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컴퓨터 관련 기술 발전의 초기에 디지털 도구는 어디까지나 기존 산업구조를 보조하는 한정적인 도구로 사용되었다. 이것은 조경 및 건축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로 1900년대 초 오토 캐드(Autocad) 등의 설계 소프트웨어가 처음 도입되었을 때 컴퓨터 테크놀로지는 단지 전통적인 설계 도면을 디지털 미디어로 기술(description)하는 용도로 사용되었으며, 이러한 설계 과정을 CADD(Computer Aided Design and Drafting)라고 정의했다.
하지만 2000년 이후 정보통신기술(ICT)과 진보된 컴퓨터 기술을 바탕으로 ‘4차 산업혁명’, ‘초연결사회’ 등의 완전히 새로운 디지털 사회가 도래했고, 이제 디지털 자료나 기술이 보조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닌 주체가 되는 세상이 됐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조경 및 건축 설계 전반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와 처음에 단지 작업의 편리성과 한계성 때문에 사용하기 시작한 디지털 도구들이 1990년대에 들어 ‘표현의 도구’가 아닌 ‘사고의 도구’로 활용되기 시작했고, 기존 방식으로 불가능한 새로운 창조적인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는 설계 미디어로 발전하기 시작했다(Jung, 2016).
조경 설계 분야에도 이러한 변화는 많은 영향을 끼쳐 컴퓨터를 수동적인 태도로 사용하던 지난 상황을 비판적으로 진단하면서, 이제는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조경 계획과 설계 과정에서 창조적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는 담론이 증가하고 있다(Lee, 2013; Kullmann, 2014; M’Closkey, 2014; Lee and Pae, 2018; Lee, 2018). 또한, 최근 해수면 상승, 기후 변화, 경제 불황, 대도시 집중화, 종 다양성 감소 등 전 지구적 규모의 문제들이 상호 연결성을 갖고 복합적으로 변하기 때문에, 각 문제를 논리적으로 해석해 연결 구조를 만들고, 분자 단위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진보적인 컴퓨터 테크놀로지의 역량이 현대 조경가들에게 새롭게 요구되는 것이다(Cantrell and Holzman, 2015)1).
이러한 맥락에서 최근 조경 및 건축 설계 분야에서는 다양한 컴퓨터 소프트웨어 및 테크놀로지를 상호 긴밀하게 연계해 생성적 설계 도구로써 ‘컴퓨터 생태계’를 만들고, 설계 프로세스를 통합하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본 연구는 컴퓨테이셔널 디자인의 동향과 기술 발전 및 디지털 사회의 변화 양상을 바탕으로 조경 설계 분야에서 파라메트릭 디자인의 새로운 사례들을 분석하고, 그 활용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한다.
조경 설계 과정에서 새로운 설계 방법론을 진단하기에 앞서 우선 파라메트릭 디자인의 정의와 특징 및 주요 개념들에 대해 살펴본다. 이러한 내용은 추후 이 연구를 이끌어가는 주 언어로 기능할 것이다. 다음으로 파라메트릭 디자인의 설계 과정(parametric design workflow)에 대해 알아보고, 이전의 전통적인 설계 프로세스와 비교해 유사점 및 차이점을 검토한다. 조경 및 건축 설계 전반의 과정은 컴퓨터 소프트웨어가 도입되기 전 수작업으로 기술하던 시기와 도입 후 컴퓨터를 보조 도구로 활용하는 시기, 그리고 컴퓨터를 설계의 창의적 도구로 활용하는 3가지 시기로 나뉜다. 파라메트릭 디자인은 프로젝트의 시작 단계에서부터 컴퓨터 미디어를 창작의 도구로 활용하는 설계 방법론으로 이전의 관습적 디자인 프로세스와 분명한 차이를 가진다. 개념(concept design)과 구축(construction) 사이에 존재하는 ‘재현(representation)’ 과정을 중심으로 ‘개념-재현-구축’의 전체 프로세스를 디지털 기법과 소프트웨어들을 연결해 하나의 연속적인 과정으로 통합하며 문제 해결을 위한 단일한 논리 구조를 구축한다(Park, 2006). 대상지의 맥락을 독해하고 해결하는(context problem solving) 알고리즘을 구축하는 열린 사고의 과정이며, 다이내믹 변수(dynamic input)에 따라 가변적인 결과를 도출하는 탄력적인 설계 플랫폼이다. 각 시기의 설계 방법을 비교하는 과정은 현대 디지털 시대를 기준으로 설계 프로세스들의 장단점을 비교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중요한 이론적 토대가 된다.
마지막으로 위 논의의 내용을 바탕으로 조경 설계 분야에서 파라메트릭 디자인의 사용 현황 및 구체적인 사례에 대해 분석하고, 새로운 설계 가치를 만들 수 있는 미래의 활용 가능성을 진단한다.
2) 연구범위 및 방법
연구의 범위로는 우선 파라메트릭 디자인에 관한 선행 연구를 조사했고, 다음으로 파라메트릭 디자인을 실제 실무에 적용하는 국내외 조경 회사들의 사례를 조사했다. 파라메트릭 설계에 관한 선행 연구는 건축, 기계, 토목, 제품 등 산업 디자인 전반에 걸쳐 논문, 단행본, 연구보고서를 포괄해 국내 연구만 1,000개 이상의 자료를 확인할 수 있고, 건축 분야에 한정해도 300개 이상의 연구를 확인할 수 있지만, 조경 분야에서 파라메트릭 디자인 활용에 관한 연구는 국내외 모두 조사했을 때 약 20개 내외, 국내 연구는 조경에서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활용에 관한 단 1편(Kim, 2019)의 학술논문만을 확인할 수 있었다(Table 1 참조). 이는 파라메트릭 디자인 활용에 관한 연구가 조경 분야에서는 아직 충분히 논의되지 않았으며, 이제 막 시작된 새로운 연구 분야라는 사실을 증명한다.
파라메트릭 디자인을 실무에 적용하는 조경 회사의 사례는 세계조경가연맹(IFLA), 미국조경가협회(ASLA), Landezine, Landscape Architecture Magazine, ArchDaily, 환경과조경 등에 등록되어 있거나, 기재된 국내외 약 90개의 회사를 홈페이지, 웹진, 매거진 등의 자료를 바탕으로 1차 조사하여 이 중 파라메트릭 디자인을 활용한 자료가 확인된 32개의 회사를 선별했다. 이후 선별된 회사들의 성향을 분석하고, 파라메트릭 디자인의 구체적인 활용 방법에 대해 조사하기 위해 32개 회사에 연락해, 관련 전문가를 대상으로 이메일을 통한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고, 이 중 28명(87.5%)으로부터 응답 받을 수 있었다. 인터뷰 내용은 조경 설계 분야에서 파라메트릭 디자인을 활용하는 유형 및 구체적인 방법, 사용 소프트웨어, 추후 전망 및 기타 제안사항에 대해 각기 자유 서술형으로 진행했다. 최종 표본 28개 회사의 국가별 분포는 미국(14개) 유럽(7개) 호주(3개) 한국(4개)으로 구성되었으며, 복수의 오피스가 있는 경우 메인 오피스가 위치한 지역을 기준으로 분류했다.
