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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공원 설계공모 수상작을 통해 본 조경설계개념의 유형

김아연 *
Ah-Yeon Kim *
Author Information & Copyright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Professor, Dept. of Landscape Architecture, The University of Seoul
Corresponding author: Ah-Yeon Kim, Professor, Dept. of Landscape Architecture, The University of Seoul, Seoul 02504, Korea, Tel.:+82-2-6490-2845, E-mail: ahyeonkim@uos.ac.kr

이 논문은 2018년도 서울시립대학교 교내학술연구비에 의하여 지원되었음.

© Copyright 2022 The Korean Institute of Landscape Architecture. This is an Open-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 License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4.0/) which permits unrestricted non-commercial use, distribution, and reproduction in any medium, provided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Received: Feb 08, 2022; Revised: Mar 28, 2022; Accepted: Mar 28, 2022

Published Online: Apr 30, 2022

국문초록

이 연구는 조경설계의 특수성에 기반한 설계개념의 유형을 제시하고 이를 토대로 국내외 도시공원 설계공모 수상작에 나타난 설계개념을 분석하여 조경설계 개념에 대한 이론적 틀을 도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문헌 연구를 통해 조경설계의 설계개념 유형을 가치와 비전, 분석과 해석, 형태와 구조, 프로그램과 요소, 과정과 운영의 다섯 가지로 유형화하고, 이 틀을 활용하여 국내외 공원설계공모 18개에 출품된 96개의 작품에 나타난 설계개념을 분석하였다. 연구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현대 도시공원의 복합성으로 인해 설계개념은 주개념과 보조개념의 여러 층위로 제시된다. 둘째, 도시공원 설계에 있어 형태적 개념이 가장 많이 활용되며, 그 다음으로 프로그램적 개념, 가치와 해석적 개념이 도입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셋째, 형태적 개념이 주개념과 보조개념으로 많이 활용되는 이유는 디자인의 핵심 결과물인 공간의 형태가 설계안의 정체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넷째, 프로그램적 개념 유형이 다음으로 많이 활용되는 이유는 불특정 다수인 이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도시공원이 타 디자인 분야에 비해 프로그램을 생산하는 기획적 특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다섯째, 대상지 속성이 전적으로 설계개념 유형에 영향을 준다고 보기 어려운데 설계개념은 대상지의 객관적 속성을 설계가가 주관적으로 해석하는 복합적이며 창의적인 과정의 결과이며, 특히 설계공모의 경우 공모지침에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연구는 조경설계 과정에서 심도 있게 논의되지 않았던 설계개념을 유형화하여 설계창작과정과 설계작품 비평에 유용한 틀로 활용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데 의의가 있다.

ABSTRACT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present types of design concept based on the specificity of landscape design, and to derive a theoretical framework for the landscape design concepts by analyzing the design concepts appearing in urban park design competitions. Through literature review, five types of landscape design concepts were categorized into value and vision, analysis and interpretation, form and structure, program and element, and process and operation. Using this framework, the design concepts shown in 96 works submitted to 18 domestic and overseas urban park design competitions were analyzed. The results of the analysis are summarized as follows. First, due to the complexity of contemporary urban parks, design concepts are presented as mixtures of main concepts and secondary concepts in multiple layers. Second, it was identified that design concepts of ‘form and structure’ were used the most in urban park designs, followed by the ‘program and element’ concepts. The ‘value and vision’ and ‘analysis and interpretive’ concepts are introduced as third and fourth. Third, the reason that the ‘form and structure’ concept is widely used as main and secondary concepts is judged to be because the form of a space, which is the key result of the design, has an important influence on the identity of the design. Fourth, the reason that the ‘program and element’ concept type is widely introduced is that urban park design has a stronger planning aspect to produce programs during the design process, compared with other design fields where programs are usually given in advance. Lastly, it is difficult to see that the properties of the site solely affect the type of design concept, because a design concept is the result of a complex and creative process in which a designer subjectively interprets the objective characteristics of the site and project, and given design guidelines can affect the type of design concept.

Keywords: 조경설계과정; 프로그램; 형태; 프로세스
Keywords: Landscape Design Process; Program; Form; Process

Ⅰ. 서론

1. 연구의 배경과 목적

조경설계작품을 완성하거나 이해하는 데 있어 설계개념은 중요한 뼈대를 제공한다. 특정 개념을 공간적인 실체로 만들기 위해 형태를 부여하는 것을 설계라고 할 때(Shih, 2004), 개념은 모든 설계 프로젝트를 발생시키는 근원적인 아이디어 혹은 핵심 가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설계과정에 있어서 개념에 대한 정확한 정의와 기능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수많은 설계작품들에서 제시하는 개념들은 화려한 미사여구나 공허한 선언문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설계교육 현장과 설계작품 비평에서도 개념과 디자인이 따로 논다거나 ‘개념을 위한 개념’에 그친다는 비판은 쉽게 접할 수 있다(Zoh, 2000; Ku, 2006a). 또한 실제 지어진 프로젝트에서 이용자들은 설계개념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일을 어렵게 느끼고 있거나(Joo and Kim, 2010), 설계개념과 이용자들의 공간 만족도는 유의한 관계를 맺지 못한다는 연구(Jang et al., 2017) 결과도 나왔다. 설계개념을 정확히 규명하고 설계과정에서 개념의 유형과 기능을 설명하려는 시도는 건축과 디자인 분야에 집중되어 있고, 타 디자인 분야와 차별성을 갖는 조경설계 과정의 개념 연구는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설계개념에 대한 개념의 부재는 개념의 남발을 초래하고 있고, 결국 개념은 설계과정 마지막에 붙이는 요식행위 혹은 미사여구에 그친다는 자조감마저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계획과정에서 설계가가 가장 강한 좌절이나 만족을 경험하는 지점은 바로 개념형성 단계이며(White, 1975), 개념형성 과정은 조경설계를 배우는 학생들의 경우에도 가장 어려움을 겪는 단계로 조사된 바 있어(Kim, 2010), 분석적으로 설계과정에서의 개념형성 과정과 개념의 유형 등 그 속성을 분해해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창작활동에 있어서 개념은 설계 행위를 시작하는 시발점이자 궁극적으로 설계작품이 추구하는 지향점이라는 중요한 이중 기능을 갖지만, 개념은 고도의 지적 추상화 과정으로 쉽게 학습되지 않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이 연구는 조경설계의 특수성에 기반한 설계개념의 유형을 제시하고 이를 토대로 국내외 도시공원 설계공모 수상작에 나타난 설계개념을 분석하여 조경설계 개념에 대한 이론적 틀을 도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2. 연구 대상과 방법
1) 분석 대상

현대 공원설계는 라빌레뜨 공원 설계공모를 기점으로 풍경식 낭만주의 양식에 기반한 근대적 공원 양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공원의 비전과 형식을 제시해왔다(Pae, 2004). 특히 설계안의 차별성과 우수성을 다투는 설계공모는 도시의 중요한 공공공간인 공원과 관련한 다양한 이슈를 실험하는 장이 되어왔다. 양식(style)이라는 외부적 규범이 공원의 형태 도출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던 근대적 방식에서 벗어난 설계가들은 공원에 대한 해석과 비전을 제시하며 새로운 실험을 이어갔고, 대상지의 조건과 특수성에 따른 다양한 개념적 실험 역시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조경설계의 개념을 유형화하려는 이 연구는 조경설계의 대표 유형인 도시공원을 대상으로 설계안의 개념적 힘이 잘 드러나는 설계공모의 수상작을 검토하였다.

