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사회적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쇠퇴하는 기존의 도시를 점진적으로 바꾸는 도시재생이 주요한 도시 만들기의 패러다임으로 떠오르고 있다. 2013년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됨에 따라 도시재생은 특정한 요건을 갖춘 사업을 지칭하는 용어로 재규정되었다. 그러나 광의의 도시재생은 더 넓은 의미로 사용되어 왔으며, 법률적으로 규정된 사업 외에도 다양한 방식의 공간적 재생 프로젝트를 포함한다1). 제도화된 도시재생 사업들은 공적 영역이 주도하는 체계적인 계획적 재생의 절차를 정착시켰다. 하지만 여전히 제도적 틀로 규정되지 않는 다양한 공간적 재생의 가능성도 존재하며, 조경의 관점에서는 이러한 프로젝트들을 통해 도시의 재생에 기여할 필요성도 있다.
시민참여를 통해 적은 예산으로 도시 내의 유휴공간을 변화시키는 ‘72시간 프로젝트’는 제도화된 도시재생사업과 다른 방식으로 도시의 긍정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공간적 재생의 좋은 예이다. 서울시는 2012년부터 2019년까지 73개소에 달하는 노후화된 소공원이나 개선이 소규모 유휴공간을 72시간 프로젝트라는 시민공모 방식을 통해 바꾸어 왔다(SMG, 2019). 제도적 절차에 얽매이지 않고 실제 주민들이 필요로 한 공간을 단기간 내에 적은 비용으로 바꿀 수 있다는 측면에서 72시간 프로젝트는 최근 주목받고 있는 ‘전술적 어바니즘(tactical urbanism)’이 조경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를 제시한다2). 또한, 이러한 접근은 제도적 도시계획과 설계와는 다른 유연한 공간적 전략의 대안을 제시해준다.
72시간 프로젝트는 조경공간이 중심이 되는 성공적인 시민참여의 재생 정책으로 인정을 받아 8년간 진행되었으며, 시민들과 전문가들의 관심도 높아 매년 높은 참여율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소규모 재생의 방식이 장기적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한 프로젝트의 실효성을 파악하는 실증적 연구는 진행된 바가 없다. 따라서 본 연구 목표는 소규모 유휴공간의 조경적 재생을 통한 긍정적 효과를 경관의 시각적 선호도 측면에서 분석하여 소규모 도시재생의 가능성을 밝히는 데 있다. 이와 함께 72시간 프로젝트를 통해 제시된 여러 공간적 재생 유형의 특성이 어떻게 경관의 시각적 선호도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파악하고자 한다.
소규모 공간의 재생과 활용에 관한 연구는 학술적 측면뿐 아니라, 정책연구의 측면에서도 진행되었다. 주요한 관련 정책연구들의 동향은 다음과 같다. 이상민과 엄운진은 도시 생활밀착형 공공공간이라는 개념으로 도시 내 소규모 유휴공간을 포함한 다양한 형태의 공간을 활용하는 방안을 연구하였다(Lee and Um, 2011). 임유경과 임현성은 건축물과 야외공간을 모두 포함한 도시 내 유휴공간을 대상으로 근린 재생을 위한 활용방안을 제시하는 연구를 진행하였다(Lim and Lim, 2012). 최근에는 새로운 도시설계적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는 전술적 어바니즘의 개념을 유휴공간의 활용방안이나 가로활성화 방안과 접목하는 정책 연구들도 진행되었다(Lee, et al., 2016; Son, et al., 2017).