Ⅱ. 파라메트릭 디자인의 개요
파라메트릭 디자인을 이해하고 정의하기 이전에 디지털 설계의 상위 개념들에 대해 분명히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다. 현대 컴퓨테이셔널 디자인 생태계에서 가장 우선하는 것은 컴퓨터라이제이션(Computerization)과 컴퓨테이션(Computation)을 구분하는 것이다. ‘Computerization’은 컴퓨터를 단지 도구로(tool kit) 이용해 아날로그 작업을 디지털 미디어로 기술하는 것을 말한다. figure 1에 기술된 1970년대에서 1990년대까지의 트레이싱 페이퍼(tracing paper), 레이어 중첩(layered production), 컴퓨터 활용 제도(computer aided drafting) 등이 이러한 내용에 해당한다2). 반면 ‘computation’은 컴퓨터 미디어를 설계의 생성적 도구(generative media)이자 사고의 도구로 활용하는 것을 의미하며, 1990년대 이후의 BIM 설계, 파라메트릭 디자인(Parametric Design) 라이프사이클 매니지먼트(Lifecycle Management) 등이 여기에 속한다(Cantrell and Mekies, 2018). 현대 컴퓨테이셔널 디자인은 이처럼 컴퓨터 미디어를 설계의 주체적 도구로 활용하고, 설계의 전 과정을 통솔하고 조율하는 새로운 설계적 방법론이다(Jeff, 2007; Ahn, 2010).
파라메트릭 디자인은 21세기 컴퓨테이셔널 디자인의 하위 개념 중 하나로서 파라미터(Parameter, 매개변수)와 알고리즘(algorithm)을 기반으로 열린 설계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방법이다. 이는 20세기의 결정론적 설계 방법과 확실히 구분되는 개념으로, 기존에 컴퓨터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방식은 단지 닫힌 체계(closed system) 내에서 개별 명령의 독립시행을 반복하는 과정이었다(Na, 2020b). Figure 1의 1900년대에서 2000년대 사이에 위치하는 오브젝트(objects) 과정이 여기에 속하며, 컴퓨테이셔널 디자인의 역사 중 Computerization에서 Computation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단계로 볼 수 있다. 평면 설계를 바탕으로 스케치업(SketchUp) 등의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3차원 조형을 구축하는 방식으로 프로그램이 제공하는 제한된 명령 체계 내에서만 디자인할 수 있고, 개별 명령어들이 일정 수준 이상 반복되었을 때 디자인 변형이 어렵다는 점에서 설계 도구로써 한계를 드러냈다3).
이에 반해 파라메트릭 디자인은 매개변수와 데이터 그리고 논리 구조의 변화에 따라 디자인의 결과물이 달라지는 열린 체계(open system)를 구축하는 과정이다. 주로 파이썬(Python), C#, 자바(Java) 등의 프로그래밍 언어나, 그래스호퍼(Grasshopper, Visual Programming Language and Environment), 다이나모(Dynamo), 제너레이티브 컴포넌트(Generative Component) 같은 GUI(Graphic User Interface) 기반의 알고리즘 플랫폼이 주 미디어로 사용된다. 파라메트릭 프로그램은 각 도구의 특성 및 주 연계 프로그램에 따라 사용되는 목적이나 분야가 다른데(Table 2 참조), 현대 건축에서는 다음의 이유로 그래스호퍼를 중심으로 프로그래밍 언어를 부분적으로 사용하는 방식이 선호된다.
첫째, 그래스호퍼는 현대 조경 및 건축 분야에서 설계 도구로 가장 범용적으로 사용되는 라이노(Rhino3D)의 무료 플러그인이다. 라이노는 오토캐드와 상당히 유사한 인터페이스 및 명령어를 기반으로 정확한 수치 작업 및 손쉬운 도면화, 비정형 설계의 쉬움 등을 근거로 가장 범용적인 삼차원 설계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라이노는 초기에 3ds맥스, 마야(Maya), 카티아(Catia) 등 다른 프로그램들에 비해 작업 히스토리 및 파라메트릭 기능이 부족했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기 위해 Explit History라는 플러그인을 개발했고, 이후 그래스호퍼로 이름을 변경한 뒤 다양한 사용자층의 폭넓은 활용을 바탕으로 2008년 이후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되었다(Sung, 2015). 다른 주요 소프트웨어와 비교해 보면 다이나모(Dynamo)는 오토데스크 기반의 파라메트릭 프로그램으로 같은 회사의 레빗(Revit)이나 마야, 시빌 3D(Civil 3D)를 기반으로 주로 사용된다. 최근 국내외 많은 프로젝트가 BIM 모델로 도면 작성을 요구함에 따라 사용 요구가 증가하고 있는데, 디자인 단계에서는 여전히 라이노가 많이 사용되기 때문에 설계 도구로서는 그래스호퍼가 더 선호되며, 다이나모는 실시 설계 및 시공 단계에서 레빗과 함께 활용되는 경향을 보인다. 또한, 디지털 프로젝트(Digital Project)는 프랭크 게리의 건축 모델링으로 유명한 카티아 기반의 파라메트릭 소프트웨어인데, 카티아 프로그램의 비싼 라이센스와 건축 분야에서의 얕은 유저층으로 인해 그래스호퍼나 다이나모에 비해 범용성이 떨어지며 상대적으로 낮은 사용 빈도를 보인다.
둘째, 설계 도구로 사용하기에 그래스호퍼가 더 효율적이다. 오랜 시간에 걸쳐 알고리즘의 체계를 구축하는 일반적인 프로그래밍과 달리, 조경 및 건축 설계에서는 프로젝트의 종류나 미디어의 사용 목적에 따라 스크립팅(Scripting)을 가변적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컴퓨터 언어를 직접 입력하며, 매번 새로운 알고리즘을 작성하는 언어 기반의 프로그램보다 그래픽 명령어 기반의 컴포넌트(component)들을 연결해 시각적 디자인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그래스호퍼의 방식이 설계 도구로 사용하기에 더 효율적이다. 또한, 이러한 그래픽 기반의 파라메트릭 소프트웨어는 프로그래밍에 대한 전문 지식 없이도 충분히 자가 학습이 가능한 비교적 쉬운 인터페이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조경가나 건축가가 배우기에도 큰 무리가 없다(Kim, 2017b). 따라서 그래스호퍼, 다이나모, 제너레이티브 컴포넌트 같은 그래픽 기반의 파라메트릭 소프트웨어들이 건축계에서 알고리즘 디자인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며, 다른 플랫폼에 우선해 주요 설계 미디어로 자리를 확고히 할 수 있었다(Cantrell and Mekies, 2018)4).