분석 대상으로 2000년 이후에 개최된 국내외 설계공모 중 홈페이지나 별도의 작품집, 또는 전문잡지를 통해 당선작과 수상작의 설계안 자료가 공개된 18개 설계공모의 수상작 96개 작품을 선정하였다. 당선작뿐만 아니라 수상작까지 검토하여 같은 주제에 대한 상이한 개념적 접근을 파악하였다. 또한 연구자의 주관적인 해석을 최소화하기 위해 해당 설계공모에 대한 비평 혹은 관련 연구 자료가 있는 프로젝트로 국한하였다. 나아가 개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을 다양화하기 위해 대상지의 규모, 성격, 형태, 그리고 특수 조건을 고려하여 하나의 공원 유형에 편중되는 것을 최소화하였다. 또한 산업시설 혹은 군부대 이전 적지, 기존 공원 리모델링, 기념공원, 하천 및 호수 등 물이 중심이 되는 부지 등을 포함하여 대상지의 속성이 다양하게 논의될 수 있게 하였다. 형태적으로는 도로나 하천 등의 선형공원을 포함시켜 면적인 공원과의 개념적 차이가 발견되는지를 살펴보았다. 분석 대상으로 한 설계공모의 개요는 Table 1과 같다.

Table 1. Target project overview
Shape Korean competition Year* Size(m2)* Overseas competition Year Area(m2) Condition and characteristic
- Queen Hur Memorial Park 2016 55,765 June Callwood 2014 4,000 Memorial
Sam-duck Park 2006 19,376 Jubilee Gardens 2005 12,500 Small park
Dream Forest 2008 662,627 Pershing Square 2015 20,000 Park remodeling
Mapo Oil Depot 2014 101,510 Downsview Park 2000 294,994 Industrial site
Linear Seoul Highway 2015 9,661 Highline 2004 22,662 (753,500 ft2) Highway
Linear Yeouido Riverside Park 2007 717,000 Minneapolis Riverfront 2011 Adjacent areas along 5.5 mile Riverfront
- Yongsan Park 2012 2,426,748 Orange County Great Park 2006 5,261,041 Military site
Gwanggyo Lakeside Park 2008 2,043,858 Lower Don Lands 2007 125 hectare (308 acres) Water body
Central Open Space in MAC 2007 6,982,000 Shelby Farms 2008 18,210,854 (4,500 acres) Agricultural field

* 연도는 수상작 결정 시점을 기준으로 하며, 면적은 단위 환산에 따라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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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연구방법

국내외 도시공원 국제 설계공모에 출품된 작품들의 주요 설계개념을 분석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연구의 흐름과 연구방법을 따른다. 우선 관련 디자인 분야의 설계개념에 대한 문헌과 조경설계의 보편성과 특수성, 현대 공원의 담론을 이론적으로 고찰하여 설계개념의 정의와 형성 요인을 도출하고 설계개념을 유형화하였다. 이를 분석의 틀로 활용하여 선정된 96개의 작품의 개념유형별 분포를 파악하였다. 우선 설계공모 지침서를 검토하여 설계팀에게 공통적으로 제공된 자료와 요청사항을 살펴보았고, 일반적인 공모 방식 외에 주목할 만한 사항의 여부를 파악하였다. 설계작품에 대한 국내외 비평과 설계가들이 직접 제시한 패널과 보고서 등의 텍스트를 바탕으로 설계개념을 파악한 후, 개념 유형별 빈도수를 분석하고 경향성 및 주요 항목과 개념 간의 관련성을 고찰하였다. 현대공원의 복합적 특성으로 인해 하나의 설계안에도 다양한 위계의 설계개념이 제시되므로, 설계안의 정체성과 타 설계안과의 차별성에 영향을 준 1~3개의 핵심 아이디어나 가치를 주개념으로, 하위 단계의 개념을 보조개념으로 분석하였다.

Ⅱ. 이론적 고찰

1. 설계개념의 개념

2008년 광교신도시는 ‘콘셉트 설계공모’라는 흥미로운 설계공모를 진행한다. 이미 실시설계업체가 결정되어 있던 상황에서 차별화된 프로젝트를 이끌어나갈 코디네이터를 선발하기 위해 공원의 핵심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콘셉트 설계”를 전면적으로 내세운 것이다. 이는 프로젝트의 가장 중요한 원동력을 공원의 “개념”으로 규정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다른 사례로 행정중심복합도시의 첫 시작이 된 도시개념 설계공모(city concept competition)가 있다. 중앙을 비우는 도시 개념을 제시한 안드레스 페레아(Andrés Perea)의 “The City of Thousand Cities”처럼, 현재의 행정중심복합도시는 대규모 중앙녹지를 가지는 새로운 유형의 도시로 진화하고 있다. 이런 사례에서 보듯이 직간접적으로 설계개념은 특정 프로젝트의 정체성과 차별성을 부여하는 근본적인 아이디어이자 핵심 가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설계개념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일선의 실무에서는 설계개념의 가치와 효용성에 대한 무기력한 비판도 이어지는 바, 설계공모 발주처와 심의기관의 영향력과 실무적 조정 과정을 통해 원 설계안의 핵심 사항들이 사라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Lee and Cho, 2013). 결국 설계개념은 설계공모의 당선을 위한 마니페스토에 그칠 뿐 실제 공간으로 실현되지 않은 경우도 많다.

우선 사전적으로 개념(concept)은 “여러 관념 속에서 공통된 요소를 뽑아내어 종합하여서 얻은 하나의 보편적인 관념”으로 정의된다(National Institute of Korean Language, 2021). 설계개념, 혹은 디자인개념(design concept)은 건축, 조경, 디자인 등 유사 분야에서 다양하게 정의되어 왔는데, “우리가 어떤 것을 이해한 결과로써 갖게 되는 구체적인 사고로서, 개념형성과정은 어떤 대상이 공통적으로 지니는 특성을 찾아 분리시키는 과정” (Ku, 2006a), “설계안에 대한 구조적 사고의 틀” (Kim, 1999), “설계의 조형화에 관계되는 여러 가지 공간적인 요구에 답하는 것으로 몇몇 요소나 특성을 통합하는 것”(Zoh, 2000), “설계에 담길 이야기나 의미 또는 상징”(Chin, 2013) “전체를 아우르며 디자인에 일관성과 정체성을 부여하는 아이디어나 다이어그램(Parthenois, 2005)”이 대표적이다. 종합하면 설계개념은 다양한 개별 설계 이슈를 아우르는 통합적이며 구조적인 핵심 아이디어를 언어 혹은 도형을 통해 추상적으로 표현한 것이라 볼 수 있다. Shih(2004)는 현실 세계의 규칙을 도출하기 위한 과학적 개념과 설계개념은 다르며, 설계개념은 가능성과 영감을 도출하는 건축적 사고를 생성시킨다고 주장한다. 즉 과학적 개념은 구성적이며(constructed) 설계개념은 생성적(generating)이라는 것이다1).

인용된 몇 문장에서 보는 것처럼 개념에 대한 개념은 매우 다양하며 포괄적이기도 하고 모호하며 산만하기까지 하다. 특히 설계 분야에서 개념이라는 어휘가 지칭하는 내용의 진폭은 매우 크다. 설계개념은 설계주제나 착안 사항, 설계가의 철학이나 원칙까지도 포함하여 혼용되거나 포괄적으로 쓰이고, 조경설계 과정에서도 추상적 단어와 과도한 의미가 혼재되어 개념이 설계안의 생성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발견된다.

