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al of the Korean Institute of Landscape Architecture
The Korean Institute of Landscape Architecture
Article

디지털 설계에서 전통 조경 재현의 방식과 쟁점 - 2024 대한민국전통조경대전 디지털 설계 부문 수상작을 대상으로 -

정지우*, 김승준*, 김준수*, 이명준**
Ji-Woo Jeong*, Seong-Jun Kim*, Jun-Su Kim*, Myeong-Jun Lee**
*한경국립대학교 식물자원조경학부 학사과정
**한경국립대학교 식물자원조경학부 부교수
*Bachelor’s Student, School of Plant Science & Landscape Architecture, Hankyong National University
**Associate Professor, School of Plant Science & Landscape Architecture, Hankyong National University

이 연구는 한경국립대학교 2025년도 학술연구조성비의 지원에 의한 것임.

이 연구는 한국조경학회 2025년 추계 학술발표대회에서 발표한 「전통조경의 현대적 재해석의 성과와 한계: 2024 대한민국전통조경대전 디지털 설계 부문 수상작을 대상으로」를 수정 보완한 것임.

Corresponding author: Myeong-Jun Lee, Associate Professor, School of Plant Science & Landscape Architecture, Hankyong National University, Anseong 17579, Korea. Tel.: +82-31-670-5214. E-mail: june2@hknu.ac.kr

© Copyright 2026 The Korean Institute of Landscape Architecture. This is an Open-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 License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4.0/) which permits unrestricted non-commercial use, distribution, and reproduction in any medium, provided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Received: Dec 15, 2025; Revised: Jan 12, 2026; Accepted: Jan 26, 2026

Published Online: Feb 28, 2026

국문초록

이 연구는 2024년 개최된 제1회 대한민국전통조경대전 디지털 설계 부문 수상작을 대상으로, 전통 정원이 디지털 매체에서 재현되는 방식과 쟁점을 탐구하였다. 연구는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분석을 수행하였다. 첫째, 재현의 범주로서 ‘재료 및 형태’, ‘공간과 행위’, ‘소리 풍경’을, 둘째, 재현의 방식으로서 ‘모방’․‘변형’․‘창조’를 설정하였다. ‘재료 및 형태’ 측면에서는 현대 재료의 사용과 기하학적․추상적 형태 디자인이 두드러지며 전통 조경의 물성과 감각이 시각 중심의 이미지로 환원되는 경향이 관찰되었다. ‘공간과 행위’의 경우, 전통 별서정원의 사적 공간성과 사색․은거의 행위가 영상 및 VR 매체를 통해 공적 공간에서의 참여적 체험으로 재현되는 양상이 확인되었다. ‘소리 풍경’에서는 전통 조경 공간의 청각 요소가 제한적으로 구현되어 시각 장면을 보조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재현 방식 측면에서는 전통 조경의 직접적 ‘모방’보다는 ‘변형’과 ‘창조’ 전략이 우세하게 관찰되었으며, 이는 디지털 설계라는 매체적 특성과 디지털 공모전이라는 제도적 조건의 영향을 반영한 결과로 해석된다.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전통 조경의 현대적 재현 과정에 내재한 쟁점을 도출하였다. 첫째, 창의적 해석의 강조는 별서정원이 지닌 진정성을 시각 이미지로 환원할 우려를 낳는다. 둘째, ‘변형’과 ‘창조’ 중심의 재현은 전통 계승을 약화할 수 있어 재현 방식의 균형적 활용이 요청된다. 셋째, 수상작들은 전통 정원의 다층적․공감각적 경험을 충분히 구현하지 못하고 여전히 시각 중심적 재현에 머무르는 한계를 보였다. 이 연구는 대한민국전통조경대전이 디지털 환경에서 전통 조경을 재현하고 대중과 소통하는 실험의 장으로서, 진화된 전통 조경의 진정성을 모색하는 계기를 지속적으로 마련할 것으로 기대한다.

ABSTRACT

This study examines methods and issues in the digital representation of traditional gardens, focusing on the award-winning works in the digital design category of the 1st Korea Traditional Landscape Architecture Design Competition, held in 2024. The analysis is framed by two perspectives: ‘the categories of representation’—‘materials and forms’, ‘space and activities’, and ‘soundscape’—and ‘the modes of representation’—‘imitation’, ‘modification’, and ‘creation’. In terms of ‘materials and forms’, the works are characterized by the use of modern materials and geometric or abstract forms, leading to a visual reduction of the material and sensory qualities of traditional landscape architecture. Regarding ‘space and activities’, the private spatiality of traditional villa gardens and practices of contemplation and retreat are reconfigured as participatory experiences in public spaces through video and VR media, while in the ‘soundscape’ category, auditory elements of traditional landscape architecture are implemented in a limited manner and function primarily as supplements to visual scenes. Regarding ‘representational modes’, the award-winning works preferred modification and creation strategies over imitation, reflecting the medium-specific characteristics of digital design and the institutional context of the digital design competition. Based on these findings, this study identifies several critical issues: the risk of reducing the authenticity of Korean traditional villa gardens to visually consumable images, the weakening of traditional continuity due to the predominance of modification and creative strategies, underscoring the need for a balanced use of representational modes, and the limitation of digitally mediated works in fully realizing the multilayered and synesthetic experiences of traditional gardens. This study suggests that the competition serves as an ongoing experimental platform for digitally representing traditional landscape architecture and engaging the public, while exploring its evolving authenticity.

Keywords: 조경 비평; 디지털 매체; 전통 정원; 현대적 해석; 공감각적 경험
Keywords: Landscape Criticism; Digital Media; Traditional Gardens; Contemporary Interpretation; Synesthetic Experience

1. 서론

1.1 연구 배경과 목적

2024년 5월 17일 문화재청이 국가유산청으로 개칭되면서, 종래 물질적 가치에 치우쳤던 ‘문화재’ 개념이 문화․자연․무형유산을 포괄하는 ‘국가유산’으로 확대되었다. 그러한 새로운 방향에 따라 보존과 전승 중심의 유산(heritage) 정책은 “국민과 함께 누리는 미래가치” 창출로 전환되었다(https://www.khs.go.kr/main.html). 이제 문화유산은 단순한 박물관의 전시물이 아니라 공연․전시․브랜드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되며 동시대 문화와 소통하는 자산으로 확장되었다(황민하, 2014; 백지은, 2023). 1970년대 한국 조경이 제도적으로 탄생한 이래로 조경 디자이너는 한국의 전통 조경을 포함한 다양한 문화적 정체성을 정원과 오픈 스페이스를 비롯한 조경 공간에 재현하고자 하였다(최정민과 최기수, 2007). 전통 조경의 형태, 원리, 문화 등을 조경 디자인에 도입하려는 조경가의 노력은 그간 한국의 도시 경관을 다른 동아시아 국가와 차별화하는 효과적인 전략이 되어왔다.

최근의 국가유산 정책의 변화는 조경 디자인에서 새로운 매체의 활용을 요청하고 있다. 국가유산 공유의 가치가 확대되면서 다양한 디지털 매체를 활용한 역사 문화 콘텐츠가 증가하고 있다. 그간 조경 디자인에서 전통의 재현은 단순 복원이나 모방을 넘어 현대적 설계 언어를 활용한 재해석으로 진화하는 추세였고(조경진과 김정호, 2001; 이송민, 2020), 최근 전통 조경 관련 콘텐츠 공유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조경 디자인에도 디지털 매체의 활용이 중요해지는 추세이다. 지난해 개최된 제1회 대한민국 전통조경대전은 이러한 경향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이다. 특히 디지털 설계 공모 부문은 별서정원을 주제로 하여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시네마틱 렌더링 등을 활용해 전통 정원의 공간 구조, 미학, 정서를 디지털 영상 매체로 구현하려는 실험이 펼쳐졌다. 디지털 기술은 전통의 의미와 감각, 경험을 확장할 가능성이 있지만 동시에 그러한 디지털화의 과정에서 전통의 본질을 변형하거나 축소할 우려도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전통 조경의 디지털 구현은 기술의 적용 차원을 넘어, 전통의 본질을 어떻게 계승하고 해석할 것인지에 대한 비판적 검토가 요청된다. 그렇다면, 디지털 설계 공모전 환경에서 전통 조경이 재현될 때 어떠한 범주와 방식이 활용되고 있는가. 또한, 그러한 재현에 내재된 쟁점은 무엇이며 설계가는 어떻게 대응할 필요가 있는가.

이에 대한 답변의 일환으로, 이 연구는 제1회 전통조경대전 디지털 설계 부문 수상작을 대상으로 전통 조경의 현대적 재현이 지닌 성과와 한계를 비판적으로 논의하고자 한다. 수상작들이 디지털 매체를 활용해 전통 조경을 재현하여 현대 조경설계에 적용하는 과정에 나타나는 구체적 대상과 재현 방법을 검토하고, 이를 통해 전통 조경의 현대적 해석 및 구현 과정에 내재한 쟁점을 비판적으로 논의하고 지속 가능한 전통 조경의 재현 방안을 모색한다.

