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신체활동 부족, 스트레스, 환경오염, 불규칙한 생활습관 등으로 인한 만성질환 환자의 전 세계적인 증가 추세는 치료를 위한 진료비 부담 가중, 조기 사망과 같은 직접적인 문제는 물론 삶의 질 저하,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초래하는 등 사회적 자본의 심각한 손실로 이어지고 있다(정영호 등, 2013; WHO, 2013). 국내에서도 만성질환에 의한 진료비는 지속적으로 증가, 2022년 한 해에만 83조 원으로 전체 진료비의 약 80%에 달했고(질병관리청, 2023), 만성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은 2022년 기준 전체 사망의 약 75%을 차지하고 있다. 고령인구의 증가로 인해 만성질환의 사회경제적 부담은 앞으로도 더욱 가중될 전망이며, 이에 대해 보건 영역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의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조경숙, 2021). 한편 정신질환도 전 세계적으로 질병부담의 큰 비중을 차지하며 경제적 손실을 초래하는 것으로 밝혀졌고(WHO, 2019),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는 정신건강을 위한 특별 계획을 발표하여 양질의 저비용 치료를 통한 보편적 건강보장을 강조하였다(WHO, 2019). 국내 정신질환의 진료인원과 진료비도 꾸준한 증가 추세로, 이로 인한 질병 부담이 2030년에는 8조 6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었다(김동겸과 정인영, 2021). 또한 만성질환은 우울증, 불안 등 정신질환과 높은 연관성이 있어 동시에 겪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되어(서울시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 2021; De La Rosa et al. 2024), 만성질환자들의 의료이용과 비용적 부담이 큰 상황이다(김동겸과 정인영, 2021).
만성질환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질병부담 증가 문제를 선행적으로 겪고 있는 해외 국가들에서는, 사회적인 정책이자 대안적 보건의료체계 중 하나로 녹지를 활용한 대응 방안을 도입하고 있다. 녹지가 건강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으로 인한 의료비용 절감 효과는 다수의 연구를 통해 검증되어 왔다. 녹지는 신체활동 증가와 비만율 개선(Stark et al., 2014; Ansari et al., 2015; Molina-García et al., 2021), 고혈압과 당뇨병 위험 감소(Ideno et al., 2017; Yang et al., 2019), 우울증과 스트레스 및 불안 감소(Thompson Coon et al., 2011; Beyer et al., 2014; Cox et al., 2017; Young et al., 2022)에 효과가 있으며, 특히 만성질환자에 대한 녹지공간의 노출은 의료비용 지출과 의약품 처방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Patwary et al., 2024).
이렇게 만성질환에 대한 자연의 건강 및 사회경제적 효과를 바탕으로, 공중보건 정책의 실효성 확보 측면에서 자연녹지를 활용하고자 하는 국제적인 인식이 공유되고 있는 상황이다(WHO, 2017). 특히 전 세계를 휩쓴 COVID-19로 인한 생활습관 변화, 사회적 고립 심화, 건강불평등 악화, 정신질환 증가 문제는 녹지를 의학적, 공중보건적 가치를 가진 수단으로 재조명되게 하였고, 이에 자연녹지의 적극적 활용을 전제로 하는 녹색처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게 되었다(GWS, 2019). 녹색처방은 보건의료인1)이 환자에게 만성질환의 예방 및 관리의 목적으로 공원녹지에서의 활동이나 자연환경 체험을 권고하는 것을 말한다. 영국,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독일 등 여러 국가들에서는 녹색처방을 활용하여 국민의 건강은 물론 생활의 질 개선을 목표로 적극 추진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녹지의 건강 개선 효과와 활용에 관한 연구가 일부 실행되었다. 먼저, 자연기반 치유에 관한 국내 연구의 동향 분석에서는 관련 연구의 양적 증가와 더불어 체계화가 이루어지고 있음이 밝혀졌다(정필영과 이주영, 2021; 이주홍 등, 2023). 구체적으로는 보건의료분야에서 녹지가 정신건강 개선에 효과가 있음을 증명한 연구는 물론(강신우, 2020), 공원녹지 분야에서도 녹지의 환경 특성이 신체활동 및 건강과 관련이 있으며(백수경과 박경훈, 2014), 공원 환경에 대한 이용자의 지각이 건강 개선의 인식으로 이어진다고 보았고(박영은 등, 2015), 공원녹지의 건강증진을 위한 역할과 활용의 가능성을 제시하였다(김원주 등, 2017). 또한, 산림치유와 원예치료를 통한 혈압과 코티솔 감소 등 생리적 측면의 치유 효과를 검증하였다(박선아 등, 2015; 정나라와 안득수, 2015). 특히, 건강증진을 위해 자연을 사회적 자본으로 활용하는 측면에서 자연환경이 주는 편익과 국제적 동향이 분석되었으며(이주영, 2016), 국립산림과학원에서는 해외의 산림녹지를 활용한 의료연계서비스 사례를 살펴보았다(박수진 등, 2020). 최근 산림청에서는 발달장애, 치매, 우울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정원치유가 긍정적 효과가 있음을 확인하고, 향후 다양한 관련 프로그램 개발계획을 발표하였다(산림청, 2024). 이처럼 공원녹지는 만성질환과 정신질환을 예방하고 관리하는 데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다. 영국의 버큰헤드 파크(Birkenhead Park)와 미국의 센트럴 파크(Central Park)등 도시의 공공 공원 형성 초기에 공원녹지가 공중보건 정책의 주요 수단으로 도입된 후(변재상, 2017), 약 2세기가 지난 현재 공원녹지의 건강증진과 질병예방 기능이 핵심가치로 다시금 강조되고 있다. 공원녹지를 적극 활용한 녹색처방이 해외에서는 보건정책과 공간계획상 제도권 안에서 확산되고 자리 잡아가고 있으나, 국내의 공원녹지 정책과 실현을 위한 계획과 설계 과정에 이에 대한 체계적인 논의가 부족하다. 국내 만성질환자가 매년 증가하는 추세로 사회경제적 부담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에 녹색처방을 도입하기 위해 조경계는 물론, 학제간의 활발한 논의는 분명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따라서 본 연구의 목적은 국가 체계 아래에서 녹색처방을 도입하여 운영 중인 영국과 미국의 사례를 정책체계 중심으로 비교 분석하여, 향후 국내에 녹색처방을 도입하기 위한 실효적인 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시사점을 도출하는 데 있다.