셋째, 설계 분야 전반에 걸쳐 확장성이 좋다. 그래스호퍼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설계 도구로 범용적으로 사용되는 라이노 기반의 프로그램이며, 그래스호퍼를 매개로 각종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 오픈 소스 플러그인(Open Source Plugin), GIS 등 다양한 소프트웨어들과 자유롭게 연결할 수 있다. 이렇게 높은 확장성을 바탕으로 그래스호퍼 상에서 작동하는 새로운 플러그인들이 계속 개발됨에 따라 현재는 로컬, 온라인 자료 및 센서를 통한 정보들까지 광범위한 데이터를 입력하는 것이 가능해졌고, 목적에 따라 새로운 설계 네트워크를 만들어 현대 도시의 다양한 문제를 다룰 수 있게 발전했다(Sung, 2015; Na, 2020a). 또한, 제너레이티브 컴포넌트, 3ds맥스, 솔리드웍스(Solid Works), 디지털 프로젝트 등 다른 파라메트릭 소프트웨어들과 비교해도 다기능성, 호환성, 가격 등 전반적인 부분에서 그래스호퍼가 우수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Table 2 참조).
이상과 같이 현대 컴퓨테이셔널 디자인에서 말하는 ‘파라메트릭 디자인’은 다양한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매개변수와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합리적이고 구축적인 해법을 찾는 디자인 방법론을 말한다. 디자인 단계와 목적, 주 프로그램 플랫폼에 따라 사용되는 소프트웨어들이 다르며, 설계 과정에서는 주로 디자인 효율성이 좋고 범용적으로 사용되는 라이노와 그래스호퍼를 기반으로 필요에 따라 다양한 플러그인을 연결해 활용한다.
파라메트릭 디자인 설계 방법은 기본적으로 구속조건기반(Constraint-based)과 번식기반(Propagation-based)의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으며, 일반적인 디지털 건축에서는 전자인 구속조건기반이 주로 사용되었다. 하지만 구속조건기반의 파라메트릭 디자인은 어디까지나 주어진 조건 내에서 파라미터를 조절하여 디자인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정형의 디자인에서는 효율성이 극대화되지만, 비정형 디자인에는 적합하지 않은 방식이다. 따라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 번식기반의 모델링이며, 이 방법이 파라메트릭 디자인을 ‘생성 디자인 시스템(Generative Design System)’으로 확장할 수 있게 해 주었다(Kim and Jeon, 2009; Ahn, 2010; Jung, 2016).
Figure 2는 생성 디자인 시스템의 알고리즘 구조를 보여주는 도식이다. 알고리즘이란 어떠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일련의 절차를 이처럼 공식화한 형태로 표현한 것이며, 아이디어를 설정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논리 구조를 만들고, 파라미터를 입력해서 나온 결과물을 설계가가 검토한 뒤 알고리즘을 수정해 시스템을 발전시키는 것이다(Figure 2 참조). 하지만 컴퓨터의 특성상 명확하지 않은 문제는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논리 구조를 얼마나 밀도 있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전체 시스템의 완성도가 달라지고, 처리할 수 있는 문제의 범위가 달라진다.
알고리즘은 분야별로 이해하고 활용하는 방법에 차이가 있고, 따라서 사용 분야에 따라 과정 및 구축 방법이 다르다. 예를 들어 수학에서 알고리즘은 문제점을 명확한 규칙들의 집합으로 해결하는 과정이며, 컴퓨터 분야에서는 프로그램을 작성하는 기초 문법으로, 문제 해결 과정에서 명확성, 효율성, 입력, 출력 그리고 유한성을 바탕으로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는 방법으로 각 단계의 연산을 수행하는 것이다. 이와 달리 디자인 분야에서 알고리즘은 디자인 요구에 대응하는 하나의 방식으로 설계 의도에 따른 디자인의 결과물을 생성해 내는 과정이며, 근대 건축의 모호하고 추상적인 방식이 아닌 논리적이며 수학적인 형태로 명확하게 아이디어를 전개하는 과정이다(Stiny and Gips, 1978; Mueller et al., 2006; Jung, 2016)5).
현대 디자인에서 알고리즘을 활용하는 이유는 과거의 개념적인 방식에 비해 체계적이고 논리적인 설계 프로세스를 추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작가적이고 철학적인 설계 방식은 새로운 스타일과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조경과 건축 전반의 범주를 확장하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아이디어 위주의 설계 방법도 2000년을 전후로 어느 정도 포화 상태에 이르렀고, 도시 개발의 맥락이 복잡해지고 컴퓨터 테크놀로지의 데이터 처리 능력이 발전하면서 디자인 정보를 논리적인 알고리즘에 대입해 명확한 디자인 결과를 도출하는 파라메트릭 설계 방식이 주목받게 됐다.
Figure 3은 디자인 워크숍(Design Workshop)의 파라메트릭 디자인 프로세스의 사례로 용적률 및 기타 개발 제한 규정 요소를 동적 매개변수(Dynamic Input Parameters)로 도시의 합리적인 개발 밀도를 테스트하기 위한 알고리즘이다. 세부 과정을 보면 우선 현실 세계(real world)와 디지털 세계(digital world)의 두 단계로 나뉘는데, 현실 세계의 설계 이슈를 설정하는 Problem 단계와 문제 해결을 위한 논리 구조를 설정하는 Algorithm 단계를 통해 1차 알고리즘을 구축한다.
다음으로 순서도(flow chart)를 통해 구축한 알고리즘을 그래스호퍼에서 발전시켜 라이노와 연동 가능한 프로그래밍 언어로 변환하고, 시나리오에 따라 매개변수를 다르게 입력해 라이노에서 3D 모델링의 변화를 확인한다. 이어서 엑셀과 그래스호퍼를 연결하는 범블비(Bumblebee) 등의 오픈 소스 플러그인을 활용해 데이터를 엑셀로 추출해 결과값을 비교한 뒤 전체 내용을 검토하고 필요에 따라 알고리즘을 보완한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과정을 유의미한 횟수 이상으로 반복한 뒤, 데이터 차트를 비교해 최적의 디자인 결과를 도출한다6).
이상의 디자인 워크숍의 예시처럼 파라메트릭 작업구조는 상호연결 관계와 복잡성, 매개변수, 순환적인 피드백을 바탕으로 ‘생성 디자인 시스템(Generative Design System)’을 구축하는 논리적인 설계 과정이다(Figure 3 참조).
Park(2006)은 그의 연구에서 디자인 프로세스를 ‘개념-재현-구축’의 세 단계로 제시했다. 공업품에서 도시 단위의 계획에 이르기까지 산업 디자인 전반의 과정은 기본적인 ‘개념’으로부터 형상화가 이루어지는 ‘재현’, 그리고 그 대상물을 실현하기 위한 ‘구축’이라는 일련의 과정으로 진행된다. 그리고 이러한 관습적 디자인 프로세스와 새로운 컴퓨테이셔널 디자인 프로세스의 차이는 ‘재현’ 단계에서 디지털 미디어를 중심으로 디자인 프로세스의 통합성을 지닐 수 있는지다.
특히 Lee(2018)가 그의 연구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조경 설계에서 한창 대중의 참여와 관련 공모전이 많아지면서 대중과의 의사소통에 유리한 프레젠테이션 드로잉 제작이 중요해졌고, 당시에는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설계 프로세스에서 창조적 가능성 없이 단순한 묘사 도구로 사용됐다.
