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생활수준의 향상과 의료기술의 발달로 국내 인구의 기대수명이 증가하며, 국내 고령화 현상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통계청의「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2024년 국내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전체 인구의 19.2%인 993만 8천 명에 달하며 2050년에는 전체 인구의 4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통계청, 2024). 이처럼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는 치매(Dementia)와 치매 전 단계로 불리는 경도인지장애(Mild Cognitive Impairment, MCI) 노인의 증가로 이어지며, 이는 중요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적으로 5,500만 명이 치매를 앓고 있으며, 2030년에는 7,800만 명, 2050년에는 13,9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남궁은하, 2022). 특히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더 빠른 속도로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하고 있어 치매 인구 증가 또한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박효진, 2024).
치매는 현재까지 효과적인 치료 약물이 밝혀지지 않아, 주요 임상치료로 전구 단계 및 경미한 치매를 대상으로 광범위하고 돌이킬 수 없는 신경퇴행을 지연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McDougall et al., 2021). 이에, 치매와 관련하여 다양한 치료와 중재 방법이 개발되며 치유환경과 여러 활동요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박정숙 등, 2003). 관련하여, 정원활동이 치매 및 MCI로 인해 손상된 인지기능으로 인해 발생하는 우울증, 불안증상 및 수면장애 등의 심리증상과 인지기능 증진에 효과적인 활동요법으로 적용할 수 있음이 다양한 선행연구(Noone et al., 2017; 홍광표 등, 2022; 이혁재와 홍승훈, 2023; Meneghetti et al., 2023)를 통해 확인되며, 치유정원이 중요한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Murroni et al., 2021; Meneghetti et al., 2023).
치유정원(Therapeutic garden)이란 치유의 요소를 적극적으로 도입한 정원으로 자연의 치유요소와의 상호작용을 촉진하도록 설계된 기능적인 정원을 의미한다(백현진 등, 2022; 유현정과 권진욱, 2022). 정원에서 식물을 기르고 수확하며, 관찰하는 과정을 돕고, 정원환경 내의 식물과 상호작용을 통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휴식공간을 제공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나아가, 사람들과의 사회적 접촉을 도모함으로써 삶의 질을 향상시켜 주는 것으로 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Simson and Straus, 1998; Marcus and Barnes, 1999).
국내 치유정원에 관련된 연구로는 치유정원 환경 및 계획요소(천현우와 이시영, 2016; 심재구 등, 2020; 유현정과 권진욱, 2022; 최스란, 2023; 남명희와 박봉주, 2024), 치유정원 개념과 활동 프로그램 및 연구추이 변화(황지루이 등, 2023; 윤주영과 김상욱, 2024), 치유정원 프로그램 효과 검증(박미옥 등, 2023; 이혁재와 홍승훈, 2023) 등이 수행된 바 있다. 기존 연구에서는 치유정원의 계획요소 및 프로그램과 관련하여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졌으나, 치매 및 MCI 노인과 같은 특정 대상을 기반으로 한 관련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본 연구는 치매 및 MCI 노인의 행동특성을 기반으로 치유정원의 조성원칙 및 계획요소를 포함한 세부 설계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여, 치매 및 MCI 노인을 위한 치유정원 조성에 도움이 되는 기초자료를 제공하고자 한다.
본 연구는 치매 및 MCI 노인을 위한 치유정원 가이드라인을 개발하기 위한 기초연구로, 치유정원 조성을 위한 조성원칙을 도출하고 계획요소 및 설계 가이드라인을 정립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 치매 및 MCI 노인의 행동특성을 기반으로 국내·외 문헌고찰 및 실제 사례 대상지 현장답사 기반 공간분석을 통해 조성원칙, 계획요소 및 세부 설계 가이드라인을 도출하였다.
