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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4개 도시 커뮤니티가든 사례조사에 의한 역할과 특성 비교 연구

신명진*, 최정민**
Myungjin Shin*, Jungmin Choi**
Author Information & Copyright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협동과정 조경학 박사과정
**건국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Ph.D. Student, Interdisciplinary Program in Landscape Architecture, Graduate School of Environmental Studies, Seoul National University
**Professor, Dept. of Architecture, Konkuk University
Corresponding author: Jungmin Choi, Professor, Dept. of Architecture, Konkuk University, Seoul 05029, Korea, Tel.: +82-2- 2049-6075, Fax: +82-2-450-4061, E-mail: jmchoi@konkuk.ac.kr

본 연구는 농업진흥청 연구사업 (세부과제번호: PJ012581012018) 의 지원에 의해 이루어진 것임.

© Copyright 2018 The Korean Institute of Landscape Architecture. This is an Open-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 License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4.0/) which permits unrestricted non-commercial use, distribution, and reproduction in any medium, provided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Received: Sep 05, 2018 ; Revised: Nov 23, 2018 ; Accepted: Nov 23, 2018

Published Online: Dec 31, 2018

국문초록

국내 주거재생 및 도시재생 사업이 활성화됨에 따라 주거환경 및 경관 개선, 그리고 공동체 활동에 대한 관심 증대로 인해 도시농업의 일종인 커뮤니티가든에 대한 관심 역시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커뮤니티가든에 대한 인식은 아직 도시농업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실천방안 논의 역시 기초 단계에 머물러 있는 현황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커뮤니티가든의 발상지인 북미 4개 도시 커뮤니티가든의 현황을 직접 현장 조사하고, 공간적 구성 및 사회적 기능을 중심으로 분석함으로써 사례 도시별 커뮤니티가든의 특성을 탐구하여 국내 커뮤니티가든 연구에 있어 유의미한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하였다. 연구 방법으로는 커뮤니티가든이 활발하게 운영관리되고 있는 시애틀, 뉴욕, 필라델피아와 밴쿠버 등 4개 도시의 총 166개 커뮤니티가든에 대한 현장조사를 실시한 후, 각 도시별 커뮤니티가든 4곳을 선정하여 분석을 진행하였다. 연구 결과, 각 도시의 커뮤니티가든은 입지 성격 및 사회적 수요에 따라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근교외’ 도시인 시애틀과 밴쿠버 커뮤니티가든의 경우, ‘참여’의 장으로써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는 반면, ‘도심’에 위치한 뉴욕과 필라델피아 커뮤니티가든은 ‘경관 미화’의 기능이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북미 커뮤니티가든은 전체 지역사회를 위한 다목적 공공 공간으로써 도시 어메니티 기능을 복합적으로 수행하고 있는데, 이는 국내 커뮤니티가든 연구에서 커뮤니티가든의 사회적 기능 및 이를 수행하기 위한 공간적 구성에 대한 고려가 필요함을 암시한다.

ABSTRACT

As urban regeneration and revitalization projects become increasingly popular in Korea, interests in residential environment, landscape improvement and community activities have risen, resulting in increased interest in community garden, a type of urban agriculture. However, the concept of community garden in Korea is yet to be defined apart from the general concept of urban agriculture. Also, any discussion regarding a practical scheme for community gardens remains nascent. Therefore, in order to define and to understand community gardens, and to draw meaningful implications for the community garden research in Korea, this study conducted a preliminary field survey of four North American cities from where the idea of community gardening originates.

A total of 166 community gardens in Seattle, New York, Philadelphia and Vancouver were visited during this survey. Four community gardens from each city were selected for further analysis, with particular emphasis on spatial organization and social functions. The results showed that the community gardens in each city perform a diverse array of functions depending on location, type and societal needs. Community gardens in Seattle and Vancouver, which may be classified as ‘uptown,’ focused on their roles as fields of ‘community participation.’ Those in New York and Philadelphia, which are classified as ‘downtown,’ emphasized their function in ‘urban beautification.’ This study demonstrates that the community gardens in North America serve their roles as urban amenities and multi-functional public spaces for the entire local population. The implication of the results is that considerations for the social roles the community gardens serve and the spatial elements that allow the space to perform such functions are necessary for the further developments in the community garden research in Korea.

Keywords: 현장조사; 사회적 공간; 북미; 커뮤니티 참여; 도시경관 미화
Keywords: Field Survey; Social Space; North America; Community Participation; Urban Beautification

I. 서론

1. 연구배경 및 목적

최근 국내 주거재생 및 도시재생 사업 붐에 편승하여 주거환경 및 경관 개선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으며, 그 일환으로 커뮤니티가든에 대한 관심 역시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커뮤니티가든은 공동체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도시농업의 일종으로, 특히 사회적 기능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발상지인 미국에서 커뮤니티가든은 결과가 아닌 공동체 활성화와 환경 교육 등 사회적 목적을 이루기 위한 도구이자 방안으로 활용되고 있다(Lawson, 2005).

국내의 경우 2012년 「도시농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법률 제12844호)」 제정에 따라 도시농업이 적극 권장되고 있는데, 그 이면에는 식량난 대비 및 안전 먹거리 확보, 도시열섬 현상을 비롯한 환경문제 해소 등 도시생태계 복원의 차원에서 도시농업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는 측면이 있다(Agro City Seoul, 2013). 반면, 국외 도시농업의 주요 목적 중 하나인 공동체 증진 및 경관 개선에 대한 수요도 증대하고 있다. 특히 근래 주목받고 있는 마을만들기 등 지역 공동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대함에 따라 주민 참여를 통해 주거환경과 경관을 가꾸고, 공동체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커뮤니티가든 조성의 필요성이 공감을 받고 있다(Lee and Park, 2018).

하지만 국내 커뮤니티가든에 대한 정의 및 인식은 도시농업의 범주에 머물러 있으며, 실천 방안에 대한 논의 역시 기초 단계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Choi et al., 2018). 이에 따라 유럽, 북미, 일본 등 선진 사례를 포함한 다양한 국내외 커뮤니티가든에 대한 풍부한 사례 고찰의 필요가 증대되고 있다. 특히 국내 커뮤니티가든의 방향성 설정 및 커뮤니티가든의 올바른 이해를 위해 커뮤니티가든 발상지인 북미의 다양한 사례를 살펴보고, 실천 현장의 공간적 특성을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본 연구는 현장조사를 바탕으로 북미 사례 도시의 특성 및 공간구조와 커뮤니티가든 간 관계 고찰을 통해 도시별 커뮤니티가든의 사회적 기능과 역할을 비교분석하였다. 북미 4개 도시에 널리 분포된 커뮤니티가든을 직접 현장 조사하며, 도시별 커뮤니티가든의 공간적 구성, 사회적 기능 및 역할 등을 탐구한다는 측면에서 본 연구의 의의를 찾을 수 있다.