하나의 프로젝트를 하나의 개념으로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설계개념은 초기 단계의 핵심 개념(big idea)부터 시공관리 단계까지 위계적으로 구성되며, 추상적인 가치로부터 시작하여 시각적이며 물리적인 형태로 구체화하는데 필요한 매개개념 혹은 종속개념들이 구사된다(White, 1975; Reid, 2007; Ryu, 2008). 이처럼 설계개념은 관점에 따라 다양하게 유형화할 수 있는데, 추상적 개념과 기능적 개념의 구분(Reid, 2007), 개념 형상화 방식에 따른 언어적, 시각적 개념의 구분(An, 2017), 개념의 단계별 유형과 내용적 유형의 구분(Ku, 2006a) 등이 있다. 특히 설계개념에 관한 구본덕의 일련의 연구(Ku, 2006a; Ku, 2006b; Ku, 2006c; Ku, 2013)는 학생들의 건축설계 과제작품을 분석하여 개념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과 개념 형성 과정에 나타나는 유추법 등을 탐구하였다. 건축설계 개념을 단계별로 기본개념, 상황개념, 요소개념으로, 유형별로 추상적 개념(abstract concept), 구성적 개념(compositional concept), 형태적 개념(formal concept)으로 나누고 있는데 이러한 구분은 설계개념 연구에 좋은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그는 추상적 개념이 설계의 초기 단계에 전체적인 주제를 형성하여 여러 가지 설계개념들을 묶어주는 역할을 하지만 건축적 실마리는 제공하기 힘들다고 판단한다. 결국 추상적 개념 하나만으로는 설계안을 도출하기 힘들며, 공간의 구성에 관련된 측면인 구성적 개념 혹은 건축물의 형태에 관련된 형태적 개념으로 이어져야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 Lee(2006)도 설계개념과 형태와의 관계성을 강하게 주장하며 설계주제와 설계개념의 차이를 설명한다. 즉 설계개념은 형태를 만드는데 직접적으로 관련되어야 한다는 것인데, 이는 설계가 지향하는 추상적인 관념인 이념(notion)과 구체적인 공간화에 기여하는 설계개념의 구분(Zoh, 2000)과도 유사하다. 설계과정에서 설계개념이 갖는 의의는 크게 설계목표와 조건을 함축적으로 통합하여 설계안의 일관성을 부여하는 것과 구체적 개념화를 통해 형태 도출의 유력한 도구로 활용하는 데 있다는 주장(Ku, 2013) 역시 설계개념의 형태 생성적 측면에 무게를 둔다. 앞서 살펴본 일련의 설계개념에 관한 연구는 중요한 이론적 기반을 제공하지만, 현대 조경설계의 특성을 고려하여 비판적으로 고찰하고 적용의 적정성을 판단해야 할 것이다.

2. 조경설계 개념의 형성 요인과 유형

개념은 현상 혹은 대상을 보는 관점이자 태도이며 인식의 틀이다. 여기서 인식의 주체가 중요해진다. 즉 설계개념은 현상 인식과 개념형성의 주체로서 설계가 개인의 시각을 반영하는 것이므로 설계가의 철학, 사유 과정, 그리고 창의성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설계가가 특정한 프로젝트를 인식하고 이해하며 묘사하는 방식은 설계가 고유의 인생관과 디자인관이라는 기본 골격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진다(White, 1975; Parthenios, 2005; An, 2017). 즉 특정 작품의 개념형성 과정은 설계가를 둘러싼 여러 가지 경험적, 지적 맥락에 의존한다. 설계개념은 설계가가 축적해 온 맥락에서 대상지와 프로젝트의 성격을 해석하는 과정 중에 생성된다. 따라서 설계개념은 설계가와 대상지 혹은 프로젝트 모두에서 영향을 받으며 끊임없는 피드백 과정을 통해 진행된다(Figure 1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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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1. Design concept develop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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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가가 축적해 온 전문성과 활동하는 전문 분야에 내재된 방법론, 그리고 조경설계 프로젝트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건축설계 개념의 틀을 그대로 차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따라서 개념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조경 분야의 고유성과 특수성을 고찰하는 것은 조경설계 개념을 유형화하는 데 필수적이다.

디자인은 일반적으로 특정 쓸모를 실현하기 위해 분석, 개념 구상, 재료와 형태의 선정, 세부 사항의 결정, 제작 등의 과정을 거치며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작업이라는 보편성을 가진다(Kim, 2020). 반면 조경설계는 디자인의 주제와 대상지로 사회와 자연의 복합생태계를 다루며 경관을 통합적으로 다루고 공간 환경의 변화와 시간성을 다룬다는 특수성이 있다(Lee and Kim, 2020; Kim, 2020). 디자인이라는 보편적 설계과정과 조경 분야 특수성의 결합은 조경설계 개념에 기여하는 조건을 형성하며 다음의 다섯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우선 조경 프로젝트가 지향하는 가치적 성격이다. 계획의 비전 혹은 방향, 그리고 계획의 목표는 특정 프로젝트를 탄생시키는 중요한 단서이다. 생태적으로 건강하며, 미적으로 아름답고, 쾌적하고 가치 있는 삶을 누릴 수 있는 생활환경을 만드는 것은 조경의 지향점이자 보편적 가치이다(Lee and Kim, 2020). 특히 도시공원의 경우 생태적 가치와 사회문화적 가치를 담는 중요한 공공공간으로 대중들이 공감할 수 있는 비전과 철학을 전달할 수 있는 공간 장치이다. 최근 기후위기와 팬데믹 등 지역적, 지구적 규모의 자연기반해법의 중요성은 조경프로젝트의 시대적 가치를 부각시키고 있다.

두 번째는 대상지의 분석 및 해석 작업의 중요성을 꼽을 수 있다. 대지를 다루는 조경은 설계 대상지의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어 특정 대상지가 속한 더 큰 범위의 도시맥락과 경관, 생태계와 수순환체계 등 광역 스케일의 분석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전문 분야이며, 따라서 대상지 분석은 다른 분야와의 차별성을 명확히 드러내는 단계이다(Chin, 2013). 분석과 해석의 과정에서 설계가는 대상지의 제한점과 잠재력을 발견하는 동시에 설계안을 이끌어갈 중요한 개념을 도출하게 된다(LaGro, 2013). 대상지 분석은 설계개념의 추상성을 공간적으로 형상화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한다. 현대 공원설계 대부분의 설계개념이 대상지 분석과정에서 비롯된다고 해도 과장이 아닐 것이다(Park and Pae, 2008).

세 번째는 설계안의 형태와 연관된다. 형태는 개념형성의 중요한 영감이자 결과이며, 따라서 설계개념은 본질적으로 형태로 이어져야 한다는 주장(Shih, 2004: Lee, 2006)과 설계가의 축적된 경험과 지식이 프로젝트의 조건과 만나면서 구체적 디자인으로 이어지는 아이디어(Sharky, 2016)라는 설명은 개념의 형태 생성적 측면을 강조한다. 그러나 건축에서의 형태는 양감을 가지는 조형(solid)을 다루지만, 조경은 빈 공간과 여백을 중시하며(Kim, 2009) 오브젝트의 주목성보다 대지와 이를 둘러싼 모든 환경이 주목의 대상이 된다(Jeong, 2009). 조경은 설계의 결과물이 건축물처럼 아이레벨에서 하나의 형태로 인지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며, 대규모의 토지를 다루기 때문에 설계과정에서 3차원보다는 2차원적 형태가 두드러지고(Kim, 2009; Chin, 2013), 변화하는 재료와 시간성을 다루기 때문에 형태 이외의 과정적 변수가 설계안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수평 스케일이 크기 때문에 배치도에서 나타나는 형태가 개념화되기 쉬운데, 이렇게 배치도에서 인식 가능한 형태는 공간의 구조를 의미하기 때문에 단순한 조형이라기보다는 대지의 질서를 만드는 논리성과 설계자의 조형적 창의성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다.

네 번째는 프로그래밍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도입 프로그램이 사전 기획으로 주어지는 건축설계에 비해 조경에서의 프로그램은 비결정적이고 유동적이며 하나의 프로그램이 하나의 공간으로 귀결되지 않는 다층적 성격을 가진다(Jeong, 2009). 또한 설계과정 자체가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측면이 강하여 제품디자인이나 건축설계에 비해 대지의 쓸모에 대한 기획적 차원이 중요해진다.

마지막으로 조경은 대규모의 부지를 다루거나 복합적인 성격의 대상지, 그리고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해야 하며, 특히 대형공원은 조성 기간이 길고 시간에 따라 변하는 생태적 특성을 다루므로 시간성과 변화, 그리고 프로세스, 운영과 유지관리의 중요성이 대두된다(Bark and Pae, 2013).