문헌고찰의 경우, 우선 선행연구를 통해 치매 및 MCI 노인의 특성을 파악하여 치유정원 조성 시 반드시 고려해야하는 행동특성을 도출하였다. 이를 기반으로 조성원칙, 계획요소 및 세부 설계 가이드라인 요소를 도출하고자 국내·외 치유기능이 있는 공간과 관련된 건축공학, 조경 및 디자인 분야 등의 문헌들로 연구를 진행하였다. 국내 문헌의 경우, 한국학술지인용색인(Korea Citation Index, KCI)에 전문학술지로 게재된 연구와 국내 석·박사학위논문을 대상으로 학술연구정보서비스(RISS)를 활용하여 분석하였다. 국외 문헌의 경우, Consensus AI를 활용하여 학술자료를 수집하였다. 추가적으로 연구주제의 다양성과 연구개발 방법의 변화(이석형 등, 2024)를 고려하여 학술 콘텐츠의 범위를 서적, 보고서 등의 연구성과물을 추가로 포함하여 조사하였다. 이를 통해, 총 26편의 선행연구를 선정하여 치매 및 MCI 노인을 위한 치유정원 조성원칙, 계획요소 및 세부 설계 가이드라인 요소를 도출하였다.
실제 현장답사 기반 공간분석에 사용된 연구 대상지의 경우, 싱가포르의 HP(Hort Park), ECP(East Coast Park), TBP(Tiong Bahru Park)를 선정하였다(표 1 참조). 싱가포르는 현재 급격하게 진행되는 고령화 사회에 대응하기 위해 고령친화 도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Bhuyan et al., 2020). 이를 위해 치유정원 및 녹지 기반 공간 활용을 통한 웰빙 증진을 중요한 정책방향으로 삼으며. 국가주도로 2030년까지 30개의 치유정원을 조성하여 치유정원 네트워크를 마련할 계획이다(박미옥 등, 2022). 이와 같은 정책적 배경 속에서 본 연구의 사례분석 대상지인 HP, ECP, TBP는 치유정원 네트워크 개발의 시작점으로서 조성된 싱가포르의 대표적인 치유정원으로 알려져 있다(Tham, 2022; Singapore National Parks Board, 2025a). HP는 싱가포르 최초의 공공 치유정원으로 신체적, 정신적 웰빙을 향상시키기 위해 조성되었다. 정원의 주요 공간은 회복구역과 활동구역으로 구성되어 있다. 회복구역은 치매와 같은 질환에 대한 재활 환경 및 휴식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쉽게 인지가능한 랜드마크, 감각을 자극하는 색상, 질감 및 향이 있는 풍부한 식물을 도입하였다. 이와 더불어 치유 프로그램을 수행할 수 있는 활동구역을 통해 치유정원의 기능을 극대화하였다(Singapore National Parks Board, 2025b). ECP1)는 KPMG사가 ESG 경영의 일환으로 NParks(Singapore National Parks Board)와 협력하여 조성한 정원이다. 치유정원 공간, 휴식공간, 자연 피트니스 공간 및 놀이공간 조성을 통해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모든 방문객이 차별 없이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문객 계층이 요구하는 기능을 통합하여 모든 사람이 이용할 수 있도록 계획하였다(KPMG, 2025a). 치유정원 공간의 경우, 다양한 색감, 질감 및 향기를 가진 식물을 조화롭게 구성하여 오감을 자극할 수 있도록 조성하였다. 자연 피트니스 공간 및 놀이공간의 경우, 다양한 계층의 이용자들이 신체활동을 하며 건강을 증진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이외에도 휴식공간을 통해 치유정원에서 활동하며 자유롭게 휴식을 취하고,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하였다(KPMG, 2025b). TBP는 본래 근린공원이였으나, 2017년 싱가포르 국립대학교(NUS) 마인드 사이언스 센터와 협력하여 치유정원으로 탈바꿈한 정원이다. 치유정원으로 재조성함에 있어 알츠하이머병협회(Alzheimer’s Disease Association, ADA)와의 연구 협력을 통해 치매 및 노인을 위한 감각자극 식재를 도입하였다(Tham, 2018). 이외에도 식물이 가진 다양한 기능을 활용하기 위해 식용 및 약용 구역, 색상 및 질감 영역, 생물다양성 구역, 향수 구역 4개의 구역으로 나누어 치유정원의 기능을 극대화하였다(Singapore National Parks Board, 2025c).
