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1981년 ICOMOS-IFLA 국제 역사 정원 위원회에서 제정한 플로렌스 헌장에서는 역사정원을 식물이 주를 이루는 건축적 구성으로 이를 영원히 변하지 않도록 유지하고자 하는 예술가와 장인의 욕구사이의 존재하는 끊임없는 균형으로 보았다. 이처럼 정원의 주된 구성요소인 수목은 계절의 순환에 따라 생성과 소명을 반복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국가 최고의 품격을 갖춘 공간인 궁궐에 대한 수목관리는 당시에도 중요한 일이었을 것이다. 과거로부터 전해오는 수목관리에 대한 시행과 기법에 대한 고증은 현재와 미래에 궁궐의 정원을 관리하는 필수적인 작업이다. 조선시대 궁궐에 식재된 수목의 위치와 종류를 밝히기 위한 시도는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나 기록의 한계로 수목 관리에 대한 접근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수목은 지속적인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밀생으로 인한 병충해, 허약지 및 고사지 발생 등으로 생육을 위한 정상적인 활동에 문제가 생긴다. 궁궐 내 건축물 주변에 식재되거나 생육했던 수목들은 병충해 방제나 수형 관리가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과거 기록에서도 궁궐 내 수목이 관리되었다는 기록 일부를 찾아볼 수 있다. 「조선왕조실록」,「승정원일기」,「일성록」에서는 궁궐 내 자연재해로 인해 생긴 고사지를 전정하여 생육을 유지하는 것과 재산, 인명의 피해를 가져올 만큼 손상된 수목의 가지를 제거하는 등 위험전정 목적으로 관리했다는 것이 확인된다.
현재까지 궁궐의 식생 및 수목에 관련된 연구는 다수 진행되었다. 문화재청(1989; 2002; 2005; 2016a; 2016b)은 궁궐의 식생 현황 조사와 식생 경관의 관리방안을 제시하였다. 이선과 배상원(2005)은 문헌에서 확인된 역사적 수목의 수령 측정을 통해 실증적으로 검증하였다. 김현준과 심우경(2007)은「동궐도」에서 확인된 조경 식재 현황을 분석하여 식생경관의 원형고증을 시도하였다. 궁궐의 식생경관과 수목에 관한 연구는 현황 비교, 배식기법, 관리방안 제시 등에 관한 연구가 주로 진행되었으며 관리기법 및 관리상태에 관한 연구는 부진하였다.
한편 사진을 통해 과거의 모습을 추측하여 문화재의 원형을 복원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1884년 조지 클레이터 포크(George C. Foulk)에 의해 창덕궁을 촬영한 사진이 조선 궁궐을 최초로 담은 사진으로 소개되었다.「조선고적도보」,「궁내청 사진첩」, 우편 사진, 선교사들에 의해 찍힌 사진 등은 근대시기에 촬영된 대표적인 사진으로 개항기 궁궐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사료이다. 문화재청(2018)은 경복궁 향원정과 취향교 발굴조사 당시 촬영된 사진을 통해 원형을 추정하였다. 임정수(2016)는 수원화성의 성내 거주지역 사진을 대상으로 현재와 과거의 변화를 비교, 분석하여 문화재 주변 경관 관리 방안을 제시하였다. 이처럼 과거에 촬영된 사진을 활용하여 복원하고, 경관변화를 분석하는 연구가 진행되었다. 사진을 통한 연구는 식생 분야에서도 적용할 수 있다. 특히 정지․전정의 행위는 과거부터 수년에 걸쳐 이루어지기 때문에 흔적을 남기게 된다. 그러므로 과거 사진을 통해서 수목 관리에 의해 생성되는 흔적들은 발견 가능성이 있다. 근현대기에 촬영된 사진들은 수목의 형상, 수종, 관리 여부를 파악할 수 있을 정도의 해상도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사진을 토대로 궁궐 내 수목 관리에 관한 연구는 수행되지 않았다.
이에 본 연구는 근대기 촬영된 사진을 수집하여 문헌상 기록의 한계로 인해 접근이 어려웠던 수목 관리 여부와 수종, 관리 유형을 밝히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수집된 사진에 나타난 수목의 형상과 상태에 대해 수목 관리 전문가에게 인터뷰를 실시하여 객관적인 평가와 분석을 시도하였다.