녹색처방은 국가나 행정주체, 세부 프로그램 특성에 따라 녹색처방(Green Prescription), 녹색사회적처방(Green Social Prescribing), 공원처방(Park Prescription, Park Rx), 자연처방(Nature Prescription, Nature Rx), 자연기반처방(Nature Based Prescription) 등 다양한 명칭으로 진행되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이들 중 자연과 공원녹지 활용에 방점을 두고 제도권에서 범용적으로 채택되고 있는 ‘녹색처방’으로 용어를 규정하였다.
녹색처방은 영국,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독일 등 국가에서 실행되고 있으나 국가 체계 아래에서 정책이 마련되고 국가 보건의료기관과 공원녹지기관이 주축이 되어 운영하는 녹색처방 사례는 영국과 미국이 대표적이다. 또한 녹색처방의 상위개념인 사회적 처방이 영국에서 개발되었으며, 미국과 뉴질랜드에서 가장 먼저 녹색처방이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처방적 측면의 신뢰성을 확인하였다. 따라서 영국과 미국의 녹색처방 정책 체계와 관련 프로그램을 연구의 사례 분석 범위로 설정하였다. 영국과 미국에서 운영되고 있는 다양한 녹색처방 프로그램을 확인하였으며, 특히 각 국가에서 대표 사례로 언급되고 있거나 사업 후 평가 결과가 자세히 기록되어 있는 사례를 중점으로 살펴보았다. 영국2)에서는 잉글랜드 정부차원 프로그램인 Green Social Prescribing, 스코틀랜드 공공기관 및 비영리단체(Charity)3)의 프로그램인 Our Natural Health Service와 Nature Prescription, 미국에서는 미국 전역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인 Park Rx America 등을 대상으로 분석하였다.
국가별 정부 및 공공기관, 민간기관에서 발간한 정책, 조사, 사례보고서를 검토하여 녹색처방의 체계를 파악하였으며, 정책의 수행력과 실효성을 확인하기 위해 관련 연구논문과 언론 자료를 검토하였다. 녹색처방 프로그램 사례의 세부 사항은 각각의 공식 홈페이지 또는 관련된 웹사이트에 게시된 기록물을 통해 녹색처방의 활용방법과 실제 운영사항을 검토하였다. 위와 같이 수집된 자료를 녹색처방의 도입배경, 관련정책, 운영방식으로 나누어 비교분석하여 녹색처방의 국내 도입을 위해 보건의료와 공원녹지 정책체계 측면에서의 기본적인 시사점을 제안하고자 하였다.
2. 이론적 배경
녹색처방의 분석에 앞서 영국, 미국, 한국의 각 국가 보건의료체계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보건의료체계란 보건의료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국민에게 적절한 방법으로 서비스를 전달하는 체계로서, 국가나 사회가 그 구성원의 건강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 마련한 보건의료사업에 관한 법률과 제도를 총칭한다(이윤태 등, 2012). 사회적인 시스템인 만큼 국가마다 다른 특성의 보건의료체계를 가진다(표 1 참조).
자료: 최병호 등, 2016; 신한나, 2018을 바탕으로 수정
먼저, 영국은 국가보건서비스(National Health Service: NHS)제도를 통하여 보건의료체계의 효율성을 향상시키고 의료서비스에 대한 보편적인 접근을 제공한다. 모든 NHS 가입자들에게 일반의(General Physician: GP)가 각자 지정되어 의료서비스를 무료로 제공받을 수 있으나, 의료기관의 자유로운 선택이 제한된다. GP는 1차 의료에 속하여 환자의 전반적인 건강 진료 관리를 도맡게 되며, 2차 진료기관으로의 전원에 대한 결정을 내린다.
미국의 경우 정부의 개입이 적은 민간의료보험 중심의 의료 체계의 특성을 보이는데(신한나, 2018), 의료자원이 풍부하나 환자 본인의 부담금이 매우 높다. 민간의료보험 체계를 가지기에 환자는 일반적으로 자신이 가입한 보험사가 보장해 주는 병원에 방문하고, 보험사와 계약이 된 의사에게 진료를 받게 된다.
한국은 영국과 미국의 복합적인 양상을 띄고 있다. 국민건강보험(National Health Insurance: NHI)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보건의료서비스 공급은 민간 위주로 되어있다. 즉, 민간의료공급체계를 기반으로 하며 공보험에 의해 의료비를 일부 보장하고 있다. 국내의 모든 의사가 건강보험과 계약되어 있고 건강보험 환자를 받고 있기에 환자의 의료기관 선택이 자유롭다(최병호 등, 2016).
일반적으로 녹색처방은 사회적 처방(Social Prescribing)의 개념과 정책 체계 속에서 실행된다. 사회적 처방이란 의료종사자(healthcare worker)가 환자의 건강과 복지를 개선하기 위해 지역사회의 다양한 비임상적 서비스(non clinical services)를 환자들에게 연계하여 도움을 받도록 하는 처방 방식을 말한다(WHO, 2022). 비임상적 서비스의 예시로는 사회적, 심리적 혜택을 제공하는 예술이나 공예 활동, 걷기, 수영 등의 스포츠 활동, 원예 활동, 문화교육 활동, 자원봉사 활동 등 다양한 서비스가 해당되며(Morton et al., 2015), 사회적 처방의 유형은 일반적으로 예술과 문화 처방, 자연환경 처방, 신체활동 처방, 실용적 조언 처방, 문화유산 처방 등으로 분류된다(https://social prescribingacademy.org.uk/).