정원명 | Hort Park | East Coast Park | Tiong Bahru Park |
---|---|---|---|
개요 |
|
|
|
마스터 플랜 |
![]() |
![]() |
![]() |
자료: Singapore National Parks Board 공식 홈페이지(https://www.nparks.gov.sg/)
특히, 이들 정원은 모두 사례를 분석하여 실증적 근거를 축적하고 이를 비교, 종합하여 일반화된 설계 원칙을 도출하는 증거기반 설계(Evidence-Based Design, EBD) 원칙(Pengzhi 등, 2018)을 바탕으로 조성된 사례이다(Tham, 2022; Singapore National Parks Board, 2025a). EBD 기반 설계를 위해서는 실제 조성된 대상지에서 이용객을 대상으로 한 실증적 검증이 필수적 요소로 간주된다(Uirich 등, 2010). 이에 본 연구는 보다 효과적인 치매 및 MCI 노인을 위한 치유정원 계획요소 및 세부 설계 가이드라인 도출을 위해 사례기반 분석의 일환으로, 이들 정원을 현장답사를 통해 분석을 진행하였다.
2. 이론적 고찰
치매란, 뇌의 기질적 병적인 변수에 의한 기억력 장애, 언어장애, 행동 장애, 성격 변화 및 기타 지적 능력의 상실이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을 의미한다(권중돈, 1994). 원발성 또는 퇴행성 치매인 알츠하이머병(Alzheimer’s Disease, AD), 혈관성 치매 그리고 루이체 치매가 3대 주요 치매로 일컬어지고 있으며(오병훈, 2009), 진행속도와 원인에 따라 다양한 유형으로 분류된다. 특히 치매 중 가장 많은 유병률을 보이는 AD의 경우, 건망증과 같은 인지장애로 시작되지만(이석범과 김기웅, 2009), 결국에는 다양한 행동 증상과 심각한 신경세포의 손상으로 인해 여러 인지기능이 함께 저하되어 기능적 활동에 심각한 영향을 끼침과 동시에, 이렇게 한번 저하된 기능은 다시 회복시키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배희준, 2003; Petersen, 2003).
MCI는 노화에 따라 나타나는 인지기능 감소가 정상적인 노화수준을 벗어나 있으나, 치매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심각한 수준은 아닌 치매와 정상 노화의 중간단계에 위치하는 인지상태를 의미한다(임준성 등, 2005; 김대건, 2016). MCI에서 치매로 진행되는 확률은 10~15%로 일반인의 10배를 상회하며 6년 이후에는 전체의 80% 이상이 치매로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Petersen et al., 1997; Petersen et al., 2001). 때문에, 치매와 관련된 질병경과를 바꾸기 위해 가장 효과적일 수 있는 치료 시점으로 알려지고 있다(배희준, 2003).
치매 및 MCI 노인은 노화로 인해 발생하는 시력저하, 청력 감퇴 등의 신체적 변화와 더불어 치매 및 MCI로 인한 인지기능 저하로 인해 다양한 행동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특히, 치매의 경우 주로 기억력 손실, 주의력 감소, 언어능력 저하 등이 나타나며(유승연, 2018; 박수정 등, 2020), 이로 인해 일상생활 활동 수행에 큰 지장을 초래하게 된다(Cummings et al., 1998). 정서적 변화도 두드러지게 나타나게 되는데 불안, 우울, 감정 기복 등의 증상과 더불어, 일부 환자는 사회적 위축을 보이며 타인과의 교류를 피하기도 한다(김경숙 등, 2007).
