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현대인들에게 건강은 더 이상 질병이 없고 허약하지 않은 상태가 아니라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완전한 것이라고 인식이 변화되고 있고,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치료 뿐만 아니라 다양한 측면에서 건강한 삶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건강에 관한 여러 방면의 고민 가운데 최근 장소의 경험이 신체적, 사회적, 정신적 치유 효과를 낸다는 연구가 주목을 받고 있다(Bell et al., 2018). 특히 자연과의 접촉이 정신적 안정감을 회복하고, 신체적 활동을 활발하게 한다는 것이 증명되면서 자연을 통한 건강 증진 및 치유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대두되었다(탁영란, 2014). 일상적 스트레스 해소와 경험 중심 라이프스타일에 따른 등산, 산책, 캠핑 등의 활동이 크게 인기를 얻고 있고, 원예치료와 산림치유 등 전문적 활동으로도 이어지고 있다(김도훈과 박은영, 2024). 본 연구는 이러한 자연 장소에서의 물리적 환경 조건, 사회적 관계 형성, 그리고 인간의 지각이 결합하는 건강 증진에 주목했다(Gatrell, 2013). 특히 건강과 장소의 관계를 학문적으로 설명하는 치유적 공간환경(therapeutic landscapes)이라는 개념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았다. 이는 미국의 의료지리학자 Gesler가 제시한 이후 의료지리학, 보건지리학, 건강지리학 분야에서 핵심적으로 다루어졌다. 치유적 공간환경은 치유, 치료, 회복에 특별한 역할을 하는 자연적 혹은 인공적 장소를 의미하는 것이며 대규모(시골, 해안, 해변)부터 중규모(도시공원, 강변), 소규모(병원, 숲, 정원, 자투리 공간) 환경이 모두 이에 해당한다. 이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이동적, 개방적, 네트워크화 되는 특성이 있으며(Prior et al., 2019) 사건, 사람, 사물 등과 깊은 관계를 맺음으로써 건강 증진 효과가 극대화된다. 이와 같은 접근 방법은 이전의 건강 관련 연구에서 관계 역학을 고려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고, 입체적이고 복잡한 공간환경 요소들의 연결을 통한 관계론적 측면에서 치유 효과를 도출하고자 했다(Conradson, 2005). 따라서, 본 연구는 치유적 공간환경 그 자체보다는 그것을 통한 경험을 더 중요하게 보고, 장소(place)와 경관(landscape)이 중요한 매개체가 되어 인간이 인지하는 일상적 자연 경험에 주목했다. 사람이 자연을 경험하고 자연과 관계하는 방식은 단순히 보는 것, 자연과 함께하는 것,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Pretty et al., 2005), 적극적 참여를 통해 자연과 깊은 관계를 맺는 것이 인지력, 사회성, 행복감 등 개인의 웰빙에 더 큰 효과를 가져올 수 있으며 감각적․정서적․의미 중심의 활동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Lumber et al., 2017; Richardson et al., 2021)이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진 바 있다. 이에 따라 치유적 공간환경으로서의 자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활동할 수 있는 공간환경 조성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본 연구에서는 이와 같이 건강 증진 효과가 있는 치유적 장소로서의 자연환경에 대해 이해하고, 이를 통해 일상에서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간환경 형태를 도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금까지 치유적 공간환경 관련 연구에서 자연 공간의 치유적 효과에 관한 연구는 다수 진행되었으나 그 공간환경을 어떻게 구현하는지에 대한 접근은 부족했기 때문에, 기존 연구결과들을 바탕으로 이를 실제 구현할 수 있는 하나의 사례로서 공간계획안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특히 삭막한 도심 속에서 일상을 보내는 현대인들에 숲, 하천 등 자연의 효능감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했기 때문에 그간 관행적으로 남겨두던 도시 유보지 혹은 환경 보전 목적으로 지켜지던 도시 내 산과 하천의 활용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했다. 연구의 대상지는 안양시에 위치한 수리산과 수암천이다. 이곳은 유려한 자연경관과 보존 가치가 높은 생태자원이 풍부한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를 경험하고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부족하고 접근성에 제약이 많다. 이러한 문제들을 극복하고, 생태문화자원을 적극 활용하여 도시민들이 일상에서 자연의 복합적 효용성을 경험하도록 공간 활용 전략 및 환경설계를 제시하고자 한다. 특히 대상지는 숲과 하천이 어우러진 최적의 자연환경으로서, 녹색복지 시대에 부합하는 건강환경 모델 실현의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근 가능한 자연기반 치유공간환경 조성을 계획하고자 한다. 본 연구에서는 치유적 공간환경으로서 대상지를 이해하기 위해 대표적인 물리적 환경인 숲(수리산)과 하천(수암천), 그리고 시가지를 계획 요소로 도출했다. 그리고 치유의 효과는 특정 환경 내에서 개인의 몰입을 통해 발생되는 결과이므로 그 ‘경험의 질’이 중요하기 때문에(Conradson, 2005), 환경 경험에 영향을 주는 개인의 특성이나 참여방식 등을 ‘사람(대상자)’으로 구분하여 계획 요소에 적용하였다.
연구는 이론적 고찰, 현황 및 여건분석, 조성방향 및 전략계획, 공간계획 및 활용방안으로 전체 내용이 구성된다(그림 1 참조). 먼저 이론적 고찰에서는 치유적 공간환경의 개념적 정립 및 의미를 파악하고, 치유적 공간환경의 요소 중 대상지에 해당하는 요소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보았다. 그리고 최근 연구경향에서 치유적 공간환경을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것의 의미를 이해하고자 하였다. 다음으로 이론적 고찰에서 도출한 숲과 하천, 시가지 등의 공간환경 요소별로 그 특성과 가능성을 분석하였고, 도시 속 산과 하천의 관계 재설정이라는 계획 방향을 설정하였다. 치유적 공간환경의 특성이 잘 구현될 수 있도록 하천, 숲, 시가지, 산림의 관계성을 기반으로 하는 세부 추진 전략을 수립하고, 전략에 따른 공간계획을 수립하여 일상적 자연 경험을 촉진할 수 있는 치유적 공간환경 설계안을 제안하는 것으로 연구는 진행된다.
