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al of the Korean Institute of Landscape Architecture
The Korean Institute of Landscape Architecture
Article

국가도시공원 제도에 대한 공법적 정당성에 관한 연구

이수현*, 서영애**, 최혜영***
Lee Su hyun*, Seo Young-Ai**, Choi Hyeyoung***
*국민대학교 법학과 박사수료
**기술사사무소 이수 소장
***성균관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부교수
*Ph.D. Candidate, Dept. of Law, Kookmin University
**Director, ESOO Landscape Architects
***Associate Professor, School of Civil, Architectural Engineering and Landscape Architecture, Sungkyunkwan University
Corresponding author: Hyeyoung Choi Associate Professor, School of Civil, Architectural Engineering, and Landscape Architecture, Sungkyunkwan University, Suwon 16419, Korea. Tel.: +82-31-290-7848, E-mail: hyeyoung@skk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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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eived: May 12, 2026; Revised: May 22, 2026; Accepted: Jun 12, 2026

Published Online: Jun 30, 2026

국문초록

본 연구는 국가도시공원 제도에 대한 국가 개입의 공법적 정당성을 규명하고, 해당 제도의 법적 위상을 재검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현행 도시공원 법체계는 국가가 도시공원을 도시계획시설로 결정하면서도 실제 조성 및 관리 책임은 지방자치단체에 부여하는 구조적 한계를 지니고 있으며, 이는 장기 미집행 도시공원 및 공원 일몰제 문제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해 왔다. 최근 국가도시공원 제도가 도입되었으나, 국가 개입의 당위성과 제도적 정당성에 관한 이론적 논의는 아직 미흡한 실정이다. 이에 본 연구는 관련 법령과 헌법재판소 결정, 그리고 독일의 법제 및 판례를 비교․분석하여 국가도시공원 제도를 둘러싼 세 가지 연구 의제(‘왜 도시공원인가’, ‘왜 국가가 개입해야하는가’, ‘왜 국가도시공원 제도인가’)를 환경권, 재산권, 지속가능성 원칙의 관점에서 검토하였다. 분석 결과, 도시공원은 국민의 환경권 실현을 위한 핵심적 환경 인프라이며, 장기 미집행 도시공원 문제는 환경권 보호 의무와 재산권 보장이라는 헌법적 가치의 충돌 속에서 이해되어야 함을 확인하였다. 특히 계획권(국가)과 집행 책임(지방자치단체)이 분리된 현행 체계의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보충적 개입과 책임 분담을 위한 공법적 근거 마련이 필수적이다. 나아가 국가도시공원 제도는 미래세대를 위한 생태적 기반을 보전하고 지속가능성 원칙을 실현하는 실효적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국가도시공원 제도는 환경권, 재산권, 지속가능성의 원칙을 조화시키는 공법적 장치로 해설될 수 있으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간 협력적 책임 분담 체계를 구축하는 제도적 기반이 될 수 있다. 본 연구는 국가도시공원을 대상으로 국가 개입의 정당성을 헌법적 가치 체계 속에서 검토함으로써 조경학 분야에서 주로 정책․계획적 차원에서 논의되어 온 국가도시공원 연구를 공법학적 관점으로 확장하였다는 점에서 학술적 의의를 가진다.

ABSTRACT

This study aims to examine the public law legitimacy of state intervention in the National Urban Park system and to reconsider its legal status within the Korean urban park framework. The current legal structure of urban parks in South Korea contains an inherent institutional imbalance: while the central government designates urban parks as urban planning facilities, the responsibility for their acquisition, development, and management is largely assigned to local governments. This structural mismatch has contributed to the long-standing problem of unimplemented urban parks and the expiration of park designations under the sunset provision. Although the National Urban Park system has recently been introduced as a policy response, its constitutional and legal justification remains insufficiently explored. To address this gap, this study analyzes relevant legislation, decisions of the Constitutional Court of Korea, and comparative legal materials from Germany, focusing on three fundamental questions: Why urban parks? Why should the state intervene? And why is a National Urban Park system necessary? These questions are examined through the constitutional principles of environmental rights, property rights, and sustainability principles. The findings demonstrate that urban parks constitute essential environmental infrastructure for realizing citizens’ environmental rights and that the issue of long-term unimplemented parks should be understood as a constitutional conflict between the state’s duty to protect environmental rights and the guarantee of private property rights. Furthermore, the study argues that a public law basis for supplementary state intervention and shared responsibility is necessary to address the institutional imbalance between national planning authority and local implementation obligations. The National Urban Park system can also serve as an effective mechanism for preserving ecological foundations for future generations and operationalizing the principle of sustainability. In conclusion, the National Urban Park system can be interpreted as a public law instrument that reconciles environmental rights, property rights, and sustainability principles while establishing a cooperative framework of responsibility between the central and local governments. By examining the legitimacy of state intervention through a constitutional perspective, this study expands existing discussions on National Urban Parks beyond policy and planning approaches and contributes a public law perspective to landscape architecture scholarship.

Keywords: 공원 일몰제; 환경권; 지속가능성 원칙; 환경 인프라; 국가책임
Keywords: Park Sunset System; Environmental Rights; Sustainability Principles; Green Infrastructure; National Responsibility

1. 서론

1.1 배경 및 목적

현재 도시공원은 단순한 휴식 공간을 넘어 미세먼지 저감, 열섬 현상 완화, 탄소 흡수원으로서의 생태적 기능을 수행하는 필수적인 환경 인프라(green infrastructure)가 되었다. 그러나 한국의 도시공원 법체계는 도시공원을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하 ‘국토계획법’)에 의한 국가의 계획시설로 결정하면서도, 실제 조성 및 관리의 책임은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이하 ‘공원녹지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사무로 귀속시키는 이원적 구조를 유지해왔다. 이러한 계획과 집행의 구조적 분절은 지방자치단체의 열악한 재정 여건과 맞물려 장기 미집행 도시공원 실효제(이하 ‘일몰제’)를 야기하였고(https://www.latimes.kr), 그 결과 국민의 환경권 향유 기회를 박탈하고 도시 간 녹지 서비스 격차를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기후 위기 시대를 맞아 도시의 회복력(resilience) 강화가 국가적 과제로 부상하고, 국토 균형발전 차원에서 도시 간 환경 자산의 양극화 해소가 요구됨에 따라 도시공원의 공공성에 대한 재조명이 이루어지고 있다(최혜영과 서영애, 2022). 이러한 맥락에서 2016년 도입되어 2025년 제도적 정비를 마친 국가도시공원 제도는 기존의 지방사무적 성격이 강했던 도시공원 체계에 국가가 직접 개입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중대한 전환점을 의미한다. 그러나 국가도시공원의 지정과 지원에 관한 논의는 여전히 재정적 보조, 국가도시공원 지정 요건이라는 정책적 차원에 머물러 있을 뿐 왜 국가가 도시공원에 대한 지원에 개입해야 하는가에 대한 이론적 담론은 충분히 형성되지 못했다(최혜영 등, 2025).

이에 본 연구는 현행 법체계 내에서 발생하는 계획과 집행 책임의 분절적 구조를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왜 도시공원인가(대상의 당위성)?’, ‘왜 국가가 개입하는가(주체의 정당성)?’ 및 ‘왜 국가도시공원인가(수단의 적합성)’라는 세 가지 핵심적인 연구 질문을 제기한다. 이를 통해 상충하는 가치들을 조화시키는 국가도시공원 제도의 헌법적 근거를 명확히 하고, 나아가 제도의 법적 위상을 재정립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본 연구는 도시공원 일몰제에 대한 헌법상 충돌 법리를 규명하고 이에 대한 입법론적 대안을 도출한다는 점에서 법학과 조경학을 유기적으로 결합한 학제 간 연구로서의 의의가 있다.

