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서론
도시는 과거부터 자원 부족, 자연 재해, 구성원간의 갈등 등 여러 위험에 직면해 왔으며, 21세기 들어서는 기후 변화, 경제 파동, 테러리즘에도 위협을 받고 있다. 2001년 9.11 테러로 인해 일대가 마비된 뉴욕, 2005년 허리케인으로 인해 폐허가 된 뉴올리언스, 2011년 대지진으로 도시 전체가 붕괴된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같은 해 지진과 해일로 인해 원자력 발전소의 방사능 누출이 일어나 지금까지도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일본 후쿠시마, 2012년 허리케인 샌디로 인해 물에 잠긴 뉴욕 로어 맨해튼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자연 재해나 사회 경제적인 변화는 점점 예측 불가능하며, 그로 인한 부정적인 결과는 도시나 한 지역을 위험에 빠트릴 정도로 위협적이다. 단일한 방법으로는 도시나 지역의 총제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우며,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접근 방법으로 리질리언스 개념이 대두되고 있다. 미국 국가재난 복구 프레임에서 정의하는 리질리언스란 ‘위험 요소 경감 및 토지이용 계획 전략, 중요 기간 시설 및 환경의 보존, 문화자원의 보호, 건조 환경을 재구축하고, 경제, 사회, 자연 환경을 되살리기 위한 지속가능한 실행’을 말한다(www.rebuildbydesign.org/resources/book).
최근 실행 중인 주요 도시 프로젝트의 주제도 리질리언스다. 2013년에 시행된 ‘리빌드 바이 디자인’ 공모(Rebuild by Design Competition)는 2012년 대서양에서 발생한 허리케인 샌디로 인해 피해를 입은 미 동부 지역의 재건 프로젝트다. 이어서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에서는 ‘리질리언트 바이 디자인’(Resilient by Design) 공모가 2017년부터 시작되어 2018년 5월 최종 결과물이 공개되었다. 2016년 스토스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 (Stoss Landscape Urbanism with Kleinfelder+ONE Architecture+ Woods Hole Group) 또한 미국 동보스턴 및 찰스타운 해안 리질리언스를 위한 해결 방안 보고서를 낸 바 있다. 2017년 전미조경가협회(ASLA) 분석 및 계획 부분 수상작인 스튜디오 아웃사이드의 배리어 섬 리질리언시 (Barrier Island Resiliency)도 2008년 허리케인이 텍사스 연안을 강타하고 난 뒤 폐허가 된 갤버스턴 섬 주립 공원을 새로운 비전으로 재건하고자 한 프로젝트다.
본 연구는 리질리언스 설계 방법이 기존의 설계 방식이나 접근과 어떻게 다른가라는 의문에서 출발했다. 리질리언스 개념은 1973년에 홀링에 의해 소개된 후(Holling, 1973) 사회생태적 시스템과 도시 리질리언스 개념으로 확장되고 있으며, 여러 학자들이 개념을 정의하고 속성과 범주를 도출하고 있다(Godschalk, 2003; Walker and Salt, 2006; Cunningham, 2013, Dezouza and Flanery, 2013; ARUP, 2015; Meerow et al., 2016). 최근의 주요 설계 개념으로 리질리언스가 주목받는데 비해 구체적인 설계 전략에 대한 논의는 미비한 실정이다.
따라서 본 연구의 목적은 리질리언스 개념을 통해 사례를 분석하여 리질리언스 설계 방법을 탐색하는 것이다. 리질리언스 설계에는 어떤 전략이 필요한지, 기존 설계와는 다른 과정적 특성은 무엇인지를 도출하고자 한다. 리질리언스에 대한 연구가 도시 및 조경 분야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본 연구를 통해 향후 리질리언스 개념의 실천과 확장 가능성을 모색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연구 사례로는 2013년 ‘리빌드 바이 디자인’ 공모와 2017년 ‘리질리언트 바이 디자인’ 공모를 다룬다. 두 공모전을 선정한 이유는 기존 도시 리질리언스 구축 방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선언 중심의 추상적 해결 방법이 아닌 설계 중심의 해결책을 도출했다는 점에 있다. 공모에 참여한 각 팀(‘리빌드 바이 디자인’ 공모 6팀, ‘리질리언트 바이 디자인’ 공모 9팀) 은 설계 전문가를 중심으로 팀을 구성하여 지역 사회 구성원과 함께 생태적, 사회적, 경제적 취약성을 분석했으며, 이들과 함께 설계를 진행하여 지역의 리질리언스를 강화하기 위한 디자인 중심의 해결책을 제안했다. 짧은 기간 동안 진행되어 설계가의 역할이 추상적인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것에 그치는 기존의 설계 공모 과정과는 달리 1여 년에 걸쳐 4단계(준비-협력적 연구-협력적 설계-최종 발표) 의 과정으로 진행되었다는 점 또한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리질리언스 설계에서 중요하게 살펴볼 부분이다. ‘리빌드 바이 디자인’ 공모는 ‘설계’를 통해 도시 리질리언스를 구축할 수 있다는 생각이 구체적으로 확산된 계기가 되었으며, ‘리질리언트 바이 디자인’ 공모는 ‘리빌드 바이 디자인’ 공모를 바탕으로 재해가 일어나기 이전 지역의 도시 리질리언스를 다룬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연구의 방법은 문헌 연구와 설계안 분석으로 이루어지며, 설계안 분석은 리질리언스 이론을 적용한 내용과 설계 과정의 특성으로 구분하여 진행한다. 이론과 기존 연구를 통해 분석의 틀을 도출하여 설계안을 분석하고, 일반적인 설계 과정에 대응하여 리질리언스 설계의 과정적 특성을 분석한다.