사회적 처방은 단순히 증상을 치료하는 것을 넘어 환자 건강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 해결을 돕고 기존 치료법을 지원할 수 있는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외로움, 사회적 고립감, 경제적 압박으로 인한 어려움 등 건강과 삶의 질에 직․간접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생활환경이나 습관과 관련한 문제를 겪는 사람에게 가장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WHO, 2022). 또한 사회적 처방은 대부분의 경우 지역사회에서 이미 이용 가능한 서비스를 연결해 주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으며(WHO, 2022), 신체 및 정신건강 개선과 사회적 교류 기회 제공은 물론(Chatterjee et al., 2018), 진료와 처방에 대한 수요를 줄임으로써 의료 시스템의 비용과 부담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NASP, 2022).
자연과의 접촉을 통해 육체적․정신적 건강을 개선하고자 하는 자연기반 치유 효과에 대한 연구는 지난 10년간 증가하는 추세이다(Twohig-Bennett and Jones, 2018; Djernis et al., 2019; Lahart et al., 2019). 자연을 감상하거나 자연 속에서 시간을 보내는 행위는 혈압을 안정화하고 불안감을 줄이고 행복감을 높이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연구되었으며(Duncan et al., 2014; Zelenski and Nisbet, 2014; Bratman et al., 2015), 사람들이 다른 장소보다 공원녹지에 있을 때 더 오랫동안, 더 활발하게, 더 규칙적으로 운동한다는 것이 밝혀졌다(Gladwell et al., 2013). 이러한 이점을 바탕으로 한 자연기반의 치유는 전통적인 처방을 보완하는 비임상 치료 방식으로, 사회적 처방 체계 아래 적용된다(Leavell et al., 2019; Boyd et al., 2024).
자연기반 사회적 처방은 자연에서의 활동을 통해 사람들이 자연과 유대감을 가지게 되어 사회적 고립감을 감소시키고, 결과적으로 건강과 삶의 질 향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Leavell et al., 2019; Mughal R et al., 2022; Sachs et al., 2024). 자연기반 사회적 처방은 확산되어 ‘의학으로서의 자연(Nature as Medicine)’ 개념이 도입되었고(Victorson et al., 2020; https://www.worldleisure.org/), 이러한 개념을 제도권에서 구현하기 위한 방안으로 녹색처방이 개발되었다. 녹색처방은 ‘처방’을 뜻하는 ‘Prescription’과, 처방의 약어인 ‘Rx’를 활용하여 녹색처방(Green Prescription), 자연처방(Nature Prescription, Nature Rx), 공원처방(Park Prescription, Park Rx)등 다양한 이름으로 발전하였다. 즉, 녹색처방은 사회적 처방을 기반으로 자연에서의 육체적․정신적 활동을 처방하여 자연과 사람을 연결하고 건강과 회복력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녹색처방의 종류로는 자연녹지에서의 걷기, 운동, 자연 감상, 식물 키우기, 정원 가꾸기, 체험 활동, 예술 및 문화 활동, 봉사 활동 등 자연환경에서 하는 모든 활동이 해당된다(Fullam et al., 2021).
3. 연구 결과
영국에서 COVID-19 이전 실시된 조사에 따르면, GP의 환자 상담 중 40%가 정신건강 문제에 관한 것으로 나타났으며(NASP, 2023), 정신질환으로 인해 연간 최소 1,179억 파운드(약 210조 원)의 비용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McDaid et al., 2022). 이에 정신건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이고 정서적인 지원을 위해 공공 기관이나 지역사회 단체와 연결하는 방안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또한 정신건강 문제뿐 아니라 신체활동의 부족과 관련한 사망도 영국에서 15%를 차지하며, 이로 인한 금전적 손실은 연간 74억 파운드(약 13조 원)로 추산되었다(NASP, 2023).
기존의 단기적 해결 방안에 한계가 있음을 깨달은 NHS는 경기 저하로 인해 예산에 대한 압박까지 받게 되고, 특히 COVID-19를 겪으며 건강으로 인한 사회적 불평등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저비용의 근원적인 문제 해결 방안을 모색하게 되었다. 이에 NHS는 자연과의 접촉과 공원녹지에 대한 투자가 정신과 신체건강을 증진하고 의료비 부담을 절감시키는 효과적인 방법임에 주목, 녹색처방을 적극 도입하였다. 제도를 본격 도입하기에 앞서 자연기반 프로그램은 NHS와 환자에게 경제적 비용을 절감시키는 것으로 분석되었고(Vardakoulias, 2013), 잉글랜드의 모든 사람이 녹지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지면, 해당 공간에서 신체활동이 증가하여 연간 21억 파운드(약 3조 원)의 건강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결과가 발표되었다(Public Health England, 2020). 또한 런던의 공원녹지가 제공하는 경제적 가치를 조사한 결과, 녹지는 정신 건강을 증진시키고 이로 인해 연간 3억 7천만 파운드(약 6,700억 원) 즉, 연간 1인당 42파운드(약 7만 5천 원)가 절감되는 것으로 나타났다(Vivid economics, 2020). 이처럼 영국에서 공원녹지는 근원적인 건강증진과 실용적인 비용 문제 해결에 잠재력이 있는 사회기반시설로 여겨지고 있으며, 녹색처방의 주요 수단으로 도입되는 배경이 되었다.
미국에서는 성인의 약 절반이 비만, 당뇨병, 우울증 등의 만성질환을 앓고 있으며, 만성질환에 의료비의 약 80% 이상이 지출되고 있다(Fulton et al., 2018). 이로 인한 결과는 환자 개인뿐 아니라 가족, 고용주, 보건의료체계에 막대한 부담을 주고 있다. 이에 선제적인 예방 안으로서 만성질환의 위험을 줄이고 효과적인 치료를 제공하는 방법으로 야외에서의 신체활동을 강조하고 있으며(Fulton et al., 2018; NPS, 2018), 미국의 보건복지부(Department of Health & Human Services: HHS)는 예를 들어 일주일에 150분 걷기와 같은 실생활에 쉽게 적용 가능한 최소 신체활동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였다(HHS, 2018).