2. 이론적 고찰
건강하다는 것은 정신적 혹은 물리적으로 질병이나 손상이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처럼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회복하기 위해 의학적 도움을 받아 병이 낫게 하는 것을 치료라고 하고(김기봉, 2012), 물리적, 정신적, 영적 측면에서 파괴된 인간성을 회복하고, 타인과 손상된 관계를 극복하는 것을 치유라고 한다(박수경, 2014). 치료는 과학적이고 기술적이며 환자의 육체에 주안점을 두며, 치유는 정신적이고 경험적인 환자의 인간적인 면을 중요하게 본다. 즉 치유는 개인의 심리적, 신체적 문제뿐만 아니라 환경적, 사회적 상호 관계를 통해 질병을 회복하거나 예방하고 건강 증진에 이바지한다고 볼 수 있다(성윤정 등, 2013). 나이팅게일은 인간이 건강하기 위해서 환경이라는 특별한 개체와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을 해야 한다고 했다(Yana and Turkowski, 2024). 이는 물리적 환경이 환자의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나아가 질병 치유에 효과적 역할을 하는 도구라는 것을 의미한다. Gesler(1992)는 치유적 공간환경(therapeutic landscapes)이라는 개념을 제시하며 인간의 건강을 위하여 물리적, 생물학적, 문화적 특성에 따른 주변 환경의 형성과 그 관계가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장소, 배경, 상황, 현장, 환경 등의 상호작용을 통해 치유적 회복 효과가 나타난다고 하며, 사회적, 건축적, 자연적으로 복합화된 요인들 상호 간의 공간적 연계성을 강조했다(Conradson, 2005; Collins and Kearns, 2007). 이를 통해 치유적 성과는 혼자만의 힘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 사물, 장소, 상황 등 다양한 요소들과 관계 맺음을 통해 만들어지는 결과라는 것을 알 수 있다(Bell et al., 2018; Willis, 2009).
치유적 공간환경(therapeutic landscapes)에 대한 개념이 등장하면서 초기에는 치유적 명성, 평판, 이름을 가지고 있는 폭포, 샘물, 온천, 숲과 나무, 바위와 동굴, 햇빛과 바람 등 자연물이 주목을 받았다(박수경, 2017). 이는 역사적, 종교적, 정신적 사고의 흐름에 영향을 받아 인간이 의지하고 있는 신성한 공간이다. 그 이후에는 신전, 수도원, 목욕탕, 병원 등 건강성 증진 목적을 위해 조성된 건축물이 포함되었다(Gesler, 1993; 1996). 이들은 치유 회복 서비스 지원을 위하여 인위적으로 만든 공간이다. 그리고 현대에는 생활 속 여가 문화 기능을 수행하는 공원, 산책길, 마당, 동네 텃밭, 숲과 하천 등 일상적 자연 공간으로 확장되었다. 그간의 과정을 통해서 치유적 공간환경은 인간의 질병 혹은 건강 문제를 역사, 사회, 문화, 정치, 경제 등 시대적 요인과 지형적, 지리적 여건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본 연구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therapeutic landscapes’라는 용어는 공간과 환경이 인간의 건강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설명한다. 이는 지리학을 기반으로 의학과 보건학을 포섭하는 의미를 지니는데 문과와 이과라는 이분법적 학문 구조가 견고한 한국 사회에서는 관련 연구가 많이 진행되지 않았다(이종찬, 2013). 하지만 최근 건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보건의료에 관한 공간사회 차원의 개념, 이론, 방법 적용 연구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therapeutic landscapes 용어도 학술적으로 명확하게 정립된 것이 없으므로 연구 맥락과 활용 목적에 따라 다르게 사용하고 있다. 이는 치유적 경관, 치유적 풍경, 치유적 환경, 치유적 공간 등으로 해석된다. 장소성을 기반으로 한 사회문화적 측면에서는 치유의 공간(박수경, 2014; 김도훈, 2025)이라고 하고, 물리적 환경에 따른 시각적 측면에서 치유적 경관(이영경, 2013)이라 했다. 본 연구는 인간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환경 요인 가운데 생태적 자원과 문화적 장소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고, 이들과 주변의 다양한 환경요소와의 관계에 주목하기 때문에 이를 ‘치유적 공간환경’이라고 하였다.