치매가 진행될수록 환각, 폭력, 망상, 배회 등의 행동심리증상(Behavioral and Psychological Symptoms of Dementia, BPSD)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져(Banks and Morley, 2003; Grossberg and Desai, 2003; 백수미, 2020), 돌봄 제공자의 부담을 증가시키게 된다(유승연, 2018). MCI 노인은 이러한 행동 변화가 비교적 경미하지만, 사회적 관계의 축소나 우울감이 동반될 수 있어 조기 개입과 정서적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이지혜와 박수정, 2019). 따라서, 치매 및 MCI 노인의 신체기능 및 행동특성을 고려한 환경조성이 필요하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치매 및 MCI 노인의 행동특성을 치유정원이라는 환경 조성 측면에서 고려가능한 범위 내에서 공통된 주요 행동 양상과 영향에 따라 인지기능 저하, 심리·정서적 불안, 신체기능 저하, 사회적 고립의 4가지 유형으로 범주화하였다(표 2 참조). ‘인지기능 저하’는 치매와 MCI의 핵심 증상으로 기억력 감퇴, 판단력 및 방향감각 상실, 시간 인식의 혼란 등 명확한 인지적 변화들이 포함되며, 일상생활 기능 저하와 직결된다. ‘심리·정서적 불안’은 인지 저하로 인한 혼란과 무력감에서 비롯되며, 우울, 불안, 동요, 공격성, 반복 행동 등과 같은 감정 및 행동 변화로 나타난다. ‘신체기능 저하’는 노화에 따른 변화와 더불어 수면장애 등 생리적 리듬의 불안정성에서 기인한 것으로, 전반적인 건강상태 및 일상 리듬에 영향을 미친다. ‘사회적 고립’은 인지 및 정서기능 저하의 누적으로 타인과의 상호작용이 줄어들며 나타나는 특성으로, 무관심, 억제력 저하, 공감능력 상실 등의 모습으로 드러난다. 이처럼 행동 특성들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도 각 범주별로 주요 증상군이 구분되므로, 인지적 혼란 완화, 심리·정서적 안정, 신체기능 저하에 대한 대응 및 사회적 상호작용 촉진 등 치매 및 MCI 노인의 행동특성에 맞춘 맞춤형 치유정원 환경 조성과 지원 방안 마련을 위해 이와 같은 4가지 범주로 분류하였다.
자료: Banks and Morley(2003); Grossberg and Desai(2003); 오찬옥(2004); 김경숙 등(2007); 오병훈(2009); 유승연(2018); 박수정 등(2020); 백수미(2020); 송미경 등(2021)을 바탕으로 저자 재구성
치유정원이란, 치유를 목적으로 다양한 가드닝 활동을 통한 심신의 회복, 교류, 명상 등을 목적으로 조성된 정원으로 식물을 가꾸고, 수확, 관찰 및 경험하는 과정을 돕는 기능성 정원을 의미한다(서정근, 2000). 치유정원에서 추구하는 치유는 환자에 초점을 맞춰 환경적, 심리적, 사회적, 문화적 지원을 통해 건강에 접근하는 방법으로(신윤진, 2014), 질병 상태뿐만 아니라 질병 예방과 건강증진에까지 의미를 확대해석할 수 있다(이정옥, 2009).
일반적으로 치유정원은 정원환경 내의 식물과 상호작용을 통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삶의 질을 향상시켜 주는 것으로 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Simson and Straus, 1998; Marcus and Barnes, 1999). 정원에 도입된 요소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정원 조성과 관리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더 높은 효과를 가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홍승훈, 2025).
치매 및 MCI 노인은 노화를 비롯하여 인지기능이 감퇴되며, 사고장애 및 판단장애 등이 수반되어 일상생활과 대인관계를 유지하는 능력이 상실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관련하여 치매노인에게 정원에서의 활동은 다양한 연구를 통해 우울감, 스트레스 및 불안 감소(임혜정 등. 2008; 홍광표 등, 2022; Meneghetti et al., 2023; 이혁재와 홍승훈, 2023), 근력, 유연성 등의 신체능력 향상(김미라 등. 2012; Han et al., 2018; Farkas et al., 2024) 등의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치유정원을 치매 및 MCI 노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중요한 요소로서 바라보고 계획·설계 단계에서부터 이들의 신체적·인지적 특성을 고려한 공간구성 개발이 필요하다.