1.2 연구 동향

그간 조경계에서는 전통 조경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조경 디자인에 구현하는 다양한 실무와 이와 관련한 학술적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져 왔다. 첫째, 전통의 공간․형태․상징 등을 이론적으로 검토하여 전통 조경의 현대적 재해석 방안을 분석하는 연구가 있다. 대표적으로, 조경진과 김정호(2001)는 전통 조경의 현대적 재현 방식을 직접적 재현․간접적 재현․추상적 재현으로 분류하였고, 백지은(2023)은 전통 조경의 공간․형태․상징 요소를 유형화하여 분석의 범주를 보다 확장하였다. 또한 박경자(2013)는 동아시아 국가의 전통 조경 비교를 통해 한국 전통 조경의 특징을 이해하는 이론적 기반을 마련하였다. 둘째, 현대 조경에서 전통 조경 시설물과 재료의 변용을 실질적으로 다룬 연구로, 이러한 접근은 구체적 조성 사례 분석을 통해 전통 요소가 현대적으로 응용․재구성되는 양상을 밝히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예컨대, 박은영(2022)은 정원박람회 작품을 대상으로 전통 조경을 현대적 기능과 형태로 번안하는 과정에 나타나는 시설물과 재료의 변용 특성을 분석한 바 있다. 황민하(2014)는 해외에 조성된 한국 전통 정원의 사례를 조사하여 구성요소를 수(水) 요소, 지형 요소, 건축 요소, 점경물로 유형화하고, 이러한 한국 전통 정원 요소가 해외 환경에 구현되는 과정의 특징과 한계를 분석하였다. 셋째, 디지털 매체를 활용한 재현 방식을 탐구한 연구로, 전통 정원의 감각적 요소를 디지털 기술로 재구성하여 공간의 분위기를 전달하는 방법을 검토한다. 예컨대, 전통 정원의 소리 요소가 직관적․감정적으로 재현되어 정원의 정서를 형성하는 양상을 탐구하거나(신용규 등, 2004; 한명호와 천득염, 2015), 디지털 매체가 설계 개념을 시각적으로 실험하고 확장하는 도구로서 새로운 표현 가능성을 제시하고 내재한 한계를 지적한다(박지환, 2014; 이명준, 2018; 남승진 등, 2022).

1.3 연구 대상과 범위

이 연구는 2024년 국가유산청이 개최한 제1회 대한민국 전통조경대전(이하 전통조경대전)의 디지털 설계 부문 수상작을 대상으로 한다. 전통조경대전은 기존의 문화재 체제가 국가유산 개념으로 새롭게 정의되면서 이에 부합하게 전통 조경의 역사적․미학적 가치를 현대적으로 재조명하고 창의적으로 계승하기 위해 추진되었다(https://www.latimes.kr/news/articleView.html?idxno=52222). 공모전은 디지털 설계와 근현대 사진․영상의 두 부문으로 구성되었고, 이 연구는 디지털 설계 부문을 다룬다. 이 부문은 전통 조경의 대표 공간 유형인 별서를 주제로 하여, 디지털 기술과 현대적 감각을 결합하여 전통 조경의 가치를 재해석하는 창의적 작품을 모집하였다. 공모전 대상은 “전통 조경 공간과 별서를 창의적 설계 언어로 재해석한 디자인, 문헌․회화․지도․시 속 전통 조경 원리를 재해석한 디자인,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전통 조경과 경관의 새로운 감각을 제안한 디자인, 전통 조경 원리를 현대 도시 공간에 접목한 디자인, 전통 조경의 재현․재생․보존․복원․복구를 주제로 한 작품”으로 포괄적인 전통 조경에 관한 아이디어를 디지털 매체로 구현한 작품을 모집하였다(https://www.laheritage.kr/1a5f2574-15a8-8144-9e0c-d59c254d93e9). 공모 요강에 따르면, 1차로 작품 설명서, 요약 설명서, 공모 출품서를 제출하고, 2차에서는 1차 심사를 통과한 작품에 한해 작품 소개 및 설명 영상을 필수로 제출하도록 하였다. 수상작은 총 6점으로, 대상 “서울의 후원”(임상우) 1점, 금상 “옥상별서, 화계산수”(임한솔과 장혁준, 이하 ‘옥상별서’) 1점, 은상 “별서 지침서–현대판”(박준영 등, 이하 ‘별서 지침서’)과 “와유(臥遊), 서울의 별서를 찾다”(유차니 등, 이하 ‘와유’) 2점, 동상 “Ghost Town”(김현기)과 “무시무종無始無終; 시작도 없고 끝도 없이 무한한 상태”(신나경 등, 이하 ‘무시무종’) 2점이다(표 1 참조). “서울의 후원”은 조선시대 후원 문화와 서예의 미감을 바탕으로 삼청공원을 재해석한 작품으로, 전통 원림의 구성 원리와 곡선적 공간 구조를 응용한 ‘삼청 9경’ 설정을 통해 수공간, 식재, 재료 계획을 종합적으로 제안한다. 한편 “옥상별서”는 조선시대 별서 개념이 담긴 간가도 도면을 발굴하여 이상적 별서정원을 도심 건물 옥상에 재현한 실험적 설계로, 4단 화계와 전통 식재를 통해 전통 공간 질서를 현대적 입지 조건 속에서 구현한다. “별서 지침서”는 전통 별서정원의 철학과 미학을 아파트 옥상이라는 일상적 환경에 적용한 가이드라인형 설계로, 자연 향유와 내면적 집중을 유도하는 공간 구성과 식재 전략을 제시한다. “와유”는 조선 문인들의 와유 정신과 「소쇄원 48영」의 차경 개념을 바탕으로 청계천을 대상지로 한 VR 설계 작품으로, 도시 공간에서 전통 정원의 시각․청각․공감각적 사계절 분위기를 체험하도록 구성되었다. “Ghost Town”은 양산보와 선비들의 이상향 개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전통 조경의 상징성과 현대적 감성을 결합해 초월적 공간 경험을 제안한다. 마지막으로 “무시무종”은 선비들의 자연 존중 사상과 별서정원의 거리두기 개념을 바탕으로, 서래섬 주변의 수위 변화에 따른 섬의 형태 변화와 차경․정자․습지 등 전통 조경 요소를 생태 회복형 공간으로 구현하였다(대한민국 전통조경대전, 2024).

표 1. 작품 개요
작품명 수상 대상지 설계 주제 매체
서울의 후원 대상 서울 삼청동 일대 도시 속 후원과 경관 시퀀스 디자인 영상
옥상별서 금상 옥상 정원 별서를 도심 옥상 정원으로 구현 영상
별서 지침서 은상 아파트 옥상 정원 현대적 별서 설계 가이드라인 제안 영상
와유 은상 청계천 일대 디지털 차경 및 와유 체험의 구현 VR
Ghost Town 동상 소쇄원 선비의 초월적 이상향 공간 구현 영상
무시무종 동상 서래섬 일대 전통 조경 요소를 활용한 수공간 디자인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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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품작은 전통 조경을 창의적으로 재해석한 디자인 작품을 VR․AR 기술을 활용해 몰입형 시각적 경험으로 구현하였고, 시네마틱 렌더링․3D 애니메이션․스토리텔링 기법을 활용하여 공간의 흐름과 정서를 시청각적으로 재현하였다. 디지털 매체는 정적인 이차원 설계 도면의 감각적 경험의 한계를 극복하여 움직이는 시각성과 청각을 구현하여 전통 조경의 새로운 경험 방식을 제안하고, 나아가 온․오프라인 전시를 통해 대중과의 소통을 확대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1.4 연구 내용과 방법

이 연구는 전통조경대전 디지털 설계 부문 수상작을 분석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절차와 방법으로 진행되었다. 첫째, 선행 연구와 관련 문헌을 검토해 전통조경대전의 특성을 반영한 분석 틀을 마련하였다. 전통 조경의 현대적 재현을 다룬 기존 연구들은 주로 재료와 형태, 공간 구성, 개별 사례 분석에 집중해 왔으나, 디지털 매체 환경에서의 재현 특성을 충분히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 연구는 전통 조경의 재현 양상과 디지털 설계의 매체적 특성을 동시에 탐구하기 위해, 선행 연구에서 제시된 분류 체계를 수용 및 재구성하였다. 구체적으로, 전통 조경의 현대적 재현 양상, 전통 조경의 특성, 디지털 조경 재현과 관련한 저서, 연구 문헌을 포괄적으로 검토하여, 분석의 관점을 ‘재현의 범주(‘재료 및 형태’, ‘공간과 행위’, ‘소리 풍경’)’와 ‘재현의 방식(‘모방’, ‘변형’, ‘창조’)’으로 도출하였다. 둘째, 앞서 도출한 분석의 관점을 통해 전통조경대전 디지털 설계 부문 수상작 여섯 작품을 분석하였다. 분석 대상은 완성도와 대표성을 인정받은 수상작으로 한정하였다. 단일 공모전 사례를 일반화하기보다 디지털 매체를 활용한 전통 조경 공모전이라는 제도 아래에서 개진된 디자인 전략을 구체적으로 탐구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2차 작품 출품 시 제출된 1분 내외의 소개 영상과 1분 내외의 시연 영상을 우선적으로 검토하였다. 나아가 디자인 과정과 의도에 대한 심층적 분석을 위해 수상자에게 작품 설명서를 추가 요청해 확보하였고, 이를 종합적으로 검토하였다. 셋째, 수상작 분석 과정에서 발견된 전통 조경의 현대적 재현의 성과와 한계를 전통 정원의 정체성, 재현 방식, 디지털 재현의 특성과 연계하여 비판적으로 논의하였다. 이를 통해, 디지털 매체를 활용한 전통 조경 설계가 전통 조경의 의미와 감각적 경험을 계승하고 재해석하는 데 있어 지닌 한계와 가능성을 탐구하였다.

2. 이론적 고찰을 통한 분석의 관점 도출

2.1 선행연구의 주요 관점

전통 조경의 현대적 재해석과 관련한 선행 연구의 주요 관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전통 조경 요소의 현대적 재해석 방식으로, 재현 범주와 재현 방식으로 세분화된다. 재현 범주에 대한 접근은 정원박람회를 포함한 한국 정원의 조경 시설물에 사용된 재료와 형태에 초점을 맞추어, 디자이너의 의도에 따라 그러한 범주가 다양한 방식으로 변용되며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양상을 파악하였다(박은영, 2022). 한편으로, 전통 조경의 창의적 재해석보다 단순 모방에 그치는 경향 또한 지적된 바 있으며, 역사적 맥락과 사상적 기반이 함께 고려될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하였다(소종민, 2025). 재현 방식과 관련한 접근은 조경진과 김정호(2001)가 제시한 직설적․추상적․해체적 재현의 구분이 관련 연구에서 통용되는 경향이 있다(이송민과 소현수, 2020). 이 분류는 전통 조경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정도에 따른 것으로, 디자이너가 전통 조경을 인식하고 공간에 구현하는 방식을 분석하는 데 유용하다. 한편, 이명준은 한국의 정체성을 오픈 스페이스에 구현하는 방식을 모방, 물성 탐구, 형태 생성, 기능과 원리의 재해석으로 분류하여 재료, 형태, 원리, 재현 방식을 포괄하는 접근법을 제안하였다(Lee, 2023).