1.2 내용 및 방법

본 연구는 국가도시공원을 연구 대상으로 하여 장기 미집행 도시공원 문제에서 국가의 개입과 책임 분담이 어떠한 공법적 근거에 의해 정당화될 수 있는지를 규명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법리 분석을 주된 연구 방법으로 채택한다. 법리 분석은 관련 법령의 문언, 체계, 법 원칙을 검토하여 특정 제도의 규범적 의미와 법체계상 위치 및 제도적 한계를 밝히는 방법이다1).

연구의 내용은 다음과 같이 구성된다. 2장에서는 도시공원의 공공성과 사회적 가치, 도시공원 법제의 구조, 장기 미집행 도시공원 일몰제, 국가도시공원 지정기준 및 정책적 활용 연구로 관련 선행연구를 나누어 고찰한다. 이를 통해 기존 연구와의 차별성을 확보한다. 이어 제도 도입 이후 실제 지정 사례가 없었던 운용상의 정체와 2025년 공원녹지법 개정 이후에도 남아 있는 구조적 문제를 분석하여 현행 제도의 쟁점을 도출한다. 이를 바탕으로 본 연구는 ‘왜 도시공원인가?’, ‘국가의 개입은 타당한가?’, ‘왜 국가도시공원 제도인가?’라는 세 가지 핵심 연구 의제를 설정한다. 나아가 국가도시공원 제도의 법적 위상을 재정립하기 위한 공법학적 접근의 필요성을 규명하고 의제별 관련 개념을 도출한다.

3장에서는 도출한 개념인 환경권, 재산권, 지속가능성 원칙이라는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국가도시공원에 대한 공법적 정당성과 국가책임의 범위를 검토한다. 구체적으로 대상적 차원에서는 도시공원이 국민의 환경권 실현을 위한 필수적 기반으로 파악함에 있어 국가의 환경권 보호의무와 과소보호 금지원칙을 적용하여 분석한다. 주체적 차원에서는 장기 미집행 도시공원 부지의 공법상 제한이 갖는 재산권의 한계를 검토하고, 국가 개입 및 책임 분담의 당위성을 위해 보충성 원칙을 적용하여 논의한다. 수단적 차원에서는 도시공원의 생태적 비가역성과 미래세대 보호를 위한 지속가능성 원칙을 고찰하여 미래세대의 환경적 이익을 중심으로 국가도시공원 제도의 장기적 정책 의미를 검토한다. 3장에서 독일의 재산권 이론, 연방건축법(BauGB)상 체계,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의 판례를 비교법적 분석 도구로 활용하되 도시공원과 녹지계획을 둘러싼 재산권 제한, 환경권 및 지속가능성 원칙의 법제화 방식을 검토하기 위한 비교법적 참조로 활용된다2).

4장에서는 3장에서 분석한 다차원적 법익들을 헌법상 규범조화적 해석의 관점에서 살펴보고, 국가도시공원 제도를 현행 법제의 가치 간 상충과 책임의 분절을 조정하는 ‘국가적 환경 인프라의 협력적 관리제도’로 재정립한다. 나아가 제도적 반대 논리와 현실적 부작용을 포함하여 현행법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법령 단위의 보완방안을 제안한다. 마지막으로 연구의 의의와 한계를 정리한다. 연구의 흐름을 정리하면 그림 1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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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논문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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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선행연구 고찰 및 현행 국가도시공원 제도 분석

2.1 선행연구 및 연구의 차별성

국가도시공원 제도와 관련한 선행연구는 크게 도시공원의 공공성과 사회적 가치 연구, 도시공원 법제 및 제도사 연구, 장기 미집행 도시공원 및 공원 일몰제 연구, 그리고 국가도시공원의 지정기준 및 정책적 활용 연구로 나뉜다.

첫째, 도시공원의 공공성과 사회적 가치에 관한 연구는 도시공원을 단순한 여가시설이 아니라 도시민의 삶의 질과 환경적 형평성을 실현하는 공공재적 공간으로 이해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최근 국제사회에서는 도시공원을 기후변화 대응, 생태계서비스 제공, 건강증진 기능을 수행하는 녹색 인프라(green infrastructure)의 핵심 요소로 인식하고 있으며(Chiesura, 2004; Benedict and McMahon, 2006; Konijnendijk et al., 2013), 이에 따라 도시공원의 공공적 가치에 대한 논의가 확대되고 있다. 국내 조경학 분야에서도 도시공원이 시민의 건강과 복지 증진, 환경서비스 제공, 사회통합에 기여하는 공공 공간이라는 점이 지속적으로 강조되어 왔다(조한솔 등, 2014; 김용국, 2015; 2019; 채진해와 김원주, 2020). 특히 환경정의(environmental justice) 및 환경복지 관점에서는 도시공원 접근성의 불균형이 환경서비스 향유의 격차로 이어질 수 있으며, 도시공원이 국민의 기본적 삶의 질을 보장하는 공간적 기반이라는 점이 제시되었다(김용국, 2014; 문지영과 반영운, 2015; 이성민 등, 2024). 이러한 연구들은 도시공원이 단순한 도시계획시설을 넘어 국가적 차원에서 보호․관리할 가치가 있는 공공재적 성격을 지님을 보여주었으나, 이러한 공공적 가치가 국가의 법적 책임이나 개입의 정당성으로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부족하였다.

둘째, 도시공원에 관한 기존 연구는 주로 법제의 형성과 변천 과정, 제도적 쟁점 및 한계에 대한 분석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오창송, 2018a). 특히 도시공원이 도시계획 시설로서 어떠한 법적 성격을 갖는지, 그리고 공원법 및 도시계획법 체계 내에서 어떻게 제도화되었는지에 대한 연구가 축적되어 있다. 예컨대, 도시공원을 유보지로 규정한 초기 법제의 문제를 지적한 연구에서는, 도시공원이 실질적인 공공서비스 제공 공간이라기보다 규제 중심의 계획적 지정에 머물렀으며, 이로 인해 공원의 해제와 전용이 반복되는 구조적 문제가 존재함을 밝혔다(오창송, 2018b). 이러한 연구들은 도시공원이 형식적 계획시설로 기능하면서 실제 조성과 이용이 지연되는 제도적 한계를 지속적으로 내포해 왔음을 보여준다. 도시공원 법제의 형성과 한계는 도출하였으나 국가 역할까지 확장되지 않았다.

셋째, 장기 미집행 도시공원과 공원 일몰제에 관한 연구는 주로 재산권 보호와 도시공원 확보 간의 갈등 문제를 중심으로 진행되어 왔다(강석점, 2017; 김남욱, 2017; 강석점, 2018). 특히 헌법재판소의 결정 이후, 도시공원 지정으로 인한 사유재산권 제한이 장기간 보상 없이 지속되는 것은 과도한 제한에 해당한다는 점이 강조되면서, 일몰제는 재산권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로 이해되어 왔다. 또한 관련 연구들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부족으로 인한 토지 보상 및 공원 조성 지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간공원 특례 제도를 도입하여 공원 개발을 활성화하고(강석점, 2017; 2018), 일본의 공모설치관리 제도(Park-PFI)와 같이 민간 참여를 확대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하며(황지혜, 2023), 국가보조금 활용을 통한 재정 지원 방안을 모색하는 등(강석점, 2017; 김남욱, 2017; 강석점, 2018) 제도적 대응을 중심으로 문제 해결 방안을 제시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연구는 주로 재산권 침해의 해소, 공원 확보 방식의 다양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계획권(국가)과 집행권(지방)의 분리라는 구조적 문제에 대한 분석은 제한적이다.