72시간 프로젝트를 직접적으로 다룬 연구는 철거를 전제로 한 일시적 프로젝트의 개념으로 접근한 석사 논문이 유일하다(Joo, 2014). 이 연구는 인터뷰를 중심으로 한 정성 연구로 철거를 전제로 한 초기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연구하여 일시적 조성에 초점을 맞추어 현재의 72시간 프로젝트의 경향과는 차이가 있다. 소규모 유휴공간 재생과 관련된 연구로 건축물 중심의 대안을 중심으로 유휴공간 활용 계획에서 나타나는 도시재생의 개념을 분석한 연구가 있으며(Kim and Yi, 2011), 재생사업지구 내의 유휴부지를 다루는 방식을 연구하면서 전술적 도시론의 개념을 도입한 연구도 있다(An and Park, 2013). 김지은과 김신원은 유휴 산업시설을 문화 공간으로 재생하는 방식을 사례 중심으로 분석하였으며(Kim and Kim, 2014), 허주연과 이정욱은 유휴공간을 예술적으로 재생한 사례를 미학적 관점에서 분석하였다(Heo and Lee, 2016). 정소영과 정석연은 유휴시설을 활용한 복합문화공간을 플랫폼의 공간 유형으로 구분하여 분석한 연구를 진행하였다(Jeong and Jung, 2020). 관련 연구의 경향을 살펴보면 야외공간보다는 건축물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많으며, 사례를 중심으로 유휴공간 활용의 방식을 정성적으로 분석한 연구가 대부분으로 실제 효과를 검증한 정량적 연구는 거의 진행된 바가 없다. 또한, 최근의 연구들은 전술적 도시론의 개념이 주목을 받으면서 이를 공간 활용 방식을 분석하는 틀로 적용하려는 경향이 나타난다.
Ⅱ. 연구의 방법
72시간 프로젝트는 유휴공간, 가로변 쉼터, 개선이 필요한 소공간 등 마땅한 활용방법을 찾지 못하거나, 예산이 부족하여 방치된 부지에 매년 시민참여의 방식을 통해 공간을 재생하는 서울시의 정책사업이다. 참여팀은 시민과 학생 등 비전문가로 구성되지만, 전문가가 팀의 대표가 되어야 하며, 모든 공정은 72시간 내 시공까지 완료해야 한다. 원래 이러한 프로그램의 내용은 2012년 바트얌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 비엔날레(Bat-Yam International Biennale of Landscape Urbanism)에서 처음 실행된 72시간 어반 액션(72 hour urban action)을 벤치마킹하였다. 72시간 어반 액션은 이후 다른 나라로 확산하여 여러 도시에서 진행되었으나, 현재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도시는 서울뿐이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는 한화그룹의 지원을 받아 민관협력사업으로 추진하였으나, 2018년부터는 자치구에 다른 사업비 교부 후 실행과 정산이 이루어지는 자치구 보조금 지원 방식으로 바뀌어 이루어지고 있다. 공사비는 매년 차이가 있으나, 2019년 서울특별시 72시간 프로젝트 공개모집 공고에 따르면 공사비는 2천만원 이내로 책정되었으며, 다른 연도도 이와 유사한 정도의 금액이 지원되었다(SMG, 2019).
본 연구는 2012년부터 2019년까지 72시간 프로젝트로 조성된 73개의 작품 중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조성된 작품 중 현재까지 유지된 29개소의 작품을 연구의 대상으로 한정한다. 2012년에서부터 2014년까지 설치된 작품은 일부만 존치하고 기본적으로 철거를 전제로 시공되었기 때문에, 2015년부터의 작품과는 성격이 달라 연구 대상에서 제외하였다(SMG, 2014). 2015년의 경우, 조성된 8개소가 존치되어 있으나, 고가도로나 교량 하부공간이라는 특수한 대상지 조건에 한정되었으며 다른 년도의 작품과는 다른 놀이시설이라는 특수한 공간을 주제로 했기 때문에 연구의 대상에서 제외하였다(SMG, 2015). 2016년부터 2019년에 조성된 작품은 총 30개소였으나, 2016년 작품 중 하나가 철거되어 연구의 대상은 총 29개소이다(SMG, 2016; 2017; 2018; 2019). 작품들의 기본적인 정보는 Table 1에 정리하였다.