하지만 건축계에서 피터 아이젠만(Peter Eisenman)이 Carnegie Mellon Research Institute 설계에서 컴퓨터 모델링 알고리즘인 ‘부울 연산(Boolean Operation)’을 적용해 새로운 형태 생성의 도구로 사용하는 등 컴퓨터 테크놀로지를 적극적인 설계 미디어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시작했고(Figure 4 참조), 조경계에서는 구스타프슨 포터(Gustafson Porter)가 다이애나비 추모 분수(Diana, Princess of Wales Memorial) 설계에서 여러 컴퓨터 엔지니어링 분야와 협업해 비정형 분수 조형물을 만드는 시도를 하는 등 설계의 창의적 도구로 컴퓨터 테크놀로지를 사용하는 초기 움직임이 시작됐다. 그리고 이러한 디지털 시장의 변화는 AA 스쿨(AA School), 바틀렛 스쿨(The Bartlett School of Architecture), 하버드 GSD(Harvard GSD), MIT 건축(MIT Architecture), 카네기 멜론(Carnegie Mellon University), 쿠퍼 유니온(Cooper Union), 사이아크(SCI-Arc: Southern California Institute of Architecture) 등의 실험적인 교육 기관들로 이어지며 전체 설계 과정을 디지털 미디어와 네트워크로 통합하는 본격적인 파라메트릭 디자인 프로세스가 발전하기 시작했다.
Ⅲ. 조경 설계에서 파라메트릭 디자인의 활용
조경 설계 분야에서는 2000년 이후로 파라메트릭 디자인을 설계 미디어로 활용하는 사례가 점차 다양해지고 있고, 특히 최근 소프트웨어와 기술 발전이 가속화되며, 그 변화의 양상이 분명해지고 있다. 표본으로 조사한 28개의 회사는 각 업체의 특성에 따라 다음과 같이 다른 활용 행태를 보였다. 우선 순수 조경 설계 회사들보다, 건축 및 도시 계획 같은 타 분야를 함께 운영하는 하이브리드 형태의 회사들이 더 적극적으로 파라메트릭 도구를 사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28개 중 9개(32.1%) 회사가 스노헤타(Snøhetta)나 딜러 스코피디오와 렌프로(Diller Scofidio+Renfro), NBBJ처럼 건축과 조경을 함께 하는 회사들로 이 경우 파라메트릭 디자인을 매우 적극적으로 사용하였으며, 도시 설계-건축-조경의 과정을 내부적인 협업을 바탕으로 통합적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대상지 분석부터 설계, 시공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걸쳐 다양하게 활용하였다.
다음으로 조경과 도시 설계를 함께 하는 대형 조경 설계 회사들이 파라메트릭 디자인을 많이 사용했다. 28개 중 8개(28.6%)로 미국의 SWA나 호주의 Hassell 같은 회사들이 대표적이며, 도시 설계를 포괄하는 대규모 조경 프로젝트를 많이 진행하는 만큼 주로 GIS 데이터 활용과 BIM 설계 위주로 파라메트릭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는 경향을 보였다. 기타 조경 설계 위주로 운영하는 중소규모 설계 회사들의 경우 각 회사의 디자인 성향에 따라 각기 다른 목적으로 파라메트릭 디자인을 사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Table 3 참조).
조경 설계에서 파라메트릭 디자인의 활용 유형은 크게 다음의 4가지로 조사됐다. 우선 설계 단계에서 ‘형태 생성의 도구’로 사용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표본으로 조사한 28개 회사가 모두(100%) 새로운 조형 도구로 라이노와 그래스호퍼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특히 조형적 디자인 성향이 강한 소형 아틀리에(Atelier) 사무실의 경우 더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경향을 보였다. 다음으로 GIS와 연계해 ‘도시 및 환경 데이터를 분석 및 설계의 매개변수’로 활용하는 사례로 28개 중 22개(78.6%)의 회사가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도시 단위 및 대형 프로젝트를 많이 다루는 회사들에서 논리적인 설계 전개를 위해 필수적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최근 기후 변화와 관련해 그래스호퍼와 GIS를 중심으로 레이디버그(Ladybug)등의 다양한 환경 분석 플러그인의 활용 비중이 높아진다는 의견이 많았다. 세 번째로 최근 설계 과정의 통합화의 흐름에 따라 하이브리드 및 대형 설계 사무소 중심으로 BIM 소프트웨어의 활용 비중이 높아지고 있으며, 조사 대상 중 17개(60.7%)의 오피스가 레빗, 아키캐드(Archicad) 등의 BIM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마지막은 식재 설계에서 파라메트릭 디자인을 활용하는 사례로 28개 중 4개(14.3%)의 회사가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되었으며, 그래스호퍼, 포레스트 팩(Forest Pack), 언리얼 엔진(Unreal Engine), 랜드 디자인(Lands Design) 등의 소프트웨어를 주로 사용했고, 아직은 다른 유형에 비해 실험적인 수준에서 활용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상의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조경 설계에서 파라메트릭 디자인의 활용 현황을 ‘조형 설계’, ‘식재 설계’, ‘GIS 설계’ 및 ‘BIM 설계’의 4가지 분류로 나눠 보다 상세하게 분석하고자 한다.
파라메트릭 건축 설계는 넓게는 디지털 매체를 이용한 디자인 건축을 포괄하고, 좁게는 디지털 매체만이 가진 특성을 이용한 건축을 말한다. 넓은 의미의 경우, 현실적, 추상적, 비현실적 형태 등 컴퓨터 테크놀로지를 사용해 만든 모든 기하의 건축이 여기에 속한다. 반면 좁은 의미의 경우, 일반적인 사람의 연역적 사고에서 도출되기 힘든 수학적 형태(mathematical geometry), 파라메트릭 디자인, 알고리즘의 전개에 의해 생성되는 예측 불가능한 특수한 경우 등을 말한다(Jung, 2016).
새로운 테크놀로지와 소프트웨어의 발달에 의한 파라메트릭 디자인은 건축 디자인과 형태 생성 전반에 큰 발전을 가져왔다. 우선 건축 조형의 패러다임을 확장했다. 파라메트릭 디자인 이전의 건축은 일정 수준의 인식과 사회적 필요의 범위 내에서 제한된 형태로 구축되었다. 하지만 알고리즘 단위로 설계 미디어가 확장되면서 소프트웨어가 제공하는 제한된 명령어 이상의 주체적인 창작이 가능해졌고, 알고리즘의 확장에 따라 경험과 연역적 사고의 범주 밖에 있는 완전히 새로운 조형이 가능해졌다.