넷째, 최근 도입된 국가도시공원 제도에 관한 연구는 주로 제도의 도입 배경, 지정기준, 재정 지원 방식, 타 제도 및 해외 사례와의 비교 등 정책적․제도적 측면에 집중되어 있다(노승운, 2022; 최혜영과 서영애, 2022; 국가건축정책위원회, 2024; 김순기, 2025). 특히 국가도시공원이 대규모 공원의 조성과 관리에 있어 국가의 재정 지원을 가능하게 하는 제도로서 갖는 의미가 강조되어 왔다(노승운, 2022; 국가건축정책위원회, 2024). 그러나 기존 연구는 국가도시공원을 정책적 수단으로 설명하는 데 그치는 경향이 있으며, 국가가 왜 도시공원에 개입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론적 근거는 충분히 논의되지 않았다.

이상의 선행연구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한계가 도출된다. 첫째, 도시공원의 공공성과 사회적 가치에 관한 연구는 도시공원이 환경복지와 환경정의 실현을 위한 중요한 공공재임을 규명하였으나, 이러한 가치가 국가의 법적 책임으로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대한 설명은 부족하였다. 둘째, 도시공원 법제 연구는 제도의 형성과 한계를 분석하는 데에는 기여하였으나,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간의 역할 분담 구조가 가지는 근본적 문제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였다. 셋째, 공원 일몰제 연구는 재산권 보호라는 관점에서 제도의 필요성을 설명하였으나,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게 된 법체계의 구조적 원인에 대한 분석은 제한적이었다. 넷째, 국가도시공원에 관한 연구는 지정기준과 관련한 정책적 고찰에 치중하고 있으며, 국가 개입의 법적 정당성에 대한 이론적 논의가 부족하였다. 이에 본 연구는 도시공원의 공공적 가치에 대한 조경학적 논의와 공법학적 논의를 연결하고, 도시공원 법체계의 구조적 분절(계획권–집행권 분리)을 핵심 문제로 설정한다. 또한 공원 일몰제를 그 결과로 재해석하고, 환경권과 재산권, 지속가능성 원칙을 통합적으로 검토함으로써 국가 개입의 정당성을 규명하고 국가도시공원의 법적 위상을 재정립하고자 한다.

2.2 현행 국가도시공원 제도의 운용 실태와 구조적 모순
2.2.1 제도 연혁과 운용 현황

국가도시공원 제도는 2011년 최초 발의된 후 약 5년의 과정을 거쳐 2016년 공원녹지법 개정을 통해 도입되었다(법률 제14089호, 2016. 3. 22.). 당시 법률은 국무회의 심의 체계에서 부지면적 300만 제곱미터 이상, 신청 지방자치단체의 부지 전체 소유권의 사전 확보라는 기준을 규정하였다. 제도의 신설에도 불구하고 엄격한 기준으로 인해 실제 지정된 사례는 없었다(https://www.hkbs.co.kr).

이후 국토교통부와 대통령 소속의 국가건축정책위원회의 연구에서 국가도시공원 지정 요건의 완화, 부지 소유권 확보 요건의 현실화, 국비 지원의 법리적 근거 등이 주요 개선 과제로 제시되었다(국가건축정책위원회, 2024; 국토교통부, 2024). 이러한 제도개선 논의는 국고지원을 통해 재정 한계를 극복하려는 지방자치단체의 요구 및 국회의 법안 발의(https://www.lak.co.kr)와 결합하여 2025년 공원녹지법 개정으로 이어졌다. 2025년 8월 26일 공포된 개정법은 2026년 8월 27일 시행을 예정하면서 국가도시공원의 최소 면적 기준을 100만 제곱미터로 완화하고, 신설된 ‘중앙도시공원위원회’의 심의 체계로 전환하였으며 부지 매입비를 제외한 설치․관리 비용에 대한 국고보조 근거를 명문화하였다(법률 제21039호, 2025. 8. 26.).

2025년 개정은 국가도시공원 지정 문턱을 낮추고 재정 지원 근거를 명확히 하였다는 점에서 중요한 진전이다. 그러나 국가도시공원 제도가 실제로 장기 미집행 도시공원 문제와 녹색 인프라의 국가적 보전이라는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지정 요건 완화를 넘어 현행 도시공원 법제의 구조적 한계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2.2.2 제도 운용의 구조적 모순

2025년 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현행 국가도시공원 제도가 안착하기 위해서는 법체계에 내재한 공법적 쟁점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최근 국토연구원의 연구 보고서가 진단하듯 현대 사회가 직면한 기후 위기, 인구구조의 변화, 환경적 형평성 등의 문제는 개별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정책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명백한 국가적 과제(national issue)에 해당한다(국토연구원, 2023). 특히 도시공원은 생활권 내에서 환경복지와 기후 대응 기능을 동시에 수행한다는 점에서 국가 개입의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핵심적인 공간으로 평가될 수 있다(국토교통부, 2024). 그럼에도 현행 법제는 다음과 같은 구조적 모순을 내포한다.

첫째, 계획상 규제와 집행․재정 책임의 분절이다. 국가도시공원 제도는 도입 당시부터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적 한계로 인한 환경복지 공백을 국가의 개입을 통해 극복하고자 발의되었다. 최초 입법 논의에서는 재정이 열악한 지방자치단체의 공원 공급 한계로 인해 국민이 기본적 환경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실정을 타파하고자 국가가 직접 비용을 부담하는 모델이 제안되었다(의안 번호 1813326; 1901087). 그러나 입법 심의 과정에서 지방자치원리에 반한다는 우려와 과도한 국가 재정 부담 문제가 제기되었고(국회 국토해양위원회, 2012), 그 결과 국가의 직접적 재정 책임은 제한적으로만 제도화되었다. 현행 체계는 국토계획법상 계획 수단을 통해 도시공원 부지에 강한 공법상 제한을 부과하면서도3) 그 제한을 실제 공원 조성으로 전환하기 위한 재정적 보상이나 관리 비용은 주로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역량에 의존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로 인해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적 격차가 공원 조성 여부와 서비스 수준에 영향을 미치고, 이는 지역 간 환경복지 격차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둘째, 정량적 기준 중심의 지정 요건과 공익적 가치평가의 부재이다. 2025년 개정법은 국가도시공원의 지정 요건을 300만 제곱미터 이상에서 100만 제곱미터 이상으로 완화하여 제도의 접근성을 높였으나(공원녹지법 제25조의2 제1항), 여전히 국가도시공원을 어떠한 기준으로 지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성적 평가보다 면적이라는 정량적 기준을 핵심 요건으로 전제하고 있다. 이는 과거 입법 당시 기획재정부가 우려했던 ‘장기 미집행 도시공원 해소를 위한 우회적 수단으로의 악용 소지’, ‘지자체 간 유치경쟁 과열’이라는 부작용을 통제하기 어려운 한계를 지닌다(국회 국토해양위원회, 2012). 최근 관련 보도에서 확인되듯이 부산, 인천 등 지방자치단체가 ‘전국 1호’ 국가도시공원 지정을 둘러싸고 적극적인 유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https://news.kbs.co.kr; https://v.daum.net; https://www.kookje.co.kr; https://www.lak.co.kr; https://www.munhwa.com). 이러한 동향은 제도 활성화의 긍정적 신호이기도 하나 지정 논의가 공원의 장기적 생태 및 환경적 가치평가보다 국비 지원의 가능성이나 행정적 가시성 중심으로 흐를 경우, 제도의 목적이 왜곡될 위험도 함께 보여준다.