본 연구는 72시간 프로젝트로 조성된 작품을 촬영한 사진들을 활용하여 경관 선호도를 분석하고, 선호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파악하였다. 본 연구는 사업의 효과를 공간의 시각적 환경 개선 정도에 한정하여 분석하였으며, 작품별 조성 전·후의 경관 선호도를 비교 분석하는 방식을 택하였다. 72시간 프로젝트의 경우, 환경 개선의 효과 외에 주민 참여와 협의의 과정에 대한 효과, 공간적 이용의 행태적 변화도 역시 중요한 평가의 기준이 되지만, 프로젝트의 개별 특성상 참여의 정도와 이용의 방식에서 큰 차이가 있어 여러 프로젝트를 맥락적 특수성에 상관없이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시간적 환경 개선의 효과에 대한 측정이 가장 타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설문 조사 당시 코로나로 인한 방역 수칙 때문에 현장의 이용자 검증이 어려웠으며, 설문은 온라인을 통해 이루어졌다. 경관 선호도는 Google 온라인 설문지를 통해 2020년 04월 20일부터 23일까지 4일에 걸쳐 진행하였고, 총 60부를 회수하여 72시간 프로젝트 작품 조성 후 경관 이미지 선호도 차이를 분석하였다. 진행한 설문내용을 바탕으로 이미지 선호도에 대한 기술통계량 분석, 상관관계 분석을 시행하고, 조성 이후 경관 이미지 선호도 항목에 대해서는 요인분석, 군집분석, 분산분석을 실시하여 72시간 프로젝트로 조성된 작품의 이미지 특성을 분석하였다. 기존의 소규모 유휴지 재생과 관련된 선행연구는 정책적인 제안의 측면에 초점을 맞추어 사례 연구가 대부분이었으며, 사후 효과에 대한 정량적 검증에 관한 연구는 적어, 조성 후 효과에 대한 정량적 검증을 하였다는 점에서 본 연구의 차별성이 있다.
경관 선호도와 개별 작품의 디자인적 평가는 조성 전후 비교 사진을 통해 이루어졌다. 작품 조성 이전의 경우, 서울시에서 작품 조성을 위해 수집해 놓은 사진을 사용하였다. 여러 장의 대상지 사진을 검토하여 구도가 명확하고 공간적인 내용의 파악이 용이한 사진을 선별하여 사용하였다. 작품 조성 후 사진의 경우, 직접 현장을 방문하여 전면부와 주변 경관이 함께 나타날 수 있도록 공간을 여러 각도에서 촬영한 후 평가에 적합하다고 판단한 이미지를 선별하였다. 시간의 경과에 따른 시설물과 공간의 노후화가 설문에 영향을 줄 수 있어, 20개소는 조성 직후 서울시에서 촬영한 사진을 사용하였다. 작품 조성 전의 사진과 비교해 구도가 달라 판별이 어렵거나 문제가 발견된 9개소는 직접 현장을 방문한 사진을 사용하였다. 현장 방문 촬영을 한 9개소는 노후화의 영향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 장소로 한정하였으며, 조성 직후와 식생조건이 유사한 6월-8월에 현장 촬영을 실시하였다. 조성 후의 사진과 조성 이전의 사진 구도가 동일한 조건을 갖도록 선별하였으며, 전후의 비교가 쉽도록 사진 촬영에 따른 다양한 변수들을 조절하였다(Table 3, 4 참조).
작품 조성 전·후 경관 이미지 선호도를 파악하기 위하여 경관 이미지 형용사를 선별하였다. 선행연구에서 사용된 경관 이미지 형용사 어휘를 검토 후 적절한 경관 형용사의 24개 쌍을 선별하였다(Byeon et al., 2006; Cho and Im, 2013; Joo, 2003; Joo and Lee, 2012; Suh et al., 2004; Song and Yoon, 2006; Park and Kwon, 2017).
선별된 경관 형용사를 작품의 이미지와 비교하여 1차 평가를 진행하였다. 이때 형용사의 의미가 중복되거나 72시간 프로젝트의 성격에 따라 평가항목에 맞지 않는 형용사 쌍 8개를 제외한 총 12개의 어휘 쌍을 선정하였다. 선정된 형용사 쌍은 Table 2와 같다. 긍정적인 형용사와 부정적인 형용사를 구별하여 쌍을 배치해 경관 이미지를 평가하였다.