다음으로 데이터 기반의 논리적인 형태 생성을 가능하게 했다. 알고리즘이 건축 설계의 생성적 미디어로 사용되기 전에는 ‘개념-재현’ 사이의 설계 단계에서 ‘조형’은 단지 아이디어를 직관적으로 구축하기 위한 표현의 수단에 불과했다. 이는 당시 설계 과정에서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정도로 디지털 미디어가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이며, 입력 데이터를 논리적인 형태로 발전시킬 수 있는 알고리즘 방식이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래스호퍼를 시작으로 비교적 진입장벽이 낮고, 직관적으로 논리 구조를 확인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적극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하면서 데이터 기반의 조형이 발달하기 시작했고, 이전 세대와 완전히 다른 새로운 형태 생성의 패러다임이 시작됐다.
마지막으로 그래스호퍼 같은 알고리즘 플랫폼을 중심으로 디자인 프로세스가 통합되면서 설계에서 시공까지 완결성 있는 형태 구현이 가능해졌다. 과거에는 컴퓨터를 콘셉 디자인 단계에서 주로 사용했기 때문에, 시공 도면(construction documentation)을 작성하는 단계에서 현실적인 구축 방법에 문제가 생기거나, 비용 관리(cost management) 단계에서 초과 예산이 발생하는 등 여러 이유로 디자인을 수정해야 하는 일이 빈번히 발생했다. 하지만 파라메트릭 디자인에서는 모든 과정이 네트워크로 연결되고, 라이노-그래스호퍼-레빗을 중심으로 시공 상세 도면 및 물량 산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초기 설계 단계부터 최종 구축에 필요한 정보를 바탕으로 개념과 현실성이 균형 있게 고려된 안정된 설계를 진행해 전체 프로세스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7).
조경 분야에서도 2000년 이후로 파라메트릭 디자인을 설계 미디어로 적극적으로 사용하려는 움직임이 많아졌다. 헤더윅 스튜디오(Heatherwick Studio)의 미디어 스페셜리스트(Immersive Media Specialist) Silvia Rueda는 현대 조경 설계의 프로세스를 ‘하드 랜드스케이프(Hard Landscape)’와 ‘소프트 랜드스케이프(Soft Landscape)’의 두 단계로 나누고, 하드 랜드스케이프 단계에서 대상지를 건축적으로 이해하고, 수평적인 조형을 구축하는 것을 강조했다(Figure 5 참조). 이는 평면 설계를 중심으로 배치도(layout)를 작성하는 전통적인 조경 설계와 상당히 다른 관점으로 바야흐로 조경 분야에도 본격적인 3D 모델링과 컴퓨테이셔널 디자인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웨스트 8(West 8)은 1900년대부터 컴퓨터 테크놀로지를 조경 설계에서 적극적인 조형 미디어로 사용했다. 그들은 유럽 특유의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조경가+건축가+제품디자이너+어바니스트의 복합적인 구성으로 회사를 시작해 다른 회사들이 단지 스케치업을 제한적인 용도로 사용할 때 라이노, 폼Z(Form-Z), 마야(Maya) 등 조형적으로 예민한 디지털 미디어로 조경을 건축하기 시작했고, 넙스(Nurbs) 알고리즘을 사용해 곡선과 직선을 넘나드는 디자인을 창작했다. 또한 제품 디자인에서 주로 하던 통합 디자인(Integrated Design)과 시설물 디자인, 패턴 디자인을 야외 공간에 적용했으며, 건축적 사고에 기반해 조경 설계의 성격을 수평적인 3차원 공간을 건축하는 구축론적 사고로 전환했다.
그리고 이러한 선도적 사례와 학계에서의 다양한 실험을 바탕으로 건축에서 선행된 파라메트릭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새로운 조형적 설계 방법들이 2000년 이후 조경 분야에서도 다양한 양상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첫째, 그래스호퍼를 사용해 플랜터 등 조경 시설물을 자유 형태(Freeform)로 디자인하고, 이를 사이트 전체로 확장해 통합 디자인 플랫폼을 구축하는 조형적 프로젝트들이 많아졌다(Huang et al., 2017). 스토스(Stoss)는 2013년 하버드 광장(Harvard Plaza) 설계에서 유선형 벤치를 광장의 플랫폼으로 구축해 가변적인 공간을 만들었고, 제임스 코너 필드 오퍼레이션스(James Corner Field Operations)는 2016년 마이애미의 나이트 플라자(Knight Plaza) 프로젝트에서 곡면 플랜터를 주 모듈로 반복해 흥미로운 공간 패턴을 만들었다(Figure 6 참조)8).
둘째, 파라메트릭 디자인, 수학적 패턴 등 알고리즘 디자인 도입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현대적 지오메트리가 본격적으로 조경 설계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나성진은 2019년 서울정원박람회 수상작 ‘개인의 피크닉’에서 트루셋 타일(Truchet Tiles)을 응용한 패턴 디자인을 바탕으로 새로운 정원 미학을 제시했다(Na, 2020c). 그리고 2017년 72시간 도시생생 프로젝트 출품작 ‘하이퍼볼릭 핑퐁 가든(Hyperbolic Pingpong Garden)’에서는 그래스호퍼의 플러그인 캥거루 피직스(Kangaroo Physics)를 통해 멤브레인 모델(Membrane Model)을 만들고, 라이노-그래스호퍼-캥거루-위버버드(Weavebird)의 알고리즘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수학적 형태의 가변적인 메시 구조물을 만들었다(Na, 2020b).
셋째, 조경 설계에 3D 조형이 본격적으로 도입되자 건축과 조경의 경계가 모호해져 건축 회사가 조경 프로젝트를 진행하거나, 조경 회사가 교각 등의 구조물을 설계하거나, 스노헤타나 헤더윅 스튜디오처럼 건축과 조경 및 어반 디자인 모두를 업역 구분 없이 다루는 하이브리드 설계 회사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뉴욕 기반의 조경 설계 회사인 멜크(!Melk)는 2019년 국제 설계 공모에서 당선된 러시아의 ‘Tyufeleva Roshcha Park’에서 공원 전체를 아우르는 연속적인 파라메트릭 형태의 교각 및 파고라 디자인을 선보여 공원 조형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Figure 7 참조). 건축 기반으로 뉴욕에서 시작한 딜러 스코피디오와 렌프로의 경우, 사업 기반을 조경, 도시 설계, 비쥬얼 아트(visual arts) 등으로 넓혀가며, 건축 디자인 전반을 아우르는 통합 디자인 정체성을 구축하고, 2017년에 모스크바에 조경과 건축이 완전히 통합된 ‘Zaryadye Park’를 개장하며 새로운 시대의 하이브리드 설계 작품을 선보였다.
이처럼 2000년 이후 컴퓨테이셔널 디자인과 파라메트릭 디자인의 급격한 발전은 조경 설계 분야에 본격적인 3차원 조형과 구축의 시대를 초래했고, 건축과 설계 영역을 공유하고 설계 영역을 넓히는 데 기여했다.