둘째, 디지털 공모전이라는 특성에 따라 주목되는 소리 풍경과 관련한 연구이다. 전통 조경의 소리 풍경 연구는 전통 정원의 다감각적 체험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어 왔다. 「소쇄원 48영」 등 전통 조경 관련 역사 사료의 분석을 통해 전통 조경의 청각적 요소를 검토하거나(신용규 등, 2004; 한명호와 천득염, 2015), 도시공원에 사운드스케이프 개념을 적용하여 새로운 설계 전략을 모색하기도 한다(나이선, 2025). 선행 연구들은 전통 조경에서 소리 풍경이 정서와 의미를 전달하는 중요한 요소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 연구는 선행 연구의 분류를 수용하여 보완하되, 디지털 매체의 특성을 반영하여 조경 공간 및 행위의 변화, 청각 요소를 포함하여 분석 범위를 확장하였다. 아울러 재현 방식을 이명준(2018)의 디지털 매체 해석을 참조하여 ‘모방’, ‘변형’, ‘창조’로 분류하여 수상작 분석을 진행하였다.

2.2 분석의 관점 도출
2.2.1 재현의 범주

첫째, ‘재료 및 형태’이다(표 2 참조). 전통 정원의 시설물은 나무, 흙, 돌, 기와, 대나무 등 자연 재료를 중심으로 조성되었으며, 이러한 재료는 안정성과 자연 친화적 미감을 형성하는 핵심 기반이 되어 왔다(김상범 등, 2009; 양은지와 김개천, 2012). 한편, 전통 조경을 재해석한 현대 디자인에서는 금속․유리․콘크리트와 같은 인공 재료가 내구성과 시공 편의성 때문에 전통 재료를 대체하는 경우가 빈번해졌다(황민하, 2014; 박은영, 2022). 전통 조경의 형태는 더 단순화되고 기하학적으로 재구성되기도 하면서 상징적․조형적 의미가 강조되었다. 예컨대, 전통 담장과 같은 시설물의 재료와 형태가 현대의 것으로 변형되면서 기능적 측면은 약화되고 물리적․상징적 측면이 강조된다고 관찰된 바 있다(이윤정, 2005). 한편, 디지털 설계에서는 실제 재료의 질감이나 물성이 약화되고, 색채와 패턴 등 시각적 요소가 이를 대체하면서 전통 재료의 의미가 추상적 이미지로 전환되는 경향을 보인다. 형태 역시 전통 조경에서의 세부적 조형미나 비례의 감각보다는 단순한 기하학적 구조나 반복적 패턴으로 재구성되는 양상을 보인다. 이 연구는 그러한 양상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재료를 전통 재료와 현대 재료로, 형태를 전통적 형태와 현대적 형태로 분류하고, 이를 조합한 ‘전통 재료․전통 형태’, ‘전통 재료․현대 형태’, ‘현대 재료․전통 형태’, ‘현대 재료․현대 형태’의 네 가지 범주를 도출하였다. 이를 통해 각 설계안에서의 재현 양상을 분석하였다.

표 2. 분석의 관점
구분 세부 항목 내용
재현의 범주 재료 및 형태
  • 재료 구분: 전통적 재료(목재․석재․토양 등), 현대적 재료(금속․유리․콘크리트 등)

  • 형태 구분: 전통적 형태(곡선․비대칭), 현대적 형태(기하학․단순화․추상화)

공간과 행위
  • 공간: 사적(은거․사색 중심), 공적(체류․참여 중심)

  • 행위: 시각적 체험(조망․차경), 내면적 몰입(사색․예술적 실천), 신체적 체험(산책․유람)

소리 풍경
  • 유형: 물소리, 빗소리, 바람 소리, 동물 소리, 악기 소리, 기타

  • 활용: 실제 음향 / 배경음 / 상징․추상적 소리

  • 기능: 분위기 형성, 시각 보조, 몰입․시간성 강화

재현의 방식 모방 전통 조경의 형태․공간․감각이 직접적으로 인지
변형 전통의 구조․원리를 유지하되 현대적으로 조정
창조 전통의 개념․정신을 재해석해 새로운 공간 경험으로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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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공간과 행위’이다. 별서정원은 본래 자연 감상, 은거와 사색을 위한 사적 공간이자 문인들의 시․서․화 예술 활동과 교류가 이루어지는 복합적 문화 공간으로, 시각적 감상, 내면적 사색, 신체적 체험의 장으로 기능해 왔다(조경진과 김정호, 2001; 양병이 등, 2003; 박경자, 2013; 류찌 등, 2016). 전통 조경을 재해석한 현대 오픈 스페이스 디자인에서 별서정원은 사적 공간에서 공공적, 체험적 공간으로 변모되어 사색 중심의 정적인 행위보다 감각적 체험과 참여적, 역동적 행위가 부각되고 있다(박경자, 2013; 염혜리와 주신하, 2017; 이송민, 2020). 공간은 은밀성과 개별성을 중시하던 과거의 별서의 구성에서 탈피해, 다중이 체류하고 상호작용하는 개방적 장소로 재해석되고 있다. VR․AR 기술과 동영상 매체를 포함한 디지털 매체는 이러한 전환을 촉진하여, 이용자가 공간을 시각, 청각, 신체 감각을 통해 촉지적으로 경험하고, 자율적으로 공간을 선택하여 경험하도록 한다(이명준, 2018). 또한 정원박람회 작가정원 연구에서는, 정원이 주어진 주제를 관람객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지역성․맥락성․특이성이 공간 구성과 동선, 머무름, 행위, 시청각 감각 경험으로 구현된다고 논의된 바 있다(Park, 2019). 이 연구는 전통 조경의 행위를 ‘시각적 체험(조망과 차경)’, ‘내면적 몰입(사색과 예술적 실천)’, ‘신체적 체험(산책․유람과 같은 공간적 움직임)’의 세 유형으로 구분하여 각 수상작의 전통 행위의 재현 양상을 분석하였다.

셋째, ‘소리 풍경(soundscape)’이다. 본 연구에서 소리 풍경은 단순한 배경음이나 음향 효과를 넘어 전통 공간 경험을 구성하는 중요한 감각 요소로서의 청각적 경관을 의미한다. 사운드스케이프는 “소리와 풍경의 복합어로서 시각적 경관에 대응하는 청각적 경관”을 의미한다(신훈, 2005; 신혜경 등, 2009). 시각 중심의 경관 인식에 대비되는 청각 기반 환경 인식 체계로, 공간의 분위기와 시간성, 이용자의 정서적 경험을 형성하는 감각적 구조로 이해된다.

전통 정원에서 소리는 시각과 결합해 이용자 정서의 강화와 장소성을 형성하는 주요 정원 요소였다. 대표적으로 1548년 김인후의 「소쇄원 48영」에는 물소리, 바람 소리, 새소리, 악기 소리 등 다양한 청각적 경험이 묘사되어 있으며, 시의 구절은 전통 정원의 감각적 체험을 드러내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신용규 등, 2004; 한명호와 천득염, 2015). 반면 현대 조경에서는 이러한 청각 요소가 시각적 요소에 비해 배경적 장치로 축소되는 경향이 지적된다(박지환, 2014). 한편, 디지털 영상 설계에서는 사용자 행위에 반응하는 다양한 소리를 구현할 수 있어 몰입적 체험을 강화하는 전략으로 활용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이 연구는 소리 풍경을 전통 정원의 재현 양상을 분석하기 위한 감각 범주로 설정하고, 유형․활용․기능을 구체적으로 해석하였다. 유형은 「소쇄원 48영」을 참조해 물소리, 빗소리, 바람 소리, 동물․곤충 소리, 악기 소리, 기타의 여섯 요소로, 활용 방식은 장면․시점․이용자 행위와 연동되어 반응적으로 생성되는 경우를 실제 음향, 음향이 영상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재생되는 경우를 배경음, 상징적 의미 전달을 위해 인공적으로 구성된 경우를 상징․추상적 소리로 구분하였다. 기능적 측면에서는 소리가 공간의 분위기 형성, 시각적 의미 보조, 몰입과 시간성 강화로 분류하였다. 시각 중심 설계에서 상대적으로 간과되어 온 청각적․공감각적 경험의 재현 양상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기 위한 분석 틀로 기능한다.

2.2.2 재현의 방식

첫째, ‘모방’의 방식이다. 전통 조경의 재료, 형태, 공간 구성 및 감각 요소를 원형에 가깝게 유지하여 재현하는 접근으로, 이용자가 전통 조경의 조형성과 정서를 직관적으로 인지할 수 있다. ‘재료 및 형태’와 관련하여, 목재와 석재 등의 자연 재료와 전통 구조물의 격자형 창호나 직선형 기둥이 대표적 예이다. ‘공간과 행위’의 경우, 정자의 배치, 시점 유도, 동선 구성 등을 통해 사용자가 걷고 머무르며 자연을 인식하고 사유하도록 하여, 전통의 사색적 경험을 현대 공간에 구축한다. ‘소리 풍경’은 주로 물, 바람, 새소리 등 자연의 소리가 영상에 삽입되어 정서적 몰입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전통 조경을 ‘모방’한다. 오감 중 청각이 특히 전통 정원의 정서적 몰입에 깊이 관여하며(신용규 등, 2004), 그러한 소리 풍경이 공간 구성과 결합할 때 효과가 강화된다(한명호와 천득염, 2015).

