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최근, 지방에 대한 관심과 이주를 희망하는 청년들이 증가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추진하고 있는 ‘지역기반 로컬크리에이터 활성화 지원사업’에 참여하는 단체 중 70.7%가 청년단체이며, 2017년 기준 귀농․귀촌인구 중 40대 이하 청년세대가 귀농인구의 39.4%, 귀촌인구의 67.9%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Song, 2018). 이러한 추세는 기존 은퇴세대 중심의 지방이주 현상이 청년층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청년들은 기존 사회시스템에서 벗어나 ‘하고 싶은 일을 살고 싶은 곳에서 하자’라는 모토 아래 자신이 좋아하는 지역으로 이주하고 있다. 이들은 지역 고유의 자원을 발굴하고 재해석하여 지역만의 식음료, 숙박, 카페 등 지역 비즈니스를 운영함과 동시에, 디자인, 문화예술 등 지역 활동과 사업에 참여하면서 지역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Mo, 2021). 이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는 지역산업을 창출하고 유동인구를 유입시켜 지역을 활성화시키는 이주청년들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지방자치단체는 인구감소 및 지방소멸 등 지역 문제에 대응하고 지역활성화를 위해 청년층을 지원하고 있다. 2020년 「청년기본법」이 제정된 이후로 「청년기본조례」, 「청년지원조례」, 「청년발전 조례」 등 전국 각 지자체에서 62개의 청년 관련 조례를 제정하였고, 2021년 기준 경기도를 제외한 전국에서 청년 지방이주 및 지역정착 지원사업이 총 118개가 시행되었다. 하지만 현재 추진 중인 청년지원사업은 대부분 일자리 창출 분야에 집중되어 있고 연속지원 또는 후속지원이 없는 단발성 사업이 대다수로 나타났다(Jang et al., 2021). 지역 내 일자리 유무는 청년들의 지방이주와 지방소멸 대응에 중요한 요인(Kang, 2019)이 될 수 있지만, 일부 연구에서는 일자리 창출이 청년들의 이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으며(Jang et al., 2021). 오히려 청년들이 공공지원에 의존하게 되면서 자립성을 떨어뜨리고 정주지속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Kim et al., 2021).
본 연구는 일자리 창출 등의 경제활동기반 지원 외에도 청년들이 지역에 정착하여 정주를 지속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방안이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시작되었다. 인문지리학자 투안(Tuan, 2001)은 공간이 우리에게 완전히 익숙해졌다고 느낄 때, ‘공간’은 ‘장소’가 된다고 말했다. 에드워드 렐프(Edward Relph, 1976)는 이러한 ‘장소’가 인간이 세계에 존재하는 데 근본적인 영향을 주는 속성으로 개인에게 안정과 정체성 형성의 원천이 된다고 말했다. 더불어 장소에서 개인의 다양한 활동과 경험들이 쌓이게 되면 인간은 장소와 지역에 대한 애착감과 귀속감을 얻는다고 말했다. 이는 지방으로 이주한 청년들의 심리와도 깊은 관계를 보인다. 청년들은 이주한 지역의 낯선 ‘공간’을 ‘장소’로서 받아들이고 지역에서의 안정과 개인의 정체성을 형성하려 하기 때문이다. 이에, 본 연구는 지방으로 이주한 청년들이 어떤 장소를 발견하고 그곳에서 어떤 활동을 통해 지역에 대한 장소정체성을 형성하게 되는지 파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통해 지방으로의 이주를 희망하는 청년들이 지역에 정착하여 안정감을 얻고 정주를 지속할 수 있는 방안을 살펴보고 나아가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청년들의 유입을 위해 중점적으로 지원하고 다루어야 할 요소가 무엇인지 파악하고자 한다.