설문은 앞서 선정된 작품 조성 전·후 이미지를 바탕으로 작성되었다. 구체적인 문항은 인구통계학적 요인 3문항과 각 작품의 조성 전·후 공간 이미지 만족도 6문항과 조성 이후 경관 형용사를 이용한 경관 이미지 선호도 12문항으로 구성되었다. 조성 전·후 공간 이미지 선호도의 경우 5점 리커트 척도로 평가했다. 따라서 3점은 전·후 공간의 이미지 선호도가 동일한 경우로 3점보다 높을수록 이미지 개선의 정도가 높으며, 3점보다 낮을 경우 오히려 개선 후 경관의 만족도가 더 낮아져 악화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종합적인 만족도와 함께, 식재, 포장, 시설, 경관적 조화, 이용편의성에 대한 세부 만족도를 물어보았다. 경관 이미지 선호도는 형용사 쌍대 비교의 방식으로 5점 리커트 척도로 평가하였다.
설문 조사는 Google 온라인 설문지를 통해 2020년 4월 20일부터 23일까지 3일에 걸쳐 진행하였고, 총 60부를 회수하여 분석하였다. 남성과 여성의 비율은 약 30%, 70%였으며, 건축‧도시‧조경분야의 사전지식이 있는 관련학과 학생이나 졸업생 등의 전공자와 그렇지 않은 비전공자의 비율은 약 30%와 70%였다. 무작위 추출 과정을 거치지 않았으나 관련 선행연구에 따르면 성별, 연령, 전문 지식에 따른 경관평가에 대한 통계적 차이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에 통계적인 표본의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였다(Joo and Lee, 2012).
Ⅲ. 연구의 결과
2016년부터 2019년까지의 29개소 작품의 물리적 조건은 면적, 대상지의 맥락, 지리적 위치의 세 조건으로 나누어 분석했다(Table 2 참조). 29개소 중 50m2 미만의 소규모 공간은 9개소였으며, 50m2 이상 100m2 미만이 8개소, 100m2 이상 200m2 미만이 5개소, 200m2 이상이 7개소로 나타났다. 대상지 유형은 공공공간, 상업지역 주변, 주거지역 주변 세 가지로 구분하였으며, 도시계획상 토지이용도보다는 실제 대상지 조사 후 정성적인 성격을 고려하여 분류하였다. 학교, 교통섬, 소공원, 정류소 등 공공장소가 14개소로 전체 대상지 유형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였으며, 주거지역 주변의 유휴지가 8개소, 상업지역 주변의 유휴지가 7개소로 나타났다. 서울시와 지자체가 진행하는 정책사업의 성격상 국유지나 시유지를 활용하는 것이 용이하여 공공장소의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고 판단된다. 지리적 위치상 종로구가 5개소로 가장 비율이 높게 나타났고, 나머지 구들은 1-2개소로 고루 분포되어 특별한 양상이 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작품의 종합만족도의 평균값 3.63으로 종합적으로 조성 이전보다 긍정적인 평가가 이루어져 경관 개선의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있다. 29개의 작품 중 만족도 평균이 3.0 이하로 경관이 개선보다 오히려 악화하였던 것으로 평가받은 작품은 7번(2.95), 10번(2.77)이었다(Table 3 참조). 만족도 평균이 4.0 이상으로 높게 나타난 개소는 총 7개로 15번(4.47), 8번(4.30), 5번(4.14), 16번(4.07), 9번(4.03), 13번(4.03), 3번(4.02)이었다(Table 4 참조).