연구의 진행은 다음과 같다(Figure 1 참조). 2장은 이론 고찰로서 리질리언스 개념이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를 탐색하고, 사전 연구에 의한 분석의 틀을 도출한다. 3장은 최근 시행된 두 설계 공모에 제출된 보고서를 토대로 공모 배경, 과정, 참여 팀의 주요 전략을 고찰한다. 4장에서는 리질리언스 설계 내용과 과정의 특성을 도출한다. 5장에서는 결론과 연구의 시사점과 한계를 정리한다. 본 연구는 리질리언스 설계가 이루어지고 있는 동시대 지형을 파악하고, 구체적으로 설계에 적용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데 의의가 있다. 또한, 향후 도시 리질리언스 설계에서 직접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연구와 차별점을 가진다.
II. 리질리언스 개념과 분석의 틀
리질리언스는 ‘튀어 올라 되돌아가다’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resalire’에서 파생 (Community & Regional Resilience Institute, 2013)되었으며, 전통적으로 물리학과 심리학에서 사용되어 왔다. 물리학에서는 충격을 받은 후 원래의 상태로 되돌아가려는 물체의 능력을 의미하고, 심리학에서는 쇼크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성공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Barata- Salgueiro and Erkip, 2014).
리질리언스 개념이 생태학에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1973년 홀링의 논문 ‘생태계의 리질리언스와 평형(Resilience and Stability of Ecological Systems)’이며, 이는 현대 리질리언스 이론의 기원으로 종종 언급(Klein et al., 2003; Folke, 2006Meerow and Newell, 2015; Meerow et al., 2016)된다. 홀링은 생태계의 안정성은 정량적으로 측정될 수 있으며, 예측가능하다는 생태학의 주류 이론에 의문을 품고 시스템 내에서 관계의 지속성을 결정하는 생태적 리질리언스 (Ecological Resilience) 의 개념을 도입했다. 그에 따르면 “리질리언스는 시스템이 상태 변수 (state variables), 운전 변수 (driving variables) 및 매개 변수 (parameters) 의 변화를 흡수하고서도 여전히 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을 측정하는 도구로 규정”된다. 즉, 리질리언스는 교란 이전의 시스템을 구성하는 요소들 사이의 관계를 잃지 않은 채 변화와 교란을 흡수하는 시스템의 능력을 측정하는 도구다(Graugaard, 2012).
리질리언스 개념은 홀링에 의해 두 가지 관점으로 발전되어 왔는데, 먼저 공학적 리질리언스 (Engineering Resilience)는 교란이나 파괴가 일어난 뒤 평형점의 안정 상태로 되돌아가려는 성격이다. 공학적 리질리언스는 평형점으로 복귀하는 속도를 중요하게 생각하며(Pimm, 1991), 기능의 효율성을 유지하고 시스템의 지속성과 예측 가능한 세계에 초점을 맞추어 원래 가지고 있던 성질을 바꾸려는 교란에 대해 저항하는 속성을 가진다(Folke, 2006). 반면, 생태적 리질리언스 개념은 생태적 시스템이 계속해서 기능하는 능력이며, 생태적 시스템에 변화가 있더라도 원래 상태로 되돌아 갈 필요 없이 본질적 기능을 유지하고, 지속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Holling, 1996). 생태적 리질리언스에서 평형점은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일 수 있으며, 시스템이 붕괴되지 않고 본질적인 기능, 구조, 정체성, 피드백을 유지할 수 있다(Walker et al., 2004). 이를 통해 여러 학자들은 비평형적 리질리언스가 생태학에서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며, 홀링의 리질리언스에 대한 여러 편의 저술은 사회생태적 (socio-ecological) 접점에서 많은 연구를 이끌어냈다고 평가하고 있다(Folke, 2006; Wu and Wu, 2013; Meerow et al., 2016).
한편, 경관생태학은 사람과 자연의 상호작용 속에서 지속가능성에 기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인식되어 왔다. 하지만 사회와 경제의 복잡성을 경관생태에 접목시키기 위해서는 더 넓은 리질리언스 개념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를 통해 대두된 것이 바로 리질리언스 관점에서 사회시스템과 생태시스템간의 상호작용으로 융합된 ‘사회생태적 시스템(Socio-Ecological System: SES)’이다. 1990년대 들어 여러 학자들이 생물다양성, 복잡계, 생태계와 제도 사이의 합의 문제, 경제적 성장, 사회경제적 시스템 분야에서 리질리언스를 연구하기 시작했고, 이는 1999년 홀링을 중심으로 한 리질리언스 연구 연합회(Resilience Alliance)로 발전하여 사회생태적 시스템의 역동성을 다양한 분야에서 탐구하게 되었다(Folke, 2006).
사회생태적 시스템은 인간이 자연의 일부인 복잡하고 통합된 시스템이다(Berkes and Folke, 1998). 생계를 위해 생태 및 환경 자원에 의존하는 사회 집단 또는 커뮤니티의 경우, 생태적 리질리언스와 사회적 리질리언스 간에 명확한 연관성이 있다(Adger, 2000). 2000년대 들어 리질리언스 개념은 기존 사회생태적 리질리언스에서 외연을 넓혀 도시 계획 분야로 확장된다1). 도시 계획 분야에서 리질리언스 개념이 처음 등장된 시점은 2001년 뉴욕 테러를 계기로 물리적 재건뿐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열린 2002년 MIT-컨퍼런스로 보고 있다(Lee and Kim, 2018). 이 컨퍼런스에서 ‘The Resilient City: Trauma, Recovery, and Remembrance’라는 주제로 도시가 큰 혼동과 파괴를 겪고 난 뒤 트라우마를 어떻게 극복하고, 새로운 질서를 세울 수 있을지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개진되었다2).