Gronberg and Meyer(1982)는 공간복지(spacial welfare) 개념을 제시하며 치유적 공간환경은 거주민 또는 이용자들의 행복한 삶에 이바지한다고 하였다. 산림, 숲과 같은 녹지공간은 공간 복지 역할을 하는 치유적 공간환경의 대표적 자원이다. 이와 같은 공간이 인간의 건강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연구들은 다수 있었다(Pitt, 2014; Finlay et al., 2015; Bell et al., 2018; Kaley et al., 2019). 거주지역 녹지공간 양과 질은 건강 회복과 쾌적한 환경을 만드는데 기여하고(Maas et al., 2006; Hansmann et al., 2007), 스트레스를 감소하는 역할을 한다(Van den Berg et al., 2010; Thompson et al., 2012). 녹지공간을 가까이하는 것은 신체활동을 촉진하여 비만 감소에 영향을 주며(Coombes et al., 2010; Lachowycz and Jones, 2011) 이웃 간의 사회적 유대를 발전시키고 유지할 수 있는 만남의 장소를 제공한다(Lee and Maheswaran, 2011). Finlay et al.(2015)에 따르면 수공간도 건강을 증진하는 특별한 역할을 한다고 했다. 수공간은 자연 및 도시 지역 모두에서 고여 있거나 흐르는 물이 있는 수생 환경으로 정의된다. 이는 바다, 호수, 강 뿐 아니라 분수대나 개울과 같은 작은 수경시설도 포함된다. 역사적으로 많은 치유 장소가 물 공급원 근처에 자리 잡고 있었으며(Gesler, 2003), 환경 심리학에서 수경 요소는 건축 환경과 자연환경 모두에서 긍정적인 기분 효과, 매력, 지각된 회복 능력과 관련이 있다. 최근 연구에서는 섬, 도시, 강, 해안, 해변, 호수 등에서 이루어지는 수영, 산책, 걷기 활동은 건강 증진의 효과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는 것이 입증되고 있다(Kearns et al., 2014). 이와 같이 녹지공간과 수공간은 신선한 공기, 온도 조절, 자연적 채광, 자연 조망 등을 제공하며 심리적 쾌적성과 시각적 평온함을 주는 자연적 경관이며 치유적 공간환경의 필수 요소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치유적 공간환경 요소에 관한 접근이 좀 더 다른 각도로 진행되고 있다. 기존에는 자연적으로 생성되어 깊이 있는 가치를 가지고 있는 생태문화자원,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인위적으로 조성한 건축공간 등의 기능적 역할에 주목했다면, 지금은 인간과 자원의 관계적 측면을 중요하게 바라보며 일상성 회복을 위한 공간에 관한 관심이 높다(English et al., 2008). 여기서 말하는 일상성은 보편타당한 사회적 맥락과 사소한 개인적 생활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결과인데, 이와 같은 일상성을 회복하는 것은 신체적인 것을 넘어 정신적으로 건강하며 삶을 쉽게 살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일상에서의 정원 가꾸기는 돌봄과 나눔을 실천하며 성취감, 만족감, 행복감을 선사하게 된다. 특히 사회적으로 소외될 수 있는 노인들이 집 안 정원이나 공동주택 텃밭을 관리하면서 신체적 건강 증진, 정서적 웰빙, 사회적 관계 형성에 도움이 된다(Milligan et al, 2004). 또한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도심 속 현대인들에게 쉼과 여유를 가지도록 해주면서 일상적 치유 역할을 한다(Kearns and Milligan, 2020). 이와 같은 일상적 치유의 과정은 개인이 살고 있는 집, 공동체가 살고 있는 동네,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머무는 도시 등에 분포하는 마당, 산책길, 정원과 텃밭 등 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일상적 장소에서 이루어진다(박수경, 2014). 구체적으로는 건강한 생활환경을 지원하는 학교, 공원, 도서관, 복지관 등 공공시설과 지역 주민이 거주하는 주거지역, 상업지역, 유휴부지 등을 가지고 있는 집, 동네, 도시 등 사유지 등이 해당한다. 이들 공간에서는 단기간에 두드러지는 치유 효과를 나타낼 수는 없지만, 일시적 치유가 반복적으로 쌓이게 되면서 누적된 치유의 힘으로 이어져 효과를 극대화하는 강점이 있다. 또한 일상적 공간은 접근성 차원에서도 중요한 가치와 의미가 있다(박수경, 2014). 거주민들의 삶을 윤택하게 해주기 위하여 생활복지지원과 여가문화 향유 기능을 담당하는 공공시설이 이에 해당한다. 소득이나 사회적 지위, 문화적 여건 등에 따라 불평등하게 제공되지 않고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공간이다. 이는 가까이 위치하여 부담 없이 찾을 수 있고 심리적으로 친숙하고 안정된 공간이라는 특성이 있다.
치유적 공간환경(therapeutic landscapes)은 미국의 의료지리학자 Gesler가 1990년대 초 제창하며 건강지리학의 핵심 개념으로 다루어지게 되었다. 초창기 건강지리학은 치유의 특성이 알려진 역사적 장소에 초점을 맞추어 전개되었지만(Wakefield and McMullan, 2005), 주변의 여건 및 상황과의 연계성에 대한 요구가 대두되면서 관계적 전환(relational turn)이 등장하였다(박향기, 2024a). 이는 치유적 공간환경 자체에 특별한 치유적 특성과 힘이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 장소, 사회적 관계를 통해서 치유력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Cummins et al., 2007). 치유는 관계적 요소가 다분하므로 물리적 환경, 사회적 조건, 그리고 인간의 인식이 결합하여 건강 증진을 촉진하는 효과가 생성되는 것이다(Gatrell, 2013). 이에 따라 인간은 긍정적 감정을 가지게 되고 사회적 관계 증진과 정신적, 신체적 회복까지 이어지게 된다(Cummins et al., 2007; English et al., 2008).
이에 더하여 최근에는 사회-자연적 관계를 기반으로 하는 치유적 공간환경 경험(therapeutic landscape experience)도 주목받고 있다(Conradson, 2005). 단순히 고정된 시선과 관점에 따라 치유적 공간환경을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장소에 얽혀 있는 관계와 과정을 파악하여 경험적 상황을 면밀하게 해석하고 이해할 수 있는 제2경험주의(second empiricism)1) 개념을 적용한 것이다(Duff, 2011). 그리고 치유적 이동(therapeutic mobility)이라는 개념도 새롭게 등장했다. 특별한 장소를 산책, 등산하거나 자전거를 타고 이동할 때 치유를 경험한다는 것이다(Gatrell, 2013). 하천 주변을 걷거나 산에 오르는 활동적 움직임은 신체활동에 활력을 부여하며 육체적, 정신적 건강 증진 효과를 유발하고, 아름다운 장소를 방문하여 감상하면서 성취감과 안정감을 가지는 것도 치유의 효과라고 할 수 있다(성종상, 2014). 특히 혼자가 아니라 이웃, 친구, 가족, 애완동물 등과 함께 이동하며 경험을 공유하게 되면 치유적 효과는 높아지게 된다(박향기, 2024b). 물론 치유적 공간환경이 가까이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건강과 웰빙이 향상된다는 주장도 있지만 잠시 머물러서 휴식을 즐기거나, 걸으면서 경관을 감상하고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인간의 육체적, 심리적, 정서적, 사회적 건강을 촉진하는 경험적 효용가치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경험이 특별한 목적과 의도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삶 속에서 만들어질 때 그 가치는 더욱 극대화될 수 있다. 대부분 한국의 도시들은 생활환경 내에서 산과 하천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조건을 가지고 있다. 이는 소득이나 사회적 지위, 문화적 여건 등에 따라 불평등하게 제공되지 않고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공간이다. 본 연구에서는 이와 같은 치유적 공간환경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참여하는 방안을 연구하고자 하였다.