장소는 단순한 물리적 공간과 구별된다. 렐프(Relph, 1976)에 따르면, 장소는 공간과 인간이 상호작용하며 관계를 형성하는 공간으로 개인의 일상적 경험은 공간을 장소로 전환시킨다. 더불어, 장소는 개인의 의식, 가치관 등의 주관적인 의미가 부여되면서 장소만의 독특한 정체성을 형성하게 된다(Seo et al., 2022). Relph는 장소 내 물리적 환경(physical setting), 활동(activity), 의미(meaning) 세 가지 요소의 변증법적 작용을 통해 장소정체성이 형성된다고 말했고 Steele은 물리적 환경과 인간의 사회적·심리학적 환경과의 상호관계에 의하여 형성된다고 말했으며, Greene은 물리적, 사회적, 관리적 요소로 구성된 환경적 요소와 이에 대한 인간의 심리적 관계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된다고 말했다(Ko et al., 2019). 즉, 개인의 삶과 이야기가 장소에 담기고 주관적인 의미가 부여되면서 장소정체성이 형성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개인의 경험과 인식에 의해 형성되는 장소정체성은 모호하고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개념일 수 있지만, 케빈 린치(Kevin Lynch)는 이러한 장소정체성이 개별 장소를 구별하고 인식할 수 있는 특성을 가지므로, 장소를 구별하고 차별화할 수 있는 이유라고 주장했다(Lynch, 1960). 그러나, 장소정체성은 개인의 주관적인 경험과 인식뿐만 아니라 장소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Relph, 1976). 즉, 사회 전반적으로 공감되고 다수의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인식할 수 있어야 장소정체성이 형성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Lee and Ahn, 2011).
이에, 본 연구는 렐프가 주장한 장소정체성의 구성 요소인 물리적 환경, 활동, 의미를 기준으로 지방에 대한 청년세대의 장소정체성 형성 요인을 분석하였다. 이는 청년세대가 바라보는 차별화된 지방의 장소적 가치와 의미를 이해하고 청년세대가 선호하는 지방도시의 특징과 문화, 환경 등을 파악하는 데 중요한 틀이 될 것이라 볼 수 있다.
국내 인구 이동과정에 대한 연구는 귀농·귀촌인으로부터 시작되었다(Ko et al., 2019). 선행연구에 따르면 귀농·귀촌은 일련의 직업 전환 과정으로서 지역을 탐색-결정하고 귀농을 준비-시행하는 4단계를 거치는 것으로 나타났다(Kang, 2006; Lee, 2010; Woo, 2014). 최근, 청년들의 지방이주는 귀농․귀촌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직업 전환의 목적으로 시작되는 귀농․귀촌의 경우 경제적 여건, 영농능력, 지역특성 등에 관한 탐색과 결정단계로 시작되는 반면 Ko et al.(2020), Yoo(2021), Jang et al.(2021)에 따르면 청년세대는 지역살이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에 유입되고 지역을 경험한다. 청년들은 관심 있는 지역에서 장․단기간 거주하며 지역을 탐색하고 경험한다. 나아가 지방으로의 이주에 관심 있는 청년들의 경우 개인 사업과 프로젝트를 도전하거나 실험함으로써 지방으로의 이주 가능성을 모색한다. 이는 청년들이 농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실험할 수 있는 문화예술, F&B(Food&Beverage) 등 지역 기반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것을 희망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지역살이와 관련된 지원사업은 서울시 지역연계형 청년 창업 지원사업 ‘넥스트로컬’, 경상북도 ‘창업드림 지원사업’ 등 각 지자체별로 추진되고 있으며, 이외에도 행안부 ‘청년마을만들기 지원사업’, 해양수산부 ‘어촌활력증진사업’ 등에 선정된 지역 기반 활동주체들이 관련 프로그램을 기획․운영하고 있다. 또한 청년세대는 이주 후 정주지속 단계가 새롭게 추가되고 강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청년들의 지방이주가 대부분 지원사업을 통해 진행되고 이주 후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는 지역 비즈니스를 운영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최근, Kim et al.(2021), Jang et al.(2021) 등 지방으로 이주한 청년들의 정주지속과 자생성 마련을 위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에, 본 연구는 변화하고 있는 청년들의 지방이주 흐름과 기존 선행연구를 종합하여 지역에 대한 정보를 얻고, 지역을 경험․실험하는 ‘탐색․이주단계’와 지역 내 장기적인 활동 및 정주여건을 마련하는 ‘정주지속단계’ 2단계로 구분하였다(Table 1 참조). 이를 통해 각 단계별 장소정체성을 형성하는 주요 요인을 파악하고 분석하여 청년들이 지역으로 이주하고 정주를 지속할 수 있는 방안을 도출하였다.