2. 연구범위 및 방법
본 연구는 전문가들의 내부경험과 의미가 형성되고 변환되는 방법을 탐색하고 심층적 연구가 부족한 분야를 개척하기 위해서 질적 연구를 사용하였다. 일반적으로 수목의 수형 조절을 위해 실시되는 정지․전정은 수목에 흔적을 남기게 된다. 수목은 시간의 흐름, 계절의 변화 등에 따라 자연스러운 낙지(落枝)현상이 일어나며, 그 흔적은 인위적인 관리와는 차이를 보인다. 과거에 촬영된 사진의 수목의 정지․전정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수목 재배 전문가와 분재 전문가의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그러므로 각기 다른 전문가들이 의견을 수렴하여 객관적 사실로 사용할 수 있다. 그래서 과거 사진을 토대로 수목의 정지․전정 여부를 사진 수집 및 판독과 전문가 집단의 심층 인터뷰를 중심으로 진행하였다.
사진은「서울역사박물관」,「국립중앙박물관」,「조선고적도보」 등에서 보유한 것들을 수집하여 살펴보았다. 궁궐 수목의 형상을 파악할 수 있는 1884-1945년에 촬영된 사진을 대상으로 분석하였다. 1차 사진 수집 결과, 수목의 형상이 나타난 사진으로 동궐(창덕궁․창경궁) 130장, 경복궁 113장 총 243장을 수집하였다. 이 중 해상도가 좋지 않은 사진을 제외하여 창덕궁 43장, 창경궁 7장, 경복궁 62장으로 총 112장의 사진을 선별하였다. 112장의 사진을 토대로 수종의 판별과 전정 등 관리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수목 및 조경 분야 전문가 집단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수행하였다.
업종 및 경력에 대한 집단 편차를 고려하여 조경수 생산 전문가, 분재 전문가, 수목원 관리 전문가, 관련 이론 교육전문가 등의 4개 분야에서 2명씩 선정하여 총 8명에게 심층 인터뷰를 수행하였다(표 1 참조).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여 수종 판단, 전정 여부 근거, 전정 목적 등을 설문하고 개별 전문가의 의견과 근거를 심도 있게 분석하였다. 동시에「조선왕조실록」,「일성록」,「승정원일기」 등을 통해 과거 왕릉, 종묘를 비롯한 궁궐 내에서 수목관리가 이루어진 기록을 확인하여 근대기 이전에 정지․전정의 중요성과 시행여부를 확인하였다.
분야 | 소속 | 업무 | 경력 |
---|---|---|---|
생산 | 조경수 농원 | 대표 | 31년 |
조경수 농원 | 대표 | 31년 | |
분재 | 수목원 | 관리 | 7년 |
수목원 | 관리 | 11년 | |
관리 | 수목원 | 관리 | 28년 |
수목원 | 연구 | 21년 | |
교육 | 대학교 조경학과 | 교육 | 33년 |
대학교 조경학과 | 교육 | 34년 |
총 112장의 사진을 토대로 인터뷰를 진행하였으며 수종을 식별한 사진은 34장이다. 전문가들은 수형과 잎의 형태를 통해 활엽수와 침엽수를 우선적으로 식별할 수 있었다(그림 1 참조). 하지만, 침엽수종은 사진을 통해서 정확한 잎의 크기, 개수, 수피 색상 등의 확인이 어려워 정확한 수종을 식별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 그럼에도 전체적인 수형을 통해 소나무, 전나무 등은 식별이 가능하였다.
수종을 식별한 사진 중에서 정지․전정이 시행되었다고 추정된 사진은 17장이었다. 전문가들은 식별된 수종과 그 주변의 환경여건, 잎의 밀도, 상흔 등을 통해 당시 수목의 관리가 이루어졌다는 근거를 관련 이론과 비교하여 제시하였다.
3. 결과 및 고찰
창덕궁 선정전 입구 사진의 촬영 시기는 1928년으로 전문가 모두 원추형의 주목으로 추정하였다(그림 2(a) 참조). 전문가들은 수종 추정에서 만장일치의 의견이었지만, 전정 시행의 의견에서는 4명만 동의하였다. 분재, 교육 전문가의 의견으로 잔가지가 치밀하고 세력이 좋은 주목은 측지가 없는 것으로 보아 약한 전정을 통해 조형되었다는 의견이 있었다. 반면 수목관리 전문가는 원추형의 형태가 주목의 자연수형이라고 판단하여 전정하지 않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주목은 강전정으로 수형을 만들기 위한 관리가 아닌 고사지, 허약지, 교차지 등 웃자란 가지를 제거하여 약전정으로 관리해야하는 수목이다. 또한 측지가 오래될수록 잎과 가지의 비율이 맞지 않아 수형이 불량해진다. 이에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여 사진의 주목은 측지가 없으므로 전정된 것으로 판단하였다. 주목은 잔가지를 지속적으로 다듬어야 원추형 수형으로 유지되기 때문에 수형관리가 이루어진 것으로 생각된다.