특히, 미국에서는 오래전부터 비만으로 인해 파생되는 문제를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좌식 생활습관과 운동 부족, 불균형한 영양섭취로 성인의 약 35%와 어린이의 약 17%가 비만이며(NRPA, 2012), 미국 의료비용의 약 10%인 연간 1,500억 달러(약 208조 원)가 비만 관련 문제에 사용되었다(IGG, 2010). 이에 2000년대 초부터 미국에서는 신체활동 증진을 통한 건강한 생활 유지를 장려하기 위한 방법으로 공원녹지와 이들 공간에서의 레크리에이션 활동을 강력하게 권장하고 있다(IGG, 2010; NRPA, 2012; NRPA, 2013). 관련하여 공원과 녹지가 건강을 개선할 뿐 아니라 사람들의 의료보험 비용을 낮추는데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분석되는 등(NRPA, 2021), 공공은 물론 민간 보건의료기관과 보험사 등은 만성질환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환자를 돕기 위한 전략으로 녹색처방을 도입하게 되었다.
2019년 발표된 ‘NHS 장기계획(NHS Long Term Plan)’에 따르면, NHS는 향후 10년간 전 국민에게 맞춤형 치료(Personalised Care)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NHS, 2019). 맞춤형 치료란 환자 개인의 필요와 상황, 그리고 선호하는 방안이 반영되어 진료가 계획되고 제공받는 방식으로, 환자가 질병 치료에 있어 더 많은 주도권과 선택권을 갖는다는 것을 의미한다(NASP, 2023). 장기계획에서는 이러한 맞춤형 치료를 실현하는 핵심 요소로 사회적 처방을 내세웠다. 특히 COVID-19의 사람들이 집에 머물도록 강제하는 봉쇄 조치와 사회적 거리두기 방안으로 지역사회가 붕괴되는 가운데 스트레스, 우울증, 고립감 등 정신건강 문제가 더욱 심화되었고, 이에 따라 감염증 확산으로부터 안전한 야외 활동과 공원 녹지의 활용이 중요한 대응책으로 강조되었다. 그러나 생활 수준의 격차가 녹지로의 접근 불평등으로 나타나는 현실에서, 특히 감염병에 취약한 사회적 약자 계층에게 보건 서비스와 공원 녹지를 연계하는 전사회적이고 체계적인 방안이 요구되었다. 이러한 필요성에 따라 국가적인 보건의료체계, 공원녹지 서비스, 그리고 자연기반 활동과 지역사회 활동을 연결하는 사회적 처방의 일환인 녹색 사회적 처방(Green Social Prescribing: GSP)관련 정책이 수립되었다(NHS, 2019).
영국의 공원녹지 계획과 조성관리의 주요 국가기관인 환경식품농촌부(Department for Environment, Food & Rural Affairs: Defra)는, 2018년 ‘25개년 환경개선계획(A Green Future: Our 25 Year Plan to Improve the Environment)’을 발표, 국민의 정신과 육체적 건강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사람과 자연을 다시 긴밀하게 연결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였다(Defra, 2018). 본 계획에서는 자연에 기반하여 치료하는 주요 방안으로 GSP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으며, 정신건강 문제나 외로움이나 고립감을 겪는 사람들에게 정원가꾸기, 야외 운동과 같은 적절한 치료법이 제공될 수 있도록, Defra는 NHS와 환경 자원봉사 단체가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Defra는 2023년 ‘자연환경과의 관계 향상’을 주요 목표로 전자의 계획안을 개정한 ‘환경개선계획 2023(Environmental Improvement Plan 2023: First revision of the 25 Year Environment Plan)’에서도 정신질환을 예방하고 대처하기 위한 방안 중 GSP 프로그램을 주요 수단으로 소개하고, 향후 의료 시스템 전반에 걸쳐 GSP를 제도권에서 확대할 것을 명시하였다(Defra, 2023).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CDC)에서는 2027년까지 미국인 2,700만명의 신체활동을 장려하기 위한 ‘활동적인 사람, 건강한 국가(Active People, Healthy Nation)’계획을 주도하고 있다(Fulton et al., 2018). 본 계획에서는 공중보건만으로는 신체활동을 촉진시킬 수 없음을 밝히며, 사회 각 분야의 협력으로 건강과 삶의 질 개선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의료비를 절감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교육, 커뮤니티 디자인, 공원녹지와 레크리에이션, 스포츠, 예술과 문화, 교통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행동방안을 제시하였고, 특히 보건의료 부분에서는 의료종사자가 환자에게 안전한 신체활동을 권장하기 위해 지역사회 자원을 추천하는 프로그램 예시로 공원처방(Park Rx)을 제안하였다(https://www.cdc.gov/).
미국 국립공원관리청(National Park Service: NPS)은 2011년 ‘건강한 공원 건강한 사람(Healthy Parks Healthy People: HPHP)’4)계획을 통해 국가 차원에서 공원녹지를 건강개선을 위한 자원으로 홍보하고, 국민의 공원 방문을 장려하고 있다(James et al., 2019). HPHP는 공원처방만을 위한 계획은 아니나, 공원처방 프로그램과 적합성이 있어 HPHP의 유망 사례 프로그램으로 공원처방(Park Rx)이 소개되어 있다(NPS, 2018). 이뿐만 아니라 NPS는 매년 국립공원 주간(National Park Week)중 하루(2024년은 4월 20일 개최)에 ‘공원처방의 날(ParkRx Day)’을 개최하는 등 공원처방에 대한 의료종사자와 국민의 인식수준을 높이고 있다.