Category | Settlement process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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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turn to farming | Kang(2006) | Exploration | Decision | Preparation | Implementation | Adaptation | ||||||||||
Lee(2010) | Recognition | Exploration | Preparation | Execution | ||||||||||||
Woo(2014) | Preparation | Decision | Post-migration | |||||||||||||
Youth migration | Ko(2020) | Exploration and preparation | Adaptation and settlement | Sustainable settlement | ||||||||||||
Yoo(2021) | Inflow | Participation | Experience | Migration | Expansion | |||||||||||
Jang et al.(2021) | Exploration | Migration | Settlement | Sustainable settlement | ||||||||||||
Researcher ethics | Exploration and migration | Sustainable settlement |
3. 연구의 방법 및 범위
이주청년들의 장소정체성 형성 과정 및 주요 요인을 살펴보고자 포토보이스(PhotoVoice) 방법론을 활용하였다. 포토보이스는 사진(Photo)과 목소리(Voice)가 합쳐진 용어로 사진을 기반으로 개인이 느끼는 현상과 생각을 표출하는 참여적 행동 연구(Participatory Action Research) 방법론이다(Wang and Burris, 1997). 사진은 설계 및 커뮤니티 디자인 과정에서 자주 사용되는 요소로서 디자인 과정을 도출하거나 설계 과정을 기록하는 용도로 자주 활용되어 왔다. 그러나 포토보이스는 디자인 과정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사진과는 구별되는 방법으로 주민들 스스로 지역에 대한 인식과 선호도, 문제점 등을 명확하게 파악하고 전문가와 함께 지역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Jeffrey, 2005). 포토보이스는 중국 지방도시에 거주하는 여성들의 환경과 삶을 연구하기 위해 처음 개발된 방법론으로 주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집단의 문제의식을 도출하고 사회적 변화를 유도한다(Wang and Burris, 1994). 최근, 현장성 있는 의견을 도출하고 참여관찰, 심층면담, 내러티브 탐구 등을 연계 및 지원할 수 있는 잠재력을 인정받아 지역사회개발, 교육, 사회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다. 연구의 진행 과정은 연구자가 주제를 제시하고 참여자가 연구 주제와 관련된 사진을 촬영함으로써 자신의 생각을 표출한다. 이 과정에서 참여자들은 개인의 경험과 가치관을 사진으로 재현한다. 이후 사진이 가지고 있는 의미에 대해 연구자 또는 참여자 간 공유 및 토론하면서 사회의 구조·조직·정책 등의 변화 방향을 도출한다(Wang and Buris, 1994; 1997; Wang et al., 2004).
본 연구의 대상지는 충청남도 공주시 원도심 중학동 일대이다. 공주시는 인구감소로 인한 지역소멸이 우려되는 지역으로 2021년 행안부 인구감소 지역으로 지정되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2년부터 인구가 감소하고 있으며 2023년 2월 기준 총인구는 102,477명이다. 19-39세 청년인구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총인구 대비 청년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20% 미만이다. 특히 대상지 중학동 일대는 인접한 동에 비해 청년수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중학동은 최근 감영길을 중심으로 지역 내·외부 청년들이 유입되기 시작하면서 활기를 띠고 있다. 2019년부터 다수의 청년단체가 설립되어 활동하고 있으며 2022년 중소벤처기업부 지역기반 로컬크리에이터 활성화 지원사업에 총 5팀이 선정되는 등 크고 작은 공간들이 새롭게 구축되어 운영되고 있다(Figure 1 참조). 동시에 2021년 행정안전부 청년마을 만들기 지원사업에 선정되면서 장·단기 지역살이 프로그램, 워케이션 등 청년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지역참여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타 지역 청년들의 방문과 이주가 증가하고 있다(Lee and Jang, 2022).
포토보이스를 활용한 연구의 경우 7-10명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므로(Wang et al., 2004) 본 연구에서는 공주시에 이주한 청년 7명을 참여자로 선정했다(Table 2 참조). 연구 참여자들은 대상지에서 최소 10개월에서 최대 4년 동안 거주하고 지역 관광프로그램, 커뮤니티 프로그램 등을 직접 기획․운영하는 등 지역에 대한 이해도와 관심이 높은 청년들로 20대 3명, 30대 4명으로 구성하여 청년 내 연령층을 다양하게 구성하였다. 이주 전 참여자(P.1-5) 5명은 3-6주 동안 지역에서 거주하고 참여자(P.6-7) 2명은 약 1년 동안 대상지 일대를 6-7회 방문한 경험을 가지고 있어 이주 전․후 지역에 대한 다양한 기억과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참여자(P.1-5) 5명은 지역 로컬크리에이터가 기획․운영한 지역살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청년으로 최근 지역살이 프로그램을 통해 지방으로 이주하는 청년들의 경향을 반영하였다. 청년의 기준은 「공주시 청년정책 기본 조례」에 따라 만 18세 이상 39세 이하로 설정하였으며 조사는 2022년 5월 20일부터 6월 11일 사이에 1:1 심층 인터뷰를 총 7차례 진행하였다.