2. 연구방법 및 흐름

본 연구에서는 현장 답사를 진행한 166개 북미 커뮤니티가든 중 각 도시별로 4개씩 선정하여 총 16개 커뮤니티가든 사례를 세부 분석하였다(Figure 1 참조). 북미에서 커뮤니티가든은 보편적인 시민 참여형 도시 프로그램으로써 각 도시별로 고유의 지역적 특색을 지니고 발전해왔다. 본 연구에서는 커뮤니티가든이 특히 발달하고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는 사례를 분석하여 국내 커뮤니티가든 연구에 기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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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1. Site locations and distribu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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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방법은 문헌조사와 현장조사를 병행하였다(Figure 2 참조). 먼저 문헌조사를 통해 북미 커뮤니티가든의 이해와 이론적 배경을 구축하였다. 커뮤니티가든의 개념과 특성, 그리고 본 연구의 대상인 북미 커뮤니티가든의 역사 및 전개를 살펴보았다. 이 과정에서 커뮤니티가든의 목적과 의미를 재고하였다. 또한, 선행연구 고찰을 통해 국내 커뮤니티가든 연구 동향을 살펴보고 연구의 차별성을 도모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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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2. Research flow ch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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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조사는 2017년 5월부터 8월까지 약 3개월간 진행하였다. 북미 4개 도시의 커뮤니티가든을 직접 현장 방문하고, 공간 구성 요소를 중심으로 사진 자료를 수집하였다. 본 연구는 가능한 한 많은 북미 커뮤니티가든을 현장에서 직접 관찰하고자 총 166개소 사례를 살펴보고, 각 도시의 맥락과 커뮤니티가든의 역할을 비교분석하여 함의를 찾고자 하였다(Table 1 참조). 이에 더해 보다 통합적인 분석을 위해 지역 사회와의 연계성이라는 차원에서 공간 분석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현장조사 후속작업으로 166개소 사례를 재분류하였다. 재분류의 기준은 입지, 공간 활용, 텃밭의 유무 등이었으며, 이를 통해 각 도시의 전형적인 특성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사례를 각 도시별 4개소씩 선별하여 총 16개소에 대해 집중 분석을 진행하였다.

Table 1. General information of the community gardens in the four case cities
Nation City Population Community garden status Number of sites visited
Number of gardens (number of plots) Year of establishment Operator Community orchard Commercial gardens and farms School gardens
United States of America Seattle 724,745 81 (2,650) 1973 Department of Neighborhoods 37 2 33 88
New York 8,622,698 600 1975 Grow NYC 0 52 582 26
Philadelphia 1,580,863 64 1973 PHS (Pennsylvania Horticultural Society) 0 0 0 24
Canada Vancouver 631,486 97 (3,900) 1995 Vancouver Park Board 3 17 55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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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도시별 커뮤니티가든을 크게 설립연도, 규모 및 면적, 텃밭 개수를 포함한 ‘일반적 특성’, 주거지역, 주거복합지역, 공원지역으로 나눌 수 있는 ‘입지적 특성’, 개방성과 접근성, 휴게공간, 회의 및 모임 시설, 공용 농기구함을 비롯한 ‘내부 어메니티 시설’, 안내판, 공공예술작품과 운동시설이 포함된 ‘확장 어메니티 시설’로 구분하여 분석의 틀을 구성하였다. 각 도시별 사례에서 커뮤니티활동에 관련된 공간 구성 및 입지와 주변 환경을 추출하였고, 마지막으로 앞서 분류 및 분석 결과를 비교표로 정리하여 북미 사례의 특징을 비교하고, 시사점을 도출하였다.

II. 이론적 배경

1. 커뮤니티가든의 개념 및 특성

본 연구는 국내 커뮤니티가든에 대한 개념을 보다 명확하게 짚을 필요가 있다고 보고, 의미 중심의 커뮤니티가든 개념을 적용하고자 한다. Choi et al. (2018) 은 커뮤니티가든 선행연구논문 12편을 대상으로 텍스트 마이닝(text-mining) 분석을 통해 커뮤니티가든의 개념적 특성을 도출하였다(Figure 3 참조). 텍스트 분석 결과에 따르면 국내 학술계에서 커뮤니티가든은 크게 “공동체를 위한 주민 교류의 장”을 의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도시농업과 달리 의미 설정에 있어 농작물 재배나 직접적인 농사 행위보다 활동, 행위주체, 목적이 중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도시농업과 커뮤니티가든이 종종 혼용됨에도 불구하고, 용어 개념적으로 그 차이점이 명확히 존재함을 반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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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3. Conceptual difference between urban agriculture and community garden by text-mining analy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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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북미의 커뮤니티가든 개념과 우리나라 및 일본에서 지칭하는 개념이 다소 상이한 것으로 드러났다. 먼저 광의의 커뮤니티가든 개념에서 커뮤니티가든은 ‘커뮤니티(Community: 공동체)’와 ‘가든(Garden: 정원, 텃밭)’의 두 개별 용어의 합성어로, 사전적 의미는 ‘여러 사람이 함께 정원을 가꾸는 토지’를 뜻한다. 또한, 북미 커뮤니티가든 협회(ACGA)는 기능 중심적 정의를 통해 커뮤니티가든이 삶의 질, 공동체 활성화, 마을가꾸기, 열섬효과 해소 등 다양한 기능을 복합적으로 수행한다고 보고 있으며, 그 밖의 단체 역시 커뮤니티정원에 대해 치유와 공동체 향상을 위한 공유 정원이라는 포괄적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ACGA, 2018).

광의의 커뮤니티가든에서는 따라서 작물생산을 위시한 생산행위 외, 주민참여 독려 및 공동체 활동 등 사회적 관계를 강화하는 다양한 행위가 중요하게 여겨진다. Choi et al. (2018) 이 정리한 북미 커뮤니티가든의 디자인 요소인 다용도성 (Multi- functionality)과 유연성 (Flexibility), 연계성 (Connectivity) 등 역시 마찬가지로 공공성과 포용성을 중심으로 형성된 공간적 특성이라고 볼 수 있으며, 북미 커뮤니티가든의 개념을 잘 나타낸다. Lawson (2005) 은 이에 더해 참여 과정으로서의 커뮤니티가든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즉, 북미 커뮤니티가든은 참여자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타 녹지 향유행위와 구분되며, 다양한 공동체 활동을 통해 사회적 관계망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타 도시농업 유형과도 궤를 달리한다.

국내와 일본에서 지칭하는 커뮤니티가든 개념은 협의의 커뮤니티가든으로, Choi et al. (2018) 의 구분에 따르면 재배 작물, 이용접근성, 이용주체 등에서 북미에서 통용되는 광의의 커뮤니티가든 개념과 차이를 보이고 있다. 협의의 커뮤니티가든에서 작물은 화훼중심으로 꽃밭 등 공공이 함께 향유할 수 있는 정원을 가꾸는 행위에 중점을 두고 있다. 또한, 근린 도보 생활권에 조성되어 접근이 용이하며, 광역의 시민이 아닌, 근접거리에 거주하는 주민이 주 참여대상이다. 마지막으로 이용료 면에서 광의의 커뮤니티가든은 일부 공공 지원일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 유료로 운영되는데 반해, 협의의 커뮤니티가든은 무료인 경우가 많았다. 이처럼 커뮤니티가든 개념이 지역과 위치에 따라 다르게 기능하고 있다는 점은 추후 국내 커뮤니티가든 조성 및 운영에 있어서 고려할 문제이다.