치매 노인은 환경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한 상태로, 작은 자극이나 장애물에도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변영순과 남정자, 2022). 즉, 치매 노인의 많은 행동들은 비치료적 환경의 결과이거나 환경 변화로 인한 자극에 의해 유발된다고 설명할 수 있으며(Hall and Buckwalter, 1987; Painter, 1996), 이에 따라 치매 환자의 특성을 반영한 환경 설계가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치매친화적으로 설계된 환경은 치매환자의 능력을 유지하고, 독립성을 높이며, 의미있는 활동을 제공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Davis et al., 2009; Oher et al., 2024). 대표적인 예로, 치매로 인해 발생되는 신체 및 인지장애는 시설의 이용이나 시설 내 이동의 곤란을 유발하기 때문에, 이동성과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을 공간에 도입하여 혼란이나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것이 중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한규원과 안상락, 2020). 이외에도 다양한 연구(Cohen, 2003; 김인하 등, 2007; Alzheimer’s Australia SA, 2010; Singapore National Parks Board, 2017; Uwajeh et al., 2019)들을 통해 치매친화적 치유환경 조성을 위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된 바 있다.
즉, 치유를 목적으로 한 조경계획은 이용자들의 웰빙 및 건강 회복 등을 계획의도로 하게 되므로 이용자들에 대한 특성과 요구사항을 파악하고 제공해야 할 계획요소를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Grahn and Stigsdotter, 2003). 하지만, 정원활동이 치매 및 MCI 노인에게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치매환자의 행동특성을 반영한 치유정원의 설계 가이드라인과 관련된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문헌고찰 및 현장답사를 기반으로 치매 및 MCI 노인을 위한 치유정원 계획 및 세부 설계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3. 연구 결과 및 고찰
치매 및 MCI 노인의 주요 행동특성의 개선을 위한 치유정원 조성 방향을 도출하고자, 치유정원 계획 기본방향 수립 및 조성을 위한 조성원칙을 두 단계로 나누어 도출하였다. 첫 번째 단계로 각 선행연구에서 언급되는 치유정원 조성원칙 및 의미를 검토하였다. 이를 통해 선행연구에서 언급되는 조성원칙을 나열한 후 중복 또는 유사한 것들끼리 묶어 재분류하였다. 두 번째로 분류된 조성원칙이 치매 및 MCI 노인의 행동특성과 어떠한 방식으로 연계될 수 있는지를 고려하여 통합 및 재분류하는 과정을 거쳤다(그림 1 참조).
이를 통해 안전성, 공간접근성, 쾌적성 및 편의성, 정신적·인지적·사회적 유효성, 자연성 및 경관성, 유지관리 및 지속가능성의 총 6가지 조성원칙을 도출하였다(표 3 참조). 6가지 조성원칙을 자세히 정의하면 다음과 같다.
조성원칙 도출 | 치매 및 MCI 노인 행동특성 | 선행연구2) | ||||||||
---|---|---|---|---|---|---|---|---|---|---|
Cohen (2003) | Alzheimer’s Australia SA(2010) | 이보람 (2012) | Singapore National Parks Board (2017) | Charras et al.(2017) | Uwajeh et al.(2019) | 권오길과 이재규 (2019) | 장염과 양성용 (2022) | Griffin et al. (2022) | ||
안전성 | 안전과 보안의 확보, 프라이버시의 필요와 보호 | 안전 | 안전성, 개방성 | 안전, 보안 및 개인정보 보호 | 통제성 | 안전 | 안전성 | 안전성 | 독성 식물 및 위험요소 배제 | |
공간접근성 | 환경 인지력 및 방향감각 강화 | 접근성 | 이동성 | 접근성 | 접근성 및 인체공학 | 접근, 이동 및 방향 설정의 용이성 | 접근성, 활동성 | 유니버설, 개방성 | 접근성, 조명 및 가시성 | |