본 연구는 일반적인 포토보이스 연구 절차 ‘파악-모집-교육-사진기록-서술-관념화-발표-확증’ 8단계 중 일부를 수정 및 확장하였다. 먼저 4단계 ‘사진기록’에서 참여자는 ‘자신이 지역에서 좋아하거나, 가치 있게 생각하는 장소’에 대한 사진 6장 이상을 제출했다. 단, 촬영을 통해 사진을 추출하는 것이 아니라 공주에 처음 방문한 날짜를 기준으로 참여자가 의식적·무의식적으로 지역을 촬영한 사진을 활용했다. 렐프(Relph, 1976)는 장소이미지가 곧 장소의 정체성이며 장소의 이미지는 장소라는 수평축과 개인 및 집단의 경험과 지식이라는 수직축이 교차되어 형성된다고 말했다. 즉, 개인이 카메라를 통해 촬영하는 행위는 장소정체성이 형성되는 과정이며 이를 통해 도출된 장소이미지는 개인적인 장소정체성을 표출한 결과물로 볼 수 있다. 단, 지역에 대한 인식과 특징 등의 변화와 차이를 파악하고자 이주 전 여행 혹은 임시거주 기간에 촬영했던 사진을 3장 이상 제출하도록 하였다. 5단계 ‘서술’은 포토보이스 질문기법 ‘PHOTO’를 활용하여 사진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하였다(Table 3 참조). 인터뷰 질문은 참여자가 질문에 대한 의도를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일부 질문을 축약 및 수정하였으며 의미 부분의 경우 이주 전·후를 분리하여 구성하였다. 연구자는 참여자들과 2021년부터 충분한 관계를 형성하였으며 일부 참여자의 경우 지역 내 기 구축된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신뢰관계(Rapport)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참여자들이 사진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6단계 ‘관념화’에서는 수집된 자료를 분석하고 맥락화(Contextualizing Narration)하였다. 이를 위해, 주제분석(Thematic Analysis)과 내용분석(Content Analysis)을 통해 참여자들과의 인터뷰와 사진을 분석하였다. 분석 과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사진에 대한 참여자들의 의미, 감정, 경험과 관련된 이야기 등의 텍스트 데이터를 추출하였다. 이후 비슷한 의미를 가진 문장을 그룹화하여 공통된 패턴을 도출하고 카테고리를 분류하였다. 이를 종합하여 장소와 장소의 의미에 대한 공통된 주제와 하위주제를 도출하였다. 도출된 결과는 조경학 전문가 1인과 지역 활동가 1인의 검토를 통해 내용 타당성을 확보하였다. 마지막 7단계 ‘발표 및 확증’ 단계는 연구자와 참여자의 참여 후기 공유, 연구 결과에 대한 토론 등으로 대체하였다.
4. 분석 결과
참여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주 전 촬영된 사진 23장과 이주 후 촬영된 사진 23장 총 46장의 사진을 도출하였다. 도출된 사진은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총 5개의 주제(Main Topic), 10개의 하위 주제(Subtopic)로 나타났으며 이주 전 2개의 주제, 5개의 하위 주제, 이주 후 3개의 주제, 5개의 하위 주제로 구분할 수 있었다.
구체적으로 주제와 하위주제를 살펴보면, 이주 전 촬영된 장소는 지역에 대한 흥미와 호기심이 생긴 장소와 이주청년들과 지역과의 관계가 형성된 장소로 분류할 수 있었다. 구체적으로 지역에 대한 흥미와 호기심이 생긴 장소는 지역주민들이 만들어가는 장소, 지역 고유의 풍경과 장소, 청년들이 운영하는 공간으로 분류할 수 있었고 이주청년들과 지역과의 관계가 형성된 장소는 주민들과 네트워크가 형성된 장소와 지역살이 프로그램이 진행된 장소로 분류할 수 있었다. 이주 후 촬영된 장소를 살펴보면, 지역에서 삶의 안정성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장소, 활동반경의 확장에 따라 발견된 장소, 지역에서의 지속가능성을 강화시키는 장소로 분류할 수 있었다. 구체적으로 삶의 안정성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장소는 고유의 풍경과 장소로 나타났고 나머지는 각각 인접한 관광지와 원도심 내외의 다양한 주민들과 교류 장소, 청년들이 지역에서 새로운 도전과 활동을 시작하는 장소와 지역 내 새롭게 조성 및 운영되고 있는 장소로 구분할 수 있었다(Table 4 참조).