2. 북미 커뮤니티가든의 배경 및 전개

북미 커뮤니티가든의 역사는 18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Hou et al., 2009). 1893년부터 약 5년간 이어진 경제 불황으로 인해 자급자족을 목적으로 한 유휴지 개간이 인기를 끌었으며, 1890년부터 1920년까지 약 30년간 학교 텃밭 등 교육을 목적으로 한 어린이 정원 조성 움직임이 일기도 하였다(Figure 4 참조). 이후 세계전쟁에 참전한 미국 정부가 식량문제 대비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빅토리가든(Victory Garden) 등 도심 텃밭 가꾸기를 장려하는 등 커뮤니티가든의 다양한 형태가 존재해왔다(Lawson, 2005). 흥미로운 점은 각 정원 조성 움직임이 당시 사회적 상황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이처럼 커뮤니티가든은 당시 시대상을 드러내는 공간이었으며, 개인 또는 사회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대응책으로써 적극 활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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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4. Gardening education for children in 1915

Source: New York Public Library. (c) General Education Bo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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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연구에서 주목하는 북미 커뮤니티가든의 형태가 자리 잡은 것은 1970년대이다. Lawson (2005) 은 텃밭 정원 문화의 북미 전역에 걸친 확산에 대한 근거로써 다음의 세 가지 사회적 현상을 제시한다. 먼저, 텃밭 정원 경작의 가장 큰 이점은 경제적 안정에 있었다. 냉전시대 석유통상금지령 등 국제 상황은 식료품 가격 상승에 일조했고, 텃밭 정원 경작은 대안적 식량 수급 방안으로 각광받았다. 두 번째, 환경에 대한 관심과 과소비적 경제 시스템에 의존하던 당시 사회에 대한 경각심이 일었다. 특히 농공업으로 인한 환경문제에 관한 폭로와 그로 인한 건강 문제는 1970년 ‘지구의 날’ 제정과 함께 구체적으로 형태를 지니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텃밭 정원 확산에 기여한 사회적 요소는 개인의 건강과 여가에 대한 관심 증대에 있었다. 수십 년간 정원 문화가 이어지며 정원 애호가 수가 많아졌으며, 텃밭 정원은 보편적인 외부 레저 활동으로 자리 잡았다.

반면, 타 도시농업 형태와 구분되는 ‘공동체 활동을 기준으로 형성된’ 커뮤니티가든의 확산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북미 도시의 쇠퇴였다. 1950~1960년대 북미 도시는 도시재생 (Urban Renewal) 논리 아래 공동화 현상을 겪으며, 공동체성을 상실하였다. Jacobs (1961)가 시민운동을 통해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저지하고 뉴어바니즘 (New Urbanism) 운동을 촉발시킨 것과 유사한 역사적 맥락에서, 커뮤니티가든 역시 시민운동의 차원에서 공백으로 남겨진 유휴지를 활용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시작되었다.

1970년대 커뮤니티가든 운동은 버려진 토지에 생기를 불어넣음으로써 유용한 오픈스페이스를 생산하는 일종의 대안 공간 프로그램의 역할을 수행하였다. 대안 공간을 위한 사회적 운동으로써 커뮤니티가든 운동은 타 도시 녹지와 다른 형태의 공간으로 구성되었다. 먼저 주로 기능에 따라 개인 경작용 텃밭 구역, 공동체 활동을 위한 공용 구역, 어린이 놀이 구역, 공동 경작 구역 및 과수원 등으로 공간이 구성되었다. 여기에 소수의 커뮤니티가든 운동가 및 공동체 일원이 최소한의 경비를 들여 공간을 조성했는데, 이 과정에서 재활용 자재의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응용이 이루어지기도 했다(Figure 5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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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5. East 12th Street: Community Garden. New York (1980)

Source: Center for Canadian architecture. (c) Edward Fausty and Brian Ro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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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는 1976년 농무부(Department of Agriculture) 의 민관협력 사업인 ‘어반 가든 프로그램(Urban Garden Program)’을 통해 1985년까지 총 21개 도시의 커뮤니티가든 프로그램을 지원하며, 커뮤니티가든 확산에 박차를 가하였다. 이 지원 대상 목록에 본 연구의 대상인 북미 도시 중 뉴욕, 필라델피아, 시애틀이 모두 포함되어 있으며, 그밖에 시카고, 로스앤젤레스 등 커뮤니티가든 활동이 활발한 도시 모두 포함되어 당시 지원 프로그램이 북미 커뮤니티가든 정착에 큰 영향을 미쳤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더해 뉴욕의 그린 게릴라(Green Guerrillas)나 오퍼레이션 그린썸 (Operation Greenthumb)과 같은 시민단체가 커뮤니티가든의 지속성 보장을 위해 도시와의 협의에 본격적으로 나서며, 커뮤니티가든과 시민단체의 연계성을 강화하였다(Kim, 2013).

1992년 어반 가든 프로그램이 종료된 후, 1990년대 말 경제 부흥이 일어나며 토지의 활용 방법을 두고 시민단체 등 커뮤니티가든 옹호 계층과 도시 간 갈등이 빚어졌다(Gittleman, 2009). 이에 북미 커뮤니티가든 시민단체는 커뮤니티가든 연합(Community Garden Coalition) 을 구성하여 본격적인 대응을 시작하여 다양한 사회 운동을 일으켰다. 결국 2000년대 초 당시 새로 당선되었던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과 미 법무장관 간의 협의가 이루어져 커뮤니티가든이 들어선 토지의 개발을 제한하는 법적 제도가 시행되며 커뮤니티가든을 둘러싼 갈등에 종결부를 찍고, 특히 뉴욕 커뮤니티가든 체계의 지속성에 크게 기여하게 되었다(Steinhauer, 2002).

이처럼 북미 커뮤니티가든의 역사는 20세기 전후로 약 150년간 이어져 왔고, 당시의 사회적 상황에 밀접하게 반응하며 여러 형태를 취하였고, 특히 20세기 말 사회 운동과 결합되며, 현재 커뮤니티가든의 개념으로 정착되었다. 주어진 사회적환경적 조건에 반응하는 유기적 공동체 공간이자 사회적 장으로 활약했던 역사는 오늘날 북미 커뮤니티가든을 이해하는데 있어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3. 선행연구

본 연구의 선행연구는 먼저 북미 도시별 커뮤니티가든의 역사 및 특성을 정리한 연구와 북미 커뮤니티가든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담은 연구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Lawson (2005) 은 북미 커뮤니티가든의 역사 및 쟁점을 연도별로 꼼꼼히 짚고 있다. 또한, Kim (2013) 은 문화적 차원에서 미국의 커뮤니티가든을 녹색 자원봉사 문화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Emmet (2016) 은 환경적 정의 (environmental justice) 관점에서 미국 정원 문화가 서술된 역사를 되짚기도 했다.

북미의 각 도시별 커뮤니티가든에 대한 선행연구로는 먼저 Eisenberg (2013), Rosenthal (2002), Smith et al. (2003), von Hassel (2003) 등이 뉴욕 커뮤니티가든의 역사 및 다양한 특성, 그리고 각 사례별 쟁점을 연구하였다. 그밖에 시애틀 커뮤니티가든의 역사 및 모범사례를 훑은 Hou et al. (2009), 필라델피아 커뮤니티가든에서 문화적 정체성 발현을 탐구한 Pearsall et al. (2017) 등이 있다. UASDG (2007)는 밴쿠버 커뮤니티가든에 관심 있는 일반시민을 대상으로 엮은 안내서로 밴쿠버 내 커뮤니티가든 협력 단체 및 관계망을 설명하였다.

국내 커뮤니티가든 연구로는 You (2011), Kim et al. (2012), Sung and Lee (2013) 의 국내 커뮤니티가든 사례 분석 연구가 있다. Choi and Seo (2016), Kim et al. (2012) 은 커뮤니티가든의 유사 모델을 제시했으며, Choi et al. (2018) 은 북미 및 일본의 커뮤니티가든 개념을 탐구하여 국내 커뮤니티가든 발전에 있어 방향성 설정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고, Lee and Park (2018) 은 국외 커뮤니티가든 가이드라인을 연구하여 주민 참여형 커뮤니티가든 조성 가이드라인 마련의 방향성을 제시하였다.

이처럼 국내 커뮤니티가든 연구가 서서히 활기를 띄어가고 있으나, 북미 커뮤니티가든의 지역별 맥락과 특성을 구분하여 연구한 내용은 부족하다. 비록 최근 국내 도시농업에 대한 관심에 편성하여 북미 현장을 둘러보고 조사한 보고서가 발간되고 있으나(Agro City Seoul, 2013), 입지와 공간을 중심으로 비교 연구를 진행한 사례는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북미 커뮤니티 사례를 현장 조사하여 각 도시별 커뮤니티가든의 현황 및 공간 구성 특성, 기능과 사회적 역할 등을 포괄적으로 비교분석하였다는 점에서 선행연구와 차별성을 가진다.