미로우 (Meerow)는 홀링의 리질리언스 개념이 등장한 1973년부터 2013년까지 41년간 다양한 분야에서 도시 리질리언스에 관련된 논문 172개를 분석하여 리질리언스에 대한 정의를 25개로 분류했다. 정의에는 서로 개념적인 긴장이 보이지만, 이를 유연하고 포용적인 방식으로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여러 개념들을 종합하여 도시 리질리언스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도시 리질리언스는 도시 시스템 및 이에 상응하는 사회생태적 (social-ecological), 사회기술적 (socio-technical) 네트워크가 시공간적 척도를 넘어, 교란이 발생했을 때 빠른 속도로 바람직한 수준의 기능으로 돌아가거나 유지되는 능력,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 시스템을 변화시키는 능력을 의미한다 (Meerow et al., 2016)”. 록펠러 재단에서 설립한 100 Resilient Cities Initiative (100RC)는 도시 리질리언스 실천 사례를 통해 도시 리질리언스를 “어떤 종류의 만성 스트레스와 급격한 충격을 겪더라도 생존하고 적응하며, 성장할 수 있는 도시 내 개인, 공동체, 기관, 기업 및 시스템의 역량”으로 정의한다.
도시는 복잡하고 변수가 많기 때문에 현재의 도시 시스템을 정확히 이해하거나, 미래의 최적 상태를 제대로 예측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마샬 (Marshall) 은 어바니즘의 산물을 계획하는 것 보다 혁신적, 선택적, 발생적, 적응적 기능성과 연결된 가진 디자인 프로세스에 더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강조한다(Marshall, 2012). 도시계획가, 정책입안자, 시민들이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실천 전략(계획, 설계, 관리) 이 필요하다는 의견(Desouza and Flanery, 2013)도 있다.
도시, 조경, 생태 분야에서 국내 리질리언스 연구는 시작 단계이지만 폭넓은 주제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 중 재해나 생태, 위기관리 분야에서 가장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Yu et al., 2015; Kim et al., 2017; Lee, 2018; Jung, 2018). 도시 리질리언스에 관련된 연구는 최근 들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추세다. 도시 지속가능성과 리질리언스 연구(Jung et al., 2016), 도시재생사업과 도시 리질리언스적 진단에 관한 연구(Kang and Lee, 2017), 리질리언스 개념을 적용한 지역 회복력 진단 연구(Han, 2017), 적응순환이론의 적용을 통한 저층주거지 지역사회의 리질리언스를 고찰한 연구(Song, 2018), 리질리언트 시티 모델 도입을 위한 평가기준 개발 및 적용가능성 분석 (Lee and Kim, 2018) 등이 있다. 기존 연구는 주로 리질리언스 개념을 통해 도시재생사업이나 지역회복력, 저층주거지 지역사회의 리질리언스 구축 과정을 진단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구체적으로 리질리언스 개념을 도시 설계와 공원 운영에 적용한 연구로는 도시 리질리언스 강화를 위한 전략과 도시 설계 연구를 바탕으로 100RC의 최근 도시 설계 사례를 통해 도시 리질리언스의 핵심 개념을 고찰한 연구(Pyo, 2017) 와 리질리언스의 운영관리 시스템을 대형 공원에 접목한 연구가 있다(Lee, 2014).
국내 선행 연구의 연구 방법을 살펴보면 주로 리질리언스의 개념에서 분석의 틀을 도출하고 있다. 강형철과 이창근은 도시재생사업의 진단을 위해 ARUP에서 구분한 4개의 범주인 ‘리더쉽과 전략’, ‘삶의 질과 복지’, ‘경제와 사회’, ‘기반시설과 환경’으로 분석의 틀을 설정했다(Kang and Lee, 2017). 송혜승은 리질리언스의 적응순환이론을 실제 지역에 적용하기 위해서 리질리언스 구성 요소를 유지능력, 자원동원력, 효율성, 유연성 등의 20개로 구분하여 진단한 후 높은 빈도수를 보인 6개의 요소로 압축하여 판단 기준을 설정했다(Song, 2018). 표희진은 선행 연구에서 제시하고 있는 리질리언스의 핵심 개념인 ‘문턱’, ‘적응적 순환’, ‘패나키’를 중심으로 세부 지표를 설정해서 분석했고(Pyo, 2017), 이지현의 연구는 이 중에서 ‘패나키’ 시스템을 서울의 대형 공원인 서울숲에 적용하여 리질리언스의 가능성과 방해하는 요소를 도출했다(Lee, 2014).
현재 해외에서 논의되고 있는 리질리언스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국내 상황에 접목한 연구가 시작되고 있는 시점으로 볼 수 있다. 연구는 개념을 적용한 진단과 평가에서 점차 설계에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타진하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100RC에서 실제 도시 리질리언스 설계 개념을 적용하기 위해 사용하고 있는 ARUP (2015) 의 도시 리질리언스 틀(City Resilience Framework) 을 기본으로 하여 분석의 틀을 도출하였다. 세부 범주 항목은 도시 리질리언스 평가를 위해 대상을 구분한 Foster (1997), Resilience Alliance (2007), Sharifi and Yamagata (2014), ARUP (2015), Meerow et al. (2016)의 연구를 바탕으로 공모 대상지의 특성에 맞게 구성하였다(Table 1 참조). 이와 함께, 설계를 진행함에 있어 과정적인 도시 리질리언스 전략 도출을 위해 설계의 일반적 과정 -준비, 조사 및 분석, 계획 및 설계, 실행- 에 대응하여 분석한다(Figure 2 참조). 기존의 설계 방식과 비교해봄으로써 리질리언스 설계 과정은 기존의 방식과 어떤 차이를 가지는지, 어떤 점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Source: Author re-organized
III. 리질리언스 설계 사례
2012년 10월 허리케인 샌디가 미국 북동부에 상륙하여 60만 채 이상의 주택을 파괴하고, 총 650억 달러가 넘는 경제적 손실과 함께 도시 인프라스트럭처에 심각한 피해를 입혔다. 기후변화와 손상된 생태계, 지형의 변화, 범람하기 쉬운 지역과 고밀도 개발방식 등 수많은 사회, 경제적 요인들에 대한 문제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이처럼 복잡한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물리적, 사회적, 생태적 취약성을 전반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전례 없는 이러한 과정은 정부와 기업과 커뮤니티와의 협업, 창조적인 학제간 연구, 광범위한 시민 참여, 선진적인 기술력 등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게 되었다(www.rebuildbydesign. org/resources/book)3).