다음으로 도출된 장소들을 맵핑화(Figure 2)하고 이주 전․후를 시각적으로 분석하였다. 이주 전․후 총 46장의 사진 중 39장이 감영길을 중심으로 500m 반경 내에서 촬영되었고 나머지 7장은 인접한 웅진동, 금학동 등에서 촬영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청년들이 지역 내 역사·문화와 관련된 장소 혹은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조성된 공간보다는 다양한 콘텐츠가 밀집되어 있고 지역 고유의 경관과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장소를 더 중요하고 의미있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이주 전 14장, 이주 후 13장 총 27장의 사진이 250m 반경 내에서 촬영된 것으로 보아, 지방도시에서의 청년들의 전반적인 인식과 일상생활이 250m 반경에서 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었다.
이주 전 청년들이 가장 많이 촬영한 사진은 골목길, 가정집 앞마당, 집 앞에 놓인 화분, 벚꽃나무, 공원 등 원도심 내 일상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풍경이었다. 공주시 원도심 일대는 무령왕릉, 공산성, 송산리고분 등 500년대 백제 역사유적과 중동성당, 구 선교사 가옥, 구 공주읍사무소, 제일교회 등 1930년대 근대 건축물, 1960년대 근대가옥 등 다양한 문화유산이 분포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청년들은 주민들이 만들어가는 동네의 고유한 문화와 이야기가 담긴 일상적 공간 혹은 지역 고유의 경관을 의미있는 장소로 인식하였다. 특히 이러한 장소는 청년들의 지역 재방문과 이주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참여자 6(P.6)은 공주 원도심 일대를 처음 방문하였을 때 사람 사는 냄새가 나고 아늑함이 느껴지는 중학동 및 교동 일대의 골목길을 보고 원도심 일대로의 이주를 결심했다. 참여자 3(P.3)은 여행으로 처음 방문한 공주 원도심의 고즈넉한 풍경이 아름다워 두 달 뒤 8월에 재방문하였고 장기간 거주하고자 9월 초 6주 간의 지역살이 프로그램에 참여하였다. 특히 청년들은 이주 전 제민천을 단일 장소 중 가장 많이 촬영하였는데, 이는 자연경관이 청년들에게 지역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유발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참여자 4(P.4)는 제민천은 지역의 인상을 결정하는 풍경으로 지역에 대한 호감을 증가시켰다고 말했고, 참여자 2(P.2)는 제민천의 풍경이 다른 세상과도 같은 비현실적인 느낌을 받았으며 해당 풍경을 다시 즐기고자 재방문하였다고 말했다.
한편, 수선집(카페), 봉황재(게스트하우스), 가가책방 등 지역경관 외에도 지역 특색을 활용하여 기이주 청년 및 로컬크리에이터들이 운영하고 있는 카페, 게스트하우스, 책방 등도 청년들에게 지역에 대한 매력과 흥미를 제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들은 낯선 지역이지만 개인의 취향을 발견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지역과 공간에 대한 친숙함과 익숙함을 느낄 수 있었다고 응답했다. 참여자 7(P.7)은 지역주민의 초대로 공주에 처음 방문하여 묵은 게스트하우스에서 지역에서의 여유로운 삶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고, 참여자 2(P.2)는 카페 곳곳에서 좋아하는 잡지와 책을 발견할 수 있었고 대도시와 다른 여유로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참여자 1(P.1)은 방문객들이 남기고 간 메모, 그림 등을 통해 지역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고 책방 때문에 공주를 다시 한번 방문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청년들은 지역주민과 관계가 형성된 장소를 중요하게 인식하였다. 해당 장소는 기 이주 청년들이 운영하고 있는 반죽동247카페, 가가상점(로컬스토어)과 지역살이 프로그램을 통해 방문하게 된 솔목공방, 업스테어스(공유오피스), 당간지주공원으로 나타났다. 청년들은 전자의 공간에서 지역에 먼저 이주하여 공간과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청년들과 대화를 나누며 지역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고 해당 청년들을 매개로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지역민과의 관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 참여자 7(P.7)은 이주 전 반죽동247카페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머물렀고 카페에서 지역에 대한 정보를 듣거나 주민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참여자 5(P.5)는 처음 만난 가게 주인과 스스럼없이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지역 분위기가 좋았고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청년들은 지역살이 프로그램이 진행된 장소에서 체험, 소규모 동아리 활동 등 지역주민과의 교류를 통해 지역에 대한 분위기를 파악하고 지역주민과 느슨한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었다. 참여자 1(P.1)은 솔목공방에서의 목공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에 따뜻한 이웃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였고 지역에 대한 관심을 증가시켰으며, 공유오피스에서 진행된 커뮤니티 모임(만년필 모임)을 통해 지역주민과 지역청년들의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는 외지청년들이 지역을 경험하고 지역주민과 관계를 형성함에 있어 기 이주청년의 중요성과 지역살이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시사한다(Table 5 참조).