작품의 종합만족도 결과와 면적, 대상지의 맥락, 지리적 위치 등 작품의 물리적 조건과 뚜렷한 상관관계는 보이지 않았다. 면적의 경우, 만족도가 높은 작품 중 8번, 9번 13번, 15번의 면적은 200m2 이상으로 규모가 비교적 컸지만, 역시 만족도가 높았던 3번, 15번의 면적은 50m2 미만이었다. 다른 작품에서도 면적과 만족도의 상관성을 발견되지 않아, 면적이 만족도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대상지의 맥락의 경우 만족도가 높은 작품 중 공공장소에 설치된 작품들이 많았으나, 72시간 프로젝트 전체 작품 중 공공장소 설치 비율이 높아 이 역시 특별한 상관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웠다. 지리적 위치의 경우, 종로구를 제외한 나머지 구의 작품 분포가 비슷하여 만족도와 지리적 위치의 상관성이 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
72시간 프로젝트 조성 전·후 이미지 만족도 항 목간 상관관계 분석을 통해 29개 작품의 만족도 간 평가지표 항목들에 대한 평균과 표준 편차를 확인하였다. 시설의 개선에 만족도 평균이 3.72로 가장 높았으며, 식재 개선에 대한 만족도 평균이 3.58로 가장 낮았으나, 항목 간에 평균의 차이는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되었다. 주변 경관과의 조화에 대한 항목의 표준 편차가 0.45로 가장 높아, 경관 조화의 항목은 주관적인 기준이 작용하여 응답자 간의 편차가 큰 것을 알 수 있다(Table 5 참조).
상관분석을 실시한 것은 Table 6과 같다. 산출된 이미지 만족도 항목 간의 상관계수를 살펴보면 항목 간 상관성이 가장 강한 변수로는 시설의 개선과 주변 경관과의 조화(r=0.894)로 나타났으며, 변수들이 높은 상관관계를 가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설문 항목에서 이용 편의성 항목은 시설의 개선 항목과 매우 높은 상관관계를 갖는 것으로 나타나, 평가지표 항목 간의 상관관계 분석에서 제외하였다. 이에 따라 다섯 개의 만족도 관련 평가항목 중 네 개의 항목만을 분석하였다. 분석결과에 의하면 72시간 프로젝트 조성 전·후 이미지 만족도의 평가지표 항목인 식재의 개선, 포장의 개선, 시설의 개선, 주변 경관과의 조화는 대부분 상관계수가 0.7 이상으로 높은 양의 상관관계를 가진다.
요인분석은 경관의 어떠한 성격 때문에 72시간 프로젝트 진행 후의 경관 선호도가 향상되었다는 것을 알아보는 목적이 있었으며, 선행연구를 통해 선별되어 설문을 통해 평가된 경관 형용사를 요인으로 분석하였다. 요인분석을 수행하며 베리맥스(Varimax) 방식으로 회전시켜 요인 구조의 적합성을 높여 최종 요인 행렬표를 작성하였다. 그 결과, KMO(Kaiser-Meyer-Olkin)값이 0.675로 0.5 이상의 값이 나왔고, Bartlett의 구형성 검정결과도 p<0.001로 유의하게 나타났다. 분석 결과, 12개의 경관 형용사 쌍에 대해 총 두 개의 요인이 도출되었다. 요인은 전체 변수들의 총분산 76.61%를 설명하고 있어 높은 설명력을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넓은/좁은”, “개방적인/폐쇄적인”은 성분 1과 2에 대하여 모두 0.5를 넘는 부하량을 가져 설명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하여 요인추출에서 제외하였다. 따라서 총 10개의 형용사 쌍이 두 개의 유인을 형성하였다(Table 7, Figure 1 참조).