2013년부터 1년간 진행된 공모 과정은 기존에 없던 독특한 구조인 총 4단계로 구성되었다. 팀별로 대상지를 각각 선정하여 한 지역에 대한 문제와 위험 요소를 분석하여 지역 주민과 지역 전문가와 협업하는 공모 과정으로 이루어졌다. 1단계로 펀딩을 확보하여 참여 전문가를 구성하고, 공동 참여 10개 팀을 선정했다. 2단계는 리서치 단계로, 선정된 팀이 대상지 별로 지역 조직과 함께 3개월간의 현장 연구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설계 팀은 지역의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기반시설, 생태적 취약점들을 지역 단체나 연구센터 등과 함께 자료를 모으고 분석하는 과정을 거쳤다4). 분석한 자료에 대한 평가와 피드백을 통해 아이디어를 도출했다. 3단계로는 디자인 단계로, 선정된 핵심 콘셉트를 장소특정적인 디자인 해결점으로 발전시켜 나갔다. 10개 팀은 수많은 공청회 등의 행사와 회의를 통해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나갔다. 4단계로는 2016년 6월에 최종 6개 팀과 대상지를 선정하고, 실행계획을 수립했다(www.rebuildbydesign.org/resources/book).
‘리질리언트 바이 디자인’ 공모는 앞서 실시된 ‘리빌드 바이 디자인’ 공모 프로그램을 모델로 하였기 때문에 절차, 구성, 방식, 결과 등이 비슷하다. ‘리빌드 바이 디자인’공모가 재난이 일어난 후 파괴된 도시 시스템의 복구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리질리언트 바이 디자인’ 공모는 재난이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상황5)에 대비하여 베이 지역의 리질리언스를 향상시키고자 한 점에서 한 층 더 진보적이며, 진화된 형태라 할 수 있다. 가장 큰 차이점으로는 공모의 과정이 하향식이 아니라 상향식이라는 점이다. ‘리빌드 바이 디자인’ 공모가 오바마 대통령의 TF팀에 의해 공모전이 시작되고, 미국주택도시개발국(HUD) 이 이를 실행한 주요 기관이었다면, ‘리질리언트 바이 디자인’공모는 록펠러 재단의 후원을 바탕으로 지역 주민, 지역 정부 및 산업계의 힘이 공모전을 가능케 했다. ‘리질리언트 바이 디자인’은 다른 공모와는 다르게 “공동체와 리더십을 키우는 동시에 미래 우리 사회가 직면하게 될 커다란 도전 과제를 모두 함께 해결할 수 있는 여정으로 설계”되었다. 공모 조직 체계는 총괄하는 집행위원회 및 상주 직원, 심사위원, 연구자문위원회, 과학자문단 및 재무자문단으로 구성되었다.
‘리빌드 바이 디자인’ 공모와 같이 4단계(준비-협력적 연구-협력적 설계-최종 발표)로 나뉘며, 각 단계별로 협동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2017년 5월에서 8월까지는 준비과정으로 건축, 조경, 엔지니어링, 재무, 교육, 생태, 참여 설계, 사회지도자 등 다학제적 분야로 구성된 51개의 참가팀으로부터 참여 의사를 받아 전문가 평가를 거쳐 최종 10팀6)을 선정했다. 동시에 지역 주민들과 도시 행정가들로부터 해수면 상승에 잠재적으로 취약한 74개가 넘는 지역에 대한 아이디어를 받았다. 2단계7)의 협력적 연구 과정에서는 연구, 대중 포럼, 의견 수렴, 연구자문위원회 활동 등을 거쳤으며, 주최측에서는 이 과정을 담은 브리핑 북을 제공했다. 3단계8)의 협동적 설계 단계에서는 재무자문단의 파이낸스 가이드를 제공, 과학자문단의 연구와 소통 과정을 거쳐서 현실성 있는 설계가 되도록 했다. 4단계에서 각 팀은 최종 설계 개념과 실행 로드맵을 발표했다. 공모 팀은 최종 보고서에서 4단계 공모 이후 과정까지 계획하고 있다(www.resilientbayarea.org).
최종 선정된 6개 팀은 리질리언트 설계 목표에 부합하기 위한 장소 특정적인 과정과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Table 2 참조). 6개 팀의 대상지는 샌디의 피해로 재건이 필요한 지역으로 대도시, 강과 습지, 해안지역, 해변 마을 등 대상지의 성격과 규모와 피해 정도가 다르며, 그에 대응하는 설계 전략도 지역적 특성을 반영하고 있다. 공통적인 기본 원칙은 단순한 재건사업이 아니라, 기후나 도시의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디자인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여기서 디자인이란 물리적인 환경뿐 아니라, 지역사회와 경제를 포함하는 포괄적인 개념이다. 예컨대, BIG팀9)은 물리적 리질리언스와 사회적 리질리언스의 결합을, Interboro팀10)은 기상 변화에 따른 주변의 지역 사회 리질리언스를 목표로 설정하고 있으며, SCAPE팀11)은 생태적인 리질리언스의 향상에 주력하고 있다.