1900년대 초반에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창덕궁 관람지 주변 수목은 침엽수로 잎 모양으로 정확한 수종을 판독하기에 한계가 있다(그림 2(b) 참조). 소나무, 주목, 잣나무 등 다양한 의견이 있었지만, 소나무라는 의견이 다수였다. 수종 수청에 대한 의견은 다양하였지만, 전정 여부에서는 전문가 모두 시행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소나무의 관리 기법에 대한 내용은 상세한 의견이 나왔다. 생산 전문가는 절간 간격이 일정하면서 균형을 이루고 있으며 고사지가 적은 것으로 보아 수관 정리를 한 것으로 전정 가능성에 대해 피력하였다. 판단근거로는 해당 수목은 1년 이상 전정을 시행하지 않을 시 고사지가 많이 나왔을 것으로 언급하였다. 교육 전문가는 왼편에 식재된 수목의 수관부가 오른편 수목의 수관부에 비해 가지가 지그재그 형태로 정돈되어 있기 때문에 고급 기술을 사용한 관리 형태라고 제시하였다. 또한 수목 관리는 1-2년에 최소 1회 이상 진행된 것으로 추정되며, 사진상으로는 전정 후 1년 이상이 지난 시점으로 추정하였다. 사진과 같은 수형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2-3년 이상 작업을 반복하였다는 의견이었다. 전문가들의 전정 근거를 바탕으로 사진 속 소나무 추정 수목의 수간 하단부에서 가지를 절단한 흔적을 확인하였다. 상처 부위의 회복상태를 살펴보니 자연낙지로 인해 생긴 흔적이 아닌 굵은 가지를 전정한 후 생긴 상처로 인해 타원형의 새살고리가 자란 것으로 추정하였다. 사진에서 수목의 상처가 확인되어 수관부의 전정도 함께 시행되었으며 밀도가 낮은 것으로 보아 정돈된 수형이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위와 같은 사진 속 수목의 수피에서 발견된 흔적을 통해 관리 방법을 추적할 수 있다.
수목은 상처를 감싸기 위해 목질의 띠를 형성하는데 가지치기와 불필요한 가지 제거 등으로 인한 인위적인 정지․전정은 수간에 상흔을 남기게 된다. 이러한 상흔은 자연적으로 낙지된 흔적과 다르게 나타나므로 이를 통해 관리 여부를 파악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자연낙지의 경우, 광량이 부족한 아래쪽 측지가 고사하면 이층(離層)이 형성되어 줄기로부터 떨어지는 현상이다. 이는 병충해를 입은 가지에 부후균의 침투로 인해 세력이 약해진 가지가 낙지하는 것이다. 자연낙지된 흔적은 전정한 것과 같이 지륭이 발생되지 않으며 이러한 차이를 통해 전정과 자연낙지의 구분이 가능하다(그림 3 참조).
일제강점기에 촬영된 창경궁 사진 속 수목에 대해 전문가들은 만장일치의 의견으로 가이즈카향나무로 추정하였으며 전정 시행 가능성을 제의하였다(그림 4 참조). 분재전문가는 세 장의 사진 속 수목에 대해 수형이 잘 조형되어 있으며 약전정으로 도장지 제거만 시행한 것으로 판단하였다. 생산전문가는 상부의 솟은 가지로 보아 전정한 시기가 오래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하였고, 밀도가 낮은 수목 중앙 부분도 관리하였을 것으로 제시하였다. 반면, 수목관리전문가는 수형을 위한 강전정이 아닌 관리가 필요한 일부분만 정리된 것으로 추정하였다. 이에 교육전문가는 수관의 하단부분의 전정만 시행하였으며 성장하는 과정에서 수형이 뒤틀리기 때문에 조형을 위한 전정이 시행되었을 것으로 피력하였다. 다만 뒤틀리고, 가지가 자라 솟아있는 상부를 통해 수년 전에 전정이 시행된 것으로 추정하였다. 4명의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통해 수목의 하부가 단정한 형상으로 보아 미관상 목적으로 일부만 전정한 것으로 추측된다. 가이즈카향나무는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비정형적으로 뒤틀린 수형을 형성하게 된다. 또한 치밀한 지엽으로 전체적인 채광과 통풍이 원활하도록 관리해야 하며 마른가지나 밀생가지를 솎아주지 않는 경우 부분적으로 고사하게 된다.