III. 북미 커뮤니티가든 현장조사

1. 미국 시애틀
1) 시애틀 커뮤니티가든 개요

미국 북서부 워싱턴 주에 위치한 시애틀은 사계절 온화한 기후로 커뮤니티가든이 북미에서 가장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도시라고 볼 수 있다. 특히 북미 서부 지역 특유의 시민운동 문화는 커뮤니티운동의 확산에 큰 영향을 미쳐 오늘날 ‘피패치 (P-Patch)’로 일컫는 시애틀 고유의 커뮤니티가든 형태를 낳았다(Hou et al., 2009). 피패치는 정책적 측면에서 보았을 때 미국에서 가장 선구적이라고 평가 받고 있으며, 매해 피패치 개수와 참여자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Kim and Choi (2017)는 이용자 수요와 입지적 특성이 반영된 정원설계가 눈에 띈다는 점을 설명하며, 특히 지속가능성의 실현을 위해 여러 이해관계자가 사회적 관계를 구축하고, 지역사회의 타 시민단체와도 연계가 잘 되어 있다는 점을 들어 시애틀 피패치의 사회적 특성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피패치라는 명칭의 유래는 1973년 피카르도 농장 (Picardo Farm) 의 소유주가 자신의 농장 내 토지를 텃밭 목적으로 지역 주민과 공유하며, 이 공동텃밭을 피패치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데서 연유한다. 유기농업, 다양한 채소, 화훼와 유실수 등 매해 작물의 범주를 넓히며, 시애틀 커뮤니티가든인 피패치의 원조답게 다양한 원예활동 및 공동체 기능이 잘 작동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시애틀 사례의 특이점으로는 타 도시와 달리 시애틀 근린국(Seattle Dept. of Neighborhood) 에서 피패치를 주관한다는 점으로 1973년 설립 이래 2016년 기준으로 약 88개의 피패치가 운영되고 있었으며, 2018년 말까지 약 90여 곳으로 증가할 예정이다(Kim and Choi, 2017). 즉, 사회적 영향력과 정책, 운영 시스템 모두에서 상당한 수준을 갖추고 운영되고 있을 뿐 아니라, 지역사회에 밀착한 시민을 위한 개방공간으로 지속가능성을 견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 하는 바가 크다.

2) 공간 구성 및 특성

본 연구에서 분석한 시애틀 커뮤니티가든 사례는 브래드너 정원 공원 피패치 (Bradner Gardens Park), 벨타운 피패치 (Belltown P-Patch), 인터배이 피패치 (Interbay P-Patch), 비콘 푸드 포레스트(Beacon Food Forest: 이하 BFF) 이다(Table 2 참조). 이 사례들은 400m2부터 4,000m2에 달하는 것까지 다양한 규모이며, 더불어 여러 텃밭 형태를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예를 들어, BFF의 경우 영속농업 방식을 채택하여 3단계에 걸쳐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Hou et al., 2009). BFF 참여자들은 따라서 텃밭뿐 아니라, 공원과 텃밭 사이 과수원을 가꿈으로써 생태시스템을 모방하여 자급자족할 수 있는 도시숲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Table 2. Seattle P-Patch community garden sites
Site name Year founded Size (m2) Number of plots
Bradner Gardens Park P-Patch 1987 1,331 60
Belltown P-Patch 1995 408 35
Interbay P-Patch 1974 3,994 132
Beacon Food Forest 2014 2,508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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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 and Choi (2017)는 시애틀 피패치의 디자인 구성요소를 ‘기반시설’, ‘지원시설’, ‘휴게시설’, ‘특수시설’, ‘친환경시설’ 등 다섯 가능 기능을 중심으로 분류한 바 있다. 먼저 시애틀 피패치의 경우, 휴게공간뿐 아니라, 내외부 모임 시설을 별도 구비한 경우가 많다(Figure 6 참조). 또한, 피패치에서 공통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공간 구성 요소로 안내게시판이 있다. 이 안내게시판은 그늘막이나 수도관 등과 결합하여 다목적 기능을 갖추고 있는 경우가 잦으며, 피패치에 관련한 다양한 내용을 안내 및 홍보하고 있다. 피패치 참여자를 위한 봉사일정 등 내부 알림뿐 아니라, 영속농업 등 피패치의 특별한 프로그램에 관해 외부인에게 설명하는 칸을 별도로 마련하는 등 내부 공동체와 외부 근린 지역 간 원활한 소통에 기여한다(Figure 7 참조). 각 피패치 이용자들이 자율적으로 구상한 디자인에 의존하므로 안내판 형태는 일정하지 않으며, 입지에 따라 다양함으로 피패치의 고유한 외관 구성에 기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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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6. Indoor meeting room, Bradner Gardens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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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7. Announcement boar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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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점은 피패치의 크기와 모임 공간의 유무가 서로 무관하다는 점이다. 시설 규모의 차이가 있더라도 공동체 생활에 필요한 시설을 갖춤으로써 피패치는 각 공동체 활동의 중심 공간으로써 충분히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마련되었다. 예를 들어, 100 개소가 넘는 텃밭을 갖춘 인터배이 피패치는 실내 모임 공간뿐 아니라, 모임에 충분한 규모의 외부 휴식 공간을 갖추고 있으므로 다양한 활동 프로그램의 운영이 수월하다. 반면 비교적 작은 규모의 BFF의 경우, 외부 휴식처가 다목적 공간으로써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넓은 그늘막과 공간을 구분할 수 있는 나무 벽이 조성되었다.

2. 미국 뉴욕
1) 뉴욕 커뮤니티가든 개요

미국 동북부에 위치한 뉴욕시는 9백만 명에 가까운 인구와 평방킬로미터 당 11,000명의 인구 밀도, 그리고 600여 개의 커뮤니티가든을 지닌, 북미에서 가장 많은 도시농업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는 도시이다. 1950년대부터 시작된 도시 재개발로 인한 도심 공동화 현상은 도심 내 수많은 유휴지를 낳았고, 그 중 여러 부지가 커뮤니티가든으로 전용되었다(Eizenberg, 2013). 또한, 1960년대와 70년대 정부지원을 통해 공동체를 기반으로 한 도시 미화 운동에 커뮤니티가든이 포함되어 큰 성장을 이루었으나, 80년대와 90년대에 들어 토지 가격 상승에 따라 상당수 커뮤니티가든이 사라졌다.

뉴욕 커뮤니티가든은 도시 미화 운동을 비롯하여 다양한 시민운동 역사와 연관성을 지니고 있다. 예를 들어, 뉴욕 도시농업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던 1980년대 전 시장 에드 코크(Ed Koch)는 신자유주의를 표방하며, 갖가지 시민운동을 통한 도시 공간의 활용을 독려하였다(Reynolds and Cohen, 2016). 이와 같은 사회적 상황을 기반으로 설립된 그린 게릴라와 오퍼레이션 그린썸 등 커뮤니티가든 관련 시민단체는 현재까지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1990년대 말 뉴욕 시 정부와의 갈등 과정을 겪으며, 커뮤니티가든 시민단체는 참가자들을 대표하여 정부와 협의하고, 토지임대에 관한 자문활동을 하는 등 커뮤니티가든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2) 공간 구성 및 특성

본 연구에서 분석한 뉴욕 커뮤니티가든은 리즈 크리스티 커뮤니티가든(Liz Christy Community Garden), 9번가 커뮤니티가든(9th Street Community Garden), 길 호지스 커뮤니티가든(Gil Hodges Community Garden), 쁘띠 베르사유 정원 (Le Petit Versailles Garden) 이다(Table 3 참조). 최근 조성된 뉴욕 커뮤니티가든의 상당수는 브롱크스 (Bronx) 와 브루클린(Brooklyn) 의 저소득 지구에 주로 포진되어 있으나, 본 연구에서는 뉴욕 커뮤니티가든 고유의 공간적 특징을 드러내는 사례를 보고자 이스트 빌리지 (East Village) 에 위치한 사례 3곳과 브루클린 사례 1곳을 분석하였다.