위의 논의를 통해 디자인의 보편성에 근거한 조경설계의 특수성을 가치와 비전, 대상지 분석과 해석, 형태와 구조, 프로그램과 도입 요소, 그리고 과정 및 운영의 다섯 가지 범주로 정리하였고, 이러한 특징은 조경설계 개념을 탄생시키는 근거를 제공한다. Ⅲ장에서는 이러한 특징들에 기반한 개념 유형을 사례를 통해 설명한다.

III. 조경설계 개념의 유형별 특징

앞서 살펴본 조경설계의 개념형성 요인에 따라 설계개념의 유형을 구분하고, 도시공원 설계작품을 중심으로 그 유형별 특징을 정리하면 Figure 2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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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2. Types of landscape design conce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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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현대 혹은 미래의 도시에 있어 공원의 역할과 가치에 대한 새로운 비전과 가치를 제시하는 개념 유형(value and vision)이다. 그린스워드안(greensward plan)을 선정하여 근대도시의 열악한 환경에서 벗어날 수 있는 목가적 이상향을 제시한 뉴욕 센트럴파크의 설계공모, 픽처레스크 양식을 지양하는 21세기 현대도시공원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 라빌레뜨공원 설계공모, 그리고 공원과 도시의 새로운 관계 정립을 통해 전략과 프로세스 중심의 열린 도시생태복합체계를 제안한 다운스뷰공원 설계공모 모두 공원과 도시의 새로운 비전을 던지며 조경의 패러다임을 바꾼 중요한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Pae, 2004; Choi, 2008). 공원설계에 있어 양식으로부터의 해방은 단순히 공원의 형태뿐만 아니라 공원이 도시 내에서 수행해야 하는 역할과 비전을 재정의했다. 현대 공원이 도시와 시민에게 주는 가치와 비전은 선언적인 속성을 갖는 설계공모에 있어 중요한 개념적 틀로 작동하며, 설계공모는 동시대 조경의 문제나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고민의 과정이 된다(Choi, 2008). 여기에서 가치란 대상지 해석 과정에서 발견된 대상지 내재적 가치라는 해석적 개념과는 달리 대상지 외부의 가치가 대상지에 투영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DMZ 등 전 세계 접경지역 공원화 사례에 자주 등장하는 평화공원은 “평화”라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가 공원에 투사된 대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추상적 개념의 의미 과잉으로 수사에 그치는 “말잔치” 설계안은 설계개념으로 볼 수 없다는 주장(Zoh, 2000)이 설계공모의 관행에 던지는 의미는 크지만, 추상적인 지향점과 가치가 설계안 전체를 묶어주는 핵심 개념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2007년 행정중심복합도시 중심행정타운 설계공모 당선작이 던진 “Flat City, Link City, Zero City”는 대상지 자체의 속성이 아닌 새로운 도시가 지향할 가치를 개념화하여 전면에 내세운 사례다(Balmori Associates and Associates, 2007). 대부분의 가치적 개념은 직접적인 형태 요소를 내포하지 못하여 이후의 단계에서 매개적인 형태 개념을 수반하는 경우가 많다(Ku, 2006a).

둘째, 대상지의 복합적인 조건을 분석하고 해석하는 과정에서의 독창성과 합리성을 꼽을 수 있다. 이를 분석 혹은 해석적 개념(analysis and interpretation)이라고 부를 수 있다. 첫 번째 유형인 비전과 가치 개념이 도시 혹은 사회문화의 전반적인 흐름에 기반한 대상지 외부적인 가치가 투영되는 것이라면, 두 번째의 유형은 설계가가 대상지와 프로젝트의 구체적인 조건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이념, 즉 대상지의 발견된 내재적 가치라고 볼 수 있다. 특히 현대 조경설계에서 중요시되는 개념으로 주목받는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분석의 결과 자체라기보다 설계가의 해석에 따라 가공된 이념이다. 누구나 알고 있는 대상지의 현황이나, 설계공모 지침에서 제공하는 공통 자료 자체는 설계개념을 만들지 못한다. 대상지 분석이 피상적일 경우 설계개념이 막연하고 추상적인 용어로 표현되어 후속 설계과정 전개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Ku, 2006a)2)는 점은 해석의 깊이와 밀도가 설계개념을 생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포석유비축 기지에서 당선된 로아건축사사무소의 작품은 다른 팀에서 주목하지 못한 석유비축기지의 조성 과정과 지반 형성에 초점을 맞추는 독특한 대상지 해석 작업이 핵심 개념을 도출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인공지형을 걷어내면서 노출되는 암반절개지(rock funnel)”는 과거의 기억을 복원하는 핵심 장치가 된다(Lee, 2014).

셋째는 형태 및 구조와 관련한 개념 유형(form and structure)이다. 디자인은 본질적으로 기능 혹은 프로그램을 담는 형태를 도출하는 것이며(Lynch and Hack, 1984), 설계작품 비평은 설계안 형태의 기능적, 미학적, 상징적, 구축적 의미를 독해하는 데 많은 노력을 할애한다. 개념과 형태와의 정합성, 프로그램과 형태와의 관계성은 디자인의 수월성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건축설계에서는 설계개념과 형태의 긴밀한 연관성이 강조되는데(Shih, 2004; Lee, 2006) 이러한 개념-형태의 필연적 연계성이 조경설계에서도 유효한지는 이후 작품 분석에서 자세히 살펴볼 것이다. 조경설계에서 형태는 대지의 질서를 구축하는데 필요한 배치계획적 성격, 즉 일정 규모의 대지를 조직하는 구조적 사고의 2차원적 조형이 두드러진다. 형태적 개념은 배치도에서 보이는 강한 형태, 도시 조직과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물리적 구조, 생태적 프로세스에 따라 나타나는 물리적 패턴, 그리고 개별 요소들의 관계가 만들어내는 3차원의 총체적 경관 등을 의미한다. 또한 조경설계의 형태는 어떠한 형태를 만드느냐와 더불어 어떻게 만드느냐의 관점이 드러난다. 자연의 변화 프로세스에 따라 경관의 형태가 변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건축개념 유형으로 제시된 바 있는 구성적 개념과 형태적 개념(Ku, 2006a)은 조경설계에 있어 하나의 형태·구조적 개념으로 통합하여 유형화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형태적 개념은 설계안의 구체적이고 물리적인 형상과 핵심 아이디어의 강한 연관성을 부각시키고자 할 때 구사된다. 시애틀의 올림픽 조각공원의 X-ray 개념도가 공원의 물리적 형태로 이어진 사례가 대표적인 형태적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건축개념에서 빈번히 나타나는 3차원의 형태적 개념은 일반적으로 공원 내 시설물로 구현되므로 이러한 경우 공원 내 상징물과 구조물에 해당하는 다음의 프로그램적 개념으로 분류할 수 있다.

넷째, 프로그램, 기능, 그리고 도입시설과 관련한 개념 유형(program and element)이다. 프로그램은 마스터플랜이라는 형태 고정적 결과물에 대한 대척점으로, 기능이 형태를 규정한다는 모더니즘의 정신으로부터 형태의 불확정성을 초래하는 프로그램적 전략 설계라는 현대조경설계 트렌드로 이행하며 주목받았다. 다운스뷰파크 설계공모에서 당선된 “트리시티(Tree City)”의 설계안은 형태로부터 자유로운 전략계획이라는 획기적인 접근으로 현대 조경설계의 형태 고정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도시공원의 프로그램은 여가의 보편적 성격으로 인해 대개 유사한 경향을 보이지만, 최근 콘텐츠가 공원의 차별성으로 부각되며 프로그램에 초점을 맞춘 설계개념이 증가하고 있다. 프로그램은 행위 프로그램(activity program)과 공간 프로그램(space program)을 모두 의미하며(Heo, 2015), 특히 랜드마크나 아이콘이 되는 강한 상징성의 구조물과 시설물 역시 도입시설이라는 프로그램 개념에 해당한다. 설계개념에 더 큰 영향을 주는 것은 공간 프로그램인데, 이는 공원 내 단위 공간의 성격을 규정하는 것으로 규모에 따라 거대한 도시 기획 차원까지 확장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오렌지카운티그레이트파크의 당선작이다. 평평하고 거대한 대지에 세 가지 주제의 공원을 하나로 만드는 설계개념은 ‘대협곡(the great canyon)’, ‘생물서식처(the habitat park)’, ‘대초원과 밀리터리 메모리얼(the fields and military memorial)’의 세 공원(three parks in one)과 대형 잔디밭(the great lawn)이 합쳐져 하나의 대공원이 된다는 선명한 전략으로 이어진다. 옛 엘토로해병대 기지는 백지에 가까운 대형부지로(Kim, 2009c), 군 공항을 공원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새로 도입한 프로그램은 지역의 새로운 정체성을 만드는 전략으로 작동한다.