쾌적성 및 편의성 | - | - | - | 서정성 | - | - | 휴식공간 제공 | 편의성, 개방성 | 편리성, 쾌적성 | 휴식공간 |
정신적․인지적․ 사회적 유효성 | 변화하는 요구 사항에의 대응, 사교기회 제공, 일반적 여가활동에 의한 기능적 능력 지원, 조절된 자극과 도전의 기회 제공, 자율과 자제의 강화 극대화 | 사회화, 회상, 의미있는 활동, 감각자극, 오리엔테이션 | 사회성, 인지성 | 신체적․정서적 편안함, 긍정적 주의 분산 | 사회적 이용, 호기심, 식별성 | 긍정적 주의 분산 및 멘탈 매핑 | 다양성 | 다양성, 사회성, 흥미성 | - | |
자연성 및 경관성 | - | 과거의 건강과 친근감을 느낄 수 있는 환경 연계 | - | 자연성 | 자연과의 교감 | 옥외공간의 매력 | - | - | 생태성 | - |
유지관리 및 지속가능성 | - | - | 지속가능성 | 유지관리 및 지속가능성 | 식물의 유지관리 | - | - | - |
안전성은 치매 및 MCI 노인의 행동특성 중 인지기능 및 신체기능 저하에 대응하기 위한 핵심 조성원칙으로, 정원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물리적 위험을 사전에 인식하고 예방하며,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단순한 시설적 안전 조치를 넘어, 이용자가 인지하지 못하는 잠재적 위험까지 고려하여 신체적·정서적 보호를 제공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의미한다(Cohen, 2003; 이은엽 등, 2014; Singapore National Parks Board, 2017). 이를 위해, 정원조성 시 부주의한 섭취로 중독 위험이 있는 식물이나, 강한 향으로 구토, 두통과 알러지 등의 부정적인 반응을 유발할 수 있는 식물의 식재를 피해야 한다(김선미, 2006; 이은엽 등, 2014; 장염과 양성용, 2022). 또한, 무독성 자재와 친환경 소재 활용(천현우와 이시영, 2016)을 통해 정원의 모든 요소에서 사용자의 신체적, 정서적 안전과 보안이 보장되도록 계획해야 한다(김선미, 2006; 이은엽 등, 2014).
공간접근성은 치매 및 MCI 노인의 행동특성 중 인지기능 및 신체기능 저하, 그리고 사회적 고립을 완화하기 위한 조성원칙으로, 치매 및 MCI 노인을 포함한 모든 이용자가 정원 공간에 동등하게 접근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정원조성에 있어 치매 및 MCI 노인을 비롯한 모든 사람이 신체적, 정신적 장벽 없이 정원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하며, 유니버설 디자인을 준수(Cohen, 2003; Singapore National Parks Board, 2017; 정명자와 박원규, 2017; 장염과 양성용, 2022)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공간적 인지를 높이기 위해 명확한 구역 구분, 안내 시설을 갖추어 방향감각 상실로 인한 어려움을 최소화(Alzheimer’s Australia SA, 2010; Uwajeh et al., 2019)해야 한다. 또한, 공간적 인지를 높이기 위해 상록수를 활용한 포인트 식재나 랜드마크를 도입하고(이보람, 2012; 정명자와 박원규, 2017; Griffin et al., 2022), 동선이 겹치지 않는 단순한 이동체계(Alzheimer’s Australia SA, 2010; 정명자와 박원규, 2017, Uwajeh et al., 2019)를 마련해야 한다.
쾌적성 및 편의성은 치매 및 MCI 노인의 행동특성 중 심리·정서적 불안과 신체기능 저하를 대응하기 위한 조성원칙으로, 이용자가 정원 내에서 적절한 환경 자극을 통해 물리적·심리적 쾌적함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미기후 조절과 쾌적한 환경 제공을 위한 자연 요소를 도입하고 정원 곳곳에 벤치, 그늘막이나 쉘터 같은 휴게시설을 마련(이보람, 2012; Uwajeh et al., 2019; Griffin et al., 2022)하여 정신적 휴식과 회복을 도와야 한다. 또한, 정원 이용과 관리에 불편함이 없도록 관수, 관개시설 및 도구 관리함을 갖춰(Alzheimer’s Australia SA, 2010) 가드닝 활동의 편의성을 높여야 한다. 궁극적으로, 정원 내 다양한 활동과 휴식을 지원하는 공간과 시설을 마련하여 이용자의 편의를 증진해야 한다.