3. 대상지 특성 및 현황 분석
본 연구는 숲과 하천 등 생태문화자원을 치유적 공간환경 요소로 인지하고, 이를 활용하여 시민들에게 일상적 자연치유를 경험하는 방안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이들 자원을 활용하여 지역 주민이나 방문객들에게 자연에 대한 접촉성을 높일 수 있는, 도심형 숲과 하천의 건강 증진 효용성을 도출하는 것이 연구의 목적이다. 이에 핵심적 공간환경이라고 할 수 있는 수리산과 수암천에 대해 공간적 특성과 활용 가치를 면밀하게 살펴보는 것이 필요했다.
먼저 수리산은 안양시, 군포시, 안산시, 시흥시 경계에 있는 산으로 2009년 경기도의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수도권 서남부의 대표적 녹지축이다(정대영 등, 2021). 특히 안양시 도심에 가까워 시민들의 생활권 녹지 기능을 수행하고 있으며, 수리산에서 발원한 물줄기는 수암천, 안양천, 학의천 등으로 흘러 들어가 도시 생태계와 연결된다. 그림 2에 나타난 것처럼 수리산 최고봉인 태을봉(485m)에서부터 고저차가 큰 깊은 골짜기가 형성되어 있으며, 식생은 대부분 4영급, 중경목 이상의 양호한 임상을 보인다. 활엽수림이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가운데 수암천 하천변으로 침엽수림이 분포하고 있는 특징을 보인다. 수리산에는 생육환경이 양호한 한국 특산종, 자생종, 보호종 등의 서식지가 존재하고 있어 자연경험 촉진을 위해 활용하기 위해서는 생육지 보전 등 적정 관리가 필요할 것이다(조유나와 오충현, 2021). 산림의 생물다양성과 수종 등의 시각적 요소, 음이온과 피톤치드 등의 후각적 요소, 온도와 상대습도 등의 쾌적감 요소는 모두 인간의 심리적․생리적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인데(정미애 등, 2012), 수리산은 이러한 요소들을 제공해 줄 수 있는 환경․생태․경관자원을 보유하고 있어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 시민들의 활용적 측면에서 살펴보면 주로 등산과 운동 등의 산림 휴양 활동 위주로 이루어지고 있다. 숲을 걸을 수 있는 등산로의 경우는 난이도 중급과 상급에 해당되는 구간이 많아서 노약자나 아동, 장애인 등 이동약자의 이용이 어려운 것으로 판단되었다(그림 2 참조).
400 이상
350~400
300~350
250~300
200~250
150~200
100~150
50~100
0~50(m)
b.
450 이상
400~450
350~400
300~350
250~300
200~250
150~200
100~150
50~100
0~50(m)
자료: 최정권(2010) 내용을 바탕으로 재구성
다음으로 수암천은 산지계류형 하천으로 수리산에서 발원하여 안양시 만안구의 도심부로 흘러 안양천에 합류하는 전형적인 도시하천이다. 하천 수리 분석결과 하폭은 상류 5m, 하류 40m에 이르기까지 점진적으로 확장되며 수심의 경우는 하폭과 반대로 상류 구간에서 깊고 하류역으로 가면서 점차 얕아진다(그림 3 참조). 상류역은 수리산 산림환경과 연계된 공간으로 급경사 계류형 단면 구조로 되어 있으며 비교적 양호한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물웅덩이와 물계단(step-pool)이 연속적으로 형성되어 있으며 양호한 수림대의 영향으로 일정 수준의 기저유량을 형성하고 있다. 중류역은 부분적으로 건천화 현상이 발생하여 하상 정비 공사를 통해 지표수 유량이 일부 증대된 상태이다. 다음으로 하천 주변 토지이용을 조사한 결과 상류부는 도립공원으로서 환경 보전 및 관리상태가 양호하였다. 중류부는 토속음식점과 종교시설, 저밀도 주거지역 등으로 부분적으로 점유되어 있고 병목안시민공원과 주거환경 개선 지구 등 주거지, 상업지 등의 인위적인 교란이 발생해 있다. 하류부는 도심을 통과하는 구간으로 복개되어 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었으나 2024년부터 지역 균형 발전과 인근 주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하여 자연형 하천 복원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주변의 토지이용은 안양역을 중심으로 상업지역의 고밀도 토지이용이 이루어지고 있었다(최정권, 2010). 마지막으로 동선과 접근성을 살펴보면 상류구간은 도립공원 이용동선이 있어 하천변 접근성이 양호한 편이고 중류구간은 주거단지와의 접근성이 대체로 양호한 상태이나 하류 일부 구간은 복개구간 등으로 접근성이 불량한 상태이다. 특히 하천변 산책로는 좁은 하천폭으로 인하여 보도와 자전거도로가 혼재되어 있어 안전성이 떨어지는 상황이고, 중류에서 상류까지는 구분된 산책로가 없어 보행동선의 연결이 필요한 상황으로 판단된다.
녹지
공원
주거지
아파트
상언지억
접근성.
양호
보동
붇량
주요시설.