첫 번째 요인을 구성하는 형용사 쌍은 “한적한/복잡한”, “친근한/낯선”, “인공적인/자연적인”, “조화로운/어색한”, “따뜻한/차가운”이었고, 이 요인은 전체의 50.55%에 대한 설명력을 가졌다. 첫 번째 요인 중 “한적한/복잡한”이 가장 높은 부하량을 갖고 있었고, “인공적인/자연적인”은 음의 부하량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3). 두 번째 요인군에서는 “흥미로운/지겨운”, “자유로운/형식적인”, “동적인/정적인”, “세련된/촌스러운”, “밝은/어두운”이 도출되었고, 전체의 26.05%에 대한 설명력을 가졌다. 두 번째 요인 중 “흥미로운/지겨운”이 가장 높은 부하량을 보였고, “세련된/촌스러운”, “밝은/어두운”이 낮은 부하량으로 유사한 수치를 보였다. 경관 형용사는 개념적으로 유사한 의미로 혼용되는 형용사들이 많기 때문에, 이를 다시 인지적 개념별로 구분하여 요인에 대한 형용사를 선정하는 과정을 거친다. 경관 연구와 관련된 선행연구에 따르면 첫 번째 요인을 구성하는 경관 형용사 쌍 중 “한적한/복잡한”, “조화로운/어색한”, “인공적인/자연적인”은 도시경관을 분석시 “조화성”을 설명하는 형용사 범주에 포함되어 왔다(Byeon et al., 2006; Cho and Im, 2013; Joo, 2003; Park and Kwon, 2017). “친근한/어색한”, “따뜻한/차가운”의 형용사의 경우 “조화로운/어색한”과 유사한 인지 개념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조화성으로 규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두 번째 요인을 구성하는 경관 형용사 쌍은 “흥미로운/지겨운”, “자유로운/형식적인”, “동적인/정적인”, “세련된/촌스러운”은 이미지의 디자인적 성질과 관련이 있다고 판단했다. 경관 연구와 관련된 선행연구에 따르면 인지적 개념인 심미성(beauty)과 관련된 형용사는 아름다운, 추한, 멋있는, 멋없는 등 아름다움과 관련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 두 번째 요인의 형용사들은 본 연구의 특성상 작품의 디자인과 관련한 인지적 성질이라 판단하였다. 따라서 두 번째 요인을 구성하는 경관 형용사 쌍들과 관련도가 높다고 판단해 두 번째 요인을 “심미성”으로 규정하였다.
29개의 작품에 대한 설문 조사 결과를 토대로 요인분석의 결과, 도출된 두 요인으로 군집분석을 수행하여 네 가지 군집으로 분류하였다. 군집분석에 대한 결과는 Table 8과 같다. 군집별 만족도를 산출하였을 때 군집 3의 만족도가 4.30, 군집 4은 3.76, 군집 2는 3.56, 군집 1은 3,19로 군집 3의 만족도가 가장 높았으며, 군집 1의 만족도가 가장 낮았다.
군집 3의 경우, 조화성과 심미성이 모두 높은 3개의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그룹 2는 조화성은 낮지만 심미성은 높은 4개의 작품, 그룹 4는 조화성은 높지만 심미성은 낮은 15개의 작품, 그룹 1은 조화성과 심미성 모두 낮은 7개의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전체 작품의 평균 종합만족도 3.63보다 그룹 1과 그룹 2는 평균보다 낮았으며, 그룹3과 그룹 4는 평균보다 높았다(Figure 2 참조).
군집분석의 결과와 별개로 조화성과 심미성이 모두 양의 값으로 1사분면에 속한 작품은 8개였다. 조화성은 양의 값, 심미성은 음의 값으로 2사분면에 속한 작품은 9개였으며, 조화성은 음의 값, 심미성은 양의 값으로 4사분면에 속한 작품은 6개였다. 조화성과 심미성이 모두 음의 값으로 3사분면에 속한 작품은 6개였다(Figure 2 참조). 비록 통계적인 의미는 없으나 정책적인 평가를 수행할 경우, 조화성과 심미성의 양과 음의 값에 따른 유형 구분은 유용한 판단의 기준을 제공할 수 있다.
군집분석으로 분류된 군집 별 프로젝트 조성 전·후 이미지 만족도의 항목별(식재의 개선, 포장의 개선, 시설의 개선, 주변 경관과의 조화, 공간 이용의 편의성) 차이가 있는지를 검증하기 위해 분산분석(ANOVA)을 진행하였다. 분산분석에서 차이가 유의한 요인에 대하여 사후분석은 Scheffe와 DunnetT3로 실시하였다. 각 군집 별 경관 이미지 만족도 항목에 대한 차이가 있는지를 파악한 결과, 식재의 개선, 포장의 개선, 시설의 개선, 주변 경관과의 조화 모두 유의확률 p <0.5로 각 군집 별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Table 9 참조).