Table 3. New York City community garden sites
Site name Year founded Size (m2) Number of plots
Liz Christy Community Garden 1974 *2,000 N/A
9th Street Community Garden 1979 372 20
Gil Hodges Community Garden 2013 280 N/A
Le Petit Versailles Garden 1996 111 N/A

* Approximate size determined using Google Earth P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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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커뮤니티가든의 가장 큰 특징은 텃밭이 드물다는 점이다(Figure 8 참조). 그 이유는 뉴욕에서 처음으로 조성된 커뮤니티가든인 리즈 크리스티 커뮤니티가든에서 찾아볼 수 있다. Reaven and Zeitlin (2006) 은 1970년대 뉴욕시 토양 오염에 대한 우려가 텃밭이 없는 커뮤니티가든 조성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한다. 이후 자동차 매연에 관한 법률 등 도심 환경오염 제한을 위한 정책이 이어져 텃밭이 포함된 커뮤니티가든이 조금씩 등장하는 추세임에도 불구하고, 기존 커뮤니티가든은 화훼 중심의 정원형 커뮤니티가든 조성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따라서 뉴욕 커뮤니티가든이 뉴욕시 공원녹지국(New York City Dept. of Parks & Recreation) 의 관리를 받고 있다는 점 역시 도심 정원의 성격에 알맞은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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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8. Bird's eye view, 9th Street Community Gar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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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지역과의 공간적 연계에 있어서 뉴욕 커뮤니티가든은 도심 녹지 공간의 역할을 매우 성실하게 수행하고 있다. 철제 울타리 너머로 정원의 형태가 가시적으로 드러나며, 주중에는 일반인에게 공개하기 때문에 도심 녹지 비율을 높이고 있을 뿐 아니라, 미적으로 훌륭하게 조성된 정원으로 유지관리됨에 따라 도시 미화에 긍정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 9번가 커뮤니티가든의 경우 오래된 버드나무가 주변 건물 높이 이상 위로 뻗어가며 녹지율을 극대화하고 있고, 길 호지스 커뮤니티가든과 쁘띠 베르사유 정원 역시 근린 정원의 기능을 수행한다. 또한, 후자의 경우, 조명을 통해 야경을 만들기도 하는 등 도시 경관에 다양성을 더하고 있다(Figure 9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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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9. New York City community gardens as urban green sp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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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미국 필라델피아
1) 필라델피아 커뮤니티가든 개요

미국 동북부 펜실베이니아 주에 위치한 필라델피아는 등록된 거주민만 160만 명으로, 주변 인구까지 총 600만 명의 삶의 터전이다. 델라웨어 강을 접하고 있으며, 전반적으로 온화한 기후를 지니고 있어 야외 활동에 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 역사적으로 필라델피아는 중요한 정치경제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으며, 특히 19세기와 20세기 초반 직물, 전동차, 철도, 조선 등 산업 전반에 걸쳐 큰 성장세를 이루었다. 하지만 1950년 이후 기존 산업이 축소됨에 따라 교육과 관광업이 각광받는 등 사회 전반적인 세대교체가 일어나고 있다.

필라델피아 커뮤니티가든은 1950년대 이후 지역 복지를 목적으로 하는 근린정원협회(Neighborhood Gardens Association) 와 펜실베이니아 주 협동조합(Penn State Cooperative Extension) 의 지원을 받으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1990년대에는 이미 500여 곳의 농업 중심 커뮤니티가든이 지원을 받고 있었으며, 그밖에 필라델피아 원예 학회(Philadelphia Horticultural Society) 에서 운영하는 필라델피아 그린(Philadelphia Green) 프로그램을 통해 수백여 곳의 화훼 중심 커뮤니티가든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다. 하지만 타 도시와 마찬가지로 2000년대에 들어서 상당수 커뮤니티가든이 사라졌으며, 현재 필라델피아 그린과 근린정원신탁(Neighborhood Gardens Trust) 이 약 40여 개 커뮤니티가든을 보존 및 관리하고 있다. 본 연구에서 다루는 보딘 거리 커뮤니티가든과 스틸만 거리 커뮤니티가든 역시 각각 2007년, 1994년부터 근린정원신탁의 지원을 통해 보존되고 있다(Neighborhood Gardens Trust, 2018)1).

2) 공간 구성 및 특성

본 연구에서 다루는 필라델피아 커뮤니티가든은 보딘 거리 커뮤니티가든(Bodine Street Community Garden), 키스 해링 커뮤니티가든(Keith Haring Community Garden), 월넛힐 커뮤니티 농장 (Walnut Hill Community Farm), 스틸만 거리 커뮤니티가든(Stillman Street Community Garden) 이다(Table 4 참조). 1,000m2가 넘는 곳부터 집 한 채 크기의 작은 규모까지 다양한 범주를 포함할 수 있도록, 특히 필라델피아 커뮤니티가든의 특징이라고 볼 수 있는 벽화 등 공공예술이 잘 드러나는 사례 위주로 선별하였다.

Table 4. Philadelphia community garden sites
Site name Year founded Size (m2) Number of plots
Bodine Street Community Garden 1980 268 14
Keith Haring Community Garden 2012 110 N/A
Walnut Hill Community Farm 2010 1,011 12
Stillman Street Community Garden 1994 73 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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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델피아는 인종적 구성이 다양하고, 이민자 비율도 높은 편으로 초창기 커뮤니티가든은 이민자가 지역 공동체를 이루며 소통하는 사회적 공간의 역할을 수행하였다. 따라서 필라델피아 커뮤니티가든은 사례별로 개성이 두드러지는 편이고, 지역 사회의 도시재생 및 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공간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잦다. 예를 들어, 보딘 거리 커뮤니티가든과 거주지 블록들을 공간적으로 연결함으로써 근린공원의 역할을 수행하는 동시에 텃밭 활동을 장려하는 반면, 월넛 힐 커뮤니티가든의 경우 태양광 패널 등 최첨단 기술의 접목, 파머스마켓 운영 및 대학생 위주의 교육 프로그램 연계 등 지속가능한 커뮤니티가든을 조성하는 것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Figure 10 참조). 그에 반해 키스 해링 커뮤니티가든과 스틸만 거리 커뮤니티가든은 보행로 옆 근린 정원이자 도심 녹지 공간의 역할을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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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10. Farmer's Market, Walnut Hill Community Fa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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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딘 거리 커뮤니티가든이나 키스 해링 커뮤니티가든의 경우, 독특한 벽화가 커뮤니티가든의 정체성을 정립하고 있는데, 이는 필라델피아에서 근 30년 넘게 운영하고 있는 뮤럴 아트 필라델피아 (Mural Arts Philadelphia) 프로그램과 관련이 있다. 보딘 커뮤니티가든의 모자이크 벽화는 필라델피아 출신의 모자이크 예술가 이사야 제거(Isaiah Zagar)가 두 차례에 걸쳐 진행한 결과물로, 예술을 통한 공동체 활성화 사례에 해당한다(Figure 11-a 참조). 반면, 세계적인 그래피티 예술가 키스 해링의 벽화는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고 보존 대상에 속하게 됨으로써 결과적으로 해당 부지의 개발이 제한됨에 따라 커뮤니티가든의 보전에 기여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Figure 11-b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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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11. Mural artworks at Philadelphia Community Garde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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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캐나다 밴쿠버
1) 밴쿠버 커뮤니티가든 개요