이주 후 지역 고유의 풍경과 분위기는 낯선 지역에서 살게 된 청년들에게 안정감을 제공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켰다. 도출된 장소를 살펴보면 제민천, 곡물집(카페), 공원 등 앞서 이주 전 발견된 장소와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청년들이 지역에 정착하게 되면서 산책, 운동, 출퇴근 등 모든 일상이 발생되는 장소로 전환되었다. 참여자 1(P.1)은 길고양이들에게 친절한 동네 문화로 인해 구 학생백화점 인근에 사는 고양이들과 친해졌고 이를 통해 개인적인 삶의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참여자 2(P.2)는 매일 아침저녁 산책하고 조깅하는 제민천은 지방에서의 삶과 정주지속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고, 참여자 5(P.5)도 제민천은 공주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 중 하나로 평소 자주 걷는 길이지만 걸을 때마다 평온함을 느끼고 공주에서의 삶의 원동력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즉, 이주 전 주민들의 일상적 공간에 대한 물리적 특성에 집중했던 청년들은 이주 후 지역과 장소에 대한 역할과 의미를 이해하고 개인의 일상적 장소로 전환하면서 해당 장소에서 안정감과 평온함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들은 지역에서의 활동반경의 확장되면서 인접한 관광장소가 일상화되었고 지역 내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게 되었으며 이를 통해 장소정체성을 형성하였다. 이는, 청년들이 지역의 새로운 매력과 지역에서의 정주 가능성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었다. 전자가 촬영된 장소는 이주 전에는 언급되지 않았던 금학동 수원지, 공산성, 무령왕릉, 정안천으로 나타났다. 이주 후 청년들은 인접한 역사문화자원에 자주 방문 및 향유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관광장소를 일상적 공간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참여자 6(P.6)은 공산성, 무령왕릉 등 집과 인접한 곳에 다양한 역사문화자원이 위치한다는 사실은 공주의 가장 큰 매력이며 공주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일상에서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참여자 2(P.2)는 정안천은 공주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 중 하나로 이주 후 주말마다 자전거를 타고 방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청년들이 지역주민과 교류한 장소는 석정리 미더러 일대, 감영길 일대, 제민천 변 주택 일대로 나타났다. 청년들은 이주 전 형성된 주민들과의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이주 후 다양한 사람을 만나며 지역 네트워크를 확장시켰다. 참여자 4(P.4)는 이주 후 공주 내 연결이 확장되어 공주 원도심에 거주하는 이웃들만이 아니라 공주에 거주하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과 연결됨으로써 지방에서 혼자라면 할 수 없는 일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또한 감영길 일대에서 다양한 주민들과 마주치고 인사를 나누거나 간단한 화제를 던지면서 지역에서의 소소한 행복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참여자 7(P.7)은 공주에서 처음 계약한 제민천 변 주택가 일대에서 다양한 주민과 소통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지방에서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청년들은 직접 공간을 조성하거나 지역참여 프로그램을 기획․운영하는 등 지역사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장소정체성을 형성하였다. 해당 공간은 마주안(전시장), 당간지주 공원, 크림(복합문화공간)으로 지역 내 유휴공간 혹은 공원과 같은 오픈스페이스로 나타났다. 참여자 3(P.3)은 지역 유휴공간에서 팝업스토어, 전시 등 자신만의 사업을 상상하고 구상한 경험이 있었다고 말했다. 