영국은 NHS라는 기존의 국가적 보건의료체계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영국 NHS는 NHS England, NHS Scotland, NHS Wales, 북아일랜드 보건복지기구(Health and Social Care: HSC)로 4개의 홈 네이션스에서 각각 운영되며, NHS England5)가 중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이처럼 영국 안에서도 홈 네이션스에 따라 NHS가 개별 운영되기에 녹색처방 또한 국가별로 운영되고 있지만, 큰 틀 안에서는 NHS체계 아래 운영되고 있다.
영국의 녹색처방은 스코틀랜드에서 먼저 시작되어 잉글랜드로 퍼져가는 양상을 띈다. 먼저, 스코틀랜드에서는 왕립 조류보호 협회(The Royal Society for the Protection of Birds: RSPB)가 ‘자연처방전(Nature Prescription: NP)’을 운영하고 있다. 2018년 스코틀랜드 북동쪽 셰틀랜드 제도(Shetland Islands)의 시범사업 성공 후, 2020년 스코틀랜드 수도인 에든버러(Edinburgh)에서도 시범사업을 통해 효과가 있음이 평가되었고 보고서가 발간되었다(Bradley, 2023). 이후 2023년에는 잉글랜드의 더비셔(Derbyshire)주에서 시범사업을 진행하였으며, 2024년에는 스코틀랜드 오크니(Orkney)에서도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스코틀랜드에서는 NP 이외에도 네이처스코트(NatureScot)가 ‘우리의 자연건강 서비스(Our Natural Health Service: ONHS)’도 운영하고 있다(https://www.nature.scot/)(그림 1(d) 참조). 2018년부터 하일랜드(Highland), 던디(Dundee), 래넉셔(Lanarkshire), 노스에어셔(North Ayrshire)에서 그린헬스 파트너십(Green Heatlh Partnership: GHP)이 맺어져 5년간의 시범사업을 실시 중이며 소개 자료와 영상이 공개되어있다(그림 1(e), 1(f) 참조). 시범사업 3년(2018-2021)의 성공적 결과는 보고서를 통해 발표되었다(Mitchell and Finton, 2022).
한편, 잉글랜드에서는 NHS England의 ‘녹색 사회적 처방(Green Social Prescribing: GSP)’ 시범사업을 실행, 국가 단위의 도입을 위한 기반을 다지고 있다(그림 1(a) 참조). 이는 NHS 장기계획에 명시된 대로 사회적 처방과 기존 보건의료체계 하에 시행되는 대표 프로그램이다. Defra는 정신건강 개선과 건강불평등 완화를 목표로 하는 GSP 시범사업에 총 7개소의 사업을 선정6)(그림 1(c) 참조), 580만 파운드 규모의 정부 예산을 지원하여 2021년 4월부터 2023년 4월까지 2년간 시범사업을 진행하였다. 본 사업 대상지는 COVID-19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크게 받은 지역에 위치하고 있으며 빈곤지역 거주자, 정신 질환자, 소수민족 등 건강 불평등으로 인해 불이익을 받는 지역사회가 포함되었다. 사업의 결과는 정신 건강과 웰빙의 긍정적인 개선과 의료비 절감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NHS England 웹페이지에 관련 자료가 영상과 함께 공개되었다(https://www.england.nhs.uk/)(그림 1b 참조). 또한, 향후 GSP 프로그램을 시작하고 개발할 책임이 있는 의료 및 사회복지 종사자와 자연기반 서비스 기관 종사자들에게 가이드를 제공하기 위해 ‘녹색 사회적 처방 지침서(Green Social Prescribing Toolkit)’가 발간되었다(NASP, 2023). GSP는 정신질환 문제를 겪는 사람들을 주요 대상으로 삼아, 환자가 녹지에서의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관련 기관과 단체에 연결하는 방식으로 처방한다. 먼저 GP는 환자의 건강상태를 평가하고 녹색처방이 적합한지를 판단 후, 환자를 사회적 처방 링크워커(Social Prescribing Link Worker: SPLW)7)에게 의뢰한다. 이후 SPLW는 환자와의 상담을 통해 환자의 필요사항과 관심사, 생활습관 등을 파악하고 환자를 지역사회의 적절한 자연기반 서비스 기관 또는 단체에 소개한다. 환자는 그곳에서 운영되는 공원녹지 산책, 자연보호 활동, 공동체와 정원 가꾸기 등 지역 녹지의 특성과 자원을 활용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녹지에서의 활동을 수행한다.
영국 녹색처방은 공원녹지 관련 공공기관이나 비영리단체가 NHS와 협력하는 방식으로, 국가보건의료기관인 NHS가 중심이 되고 있다. 프로그램의 예시를 통해 협력사항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GSP의 경우 국가 단위의 프로그램인 만큼, 다양한 분야의 공공 및 민간기관의 협력과 자금지원을 통해 운영되고 있다(그림 2(a) 참조). 보건의료기관인 NHS England는 물론, 장관급 중앙부처(Ministerial Departments)단위로 공원녹지기관인 환경식품농무부(Department for Environment, Food & Rural Affairs: Defra)가 핵심이 되고 있으며, 이외에 보건사회복지부(Department of Health & Social Care: DHSC), 지위향상지역사회지방정부부(Department for Levelling Up, Housing and Communities, DLUHC)가 협력하고 있다. 집행기관(executive agency)단위로 건강격차개선사무국(Office for Health Improvement and Disparities: OHID), 비부처 공공기관(non-departmental public body: NDPB)8)단위로 내추럴잉글랜드(Natural England), 스포츠잉글랜드(Sport England), 민간기관과 비영리단체 단위로 국가사회적처방원(The National Academy for Social Prescribing: NASP), 더 네셔널 로터리(The National Lottery), VCSE(Voluntary, Community, Social Enterprise)9)기관들이 협력하고 있다. 또한 실질적인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국가연구원인 국립보건연구원(National Institute of Health Research: NIHR)과 셰필드 대학(University of Sheffield), 셰필드핼럼 대학(Sheffield Hallam University), 플리머스 대학(University of Plymouth), 엑스터 대학(University of Exeter) 등의 지역 거점대학의 연구소가 참여하고 있다.