2.3 연구 의제 설정 및 공법학적 접근의 필요성
2.3.1 연구 의제 설정

국가도시공원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세 가지 차원의 연구 의제가 제기된다. 첫째, 환경 인프라 정책의 여러 수단 중 왜 도시공원법상 ‘도시공원’이 핵심적인 장치가 될 수 있는지다. 이는 도시공원이 보편적 환경복지를 실현하는 데 가지는 법적․공간적 특수성을 명확히 규명하는 문제이다. 둘째, 본래 지방자치단체의 고유사무로 분류되던 도시공원에 대하여 왜 ‘국가’의 법리적 개입과 재정 분담이 정당화되는가이다. 이는 계획상 규제와 집행․재정 책임의 분절로 인해 발생한 도시공원 일몰제의 구조적 모순을 해소하기 위해 국가의 공법적 책임 범위를 어디까지로 설정할 것인가의 판단을 필요로 한다. 셋째, 국가가 개입하는 대안적 수단 중 왜 ‘국가도시공원 제도’여야 하는가이다. 이는 공간이 가진 생태적 비가역성에 대응하여 미래세대를 위한 지속가능성 원칙을 제도적으로 관철할 수 있는 수단이 무엇인가를 규명하는 과제이다.

2.3.2 국가도시공원 제도개선을 위한 공법학적 접근의 필요성

앞서 제기한 세 가지 의제는 단순히 행정 기술적이거나 재정학적 접근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도출하기 어렵다. 도시공원 일몰제 위기 속에서 국가도시공원 제도를 둘러싼 갈등은 국민의 보편적 환경권 실현을 위한 국가의 보호의무(헌법 제35조)와 토지 소유자의 재산권 보장(헌법 제23조)이 상충하는 대표적인 사례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러한 헌법상 가치의 충돌은 공간계획을 수립하는 권한과 이를 집행하는 책임구조의 분리라는 행정법적 규율체계와 실무 법령상의 구조적 불일치로 구체화된다. 대규모 미집행 공원의 실효 위기는 국가가 국민의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조치를 다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과소보호 금지원칙의 문제를 야기하는 동시에, 정당한 보상 규정 없이 사유지의 이용을 장기간 제한하는 재산권 침해 문제를 동반한다.

따라서 본 연구는 기본권 담론에 머무르지 않고, 이를 구체적인 계획법제 및 행정적 책임체계와 유기적으로 연계하여 해석하는 법리적 돌파구로서 공법학적 접근의 필요성을 제시한다. 구체적으로는 도시공원의 가치를 살펴보는 ‘환경권(헌법 제35조)’, 국가 개입의 한계와 책임을 조율하는 ‘재산권(헌법 제23조)’, 그리고 미래세대를 위한 국가도시공원 책임의 근거이자 국토계획의 원칙이 되는 ‘지속가능성 원칙’의 세 가지 핵심 개념을 도출한다. 이러한 공법적 규범체계와 핵심 가치는 현행 제도의 규범적 위상을 정립하는 기초가 되고, 이에 대한 구체적 법리적 검증은 제3장에서 전개한다.

3. 국가도시공원 제도에 대한 공법적 정당성의 근거

3.1 대상적 차원: 환경권 실현 기반으로서 도시공원의 규범적 가치

도시공원은 단순한 휴식 공간을 넘어 헌법 제35조가 보장하는 국민의 환경권을 실현하는 중요한 물리적 기반이자 도시 생태계의 핵심 구성요소이다. 본 절에서는 국가의 환경권 보호의무와 그 실효성을 담보하는 한계 원칙으로서 ‘과소보호 금지원칙’이 장기 미집행 도시공원 일몰제 문제에서 가지는 규범적 의미를 최근 헌법재판소의 기후소송 결정 기조와 연계하여 고찰한다.

3.1.1 환경권의 공법적 위상과 국가의 적극적 책무

환경권은 국가의 침해로부터 자유로운 방어권적 성격과 적극적으로 쾌적한 환경 조성을 요구하는 수익권적 성격을 동시에 지닌 종합적 기본권으로서의 성격을 가진다(성낙인, 2022: 1607; 헌재 2008. 7. 31. 선고, 2006헌마711 결정). 이는 개인의 구체적 권리인 주관적 기본권에 그치지 않고, 국가에 환경보전이라는 공동체적 과제를 부여하는 객관적 가치 질서로도 이해할 수 있다(박태현, 2018). 특히 도시공원이 수행하는 미세먼지 저감, 열섬 현상 완화, 탄소흡수원 등의 기능은 도시민의 환경권 향유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https://www.latimes.kr). 그러므로 도시공원의 대규모 실효는 단순한 도시계획 시설의 해제라는 행정적 조치를 넘어 도시민의 일상적 환경복지 인프라를 약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3.1.2 과소보호 금지원칙과 기후소송 결정의 시사점

국가가 환경권 보호의무를 이행함에 있어 그 적정성을 판단하는 심사 척도는 과소보호 금지원칙이다. 이는 국가가 취한 보호조치가 위험 상황에 상응하는 ‘최소한의 보호’에도 미치지 못할 때 헌법에 위반될 수 있다는 심사 기준이다(헌재 1991. 9. 16. 선고, 89헌마165 결정). 2024년 헌법재판소는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에 관한 판결에서 국가의 환경보호 조치가 미래에 과중한 부담을 전가하지 않아야 하고 실효적이고 지속적인 체계로 설계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헌재 2024. 8. 29. 선고, 2020헌마389 등 결정)4). 이러한 판시 기조는 도시공원 실효 문제를 환경권 보호의무의 관점에서 재해석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한다.

문제는 동일한 토지가 한편으로는 장기적인 공법상 제한으로 인해 토지 소유자에게 특별한 희생을 발생시키고, 다른 한편으로는 도시민의 환경권 실현을 위한 녹색 인프라로 기능한다는 법익의 교차성이 존재한다는 데 있다. 도시공원은 일단 해제되어 개발이 이루어질 경우, 원래의 녹지 기능과 생태적 연결성을 회복하기 어렵다는 점에서(한국환경연구원, 2002) 비가역성(irreversible)이 강한 자산이다. 따라서 광역적 생태 가치와 기후 대응 기능을 가진 핵심 녹지공간이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적 한계만을 이유로 대규모 실효 상태에 방치된다면 이는 국가의 환경권 보호의무가 최소한의 실효성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한 규범적 의문을 제기하기에 충분하다.

3.2 주체적 차원: 국가 개입의 공법적 정당성과 책임 분담

도시공원 일몰제는 대상 자체의 환경권적 가치뿐만 아니라 규제의 장기화에 따른 사적 재산권의 제한과 이를 둘러싼 행정주체 간 책임 배분 문제를 수반한다. 본 절에서는 장기 미집행 도시공원 부지를 둘러싼 재산권 제한의 규범적 한계를 독일법상 분리․경계이론 및 토지의 상황적 구속성 법리를 통해 검토한다. 나아가 현행 국토계획 및 공원녹지법제가 내포한 계획권과 집행책임의 분절을 분석하고, 보충성 원칙에 기반한 국가 개입 및 재정 책임 분담의 당위성을 규명한다.

3.2.1 재산권 해석의 법리적 검토

도시공원 부지의 선정은 소유권 자체를 완전히 국가에게로 이전하는 수용과 달리 소유권을 유지하되 그 이용 권능만을 제약한다는 점에서 원칙적으로 토지 재산권의 내용과 한계를 형성하는 공법상 제한으로 이해될 수 있으나, 그 제한이 장기화되어 토지의 사적 이용가능성을 사실상 배제하는 경우에는 보상적 조치를 요하는 공용침해적 성격을 갖게 된다(헌재 1998. 12. 24. 선고, 89헌마214 결정; 헌재 1999. 10. 21. 선고, 97헌바26 결정)5). 이때 발생하는 법적 쟁점은 이러한 제한이 보상 없이 감내해야 할 ‘사회적 제약(sozialbindung)’에 불과한지, 아니면 정당한 보상이 수반되어야 하는 ‘특별한 희생’에 해당하는지 여부이다. 이를 규명하기 위해 우리 재산권 법리의 근간이 된 독일 기본법과 우리 헌법의 조문 구조를 살펴본다.