둘째, ‘변형’의 방식이다. 이 전략은 전통 조경의 기본적인 구조와 의미를 유지하되 재료, 형태, 공간 구성의 일부를 현대적 조건에 맞게 변경하는 방식으로, 전통 조경의 본질을 보존하면서 현대적 설계에 응용하는 접근이다. 예컨대, 전통 정원의 자연 재료인 목재․석재를 기반으로 하되 현대적 감각에 맞게 다른 재료로 일부 대체하거나 혼합 재료로 재구성할 수 있다. 전통 조경 시설물의 형태는 본래의 구조적 원리를 유지하면서도 간결하거나 추상적으로 변형되기도 한다(이송민과 소현수, 2020; 박은영, 2022). 전통 공간은 도시적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접근성과 편의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재구성되며, 동선은 직선화되거나 간결해지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한 변형된 공간에서 일어나는 행위는 현대적 라이프 스타일에 부합하는 경관 감상과 휴식 중심으로 재편된다(황민하, 2014; 이송민, 2020).

셋째, ‘창조’의 방식이다. 전통 조경의 구체적 형식이나 물리적 요소를 그대로 재현하기보다, 그것의 형태와 재료, 기능, 원리, 철학 등을 현대적 기술과 감각을 통해 새롭게 디자인하는 방식으로, 전통 조경의 ‘재료 및 형태’, ‘공간과 행위’, ‘소리 풍경’을 새로운 맥락 속에 재배치한다. 변형과 창조 모두 전통의 모방을 탈피하고자 하는 접근이나, 전자가 상대적으로 전통의 미학에 가깝다면 후자는 현대적 미학을 지향한다. 예컨대, 정자, 회랑, 담장 등은 본래 형태와 기능에서 벗어나 현대적 공간 구성 요소로 변환되고, 시설물의 형태는 추상화되거나 창의적으로 생성된다. 전통 조경의 물리적 실체가 축소되는 대신 그것의 추상적 상징성이 디자인 모티브로 활용되기도 한다(소종민, 2025). 전통 조경의 공간 구성은 보다 다층적 공간으로 재구성되며, 여기서 사용자는 공간을 유동적으로 체험한다. 전통 조경 공간에서의 내면적 성찰을 위한 환경은 디지털 영상 매체를 통해 반응적․몰입적 환경으로 재편되어 새로운 체험 방식을 요청한다(Lee and Pae, 2018). 소리 풍경은 단순한 전통 분위기 재현을 넘어 감정과 몰입을 유도하는 매체로 기능하며, 디자이너의 의도에 따라 인공적 소리로 변형되어 전통 조경의 상징성과 감각적 분위기를 전달하는 장치로 활용된다(남승진 등, 2022).

2.2.3 분석의 관점

이론적 고찰을 통해 전통 조경의 현대적 재해석과 관련한 주요 논의 흐름과 분류 체계를 검토하고, 디지털 설계 공모전이라는 연구 대상의 특수성을 두루 반영하여 분석의 관점을 도출하였다(표 2 참조). 먼저 ‘재현의 범주’와 ‘재현의 방식’이라는 두 축을 설정하였다. 전자는 ‘재료 및 형태’, ‘공간과 행위’, ‘소리 풍경’으로 구성되며, 이를 통해 전통 조경의 물리적 구성 요소와 감각적 경험을 함께 분석할 수 있다. 후자는 ‘모방’, ‘변형’, ‘창조’의 유형으로 분류하여, 전통 조경 요소가 디지털 환경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재현되는 양상을 구체적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이러한 점에서, 이 연구는 선행 연구에서 다룬 전통 조경 재해석의 분류 체계를 일정 부분 수용하되, 디지털 매체 활용에 주목하여 분석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지닌다. 바꿔 말해, 디자이너가 전통 조경을 이차원의 정지된 이미지가 아니라 시각과 청각을 이용하는 동영상과 VR과 같은 디지털 매체를 통해 재현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그것의 성취와 한계를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동영상이 제작자가 설정한 시점과 시퀀스를 따라 공간이 감상하도록 구성되는 반면, VR은 이용자의 이동과 시점 변화에 반응하는 상호작용적 매체로서 공간의 구조와 감각적 정보를 보다 입체적으로 인지하는 매체이다. 또한, 기존 연구가 주로 재료, 형태나 개별 사례의 분석에 국한되었던 것과 달리, 이 연구는 ‘재료 및 형태’, ‘공간과 행위’, ‘소리 풍경’을 아우르는 다층적 관점으로 설계 작품을 검토하였다. 특히 청각적 요소를 독립된 분석 범주로 설정하여, 디지털 매체 속에서 전통 정원의 감각적 경험이 어떠한 방식으로 재현되는지를 탐구하였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지닌다.

3. 전통 조경의 재현 범주와 방식 분석

3.1 재현의 범주
3.1.1 재료 및 형태

첫째, 수상작은 ‘재료 및 형태’ 요소 중 ‘현대적 재료와 현대적 형태’를 가장 빈번히 사용한 것으로 관찰되었다(표 3 참조). 디지털 매체 기반 설계는 다양한 시각적 효과와 조형적 이미지 구축에 유리해 현대적 재료와 형태를 창의적으로 재현했다. 예를 들어, “Ghost Town”의 ‘고스트 브릿지’는 소쇄원의 외나무다리를 재해석하여 실재의 다리와 가상의 다리를 디자인하고, 이를 “크롬 도금 후 프리즘 코팅을 적용해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하고자 하였다(김현기, 2024). 전통 조경의 외관을 직접적으로 모방하기보다, 현대적 재료와 조형 언어를 통해 상징적 이미지를 강조하고 새로운 시설물을 디자인하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둘째, ‘전통적 재료와 전통적 형태’의 조합이 빈번하게 관찰되었다. 이 범주는 목재, 석재, 식재 등 전통 재료를 사용하고, 담장․정자․계류와 같은 전통 조경의 형태를 비교적 충실히 유지하는 접근이다. 예컨대, “무시무종”의 ‘담장’은 돌과 흙이라는 전통 재료를 활용하여 전통 담장의 형태와 분위기를 구현함으로써 전통을 직접적으로 모방한다(그림 1a 참조). 이러한 전략은 전통의 물성과 공간 이미지를 직관적으로 전달한다.

표 3. 재현의 범주별 전통 조경 요소
재현의 범주 재료 및 형태 공간과 행위 소리 풍경
작품명 전통 재료․전통 형태 전통 재료․현대 형태 현대 재료․전통 형태 현대 재료․현대 형태 시각적 체험 내면 몰입적 체험 신체적 체험 분위기 형성 시각 보조 몰입․시간성 강화
서울의 후원
  • 식재

- -
  • 북악대

  • 삼청전

  • 수순환 및 생태수로 계획

  • 북악대

-
  • 삼청전

-
옥상별서
  • 견일정

  • 식재

  • 취병

  • 죽림

  • 관란석

  • 유정과 채원

-
  • 천정

  • 화계

  • 휘암

  • 견일정

  • 관란석

  • 천정

  • 죽림

  • 화계

  • 휘암

  • 동물 소리

  • 바람소리

  • 모닥불 소리

별서 지침서
  • 살창

  • 석가산

  • 식재

  • 청사초롱

  • 화계

  • 회랑

  • 계류

  • 오솔길

  • 온실

  • 처마와 비비추

  • 너럭바위와 나비그림자

  • 사색문턱

  • 석가산

  • 액자

  • 취병

  • 살창

  • 석가산

  • 액자

  • 취병

  • 화계

  • 사색문턱

  • 처마와 비비추

  • 계류

  • 너럭바위와 나비그림자

  • 오솔길

  • 온실

  • 청사초롱

  • 회랑

  • 동물 소리

  • 빗소리

와유
  • 식재

-
  • 사계절 벽화

  • 사계절 문양

차경의 도구
  • 사계절 벽화

  • 사계절 문양

  • 차경의 도구

- -
Ghost Town -
  • 매대

  • 매양단

  • 제월당

  • 고스트 브릿지 1

  • 고스트 월

  • 광풍각

  • 고스트 브릿지 2

  • 넓은바위

  • 대봉대

  • 물길

  • 대봉대

  • 매대

-
  • 고스트 브릿지 1, 2

  • 유상곡수

  • 제월당

  • 넓은 바위

  • 곤충 소리

  • 바람 소리

무시무종
  • 계류 및 습지 공간

  • 담장

  • 대나무 숲

  • 모래톱 휴식 공간

- -
  • 관찰 전망대

  • 정자

-
  • 대나무 숲

  • 모래톱 휴식 공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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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재료 및 형태’ 대표 사례 출처: https://www.laheritage.kr/1a5f2574-15a8-810f-bcde-c7faaee15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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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전통적 재료와 현대적 형태’의 조합이 관찰되었다. 전통 재료를 유지하면서 형태를 단순화하거나 추상화하는 방식으로, 전통 요소를 현대적 조형 언어로 재해석하는 전략이다.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로, “별서 지침서”의 ‘청사초롱’은 전통 청사초롱을 조명 시설로 변용하고, 서로 다른 높이와 배열을 통해 형태적 변형과 공간적 리듬을 구현했다(그림 1b 참조). 한편, ‘현대적 재료와 전통적 형태’의 조합은 가장 낮은 빈도로 나타났다. 이 범주는 전통의 구조적 틀이나 공간적 상징을 유지하되, 금속이나 콘크리트와 같은 현대적 재료를 활용해 이를 재현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별서 지침서”의 ‘계류’는 전통 조경에서 석재와 자연 흐름을 통해 구성되던 계류의 형태를 유지하면서도, “동판을 겹쳐 만든 작은 단차를 통해 물의 흐름을 조성”함으로써(박준영 등, 2024) 전통적 공간 이미지를 현대적 재료로 재구성하였다(그림 1c 참조). 종합하면, 수상작들은 전통적 재료와 형태를 직접 계승하는 전략보다는, 현대적 재료와 현대적 형태를 중심으로 전통을 시각적 이미지와 조형적 언어로 재구성하는 전략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다시 말해, 디지털 설계 환경에서 전통은 일부 형식적 요소로 다뤄지고 인공 재료와 현대적 형태가 공간 경험의 중심을 차지하는 경향을 보였다.