Source: www.rebuildbydesign.org 1: www.rebuildbydesign.org/data/files/675.pdf 2: www.rebuildbydesign.org/data/files/674.pdf 3: www.rebuildbydesign.org/data/files/672.pdf 4: www.rebuildbydesign.org/data/files/673.pdf 5: www.rebuildbydesign.org/data/files/677.pdf 6: www.rebuildbydesign.org/data/files/676.pdf
각 팀별 설계 전략을 사례로 보면 ‘리빌드 바이 디자인’ 공모의 OMA팀12) 대상지인 호보켄은 샌디로 인해 도시의 절반이 침수되자 물리적인 방어와 예방 시설부터 건축과 도시 디자인 가이드라인, 보험제도 등의 정책적 해법까지 제시하는 통합적 설계를 구축했다. MIT팀13)은 미도우랜즈 지역 미도우파크의 홍수를 방지하고, 습지를 회복하는 설계를 통해 도시를 성장시키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노력했다. 교통체계 개선, 공공공간과 레크리에이션 구역 정비, 새로운 접근로 개설 등 교통, 생태, 개발과 같은 서로 다른 시스템이 결합하여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계획했다. SCAPE팀이 제안한 방파제 (Breakwaters)는 역사적으로 굴 양식을 해온 지역인 것에서 출발하여 소규모 서식지를 활용한 생태 방파제를 제안했다. 위험요소를 절감하는 시설이자, 지역 경제와 생태적 리질리언스를 회복하는 통합적 접근 방법이다.
각 팀별로 제안한 홍수 방어 시설은 물리적인 피해를 예방하는 것을 포함하여 지역의 장기적인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통합적인 시설로 계획하고 있다. BIG팀의 브릿징 둔덕(Bridging Berm) 이나 Interboro팀의 12피트의 제방으로 생기는 사면은 오픈스페이스로 활용하는 대안으로 그린 인프라스트럭처 기능과 커뮤니티의 강화에 도움을 주도록 계획했다. PennDesign팀14)은 홍수 방지를 위해 세 가지 모양으로 구분하여, 강력한 방어 시설인 적응형 경계(Adaptive Edge), 인프라스트럭처 보호 시설인 얇은 경계(Thin Edge), 역동적 공간 활용이 가능한 두꺼운 경계(Thick Edge)로 계획했다. SCAPE팀은 살아있는 방파제를 개념으로 하여 산호초 구조물인 ‘리프 스트리트(Reef Street)’가 해안침식의 진행을 막고 퇴적 작용을 유도하는 생태적인 해법을 제시했다(Figure 3 참조).
9개의 팀들이 제안한 설계안은 기후 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 및 주기적 범람 문제에 물리적, 생태적으로 대처하는 것부터 사회적 불평등, 주거, 교통 문제까지 다양한 측면에 초점을 맞추어 해결책을 도출하는 사회생태적 리질리언스 모델을 따르고 있다. 각 팀이 대상지로 삼은 베이 연안의 9개 지역은 기후 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에 취약하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그로 인한 생태적, 사회적, 경제적 영향 및 현재 각 지역이 처한 상황, 지역의 물리적, 사회적, 경제적 규모, 지역의 환경, 특성은 모두 다르다. 따라서 9개 팀의 설계안은 리빌드 바이 디자인 공모와 마찬가지로 지역 특정적인 계획 및 설계 전략을 담고 있다(Table 3 참조).
Source: www.resilientbayarea.org/final-team-reports 7: THEFIELDOPERATIONSTEAM_SOUTHBAYSPONGE_FINALREPORT.pdf 8: B+O+S FINAL-PAGES.pdf9: All Bay Collective.pdf 10: Common Ground_The Grand Bayway_Final_Design_Roadmap.pdf11: RBD_HASSELL+_FinalReport_31May2018.pdf 12: 180531_PublicSediment_FINAL_DesignReport. pdf13: P+SET_FinalReport_Roadmap_wRevisions.pdf 14: BionicTeam_RBD_ Final Design Report.pdf15: RbD_HomeTeam_FinalReport-May2018.pdf
모든 팀의 설계안은 기술 및 엔지니어링 관점에서 타당하다는 것을 입증하고자 했으며, 다중 이해관계자에 초점을 맞춰 다중 이익 문제 해결 전략을 수립했다. 각 팀의 지역 특정적인 계획을 살펴보면 크게 4가지 범주로 나뉘는데, 생태적/사회적 리질리언스에 대한 제안이 적절히 균형을 이룬 팀(FO팀15), BOS팀16), ABC팀17), Common Ground팀18), HASSEL+팀19)) 생태적 리질리언스에 초점을 맞춘 팀(Public Sediment팀20)), 사회적 리질리언스를 중심으로 제안한 팀(P+SET팀21)), 사회경제적 리질리언스에 초점을 맞춘 팀(Bionic팀22), Home팀23)) 이 그것이다.