참여자 5(P.5)는 당간지주 공원에서 지역주민들과 함께 요가를 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직접 기획․운영한 경험과 복합문화공간 옥상에 지역청년 및 지역주민들과 함께 루프탑을 조성한 경험이 기억에 남으며, 이러한 경험들을 통해 지역과 공간에 대한 애착을 가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즉, 청년들은 지역에서 새로운 도전을 통해 지역사회와 유대감을 형성하였으며, 이를 통해 지방도시에서의 정주와 활동에 대한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한편, 08001바르셀로나(bar)와 같이 지역 내 새로운 공간의 출현도 청년들의 정주지속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여자 3(P.3)은 지역살이 프로그램에 함께 참여한 청년이 와인집을 오픈하게 되면서 저녁에도 머무르고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겨 원도심에서의 삶의 질이 상승하였다고 말했고 참여자 1(P.1)도 저녁시간에 여는 유일한 가게로 원도심에서 가장 애정하는 장소라고 말했다. 이를 종합해보면, 청년들은 DIY(Do It Yourself) 방식으로 공간을 직접 조성하거나 지역청년이 조성한 공간과 상호작용할 때 지역에 대한 애착과 지역사회와 유대감을 형성하였고 이를 통해 정주를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을 확보하였다. 이는, 청년들이 공동체를 형성하고 지역사회에 뿌리를 내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Table 6 참조).
5. 결론
본 연구는 포토보이스 방법론을 활용하여 공주 원도심 일대 이주청년들의 장소정체성을 형성하는 주요 요인을 분석하였고 연구의 주요 결과는 다음과 같다.
이주 전, 청년들은 지역 고유의 경관과 분위기를 보고 느낄 수 있는 장소를 의미 있게 인식하였다. 특히 지역을 대표하는 관광지나 문화유산보다는 주민들이 만든 일상적 공간과 그곳에 담긴 문화와 이야기 혹은 자연환경에 더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결과는 향후 청년들을 지방도시로 유입시키거나 청년들의 이주를 유도하는 데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다음으로 지역주민과 관계가 형성된 장소를 중요하게 인식하였다. 청년들은 지역 내 청년들이 운영하는 공간 및 지역에서 운영되는 프로그램(체험, 동아리 등)에 참여하여 지역주민과 관계를 형성하고 지역의 정보와 분위기를 파악하였다. 이는, 청년들이 지역을 탐색하고 지역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데 있어서 기 이주청년과 다양한 지역 참여 프로그램의 중요성을 시사한다.
이주 후, 청년들은 지역과 장소의 역할과 의미를 이해하며, 공원이나 천과 같은 일상적인 장소들을 의미 있는 공간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이주 전에는 물리적인 특성에 주목했지만, 이제는 이러한 장소들이 지역 내 개인의 일상 속에서 안정감과 평온함을 느끼게 해주는 중요한 공간이 되었다. 한편, 이주 후, 청년들의 활동반경이 넓어지면서 인접한 역사문화자원을 방문하거나 지역사람들과 교류하게 되었고 이를 통해 장소정체성을 형성하였다. 이러한 장소정체성은 청년들이 공주에서의 정주 가능성을 인식하고 지역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청년들은 지역 내 유휴 공간을 활용하여 자신의 취향에 맞는 공간․프로젝트를 기획․운영하거나 지역청년이 조성한 공간과 상호작용할 때 장소정체성을 형성하였다. 이러한 과정에서 청년들은 지역에 대한 애착을 형성하고 지역사회와 유대감을 강화함으로써 정주를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본 연구는 지방이주 청년들의 이주 전후 장소정체성을 형성하는 주요 요인을 분석함으로써 지방도시의 관계인구 형성 및 청년 인구 유입을 통한 지방 인구소멸 대응 방향에 대한 실마리를 제시하였다는 의의가 있다. 특히, 실제 지방으로 이주한 다양한 연령대의 청년들을 대상으로 지방으로 이주하고 지방에서 정주를 지속할 수 있는 요인을 파악하고 분석했다는 점은 본 연구의 중요한 성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포토보이스 방법론은 주관적인 연구로서 연구결과를 일반화할 수 없으며, 청년들의 관점을 일반화하여 지역의 대표성을 띤 장소정체성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더 많은 청년들의 연구참여가 필요하며 한층 더 심도 있는 분석이 동반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지역마다 상황과 조건이 다르므로 향후 다양한 지역과의 비교 연구를 통해 보완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