ONHS의 경우 공원녹지 관련 공공기관인 네이처스코트와 스코틀랜드 산림청(Scottish Forestry), 보건의료기관인 스코틀랜드 공중보건국(Public Health Scotland), 스코틀랜드 교통국(Transport Scotland) 등 다양한 국가기관이 협력하고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GHP가 체결된 하일랜드(Highland), 던디(Dundee), 래넉셔(Lanarkshire), 노스에어셔(North Ayrshire)에서는 녹색처방의 운영을 위해 NHS 각 지역별 지부가 지역 의회 또는 비영리단체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10)
NP의 경우 야생동물과 공원녹지 관련 비영리단체인 RSPB와 보건의료기관인 NHS가 협력하여 주도하고 있으며, 프로그램의 운영을 위해 각 지역별 지부가 참여한다. 스코틀랜드의 셰틀랜드(Shetland)에서는 RSPB Scotland와 NHS Shetland,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Edinburgh)에서는 RSPB Scotland와 NHS Lothian11), 잉글랜드의 더비셔 (Derbyshire)주 하이피크(High Peak)의 경우에는 RSPB England와 피크 디스트릭트 국립공원청(Peak District National Park Authority)이 협력하는 방식을 띈다.
미국은 국가 차원에서 녹색처방을 진행하는 데에 NPS, 골든게이트 국립공원의 골든게이트연구소(Institute at the Golden Gate: IGG), 국립휴양공원협회(National Recreation and Parks Association: NRPA)가 핵심이 되어 공원녹지를 예방적 건강관리를 위한 자원으로 보고 있다. 2013년 NPS는 전문가 협력 그룹을 조직한 IGG와 NRPA를 지원하였고, 이의 결실로 녹색처방을 논의하고 도입하고자 하는 단체를 지원하는 ‘국가 공원처방 협의회(National Park Rx Initiative)’가 수립되었다(https://www.parkrx.org/). 국가 공원처방 협의회는 건강관리 방안으로 공원녹지를 활용하고 자연을 처방하는 것을 목표로 공원처방 운동(Park Rx movement)을 펼쳐나가 전국적으로 녹색처방이 논의되었고, 웹사이트(Park Rx.org)가 개설되었다(그림 3(a) 참조). 웹사이트에는 지역의 기관이 녹색처방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운영하는데 사용할 수 있도록 의료, 공중보건, 지역사회, 공원녹지 종사자로 대상층을 나누어 가이드라인과 지침을 제시하고 있다(그림 3(b) 참조). 홍보자료로는 영상, 보고서, 포스터, 처방전 예시 등이 제공되고 있으며(그림 3(d) 참조), 미국 여러 녹색처방 프로그램 현황과 각 프로그램의 홈페이지 링크도 공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각 주나 도시마다 보유한 공원과 자원의 특성에 맞게 녹색처방 프로그램이 개발되었고, 현재는 35개 주에서 90개 이상의 녹색처방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그림 3(c) 참조). IGG는 전국 녹색처방 프로그램의 통계(National Park Rx Census)결과도 공유하여 녹색처방의 확산을 장려하고 있다(IGG, 2018; IGG, 2020)(그림 3(e) 참조).
이처럼 미국 전역에는 다양한 녹색처방 프로그램이 존재하는데, 전국 단위 프로그램으로 파크 알엑스 아메리카(Park Rx America: PRA)가 대표적이다(그림 3(f) 참조). 2012년 PRA는 워싱턴 D.C.에서 가장 큰 건강 및 사회 서비스 기관으로, 저소득층과 무보험자 등을 대상으로 하는 유니티 헬스 케어(Unity Health Care)의 소아과 전문의 로버트 자르(Robert Zarr)박사가 주도하여 시작되었다. 로버트 자르 박사는 비만 환자들에게 신체활동에 대한 구체적인 권장사항을 제공하기 위한 방법을 고안하다 워싱턴 D.C. 시범사업으로 DC Park Rx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되었고, 건강상의 긍정적인 효과를 확인하였다(Zarr et al., 2017). 이후 DC Park Rx에 대한 긍정적인 언론 보도와 다른 의사들로부터의 관심 증가에 따라, 2017년 Park Rx America라는 전국단위 프로그램으로 승격하였다. PRA는 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 하여 환자 개인의 습관과 성향을 고려한 내용으로 처방전을 발행한다. 의사는 환자와의 상담을 통해 환자가 편안함을 느끼는 장소, 환자의 관심사와 자주 하는 야외 활동, 환자의 일정 등에 대해 파악한다. PRA홈페이지에는 전국의 공원이 지도화되어 검색 가능한 데이터베이스가 있어, 의사는 환자에게 적절한 공원녹지를 선택할 수 있다. 또한, 이는 환자의 전자건강기록(Electronic Health Records: EHR)에 통합되어 온라인으로 처방전이 발행된다. 처방전에는 공원녹지의 장소, 활동, 빈도, 지속시간 등이 기록되고 환자는 이를 바탕으로 녹지에서의 활동을 수행 후 결과를 기록하여 의사와 상의한다.