다섯째는 공원의 조성 및 변화 과정, 시민 참여, 운영 등 조성 및 운영 과정과 시간성에 관련한 범주(process and operation)이다. 프로세스적, 비종결적, 단계별 계획은 현대 도시공원설계의 필수 목록이 되었고(Berrizbeitia, 2007; So et al., 2013), 이러한 프로세스적 설계는 특히 대형공원의 장기간 조성에 따른 정치, 경제, 환경, 사회적 상황의 변화에 단계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공원의 성장 전략으로부터 운영관리 재정 등과 관련한 시나리오를 마련하는 과제까지 공원설계의 영역이 확장되었음을 의미한다(So et al., 2013). 시간성과 운영관리, 참여 등 공원 조성의 비물리적 이슈들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은 공원 경영의 중요성이 설계공모에 역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생태적, 경제적, 사회적 지속가능성의 쟁점을 부각시키고자 할 때 구사되며, 프레쉬킬스 공원 설계공모의 대다수 출품작이 생태적 변화 프로세스를 주요 개념으로 제시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제시한 다섯 가지의 조경설계 개념 유형은 단일 프로젝트 내에서 서로 배타적이라기보다 위계적 혹은 병렬적으로 상호 연관되며 프로젝트의 완결성을 위해 직조된다.

Ⅳ. 도시공원 설계공모작품의 설계개념 분석

1. 설계개념 유형별 빈도 분석

설계개념은 다양한 위계에서 작동하며, 대상지의 규모와 성격이 크고 복합적일수록 단일 개념으로 전체를 설명하기 어려운 특징을 지닌다. 설계개념의 유형별 도입 경향을 파악하기 위해 18개 설계공모의 수상작 96개 작품을 대상으로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상위의 핵심 개념을 주개념으로 파악하였다. 작품의 제목은 핵심 개념을 표현하는 중요한 텍스트이지만 제목이 없거나 비유의 정도가 심하여 설계안의 내용을 파악하기 힘든 경우가 있어 공모지침, 설계도와 설계 설명서, 그리고 이에 대한 설계 비평을 토대로 파악된 1~3개의 아이디어 혹은 이에 관한 기술로 주개념을 한정하였다. 주개념의 구별점은 타 설계안과의 차별성과 설계안 고유성 및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변별력에 있다. 개념을 형태화, 구체화하는 과정은 주개념과 보조개념의 상호작용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주개념이 방향을 설정한다면, 보조개념은 이를 구체화하며 설계안을 확장한다. 대형 프로젝트일수록 개념의 종류와 개수 역시 늘어나는데,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보조개념 역시 1~3개 이내로 한정하여 전체 설계개념의 숫자가 다섯 개를 넘지 않게 하였다. 설계개념의 개수가 적으면 설계안의 선명성이 두드러지지만 많을수록 세부 전략 간의 균형과 조화가 강조되는 경향을 보인다.

우선 정량적으로 설계안의 주개념과 보조개념을 파악하여 빈도수와 비율을 파악하였다. 전체 설계안에서 보이는 형태 혹은 구조적인 아이디어를 대표 개념으로 내세운 작품이 전체 96개 중 42개(약 43%)로 가장 많았다. 보조개념으로 도입된 경우까지 고려하면 59개(약 61%) 작품이다(Figure 3 참조). 이러한 경향은 대형공원의 설계개념이 주로 대상지 내부의 특성에서 나온다는 Park and Pae(2008)의 주장과 차이를 보이는 듯하지만, 설계개념의 근원과 도출된 설계개념의 유형은 다르다. 즉 형태적 개념 자체가 대상지 내부에서 발견되거나 유추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 주장은 유효하다. 이 연구에서는 대상지 분석의 결과로 도출되는 형태적 개념과 해석의 독창성에서 비롯한 해석적 개념을 구분하고 있는데, 대상지 분석의 결과가 디자인의 형태를 결정하는 중요한 설계개념을 생산하는 경우는 형태적 개념으로 분류하였다. 형태적 개념은 대지의 질서와 경관의 틀을 형성하는 가장 중요한 설계개념 유형으로 설계안의 정체성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형태적 개념이 대상지 밖 제3의 요소로 대상지에 투영된 경우도 종종 드러났는데, 공원 설계에 있어 외삽된 형태적 요소는 대상지의 새로운 정체성을 부여하는 강한 제스처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Figure 4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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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3. Ratio of design concept typ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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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4. Form and structure derived from different design concept type, central open space in MAC,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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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으로 프로그램적 개념이 35%로 많이 나타났다. 형태와 시스템이 공원의 틀 혹은 그릇이라고 한다면 프로그램은 그 안에 담는 내용과 콘텐츠에 해당하므로, 어떠한 공간과 활동을 담는가는 공원의 차별성을 부각할 수 있는 중요한 전략이 된다. 설계공모에서 프로그램이 네이밍이나 요식행위일 수 있다는 지적(Jeong, 2009)은 유효하지만, 시민사회와 이용자의 공원 조성 참여가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프로그래밍은 더욱 중요한 변별력으로 작용한다. 특히 건축설계와 달리 공원의 프로그램은 유동적이며 모호한 측면이 있어, 새로운 콘텐츠와 프로그램의 구축은 새로운 비전을 선포하는 강한 전략이기도 한다. 프로그램 중 공원의 아이콘 혹은 상징물이 될 수 있는 요소는 공원설계에서 빈번하게 나타나는 설계 전략이다. 다양한 고려 사항에 대응하다가 자칫 하나의 공원으로서가독성(legibility)과 정체성을 잃어버릴 수 있는 상황에서 상징적 구조물은 단순하지만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 퍼싱스퀘어(Pershing Square) 설계공모에서 모든 설계팀은 로스앤젤레스의 우범화된 도심 보이드 공간의 이미지를 혁신할 새로운 프로그램과 아이콘이 될 만한 시설물을 제시하였고, 오렌지카운티그레이트파크의 주황색 풍선은 공원의 브랜드로 기능하는 핵심 프로그램이자 아이콘으로 기능한다. 광교호수공원에서 필드오퍼레이션스 컨소시엄이 제시한 “수원 8경(8 landscape)”은 호수공원 일대에 여덟 개의 단위 경관을 생성하고 이를 적절하게 배치하여 공간의 구조를 형성하는 “명확한 마케팅용 개념(Pae, 2009)”이나 당선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반면 필드오퍼레이션스는 유사한 프로그램 중심 설계개념으로 쉘비팜스 공모전에서는 당선작을 탄생시켰다. 공업시설부터 농업 부지까지 이질적으로 분할된 일종의 모자이크 상태의 대상지를 하나의 공원으로 만들어야 하는 조건(Kim, 2009a)의 특성상, 이러한 이질성을 존중하면서도 하나의 정체성을 만들 수 있는 새로운 프로그램 기획은 다른 전략보다 중요해 보인다. “하나의 공원, 백만 그루 나무, 열두 개의 경관(One Park, Million Trees, Twelve Landscapes)”이라는 제목의 당선작은 공간과 프로그램 그리고 나무라는 요소가 공원의 구조를 형성하며 단일 공원으로서의 정체성을 만든다는 쉬우면서 명쾌한 설계개념을 제시한다. 가장 많이 도입된 설계개념 유형이 형태와 프로그램, 즉 어떻게 보이느냐와 어떤 기능을 할 것인가에 관련되어 있다는 점은 Czerniak(2001)이 다운스뷰 공원의 비평에서 언급한 경관의 형태(appear)과 수행성(perform)과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다.