파라메트릭 테크놀로지를 활용한 디지털 식재 설계를 이해하려면 스캐터(scatter) 소프트웨어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식재 설계는 조경의 여러 분야 중에서도 살아 있는 식물을 다루는 고유의 특성상 컴퓨터 미디어의 활용이 보수적으로 발전해왔다. 초기에는 CAD에서 수종별로 심볼(symbol)이나 해치 패턴(hatch pattern)을 다르게 적용해 설계 내용을 표현했는데, 건축 디자인처럼 형태와 크기를 명확하게 표현하기 어려워서 개략적인 수종의 배치와 밀도를 가늠할 수 있는 정도였다. 따라서 컴퓨터 활용 초기에 대표적인 설계 미디어였던 정투영 평면(plan)과 섹션(section)을 주 설계 도구로 사용했고, 평면에서 수종의 선정과 배치 및 밀도를 규정한 뒤 섹션에서 전체적인 수직 볼륨을 테스트했다. 그리고 도면에서 완성한 설계를 현장 경험과 대조하는 오랜 시행착오를 통해서만 평면 식재 설계의 오차를 줄일 수 있는 노하우를 축적할 수 있었다.
이렇게 오랫동안 정투영 미디어와 현장 경험 위주로 발달해온 식재 설계를 컴퓨터 테크놀로지를 활용한 3차원 설계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2가지 요소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첫째, 충분한 3D 식재 라이브러리(3D Planting Library)가 구축되어야 한다. 3차원 소프트웨어를 설계 미디어로 사용하는 주된 이유 중 하나는 설계의 결과를 정확하게 시뮬레이션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식물의 경우, 수종도 다양하고 개별 모델링도 무겁고 상세하며, 계절에 따라 꽃이 피고 지는 등 소스의 베리에이션(variation)이 너무 많아서 건축 모델보다 라이브러리의 발달이 더딜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컴퓨터 인프라의 발달 이후 현재는 연동 프로그램과 퀄리티에 따라 스케치업 3D 웨어하우스(SketchUp 3D Warehouse), 루미온 식재 라이브러리(Lumion Planting Library), 3ds맥스 호환 식재 라이브러리(3ds Max Compatible Planting Library), BIM 식재 모델(BIM Models of Plants) 등 다양한 플랫폼들이 3차원 식재 설계를 수행하기에 충분하게 구축되고 있다.
다음으로 알고리즘 기반으로 배식을 조정하는 효율적인 스캐터 소프트웨어가 발달해야 한다. 스캐터는 3D 프로그램에서 넓은 범위의 복수의 개체를 효율적으로 배치하기 위해 개발된 프로그램이다. 대표적으로 3ds맥스의 플러그인인 ‘포레스트 팩(Forest Pack)’이 있으며, 최근 3D 소프트웨어의 활용 비중이 높아지면서 스케치업과 연동되는 ‘스캐터(Skatter)’, 라이노와 연동되는 ‘랜드 디자인(Lands Design)’와 같은 새로운 프로그램들이 개발되고 있고, 그래스호퍼에서 프록시(V-ray Proxy)와 함께 별도의 알고리즘을 만들어 사용할 수도 있다(Na, 2020d).
2차원 평면 설계에서 3차원 디지털 식재 설계로 설계 도구를 바꾸는 데 가장 큰 문제는 식물을 완전한 3D로 운용하면 컴퓨터 하드웨어에 너무 많은 부하가 걸린다는 것이다. 또한 넓은 대지에 수많은 나무와 식물의 개별 소스를 하나씩 배치하는 것은 작업 효율이 매우 떨어진다. 스캐터 프로그램은 식재 설계 및 배치를 3D 소프트웨어에서 운영하는데 수반되는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를 다음의 2가지 방식으로 해결한다. 첫째, 3D 오브젝트를 프록시로 변환하여 운용한다. 식물의 3D 모델은 하나의 객체가 수많은 줄기, 잎, 꽃들의 메시로 구성되어 있다. 이를 수백 주, 수십 그루씩 복사하면 컴퓨터가 다루는 전체 메시의 용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3D 프로그램을 다룰 수 없는 수준에 이른다. 따라서 프록시는 대상 오브젝트를 외부 참조 링크(External Reference Link)로 변환하고, 메인 파일에서는 프리뷰(Preview)를 위한 최소한의 그래픽으로 표현한 뒤 렌더링할 때만 원본 파일을 불러와 사용한다. 그리고 이러한 프록시 외부 참조 방식이 고용량의 식물 소스를 3D 프로그램에서 가볍게 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Figure 8 참조).
또한, 식재 설계 분야에서 스캐터 프로그램의 활용에 대한 더 많은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식재 설계의 구현은 최종 시공 단계에서 설계 도면을 기준으로 식물을 한주씩 배식하는 것이다. 하지만 계획 단계에서 이런 방식으로 설계를 시뮬레이션하는 것은 지나치게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스캐터를 통해 짧은 시간에 많은 디자인을 테스트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캐터의 기본 원리는 개별 오브젝트를 컨트롤하지 않고, 알고리즘과 파라미터에 의해 복수의 개체를 일괄적으로 조정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수많은 식물 소스의 배치를 직접 하지 않으면서 숲의 조성, 정원 하부 식재의 패턴 실험, 계절에 따른 수종의 변화에 대한 많은 표본을 단시간에 테스트해 작업 효율을 높이고, 좋은 디자인을 얻을 확률을 높인다(Song et al., 2019).
대표적인 스캐터인 포레스트 팩의 작업은 1-영역의 설정(Areas Definition), 2-배열 알고리즘(Distribution Algorithm), 3-지오메트리의 구성(Geometry Composition), 4-수종의 선정(Palette Selection), 5-랜덤 변형(Random Transformation)의 단계로 진행된다. 파라메트릭 식재 설계에서는 우선 식물을 배식할 대상 영역을 설정하는데, 스플라인(Spline), 3D 오프젝트, 서피스(Surface), 페인트 브러시(Paint Brush) 등 3D 프로그램의 모든 지오메트리를 지원하며, 상호 간에 포함할 영역과 배제할 영역을 개별적으로 설정해 전체 영역의 운용을 유연하게 할 수 있다.
이어서 수종의 배열 알고리즘을 선택한다. 식재 설계에는 디자인 의도에 따라 자연스러운 연출, 모던한 배치, 유럽식 혼합 식재 등 다양한 식재 기법이 있지만, 컴퓨테이셔널 디자인의 관점에서 해석하면 가장 근간이 되는 것은 패턴의 종류를 다르게 설정하는 것이다. 포레스트 팩에서는 디스트리뷰션 맵(Distribution Map)이라는 알파 채널(Alpha Channel)을 기준으로 식물 프록시들을 배치한다. 기본 패턴은 정형적 패턴과 비정형 패턴으로 나뉘며, 레귤러 그리드, 다이아몬드 그리드, 덴스 알고리즘(Dense Algorithm), 랜덤 패턴 등 수십 개의 기본 팔레트를 제공하고, 원하는 비트맵 패턴을 별도로 제작할 수 있다9). 그리고 설정한 패턴을 바탕으로 클러스터의 적용 여부, 크기, 밀도, 노이즈(noise), 경계 설정(blurry edge) 등의 세부 파라미터들을 조절해 여러 가지 배치를 테스트한다(Figure 9 참조).