우리 헌법 제23조 제3항은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사용 또는 제한’을 모두 보상의 대상으로 규정함으로써 독일보다 넓은 보상범위를 명문화하고 있다. 이처럼 ‘제한’까지 보상의 범주에 포함한 우리 헌법 문언은 독일 법리를 수용하는 데 있어 주요한 차이점이다6). 독일은 재산권 제한의 성격에 대해 자갈 채취 판결(BVerfGE 제58권, 1981: 300)을 계기로 경계이론(schwellentheorie)과 분리이론(trennungstheorie)의 논의가 전개되었다. 경계이론은 보상을 요하지 않는 사회적 제약, 즉 규제가 일정한 경계를 넘어서면 그것이 사실상 공용수용으로 전환되므로 보장이 필요하다는 관점이다. 반면, 현재 독일의 주류적 견해인 분리이론은 보상을 요하지 않는 사회적 제약과 보상을 요하는 공용수용을 엄격히 분리하여 재산권의 사회적 제약이 그 수인한도를 초과하면 공용수용으로 전환되는 것이 아니라 규제 자체를 위헌으로 보아 실효시킴으로써 재산권의 원상회복을 강조한다(정하중, 2003: 57).

우리 헌법재판소는 독일식 분리이론과 유사하게 사회적 제약의 한계를 넘는 재산권 제한에 대해 곧바로 보상청구권을 인정하기보다는 보상 규정의 흠결(欠缺)을 위헌적 입법 상태로 파악하고 입법자에게 보상적 조치를 마련할 의무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판단해 왔다(김용욱, 2021). 이에 대해 한국 헌법의 문언을 살린 해석으로, 분리이론과 경계이론의 병용론(倂用論)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홍강훈, 2013: 633)7).

병용론적 관점에서 도시공원 부지의 법적 성격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독일 연방헌법재판소가 정립한 토지의 ‘상황적 구속성(situationsgebundenheit)’ 법리를 원용할 필요가 있다(BVerfGE 제58권, 1981: 300 = NJW 1982: 745). 토지는 일정한 지리적 공간에 고정되어 있으므로 특정 토지가 이미 환경보전에 필요한 생태적 요충지에 있다면 그 소유권은 본질적으로 자연적․경관적 특성, 객관적 입지라는 상황에 의해 구속된다는 것이다. 즉 도시공원 부지가 생태적 연결성, 재해 완화 등의 공익적 기능을 수행하는 토지라면 해당 토지는 일반 토지보다 강한 사회적 제약을 부과하는 것이 규범적으로 용인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상황적 구속성 법리가 모든 도시공원 부지에 대한 장기적이고 무보상의 제한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되는 것은 아니다. 도시계획시설 결정 이후 장기간 사업이 집행되지 않음으로써 사적 이용가능성이 사실상 배제되는 경우, 이는 토지 소유자에게 보상 없는 수인을 요구하는 것으로, 헌법상 재산권 보장의 한계를 넘는 특별한 희생의 문제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병용론적 접근이 필요하다. 병용론적 해석에 따르면 재산권의 전면적 박탈에 해당하는 공용수용이나 일시적 이용에 해당하는 공용사용에 대해서는 분리이론을 적용할 수 있다. 반면 재산권의 존속 자체는 유지하면서 그 이용가능성이나 교환가치를 중대하게 제한하는 공용제한의 경우, 일반적인 사회적 제약이 수인한도를 넘어 특별한 희생이 된다면 경계이론적 관점에서 헌법상 보상 문제가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일부 도시공원 부지의 지정 자체는 토지의 상황적 구속성에 의해 일정한 내용상 정당성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그 규제가 장기화되어 소유권의 본질적 기능을 침해한 ‘특별한 희생’에 대해서는 정당한 보상이 결합되어야만 비로소 헌법적 정당성을 가질 수 있다(홍강훈, 2013). 이때 문제는 단순히 개별 토지 소유자에 대한 보상 여부에 그치지 않는다. 도시공원이 환경복지 및 생태적 보전이라는 국가적 공익을 수행하는 경우, 이는 국가적․광역적 성격을 가짐에도 불구하고 그 집행과 보상의 책임을 재정력이 상이한 지방자치단체에만 전가하는 구조는 공익향유 주체와 비용 부담 간의 불일치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3.2.2 분절적 규율체계의 모순

선행연구에 따르면 도시계획 시설 지정 시 보상 규정이 배제된 원인은 입법자의 초기 규범 형성 의도에 기인한다(김용욱, 2021: 289)8). 그러나 당초 보상이 필요 없는 사회적 제약으로 이해될 수 있는 제한이라 하더라도 그 집행이 장기간 지연되는 동안 토지 소유자가 종래 허용된 용도대로 토지를 사용할 수 없고, 경제적으로 의미있는 이용가능성이 사실상 배제되는 단계에 이르렀다면, 이는 입법자가 예상한 한계를 넘어선 ‘특별한 희생’으로 평가될 수 있다(김용욱, 2021). 이러한 상황에서 입법자가 장기 미집행 도시공원 부지의 공익적 존치 필요성과 토지 소유자의 특별한 희생을 동시에 조정할 수 있는 충분한 보상 및 집행 메커니즘을 마련하지 못한 경우, 이는 헌법상 재산권 보장에 비추어 위헌적 입법 상태를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위헌적 상태의 존속은 현행 도시공원 체계의 구조적 결함인 계획권과 집행권의 분절을 드러낸다. 현재 우리 법체계는 도시관리계획을 통해 도시공원 부지에 강한 공법적 제한을 부과하면서도, 그에 따른 실질적인 조성․매입․보상 책임은 상당 부분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역량에 의존하도록 설계되어 있다(국토계획법 제43조 제3항 및 제4항, 동법 제62조 제1항, 공원녹지법 제4조의2, 동법 5조, 동법 제6조 제2항). 이는 독일 연방건축법(BauGB)이 지방자치단체의 계획 고권을 전제로 하면서도, 법률 내부에서 계획과 보상 사이의 유기적인 제도적 연계를 확보한 것과 대비된다9). 독일 사례의 시사점은 보상의 주체보다 규제 권한을 부여한 법체계가 그로 인해 발생하는 집행과 보상의 문제까지 일정한 방식으로 내부화해야 한다는 점에 있다. 반면 우리 법제는 국가가 법률로써 도시계획 시설 지정과 행위 제한의 근거를 마련하면서도, 장기 미집행 상태에서 발생하는 조성․매입․보상비용을 주로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역량에 의존하도록 설계함으로써(국토계획법 제43조 제3항 및 제4항, 동법 제62조 제1항, 공원녹지법 제4조의2, 동법 5조, 동법 제6조 제2항) 국가적 공익과 비용 부담 구조 사이의 불균형을 충분히 해소하지 못한 한계를 보인다.

3.2.3 보충성 원칙을 통한 국가 개입 및 책임 분담의 당위성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적 한계로 인해 지연되거나 좌초된 집행은 국민의 환경권 공백 및 사적 재산권의 특별한 희생이 장기화되는 법적 위기상황이다. 이러한 구조적 정체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원용될 수 있는 공법상 원칙이 ‘보충성의 원칙(subsidiarity principle)’이다. 이는 지방자치와 지방분권을 추진하는 지도원리로, 보충성에는 국가 개입을 제한하는 소극적 보충성과 개입을 긍정하는 적극적 보충성이 모두 포함된다(한귀현, 2012). 즉 공적 과제에 대해 지방자치단체의 계획 및 관리 권한을 우선하되 지방재정의 한계로 그 과제를 충분히 수행하기 어려운 경우에만 국가가 보완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본래 도시공원의 조성 및 관리는 지방자치단체의 고유사무로 분류된다(공원녹지법 제16조 및 제16조의2). 그러나 장기미집행 일몰제와 같이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범위를 초과하여 기본권 보장의 의무를 다할 수 없는 한계 상황에서는 국가의 보충적, 즉 보완적 책임 이행이 요구된다. 따라서 주체적 차원에서 왜 국가가 개입해야 하는가라는 의제는 보충성 원칙에 의해 그 당위성이 확보된다. 이는 헌법 제23조 제3항이 요구하는 정당한 보상과 재산권의 존속보장 요청을 배경으로, 토지 재산권 보장과 환경적 공익 사이의 균형을 제도적으로 모색한다는 점에서 공법학적 정당성을 가진다.