정신적·인지적·사회적 유효성은 치매 및 MCI 노인의 행동특성 중 인지기능 저하, 심리·정서적 불안, 사회적 고립을 완화하고 개선하기 위한 조성원칙으로, 편안함과 안정감을 제공하는 공간 및 식재 계획을 통해 심리적 안정을 유도하고 사회적 상호작용을 촉진하는 정원을 조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꽃, 돌, 나무 등의 자연 요소와 수경시설을 도입하여 심리적 편안함을 제공하고(Uwajeh et al., 2019), 친숙한 시설 및 자연 요소 등을 활용해 이용자가 추억을 회상(Cohen, 2003; 김선미, 2006; Alzheimer’s Australia SA, 2010)하며 정서적 안정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감각자극을 위한 식물을 선별하여 식재하고, 계절 변화와 식물 생장을 쉽게 인지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김선미, 2006; Uwajeh et al., 2019)해야 한다. 더불어, 산책로와 운동시설 같은 신체 활동 공간과 소통이 가능한 커뮤니티 공간 및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이용자의 긍정적인 참여와 사람들 간의 상호작용을 유도(Cohen, 2003; Alzheimer’s Australia SA, 2010; 이보람, 2012)해야 한다.
자연성 및 경관성은 치매 및 MCI 노인의 행동특성 중 인지기능 저하와 심리·정서적 불안을 완화하고 회복을 유도하기 위한 조성원칙이다. 수목을 통해 시간의 흐름을 인지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자연지향적 경관을 갖춘 정원을 조성하여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며, 심미적 요소를 통해 시각적 만족감과 정서적 안정감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정원의 주변 환경, 수목, 지형 등의 물리적 요소와 식물의 색상, 형상, 계절적 변화를 조화롭게 구성하여 심리적 안정과 회복을 도울 수 있도록(Marcus and Barnes, 1999; Alzheimer’s Australia SA, 2010; Singapore National Parks Board, 2017)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다양한 색과 향, 질감을 가진 식물을 활용해 자연과의 교감을 높이고(이보람, 2012), 계절감을 느낄 수 있는 식물과 포인트 요소를 배치하여 경관성과 입체감을 향상시켜야 한다. 벌, 나비 등의 곤충을 유인하여 생태적 활력을 높이고, 궁극적으로 자연 친화적인 설계를 통해 이용자가 만족할 수 있는 아름답고 건강한 정원을 조성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유지관리 및 지속가능성은 치매 및 MCI 노인의 행동특성 중 인지기능 및 신체기능 저하로 인해 정원을 직접 관리하거나 복잡한 환경에 적응하기 어려운 특성에 대응하는 동시에, 정원 공간 자체의 생태적·운영적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성원칙이다. 최소한의 관리 노력과 자원으로도 정원의 건강한 유지가 가능하도록 계획하며,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유지·운영이 가능하도록 설계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적절한 식물 선택, 자원 효율적인 관수, 토양 관리 등을 고려하여 정원이 스스로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 또한, 이용자에게 안전하고 유용한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유지관리 교육을 실시하고, 정원 관리 활동이 자연스럽게 치유 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계획해야 한다. 아울러, 재활용 가능한 재료와 친환경 제품을 사용하며(Singapore National Parks Board, 2017), 자생종 및 관리가 쉬운 저관리형 식물을 도입(Alzheimer’s Australia SA, 2010; Charras et al., 2017; Singapore National Parks Board, 2017)하여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한 정원을 조성해야 한다.
본 연구의 계획요소 및 세부 설계 가이드라인은 국내·외 선행연구와 싱가포르의 HP, ECP, TBP 사례에 대한 사례분석과 현장답사를 바탕으로 도출하였다. 먼저 계획요소의 도출은 치매 및 MCI 노인의 주요 행동특성을 반영하여 도출된 조성원칙을 기반으로 선행연구에서 제시된 다양한 계획요소 관련 항목들을 나열한 다음, 중복되거나 유사한 항목들끼리 다시 묶어 재분류하였다. 세부 설계 가이드라인의 경우, 앞서 도출된 계획요소를 기반으로 선행연구에서 제시된 구체적인 설계 기준을 참고하여 정리하였다.