미국 녹색처방은 기본적으로 공원녹지 및 레크리에이션 기관과 병원과 민간보험사 등의 보건의료기관이 협력체계를 이루고 있다(Sanders et al., 2021). 공원녹지기관의 경우 국립공원공단이나 지역공원기관뿐 아니라 시민단체가 포함되기도 하며, 보건의료기관의 경우에도 지역보건부서와 병원 이외에 민간보험회사가 협력하기도 한다. 이러한 기관들이 서로 간에 관계를 맺으며 대부분의 프로그램은 민간과 공공이 민관협력하여 진행된다. 프로그램의 예시를 통해 협력사항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PRA는 국립 NGO(Non-governmental organization) 단체로 설립되어 여러 공공 및 민간 기관들과 협력하며 운영되고 있다(그림 2(b) 참조). 연방정부 기관(federal agency)단위로는 국토공간과 공원녹지를 관리하는 내무부(Departmentof theInterior: DOI)산하의 NPS와, 건강과 복지를 담당하는 보건복지부(Departmentof Health and Human Services: HHS)산하의 CDC, 지자체 공공기관 단위로 DC 공원 및 레크리에이션부서(District of Columbia Department of Parks and Recreation: DPR), 지역 민간기관 단위로 IGG, 워싱턴 주 보건부(Washington State Department of Health: DOH), 유니티 헬스 케어(Unity Health Care), 협회와 재단 단위로 NRPA, 국립환경교육재단(National Environmental Education Foundation: NEEF), 미국 소아과 학회 DC 지부(DC Chapter of American Academy of Pediatrics: DC AAP)가 협력하고 있다. 효과 검증과 연구를 위해 국립보건원(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NIH)의 자금 지원을 받고 있으며(Zarr et al., 2022), 조지 워싱턴 대학(George Washington University)과 랜드 연구소(RAND Corporation)도 참여하고 있다.
이외에도 주와 도시별 운영되는 녹색처방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펜실베니아주(Commonwealth of Pennsylvania)의 피츠버그 파크 알엑스(Pittsburgh Parks Rx)의 경우, 공원녹지 지역단체인 피츠버그 공원 협회(Pittsburgh Parks Conservancy)과 지역 비영리 의료기관인 UPMC 피츠버그 아동병원(UPMC Children's Hospital of Pittsburgh)이 협력한다. 캘리포니아주(State of California) 오클랜드(Oakland)의 파크 알엑스 샤인(Staying Healthy in Nature Everyday: SHNIE)은 공원녹지 지역기관인 이스트베이 지역공원 지구(East Bay Regional Park District: EBRPD)와 지역 비영리 의료기관인 UCSF 베니오프 아동병원(UCSF Benioff Children's Hospital)이 협력한다. 플로리다주(State of Florida) 마이애미 데이드군(Miami-Dade County)의 파크 알엑스 포 헬스(Parks Rx 4 Health)는 공원녹지 지역기관인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공원, 레크리에이션 및 오픈스페이스 부서(Miami-Dade County Parks, Recreation and Open Spaces Department: MDCPROS)에서 개발하여, 지역 비영리 의료기관인 마이애미 침례병원(Baptist Hospital of Miami)과 협력하고 있다.
미국 녹색처방에서 특징적인 것은 민간 건강보험회사가 협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연 접촉이 신체와 정신건강의 다양한 측면에서 효과가 있다는 증거가 늘어나면서 미국 건강보험회사가 환자의 야외활동과 신체활동을 장려하는 방안으로 자연기반 처방에 투자하기 시작했고(Leavell et al., 2019), 녹색처방 프로그램 개발과 확산을 위해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 최대 규모 보험사 중 하나인 카이저 퍼머넌트(Kaiser Permanente)는 녹색처방 관련 프로그램과 정책 등을 발전시키기 위해 200만 달러(약 27억 원)의 보조금을 지원했다(https://patch.com/). 또한, 미국 35개 보험사 연합인 블루크로스 블루쉴드(Blue Cross Blue Shield)는 환자들이 트랙 알엑스(Track Rx)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노스캐롤라이나 클리닉(North Carolina Clinic)에 장려금을 제공하고 있다. 씨체인지 헬스(See Change Health)의 경우 캘리포니아 주립공원(California State Parks)과 파트너십을 맺어 환자가 공원을 방문할 경우 주립공원 입장료를 환자에게 상환하고 있다(IGG, 2010).
4. 결론 및 시사점
본 연구는 만성질환에 의한 사회경제적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공원녹지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보건의료 체계 속에서 활용하는 녹색처방의 국내 도입을 위한 기초연구로 진행되었다. 영국과 미국 녹색처방 정책체계를 중심으로 비교분석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표 2 참조). 영국은 주로 정신건강 문제, 미국은 신체건강, 특히 비만문제에 대한 대응으로 정책적 방향성에 차이가 있으나, 두 국가 모두 만성질환의 예방과 관리를 통한 의료비용 절감을 목표로 녹색처방을 도입하였다. 또한 정부와 공공기관 차원의 계획에서 녹색처방과 관련된 내용을 명시하고 있는데, 녹색처방이라는 개념의 특성상 보건의료기관과 공원녹지기관의 정책에서 교차성을 지니고 있다.
운영방식을 비교하면 영국과 미국 각각 국가보건의료제도와 민간의료보험제도라는 각 국가의 기존 보건의료체계와 연동된 방식으로 녹색처방이 시행되고 있다. 영국은 국가 보건의료기관인 NHS가 중심이 되어 국가적 보건의료정책과 시행에 바탕으로 두며, 미국은 국가 공원녹지기관 NPS가 주관하여 지역 맞춤형 녹색처방을 지원하기 위한 녹색처방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있다. 두 국가에서 다양한 녹색처방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는데, 영국 녹색처방은 홈 네이션스 중 하나인 스코틀랜드에서 시작되어 잉글랜드로 확산, 체계화된 형태로, 잉글랜드의 국가적 시범사업인 GSP가 대표적이다. 미국에서는 각 주와 도시별로 프로그램이 도입되고 있으며 국가단위 프로그램으로는 PRA이 대표적이다.
