 인근 지형에 거대한 인공 언덕이 형성되기도 한다. 프랑스 노르-파 드 칼레 광산 지역은 이러한 폐석 언덕, 즉 슬랙힙(slag heaps)의 대표적인 예이다. 석탄 채굴에서 발생한 막대한 양의 폐석은 슬랙힙으로 쌓여 평평했던 지형을 거대한 인공 언덕으로 바꾸었으며, 시간이 지나면서 이들 슬랙힙은 생태 복원 대상이 되어 다양한 식생이 자라게 되었다. 이처럼 자연과 인공 경관이 복합된 형태로 변모하면서, 노르-파 드 칼레는 광업이 환경에 미친 영향을 반영하면서도 인간의 복원 노력이 가미된 생태적 가치를 함께 보여주고 있다(그림 11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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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1. 프랑스 로스-엉-고엘르(Loos-en-Gohelle)의 쌍둥이 폐기물 더미 자료: https://journals.openedition.org/ephaistos/1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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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와 독일에 걸쳐 있는 에르츠 산맥(크루슈네호리 산맥) 광업 지역에서는 은, 주석, 우라늄 등의 채굴로 인해 발생한 폐수가 하천으로 유입되며 대규모 수질 오염이 발생했다. ICOMOS는 유산의 등재를 위해 잠정 보고서에서 오염에 대한 부가적인 정보를 요구하기도 하였다(ICOMOS, 2018). 이는 주변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며, 광산업이 종료된 후에도 다양한 복원 작업을 통해 산악 지형과 수질을 회복하려는 노력이 진행 중이다. 이 지역의 복원 작업은 광업 활동의 물리적 영향이 오랜 기간 환경에 남을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경관이 다시 자연과 조화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루마니아의 로시아 몬타나 광산 경관(Roșia Montană Mining Landscape)은 주요 배수구에서 오염된 광산수의 배출 문제로 인근의 토양과 수질이 오염되어 유산의 위험 요소가 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해당 유산은 2021년에 세계유산 목록에 등재됨과 동시에 위험에 처한 유산 목록에 함께 등재되었다. 금을 채굴하면서 중금속 오염과 폐기물 누출이 발생하였고, 이는 광업이 생태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현재 로시아 몬타나에서는 오염 물질의 유출을 막기 위한 다양한 복원 노력이 진행되고 있으며(Institutul Național al Patrimoniului, 2024), 이러한 작업을 통해 과거 광업 활동의 환경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지속 가능한 경관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와 같이, 광업 활동은 지역의 토양과 수질 오염을 일으키며 경관의 물리적 변형을 초래한다. 이러한 환경적 변화는 광산유산이 지니는 부정적 영향일 수 있지만, 각 지역에서 시행되는 복원 작업을 통해 현재의 문화경관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복원 작업은 과거의 광산업 활동 흔적을 보존하면서도 자연환경을 회복하려는 노력을 반영하며, 이를 통해 광산유산이 단순한 역사적 유산을 넘어, 지속 가능한 경관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4.4 지역 공동체의 사회·문화적 정체성 형성

광업 활동은 지역 공동체의 사회적, 문화적 결속력을 이끌어 내며, 이는 광산유산 지역의 문화경관에 깊이 자리 잡고 있다. 광산업의 발달은 노동자와 그 가족들이 모여 사는 마을 형성과 노동 문화의 발전을 촉진하며, 공동체의 정체성과 생활 방식을 형성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러한 변화는 지역사회의 경제적 발전뿐만 아니라 사회적 연대와 문화적 정체성을 형성하여, 오늘날까지도 지역 공동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광산촌에서 형성된 강한 사회적 연대는 노동 투쟁으로 나타나기도 했는데, 더 나은 환경을 얻기 위한 결속을 보여주는 노동권 역사의 부분이 되기도 한다. 프랑스 노르-파 드 칼레 지역의 광부들은 1941년 나치 점령하에 발생한 최초의 대규모 파업을 벌이기도 했다(Cushion, 2006)(그림 12 참조). 한국 정선의 사북 지역에서도 탄광노동자들이 저임금과 어용노조에 분노하여 봉기를 일으킨 사북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는 광산 지역뿐만 아니라 국가 및 다른 지역 노동자들에게도 큰 영감이 되었다. 해당 산업이 사라진 이후에도 이런 역사는 집단 기억으로 보존되며, 이러한 공동체 문화는 지역 주민들의 정체성에 중요한 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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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2. 노드-파 드 칼레 파업 광부들에 의해 제작된 리플렛 자료: https://libcom.org/article/nord-pas-de-calais-miners-strike-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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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산 지역의 재난과 위험은 종교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기도 한다. 18세기 중반부터 감리교는 콘월 지역에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특히 광산 지역사회에서 인기가 많았는데, 지역 주민들은 감리교의 자기 계발과 위험, 재난 등으로부터의 구조에 대한 메시지에 큰 위안을 얻었다. 프랑스의 노드-파 드 칼레 광산 지역에서는 탄광회사에서 교회를 세우기도 하였다. 사제들은 탄광 회사로부터 급여를 받았으며, 심지어 운전기사와 같은 부속 인력도 지원받았다. 사제가 때로는 광부와 탄광 회사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하며 광부가 집을 얻을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했다고 한다.