경복궁 교태전 일대 식재된 수목의 (a) 사진은 반송, (b) 사진은 소나무로 추정된다(그림 5 참조). 반송은 반원형의 우산 모양으로 자라며 조경수나 관상수로 사용된다. 사진 속 수목은 새순이 올라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분재전문가와 교육전문가는 (a), (b) 사진의 비교를 통해 수목의 촬영과 전정 시기를 추측하였다. 두장의 사진은 4-5월경에 촬영되었으며, 촬영 전년도에 전정을 시행한 것으로 판단하였다. (b) 사진의 소나무는 (a) 사진의 반송보다 순이 짧고, 수형이 울창한 것으로 보아 소나무는 6월 말경 전정한 것으로 추정하였다. 전문가 의견을 통해 소나무는 순따기를 시행한 것으로 추측된다. 두 장의 사진을 대조하여 볼 때 소나무의 순따기가 촬영시기와 근접한 시점에 시행된 것으로 생각된다. 반송은 대체로 겨울눈에서 순이 나오기 때문에 겨울에 순따기를 시행한다. 순따기 목적에 맞게 잔가지의 수를 늘려서 가지를 짧게 유인함으로써 수형을 안정성 있게 조성한다(김경희, 2006). 교태전의 반송도 같은 해 겨울에 전정을 시행하였다면 가지의 밀도가 낮지만, 가지 순이 길게 자라있어 촬영 시기로부터 2년전 12월에서 전년도 1월경으로 추정할 수 있다.
정지․전정의 목적에서 수관폭이 큰 수목과 수고가 높고 하부에 잔가지가 많은 수목으로 인한 통행 방해, 자연재해로 인한 인명 또는 재산의 피해, 도복의 위험이 있는 수목은 지하고를 높이기 위한 관리가 이루어진다. 이는 피해를 막기 위한 안전을 목적으로 하며 위험전정을 통해 위해요인을 제거한다.
창덕궁 대조전 후원 다실 전면에 식재된 수목이 촬영된 사진의 시기는 1911년 4월에서 1917년 11월이다(그림 6(a) 참조). 사진 속 수목은 침엽수로 추정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분재전문가는 수형이 휘어지고, 가지 뻗음새와 지하고가 V자형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백송으로 추정하였다. 교육전문가는 분기부에서 평행지가 발달하였기 때문에 스트로브잣나무로 제시하였다. 수목의 전정 가능성 여부를 식별하는데 전문가 6명의 의견이 일치하였다. 전문가들 전원은 해당 수목의 수간에서 상처가 확인되어 전정이 시행된 것으로 판단하였다. 이는 다실 주변의 보행을 위해 지하고를 높이는 전정으로 추정하였다. 수간의 큰 상처는 가지가 자연적으로 낙지된 현상이 아닌 굵은 가지를 정지한 관리로 보았다. 소나무 또는 스트로브잣나무는 전정으로 관리되지 않았다면 수관이 사진에서 나타나는 형상보다 넓게 뻗으면서 성장했을 것이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통하여 수종을 추정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이 도출되었지만 대조전 후원 다실 사진의 수목은 수관의 가지 사이가 좁기 때문에 소나무로 추정된다. 또한 관람정의 수목과 유사한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다실의 소나무에서 발견된 새살고리로 전정 가능성 여부를 확인하였으며 다실 주변의 수목들과 동일한 높이로 지하고를 높이는 관리로 방법까지 파악하였다.
창덕궁 기오헌 사진에 식재된 수목은 전문가 전원이 주목으로 추정하였다(그림 6(b) 참조). 기오헌 주목은 실제 현존하는 수목으로 사진으로 추정한 의견과 일치하였다. 담장 위에 뻗은 주목의 수간에서 새살고리의 흔적을 확인하였으며 상처가 크지 않아 이는 담장에 닿는 부분만 일부 약전정이 시행된 것으로 판단하였다. 분재전문가는 상처가 유합된 전정 흔적으로 보이는 것이 확인되며 전정 후 1년 이상 경과한 것으로 판단하였다.