주요 설계전략으로, BOS팀은 해수면 상승 및 범람에 대응하여 해안가 및 강변의 생태적 복원을 중요하게 인식하는 동시에 주변 항만 및 산업 단지라는 도시의 중요한 인프라스트럭처를 재해로부터 보호해 자산 가치를 높이고, 지역 경제 성장의 원천이 될 수 있는 계획을 제안했다. Bionic팀은 해수면 상승 수위보다 도시의 주요 시설의 높이를 높이는 직설적이고 물리적인 방식을 제안함과 동시에 조닝의 변경, 용적률 보너스, 주택 보조, 커뮤니티 랜드 트러스트 등 ‘제도의 설계’ 계획을 더해 지역의 사회적, 경제적 수준을 높이고자 했다. 또한, Bionic팀은 설계 개념인 “높이기”를 설명하며, 모두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생태, 사회, 경제적으로 통합적인 설계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예산 확보를 위한 장치를 바꾸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각 팀의 설계안은 리질리언스 달성을 위해 지역적 스케일을 넘어서 광역적 스케일까지 고려하고 있다. 경관적 접근은 한 곳의 시스템 정비만을 통해 완성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FO팀은 리질리언스를 한 곳에만 집중하는 것은 도시의 스트레스와 지역의 취약성을 극대화하므로 전체적이고 큰 스케일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HASSELL+팀 또한 지역 리질리언스를 위한 제안이 베이 지역과 연결되어 베이 리질리언스 선상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설계하였다. 도시의 리질리언스를 위해 각 지역별 추진하는 사업은 지역 내에서 해결할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상당 부분 상위 기구 및 법제와 조율이 되어야 하고, 다양한 기구를 통해 예산 확보가 되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IV. 리질리언스 설계 전략과 과정
15개 팀의 보고서 내용을 토대로 Urban Infrastructure, Social Dynamics, Economic Dynamics, Economic Dynamics, Health & Wellbeing, Governance Networks, Planning & Institutions 6개 범주와 하위분류로 구분한 도시 리질리언스 개념이 어느 정도 적용되었는지를 분석하였다(Table 4 참조). 개념의 적용 정도는 기존 설계 수준 이상으로 구체적인 내용이 기술된 경우를 높음으로 평가했으며, 기존의 설계방식과 차이점을 발견하기 어려운 수준의 내용에는 중간으로, 언급이 없는 경우를 낮음으로 평가했다.
Evaluation degree: High ●, Medium ○, Low -
Source: Author analyzed
각 팀들은 도시 인프라스트럭처 항목 중 재해로부터 환경자산을 보호하기 위한 에코시스템에 대한 세부 설계가 필수적으로 실행되었으며, 사회적 다이내믹스 항목에서는 지역주민 특성의 이해를 기반으로 한 설계를 거의 모든 팀에서 적용하고 있다. 특히 재해가 일어나지 않은 지역의 설계가 시행된 ‘리질리언트 바이 디자인’ 공모에서는 인식 증대를 위한 교육 방법이 다양하게 제안되었다. 추진하고 있는 사업 및 미래의 대응 전략에 대해 홍보와 교육을 위해 전시와 같은 일반적인 방식 외에도 Mobile Hub (FO팀), Flood Mobile (Bionic팀)과 같이 움직이는 정보 광장을 운영하기도 하고, 어린이 및 청소년층의 참여를 유도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ABC팀, Public Sediment팀은 지역 유수 대학교와 협업하여 학생들로 하여금 지역 현안을 바라보는 관점 및 설계안을 도출하도록 했다(Figure 4 참조).
경제적 다이내믹스 항목에서는 프로젝트를 실현시키기 위한 자금 조달 계획을 대부분 수행한 것으로 파악되었으나,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지원 프로그램의 마련에 대해서는 팀별로 차이를 보였다. 특히 건강과 웰빙 항목에서는 공중보건에 대한 세부 항목은 대체로 적용하고 있지만, 생산과 유통과 소비가 이어지는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는데 한계를 보이고 있다.
모든 팀의 설계안은 거버넌스 네트워크가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다.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이끌어 나가기 위한 주체가 중요하게 고려되었으며, FO팀의 다중 관할 기관, BOS팀의 Islais Creek Authority (ICA), Bionic팀의 리질리언시 행정관과 같은 통합적 관리가 가능한 조직의 설립을 제안했다. 이는 추진되고 있는 리질리언스 관련 사업을 통합적으로 파악하여 사업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지역 정부의 여러 관련 부서와 협력하여 예산을 확보하며, 지역 커뮤니티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는 창구로써 기능한다.
사업에 영향을 주는 이해관계자들을 명시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리질리언트 바이 디자인’ 공모에서 BOS팀의 경우, 지역 경제 및 일자리 창출, 환경 정의 및 오픈 스페이스, 사회적 리질리언스, 정부 기관으로 카테고리를 나누어 각각에 해당하는 이해관계자 그룹을 명시하고, 그 중 핵심 이해관계자를 지정해 향후 추진하는 사업에서 소통의 주요 대상자 및 사업을 이끌어 나가는 주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커뮤니티 기반 협의체의 구축과도 연결된다. Public Sediment팀은 이해관계자 연합체24)를 제안했다. ABC팀은 별도 협의체를 통해 장기적 적응 계획을 협력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했으며, Home팀은 임대주택, 지역 고용, 도시 녹화 사업 등의 지속가능한 추진을 위해 지역개발조합을 설립해 자금 조달 및 실행을 담당할 주민협의체를 제안했다. 관계 기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지역의 리질리언스를 구축하는 거버넌스 프레임워크가 형성될 수 있다.