배열 패턴이 정의되면 계속해서 지오메트리를 구성하고, 수종을 선정한다. 패턴을 바탕으로 색과 크기, 밀도 등의 물리적인 파라미터를 조절해 오브젝트의 개수와 구성, 비율, 색의 조합, 볼륨의 설정 같은 식재 설계의 세부 미학을 설정하며, 이렇게 만든 전체 구성을 바탕으로 설계 의도에 맞는 수종을 개별 프록시에 매칭(matching)시킨다. 마지막으로 프록시의 위치(translation), 회전 값(rotation values), 크기(scales) 등의 랜덤 파라미터(Random Parameters)를 조절해 의도한 정도의 자연스러움을 연출한다.
이처럼 파라메트릭 플랜팅은 프록시, 패턴, 파라미터를 기반으로 짧은 시간에 식재 설계의 알고리즘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 같은 방식은 패턴의 종류, 프록시, 랜덤시드(Random Seed), 파라미터 등을 변경하면 언제든 디자인을 바꿀 수 있는 오픈 시스템이며, 따라서 식재 설계처럼 명확한 최종 결과물을 예측하기 어려운 분야에 매우 효율적인 설계 방법이다. 또한, 이를 통해 전례 없는 새로운 스타일의 디자인을 손쉽게 시뮬레이션 할 수 있고, 식재 설계의 패러다임을 더 개방적으로 발전시킬 것을 기대할 수 있다.
파라메트릭 디자인에서 GIS를 활용한 설계가 예전 방식과 가장 다른 점은 그래스호퍼를 중심으로 ‘데이터 투 디자인(Data to Design)’의 직설적인 네트워크를 만든다는 것이다. 컴퓨터 활용 초기에 설계 미디어의 활용은 독립시행 프로세스의 단계적 적층에 의한 디자인 발전이었다. 예를 들어, GIS에서 지리 정보 데이터를 벡터 모델로 변환하고, 그래프로 정리된 분석 자료는 디자인 모델로 직접 연결되지 않고 중간 단계에서 일단락 정리된다. 그리고 설계가의 의도에 따라 데이터의 결과가 재해석되고 이후 디자인으로 발전된다. 하지만 이러한 닫힌 설계 방식의 경우, 설계가의 의도가 데이터를 왜곡하거나 추상화하는 등 분석 자료의 변질 가능성이 있고, 시스템이 유동적이지 않고 폐쇄적이기 때문에 데이터가 변경될 때마다 디자인에 직관적으로 반영되기 어렵다.
반면 파라메트릭 디자인에서는 GIS-중계 플러그인(범블비, 미어캣 등의 GIS와 그래스호퍼를 연동하는 오픈 소스 플러그인)-그래스호퍼-라이노의 구조로 데이터에서 디자인으로 직결되는 파라미터 기반의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그리고 이렇게 구축된 디자인 플랫폼을 바탕으로 GIS에서 캡처한 포인트 단위의 개체 정보를 그래스호퍼의 알고리즘을 통해 유의미한 통계 결과로 전환하고, 라이노에서 직관적인 3차원 모델로 발전시키며, 결과 모델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메인 알고리즘을 수정 및 보완한다. 일련의 모든 설계 프로세스는 열린 네트워크와 알고리즘, 매개변수로 이루어지고, 입력 데이터의 변경, 알고리즘의 확장에 따라 언제든 유동적으로 플랫폼을 변경할 수 있다10).
실험적인 건축 리서치 스튜디오인 슈퍼노멀(Supernormal)은 ‘Big Data for Small Places’라는 연구에서 그들은 모든 현실 기반의 프로젝트를 파라메트릭하며 컴퓨테이셔널한 존재로 간주하고, 모든 디자인 행위는 물리적, 문화적 제한요소로 파라미터를 포함하고 있으며, 따라서 현대 컴퓨테이션은 도시 맥락을 이해하고 넘어서기 위한 자연 역량의 인공적인 확장이라고 명시했다(Cantrell and Mekies, 2018). 이는 데이터 기반의 현대 파라메트릭 디자인의 역할을 명확하게 정의한 것으로 진보한 컴퓨터 테크놀로지와 데이터 캡처, 알고리즘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직관과 연역적 사고에 의존하던 전통적인 설계 방식의 한계를 넘어 자연 맥락과 디자인 결과물의 과정을 논리적으로 혹은 그 이상의 새로운 방법으로 창작할 수 있는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얘기다.
Figure 10은 대상지의 지형(topography) 정보를 바탕으로 자연 수계(Hydrology)를 단계적으로 분석해 표면 유출수(Runoff Flooding)를 컨트롤하고, 공원에서 담수를 효율적으로 보관 및 처리할 수 있는 친환경 생태 단지와 시스템을 구축하는 사례다. GIS 데이터 분석에 기반해 자연 지형을 보전하고 토목 공사를 최소화할 수 있는 도시 조직의 프레임을 구축했고, 방향과 경사 분석에 따라 효율적인 단지 모듈의 설계와 배치를 제안했으며, 자연 수계를 오픈 스페이스의 경관 요소이자 프로그램으로 배치하는 생태적 시스템을 구축했다. 데이터부터 디자인까지 모든 설계 프로세스를 논리적이고 탄력적인 알고리즘으로 연결했으며, GIS 데이터를 현대 컴퓨테이션의 설계 방법으로 발전시킨 생성적 파라메트릭 디자인(Generative Parametric Design)의 사례다11).
이상과 같이 데이터 기반의 파라메트릭 디자인은 완전히 새로운 설계 방법이 아니라, 발달한 정보 수집과 처리 기술을 바탕으로 사회 문화 맥락의 변화에 더 긴밀하게 대응하는 디자인 접근 방법이며, 빠르게 변하는 현대 사회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새로운 설계 프로세스로 볼 수 있다.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설계는 최근 건축 전반에서 산업 기반의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 설계 방법으로 프로젝트 기획 단계에서부터 3차원 형상 정보에 파라미터(물성, 절차, 규칙, 가격) 정보를 결합해 설계에서 시공, 운영까지 프로젝트의 전 생애주기를 데이터베이스로 관리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Kim, 2017a). 지식과 정보를 바탕으로 산업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스마트 시티(Smart City)와 같은 4차 산업 혁명의 연장선에 있는 개념으로 정보모델을 바탕으로 설계, 시각화, 구조검토, 환경 분석, 공사비 검토 등의 일련의 과정을 통합할 수 있는 장점 때문에 조달청 발주 사업을 비롯해 주요 공공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BIM 프로세스의 저변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조경 설계 분야에서도 BIM을 사용하는 회사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데, 파라메트릭 디자인 활용 현황을 조사한 Table 3 자료를 보면 28개의 표본 중 건축, 도시 설계, 조경을 함께 하는 9개의 하이브리의 유형의 회사들은 모두 BIM을 사용하고 있었고, 최근 SASAKI, AECOM, SWA 등 대형 조경 설계 회사들도 BIM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Table 3 참조). 각 회사들의 BIM의 구체적인 활용 방법은 건축 및 MEP(Mechanical, Electrical, Plumbing)와의 통합 3D 모델 구축, 일조량 및 에너지 효율 분석, GIS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적지 분석, 환경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친환경 설계, 수목 정보모델 구축에 따른 물량 산출 등으로 조사되었다.