또한, 광업 활동이 공동체 내부의 문화적 정체성을 강화하는 역할도 했다. 일본 이와미 은광의 오모리 마을은 은광업의 번영과 함께 발전하며, 채굴을 중심으로 형성된 고유한 생활 양식과 사회적 연대를 통해 독특한 지역 정체성을 지니게 되었다. 오모리 마을의 주민들은 은광업이 중단된 후에도 이 생활 방식을 보존해 왔으며, 현재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여 방문객에게 역사적 경험을 전달하고 있다. 이는 광업 공동체의 정체성이 경제와 문화를 결합한 중요한 자산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그림 13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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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3. 이와미 긴잔 가이드 멤버의 설명 모습 자료: https://countrysidestays-japan.com/article/omori/index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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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업 공동체의 사회적 연대와 문화적 정체성은 광산유산 지역의 문화경관에서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한 공동체 의식은 현대에도 지역사회의 결속을 유지하게 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광업 활동이 종료된 후에도 이러한 유산을 보존하고자 하는 지역 주민들의 노력은 광산유산의 문화적 가치를 되새기고, 이를 바탕으로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중요한 문화적 자산으로 기능하고 있다.

4.5 소결

광산유산은 단순히 산업적 유산으로만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구성 요소와 특징을 통해 복합적인 문화경관의 속성을 보여준다. 모든 요소가 문화경관의 특성을 가지는 것은 아니지만, 각 요소는 광산유산의 독특한 가치를 규명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이러한 요소들은 광산유산을 문화경관의 틀에서 체계적으로 분석하기 위한 기본 구조를 제공하며, 이를 통해 광산유산의 다층적 가치를 보다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광산유산은 채굴 시설, 처리 시설, 운송 시설, 주거 시설, 자연 지형, 기념물 등으로 구성되며, 이를 물리적 구조물, 산업 기반 시설, 도시 및 사회 기반 시설, 자연 및 환경적 요소, 역사적·문화적 요소, 그리고 관람 및 관광 관련 요소로 구분할 수 있다. 이러한 구성 요소를 통해 광산유산은 물리적 환경, 산업적 구조, 사회적 조직, 생태적 변화, 문화적 정체성을 아우르는 복합적 경관을 형성한다(표 4 참조).

표 4. 광산유산에서 나타나는 공통 구성 요소와 문화경관적 특징
유산 구성 요소 세부 요소
광산유산 물리적 구조물 채굴 시설 채굴갱도, 채석장, 광산구덩이, 운반 터널
광산 처리 시설 제련소, 광석 세척 및 분리 시설, 광석 저장소
기타 구조물 굴뚝, 환기구 및 환기탑
산업 기반 시설 운송 시설 철도, 운하, 운반 벨트 및 와이어 시스템, 항구 및 부두
기계 장비 광산 엘리베이터, 채굴 장비, 운반 차량
도시 및 사회 기반 시설 주거 및 생활 시설 노동자 주거지, 병원 및 보건소, 상점 및 시장
교육 및 문화 시설 학교, 종교 시설, 공동체 센터
공공 서비스 시설 행정 건물, 수도 및 하수 처리 시설
자연 및 환경적 요소 자연 지형 변형된 산악 지형, 폐석 언덕, 침식된 지역
수질 관련 요소 오염된 하천 및 호수, 광산 배수구
복원된 생태계 복원된 숲, 새롭게 형성된 생물 다양성 지역
역사적․문화적 요소 기념비적 유산 광산업 관련 동상 및 기념물, 역사적 건물
문서와 기록물 작업 일지 및 설계 도면, 산업 관련 기록물
공동체 기억 광부와 가족들의 구전 이야기, 지역 축제 및 관습
추모 시설 위령제 및 위패 봉안 장소
관람 및 관광 관련 요소 박물관 및 체험 시설 광산 박물관, 체험형 채굴장, 전시 센터
관광 인프라 관람 경로 및 전망대, 방문객 센터, 체험 프로그램
광산유산의 문화경관적 특징
1. 자연 지형의 변형과 구조물의 도입 2. 산업 기반 시설과 도시의 형성 3. 광업 활동에 의한 환경적 변화 4. 지역 공동체의 사회․문화적 정체성 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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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광산유산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자연 지형의 변형과 구조물의 도입이다. 채굴 갱도, 제련소, 운반 터널, 폐석 언덕과 같은 구조물은 인간의 채굴 활동을 통해 자연 지형이 어떻게 변형되었는지를 보여준다. 이러한 변형은 광산유산이 인간 활동과 자연환경 간의 상호작용을 반영하며, 독특한 시각적·공간적 경관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둘째, 산업 기반 시설과 도시의 형성은 광업 활동이 지역 사회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철도, 운하, 항구와 같은 물류 기반 시설은 채굴된 자원의 효율적 운송을 지원하며, 노동자 주거지와 생활 시설은 광산 주변에 형성된 산업 도시와 마을의 특징을 드러낸다. 이는 광산유산이 단순히 산업 시설이 아니라, 지역 사회의 경제적·문화적 중심지로 기능했음을 나타낸다.