주민 참여를 지속적으로 이끌어내고, 그들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전략을 수립한 사례도 눈여겨 볼 만하다. PennDesign팀은 ‘Livelihoods & Community’라는 개념으로 커뮤니티 기반 계획, 예술과 과학의 프로그래밍, 지역 재료 사용, 녹색일자리 창출, 시장 리질리언스를 위해 지역 식품 허브 프로그램을 지원 개발하는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P+SET팀은 주민들과 함께 하는 설계 방법에 대한 ‘디자인’을 제안했다. 대다수의 팀은 현장 답사, 워크숍, 디자인 샤렛, 회의 및 발표, 설문 조사 등의 일반적인 방법 외에도 Flood Sticker (Bionic팀), In It Game Together (ABC팀), Boardgame (HASSELL+팀), Toolkit Sticker (BOS팀), Sea Level Art Installation (Home팀), Mapping (Interboro팀) 등 직관적으로 해수면 상승에 대응하는 리질리언스 전략을 이해할 수 있는 방법들을 동원했다. Creek Atlas (Public Sediment팀), Flood Fair (Bionic팀), 요리경연대회(PennDesign팀) 등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지역 커뮤니티가 자연스럽게 모일 수 있도록 했다(Figure 5 참조).
다음은 과정적 설계 특성을 분석하기 위해 설계의 일반적 프로세스 -준비, 조사 및 분석, 계획 및 설계, 실행- 에 대응하여 고찰한다.
첫째, 설계 준비단계의 특성으로 두 공모에서는 사업 이전 단계에서 사업의 전 과정을 미리 계획하였다. 사업이 시행되기 전부터 단기, 장기적인 예산 확보를 계획하며, 지역 커뮤니티와 소통하며 다학제적 설계팀을 구성했다. 두 공모 모두 자선 단체의 기금으로 시작되었다는 점도 기존의 설계와는 다른 점이다. 두 공모는 정부 및 관계기관의 후원과 함께 록펠러 재단의 기금으로 시작되었는데25), 2013년 ‘리빌드 바이 디자인’ 공모를 위해 록펠러 재단은 약 40억 원의 기금을 마련했고, 이는 1조가 넘는 연방정부의 예산을 이끌어냈다(www.rockefellerfoundation. org/about-us/our-history/). 연방 정부는 이 예산으로 국가 재난 리질리언스 공모를 열어 재해로 피해를 본 여러 주와 도시의 재건에 도움을 주었다. 연방 및 지역 정부, 전문성을 가진 공공기관, 연구기관, 비정부기관 등이 함께 공모를 조직했고, 실행하기까지 지역 커뮤니티 및 민간 부문과 깊이 있는 소통을 거쳤다. 공모의 준비 및 실행 과정에서 지역 주민 및 단체, 이해관계자 그룹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리질리언스 설계의 기반이 되고 있다.
두 공모 모두 조경, 건축, 도시설계, 토목, 생태, 해양, 교통, 경제, 재무, 부동산, 예술, 문화, 커뮤니티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로 설계팀이 구성되었다. 공모 기간 동안 지역 전문가로 이루어진 다학제적 자문단이 설계팀과 협업하도록 조직되었다. ‘리질리언트 바이 디자인’의 경우, 과학 및 재무자문단은 실질적인 설계에 도움을 주었다.
둘째, 조사 및 분석단계의 특성으로, 모든 설계팀은 지역전문가와 주민의 참여로 이루어지는 위험 요소를 분석하였다. 지역 특성의 차이는 있지만 지역의 역사, 생태적 취약점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영향을 받는 지역 생태계, 대기 오염), 사회적/경제적 취약점 (해안 저지대의 침수로 인해 손실될 수 있는 기반시설, 주거 및 산업 자원, 지역을 단절시키는 교통시설, 낮은 교육 및 소득 수준, 불평 등), 위험 요소 (해수면 상승, 지진, 액상화, 해안 및 도시지역 침수, 지하수위 상승, 인구수 변화, 산업 구조의 변화), 위험에 처한 생태적 요소 (해안 습지, 갯벌, 하천, 수로) 및 사회적 요소 (자산 및 대지 가치, 공공자원, 기반시설, 산업, 인간의 삶) 및 기타 각 지역만의 특수한 상황 등에 대해 면밀히 분석했다.
이런 조사 및 분석 과정에서 두 공모 모두 지역 전문가 및 주민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협업했다. 이를 통해 지역 특수적인 문제까지도 파악할 수 있었으며, 지역의 리질리언스를 위해 단기/장기적으로 해결해야할 지역 맞춤 사업으로 연결되었다. 설계팀은 주민 단체, 관계 기관과의 소통을 통해 각 지역에서 이미 추진하고 있는 기후 변화에 대응한 생태적/사회적 재생 사업, 도시 계획, 도시 인프라 향상 사업 등을 파악했다. 이는 기존 도시 프로젝트와 서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 장단기 지역 리질리언스 사업을 제안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셋째, 계획 및 설계 단계의 특성으로, 모든 설계안은 경관 중심의 광역적 해법을 바탕으로 한 통합적 설계를 지향하여 경관 중심적인 해법을 도출하고 있다. 도시 개발로 인해 파괴된 해안가 습지를 복원하고, 직강화된 하천을 생태적으로 바꿈으로써 해수면 상승 및 범람에 대응하고자 했다. 또한, 도시 내 공공 공간 및 도시 숲을 조성해 도시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계획했다. 이는 대부분의 팀에서 조경 전문가가 팀을 이끌고 있는 것과도 연결된다26). 경관적 해법은 일차적으로 생태적 리질리언스와 연결되지만, 지역의 사회경제적 리질리언스로 이어진다. 생태적 복원 및 그린 인프라스트럭처의 구축을 통해 단절되었던 도시가 연결되고, 레크리에이션 공간이 생긴다. 재해 시 지역 주민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고, 공해가 저감되어 도시민의 건강이 향상되는 등 사회경제적으로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또한 리질리언스 설계 과정은 통합적인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 설계안은 해수면 상승 및 홍수 예방을 위한 생태 환경 개선뿐 아니라, 도시 리질리언스를 위한 디자인 가이드라인, 보험제도, 법규 및 규제 등의 정책적 해법까지 함께 제시한다. 지역 특정적이면서 특수한 문제점에서 출발해 생태와 사회, 도시 변화와 경제 등의 통합적인 해결점에 도달하도록 했다.