3.3 수단적 차원: 지속가능성 원칙과 공법적 이행 수단의 적정성

국가도시공원 제도의 공법적 정당성은 환경권(3.1)과 재산권(3.2)의 논의를 거쳐 미래세대를 보호하는 지속가능성 원칙의 적정한 이행 수단(3.3)으로서 완성된다. 다만 본 제도의 수단적 적합성을 고찰하기에 앞서 도시공원 일반론과의 구별이 선행되어야 한다. 도시공원은 현세대의 여가 활성화를 목적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사무로 집행되는 것이 타당하다. 반면 국가도시공원은 단일 지방자치단체의 역량을 넘어 기후 위기로부터 미래세대의 환경권을 방어하는 지속가능성 원칙의 이행 수단이다. 즉, 모든 공원에 국가가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의 관할권을 넘어서는 국가적 차원의 환경 인프라에 한하여 국가가 보충적으로 책임을 분담하는 수단인 것이다. 이하에서는 지속가능성 원칙 및 미래세대의 보호를 고찰한다.

3.3.1 지속가능성 원칙의 규범적 의의와 공법적 근거

지속가능성 원칙은 미래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킬 능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현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개발을 의미하며(헌법재판연구원, 2024)10), 현대 환경법과 국토 및 도시계획법 체계에서 중요한 규범 원칙으로 작동한다. 우리 헌법상 명시적 조문은 없으나, 헌법재판소는 헌법전문(前文)의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인용하면서 미래에 과중한 부담이 이전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미래 국민의 자유 보장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판시한 바 있다(헌재 2024. 8. 29. 선고, 2020헌마389 등 결정). 따라서 지속가능성 원칙이 명시적인 헌법 고유의 원칙으로 확립되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우나, 국가공동체의 지속가능성 확보가 헌법 질서의 전제에 속한다는 점에서 헌법전문을 매개로 한 객관적 규범 원리로서의 위상을 인정할 수 있다(헌법재판연구원, 2024: 11).

나아가 지속가능발전기본법, 환경정책기본법,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등 현행 국내 법률은 지속가능성 원칙을 현재와 미래세대 간 자원 이용의 조화와 균형이라는 관점에서 수용하고 있으며, 이를 환경정책 및 기후 위기 대응 정책의 주요한 지도원리로 제도화하고 있다(황계영, 2017). 지속가능성 원칙은 구체적인 주관적 공권을 직접 도출하는 근거라기보다는 국가정책 결정 과정에서 환경보전, 사회적 형평성, 세대 간 부담 배분을 통합적으로 고려하도록 하는 규범적 해석기준으로 기능한다(황계영, 2017).

이러한 추상적 원리를 국토계획 체계 내에서 구체적인 법적 임무로 제도화한 비교법적 입법례로서 독일 연방건축법(BauGB)은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독일 연방건축법은 기후 보호 개정을 통해 건축기본계획의 목표에 기후 보호와 기후 대응을 명시하고, 이른바 기후보호조항을 통해 이를 계획 수립과정에서의 독립적인 요소로 포섭하였다(연방건축법 제1조 제5항, 제1a조 제5항)11). 이는 지속가능성 원칙이 선언적 문구에 그치지 않고 국토의 이용 및 개발 과정에서 관철되어야 할 실천적 법 원칙으로 구체화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3.3.2 미래세대 보호를 위한 수단으로서 국가도시공원 제도의 적합성

‘미래세대’는 현재의 주권 행사에 직접 참여할 수 없고 독자적 기본권 주체성도 논쟁적이나(이성환, 2022), 장차 도래할 기본권 주체로서 현세대의 결정에 따라 향후 자유와 환경적 법익이 과도하게 그들의 침해되지 않도록 고려되어야 할 헌법적 보호 이익을 가진다(헌법재판연구원, 2024). 이와 관련하여 독일 기본법 제20a조는 환경 및 미래세대에 대한 책임을 국가목표조항으로 명문화함으로써 생태계 보호를 국가작용의 핵심 지향점으로 설정하고 있다(헌법재판연구원, 2024)12).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2021년 기후변화 결정에서 이러한 미래세대 보호의무를 한층 구체화하였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입법자가 온실가스 감축경로를 충분히 구체화하지 않은 경우, 현재의 배출 허용이 장래에 급격한 감축 부담으로 전환되어 미래세대의 자유 행사를 사실상 선취적으로 제한할 수 있다고 보았다(BVerfGE 제158권, 2021: 282; 김태호 2021: 22-24). 이때 제시된 시간을 초월해서 작동하는 ‘기간 간 자유의 보장(intertemporale freiheitssicherung)’은 자유의 가치를 현재 시점에 한정하지 않고 장래의 자유행사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관점을 기본권 영역에 포섭한 것으로서(정수진, 2025), 환경위기 앞에서 국가의 사전예방적 조치를 요구하는 규범적 근거가 된다(김태호, 2021: 18).

도시공원은 일단 해제되어 고밀도 개발이 이루어질 경우, 원래의 녹지 기능과 생태적 연결성을 회복하기 어려운 비가역성이 강한 자산이다. 현세대의 재정적 한계나 행정적 지연으로 인해 핵심 녹색 인프라가 실효되는 것은 미래세대가 향유할 수 있는 환경적 선택지와 녹색 자원의 회복 가능성을 현재 시점에서 중대하게 축소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따라서 국가도시공원은 단순히 동시대의 행정적 필요나 재정적 보조를 위해 지정되는 일시적 시설이 아니다. 이는 국토와 자원의 보호 및 계획 수립 의무를 명시한 헌법 제120조 제2항의 국가적 책임계획을 구체화하고, 미래세대의 자유를 담보하는 장기적인 공법적 이행 수단으로서의 성격을 가진다. 즉 도시공원을 개별 지방자치단체의 단순한 관리시설을 넘어 현세대와 미래세대의 환경권 실현을 매개하는 장기적 녹색 인프라로 재규정할 때 국가도시공원 제도는 이에 관한 국가의 책임을 자치사무의 보조 수준에서 국가적 지속가능성 과제의 직접 수행으로 전환하는 제도적 장치가 된다.

이때 국가도시공원 제도의 적절성은 단순히 국가가 재정을 지원한다는 사실만으로 도출되는 것은 아니다. 장기 미집행 도시공원 문제에 대응하는 방식으로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지방자치단체의 자체 매입, 일반 국고보조, 도시계획 시설 해제 후 별도 보전지역 지정 등 다양한 대안이 존재한다(김예성, 2019; 한국건설산업연구원, 2019). 그러나 이들 방식은 각각 개발이익과 보전 목적의 긴장, 지방재정 격차의 지속, 특정 공간의 국가적 환경가치 확인 기능의 약화라는 한계를 가질 수 있다(https://www.khan.co.kr). 한편 국가도시공원 제도는 국토 공간의 생태적․환경적 가치를 엄격히 심사하여 지정하고, 그 이후 관리 지원 및 체계적인 사후관리 장치를 결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수단의 적정성을 확보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4. 결론

앞선 논의에서 확인한 바와 같이 국가도시공원 제도는 단순히 도시 녹지를 확충하는 단기적 행정정책의 차원을 넘어선다. 본 제도는 헌법상 환경권, 재산권 보장, 그리고 지속가능성 원칙 및 미래세대에 대한 책임이 국토 공간을 매개로 복합적으로 교차하는 공법적 영역에 있다. 즉 기본권 간 평면적 충돌이 아니라 재산권 보장, 환경권 보호, 지속가능성 및 미래세대 책임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다차원적 규범 상충 체계로 파악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국가도시공원 제도는 어느 하나의 법익만을 일방적으로 우선시키는 방식으로 이해되어서는 안 된다. 재산권 보장만을 절대화할 경우 도시공원의 대규모 실효와 난개발을 통해 환경권 보호의 공백이 발생할 수 있고, 반대로 환경권 보호만을 일방적으로 강조하면, 특정 토지소유자에게 정당한 보상이나 부담 완화 장치 없는 특별한 희생을 강요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그러므로 국가도시공원 제도는 상충하는 복수의 헌법적 요청을 국토 공간에서 조화시키는 제도적 메커니즘으로 재규정될 필요가 있다.