또한, 최근 조경 분야에서는 BIM을 기반으로 조경정보모델(LIM, Landscape Information Modeling)이 새로 논의되고 있는데, 이는 생태적 설계 및 기후 변화를 직접 다루는 조경 분야의 전문성과 사회적 역할에 맞게 BIM을 새롭게 발전시키는 개념이다. Kim(2019)은 그의 연구 ‘도시재해 저감 설계를 위한 조경정보모델의 활용’에서 LIM과 알고리즘 기반의 파라메트릭 설계를 활용하면 변수 간의 관계를 규명함으로써 객관적 근거를 바탕으로 설계안을 논리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하였다(Yazici, 2016; Kim, 2019). 정보모델과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환경 데이터를 활용하여 기후 변화 및 도시재해 저감과 관련한 데이터 기반의 친환경 설계를 수행할 수 있고(Figure 11 참조),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절성토량 계산에 따른 합리적인 설계를 진행하는 등 정량화된 설계지표를 바탕으로 생태성 추구를 위한 논리적이고 유기적인 설계 프로세스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여전히 조경 분야에서 BIM 설계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데이터베이스 구축 및 산학 연계를 바탕으로 한 관련 정책의 발전, BIM 실천을 위한 교육 체계의 변화 등 많은 논의가 필요하지만 추후 BIM 활용이 가져올 가능성은 무궁무진할 것이다.
IV. 결론
본 연구는 최근 디지털 사회 맥락의 변화를 바탕으로 조경 설계 분야에서 파라메트릭 디자인의 현황 및 사례를 분석하고, 이 같은 설계 방법들이 새로운 설계 도구로써 어떠한 활용 가능성이 있는지를 논의했다. 컴퓨터 테크놀로지는 설계 분야에 처음 도입되어 단순히 기존 설계의 보조 수단으로 활용되던 시기와 달리, 이후 급격한 디지털 사회의 발달과 함께 다양한 교육적 연구와 실무의 성취를 바탕으로 설계의 생성적 도구로 발전했다.
파라메트릭 디자인은 이러한 전반적인 컴퓨테이셔널 디자인의 맥락에서 프래그래밍 언어 중 건축 설계에서 비교적 활용하기 용이한 그래스호퍼를 중심으로 발달한 네트워크 기반의 알고리즘 설계 방식이며, 변수와 입력 데이터, 논리 구조의 변화에 따라 상시 디자인 결과물이 달라지는 열린 시스템이다. 따라서 기존의 설계 방식보다 유동적이고 더 다양한 문제를 다룰 수 있으며, 이러한 근본적인 특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테크놀로지와 소프트웨어를 흡수하며 조경 및 건축 설계의 패러다임을 확장하고 있다.
본 연구는 조경 설계 분야에서 파라메트릭 디자인의 활용 사례 및 가능성을 다음의 4가지로 요약했다.
첫째, 새로운 조형 미디어이자 3차원 조경 설계의 주요 플랫폼으로 기능한다. 2000년 이후 조경 설계에서도 본격적인 통합 3D 디자인이 활발해졌고, 평면에 공간 프로그램과 식재 위주로 배치도를 작성하던 방식에서 시설물, 구조물, 포장 및 식재 등 공간의 일체를 통합 디자인하며 수평적 플랫폼을 구축하는 방식으로 발전했다. 이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3D 조형 설계가 도입되기 시작했으며, 새로운 컴퓨터 테크놀로지의 활용과 함께 형태적 다양성과 포용력이 향상됐고, 건축과 도시 설계 및 조경이 통합된 하이브리드 형태의 회사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둘째, 스캐터 알고리즘에 기반한 파라메트릭 설계를 통해 새로운 식재 설계 플랫폼을 발전시킨다. 식재 설계는 다른 분야에 비해 불확실한 생물 소재를 다루는 산업의 특성상 상대적으로 보수적으로 발달해 왔다. 또한 식물 소재의 3D 라이브러리를 구축하는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았고, 3D 프로그램에서 복수의 식물 모델을 다루기에는 상당한 고사양의 컴퓨터 하드웨어가 필요했으며, 이를 효율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도 부재했다. 하지만 2000년 이후 플랫폼마다 다양한 식물 라이브러리가 구축됐고, 컴퓨터 하드웨어가 충분히 발달했으며, 효율적으로 3D 자원을 관리할 수 있는 스캐터 소프트웨어까지 개발되며 온전한 3D 식재 설계에 필요한 모든 인프라가 구축되었다. 이제는 단시간에 프록시와 배열 알고리즘, 파라미터의 조절을 통해 다양한 식재 설계를 시뮬레이션을 할 수 있으며, 더 개방적이고 실험적인 새로운 식재 설계의 패러다임을 기대할 수 있다.
셋째, GIS 데이터 기반의 생성적 설계를 가능하게 한다. 데이터 기반의 설계는 과거에도 존재했으나, 데이터 캡처부터 최종 디자인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고 단계별로 고립되어 있었기 때문에 연속적인 결과물을 기대할 수 없었다. 하지만 파라메트릭 디자인에서는 코딩과 알고리즘 기반의 그래스호퍼를 중심으로 ‘데이터 투 디자인’의 통합 네트워크 구축이 가능해졌고, 이를 통해 지리 및 환경 정보를 바탕으로 최종 단계까지 논리적인 디자인 전개가 가능해졌다. 또한, 언제나 필요에 따라 알고리즘을 확장하고, 새로운 변수를 추가할 수 있는 오픈 플랫폼이기 때문에 빠른 사회 변화에 긴밀하게 대응할 수 있는 생성적 설계가 가능하다.
넷째, 조경정보모델을 기반으로 한 BIM 설계 도구로 기능한다. 정보모델과 파라메트릭 설계를 기반으로 한 BIM 설계 방식으로의 전환을 통해 설계에서 시공, 운영까지 프로젝트의 전 과정을 레빗 등의 BIM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단일 네트워크로 통합할 수 있으며, 형상 정보와 비형상 정보의 통합을 통해 현대 도시의 복잡한 문제들에 더 논리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BIM 설계는 파라메트릭 디자인이 지향하는 설계의 디지털화의 궁극적인 모델이며, 모든 것을 네트워크 기반의 정보모델로 전환하는 4차 산업혁명 철학의 건축적 구현이고, IT 생태계의 타 분야와 밀접한 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새로운 산업 기반이 될 것이다.
컴퓨터 테크톨로지의 발달은 이제 단순한 도구의 발달을 넘어 자연 및 문화 맥락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매체가 되었으며, 현대 사회의 복잡성에 가장 긴밀하게 대응할 수 있는 생산적 도구로 발전했다. 따라서 조경 설계 분야에서도 새로운 기술의 발달에 언제나 열린 태도로 지속적인 관심을 두고 새로운 설계적 가능성을 끊임없이 모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