그러나 문헌 기반으로 도출된 계획요소 및 세부 설계 가이드라인의 경우 이론적으로는 유의미하나, 일부 항목은 실제 치유정원 조성 단계에서 적용이 제한적일 가능성이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에 따라, 싱가포르 치유정원의 사례분석과 현장답사를 통해 문헌에서 도출된 계획요소들이 실제 정원 환경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이를 토대로 계획요소를 보완하고자 하였다(표 4 참조). 이에, 최종적으로 도출된 계획요소 및 세부 설계 가이드라인은 다음과 같다(표 5 참조).
자료 : Mooney and Nicell(1992); 심우경(1997); Marcus and Barnes(1999); 서정근(2000); 정일영(2001); 강석윤(2002); Cohen(2003); 정무웅(2004); 김선미(2006); 김인하 등(2007); 오태성(2008); Alzheimer’s Australia SA(2010); 이보람(2012); 민병욱(2013); 이은엽 등(2014); 이은엽 등(2015); Pouya and Demirel(2015); 천현우와 이시영 (2016); 정명자와 박원규(2017); Polat et al.(2017); Singapore National Parks Board(2017); 권오길과 이재규(2019); Uwajeh et al.(2019); 장염과 양성용(2022); Griffin et al.(2022). 및 싱가포르 사례를 바탕으로 저자 재구성
4. 결론
본 연구는 치매 및 MCI 노인을 위한 치유정원 가이드라인을 개발하기 위한 기초연구로 치유정원 조성을 위한 조성원칙을 도출하고 계획요소 및 세부 설계 가이드라인을 정립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 치매 및 MCI 노인의 행동특성을 기반으로 국내·외 문헌고찰 및 현장답사 기반 공간분석을 진행하였다.
주요 연구 결과로, 치매 및 MCI 노인의 행동특성을 공통된 주요 행동 양상과 영향을 중심으로 인지기능 저하, 심리·정서적 불안, 신체기능 저하, 사회적 고립의 4가지 유형으로 범주화하였다. 이러한 행동특성에 근거하여 안전성, 공간접근성, 쾌적성 및 편의성, 정신적·인지적·사회적 유효성, 자연성 및 경관성, 유지관리 및 지속가능성 6가지의 조성원칙을 도출하였으며, 각 조성원칙 수준에서 구체적인 치유정원 계획요소를 도출하여 치매 및 MCI 노인을 위한 세부 설계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였다. 안전성은 정원 이용 중 발생할 수 있는 물리적 위험 요소를 사전에 감지하고 개선하며,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설계를 포함한다. 공간접근성은 신체적·정신적 제약 없이 누구나 정원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동선과 시설 계획을 포함한다. 쾌적성 및 편의성은 정원의 이용 편의성을 높이는 요소로, 휴게 공간, 그늘막, 적절한 조경 시설 등을 포함하여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는 데 중점을 둔다. 정신적·인지적·사회적 유효성은 정원이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하고, 인지기능을 자극하며, 사회적 상호작용을 촉진할 수 있는 요소를 포함한다. 자연성 및 경관성은 정원의 미적 가치와 생태적 기능을 조화롭게 구성하여 자연과의 교감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스트레스 완화와 정서적 안정을 도모할 수 있도록 하는 계획을 포함한다. 마지막으로, 유지관리 및 지속가능성은 장기적인 운영과 관리를 고려하여 정원의 기능과 효과가 지속될 수 있도록 하는 시설 및 방안을 포함한다.
본 연구는 치매 및 MCI 노인을 위한 치유정원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대상자의 행동특성을 기반으로 조성원칙과 실무적 활용이 가능한 치유정원 계획요소와 세부 설계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나아가, 본 연구를 통해 도출된 조성원칙, 계획요소 및 설계 가이드라인은 향후 치매 및 MCI 노인을 위한 치유정원 설계 및 조성에 있어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본 연구에서 제안한 가이드라인은 전문가 검토 및 실제 이용자 기반의 실증적, 통계적 검증이 이루어지지 못한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연구에서는 제안된 가이드라인의 현장 적용 가능성과 실제 대상자를 통한 효과성 검증을 포함한 실효성에 대한 체계적인 평가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