가치적 개념과 해석적 개념은 각각 28%, 26%로 비슷하게 사용되고 있었다. 군 기지나 산업시설 등 대상지의 장소성을 부정적으로 평가할 경우 이를 극복할 강력하고 새로운 비전이 요구된다. 용산공원의 당선작 “Healing: the Future Park”가 제시한 “자연과 역사와 문화의 치유”라는 개념은 용산공원을 회복해야 할 치유의 대상으로 전제하며, 치유 과정으로서의 공원과 미래지향성(future park)을 강조한다. 이러한 가치적 개념 자체는 공간적 형태를 내포하지 않기 때문에, “한국적 자연의 아이콘인 산 또는 산맥(Pae, 2013)”의 형태 동반적 개념이 공원의 큰 틀을 구조화한다. 이 경우 “치유”라는 가치적 개념을 설계적 장치 즉 산, 마당, 오작교 등의 형상으로 구체화하는 데 있어 지나치게 환원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는데(Lee, 2013), 이는 가치적 개념과 설계안의 형상 만들기 간의 정합성을 확보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대상지에 이념적 투사가 요청되는 메모리얼 공원의 경우에도 가치적 개념이 많이 활용된다. 해석적 개념은 공모지침에서 제공하는 공통자료의 예측 가능한 분석을 뛰어넘는 해석의 독창성이 있는 경우에 전면적으로 드러난다. 이러한 독창적 해석은 지침을 위반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하는데 로어돈랜드(Lower Don Lands)의 당선작인 MVVA의 “Port Lands Estuary”가 그것이다. 직강화된 키팅채널의 자연화를 요구하는 공모지침을 무시하고, 과거 수계에 기반하여 새로운 유출구를 만들어 바람직한 수문 체계를 구축하는 설계개념을 제시한 전략(Kim, 2009b)은, 지침 위반에 따른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작동하는 수체계에 기반한 도시를 과감하게 제안한 설계가의 해석이 돋보인 사례이다.

마지막으로 건축 혹은 타 디자인 분야와 조경의 가장 큰 차이점으로 볼 수 있는 시간성과 프로세스, 단계별 조성 혹은 운영전략 등이 공원 설계공모의 전면적인 개념으로 등장한 유형이다. 이러한 과정과 운영의 개념 유형 비율이 15%로 가장 낮게 나타났다는 점은 큰 시사점을 갖는데, 우선 프로세스 자체를 주개념으로 할 경우 공원의 특정 시점을 전제로 그리는 마스터플랜으로 표현되기 어렵다는 실질적인 문제를 겪게 된다. 또 다른 이유는 대형공원의 경우 공모지침에서 단계별 전략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프로세스를 강조하는 것이 다른 팀에 비해 설계안을 부각시키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프로세스 자체가 설계안을 생성하는 주 원동력이라기보다 완성된 설계안을 다이어그램으로 쪼개어 설명하는 등 형식적인 경우도 자주 발생한다(Pae, 2013). 다운스뷰파크의 당선작 트리시티는 과정으로서의 공원 만들기와 비결정적 프로그램 전략을 통해 고정적 형태를 갖는 마스터플랜의 오랜 권위를 해체하였다. 그러나 실행 단계에서 프로그램 전략을 공간으로 구체화하는 데 난항을 거쳤고, 마스터플랜을 다시 수립하는데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소모함에 따라 전략과 프로그램 중심 설계에 대한 현실적 의문이 제기되기도 하였다(North, 2012). 이러한 문제점들은 설계공모에서 프로세스적 개념을 전면에 내세울 때 감수해야 하는 난제가 되고 있다. 또 다른 프로세스 개념의 사례로 Pae(2009)가 광교신도시 호수공원 국제설계공모에서 문제작으로 꼽은 발모리 어소시에이츠의 설계안을 들 수 있다. “마스터플랜을 생산하는 접근이 아니라 공원 조성과 작동의 메뉴를 구축”하는 “발모리의 파격적인 설계안”은 공원 조성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변수를 전면적으로 내세워 이에 대처할 수 있는 전략플랜을 제시한 과정적 개념의 대표 사례이다(Figure 5 참조). 서안의 여의도한강공원 출품작 역시 시나리오플랜을 강조한 과정적 개념을 주개념으로 내세운 사례이다. 행정중심복합도시 중앙공원 설계공모의 경우 새로 만드는 도시의 특성상 오랜 기간 단계적 개발이 전제되어 있었고, 공모지침에서 “과정 중심적 설계”의 기본 방향이 제시되어 있었던 바, 많은 출품작이 공원 조성 프로세스를 직간접적으로 제시하였으나 중앙녹지 설계안의 주 설계개념은 환상형 도시 속에 펼쳐진 평야에 대한 해석으로부터 착안되는 경향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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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5. Five operation scenarios and park menus, Balmori Associa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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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공원의 속성과 설계개념
1) 설계공모지침과 설계개념

설계공모지침은 설계자와 이용자를 대신하여 미리 경험하고 평가해본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된 “텍스트로 쓰는 조경설계”라 정의된 바 있다(Park and Pae, 2008). 일반적으로 설계공모지침은 계획의 목표와 비전, 기본 방향과 주요 프로그램, 각 설계구역의 주안 사항, 그리고 기타 고려 사항들로 구성된다. 공모지침은 모든 참여 팀에게 제공되므로 차별성을 만들기 위한 설계개념은 지침에 서술된 목표와 방향 그 자체보다 그것을 어떻게 실현하느냐의 전략적 차원에 더욱 관련된다. 설계공모지침에서 제시하는 공원의 비전과 목표는 일반적으로 공원의 정체성, 도시 및 지역사회와의 소통과 조화, 생태적 건강성과 작동성, 역사성과 장소성, 시민들의 여가와 문화 활동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지속가능한 운영체계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3). 설계공모에서 특별히 강조되는 사항은 설계개념의 유형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네아폴리스 리버프론트 설계공모는 공원 조성의 최우선 목표 중 하나를 하천 주변 지역의 경제적 발전에 두며 지역 주민과의 네 차례 모임에 필수적으로 참여할 것을 요구하였다. 수상작 모두 프로그램적 개념을 부각시키는 전략을 보여주는데, 이는 공모지침이 강조한 지역 활성화에 있어 콘텐츠 기획이 중요하다는 점과 공모 기간 중 직접 만나게 되는 주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공원의 프로그램을 강조한 결과라고도 볼 수 있다. 반면 같은 리버프론트 유형인 여의도한강공원의 경우 공모지침에서 요구하는 특이점이 발견되지 않았으며, 수상작의 설계개념 유형은 다양하게 나타났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공원의 속성보다는 공모지침의 요구사항이 설계개념의 유형에 더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된다.

2) 기념성과 설계개념

기념공원은 기념 혹은 추모의 대상에 따라 다양하다. 이 연구에서는 개인을 추모하는 메모리얼인 허왕후 기념공원(Cho, 2016)과 준콜우드 기념공원으로 한정하였다. 두 공원의 당선작 모두 가치와 비전, 그리고 이를 형태화하는 개념 유형이 두드러졌다. 허왕후 기념공원과 준콜우드 기념공원은 모두 추모의 대상과 그가 남긴 행적의 가치를 어떻게 해석하여 형상화할 것인가의 가치-형태 연합개념을 보여준다. 준콜우드 기념공원의 당선작은 준콜우드가 평상시 즐겨하던 말인 “I believe in kindness”의 육성 음파를 그대로 형태화했으며, 이는 추상적인 가치가 음의 파동이라는 직접적 형태로 번역된 것이다(Figure 6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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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6. From concept to realization, June Callwood Park, gh3

Source: https://www.gh3.ca/work/june-callwood-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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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성이 강조되는 메모리얼 공원의 경우 대상지의 물리적 조건보다 외부적인 이념과 가치의 개입이 공원의 새로운 정체성을 부여하는 주요 전략이 되며, 특히 추모 대상의 가치와 추모의 방식이 대상지의 조건을 압도하여 가치적 개념이 형태적 개념과 프로그램 개념으로 전개되는 경향을 보여준다.