셋째, 광산유산은 광업 활동에 의한 환경적 변화를 통해 자연환경과 인간 활동의 장기적인 영향을 확인할 수 있다. 석탄 사용으로 인한 산림의 복원, 토양 변형, 폐기물 축적, 수질 오염 등은 광업 활동이 초래한 물리적·생태적 변화를 반영하며, 이러한 변화는 현재에도 지역 생태계와 경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동시에, 생태 복원과 환경 관리와 같은 현대적 대응을 통해 지속 가능한 경관으로 전환하는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지역 공동체의 사회·문화적 정체성 형성은 광산유산의 문화경관적 가치를 더욱 부각한다. 광업 활동을 중심으로 형성된 지역 공동체는 독특한 생활 방식과 사회적 연대를 통해 지역 정체성을 강화했다. 이러한 정체성은 광업이 종료된 이후에도 문화유산으로 보존되며, 지역 공동체의 결속과 경제 활성화를 위한 기반으로 활용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광산유산은 자연과 인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된 복합적 문화경관으로, 물리적·사회적·생태적 요소를 통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사례를 제공한다. 이러한 특징들은 광산유산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지속 가능한 관리와 활용 전략을 수립하는 데 있어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다.

5. 결론 및 향후 연구 방향성

본 연구는 유네스코의 문화경관 개념을 활용하여 광산유산의 다층적인 가치를 분석하고, 이를 통해 광산유산이 지역사회, 문화, 경제, 환경 등 다양한 측면에서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지를 조명했다. 광산유산은 단순한 산업적 잔재가 아닌, 지역 공동체와 생태 환경에 깊이 자리 잡은 문화경관으로서의 가치를 지니며, 이러한 접근을 통해 광산유산이 지닌 중요성을 통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또한, 블래나번 산업 경관, 노르-파 드 칼레 광산 지역, 이와미 은광과 같은 사례를 통해 광산유산이 물리적 경관의 변형뿐만 아니라 환경과 지역사회에 미친 영향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이 연구는 광산유산을 분석하는 틀로 문화경관 개념을 활용함으로써, 광산유산을 지역사회와 생태, 경제를 통합적으로 반영하는 자원으로서 재조명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문화경관 개념의 적용을 통해 광산유산이 역사 유산을 넘어 산업적 쇠퇴로 인한 지역의 침체를 해결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문화자산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는 광산유산이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연구의 틀로 적용됨을 말한다.

그러나 본 연구에는 몇 가지 제한점이 존재한다. 첫째, 광산유산의 문화경관적 가치를 분석하는 데 있어 각 지역의 구체적이고 현장감 있는 사회적, 경제적 자료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점이 있다. 다양한 광산유산 지역에서 나타나는 지역적 특성을 더욱 심층적으로 탐구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 추가적인 현장 연구와 지역사회 참여자들과의 면담을 통한 질적 데이터가 요구된다. 둘째, 본 연구는 문화경관 개념을 중심으로 광산유산을 해석했지만, 이 과정에서 물리적 환경의 변화나 경제적 변화 이외에 지역사회의 사회문화적 요소와의 상호작용에 대한 구체적 해석이 제한적이었다. 따라서 광산유산이 지역의 사회적, 문화적 변화와 어떻게 연결되고 있는지에 대한 세부적인 탐구가 필요하며, 이는 후속 연구를 통해 보완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유네스코 문화경관의 개념을 광산유산에 적용하는 것이 특정 지역의 문화적 특성과 충분히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문화경관의 개념이 포괄적이지만, 각 지역의 역사적, 문화적 배경에 따라 광산유산이 가진 특수성이 다를 수 있으며, 문화경관으로서의 광산유산을 규정하는 방식 또한 지역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지역별 문화적 특성과 고유한 사회적 배경을 반영한 분석 틀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제한점을 고려할 때, 향후 연구에서는 현장 자료와 지역사회의 구체적 특성을 반영한 심층적 사례 연구가 중요할 것이다. 이를 통해 광산유산의 문화경관적 가치를 더욱 면밀히 파악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증적인 자료를 축적함으로써, 광산유산이 지닌 다층적 의미와 가치를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는 광산유산을 문화경관 측면에서 접근하기 위해 유네스코 문화경관 내 광산유산을 분석하였으며, 앞으로 한국의 태백, 정선, 영월, 삼척, 보령, 문경 등과 같은 광산유산이 위치한 지역을 연구하기 위한 기초연구로 활용할 예정이다.

Notes

주 1. 영국 호수지역의 등재 결정이 미루어진 이유에 대한 원문을 보면 “The Committee wished to leave open its decision on this nomination until it had further clarified its position regarding the inscription of cultural landscapes.”라고 설명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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