학교
주차장
근린공원
소공원
구·동사무소
상지
한증막
자료: 최정권(2010) 내용을 바탕으로 재구성
본 연구에서는 숲과 하천에 대한 분석뿐 아니라 이들 공간이 면하고 있는 시가지 환경도 함께 들여다보고자 하였다. 이는 수암천을 중심으로 하는 천변 구역과 수리산 산자락과 안양로 주변 주거지가 위치하는 산자락 구역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천변 구역은 수암천 중․하류부에 해당하는 원도심 지역으로 노후주택, 빈집 등으로 주거환경 및 보행환경 개선이 요구되고 있고, 초․중․고등학교와 대학교 등의 학교가 밀집되어 있으며 가로환경 정비사업이 필요한 지역이다. 산자락 구역의 산지 경계부는 공공시설 및 학교 인접부, 주거지 인접부, 공원녹지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공공시설 및 학교와 접하는 구역은 대부분 옹벽, 펜스 등으로 분리되어 있어 산지로의 접근이 불가능하며 인접 주거시설 중 신규 조성된 아파트단지 등은 산자락을 독점하고 있다(그림 4 참조). 불량노후주거지 등 낙후된 환경이 곳곳에 위치하고 있으며 주변 도로 및 가로환경은 불법주차 등으로 산지로 접근하는 보행환경이 열악한 상황으로, 보도 통행 중 사고 발생율이 안양시 전체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보행환경 만족도도 가장 낮게 나타났다(안양시, 2020b). 또한 천변 구역과 산자락 구역은 모두 노인인구 밀도가 높고 저소득층 등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이 많이 거주하는데 비해 공원녹지 서비스가 부족하여 이들이 일상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치유공간환경과의 연계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되었다(안양시, 2020a). 산과 하천 등의 거대한 자연 공간은 상황과 여건에 따라 두렵거나 불편한 존재가 될 수 있는데(Kearns and Milligan, 2020), 노인의 경우 안전이나 보행 접근성, 인식 등에 영향을 받아 공간 경험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이를 고려한 계획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Finlay et al., 2015).
대상지는 산과 하천이 어우러진 최적의 자연생태 지역으로서, 높은 봉우리와 깊은 골짜기로 형성된 수리산과 이곳에서 발원한 수암천이 대표적인 치유자원으로 존재하고 있다. 수암천 상류부를 중심으로 인위적 교란이 거의 없고 자연환경의 원형이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어, 환경․생태․경관자원을 오감으로 체험하며 치유 효과를 제공받을 수 있는 공간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도심 인근에 위치하여 숲과 물이 시민들의 일상에 다가가며 자연생태와 함께하는 체험공간으로서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반면 산지와 하천 접근성 불량, 이동약자 동선 미비, 단순하고 소극적인 활동 프로그램 등의 여러 문제점을 함께 가지고 있었으며, 따라서 이를 개선하고 대상지의 가능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으로서 공간조성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되었다.
4. 조성 방향 및 전략계획
현대사회 도시의 산은 도시계획 및 환경관리계획에 따라 개발할 수 없어 주로 남겨진 유보지로 존재하며, 도시경관의 배경 역할만 하는 소극적 관리 대상이 되고 있다(Min et al., 2019; Wang et al., 2023). 또한 도시의 하천도 지표수 배출과 홍수의 통수 기능 위주로 관리되어 오면서 직강화, 건천화되어 자연 하천 생태계가 손상되고 도시 생활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손용훈과 이규철, 2015). 그러나 최근 도시 내 산과 하천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도시 생활환경 조절 인자로 단순히 존재하는 자연 요소가 아니라 대기질․수질 등의 조절서비스,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지원서비스, 자연경관 감상․휴양공간 제공 등의 문화서비스를 포괄하는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따라서 산과 하천을 그동안 단순히 존재하는 공간, 또는 시각적으로 감상하는 공간으로 인식했다면, 능동적으로 체험․참여하며 건강한 신체와 정신을 키우는 공간,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체험하는 공간으로의 인식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치유적 공간환경은 어떤 장소에 자리 잡고 있고, 어떻게 사람들에게 활용되는가에 따라 다양한 특성이 나타난다(Wakefield and McMullan, 2005). 특히 사람과 자연이 관계하는 방식에 따라 차이가 있다. 장소의 치료적 효과는 단순히 자연을 보고 가까이에 두는 것이 아니라 상호 간의 맥락을 이해하고 관계가 깊어질수록 증대된다(Duff, 2012). 따라서 사람과 자연 사이의 긴밀한 관계 설정이 치유와 회복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상호 간의 관계적 중요성에 근거한 계획 수립을 위하여 개별적 공간환경 요소 특성을 기반으로 표 1과 같은 관계 설정 방향을 도출했다. 그리고 치유를 위한 공간환경 요소로 도출한 숲, 하천, 시가지의 개별적 특성에 따라 새로운 관계를 정립하고, 이용자인 사람과의 사이에 접점을 마련했다. 이를 통해 개별적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연결되어 일상적 자연 경험이 가능한 치유적 공간환경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했다(그림 5 참조). ‘숲-시가지-사람’의 관계에서는 시가지에서 숲으로의 보행로 및 접근시설 개선을 통해 물리적 단절을 극복하고 동선을 연결한다. 숲과 시가지가 만나는 부분은 학교 등 공공시설이나 주거지, 공원 및 오픈스페이스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산자락에 다양하게 위치하고 있는 공공시설과는 보행동선을 개방하고 프로그램을 연계 운영하여 치유적 네트워크 안에서 일상생활과 치유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한다. ‘하천-시가지-사람’의 관계에서는 리버사이드(riverside)형 공간에서 리버프론트(riverfront)형 공간으로의 변화를 유도한다. 두 가지 용어는 모두 강과 인접한 공간을 가리키나, 리버사이드가 하천변의 물리적․자연적 공간을 의미한다면 리버프론트는 도시와 하천이 만나는 곳에 조성된 공공공간을 주로 의미한다. 생태적 가치의 보존이 강조되는 리버사이드형 공간과 달리 리버프론트형 공간은 다양한 기능이 결합된 개발지역으로서 도시적․공공적 활용이 강조된 구역이라 할 수 있다(Bahreldin, 2020; Djukic et al., 2020). 이러한 활용을 위해 시가지에서 하천으로의 접근성과 보행동선을 개선하고 경관개선을 통해 심리적 접근성을 제고하며 하천 주변 상업지역과 주거지역, 공원 등의 생활권과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하천 이용 프로그램을 도입한다. ‘숲-하천-사람’의 관계에서는 숲이 공원이나 보행로, 사유지나 민간시설 등으로 하천과 접하고 있는데, 사람이 하천을 통해 숲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접근성과 동선 연결성을 개선하고 하천과 숲이라는 두 가지 치유요소를 동시에 풍부하게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공간 및 프로그램을 도입함으로써 복합적인 기능의 생성을 유도한다.