3.1.2 공간과 행위

조선의 별서정원은 일반적으로 은거․사색․관조를 위한 사적 공간이었으며, 공간에서 일어나는 행위 역시 자아 성찰, 자연 감상, 공간적 여백을 음미하는 비가시적 체험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디지털 설계의 수상작에서 그러한 사적 공간은 현대적으로 해석되면서 공적 공간의 성격으로 전환되는 경향이 관찰되었다. 이에 따라 사적 공간에서 이루어졌던 내밀한 행위들이 다수가 공유하는 참여적․시각적 체험 중심으로 재구성되었다. 다시 말해, 별서정원의 사적 공간과 행위는 현대 도시 및 디지털 환경 속에서 공적 공간의 열린 체험 구조로 변화하는 양상을 보여준다.

수상작에서 ‘공간과 행위’를 재현한 사례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시각적 체험’이었다(표 3 참조). 전통 정원과 현대 조경 공간에서 시각적 요소는 핵심적인 공간 감상 행위의 하나이다. 예를 들어, “서울의 후원”의 ‘북악대’는 북악산을 축으로 하는 전망대로(임상우, 2024), 전통 정원의 차경 기법을 현대적으로 재현한 사례이다(그림 2 참조). 시각적 체험은 영상 매체의 시점 전환이나 차경 기법과 결합하여 전통 정원의 감상 행위를 현대적 경관 경험의 방식으로 재해석되는 양상이 관찰되었다. 다음으로 빈번히 관찰된 ‘신체적 체험’은 동선과 감상 포인트의 설계를 통해 움직임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구현되었다. 예컨대, “옥상별서”의 ‘화계’는 단순히 식물들을 감상할 뿐 아니라 감상자로 하여금 화계 내부를 직접 가꾸고 돌볼 수 있게(임한솔과 장혁준, 2024) 하였다(그림 2c 참조).

한편, ‘내면적 몰입 체험’은 상대적으로 적게 관찰되었다. 이러한 체험은 VR 인터페이스나 시네마틱 효과와 같은 장치를 통해 간접적으로 구현되고 있었다. “무시무종”은 대나무숲을 통해 숲 사이로 스며드는 햇빛이 만들어내는 어둠과 밝음의 대비를 공간적으로 구현하였다(그림 2b 참조). 이러한 빛의 풍경은 공간에 진입하는 감상자에게 사색의 분위기를 제공하여 자기 성찰과 명상의 경험을 유도한다. 전통 별서정원은 은거와 사색 중심의 사적 체험을 하는 공간이었지만 수상작에서는 공적 공간에서 다수가 공유하는 참여적 경험으로 전환되는 경향을 보였다. 이 과정은 전통 별서의 성격이 현대 도시와 디지털 환경 속에서 어떻게 변용되는지를 보여준다.

3.1.3 소리 풍경

수상작에서 청각 요소의 활용 빈도는 매우 낮았다. 동물 소리는 “옥상별서”, “별서 지침서”, “와유”, “Ghost Town”에서 관찰되었다(표 3 참조). 예를 들어, “와유”에서는 VR을 활용해 사계절 장면을 재현하여 감상자가 화면 곳곳에 배치된 지점을 클릭하면 계절별로 경관이 전환되고 그러한 변화에 맞추어 새소리와 고양이 울음소리 등이 이용자 행위에 반응하는 실제 음향으로 함께 재생되도록 하여 현장감을 부여하였다(그림 3a 참조). 또한, 바람 소리는 “옥상별서”와 “Ghost Town”에서 관찰되었다(그림 3b 참조). “Ghost Town”은 대나무 숲과 식물이 흔들리는 장면에 바람 소리가 해당 장면 동안 지속적으로 재생되도록 구성되어, 장면 변화에 연동된 음향으로서 공간의 분위기와 몰입감을 강화하였다. 이외에, “별서 지침서”는 동판과 비비추 잎에 빗방울이 떨어지는 장면에 빗소리를 삽입하여 청각적 심상을 표현하였고, “옥상별서”의 ‘휘암’에서 모닥불 장작이 타는 소리를 삽입하여 공간의 정서와 체류의 시간성을 부각시켰다(그림 3c, 3d 참조).

한편, 모든 작품에서 수경 공간을 설계 요소로 활용하고 있었으나, 물소리가 삽입된 사례는 매우 낮거나 확인되지 않았다. 또한, 전통 조경의 주요 ‘소리 풍경’의 하나인 악기 소리도 확인되지 않았다. 전통 정원에서 중요한 감각 요소로 작용하는 청각적 경험이 디지털 설계에서는 시각 경험에 압도되어 배경적 장치로 축소되는 경향을 보여주었다. 다시 말해, 전통 정원의 다감각적 몰입 경험은 시각 중심의 표현으로 환원되고, 청각적 경험은 공간적 현장감을 강화하는 보조 장치로 기능하였다.

3.2 재현의 방식
3.2.1 모방

앞서 관찰된 재현 범주는 구체적인 재현의 방식, 즉 ‘모방’, ‘변형’, ‘창조’를 통해 디자인된다. 먼저, ‘모방’은 전통의 원형을 유지하여 재현하는 방식으로 가장 낮은 빈도를 보였다(표 4 참조). 설계 공모 대상에서 “전통 조경의 재현, 재생, 보존, 복원, 복구 등을 주제로 한 작품”(https://www.laheritage.kr/)이 언급되었지만, 공모전의 기본 목적이 ‘디지털’ 설계였기 때문에 그러한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활용한 변형과 창조적 해석이 적극적으로 시도되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다시 말해, 디지털 설계 환경에서 전통의 원형 보존보다는 현대적 감각과 사회적 요구를 반영하는 재구성이 빈번하게 나타났다.

표 4. 재현의 방식
재현의 방식 모방 변형 창조
작품명
서울의 후원
  • 삼청9경: 소쇄원 공간 구성 원리를 도시공원 설계에 직접 적용

  • 수순환 생태수로: 전통 수경 개념을 생태수로와 기계 정화 시스템으로 재구성

  • 삼청전: 전통 한옥 형식을 현대적 구조․재료로 재구성

  • 북악대: 차경 개념을 수직적 전망 구조로 확장

옥상별서
  • 화분 배치, 취병: 간가도에 나타난 화계․취병의 배치 원형 유지

  • 화계: 인공지반 조건에 대응한 전통 화계의 기능적 재구성

  • 견일정: 전통 정자의 조망 개념을 유리 통창으로 재해석

  • 옥상정원 전체 배치: 별서의 입지 개념을 도심 옥상으로 전환한 체류형 공간 생성

  • 죽림, 휘암: 제례․사색 공간을 다수 체류 가능한 체험 공간으로 전환

별서 지침서 -
  • 계류: 자연 암반 수로를 동판 구조물로 재현

  • 온실: 전통 온실 개념을 유리 구조로 재구성

  • 살창, 취병: 전통 요소를 옥상 난간․철제 프레임으로 전환

  • 회랑(비를 피하는 긴 통로로 옥상 난간에 의자를 설치해 휴식할 수 있는 공간)

  • 사색문턱, 액자: 전통 상징을 추상적 공간 장치로 재구성

  • 청사초롱: 사색의 시퀀스를 유도하는 조형적 구조물

와유
  • 벽화, 문양: 「소쇄원 48영」 장면을 시각적으로 재현

  • 청계천 차경: 전통 내․외원 위요감을 도시 단차 공간에 적용

  • VR 인터페이스: 와유 개념을 시점 이동 기반의 디지털 체험으로 확장

Ghost Town
  • 소쇄원 공간 모티브 유지

  • 고스트 월, 매양단: 담장․경계 개념을 투명 구조로 재해석

  • 대봉대: 지붕․구조를 해체․재조합하여 새로운 공간 언어로 재구성

  • 고스트 브릿지: 비물질적 이동 경험을 디지털 장치로 구현

무시무종
  • 대나무숲, 정자: 전통 별서의 사색 공간 구성 차용

  • 계류․모래톱: 전통 수경 요소를 현대적 생태 공간으로 재구성

  • 다층 정자: 수위 변화에 따라 기능이 달라지는 구조

  • 습지, 전망대: 전통 수경 개념을 생태 시스템으로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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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방’의 대표적 예로, “서울의 후원”은 소쇄원의 공간 구성 원리를 바탕으로 ‘삼청 9경’을 구현하여 조선시대 후원의 경관 체험을 현대 도시공원에 재현했다(그림 4a 참조). 일부 장면에는 국악 배경음을 장면 설명을 보조하는 장치로 활용하여 소극적이나마 전통의 정서를 표현하였다. ‘삼청공원’과 ‘삼청전’은 전통 원림과 서예의 미감을 바탕으로 공간을 구성하고 전통 한옥의 형식을 비교적 직접적으로 차용하여, 이용자가 전통 모티브를 직관적으로 인지할 수 있다.