밴쿠버는 캐나다 서부 브리티시 콜롬비아 (British Columbia) 남쪽에 위치한 도시이다. 캐나다에서 가장 따뜻한 기후를 보이며, 해안가와 여러 강줄기, 호수 등 다양한 종류의 수변 공간(Waterfront) 을 갖추고 있다. 북미에서 가장 큰 도시공원인 스탠리 공원 (Stanley Park) 등이 조성되어 있어 도심 공원 및 정원을 비롯한 녹지 비율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밴쿠버에는 현재 약 100 개소의 커뮤니티가든이 운영되고 있다. 타 북미 도시와 유사하게 1970년대에 시작되었으며, 대부분 풀뿌리 운동 및 유휴지 활용을 목적으로 한 시민단체 활동에서 비롯되었다. 밴쿠버 시는 정책적으로도 지속가능한 도시농업을 장려하고 있으며, 2003년부터 시작된 ‘브리티시 콜롬비아 농업 계획(British Columbia Agriculture Plan)’(Mullinix et al., 2009)과 2013년부터 ‘밴쿠버 식량 전략(Vancouver Food Strategy)’을 통해 건강한 지역 식재료 생산 및 먹거리 자급자족을 위한 장기 전략을 세우고 있다(City of Vancouver, 2018). 이와 같은 계획에서 커뮤니티가든은 실천 전략으로써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으며, 추가 텃밭이 구획되거나 토지 장기 임대를 추진하는 등 다층적 지원이 복합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또한, 녹지 차원에서도 커뮤니티가든이 거론되고 있는데, ‘최다 녹지 도시 행동 계획(Greenest City Action Plan)’의 일환으로 2050년까지 녹지율을 22%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시민공원, 커뮤니티가든 등이 전략적으로 조성되고 있다.

2) 공간 구성 및 특성

밴쿠버에서는 캠비 공원 커뮤니티가든(Cambie Park Community Garden), 찰슨 공원 커뮤니티가든(Charleson Park Community Garden), 넬슨 공원 커뮤니티가든(Nelson Park Community Garden), 리버프론트 커뮤니티가든(Riverfront Community Garden) 을 선별하여 공간의 구성 및 특성을 도출하였다(Table 5 참조). 밴쿠버 커뮤니티가든은 시유지, 공원, 학교 부지 등 다양한 공간에 조성되어 있으며, 입지에 따라 각각 다른 부서에서 운영되고 있다. 본 연구에서 주요하게 다루는 커뮤니티가든과 사회적 관계를 조망하기 위해 공원 내 조성된 사례에 특히 주목하였다.

Table 5. Vancouver community garden sites
Site name Year founded Size (m2) Number of plots
Cambie Park Community Garden 2017 450* 100
Charleson Park Community Garden 2013 450* 38
Nelson Park Community Garden 2009 937 >45**
Riverfront Community Garden 2014 191 40

* Approximate size determined using Google Earth Pro.

** 45 new plots were added in 2014, but the total number of plots is unkn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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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 커뮤니티가든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커뮤니티가든과 주변 환경 간 관계이다. 캠비 공원 커뮤니티가든과 찰슨 공원 커뮤니티가든의 경우, 낮은 울타리로 그 영역을 구분할 뿐 공원의 열린 경관에서 오는 해방감에 방해물이 되는 것을 피하고 있다. 또한, 넬슨 공원 커뮤니티가든에서는 애견 공원과 보행로 사이의 완충 역할을 하고 있어 조경물로써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다(Figure 12 참조). 넬슨 공원 커뮤니티가든의 경우, 2014년 확장 계획을 통해 코목스 거리(Comox Road)를 기준으로 반대편에 45개 텃밭을 추가로 조성하며, 다양한 시민활동이 일어나는 사회적 공간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City of Vancouver, 2018). 특히, 인상적인 점은 도로 보행로를 따라 공원과 그 사이에 길게 선형의 커뮤니티가든의 텃밭(Plot) 을 울타리 없이 조화롭게 구획, 조성하여 커뮤니티가든의 텃밭이 공원의 구성물로써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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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12. Community gardens as landscape featu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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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프론트 커뮤니티가든은 커뮤니티가든이 도시 조경의 일환으로 적극적이고 창의적으로 활용되는 방식을 보여준다. 테니스 코트을 둘러싸고 조성된 40여 개소의 상자텃밭은 자칫 삭막해보일 수 있는 공간에 녹지를 더하고 공동체 활동의 실천을 통해 상자텃밭을 매개로 전개되는 공간과 공동체 활동의 사회적 관계를 잘 보여준다. 특히 이 경우, 커뮤니티가든의 활용 가능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Figure 13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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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13. Community gardens in Vancou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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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 사례에서 눈여겨 볼 것은 다양한 상자텃밭의 활용 방식이다. 상자텃밭을 활용하는 이유는 몸이 불편한 시민을 돕기 위한 키높이 상자 텃밭(Raised Plant Bed) 외에도 염분이 다량 포함된 밴쿠버 토양으로부터 작물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도 지니고 있다. 밴쿠버 시는 지속가능성의 차원에서 유기농법을 활용한 커뮤니티가든을 중요한 시의 자원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식량의 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토양을 매우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UASDG, 2007).

IV. 북미 사례의 특성 비교 및 시사점

1. 커뮤니티가든의 공간적 특성 비교

앞서 살펴본 16개 커뮤니티가든의 특성을 비교하기 위해 앞서 살펴본 일반적 특성 외, 입지 유형(Location Type: C1), 공공 접근성 (Public Accessibility: C2), 내부 공동체를 위한 어메니티(Garden Community Amenities: C3) 와 확장된 공동체를 위한 어메니티(Extended Community Amenities: C4)로 공간 구성 요소 (Spatial Characteristics)를 분류하였다(Table 6 참조).

Table 6. Comparison of spatial characteristics of community gardens by case cities
City Community garden Spatial characteristics in community gardens (C1–C4)
C1. Location type C2 Accessibility C3. Garden community amenities C4. Extended community amenities
Residential (Low density) Mix-use (med-to high density) Park Picnic area Bench Indoor meeting area Outdoor meeting area Tool shed Children's area Public art Sports facility Guide/announcements board Other public facilities
Seattle Bradner Gardens Park Open
Belltown P-Patch Open
Interbay P-Patch Open
Beacon Food Forest Open
New York Liz Christy Partial
9th Street Partial
Gill Hodges Partial
Le Petit Versailles Garden Partial
Philadelphia Bodine Street Partial
The Haring Garden Open
Walnut Hill Open
Stillman Street Closed
Vancouver Cambie Park Open
Charleson Park Open
Nelson Park Open
Riverfront Op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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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입지 유형은 주택지구 및 저밀도 지역, 복합지구 및 고밀도 지역, 그리고 공원 등 3가지로 구분하였으며, 시애틀의 경우 고르게 분포되어 있는데 반해, 뉴욕의 경우 고밀도 지역이 많았으며 필라델피아는 주택 지구에, 밴쿠버는 공원 사례를 집중 분석하였다. 이는 각 도시의 성격을 반영한 결과이기도 한데, 뉴욕의 경우 대부분 지역이 고밀도 복합지구에 속한다는 점 그리고 필라델피아의 경우 주택지 인근 유휴지를 활용한 사례가 많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공공 접근성은 커뮤니티가든의 일반인 개방에 대한 사항으로, 하루 24시간 문이 잠겨 있지 않은 경우 개방된 것(Open) 으로, 시간이 정해져 있는 경우 부분 개방(Partial) 으로, 일반인 입장이 제한된 경우 제한(Closed) 으로 구분하였다. 시애틀과 밴쿠버는 모두 개방된 데 반해 뉴욕은 부분 개방이 대부분이며, 필라델피아의 경우 입지 성격에 따라 다양한 양상을 보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전반적으로 저밀도 지역 및 공원에 위치한 경우 개방된 커뮤니티가든이 많았고, 고밀도 복합지구에 위치한 커뮤니티가든은 부분 개방이 대부분이었다.