식재의 개선 항목에서는 군집 3과 군집 1, 군집 3과 군집 4, 군집 4와 군집 1이 유의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군집 3의 개선의 정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군집 3과 군집 1의 차이가 가장 큰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포장의 개선 항목 역시 군집 3의 개선의 정도가 가장 큰 것을 알 수 있었고, 군집 3과 군집 1, 군집 3과 군집 4, 군집 3과 군집 2, 군집 4와 군집 1 간의 유의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설의 개선 항목에서는 군집 3과 군집 1, 군집 4와 군집 1이 유의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찬가지로 군집 3의 개선의 정도가 가장 컸으며, 군집 3과 군집 1의 차이가 가장 컸다. 주변 경관과의 조화 항목에서는 군집 3과 군집 1, 군집 3과 군집 4, 군집 4와 군집 1 간의 유의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결과를 종합하면 조화성과 심미성이 높다고 분석된 군집 3은 식재, 포장, 시설, 주변과 조화의 네 가지 항목 모두 다른 군집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으며, 조화성과 심미성이 낮다고 분석된 군집 1은 네 항목 모두 다른 군집에 비해 점수가 낮았다. 군집 4와 군집 2의 경우, 평균값 상으로 군집 4가 군집 2보다 네 항목 모두 높았으나, 통계적으로 명확한 차이가 나타나지는 않았다. 심미성보다 조화성이 높은 군집 4가 조화성보다 심미성이 높은 군집 2보다 평균값이 높다는 점은 각 세부항목의 개선 정도가 심미성보다 조화성에 더 많은 영향을 미쳤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통계적 분석 결과를 토대로 작품의 어떠한 특징이 만족도에 영향을 미쳤고, 각 군집을 결정하는 요인이 되었는지를 정성적으로 분석하였다. 군집분석의 결과, 조화성과 심미성이 모두 높은 군집 3의 경우, 다른 군집에 비해 적은 3개의 작품만이 포함되어 유형적 특징을 정성적으로 분석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조화성과 심미성이 모두 양의 값으로 높게 나왔으며, 만족도도 높은 작품들을 함께 고려하여 분석하였을 때 조화성과 심미성이 모두 높은 작품들은 이미지상 식재가 상대적으로 풍부하며 디자인의 조형적 특징이 명확하되, 시설물보다는 공간적 디자인의 조형성이 잘 나타나고 있었다. 조화성과 심미성이 모두 낮은 군집 1의 경우 7개의 작품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식재 면적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며 시설물과 포장의 조형적 특징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 특징이 나타났다(Table 10 참조).
심미성이 높고 조화성이 낮은 군집 2의 개수는 4개로 심미성이 양의 값, 조화성이 음의 값으로 나온 높은 작품들을 함께 고려하였을 때, 작품들은 형태와 색상에서 조형성이 강한 시설물 중심의 설계로 이루어진 특징이 있었다(Table 11 참조). 조화성이 높고 심미성이 낮은 군집 4의 개수는 15개로 가장 많았다. 이들 작품은 식재 면적이 풍부하게 나타나는 공통점이 있었으며, 군집 3의 작품에 비해서는 시설물이 중심이 되지만 군집 2의 작품에 비해서는 형태나 색상의 조형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었다. 또한 벤츠나 파고라 등 쉴 수 있는 휴식 공간이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도 있었다(Table 12 참조).