다른 사례로, “옥상별서”에서는 전통 정원의 생울타리 시설물인 ‘취병’을 옥상 난간으로 재현하여, 도시 공간에 전통적 기능과 시각적 상징성을 구현하였다(그림 4b 참조). 이와 함께, 화분의 배치는 「간가도」에 나타난 화계 전면부의 식물 배치 방식을 차용하여, 전통 조경을 시각적으로 환기한다. 이처럼 ‘모방’은 디지털 매체를 활용한 조경 디자인에서 전통 조경 원형의 정체성과 상징성, 가치를 현대 공간에 환기하는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다만, 설계안에서 ‘모방’의 전략이 드물었다는 점은 디지털 매체가 전통 조경의 분위기를 재현하는 데 기술적인 한계가 있으며, ‘디지털 설계’ 부문이라는 점에서 설계가들이 대체로 전통 미학을 안정적으로 재현하기보다 새로운 재해석을 실험하고자 했던 것으로 이해된다. 향후 전통의 정체성과 정서를 현대 도시 맥락 속에서 충실히 구현할 수 있는 다양한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

3.2.2 변형

‘변형’ 방식은 전통 조경의 본질을 보존하면서 일부를 변경하는 방식으로 후술할 ‘창조’에 이은 높은 빈도를 보였다. 대부분 작품은 ‘변형’의 방식을 통해 단순한 원형 보존보다 현대적 맥락 속에서 변형과 응용을 지향하는 경향이 뚜렷했다(표 4 참조). 이러한 결과는 여타 정원박람회의 작품들에서 전통 시설물이 현대적 기능에 부합하게 변용되는 경향과 그 궤를 같이한다(이송민과 소현수, 2020). 예컨대, “옥상별서”의 화계는 인공지반이자 건물 전면이라는 현대적 도시 조건에 적합하게 전통 화계를 ‘변형’하였다. 전통적으로 배후 자연지형에 조성되던 화계를 인공지반 위 구조물의 전면 공간에 배치하고, “낮은 단에는 낮은 식물을, 높은 단에는 높은 식물을 심으면 필요한 토심을 적절히 가져갈 수 있다”(임한솔과 장혁준, 2024)는 식재 원리를 응용하여 옥상 환경에 화계를 적응시켰다. 또한, ‘견일정’은 전통 정자의 조망 개념을 유지하되, 얇은 프레임의 유리 통창을 활용해 실내외 경계를 최소화하여 개방감을 강조하였다. ‘관란석’은 화계 최상단에 배치되어 전통 차경의 시점 원리를 옥상에 재현했다(그림 5a 참조).

또한, “Ghost Town”에서 ‘광풍각’과 ‘매대’는 전통 시설물이 금속․유리․콘크리트 같은 현대적 재료로 대체되었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추상적이고 기하학적인 형태로 재구성되었다. ‘고스트 월’은 전통 담장의 경계 개념을 유지하되, 반투명 유리 소재를 활용해 차단이 아닌 투영의 장치로 기능을 전환했다. 이러한 사례들은 전통적 구조와 상징성을 유지하면서도 시대적․환경적 여건에 맞게 일부 변형하는 방식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모방’의 방식이 전통 조경의 구조와 물성, 분위기를 변경하는 데 주저한다면, ‘변형’의 전략은 전통 조경의 그러한 본질을 담으면서도 새로운 맥락에서 적극적으로 재해석한다. 특히, 수상작은 전통과 현대 사이의 균형점을 단순히 물리적으로 절충하는 방식이 아니라, 전통 조경 요소를 현대적 맥락에서 창의적으로 재해석한 결과를 보여주었다. 예컨대, “별서 지침서”의 온실은 전통적 식물 관리 방식을 현대적으로 재현한 대표적 ‘변형’ 사례이다(그림 5b 참조). 문헌에 따르면 조선시대에 「비해당(匪懈堂) 48영」, 「면앙정가(俛仰亭歌)」, 「산가요록(山家要錄)」 등에서 월동이 어려운 식물을 보호하기 위한 온실이 존재했다는 기록이 확인된다(박준영 등, 2024). 수상작의 온실은 이러한 전통 개념을 기반으로 하되, 전통 온실의 살창 형태를 유지하면서도 유리라는 현대적 소재를 적용해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매개물로 설계되었다. 이러한 전략은 현대인의 생활 환경 속에서 전통 조경 문화를 자연스럽게 체험할 수 있도록 유도하면서 전통을 현대 문화로 치환한다. 이외에도 살창, 회랑, 오솔길, 계류 등은 전통 공간 요소를 옥상이라는 현대적 도시 조건에 부합하게 축소․재배치되면서, 전통적 조경 공간의 행위가 현대인의 동선과 휴식 행위로 전환된다.

3.2.3 창조

‘창조’는 전통 조경을 활용해 현대적 감각으로 창조적으로 재구성하는 접근으로, 세 가지 재현 방식 중 가장 빈번히 관찰되었다(표 4 참조). 여섯 작품 모두가 ‘창조’의 방식을 활용해 많은 전통 요소를 현대 문화로 재현하였다. 디지털 설계가 단순히 전통을 모방하거나 변형하는 차원에 머무르지 않고 전통을 새로운 감각과 현대 도시의 맥락에서 재구성하는 창의적 도구로 기능했음을 시사한다. 예를 들어, “무시무종”은 서래섬의 제방을 없애 생겨난 수위 변화에 따라 이용 주체와 공간의 역할이 달라지는 ‘수위에 대응하는 정자’ 구조물을 설계하였다(그림 6 참조). 또한, 습지 생태 공간과 모래톱 휴식 공간은 전통 수경 요소를 고정된 경관이 아닌 변화하는 생태 시스템으로 재구성하여 전통 조경의 자연 인식 방식을 현대 생태 담론과 연결한다. 평소에는 사람이 머물며 휴식․사색을 즐기는 정자로 기능하지만, 물이 차오르면 상층부가 조류와 동물의 임시 휴식처로 전환되고, 토사가 쌓이면 지형 변화에 맞춰 각기 다른 높이의 공간을 단계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다층적 구조가 된다(신나경 등, 2024). 전통 정자의 휴식과 사색 공간이라는 본연의 기능을 유지하면서 환경 반응형 구조라는 현대적 요구와 기능을 수행하도록 했다. 단순화된 형태와 현대적 재료의 사용으로 전통 정자의 외양을 직관적으로 환기하기는 어렵지만, 휴식과 사색 공간이라는 기능을 통해 전통과 현대가 효과적으로 결합하고 있다. 또한, “Ghost Town”은 담양 소쇄원 대봉대의 형태를 단순히 변형한 수준을 넘어, 지붕과 구조를 “해체한 후 다양한 방법으로 재조합”(김현기, 2024)하여 전통 구조물을 현대적 공간 디자인 언어로 전환하였다. 전통 형식을 모방하기보다, 그것의 구조적 논리를 새롭게 구성했다는 점에서 ‘창조’의 방식에 포함된다(그림 6b 참조).

설계안에서 ‘창조’의 방식이 지배적으로 관찰되었다는 사실은 설계자들이 전통을 현대적 맥락에서 재해석하고 이를 종래의 이차원적 시각 매체의 정적인 형식을 넘어서는 움직이는 공간으로 구현하는 경향을 보여준다. 즉, 감상자는 설계된 공간을 시각적으로 바라보는 것을 넘어 그러한 공간을 움직이면서 체험하도록 유도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창조’의 방식은 전통 정원을 은거․사색 중심의 성격을 탈피하여 다양한 감각 자극과 몰입적 체험으로 경험하는 공간으로 재정의한다. 전통 정원은 단순히 시각적으로 재현된 공간이 아니라, 사용자와 부단히 상호작용을 하면서 변화하는 경험의 장이 된다. 나아가, 동영상을 비롯한 디지털 매체의 적극적 활용은 전통 정원 지닌 사적․정적․내부 지향적인 특성을 디지털 감각과 몰입적 체험을 통해 공적, 동적, 외부에 열린 공간으로 재편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전통 조경은 단순한 과거의 고정된 유산에 머무르지 않고 현재와 미래까지 연결되는 동시대적 문화 자산으로 기능한다.

4. 디지털 설계에서 전통 조경 재현의 쟁점

4.1 창의적 해석과 전통의 진정성의 조화

앞선 분석 결과를 토대로, 디지털 설계에서 전통 정원이 재현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쟁점을 비판적으로 검토했다. 디지털 설계는 전통 정원의 미학을 새로운 감각 체계와 매체 언어로 변환하면서, 과거에는 구현하기 어려웠던 시퀀스의 재현, 개념적 실험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분명한 장점을 지닌다. 특히 렌더링․VR․시네마틱 연출은 전통 정원의 차경, 여백, 계절의 감각과 같은 비가시적 요소를 더욱 직관적으로 제시하여 대중이 전통 정원을 새로운 관점과 감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한다. 이러한 재구성은 전통 조경을 현대 도시 환경과 디지털 문화 속에 재맥락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전통조경대전 디지털 설계 부문은 기존의 정적인 도판 중심 제출 방식과 달리 동영상과 VR을 활용하여 공간 경험을 보다 공감각적으로 제시하였다는 의의가 있다.