3) 대상지 규모 및 형태와 설계개념

삼덕공원 당선작은 공장 부지의 평면성을 대체할 구릉지 경관의 설계개념이 쥬빌리가든의 당선작과 유사하다는 표절 논란을 일으켰다(Baek, 2006). 삼덕공원의 경우 공장 부지의 콘크리트를 걷어 “땅의 제 모습을 찾기” 위해 구릉지가 도입된 반면 West 8의 쥬빌리가든은 평평한 녹색 매트가 아닌 런던의 시각적 아이콘을 만드는 동시에 도시와 템스 강을 향하는 “파노라마 경관의 틀(framed panoramas)”로 작동하는 구릉지를 제시하였다. 1977년 엘리자베스여왕 즉위 25주년 기념으로 계획된 소공원의 리모델링 프로젝트이기도 한 쥬빌리가든 설계공모는 변화된 사회적 요구에서 비롯된 이벤트의 수용과 유연한 디자인, 문화적 다양성 등을 요구하였고 당선작은 구릉 지형과 유동적인 길(path)을 이용한 ‘비워진’ 디자인을 제안하였다(Bae, 2007). 이는 규정되지 않은 프로그램의 다양성을 단순한 형태적 전략으로 포용하려는 개념으로 설명된다. EDAW의 출품작 역시 세포 조직과 유사한 마운딩을 통해 시민들이 자신만의 공간을 찾을 수 있는 작은 영역성(mini-territories)을 제시한 형태적 개념의 작품이다. 반면 Gross Max의 설계안은 강 하류의 특성에 기인한 퇴적 토양과 다양한 식물생태계를 정원을 도입하였는데, 이는 대상지를 하천 지형으로 해석한 개념적 차이가 프로그램과 형태로 연계된 것으로 볼 수 있다(Figure 7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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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7. Design concepts of entries for Jubilee Gardens compet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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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지의 크기, 혹은 형태와 설계개념 유형 간의 관련성은 크지 않은데 다만 대상지의 형태와 관련하여 선형공원의 경우 “선형”이라는 형태적 특징이 이미 전제되어 있기 때문에 공원의 정체성은 공원의 구조적 형태보다 그 안에 담을 수 있는 가치나 해석, 프로그램의 개념과 아이콘이 될 수 있는 형태 요소에 비중을 두게 된다. 서울의 식물을 만날 수 있는 “수목원”이라는 프로그램을 전면적으로 내세운 서울역 고가 설계공모의 당선작 “Seoul Arboretum”이 대표적인 사례다. 여기서 나무는 이중의 의미를 갖는데, 실제 수목원을 구성하는 나무들을 의미하는 동시에 도시로 뻗어나가는 나뭇가지 구조처럼 확장된 고가를 의미한다. 여기서 설계개념은 수목원이라는 프로그램과 나무라는 요소, 그리고 가지처럼 뻗는 고가도로의 확장된 구조를 의미하므로 프로그램·요소 개념과 형태·구조적 개념의 이중성을 갖는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서울역 고가가 벤치마킹한 것으로 알려진 뉴욕의 하이라인 설계공모의 당선작은 대상지의 해석에서 비롯된 가치와 비전에서 출발한다는 점이다. “What will grow here?”라는 질문은 공원이 앞으로 생산할 다양한 자연과 도시 복합생태계의 기반을 만들기 위한 비전을 보여준다. 오랜 기간 방치된 철로 위에 생성된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설계안은 “가치를 재발견하는(Jeong, 2005)” 해석 작업이 된다. 설계가의 눈으로 발견된 대상지의 독특한 가치는 “agro-tecture”라는 자연-인공의 하이브리드 설계개념을 탄생시키는데, 자연과 인공의 반대 요소가 점진적으로 얽히며 유기적인 관계를 만들기 위해 “tapered plank”라는 포장 시스템을 고안한다(Yoon, 2009). 하이라인은 가치적 개념(What will grow here?)에서 출발하여 해석적 개념(agro-tecture)을 경유하여 이를 구체화하는 요소-형태 연합적 개념(tapered plank)으로 이어지는 명료한 개념적 틀을 보여준다. 식물이 펼쳐내는 자연과 콘크리트라는 인공의 혼합이라는 유사한 전략에도 불구하고, 가나다순으로 식물을 심기 위한 크고 작은 플랜터의 동그라미 형태는 대상지의 해석에서 “발견”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정체성을 위해 기획되고 외삽되었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형태적 개념이라 하더라도 특정 형태를 생성하는 논리와 과정은 전적으로 설계가의 선택에 달려있다. 서울역 고가와 하이라인의 개념적 접근의 차이는 두 고가도로가 공원이 된 배경의 차이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서울역 고가가 서울시의 일방적 공원 선포로 시작된 반면, 하이라인은 시민운동의 일환으로 시작한 스토리와 식생의 천이가 보여주는 대상지의 시간성이 존중되면서 그 과정의 가치와 비전, 그리고 철로의 구조적 특성이 설계가들에게 더 큰 영감을 준 것으로 추측해볼 수 있다. 대상지가 가지는 가치가 풍부할 경우, 대상지의 형태나 물리적 조건에 못지않게 가치를 존중하는 개념이 설계안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중요한 조건이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Figure 8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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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8. Comparison of concept types of two parks regenerated from elevated urban infrastruc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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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공원의 리모델링과 설계개념

공원을 리모델링하는 경우에 설계가는 기존 공원 요소를 어느 정도 활용할 것인가라는 고민에 직면한다. 퍼싱스퀘어와 북서울꿈의숲의 경우 기존 공원의 리모델링이라는 공통점이 있으나 대상지의 규모와 공원의 양상은 상이하다. 우범화된 로스앤젤레스 중앙의 퍼싱스퀘어를 리모델링하기 위한 국제설계공모에서 당선된 아장스테르(Agence Ter)는 주변부와 레벨 차이로 인한 단절을 극복하고 새로운 프로그램의 도입, 그리고 경관적 연결과 접근성 개선을 통해 “역동적인 도시의 심장부로서 공원(The Dynamic Heart of Los Angeles)”을 제안한다. 과감하게 레벨을 조정하여 평탄함(“radical flatness”)을 만드는 형태적 전략(Kim, 2016)은 배치도에서 쉽게 감지되지 않는 3차원적 아이디어로, 도시공원의 성패가 주변 도시맥락과의 활동적·시각적 연계에 있다는 뉴욕 브라이언트파크의 교훈을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아장스테르의 설계안에 제시된 프로그램은 랜드마크이자 공원 전체를 조직하는 구조로 활용되는데, 형태와 프로그램의 강한 연계성, 그리고 그 연계성이 지향하는 활성화의 비전이 설계안에 명료하게 담겨있다. 이 사례는 대상지의 크기에 따라 프로그램 요소가 공간 전체를 지배하는 형태적 개념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공원의 리모델링에 있어서 기존 공원의 문제를 진단하고 개선의 방향과 비전을 제시하는 것은 모든 팀의 공통과제였지만 당선작은 분석과 비전을 선명한 형태적 대안으로 전환하여 현실성과 구체성을 확보했다고 볼 수 있다.