이에 어느 하나의 법익을 일방적으로 우선 하기보다는 상충하는 헌법적 가치들이 가능한 한 최대한 실현될 수 있도록 조정하는 실제적 조화의 원칙, 즉 ‘규범조화적 해석 원리’13)에 입각하여 국가도시공원 제도의 위상을 재정립하고자 한다. 도시공원의 환경적 가치는 장기적으로 보전될 필요가 있지만, 그 보전에 따르는 재정적․사회적 부담이 특정 사적 소유자나 재정력이 취약한 개별 지방자치단체에 일방적으로 귀속되어서는 안 된다는 당위성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규범조화적 해석에 따라 국가를 단순히 예외적인 비용 보조자 등 기존의 소극적 주체에서 벗어나 국가적 수준의 환경적 가치가 인정되는 도시공원에 대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규범적․재정적 책임을 합리적으로 분담하는 ‘협력적 행정 모델’로 이해되어야 한다.

우리 헌법 제23조 제1항 후단과 제35조 제2항은 재산권과 환경권의 구체적인 내용과 행사를 모두 법률로 정하도록 입법자에게 임무를 부여하고 있다. 즉, 두 기본권은 헌법 규정 자체만으로 완전하게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입법자가 법률을 제정하여 제도를 형성하는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실체적 효력을 발휘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국가도시공원 제도는 장기 미집행에 따른 법 제도적 모순을 보완하고 환경권과 재산권의 조화를 구현하기 위해 입법자가 마련한 구체적인 제도적 이행 수단으로 해석할 수 있다. 2026년 5월 현재, 공원녹지법의 2025년 개정에 따른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이 입법 예고되어 법률에서 위임된 사항을 구체화하기 위한 제도적 실행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법제처, 2026). 다만 본 제도가 앞서 살핀 헌법상 기본권 충돌을 조정하는 협력적 책임 분담 제도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입법론적 보완 장치가 검토되어야 한다.

첫째, 지정 단계에서 국가적 가치 중심의 정성적 요건을 강화하고 국토 균형발전을 고려한 심의 기준을 설계하여야 한다. 도시공원 사무가 본래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사무에 해당하므로 국가의 개입과 관리․감독이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적인 계획․관리 권한을 침해하고 지방자치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 또한, 국가도시공원 제도가 지방자치단체의 장기 미집행부지 매입 부담을 국가에 이전하기 위한 우회적 재정 확보 수단으로 활용되거나 지정 신청을 둘러싼 지방자치단체 간 과열 경쟁을 유발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실제 최근 일부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전국 1호’ 지정을 위한 유치 움직임이 활발해지는 동향은(https://news.kbs.co.kr) 제도 활성화의 신호인 동시에 지정 논의가 공간의 생태적 가치평가보다 국비 확보 가능성이나 행정적 가시성 중심으로 흐를 위험을 보여준다. 아울러 지정 신청을 위해 일정한 행정역량과 부지확보 능력이 요구되는 제도의 특성상 상대적으로 재정 여력이 있는 광역 지방자치단체나 대도시 중심으로 지정이 편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지극히 타당한 지적이다.

이러한 문제의 가능성을 통제하기 위해 정성적 지정 요건의 강화가 필요하다. 개정법은 최소 면적 기준을 100만 제곱미터 이상으로 완화하였으나 해당 공간이 왜 국가도시공원으로 지정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질적 평가 기준은 여전히 구체화되어 있지 않다. 만약 국가도시공원 제도가 100만 제곱미터 이상이라는 단순한 면적 기준을 중심으로 제도가 운용되고, 국가적 가치에 대한 정성적 평가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국고지원 확보를 목적으로 한 전략적 신청 행위나 행정력 낭비를 통제하기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제도의 목적 왜곡 가능성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중앙도시공원위원회의 심의과정에서 대상지의 광역적 생태적 가치, 기후 위기 대응 기능성, 장기 미집행 도시공원으로서의 공익상 존치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다차원적 기준이 반영되어야 한다. 나아가 개별 지방자치단체의 신청 역량에만 의존하지 않고 지역 간 형평성과 국토의 균형발전이라는 공익적 가치가 심의 기준에 포함될 수 있도록 세부 평가지표를 정교화하는 것이 요구된다14). 이는 국가의 보완적 개입이 지방자치단체의 권한을 대체하거나 박탈하는 것이 아니라 역량 한계를 보완하여 균형을 도모하는 협력적 책임 분담 구조임을 명확히 하는 입법론적 대안이 될 수 있다.

둘째, 지정 이후의 사후관리 체계 구축과 지정 해제 제도 도입이 요구된다. 국가도시공원의 지정이 국가의 환경권 보호의무를 구체화하는 수단이라면, 지정 이후에도 해당 공간이 국가적 수준의 공익적 기능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환류(feedback) 체계가 담보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공원의 관리 수준을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정기평가 제도를 도입하고, 그 결과를 국고지원의 조정이나 개선명령 등의 후속 조치와 연계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나아가 지정 목적이 중대하게 훼손되거나 관리 부실로 인해 법령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를 대비하여 제도의 신뢰성을 유지하기 위한 최후의 통제장치로서 지정 해제의 법적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다만 지정 해제가 행정청의 자의적 판단으로 흐르거나 공원의 보전 자체를 약화하지 않도록 사전 개선명령 및 이행기간 부여, 중앙도시공원위원회의 심의 등 단계적 절차를 법령에 명확히 규정함으로써 제도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 결국 국가도시공원 제도의 입법론적 보완 방향은 지정 단계에서의 실질적 가치 평가와 지정 이후의 지속적인 관리․환류 체계 구축이라는 두 축으로 수렴된다. 이러한 비판적 쟁점의 수용과 규범적 보완이 법령 단위에서 뒷받침될 때 본 제도는 단순한 보조사업의 한계를 극복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국가적 환경 인프라를 보전하는 상호 협력적 관리하는 제도로 기능할 수 있다.