한편으로, 창의적 해석이 강조될수록 전통 정원이 지닌 사색, 은거, 다감각적 특성은 시각 중심의 이미지로 환원될 우려 또한 커진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전통 정원의 은거․사색․관조의 정적인 성격은 절제된 감각과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서 정체성을 형성해 왔지만, 디지털 설계에서는 시각적 연출이 우선시되면서 이러한 본질적 특성이 약화하는 경향이 있다. 별서정원은 자연 감상을 통해 내면적 성찰과 문화적 행위가 펼쳐지는 공간이지만, 수상작들은 별서정원의 공간 구조와 미학, 체험을 고려하기보다 그것의 시각적 특성을 포착해 영상 장면 연출을 위한 장식적 모티브로 소비하는 경향이 짙었다. 백지은(2023)은 한국 정원의 재현이 전통의 직설적 재현과 표피적 해석에 머무르면서 정체성의 의미가 축소된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러한 지적은 수상작의 디지털 설계에서 별서정원의 경험과 미학을 시각적 장면 중심 이미지로 환원하는 양상에도 적용된다. 게다가, 이명준이 지적하듯이 “디지털 드로잉은 정태적 시각 이미지이므로 경관의 움직이고 다감각적인 특성을 온전히 시각화할 수는 없다”(이명준, 2018: 8). 다시 말해, 매체적 특수성의 한계로, 시각 중심의 디지털 매체는 다감각적으로 체험되는 전통 정원의 물성․시간성 등의 주요 미학적 경험을 구현하기 힘들고, 따라서 전통의 시각적 특징을 이미지로 단순화하여 재현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와 같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동영상과 VR은 시점 이동, 시퀀스 구성, 이용자 반응형 인터페이스를 통해 전통 공간의 경험을 확장하려는 잠재적 가능성을 지닌다. 이러한 점에서, 매체적 가능성과 실제 설계안에서의 구현 수준 사이의 간극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디지털 재현이 “사실적 표현과 추상적 표현의 모호한 경계 속에서 잘못된 표현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을 유발했던 오류들”을 낳기 쉬운 구조를 가진다고 지적되기도 한다(박지환, 2014: 4). 이러한 언급은 디지털 매체가 전통 정원의 다감각적․맥락적 특성을 온전히 전달하지 못할 경우 표현의 왜곡이나 의미의 축소가 발생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경향은 디지털 공모전이라는 특수성의 영향을 받는다. 디자인 결과물의 제출 형식이 렌더링․영상․VR과 같은 시각 중심의 매체에 집중되면서, 설계자는 전통 정원의 물성, 분위기, 문화 등을 고려해 충실히 구현하는 것보다 시각 효과를 활용한 그래픽 완성도로 이목을 끌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인다. 게다가, 공모 요강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창의적 해석”, “감각적 체험 방식”, “새로운 재해석” 등의 조건은 설계가들로 하여금 전통의 원형을 충실히 모방하기보다 변형과 창조의 방향으로 디자인하도록 유도한다. 그 결과 앞서 설명했듯 수상작의 재현 방식은 ‘모방’이 적고 ‘변형’과 ‘창조’가 대부분을 차지하였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같은 전통의 재해석에 있어서 지나친 창의성 지향은 전통의 진정성을 일부 약화시킬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나라 문서(Nara Document on Authenticity, 1994)」는 문화유산의 진정성(authenticity)을 평가할 때 물리적 형태뿐 아니라 정신성, 역사적 맥락, 전승되는 의미, 감각적 경험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진정성은 “문화적 메시지의 연속성(the continuity of its cultural message)”에 있다고 규정하고(ICOMOS, 1994), “단순한 형식의 보존이 아니라 장소의 정신과 경험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데 있음”을 명시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수상작의 전통 정원 요소의 과도한 변용과 시각적 장면 중심의 디자인은 전통 정원이 지닌 정서적 깊이, 자연적 경험, 역사성을 희석하고 결국 진정성을 약화할 수 있다. 따라서 디지털 기반 전통 조경 설계에서 창의성과 보존성의 균형 잡힌 시각이 요청된다. 전통 정원의 조형적 원리와 감각적 깊이, 즉 정체성과 진정성을 지니는 범위 내에서 변형이 이루어져야 하며,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그러한 본질을 강화하는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

4.2 재현 방식의 균형적 활용의 필요성

설계가들의 전통 정원의 재해석 방식과 그에 대한 학계의 평가는 변화해 왔다. 2000년대 초반까지도 조경가들은 전통 조경의 물리적 형태를 되도록 충실하게 복원하는 방식을 선호하였고, 이러한 경향에 대해 조경진과 김정호는 “재현의 방식은 전통 공간을 직설적으로 재현하는 경우가 주를 이루었고 […] 전통의 직접적 재현은 재현이 아니라 모방에 가깝다”고 비판적 시선을 제기한 바 있다(조경진과 김정호, 2001: 93). 그들은 재현 방식을 직설적, 추상적, 해체적 재현으로 구분하면서, 단순한 직설적 형식의 재현이 전통의 장소성, 정신성, 미학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하는 양상을 지적하였다. 이 논지는 전통의 재현 방식이 외형의 직설적 모사를 넘어 전통의 본질과 감각적 경험을 창의적으로 재구축해야 함을 시사한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전통조경대전 디지털 설계 부문 수상작들은 과거의 모방 중심 접근과 뚜렷이 다른 양상을 보여준다. 전통의 원형을 충실히 ‘모방’하는 방식은 제한적이었고, 대신 전통의 공간 형태, 의미, 상징을 자유롭게 변형하거나 재배치하는 ‘변형’ 방식, 전통의 형태와 미학을 벗어나 현대적 디자인 사고를 통해 새로운 형상과 감각을 창출하는 ‘창조’의 방식이 빈번하게 관찰되었다. 전통을 다루는 조경 설계 실무의 경향이 창의적 재현으로 변화하였다는 해석도 충분히 가능하나, 이와 더불어 디지털 매체의 특수성과 공모전이라는 제도적 장치가 결합한 결과로 풀이할 수 있다.

또한, 이 공모전이 별서정원이라는 특정한 주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통 소재가 과연 폭넓게 재현되었는지를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별서는 일반적으로 “경승지나 전원지에 은둔 혹은 자연을 즐기기 위해 조성한 제2의 주택(한국전통조경학회, 2016: 260)”을 의미하지만, “문인의 사상과 정서를 공간에 투영하는 의경적” 장소(김현미, 2011)이기도 하다. 더 나아가 별서정원은 단순한 경관 요소의 집합이 아니라, 시서화를 통한 문인의 교유가 이루어지는 문화적 실천의 장으로 기능하였다. “당시 경화사족들은 사가원림을 조영하고 고동서화와 화훼 취미를 즐기며 야회를 열어 이를 매개로 교유하였다”(정봉구, 2009).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전통 조경의 재현은 단순한 형태의 재현을 넘어 감각적 경험과 문화적 맥락을 반영하는 방식을 지향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수상작이 별서정원의 대표작인 담양 소쇄원을 참조 대상으로 삼았고, 전통 요소 중에서도 석가산, 화계 등 특정 요소가 활용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전통 재현의 폭이 실제로는 일부 요소의 전형적 이미지에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한편, 전통 온실과 ㄷ자형 화계와 같이 전통 문헌에 기반한 요소를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사례도 존재했고, 이러한 전략은 전통 별서정원의 재현 요소와 범위를 확장하려는 창의적 시도로 평가할 수 있다.

재현 방식의 불균형은 재현 범주의 활용과 관련된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수상작은 현대적 재료와 현대적 형태를 빈번히 활용했다(표 3 참조). 디지털 매체 환경에서 전통을 변형하고 창조하는 데 현대적 재료와 형태가 활용되고 있었다. 현대적 재료와 형태가 시각 이미지 구축과 조형적 실험에 적절하기 때문으로 이해된다. 한편, 전통적 재료와 형태를 활용한 사례는 대체로 전통을 모방하는 데 활용되는 경향이 관찰되었다. 또한, 수상작들은 대체로 재현 형태와 재료를 선택할 때 식재보다는 구조물을 선호하였다. 구조적 요소는 식재에 비해 보다 직관적으로 감각되기에 조형적 실험과 전통의 모방 모두에 유리한 대상으로 활용되었던 것으로 이해된다. 구조물은 전통 조경의 식재, 지형 등 포괄적 환경과 통합적으로 이해되어 재현될 필요가 있다.

실상, 디지털 영상, 렌더링, VR 매체는 시각 매체라는 매체적 특성 때문에 비례감․질감․여백 등 전통 정원의 밀도감 있는 감각을 충실히 재현하는 데는 불리하지만, 한편으로 움직이는 시각을 통한 시퀀스 구성과 현대적 감각을 실험하는 창의적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 박은영이 지적하듯이, 정원박람회 정원의 시설물은 주제의 전달과 공간 분위기 조성을 위한 예술적 오브제로 기능하며, 시설물의 비중과 크기가 점차 커지고 유닛형, 일체형 구조물이 증가하며, 공모전과 전시라는 제도가 이러한 조형성 중심의 설계를 추동한다(박은영, 2022). 이러한 해석은 디지털 공모전에서 전통 조경의 요소가 시각 이미지 중심으로 재조립되는 경향에도 유사하게 적용된다.

이러한 모방에서 창의적 재현으로의 변화는 전통 조경에 대한 확장 해석의 가능성을 시사하지만, 전통의 계승을 되려 약화시킬 우려를 내포한다. 조경진과 김정호(2001)가 지적한 과거 조경가들의 전통에 대한 현대적 재해석의 한계가 ‘형식의 모방’에 있었다면, 오늘날 조경 작업의 한계는 재해석의 과잉으로 인해 전통의 본질이 흐려지는 소위 ‘재현 방식의 불균형’에 있다. 전통은 계승해야 할 장소적 실체라기보다 대중의 시각을 자극하는 표면적 소재로 다뤄지면서 전통의 다감각적 미학과 의미, 진정성과 같은 본질은 주변화될 위험을 갖는다. 따라서 향후 디지털 도구를 활용하는 전통 조경의 재현에서는 ‘모방’, ‘변형’, ‘창조’의 방식이 상호보완적으로 활용되어 전통의 본질을 계승하면서 창의적으로 재해석하는 균형감을 지향할 필요가 있다. 특히 ‘모방’은 단순한 형태의 모방이 아니라 전통 정원의 미학, 의미, 조형 원리를 현대의 매체 언어로 번역하는 과정으로 재정의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균형이 확보될 때 디지털 설계는 창의성과 진정성이 조화를 이루는 생산적 재해석으로 발전할 것이며, 전통 조경의 계승 역시 더욱 설득력 있는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을 것이다.

4.3 디지털 환경에서 공감각적 표현의 한계와 가능성

앞서 관찰되었듯, 수상작들은 디지털 영상 매체를 사용하였지만, 전통 정원의 소리 요소를 소극적으로 활용하는 경향을 보였다. 전통 정원에서 소리는 경관을 단순히 보조하는 배경음이 아니라 공간의 분위기, 시간의 흐름, 정서적 깊이를 구성하여 정원을 누리는 주요 감각의 하나였다. 예컨대, 「소쇄원 48영」의 물소리, 바람 소리, 동물 소리, 악기 소리는 정원의 시각적 경관 요소와 결합해 통합적 경험을 형성했고, 그러한 공감각적 경험이 문인 정원 문화의 정수였다(김인후, 1548). 또한, 별서정원은 시각, 청각, 촉각 등 다감각적으로 경험되었다. 이러한 점에서 소쇄원의 풍경은 “단지 눈이나 귀로 파악하는 것만이 아닌 공기의 팽창이나 촉감 등도 포함한 전신 감각으로 느끼는” 공간의 분위기로 설명되기도 한다(한명호와 천득염, 2015: 32).