관계 재설정 전략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숲-시가지-사람 연계를 위해서는, 연결성과 이용 편의성을 개선하고 두 요소 사이의 완충공간을 제공한다(그림 6 참조). 먼저 공공시설과 산자락이 만나는 부분에서는 공공시설을 개방하여 건물과 숲의 입체적 연결성을 확보하고 접근성을 증대시키며, 시민들이 참여하는 공공기관의 문화복지 프로그램과 연계하여 시너지를 창출하고자 하였다. 공공시설과의 연계는 사회적 지지 네트워크(social support networks)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는데, 이것은 치유적 네트워크 개념에서 중요한 부분으로 의료나 복지, 돌봄 관련 기관 등의 사회적 지지와 건강, 웰빙, 치유와의 관계를 말한다(박향기, 2024a). 치유에는 자연환경과의 연결과 함께 사람들 간의 사회적 지지가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따라서 물리적․비물리적 연결을 통해 치유
적 네트워크 형성을 유도하고자 하였다. 학교와 산자락이 만나는 부분에서는 기존에 등하교길로 이용되고 있는 산책로의 안전시설을 확보하여 공공에 개방하고 학생들을 위한 산림치유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할 것을 제안하였다. 다음으로 주거지와 산자락이 만나는 부분에서는 기존에 펜스로 막혀있어 접근성이 불량한 공간을 개선하는 방안으로 등산로 진입부에 무장애 시설을 조성하고, 이용도가 높은 약수터 인근지역을 재정비하는 등의 방식을 제안하였다. 원도심 지역의 노후주택, 빈집, 자투리 공간 등은 산자락 진입을 위한 거점공간으로 활용하거나 골목길 정원이나 쌈지공원 등을 조성하여 치유공간으로서 연계될 수 있도록 하였다. 마지막으로 공원 등의 오픈스페이스와 산자락이 만나는 부분에서는, 공원과 산자락의 도입부 공간 개선을 통해 접근성을 강화하고 공원 내에서 진행중인 다양한 프로그램을 연계하여 공원 이용 행태의 다양화를 시도하였다. 전반적인 동선 및 접근성 개선 방안으로 무장애 산책로․등반로를 확대 조성하고, 노약자 및 장애인의 고지대, 경사지 접근을 용이하게 하기 위하여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 등의 입체적 접근수단과 편의 증진시설 도입을 제안하였다.
하천-시가지-사람 연계를 위해서는, 숲-시가지 연계와 마찬가지로 연결성과 이용편의성을 개선시키고 생활권을 통합하는 것을 전략적 목표로 삼았다(그림 7 참조). 먼저 하천이 상업지역과 만나는 구간에서는 주민참여형 경관협정 등을 통해 하천변 경관개선을 함께 만들어가고 하천 접근성 강화를 통해 인근의 상업시설과 상생을 유도하며 보행로 및 하천 진입로가 부족한 부분을 개선하도록 하였다. 다음으로 하천과 공원이 만나는 구간인 삼덕공원 구간은 주차장 지하화 및 수암천과의 연결을 통해 하천과 공원의 연결성을 강화하고, 현재 조성 추진중인 안양역 앞 복개구간 광장 또한 수암천으로의 접근구간을 확대한다. 마지막으로 하천이 주거지나 학교 등의 생활공간과 만나는 구간에서는 보행교 및 하천 접근로 설치를 통해 주거지와 학교에서의 접근성을 강화하고 천변 쉼터를 통해 주민들에게 녹지공간을 제공하고자 하였다. 그리고 하천 주변 노후주거지역 등의 활용가능한 유휴부지를 검토하여 하천 진입을 위한 거점공간으로 조성하고 생활형 SOC 등을 도입하여 치유공간으로서 대상지와 연계될 수 있도록 하였다.
숲-하천-사람 연계를 위해서는, 환경성을 강화하고 생태다양성을 제고하는 방향의 세부 전략을 수립하였다(그림 8 참조). 산림과 물이 함께 있는 경관의 경우 산림만 존재하는 경관에 비하여 심리 및 생리적 안정 효과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이정희 등, 2009), 대상지에서도 하천과 숲이라는 두 가지 치유요소를 복합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도입하고자 하였다. 숲-공원-하천이 만나는 유형인 병목안 시민공원, 삼덕공원, 성지공원 등의 공원과 수암천이 접하는 구간에서는 하천과의 연결성과 접근성을 개선하여 하천의 어메니티가 주변 지역으로 수용될 수 있도록 하였다. 특히 공원 이용자들이 하천에 쉽게 접근하고 친수활동이 가능하도록 병목안 시민공원과 같이 공원과 하천 사이의 단차가 큰 경우 이를 극복하는 시설로서 완경사 제방을 조성하고 친수공간을 마련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숲-보행로-하천이 만나는 유형인 숲과 하천 사이에 보행로가 위치하는 구간에서는 이를 데크길 등으로 조성하여 보행환경을 개선하고, 보행자가 걸어가면서 숲과 하천을 동시에 체험할 수 있는 복합 환경으로 조성하도록 하였다. 하천 수계와 연접한 수변지역에 식생 완충대(vegetation buffer strips)가 확보되면 하천수계 자체의 생물서식처와 함께 수변의 육상 생태계와의 기능적 교호작용이 원활하여 하천생태계의 서식처 기능이 향상될 수 있다(Graziano et al., 2022). 숲과 하천이 사유지 및 민간시설로 인하여 단절된 구간 중 가능한 부분은 매입하여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하고 추가 식재 등을 통해 환경성을 개선할 것을 제안하였다.