커뮤티니가든 공동체를 위한 어메니티는 공간 활용을 위한 시설 요소를 중심으로 나누어 피크닉 공간(Picnic Area), 벤치 (Bench), 실내 모임 공간(Indoor Meeting Area), 실외 모임 공간(Outdoor Meeting Area), 공용 농기구 창고(Tool Shed) 및 어린이 놀이 공간(Children's Playground) 으로 구분하였다. 본 연구에서 살펴본 사례는 대부분 벤치를 구비하여 휴게공간을 마련하고 공용 농기구 창고를 갖추고 있어 북미 커뮤니티가든의 공간적 요소로 가장 특징적으로 나타났다.

외부 커뮤니티 어메니티의 경우, 확장된 지역 공동체가 함께 향유할 수 있는 시설을 고려하였다. 공공 예술작품(Public Art), 스포츠 시설 (Sports Facility), 안내/표지판(Guide/Announcements Board), 기타 공공시설 (Other Public Facilities) 등 총 4개 유형으로 구분하여 정리했으며, 안내/표지판이 가장 보편적인 시설인 것으로 드러났다. 커뮤니티가든의 위치를 알리는 것 외에도 지속가능한 농업을 목적으로 한 시설, 농업 방식, 관할 공공부서의 홍보 전단, 지역 예술작품에 대한 설명 등 공간 구성 요소에 대한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 확인되었다. 기타 시설의 경우, 야경 시설, 푸드뱅크 등 지역 복지 시설, 태양광 시설 등 각 커뮤니티가든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공간 구성 요소 외에도 도시 경관에 기여하거나 지역민에게 쉼터를 제공하는 조경 시설 등을 포함한다.

2. 시사점
1) 북미 커뮤니티가든의 특징

앞서 살펴본 북미의 주요 도시 커뮤니티가든의 공간적 요소를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다음의 시사점을 도출할 수 있다.

첫째, 커뮤니티가든이 생산의 공간 또는 공동체 공간에 국한되지 않고 다목적 공간으로써 도시 어메니티로 취급되고 있다. 입지에 따라 공간의 성격이 달라질 뿐 아니라, 지역 주민 등 이용자 수요를 반영하고 있으며, 특히 오픈 공간 또는 녹지 공간으로써 활용됨으로써 도시 공간 조직과 밀접한 연계를 지닌다.

둘째, 커뮤니티가든과 주변 지역과의 사회적 연결고리가 가시적으로 드러난다. 푸드뱅크, 스포츠 시설, 공공 예술 등 사회 복지와 문화적 연계가 직접적으로 일어나고 있으므로 지역 사회의 내적 연결이 한 눈에 드러난다. 따라서 커뮤니티가든 참여자로 이루어진 내부 공동체뿐 아니라, 확장된 공동체까지 아우를 수 있다.

셋째, 커뮤니티가든이 해당 지역에서 수행하는 여러 가지 기능과 의미를 담은 안내문을 적극 활용함으로써 커뮤니티가든의 조성 및 유지관리의 근거를 강화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커뮤니티가든의 가치를 보다 가시적으로 드러내고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정책적 지원 및 협력의 근거를 피력함으로써 지역 주민의 지지를 구하고 있다. 특히 커뮤니티가든을 가장 직접적으로 마주치는 지역 주민들에게 가장 유효한 안내 방식인 안내판 및 표지판을 통해 도시 미화 및 휴식 등 어메니티 공간으로써 커뮤니티가든의 활용방식을 안내함으로써 커뮤니티가든의 가치를 효율적으로 소통할 수 있다.

넷째, 각종 참여 활동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유지관리가 잘 되고 있는 커뮤니티가든일수록 개성과 고유의 정체성 (Identity) 이 외부에 잘 드러나고 있다. 다양한 공공 예술 작품이나 작물 중 화훼가 차지하는 비율에서 커뮤니티가든 정체성의 단서를 찾을 수 있으며, 이와 같은 외관에 대한 관심 및 장식적 경향은 특히 먹거리 중심의 텃밭 커뮤니티가든보다 원예 중심 커뮤니티가든에서 일반적이다. 통상적으로 중고소득 백인 밀집 지역에서 원예 중심 커뮤니티가든이 쉽게 발견되는데, 이는 입지적 특성과 긴밀히 연관되어 있을 뿐 아니라, 소득 및 인종 구성과도 관련이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2) 사례 도시별 커뮤니티가든의 역할 및 특성 비교

먼저 시애틀 피패치 커뮤니티가든은 본 연구에서 다룬 4개 도시 중 가장 체계적으로 커뮤니티가든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용자 수요 및 입지 특성을 반영하여 유연한 공간 기능을 확보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시애틀 사례는 텃밭을 중심으로 한 참여가 공간 운영 및 유지관리 체계의 중심에 위치할 뿐만 아니라, 전체 공동체 활성화에 적극 활용되는 양상을 보여준다. 유사한 사례인 밴쿠버 커뮤니티가든은 오픈스페이스나 공원 등에 위치하여 도시 녹지로써 텃밭의 기능이 두드러진다. 또한, 밴쿠버와 시애틀 모두 안전 먹거리 생산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커뮤니티가든을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철저한 유기농법에 의한 텃밭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필라델피아의 경우 기존 도시 문화 정책인 벽화 사업과의 연계가 눈에 띈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도시 또는 근교외 등 입지 상황에 따라 텃밭의 유무가 결정되고 있어 커뮤니티가든이 유연하게 운영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무엇보다 문화 사업이라는 큰 틀 아래에서 문화예술과 공동체 활동의 일종인 커뮤니티가든 사업을 연계함으로써 지역활성화의 물꼬를 열고 있다는 점이 유의미하다. 이에 더해 지역재생의 수단으로 유휴지에 커뮤니티가든을 조성함으로써 산업화시대 이후 쇠퇴지역에 녹지를 제공한다는 점도 중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마지막으로, 뉴욕 커뮤니티가든의 경우 고밀도 복합지구에 조성된 경우가 많아 텃밭 활동보다는 공공 정원 또는 도심 녹지로써의 기능이 상대적으로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밀도 인구로 인해 녹지가 상시 부족한 상황과 오염에 의한 먹거리 안전문제라는 측면에서 커뮤니티가든은 민간이 자원하여 가꾸고 공동체 활동을 향유하는 사회적 공간으로써 도시 어메니티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또한, 시민 참여를 통해 도시 내 녹지를 가꾸고 이를 대상으로 공공의 향유를 도모하고 있으며, 이는 곧 공간 구성 및 운영뿐 아니라, 커뮤니티가든의 역할이라는 측면에서 민관협력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을 암시한다.