본 연구의 의의 및 한계는 다음과 같다. 첫째, 국가도시공원 제도의 공법적 위상의 재정립이다. 본 연구는 해당 제도를 단순한 단기적인 공원녹지 정책이나 국고지원 사업의 층위에서 나아가 헌법상 재산권 보장, 국가의 환경권 보호, 지속가능성 원칙이 교차하는 공법적 제도로 재해석하였다. 이를 통해 그간 이론적 뒷받침 없이 운용되어온 국가도시공원 제도의 규범적 근거를 체계화하였다. 둘째, 기본권 충돌 해소를 위한 규범조화적 분석 구조의 제시이다. 장기 미집행 도시공원 문제를 동일한 공간을 둘러싼 토지 소유자의 재산권의 특별한 희생과 미래세대의 환경적 법익의 대립하는 다차원적 규범 상충 체계로 규정하였다. 또한 이를 실체적 조화의 원칙에 따라 동시적으로 최적화하는 공법적 책임 분담 제도로 이해할 수 있는 기초를 제공하였다. 셋째, 조경학적 공간과 공법학적 법리를 유기적으로 융합한 학제 간 연구로서의 독창성을 가진다. 방법론적으로 법학적 접근을 취하고 있으나 연구의 궁극적 대상과 지향점은 조경학의 영역인 도시공원과 그 미래 개선방향에 두고 있다. 특히 기존의 정책․계획적 논의에서 나아가 법제도적 한계와 정당성을 법리적으로 규명함으로써 향후 국가도시공원 제도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과 입법론적 대안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그 학술적 의의가 있다. 연구의 한계로는 본 연구에서 다룬 환경권과 지속가능성 원칙은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성격이 강해 이를 근거로 구체적인 국가의 의무로 도출하여 강제하기에는 법리적 구속력이 다소 약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본 연구는 국가도시공원 제도를 둘러싼 법 정책적 논의에 공법적 분석 틀을 제공하고자 한 시론적 연구이다. 해당 제도가 장기 미집행 도시공원 해소를 위한 일회적 처방을 넘어 실질적인 국가적 환경 인프라 협력제도로 기능하기 위해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입법(공원녹지법 내 개념 재정립 또는 시행령 및 시행규칙의 개정)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며 이에 대한 연구는 후속 과제로 남긴다.

Notes

이는 법학 방법론이 구체적 법률 해석과 그 기준이 되는 가치척도의 적합성, 법률 해석 등을 검토하는 방법적 지침이라는 논의에 기초한다(김영환, 2015: 133-166).

본 연구가 독일 법제를 주된 비교 대상으로 선정한 배경과 여타 주요국의 제도적 특성을 부언하면 다음과 같다. 일본의 경우, 도시계획법에 따른 계획 결정과 도시공원법에 따른 공원 관리라는 이원적 구조를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과 외형적인 유사성을 지닌다(한국법제연구원, 2008). 그러나 일본은 도시계획법 내에 수용 절차를 직접 규정함으로써 계획 결정과 사업 진행 사이의 연계성을 긴밀하게 확보하는 일종의 ‘절차적 완결성’을 내포하고 있다(최종권, 2015). 이에 따라 계획과 집행의 단절을 보완하기 위해 국가개입의 규범적 정당성을 도출하고자 하는 본 연구의 목적상 비교법적 실익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고 판단된다. 미국의 경우, 연방 차원의 통일된 도시공원 법체계가 존재하지 않고, 지방정부의 자율적 정책 판단에 기초한 자치행정적 성격이 강하게 나타난다(최종권, 2015). 이는 법률에 기반한 계획 결정과 그에 따른 공법적 구속력을 전제로 운용되는 한국의 법체계와 구조적 차이가 존재하므로, 직접적인 법리 도출의 도구로 원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사인의 토지가 도로, 공원, 학교 등 도시계획 시설로 지정된다는 것은 당해 토지가 매수될 때까지 시설예정부지의 가치를 상승시키거나 계획된 사업의 시행을 어렵게 하는 변경을 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변경금지의무’를 토지소유자에게 부과하는 것을 의미한다(헌재 1999. 10. 21. 선고, 97헌바26 결정).

헌법재판소는 해당 사건에서 2031년부터 2049년까지의 정량적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법률상 어떠한 형태로도 제시하지 않은 흠결에 대해 점진적이고 지속적인 감축을 실효적으로 담보하지 못하고 미래세대에 과중한 부담을 전가한다는 점에서 과소보호 금지원칙에 반한다고 판단하였다(헌재 2024. 8. 29. 선고, 2020헌마389 등 결정).

국가가 공공의 필요에 의해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공용침해(公用侵害)’라 정의하며, 이는 통상 수용(收用), 사용(使用), 제한(制限)의 세 범주로 구분된다.

독일 기본법 제14조는 재산권의 내용 및 한계의 설정(제1항), 공익적 의무(제2항), 공용수용(제3항)을 체계적으로 구분하여 규정한다. 특히 제3항은 재산권의 보상 대상을 오직 ‘수용’으로 한정하여 명시하고 있다.

병용론이란 우리 헌법 제23조가 독일과 달리 ‘공용제한’을 보상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여 재산권의 전면적․일시적 제한인 수용과 사용에는 분리이론을 적용하고, 재산권 행사에 대한 일정한 제한에는 경계이론을 적용하여 우리 헌법의 특수성에 부합하는 해석 체계를 구축하고자 하는 이론이다(홍강훈, 2013). 한편, 보상 규정 없는 재산권 제한 법률에 관한 논의에서도 우리 헌법 제23조 제3항은 독일보다 넓은 공용침해 개념을 취하고 있으므로 독일식 분리이론을 그대로 적용하는 데 문제가 있다는 견해는 2004년부터 전개됐다(김현철, 2004).

입법자는 최초 입법 당시 도시공원 지정을 헌법 제23조 제3항의 공용제한이 아니라 보상이 불필요한 동조 제1항의 재산권의 내용과 한계 내지 사회적 제약의 구체화로 파악했던 것으로 이해된다(김용욱, 2021: 289 재인용).

독일 연방건축법(BauGB)은 계획의 변경 및 폐지, 또는 허용된 토지이용 가능성의 박탈 등으로 인해 토지 소유자에게 수인한도를 넘는 재산상 불이익이 발생할 경우, 동법 제39조 내지 제44조에 걸쳐 구체적인 금전 보상 및 토지 매수 청구권 등의 구제 수단을 완결적으로 규정하고 있다(국가건축정책위원회, 2015). 계획의 수립부터 집행, 비용 부담에 이르는 전 과정을 하나의 법률에서 규율한다는 점에서 독일의 연방건축법을 ‘실질적 완결성 법체계’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통일적인 정의는 존재하지 않으나, 유엔 세계환경개발위원회의 연구 보고서상의 정의로 대체적인 합의가 되어 있다(헌법재판연구원, 2024: 7).

독일 연방건축법(BauGB)은 2011년 기후보호개정(Klimaschutznovelle)을 도입하여 법 제1조 제5항에 ’기후보호와 기후대응의 촉진’을 명시하였고, 제1a조 제5항의 기후보호조항(Klimaschutzklausel)을 통해 이를 도시계획 수립 시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행정형량 요소(Abwägungsbelang)로 의무화하였다. 그 외 개정 내용으로는 재생에너지의 투입, 에너지 효율성, 에너지절약과 관련하여 제1조 건축기본계획의 의무, 개념, 원칙 조항 등이다(길준규, 2017: 158).

독일 기본법 제20a조는 ‘국가는 미래세대에 대한 책임을 또한 고려하여 헌법 질서의 범위 내에서 입법 작용을 통해, 법률과 법의 척도에 따라 행정작용과 사법작용을 통해, 자연적 생활기반과 동물을 보호한다.’고 명문화하였다(헌법재판연구원, 2024: 26). 이 조항은 독일 기후결정에서 중요한 헌법적 근거로 작동했다. 독일 기후소송 연구도 2021년 결정이 기본권 보호의무와 기간 간 자유 보장(Intertemporale Freiheitssicherung)을 중심으로 검토되었다(김희정, 2022).

규범조화적 해석(Praktische Konkordanz)이란 헌법상 충돌하는 복수의 가치 중 어느 하나를 추상적으로 우위에 두는 방식이 아니라, 구체적 맥락 하에서 양 기본권의 보호영역을 가능한 한 대등하게 보전하면서 균형을 도출하는 공법학적 해석 방법을 의미한다(허영, 2021).

구체적으로 중앙도시공원위원회의 심의기준에는 가령 환경서비스 취약도, 인구밀도 대비 녹지율, 지역 균형발전 기여도 등을 독립적인 평가요소로 반영할 수 있다. 국가도시공원은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역량에만 의존하는 제도가 아니라 실효 위기가 심각하거나 생활권 녹지가 부족한 지역의 환경복지 개선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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