5. 공간계획 및 활용 방안
앞서 설정한 전략을 바탕으로 대상지를 자연치유존(Zone), 가든치유존, 레저치유존, 일상치유존으로 구성하고 건강증진을 위한 도입기능을 각각 설정하였다(그림 9 참조). 자연치유존은 수암천의 최상류 구간인 수리산 삼림욕장 주변 구역으로, 산림자원을 통한 치유 체험 기능을 제공한다. 가든치유존은 고가도로의 하부공간 및 주변공간, 그리고
수리산 성지공원 및 주변공간으로 정원문화를 통한 치유 체험 기능을 제공한다. 레저치유존은 병목안문화공원 미조성부지와 그 주변 병목안지구 식당밀집 지역에 해당되며, 문화와 휴양을 통한 치유 체험 기능을 제공한다. 마지막 일상치유존은 수암천 중․하류인 안양역 주변과 병목안 시민공원, 안양동에 접하는 수리산 산자락부 구역으로, 일상복지 차원의 치유 체험 기능을 제공하도록 하였다. 공간체계 구상을 바탕으로 수암 자연생태치유원, 성지 힐링원, 수암 가든치유원, 수암 힐링푸드존, 힐링복합문화공원, 건강친화주거단지, 병목안힐링공원, 수암 그린 코리더, 수리산 산자락공원으로 구성된 공간환경 계획을 수립하였다(그림 10 참조).
세부 공간별 계획 내용을 살펴보면 수암 자연생태치유원은 자연생태자원을 적극 활용하여 건강 증진을 체험하기
위한 자연생태치유원으로 조성, 생태자원 보호 및 활용을 중심으로 도립공원 구역에 소규모 시설을 조성한다(그림 11 참조). 기존 주차장을 셔틀정류장으로 조성하고, 수암천 하류부에서 셔틀을 타고 올라오게 하여 자연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방문객의 편의성을 높이도록 계획하였다. 숲속 놀이터는 하천형 물놀이장, 숲모험놀이터 등을 조성하여 물놀이를 중심으로 하는 가족단위 체험공간으로 제공한다. 숲 치유원은 자연치유센터를 중심으로 수치유 공간과 산림치유 공간을 통합적으로 구성하며, 치유하천, 치유숲정원, 감각치유길 등을 계획하였다.
성지 힐링원은 천주교 부지와 사유지를 활용하여 성지공원과 연계된 심리치유 공간으로 조성하고, 종교인 뿐 아니라 비종교인들도 이용 가능한 공간을 형성한다(그림 12 참조). 명상을 중심으로 시설과 프로그램이 조성된 명상 계곡길과 장애인들의 텃밭 및 농장과 전망쉼터가 조성되어 있는 재활 숲 치유센터를 계획하였다. 재활 숲 치유센터는 텃밭을 통해 소통하고 작물을 키우면서 책임감을 키워 자립할 수 있도록 하고, 장애인 뿐 아니라 가족들도 같이 참여하여 서로 협동의 과정을 거치고 소통을 이루어 치유를 받을 수 있고 심리적 회복에 기여하는 효과를 가진다. 또한 지역 주민 및 방문객의 심리치유를 위한 명상과 사색의 공간으로 명상 힐링헛을 조성하며, 그 안에서 누구나 명상을 하고 그 공간을 향유할 수 있는 대중적 프로그램을 도입한다.
수암 가든치유원은 건강증진 복합 문화활동의 거점공간으로서, 치유정원, 가든 푸드코트, 가든치유센터, 피크닉 가든 등을 조성하고 각 공간에서 자연 치유활동 안내 및 체험,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한다(그림 13 참조). 가든치유센터는 고가도로 하부공간을 활용하여 소음 영향을 받지 않는 실내형 공간으로 조성하고 원예치유 및 산림치유 안내․교육․체험공간, 문화․이벤트 공간으로 활용한다. 또 실외 치유정원과 온실카페를 조성하여 방문객 및 지역 주민들의 치유와 건강 증진을 위한 공간으로 제공한다. 피크닉 가든은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피크
닉 공간으로 조성하고, 기존 음식점들이 위치한 지역은 환경을 새로 정비하여 가든 푸드코트로 조성, 식당 및 식재료 판매공간을 제공할 것을 제안하였다.
수암 힐링푸드존은 식음 및 판매시설 공간을 마련하며 건강과 정원 관련 업종을 입지 유도하여 조성한다(그림 14 참조). 특정업종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를 통해 적정 프로그램이 도입될 수 있도록 하며 기존 도예전시관 주변으로는 문화 및 휴식공간으로 힐링숲 갤러리 공간과 공예활동을 통한 치유 프로그램을 체험하는 가든치유공방을 조성, 연계하여 운영하도록 계획하였다. 기존 미집행 공원 부지는 힐링복합문화공원과 건강친화주거단지로 계획하였다. 힐링복합문화공원은 스파치유센터, 건강힐링숲공원, 힐링케어팜 등의 건강 관련 시설을 도입하고, 방문객과 함께 주변 건강친화주거단지 입주민에 대한 복지를 제공한다. 건강친화형 주거복합단지는 고령자 복지주택으로서 노인을 위한 코하우징, 은퇴자 주거복합단지, 스마트케어 공공주택 등의 시범사업으로 추진할 것을 제안하며, 공공주도의 건강친화형 주거복합단지로 계획하였다.
병목안 힐링공원은 일상적인 자연경험 거점으로서, 기존 병목안 시민공원의 특징을 살린 공간으로 조성한다(그림 15 참조). 전망엘리베이터, 경사로 에스컬레이터 등을 도입하여 도심지에서의 공원 접근성과 공원에서의 수리산 접
근성을 증대시킨다. 힐링숲케어센터는 노인과 어린이들을 위한 실버데이커어센터 및 숲유치원 등 생활 SOC를 조성하여 지역주민들을 위한 녹색복지 기능을 제공하도록 계획하였다. 특히 신체적 약자를 위한 실외 활동을 촉진하고 자연과 접촉할 수 있는 복지센터를 도심 내 접근이 용이한 장소에 입지시키도록 하였다.