녹색처방 시행을 위한 협력관계를 살펴보면 영국은 공원녹지기관과 국가 보건의료기관이 협력하며, 미국은 공원녹지기관과 지역 및 민간 보건의료기관이 협력하는 방식으로, 영국은 주로 공공 자본이 투입되어 운영되나, 미국은 공공과 더불어 민간 보험사와 같은 영리리관의 자금 또한 투입되고 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두 국가 모두 보건의료와 공원녹지 분야의 공공기관, 비영리 단체, 민간기관, 대학과 연구원까지 다양한 기관에서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중요한 점은 영국의 경우 잉글랜드에서 녹색처방 운영을 위해 실무적 역할은 NHS가 담당하였지만 그 바탕이 되는 초기 정책 수립과 자금 지원은 환경과 녹지 관련 중앙부처인 Defra에서 주도하였으며, 미국의 경우에도 국립공원과 녹지 관련 연방정부 산하기관인 NPS가 중심이 되어 공원녹지의 보건적 가치를 강조하고 녹색처방 프로그램 운영을 지원하였다는 것이다. 따라서 녹색처방은 국가 보건의료체계가 중심이 되어 운영되어야 하나 그 바탕의 마련을 위해서는 공원녹지분야의 지원이 필수적임을 확인할 수 있다.
사례를 통해 도출한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녹색처방의 정책 수립에 앞서 녹색처방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녹지를 보건의료체계에서 만성질환과 관련된 처방과 연계하는 연구는 국내에서 시작 단계로, 녹색처방의 개념에 대한 사회적 인식 및 전문가 사이에서의 인식이 부족한 실정이다. 따라서 공원녹지의 치유적 가치와 처방에서의 실제적 활용 방안에 대한 논의가 우선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보건의료분야와 공원녹지분야 등의 학제간 연구를 통해 녹색처방 효과에 대한 근거와 함께 이의 홍보와 지원체계를 마련하여야 하며, 이후 보건의료와 공원녹지 관련 종사자를 대상으로 녹지와 건강 간의 상호관계성과 녹색처방의 필요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함으로 녹색처방의 확산과 실행을 위한 관심과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진료 현장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임상의사의 녹지 처방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둘째, 국가 보건의료체계에 맞는 실행계획 수립이 요구되며 정책상 계획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한국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정책이 일관성 있게 수행되고 평가될 수 있는 국민건강보험이 있기에, 국가적 차원에서 녹색처방 제도를 실행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어 있다. 따라서 기존의 보건의료정책에 연동이 될 수 있도록 앞서 운영되고 있는 사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특히 보건복지부의 만성질환 관리사업 방향성에 있어서 녹색처방의 연계 가능성을 살펴보고 방안을 모색하여야 할 것이다. 한편, 국내에는 민간의료보험이 국민건강보험을 보완하는 역할을 하고 있기에 국가 사업과 동시에 민간보험사가 녹색처방에 관심을 가지고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또한 녹색처방이 도입되기 위해 보건의료분야와 공원녹지분야 관련 기관에서의 체계적인 정책이 마련되어야 하며 계획 및 사업 간 연동 등 전반적이고 포괄적인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 먼저 보건복지부의 범정부적 중장기 종합계획에 만성질환 관리를 위한 방안으로 녹색처방이 명시되고 강조될 필요가 있으며, 공원녹지분야에서는 국토교통부, 환경부, 농림축산식품부, 산림청 등 유관 부처의 공간 및 환경계획에서 녹색처방의 도입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셋째, 장기적이고 점진적인 관점에서의 녹색처방 도입이 요구된다. 영국과 미국 녹색처방 정책의 초기 도입기에는 개별 프로그램이 커뮤니티 단위에서 산발적으로 진행되었다. 이후 COVID-19에 따른 사회적인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국가 차원에서 기존 의료행위와 공간계획, 녹지서비스 등과 체계적인 연계가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제도의 점진적인 도입을 위해서는 국내 상황에 맞는 시범사업을 우선 진행할 필요가 있으며, 이의 결과를 바탕으로 국가적 차원의 구체적이고 실용성 있는, 녹색처방 도입과 실행을 위한 공식적인 지침서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 이를 근거로 각 지역과 분야의 상황에 맞는 다양한 맞춤형 녹색처방을 검토함으로 제도가 안착될 수 있을 것이다.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적절한 사후 평가가 이루어져야 하며, 사후 평가에 있어서는 시스템의 운영과 자금 사용에 대한 평가와 동시에, 환자의 증상 개선에 대한 임상적 측면의 평가가 요구된다. 또한 녹지의 건강상 효과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녹색처방의 실효성이 확보되어야 하며, 녹지를 활용한 치유 프로그램의 개발도 꾸준히 이루어져야 한다.
넷째, 녹색처방 제도 도입과 실행에 있어 전방위적 협력이 필요하다. 녹색처방은 보건의료와 공원녹지 두 분야의 협력뿐만 아니라 스포츠와 교육, 사회복지, 예술문화 등 다방면 분야의 관심과 지원이 요구된다. 운영 측면에서는 중앙정부 및 국가기관, 지방정부와 민간단체, 지역사회의 협력관계가 형성되어야 할 것이며, 국가 기관으로부터의 재정 및 전문적 지원은 물론 녹색처방을 시행할 의지가 있는 기관과 전문가를 양성하여야 한다. 학문과 연구 측면에서는 다양한 관계 학회나 연구소 등과의 다학제적 협력을 통하여 녹색처방의 도입과 운영방안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는 녹색처방의 국내 도입을 위한 시사점을 모색하고자, 녹색처방을 우선적으로 도입한 영국과 미국의 정책체계를 분석하였다. 이는 녹색처방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지기 위한 바탕이 되는 기초자료로서 의미가 있다. 물론 영국과 미국의 녹색처방이 대표적인 사례가 되고 있긴 하나, 특유의 사회 문화적 환경에서 진행된 만큼 한국의 보건의료체계와 공원녹지정책 등에 단순 적용은 어렵다. 향후 국내 보건의료 체계상에서의 녹색처방 서비스 제공 방식과, 공원녹지 계획상 고려사항에 대한 가이드라인 등 구체적인 방안 연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