Ⅳ. 결론
본 연구는 경관적 측면에서 72시간 프로젝트로 조성된 작품이 실제로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를 분석하고자 하였다. 조성 전·후 이미지 만족도를 조사했을 때 평균적인 만족도는 3.63으로 조성 후의 공간이 조성 전보다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어 도시경관 개선의 측면에서 72시간 프로젝트의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분석의 결과, 규모, 대상지의 맥락, 지리적 위치 등의 대상지의 물리적 조건이 만족도에 영향을 준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따라서 디자인적 요인들이 만족도에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할 수 있었으며, 디자인에 대한 평가를 경관 형용사를 통한 설문을 분석한 결과, 정성적인 디자인 요인과 만족도의 유의미한 관계가 나타났다. 요인분석의 결과, 디자인의 특성은 작품의 구성요소나 주변 맥락의 균형에 대한 “조화성”, 그리고 개성이 뛰어나며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심미성”의 두 요인으로 구분되었다. 군집분석의 결과, 조화성과 심미성 모두 우수한 작품들은 만족도도 높았으며, 조화성과 심미성이 모두 낮은 작품들은 만족도가 대체로 낮았다. 이는 충분히 예측 가능한 결과로 오히려 조화성과 심미성 중 어떠한 요인 때문에 작품의 만족도가 높았는지를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 조화성이 높으며 심미성이 낮은 그룹 2의 평균 만족도는 3.76으로 심미성이 높고 조화성이 낮은 그룹 4의 평균 만족도 3.56보다 높았다. 식재, 포장, 시설, 주변과 조화의 개선 정도를 파악하였을 때 전 항목에서 그룹 2가 그룹 4보다 만족도가 높아 조화성이 심미성보다 만족도를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조화성과 심미성이 모두 우수한 그룹 3 내에서도 조화성이 심미성보다 높게 나타났다는 점을 통해서도 비슷한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조화성과 심미성의 판단에 영향을 준 작품의 특징을 정성적으로 분석했을 때 얻은 결론은 다음과 같다. 조화성과 심미성 모두 높게 평가되었으며 만족도도 높은 작품의 경우, 녹지 면적이 풍부하고 시설물보다는 공간적 조형감이 우수하였다. 다음으로 만족도가 높은 작품들은 조화성은 높고 심미성은 낮은 작품이었는데, 녹지 면적이 풍부하였지만, 시설물 중심의 작품이 많았다. 조화성은 낮고 심미성이 높은 작품도 시설물 중심의 작품이었으나, 시설물의 색상과 형태가 더 과감하였으며, 반면 녹지의 면적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조화성과 심미성 모두 낮으며, 만족도가 낮은 작품들은 녹지의 면적이 적은 공통점이 있었으며 시설물과 포장의 특징이 잘 드러나지 않았다.
이와 같은 정량적, 정성적 분석을 종합해보았을 때 72시간 프로젝트와 같은 소규모 재생 프로젝트에서 작품의 강한 개성과 예술성을 추구하는 방향보다는 공간 구성 요소가 어울리며 주변 맥락과 이질감이 없는 방향이 경관적 개선에 효과적이라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또한, 독특한 시설물이나 조형물을 강조하기보다는 오히려 시각적으로 두드러지지 않는 휴식이 가능한 시설물을 배치하고, 충분한 식재 면적을 확보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참여자들의 창의성을 제한하지 않는 선에서 대상지의 유형에 따라 참조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정책적 제안도 가능하다. 또한, 가이드라인을 명확히 명시하기보다 심사위원 및 운영위원들이 연구의 결과를 참조하여 참여자들에게 체계적인 조언을 통해 프로젝트의 방향을 개선하는 방향도 고려할 수 있다.
본 연구는 조사 기간 중 방역으로 인해 현장의 이용자 설문과 인터뷰가 현실적으로 어려워 시각적인 경관 개선의 효과만을 분석했다는 한계를 가진다. 또한, 설문 회수의 결과, 설문 참가자들의 성별, 연령, 전문지식이 균등하게 분포되지 않는 점도 한계로 지적될 수 있다. 72시간 프로젝트의 경우, 주민 참여의 정도와 이용의 행태적 효과도 중요한 평가의 요인이기 때문에, 추후 경관 개선 효과와 함께 실제 이용자들의 반응과 현장 중심의 행태 조사를 중심으로 한 소규모 재생 공간에 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