수암 그린 코리더는 수암천 하천공원과 수암 힐링광장을 중심으로 기존의 삼덕공원과 수암천변 보행로 등을 연계하여 하천접근성을 개선하고 공원녹지를 연결한 코리더로 조성한다. 수암천 복개철거 구간에 수암 힐링광장을 조성하여 주변 지역과의 연결, 도심 내 오픈스페이스 형성, 보행자 편익 증진을 도모하고 안양역에서 수암천으로 이어지는 관광․문화적 연계를 추진한다. 또 수암천 하류부 구간을 중심으로 하는 수암천 하천공원을 지정하여 기존의 보행로 및 자전거도로 체계를 재정비하고 이용객들을 위한 편의시설을 제공한다. 수암 그린 코리더는 양호한 경관의 형성과 유지를 위해 경관협정을 제정하고, 인접한 공방거리, 중앙시장 등의 중심상업지역 연결을 통해수암천을 중심으로 주변지역을 통합 관리하면서 원도심의 분위기를 쇄신하는 활성화 방안이 될 수 있도록 계획하였다.
수리산 산자락공원은 한국형 도시 숲공원으로서 접근성과 이용성이 저하되어 있던 산자락 구간의 개방과 연결을 증진시킨다(그림 16 참조). 산자락의 진입부․경계부의 입체적 연결을 통해 수리산 접근성을 강화시키도록 계획하였는데, 산과 도시 경계부에 위치한 공공시설과 연결되는 입체연결 보행교와 에스컬레이터, 무장애 등산로를 설치하여 보행약자의 접근과 이용을 증대시킬 수 있도록 하였다. 또 소곡공원, 현충공원 등 산자락의 장기미집행 공원들은 커뮤니티 플랫폼, 숲속 헬스장, 통합놀이터 등으로 조성하고 소규모 숲속 힐링헛으로 구성된 숲속힐링클러스터를 구성하여 숲속 자원을 활용한 교육 및 문화, 생활건강 활동을 촉진시키도록 하였다.
6. 결론 및 시사점
일상에서의 치유는 그 궁극적 목표인 지속적인 안락과 평안의 유지를 더욱 효과적으로 달성시킴으로써 삶의 질을 향상할 수 있다(박수경, 2014). 본 연구는 생활환경 가까이에 위치하여 일상적으로 접근이 가능하고 참여 활동이 이루어지기 쉬운 도시 속 산과 하천을 활용하여 삭막한 도시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도시 속 산과 하천의 가치를 재인식하고, 수암천 및 수리산의 생태문화자원을 활용하여 치유적 공간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전략과 계획을 제안했다. 연구 대상지는 수리산과 수암천 일원을 중심으로 자연자원을 활용한 치유공간을 조성함으로써 숲과 하천의 복합 효용성을 증대시키고, 이를 적극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을 구현하고자 하였다. 또한 수리산과 안양동 시가지가 만나는 산자락을 중심으로 연결을 강화하여 도심 속에서 일상적으로 접근과 이용이 가능하도록 계획하였다. 이를 실현하고자 하천과 숲, 그리고 사람(대상자)의 이슈와 과제에 따른 전략적 추진 방안을 제시하고, 각 요소들 사이의의 건강한 관계를 만들면서 지역사회와의 연계성을 마련했다. 관계 재설정 전략으로 숲-시가지-사람 관계의 경우 물리적 단절을 극복하고 숲과 시가지 연결 동선 및 활동 프로그램을 연계하여 일상생활과 치유활동이 연결되도록 하였다. 하천-시가지-사람의 관계에서는 물리적․심리적 접근성을 개선하여 하천과 시가지가 긴밀하게 만나는 리버프론트형 공간으로 전환하도록 하였고, 하천-숲-사람 관계는 하천을 통한 숲으로의 유기적 연결성을 강화하여 자연자원을 풍부하게 경험하도록 하였다. 이에 따라 전체 대상지는 자연치유존, 가든치유존, 레저치유존, 일상치유존으로 공간체계를 구상하여 각각 산림자원을 통한 치유, 정원문화를 통한 치유, 문화 및 휴양을 통한 치유, 일상복지 차원의 치유를 체험하는 공간이 되도록 도입 기능을 설정하고 공간별 계획을 수립하였다.
풍부한 자연환경자원을 활용한 자연치유형 공간환경 계획은 지나친 시설 위주의 공간환경이 아닌 자연자원을 그대로 활용한 공간이다. 시민의 생활영역 가까이에 위치하여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도시형 공간 역할을 하며 생활환경 주변에 위치하여 인근 주민들이 시간과 거리의 제약 없이 쉽고 편리하게 방문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는 일상생활 속에서 높은 빈도로 방문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 체류 시설의 조성은 지양하여 장시간 체류하는 공간보다는 일상형 공간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이와 같은 자연형․도시형․일상형 치유공간의 조성은 의료적 치료를 넘어서는 일상적 치유의 긍정적 효과를 통해 도시민의 건강 증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의 시사점은 우리의 도시 주변에 존재하는 산과 하천의 가치를 재인식하고, 이것을 일상적으로 경험함으로써 건강을 증진할 수 있는 치유적 공간환경의 계획과 설계 전략의 새로운 방안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수리산과 수암천, 안양동 시가지 등의 자원에 대하여 생태문화적 땅 읽기와 사회적 해석을 수행하였고, 이를 통해 산과 하천이라는 지역 어메니티의 효용을 극대화하여 수리산과 수암천 주변 만안구 원도심 지역의 상생형 변화를 제안했다. 이와 같은 자연생태자원을 활용한 치유 및 건강 증진을 위한 전략적 계획은 추후 다른 유사도시의 혁신적 변화를 모색할 때 공간계획 수립을 위한 기초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서는 숲과 하천을 활용한 치유적 공간환경 계획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수행하며 조경설계 및 계획업무를 수립할 때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와 같은 고민과 접근이 전국적으로 활발해진다면 향후 한국의 도시 내 자연요소를 활용한 치유적 공간환경의 의미와 방향성을 모색하고 그에 대한 논의를 확장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주요 진입부
공공시설 인접 경계부
학교 인접 경계부
주거지 인접 경계부
공원녹지
옹벽
펜스
옹벽+펜스
건물
녹지
경계부개선검토지점
계단진입부
램프진입부
진입부추가검토지점
보행교
보행교추가검토지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