5) 대상지 해석과 설계개념

이전적지의 공원화 사업처럼 대상지의 풍부한 역사적 자원과 축적된 이야기, 그리고 고려할 시공간적 맥락이 많은 경우, 대상지의 해석을 통해 주요 개념이 도출될 가능성이 높다. 마포 석유비축기지, 용산 미군기지처럼 기존 시설물에 대한 창의적 해석이나 보전 및 활용 전략이 필요한 경우, 혹은 이미 생태적·경관적으로 잠재력이 많은 대상지인 광교호수공원, 여의도한강, 행정중심복합도시 중앙녹지, 미니애폴리스 워터프론트의 경우에도 대상지 분석이 중요한 개념 형성 과정으로 작동한 것으로 판단된다. 대상지 분석은 기계적인 작업이 아니라 설계가가 대상지를 해석하는 주관적인 과정이므로 대개의 개념형성은 대상지 분석 및 해석 단계에서 이루어진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모든 분석과정이 해석적 개념으로 귀결되지는 않는데, 이는 분석과정과 그 결과로 설계안의 핵심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일은 다른 성격의 작업이기 때문이다. 행정중심복합도시의 중앙녹지 설계공모에서는 해석적 개념이 다수 도출되었다. 중앙을 비우는 도시 개념에서 당시 중앙녹지의 현황이었던 농경지와 평야가 갖는 의미, 수평성에 대한 가치부여 과정과 이에 대한 설계가들의 보전 및 활용 전략이 전면적인 설계개념으로 제시된 것이다. 범람을 받아들이는 농경지를 제안한 당선작 “Ancient Futures”, 평야의 수평성으로 막힘없는 긴 들판에 대한 조망을 유지하자는 김종규의 “Long View”와 민현준의 “Carved Park”는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Park and Pae, 2008). 여기서 설계개념은 대상지가 가진 잠재력의 활용법을 제시하는데, 이러한 해석적 개념 자체가 형태를 내포하지는 않기 때문에 후속 단계의 보조개념과 연합하기도 한다.

또 다른 해석적 개념의 대표적인 사례는 오렌지카운티그레이트파크 설계공모 출품작인 하그리브스 어소시에이츠(Hargreaves Associates)의 작품이다. 그들은 건조한 기후의 로스앤젤레스 지역에서 지속가능한 공원을 만들기 위해 도시의 광역적 배수 체계 분석에 기반한 새로운 수체계와 공간구조를 제안한다(Kim, 2009a). 설계안은 물이 귀한 지역의 공원이 지향해야 하는 경관적, 생태적 지속가능성을 핵심 과제로 설정하고 이를 개념화한다. 이러한 해석적 개념은 공원의 프로그램을 담는 스트라이프와 패치라는 형태적 개념과 병치되는데, 이처럼 여러 유형의 개념이 동시에 구사되는 경우, 두 개념 유형 간의 관계는 병렬적이거나 종속적이다.

Ⅴ. 결론

설계개념은 프로젝트의 출발점이자 지향점이라는 이중성을 가지며 추진과정에서 겪는 무수한 수정과 진화과정에서도 프로젝트 본연의 정체성을 잃어버리지 않게 하는 힘과 체계를 마련해준다. 설계개념은 설계안을 통합하고 구조화하는 핵심 아이디어로, 조경설계개념은 프로젝트가 지향하는 가치와 비전, 대상지의 조건에 대한 분석 및 해석, 설계안의 공간적 정체성을 결정짓는 형태와 프로그램의 차별성, 그리고 변화와 프로세스에 대처하는 전략에 관련되어 있다.

개념의 힘이 잘 드러나는 국내외 도시공원 설계공모에 제출된 수상작을 대상으로 설계개념의 경향성과 속성을 분석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현대 도시공원의 복합성으로 인해 설계개념은 프로젝트 전반을 아우르는 주개념과 이를 구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보조개념으로 구성되며 여러 단계에 거쳐 위계적으로 전개된다. 여러 개념은 배타적이기보다 상호 보완적이다. 둘째, 도시공원 조경설계에 있어 형태적 개념이 가장 많이 활용되며, 형태적 개념이 주개념과 보조개념으로 많이 활용되는 이유는 디자인의 핵심 결과물인 공간의 형태가 설계안의 정체성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셋째, 두 번째로 많이 활용되는 설계개념 유형은 프로그램과 요소 개념이다. 그 이유는 불특정 다수의 이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도시공원의 경우 프로그램적 다양성과 유연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고, 타 디자인 분야보다 조경설계가 프로그램을 생산하는 기획적 특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셋째, 가치적 개념과 해석적 개념은 그 자체로 공간의 형태를 의미하지는 않는데, 설계안의 형태는 대상지의 해석의 결과로 도출되거나 새롭게 도입된 강한 조형 요소를 통해 구체화된다. 넷째, 대상지 속성이 전적으로 설계개념 유형에 영향을 준다고 보기 어려우며, 이는 설계개념이 대상지의 객관적 속성을 설계가가 주관적으로 해석하는 복합적이며 창의적인 과정의 결과이고, 특히 설계공모의 경우 공모지침에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연구는 도시공원 외 다양한 조경설계 분야를 다루지 못해 조경이 다루는 대상 전체에 확대 적용되기 어려운 한계를 가진다. 또한 설계개념은 복합적인 사고 과정의 결과로 다섯 가지 설계개념 유형으로 명쾌하게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어 여러 전문가의 교차 해석과 분석 대상의 확대에 따라 분석 수치는 달라질 수 있다는 한계를 가진다. 그러나 이 연구는 조경설계 방법론에서 심도 있게 다뤄지지 않았던 설계개념을 유형화하여 설계창작 과정과 설계작품 비평에 유용한 틀로 활용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데 의의가 있으며 연구의 결과는 설계 교육에도 활용될 수 있다. 설계개념과 관련하여 두 가지 방향으로 후속 연구의 필요성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이 연구에서 다루지 못한 설계개념과 실제 공간 구현 방식 및 이용자의 설계개념 인지에 대한 실증 연구를 통해 설계개념의 효용성을 밝히는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나아가 다양한 조경설계 분야를 대상으로 설계과정과 작품 비평에 있어 설계개념의 의미와 작동 기작을 밝히는 후속 연구는 설계실무와 설계교육에 있어 중요한 이론적 준거를 제공해줄 수 있을 것이다.

Notes

주 1. 특히 Shih(2004)는 여러 선진 사례나 유명 설계가의 작품을 사례 연구하는 과정에서 개념에 대한 분석이 소홀하게 여겨지면 결국 형태적인 모방이나 표절로 이어지며, 특히 학생들의 설계교육 현장에서 많이 목격된다는 점을 지적하며 사례연구에서 개념이해와 개념분석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주 2. 구본덕(Ku, 2006c)은 건축학과 학부 재학생 168명을 대상으로 설계대지가 과제설계의 설계개념 형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였는데, 55.4%가 대지분석요소로부터 설계개념을 도출하였다. 그러나 대지분석요소가 개념 형성에 미치는 다른 요소인 대상 건물의 프로그램과 기능분석, 기존사례 연구, 자신의 평소 설계개념 및 철학에 비해 설계과정에 서툰 학생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물리적 실체와 도면자료가 있기 때문이며, 학생들은 대지의 피상적인 답사를 통하여 얻는 정보를 통해 개념을 설정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보았다. 건축과 조경의 전문성의 차이, 그리고 학생과 전문가의 차이에 따라 이 연구에서 분석한 설계공모작품전 수상작의 설계유형 경향성과 차이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

주 3. 위재송(Wi, 2001)은 1990년대의 10년간 국내 공원현상설계작품을 분석하며 설계공모지침에서 제시하는 목표와 과제를 친환경적 환경 조성, 역사와 전통의 구현, 이용자 중심의 사회·문화적 공간 및 프로그램의 질적 향상, 주변 환경과의 연계성, 기념성 및 상징성의 실현 등 다섯 가지로 분류하였다. 공원 설계의 패러다임이 변화한 2000년대 이후 국내와 해외의 설계공모 지침서를 검토한 결과, 친환경성은 생태성과 지속가능성으로, 전통 및 기념성은 역사성과 정체성으로 대체되는 주요 키워드 변화가 파악되었다. 또한 이전적지, 도시 및 지역 재생, 그리고 대형공원의 이슈가 중요하게 대두되면서 지역 활성화, 그리고 단계별 계획에 대한 아이디어를 요청하는 지침 내용이 강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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