그러나 디지털 설계 부문 수상작들은 이러한 다감각적 경험을 시각 중심 경험의 연출로 축소하여, 전통 정원이 지닌 감각의 깊이를 충분히 재현하지 못했다. 대부분의 작품이 청각 요소를 제한적으로 사용하였고, 이마저도 동물 소리, 바람 소리 등 일부 요소에만 의존하는 경향이 관찰되었다. 사운드스케이프는 개별 소리를 분절적으로 다룬다기보다 전체 사운드 환경을 하나의 경관으로 통합적으로 인식하는 체계(Zhong, 2024)라는 점에서, 수상작들은 사운드스케이프라기보다 분절적 소리를 이미지 보조 수단으로만 사용하고 있었다는 한계가 관찰되었다. 수공간을 재현하는 장면에서도 실제 물소리가 배제된 사례는 디지털 매체를 통해 전통 정원의 감각이 축소되는 양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청각 표현의 소극성은 기술적 한계보다 영상 기반 제작 방식의 특수성에서 비롯된다. 공모전 결과물은 렌더링 영상으로 제시되었고, 이러한 매체 재현은 대체로 카메라 동선, 조명, 재질 표현 등 시각적 요소의 구현에 공을 들이는 경향이 있다. 소리는 시각 이미지 작업이 어느 정도 진행된 뒤 후반 작업에서 분위기를 보조하는 기능으로 취급되기 쉽다. 다시 말해, 비시각적 감각 요소가 시각 요소에 비해 부차적으로 다뤄지는 경향이 나타난다.

이러한 한계는 디지털 환경의 잠재력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감각적 실험의 가능성을 내재하고 있다. 현실 공간에 조성된 정원에서는 자연적․기후적․공간적 조건에 따라 소리를 정밀하게 통제하기 어렵지만, 디지털 매체에서는 특정 사운드를 특정 장면, 시점, 동선과 대응시켜 정교하게 조율하는 디자인이 가능하다. 따라서 디지털 매체는 전통 정원의 청각적 경험을 구조적으로 구성하여 시뮬레이션하고 감각의 층위를 확장하는 방향으로 활용될 수 있다. 특히 VR 기반 인터랙티브 사운드는 사용자의 시점 변화와 이동에 반응하여 소리가 달라지는 방식으로 구현할 수 있어, 전통 정원의 “머무름과 흐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할 잠재성을 지닌다. 이러한 방식으로, 디지털 환경은 전통의 공감각 표현을 시각적으로 환원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감각으로 확장하는 실험적 무대로 기능할 수 있다.

이러한 쟁점은 디지털 조경 설계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물리적 정원 디자인과도 관련된다. 정원박람회를 다루는 연구에서 분석의 관점이 형태, 이미지, 구조 등의 시각적 요소 중심으로 구성되고, 시각을 제외한 감각 경험은 분석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 경향이 있다(염혜리와 주신하, 2020; 이송민과 소현수, 2020). 바꿔 말해, 현대 조경설계와 관련 연구의 전반이 전통 정원을 다룰 때 시각 중심적 관점에 집중해 온 관성을 보여준다. 또한, 설계 제출물인 시연 영상은 사용자의 동선이나 상호작용을 전제로 하지 않고 프레젠테이션의 기능만을 수행하여, 전통 정원에서 소리의 멈춤과 흐름 등의 리듬감을 구현하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디지털 정원은 다감각적 체험 공간이 아닌 시각 중심적 체험 공간으로 재현되면서 전통 정원의 공감각적 경험을 단순히 보는 경험으로 축소한다. 따라서 향후 전통 정원의 디지털 재현에서는 소리를 단순한 배경음이 아니라 설계 요소로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사용자의 동선과 시점 변화에 반응하는 인터랙티브 사운드, 전통 회화, 문학, 의례 맥락을 반영한 청각적 구성은 전통 정원의 미학을 현대적으로 ‘모방’하기 위한 실질적 전략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접근은 디지털 매체의 감각적 재현 능력을 창의적 설계 기법으로 전환하여, 전통 정원이 지닌 몰입감과 감각적 경험을 현대적으로 계승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

5. 결론

이 연구는 2024년 제1회 대한민국 전통조경대전 디지털 설계 부문 수상작을 대상으로, 전통 정원이 디지털 매체를 활용한 공모전이라는 동시대적 환경 속에서 어떻게 재현되고 재구성되는지를 분석하였다. 분석의 관점은 크게 ‘재현의 범주’와 ‘재현의 방식’으로 분류하였고, 전자를 ‘재료 및 형태’, ‘공간과 행위’, ‘소리 풍경’으로, 후자를 ‘모방’, ‘변형’, ‘창조’로 세부적으로 분류하여 공모전 수상작 여섯 작품을 면밀히 검토하였다. 그 결과, 디지털 기반 전통 조경설계는 전통 정원의 재현의 방식과 매체적 특수성을 이용한 감각적 경험을 확장하는 성과와 함께, 전통의 본질적 의미가 약화하는 한계도 동시에 드러내고 있었다.

첫째, 창의적 재해석과 재현 방식의 관점에서, 디지털 설계는 전통 정원의 미학적 요소인 차경, 여백, 계절성 등을 새로운 매체의 언어로 재구성함으로써 과거 물리적 정원에서 구현하기 어려웠던 감각적 실험을 가능하게 하였다. 이 과정에서 전통 요소는 정적인 대상이 아닌 새롭게 재해석되는 변화 가능한 실체로 다뤄졌고, 이를 통해 전통 조경이 현대 도시 공간에 재맥락화될 수 있는 다양한 창의적 아이디어를 보여주었다는 점이 분명한 성과이다. 한편, 이러한 과도한 창의성 중심의 재현은 별서정원이 지닌 사색, 감각, 내면적 체험과 같은 본질적 성격, 소위 진정성을 단순한 시각 중심적 장면으로 환원하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 또한 내포하고 있었다. 둘째, 재현 방식의 관점에서, 종래의 조경 설계가 강조해 온 전통의 ‘모방’에서 탈피해 ‘창의적 재해석 중심’으로의 전환이 관찰되었다. 전통을 ‘모방’하는 방식보다 ‘변형’, ‘창조’하는 접근이 두드러졌다. 이러한 변화는 전통 조경에 대한 다양한 접근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전통 요소가 현대적 공간 구성, 조형적 실험, 시퀀스 연출 등에 적극적으로 활용되면서, 전통을 살아있는(living) 유산으로 활용할 수 있는 조경 설계적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다만, 이러한 변화는 동시에 ‘모방’의 비중이 약화되는 문제를 수반한다. 전통 조경은 장소성과 문화적 맥락을 내재한 유산이지만, 디지털 설계에서는 시각적 심상을 이용해 재현하는 경우가 두드러져, 전통의 본질적 의미가 축소될 우려가 노출되었다. 또한, 소쇄원과 같은 대표 정원, 석가산과 화계와 같은 요소가 반복적으로 등장하여 소재 선택의 제한이 관찰되었다. 셋째, 공감각적 재현의 측면에서, 수상작은 전통 정원의 다층적 감각 경험을 충분히 구현하지 못했다는 한계를 보였다. 전통 정원의 청각 요소는 일부 수상작에서만 활용되었고 이마저도 경험의 요소라기보다 시각적 분위기를 단순히 보조하는 역할에 머물렀다. 한편, 이번 공모전 수상작은 디지털 환경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현실 정원에서는 구현하기 어려운 시점 변화에 따른 청각의 미세한 변화 조율 등 새로운 감각적 실험이 관찰되었다.

이러한 점에서, 향후 디지털 기반 전통 조경설계는 균형 잡힌 접근이 요구된다. 설계가의 창의적 해석과 전통의 사실에 기반한 진정성과 역사적 가치가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모방’, ‘변형’, ‘창조’라는 재현 방식이 균형적으로 활용될 필요가 있다. 또한, 전통 요소를 활용할 때, 단순한 전통 요소의 형태적 반복이 아닌 다양한 전통 요소의 발굴을 통해 감각, 공간 원리, 철학적 의미를 현대적 매체 언어로 재해석하는 태도가 요구된다. 시각 중심 설계 관행을 넘어 공감각적 재현 전략 모색도 필요하다. 전통 정원의 현상학적 경험을 디지털 환경에서 재현하면서, 디지털 기술을 단순한 동영상 연출이라는 도구적 수단이 아니라 전통 정원의 의미와 감각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생성적 매체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 연구는 디지털 매체 환경 속 전통 정원의 재현 문제를 감각적 요소․재현 방식․제도적 조건의 측면에서 통합적으로 검토하였다는 점에서 의의를 지니며, 제시한 분석 틀은 향후 설계 공모전 평가, 디자인 실무, 교육 현장에서 두루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 연구는 단일 연도 공모전의 수상작 6개 사례를 분석 대상으로 삼고 있어 디지털 환경의 전통 조경 재현의 전반적인 경향을 관찰하기에는 일반화의 한계를 지닌다. 따라서 후속 연구로 디자인 실무와 관련 공모전의 사례가 지속적으로 탐구되어 이 연구에서 도출한 재현의 범주와 방식, 쟁점이 정교화되고, 향후 일반화가 가능한 설계 평가 및 교육 도구로 발전될 필요가 있다. 또한, 디지털 설계 공모전이라는 제도적 특성상 실제 조성보다는 아이디어 제안과 그래픽이 강조되면서, 전통 조경의 재현 방식이 ‘모방’보다는 ‘변형’이나 ‘창조’가 두드러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도 지닌다. 게다가, 분석 자료가 주로 설계 설명서와 제출물의 형태라는 점에서, 설계가의 의도와 설계 과정을 면밀하게 반영하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다. 디지털 매체를 통해 전통 유산을 누리는 문화는 점차 확산되고 있다. 대한민국전통조경대전은 단발성 행사가 아닌 지속적으로 추진되는 공모전으로서, 디지털 환경에서 전통 조경을 재현해 대중과 소통하는 방식을 실험하고 나아가 진화된 전통 조경의 진정성을 탐구하는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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