이처럼 북미 4개 도시 커뮤니티가든이 다양한 형태와 구성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실제로는 입지 성격 및 사회적 수요에 의한 일관된 기준에 따라 커뮤니티가든의 공간적 구성과 수행 역할이 설정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본 연구에서 살펴본 북미 4개 도시의 커뮤니티가든 모두 1970년대를 기점으로 형성되기 시작하였다. 따라서 오늘날 각 도시의 커뮤니티가든 프로그램은 약 50여 년의 역사를 축적하고 있으며, 그에 따른 고유의 정체성을 지니게 되었다. 시애틀 피패치의 공동체 중심의 공간 구성 방식, 뉴욕 커뮤니티가든의 공공성을 중시한 운영관리 방식, 필라델피아 커뮤니티가든의 예술 연계 방식과 밴쿠버 커뮤니티가든의 녹지로써의 활용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도시별 커뮤니티가든의 특성을 바탕으로 인구밀집도와 같은 도시화 정도 및 주요 기능에 따라 두 개 축을 설정하고 해당 커뮤니티가든의 위상 (Positioning) 을 정리하였다(Figure 14 참조). 수평축은 주요 기능을 기준으로 ‘참여’와 ‘경관미화’로 분류할 수 있으며, 경작 행위와 공동체 활동의 주요 수단을 의미한다. 수직축은 입지에 관한 내용으로 도심 (Downtown)과 근교외 (Uptown)로 분류하였다. 본 연구에서 비교분석하고 도출한 시사점을 중심으로 4개 도시 커뮤니티가든의 위상을 살펴보면 시애틀과 밴쿠버는 ‘근교외 참여형’으로, 뉴욕과 필라델피아는 ‘도심 경관미화형’으로 위상매김할 수 있다. ‘근교외 참여형’ 커뮤니티가든의 경우, 텃밭 중심으로 커뮤니티가든이 조성되어 운영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커뮤니티가든 위치가 도심 밖 외곽에 분포되어 있는 경우가 많았으며, 교육 체험 프로그램과 참여적 커뮤니티 활동이 적극 장려된다. 또한, 개방형 공간이므로 공공 오픈 스페이스의 역할이 강하다. 반면, ‘도심 경관미화형’은 도심에 분포하며 화훼중심의 식재 프로그램이 이루어지며, 비교적 폐쇄형 커뮤니티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도심의 휴식 공간으로서 역할이 두드러지며, 부분적 출입 제한을 통해 지역주민에 의한 현장밀착형 공간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정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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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14. Urbanity-functionality analysis of community garde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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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 결론

본 연구는 각 도시별 북미 커뮤니티가든에서 공동체 활동을 위한 공간의 구성 및 주변 지역과의 관계를 살펴보고, 유의미한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하였다. 북미에서는 광의의 커뮤니티가든 개념을 지니고 있어, 입지 조건 및 사회적 수요에 따라 각 도시별 커뮤니티가든의 공간적 구성 및 사회적 역할이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먼저, 북미 커뮤니티가든은 직접 참여자로 구성된 내부 공동체뿐 아니라, 지역민을 비롯한 확장된 공동체와 사회적 연결고리를 잇고 강화하기 위한 어메니티 시설을 포함하고 있다. 뉴욕과 필라델피아 사례에서 확인한 바와 같이, 화훼 또는 벽화 연계를 통해 경관 미화에 적극 활용되는 측면은 커뮤니티가든의 확장된 역할을 드러낸다. 안내판 등 커뮤니티가든에 대한 설명뿐 아니라, 푸드뱅크 등 사회 복지 시설, 그리고 운동시설이나 공공예술 등 문화적 공간구성 요소가 공존하는 전체 지역 사회를 위한 다목적 공공 공간이다.

두 번째로, 각 도시의 커뮤니티가든은 목적인 동시에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다. 커뮤니티가든 조성에 기여한 주민 또는 시민단체는 커뮤니티가든의 조성을 넘어 조성 이후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공동체에 계속해서 활력을 불어넣는다. 특히 주목할 것은 커뮤니티가든에서 실제 식재에 참여하는 내부 공동체가 지닌 지속성이다. ‘교외 참여형’ 커뮤니티가든의 경우, 근린단위에서 장기간 이어지는 적극적인 커뮤니티활동이, ‘도심 경관미화형’ 커뮤니티가든의 경우 공동체의 진입장벽에 높다는 점이 공동체 활동의 구심점으로 작동한다. 특히 대도시의 경우, 커뮤니티가든 공동체 구성에 있어 지역 주민의 적극적 관심과 참여가 중요하므로 근린 주민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홍보 및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체계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커뮤니티가든은 공동체 활동이 확장될 수 있는 일종의 사회적 장으로써 기능한다. 본 연구에서 살펴본 커뮤니티가든은 대다수 모범사례로, 커뮤니티가든에 동참하고자 하는 시민들에게 동기부여가 될 뿐만 아니라, 새로운 커뮤니티가든 조성을 위한 시민단체 발족의 촉진제로써 유의미하다. 즉, 북미 커뮤니티가든은 민관협력을 통해 자체적으로 확산되는 사회적 운동이자 동시에 이를 위한 사회적 공간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커뮤니티가든이 공공성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며, 이용자 이외에도 지역민 다수의 삶에도 기여해야 한다는 점이다. 즉, 이용자 먹거리 중심의 텃밭뿐 아니라, 지역주민을 수용할 수 있는 볼거리와 공동체 활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 및 프로그램을 포괄시켜야 할 것이다.

본 연구는 북미 4개 도시의 커뮤니티가든 현장조사를 통해 각 도시에서 커뮤니티가든이 지닌 의미를 포괄적으로 탐구하여 입지 조건, 공간 구성, 사회적 수요 등 다양한 변수에 대한 커뮤니티가든의 대응방식을 고찰함으로써 위의 시사점을 도출하였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본 연구에서 분석한 각 커뮤니티가든 사례들은 해당 도시의 커뮤니티가든의 기능과 특성을 잘 나타낸다고 판단하여 선별적으로 추출하여 분석하였다는 점이다. 따라서 본 논문에서 분석한 사례만으로 해당 도시의 커뮤니티가든의 기능과 특성을 규명한 것이 아니라 필자의 합계 166개소에 이르는 수많은 현장 사이트 방문결과를 통해 드러난 특성을 일반화하여 사례도시별 ‘커뮤니티가든의 지역적 특성을 위상매김한 것이다(Figure 14 참조).

다만 본 연구의 출발점이 최대한 많은 북미 커뮤니티가든의 현장취재를 목적으로 진행한 결과, 16개소 사례에만 초점을 맞추고 진행한 것이 아니었으므로 현장의 도면, 심층인터뷰, 프로그램 조사는 불충분하며, 이는 본 연구의 한계이다. 현황을 나타내는 도면 및 전문가 인터뷰, 운영관리 프로그램에 대한 내용은 향후 연구를 통해 보완할 필요가 있다.

본 논문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북미 커뮤니티가든은 각 도시의 역사적 전개과정, 공간적 특성, 사회문화적 정책 현황 등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정착되어왔다. 향후 국내 커뮤니티가든 활성화 역시 도시의 규모, 역사, 밀도, 문화 및 사회적 연대 등에 따라 다양하게 전개될 것이라고 추측되는 바, 이와 같은 관점에서 지역적 특성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할 것이다. 본 논문에서 살펴본 북미 커뮤니티가든의 경우, 구체적인 체계를 갖춘 지 50여 년이 지나 이미 도시 내 주요 공간적 구성요소로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본 연구의 시사점을 국내 사례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본 연구에서 주목한 공간적 특성 외에도 조성 단계의 설계 가이드라인 및 운영방안을 함께 살펴보고, 각 도시특성에 적합한 운영관리 구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특히 시민단체와 시 정부가 갖는 민관협력 방침에 주목하여 국내 사례에 접목할 수 있는 시사점을 도출하고 본 연구의 내용과 접목함으로써 국내 커뮤니티가든의 입지 및 사회적 조건에 알맞은 입체적인 조성 및 운영 방향을 설정해야 할 것이다.

Notes

주 1. 근린정원협회(NGA)는 근린정원신탁(NGT) 의 전신으로, 2012년 이후 커뮤니티가든 보존을 목적으로 조직을 재정비하며 단체명을 바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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