넷째, 실행 단계의 계획적 특성으로 구체적인 운영과 예산 계획에 의한 지속가능한 실행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각 팀은 실행계획 수립에서 자금 조달 계획, 인허가 종류 및 과정, 규제 검토와 운영 참여 방안을 자세하게 제시하고 있으며, 참여 가능한 공공 기관과 지역 커뮤니티 단체 및 이해관계자를 면밀히 검토하고, 이들과 지속적으로 협업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모든 팀이 단계적인 실행 계획을 제안하고 있는데, 파일럿 프로젝트의 실행이 그 출발점이다. 이는 지역의 리질리언스 구현에 대한 주민의 이해를 도울 뿐 아니라, 우선적으로 적은 재원으로 사업의 잠재적 문제점을 테스트하여 개선할 수 있다. 실행 계획은 최대한 자세하게 작성하되 실행 과정에서 유연하게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음을 적시하고 있다.
리질리언스 전략을 장기간에 걸쳐 진행하기 위한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과정의 응집성 및 안정적인 자금 조달이다. 대규모 프로젝트의 경우, 사업 전 과정에서 많은 관할 기관을 거쳐야 한다. 각 팀은 사업 진행 절차, 승인 과정, 예산 확보 여부, 관련 규정 용어가 관할 기관별로 다른 현재와 같은 시스템 상에서는 통합적인 리질리언스를 달성하기가 어렵다고 보았다. 개별 관할 기관이 시행 및 관리하는 종래의 시스템에서 벗어나 지역, 주, 연방 정부를 망라하는 협력적 협정에 의해 맺어진 다중 관할 기관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각 팀은 지방, 주, 연방 정부의 예산 및 기금, 민관 파트너쉽 기관 및 재단으로부터의 후원 여부를 파악해 어떤 사업에 어느 시점에서 얼마의 예산을 확보할 수 있는지를 체계적으로 파악하여 자금 조달 계획을 세웠다.
V. 결론
도시 리질리언스에 대한 논의는 활발히 전개되어 왔지만, 개념적 측면에만 치중하여 실제 설계에 적용할 정도의 구체성을 가지지 못한 한계가 있었다. 최근 100RC에서 리질리언스 이론을 실제 도시 설계 사례에 접목해 보는 시도가 이루어지면서 이론과 실천의 불균형적 양상을 탈피하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으며, 설계 공모전의 형식으로 도시 리질리언스 설계를 추진했던 ‘리빌드 바이 디자인’과 ‘리질리언트 바이 디자인’ 공모는 그런 점에서 시사한 바가 크다.
본 연구는 리질리언스 개념과 선행 연구를 바탕으로 한 분석의 틀을 이용하여 두 설계 공모의 설계안을 분석하였다. 리질리언스 개념의 적용 정도를 파악하는 내용적 분석과 설계 프로세스 -준비, 조사 및 분석, 계획 및 설계, 실행- 로 구분한 과정적 특성으로 나누어 리질리언스 설계 전략을 탐색했다.
내용적인 면에서는 리질리언스 개념의 설계에서 거버넌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리질리언스 설계의 주요 전략은 주민 및 이해관계자와 함께 연구하고 설계해 나가는 시스템에서 출발한다. 각 팀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보고서의 상당 부분을 주민과의 소통, 협업 과정 및 방식, 이를 통해 도출된 결과에 대해 상세히 기록하고 있다. 주민 참여는 설계 단계뿐 아니라, 조사 및 분석에서 실행 단계까지 이어진다. 설계팀은 전통적인 역할에서 벗어나 지역 주민과 다양한 이해관계자, 관계 기관 간 의견 및 우선순위를 조율하고 연결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설계 과정적 특성으로는 사업 이전 단계에서 전 과정을 계획한 점, 기후 변화 외에도 예상 가능한 사회․경제적 위험 요소를 분석한 점, 경관 중심의 통합적 설계를 지향한 점, 구체적인 운영 및 예산 계획으로 지속가능한 실행 전략을 수립한 점으로 요약할 수 있다. 기존 설계 프로세스에서는 설계를 보완하는 차원에서 형식적으로 다루어졌던 과정들이 리질리언스 설계에서는 필수 전략으로 수립되고 있다.
본 연구는 특정 지역의 설계를 대상으로 해석적 과정을 통해 연구 결과를 도출함으로써 모든 도시 리질리언스에 적용할 수 있는 객관적인 해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다양하게 논의되고 있는 리질리언스 개념을 설계 전략으로 연결한 점과 리질리언스 설계 과정의 특성을 도출하여 실천적인 방법론에 대한 가능성을 타진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
도시 리질리언스 설계를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지식과 경험이 중첩되어 상호 연결되어야 한다. 물리적인 공간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사회적 약점을 극복하거나 경제적인 해법을 제시하는 설계 전략이어야 한다. 지구적 환경 변화 및 도시화의 속도를 고려할 때 리질리언스 개념의 설계는 일시적인 유행이라기보다 도시 공간의 다양한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설계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재해 대응이 필요한 지역뿐 아니라, 일상적인 도시를 계획하는 영역이나 도시 규모에 버금가는 대형 공원의 설계 전략으로 확장할 가능성을 갖는다. 객관적인 리질리언스 개념의 평가 방법과 적용 가능한 구체적인 리질리언스 설계 방법 구축에 대한 연구를 향후 과제로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