이와 같이 담장에 걸쳐 있는 가지를 제거하는 수목관리는 과거 기록에서도 발견되었다. 담장과 수목이 맞닿아 폐단이 되며, 담장이 지속적으로 무너지면서 피해를 받기 때문에 가지를 제거하였는다는 기록이다1). 유사한 기록으로 담장 안 소나무가 담장으로 넘어가 통행을 방해하고 있으므로 가지를 제거한 내용을 확인하였다2). 이는 재산 또는 인명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가지를 제거한 기록으로 과거에 위해요인을 제거하기 위한 관리가 이루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창덕궁 희우정 사진은 1928년에 촬영되었으며 수목이 전각과 담장 사이에 식재되어 있다(그림 7(a) 참조). 수종을 추정하는 과정에서 전문가들은 소나무와 잣나무로 의견 차이를 보였지만 전정 가능성 여부에 대한 의견은 대부분 유사하게 나타났다. 해당 수목은 상부가 전각 처마에 닿기 때문에 원활한 통행과 전각의 피해를 막기 위해 전각 가까이에 자란 가지를 전정한 것으로 판단하였다. 또한 건물 바깥쪽 평행지로 보아 건물 방향의 가지는 전정되었지만 한 가지에서 7-8개의 순이 확인되므로 순따기는 시행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
창덕궁 후원 농산정 주변 수종을 추정하는 것은 의견 차이가 있었지만, 전정 가능성 여부는 3명의 전문가에게서 일치된 의견을 보였다(그림 7(b) 참조). 동선에 방해되는 가지를 제거하기 위한 지하고 조절과 수고 성장을 위한 관리로 판단하였다. 가지로 인해 전각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전정 시행 가능성도 흔적을 통해 추측하였다. 반면에 다른 전문가의 의견에서 전정 여부는 파악하기 어렵지만, 하층식생관리는 이루어졌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하층식생관리가 시행되지 않았다면 사진 속 모습보다 우거진 모습이었을 것이라는 의견이었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통해 사진을 살펴보았을 때 실제 교목 주변은 후면에 비해 단정하게 정리된 것이 확인된다. 또한 기오헌 사진의 주목에서 발견된 전정 흔적과 유사한 흔적이 발견되었다. 수목의 수고 성장과 지하고 조절을 위해 동선 방향의 가지를 전정한 것으로 판단하였다. 가지로 인해 전각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전정시행 가능성은 흔적을 통해 추정하였다. 반면에, 다른 전문가의 의견에서 전정 여부는 파악하기 어렵지만, 하층식생관리가 이루어졌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하층식생관리가 시행되지 않았다면 사진 속 모습보다 우거진 상태일 것으로 추측하였으며 교목 주변은 후면에 비해 정리된 것으로 보인다.
일제강점기에 촬영된 창경궁 환경전 사진의 촬영 시기는 겨울 전정 후 새순이 솟는 봄으로 보이며 수종은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 차이가 있었다(그림 7(c) 참조). 스트로브잣나무, 잣나무 등 다양한 의견이 있었지만, 소나무로 추정하는 의견이 다수였다. 수과 솎기를 시행하여 수목의 균형이 맞으며 지하고를 높이기 위한 전정이 시행된 것으로 제의하였다. 교육전문가의 의견에서 상부 한 가지에 2개씩 제외하고, V자 형태로 전정하여 정아우세(頂芽優勢)로 인해 수목 상부로 향하는 세력을 줄였다고 판단하였다.
하층식생관리의 목적은 단순림 유지를 위한 천이 방지, 하층식생의 정연함 유지 등을 위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하층식생관리 사진에 관한 의견에서 전원이 동일한 의견을 제시하였다.
창덕궁 인정전 사진은 1928년에 촬영되었다(그림 8 참조). 인정전 배후림에 형성된 수림대는 소나무이며 소나무림은 단순림으로 유지하기 위해 하층식생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라 살펴본 결과 소나무림은 천이에 의해 자연적으로 참나무림이나 혼효림으로 발달한다. 소나무림이 단순림으로 유지하기 위해 하층 식생관리와 함께 음수를 강하게 제거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박인규(2005)는 남산의 소나무림은 아까시나무, 가중나무 등 활엽수로 인해 피압되어 위축되었으며, 밀생한 하층식생 상태에서 천연하종갱신이 중단되어 차대목 형성이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하였다. 따라서 창덕궁 인정전 배후림은 소나무림으로 유지하기 위한 하층식생관리가 이루어진 것으로 판단하였다.
창덕궁 관람정의 일제강점기에 촬영된 사진과 1884-1885에 촬영된 존덕정 사진의 주변은 자연적 또는 인위적으로 소나무수림이 우세하도록 조성되어있는 것으로 보인다(그림 9(a), (b) 참조). a사진과 비교하였을 때 계절적 또는 시기적 차이가 있더라도 19세기 후반까지는 소나무림 유지를 위한 하층 식생 관리가 이루어졌음을 짐작할 수 있다.
1909년 1월에서 1910년 7월에 촬영된 창덕궁 승재정과 옥류천 사진의 통행로 주변 녹지대는 사람의 이동이 잦은 곳이다(그림 9(c), (d) 참조). 그러므로 좌우 작은 둔덕 또는 평지에 형성된 녹지에서 하층식생관리가 되었으며 맥문동과 같은 초본이나 지피식물을 지표의 토양유실을 막기 위한 수단으로 추측하였다. 하층식생이 성장하는 것을 억제하거나 의도한 나무들을 부분적으로 남겨두는 방식이 이루어진 것을 통해 하층식생관리를 확인하였다.
4. 논의 및 결론
본 연구는 근대 사진을 토대로 전문가 집단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일제강점기 이전 궁궐의 수목 관리 여부를 파악하고자 작성되었으며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조경수 생산 전문가, 분재 전문가, 수목원 관리 전문가, 관련 이론 교육 전문가 등 4개 분야에서 8명의 전문가들에게 심층 인터뷰를 한 결과 수종 식별, 전정여부 및 목적, 방법 등의 관리여부의 판별이 가능함을 확인하였다. 집단별로 판별 의견의 차이가 크게 발생하지 않았으며 근거를 명확하게 제시하였다.
둘째, 사진을 통해 수목의 수형, 잎 형태 식별이 가능함을 확인하였다. 정지․전정 등에 의해서 생기는 상흔, 지엽 밀도, 균형 등을 관찰함으로써 근대기 궁궐의 수목관리 시행 여부를 추정할 수 있었다.
셋째, 궁궐 수목의 관리 유형은 수형관리, 수목의 위해 요인 제거, 하층식생관리가 주된 것으로 판단하였으며 존덕정, 관람정 등의 사진을 통해 촬영시점인 일제강점기 이전에도 수목의 관리가 이루어졌음을 확인하였다.
정원의 구성요소 중 수목은 경관을 형성하는 주요한 재료이며 지속적인 관리가 요구되는 대상이다. 지금까지 궁궐의 수목은 기록의 부재 또는 왜곡된 인식으로 인해 관리를 하지 않았다는 의견이 정설이었다. 본 연구에서는 사진을 활용하여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통해 개항기 이전의 궁궐 내 수목 관리 여부를 확인하였다는 것이 가장 큰 성과이다. 하지만 인터뷰에 참가한 전문가 집단의 규모와 구성원이 다양하지 못해 절대적 객관성을 확보하는데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수종이나 관리 여부 등의 항목에서는 일치된 의견을 보였다. 사용된 사진이 대부분 개항기 이후에 촬영되었다는 점에서 개항기 이전에도 궁궐 내 수목관리가 이루어졌다는 것을 비정하지 못하는데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조선시대 궁궐의 수목 관리에 대한 기록이 부족한 실정에서 수목관리 여부를 추적해보는 점과 근대기에 촬영된 사진을 모두 조사함으로써 관리 상태를 확인하였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궁궐은 과거 조선시대에 왕이 생활했던 상징적인 공간이며, 현재는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이다. 궁궐의 원형을 온전히 감상하기 위해서는 건축물뿐만 아니라 자연과 조화를 보여주는 식생경관에 대한 복원과 관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끊겨진 명맥으로 인해 궁궐의 식생관리에 많은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본 연구 결과를 토대로 과거 궁궐의 식생경관의 모습을 추정하고, 나아가 조선시대 궁궐의 정지․전정 기법 등 다양한 후속연구가 따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