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도시화와 인구 증가로 인한 환경적, 사회적 문제들이 증가함에 따라, 지속 가능한 도시 계획과 건강한 생활 방식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이지윤 등, 2022). 이러한 맥락에서 보행은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서, 도시의 지속 가능성과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중요한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한명주, 2015). 특히 서울시는 보행자 전용 거리 확대, 보행 친화적 인프라 구축, 보행 활성화 프로그램 운영 등 다양한 정책을 통해 보행 친화적 도시로의 전환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한효진, 2023). 대표적으로 종로, 명동, 홍대 일대 등 주요 상업 지역과 관광지에 보행자 전용 거리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보도 확장, 횡단보도 개선, 보행 신호등 설치 등 보행자 편의성 향상을 위한 인프라 개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정기적인 보행 행사 및 캠페인을 통해 시민들의 보행 참여를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있다(이신해, 2016). 이러한 보행량 증가는 건강 측면에서 만성 질병 예방, 환경적으로 자동차 의존도 감소로 인한 대기질 개선과 탄소 배출 감소, 경제적으로 보행자 중심 지역의 상업 활성화, 사회적으로 커뮤니티 간의 연결 강화와 문화적 매력 증진 등 도시에 다양한 긍정적인 효과를 미친다(강창덕, 2013; 최재연 등, 2024).
많은 선행 연구에서 도시민들의 보행량 증가를 위해 보행환경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한영천, 2016). 특히, 서구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많은 연구들은 보행환경이 좋은 곳에서 사람들의 보행량이 증가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어, Eynard et al.(2020)의 연구에서는 이탈리아 토리노 시의 보행 친화적 환경을 분석하였다. 이 연구는 걷기 지수(walk index) 도구를 사용하여 다양한 사용자 그룹의 보행환경 적합성을 평가함으로써, 보행 친화적인 환경이 사람들의 보행량을 증가시킨다는 것을 입증하였다. Panter and Ogilvie(2017)의 연구에서는 새로운 보행 및 자전거 인프라가 설치된 후, 다양한 사회경제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의 보행 행태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매년 설문 조사를 실시하였다. 결과적으로, 개선된 인프라에 노출된 사람들이 더 자주 걷는 경향을 보였으며, 이는 보행환경의 질이 보행량 증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시사하였다. Basu et al.(2022) 연구에서는 호주 브리즈번의 교외 지역에서 995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횡단면 설계와 확률 분석 모델을 통해 보행환경의 매력도(쾌적함, 친근함), 안전성, 보안성 간의 연관성을 분석하였다. 연구결과, 나무가 많은 환경과 같은 쾌적한 보행 조건이 보행을 장려한다는 것을 시사하였다.
하지만, 기존의 많은 연구는 보행환경을 파악하는 데에 주로 현장 조사와 설문조사를 기반한 연구자의 주관적 지표를 설정하여 사용하였다는 한계가 있다. 조혜민과 이수기(2016)의 연구에서는 서울특별시 광진구, 동대문구, 성동구, 중랑구의 주민들을 대상으로 보행 활동과 인지 환경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고, 토지 이용 혼합도, 공원 및 산책로 접근성, 교차로 수 등이 여가보행 시간에 영향을 미치는 물리적 환경임을 보였다. 그러나 이러한 설문조사를 기반으로 한 주관적 지표의 경우 자료 수집에 많은 시간이 들고(Wood et al., 2019), 노동집약적 한계로 넓은 지역에 대한 자료 구득이 어려운 문제가 있다(박근덕, 2021). 또한, 지리정보시스템(GIS)을 사용하여 지도상에서 바라본 2차원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보행환경 분석을 수행하기도 하였으나(Fonseca et al., 2022), 이러한 방법 역시 보행자의 실제 시야에서의 경험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이수기 등, 2014; 김창국 등, 2016; 한효진, 2023).
기존 연구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건축 및 도시계획 분야에서는 구글 스트리트 뷰(Google Street View: GSV)와 같은 가로 이미지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도시의 환경을 정량적으로 측정하고 특성을 파악하고 있다(기동환, 2021). GSV는 구글이 제공하는 360도 파노라마 거리 이미지 서비스로(정동기와 이임평, 2021), 거리를 따라 이동하는 자동차에 의해 촬영되어 실제 보행자의 시야와 유사한 관점에서 도시 환경을 제공한다(한효진, 2023). Wood et al.(2019)의 연구에서는 GSV와 보행환경을 시각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Virtual-STEPS 시스템을 사용하여, 실제 현장 방문 없이도 GSV 이미지로 보행자 중심 보행환경의 미시적 특성을 효과적으로 평가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또한, 이러한 GSV 이미지는 위성이나 항공 사진과 같이 하늘에서 수직 촬영한 이미지와는 다르게 보행자 관점에서의 거리의 보행환경을 나타내기 때문에 사람들이 느끼는 도시 환경의 주관적 인식을 평가하는 데 적합하다(Biljecki and Ito, 2021; 이지윤 등, 2022; Kim et al., 2023). 최근에는 이러한 GSV 데이터를 딥러닝 기반 이미지 분석과 결합하여 도시 환경을 평가하는 연구가 등장하고 있다. 특히, 이미지의 픽셀 수로 건물 영역, 하늘 영역, 녹지 영역 등 다양한 객체를 자동으로 탐지하고 분류해주는 의미론적 분할(semantic segmentation) 딥러닝 기법을 활용하면, 보행자의 실제 시야에서 관찰되는 도시 환경 요소들을 정량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Xia et al., 2021; 유승재 등, 2021).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GSV와 의미론적 분할 기법을 활용하여 보행자, 건물, 녹지 등 보행자가 실제로 체감하는 도시 보행환경 요소들을 정량적으로 산출하고자 한다.
더 나아가 기존 보행 연구에서는 보행 활동을 목적에 따라 구분하기보다 모든 보행을 동일한 목적으로 간주한 한계가 있다(Hatamzadeh et al., 2014; 조혜민과 이수기, 2016). 하지만, 최근의 연구에서는 보행 활동을 출퇴근과 등하교 등 보행환경과 무관한 목적을 수행하는 보행(일상보행)과 거리를 걷거나 주변의 상점을 구경하는 등 보행환경과 연관된 목적을 수행하는 보행(여가보행)으로 나누고 있다(Yamada and Takayanagi, 2023). 일상보행은 이동의 효율성을 중시하여 최단 거리를 걷고자 하는 반면, 여가보행은 보행환경의 질을 중시하여 조금 더 멀리 걷더라도 보행환경이 좋은 곳을 걷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Nagata et al., 2020). 그렇기에 일상보행은 보행 거리와 시간 단축 등 이동 효율이 중요하지만, 여가보행은 보행환경의 쾌적성, 안전성 등 심리적인 만족도가 더 중요하다(Mirzaei et al., 2018). 이러한 차이를 고려하여, 본 연구는 일상보행과 여가보행을 구분하고, 보행환경 만족도와 보행로의 물리적 환경 요소들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하고자 한다.
종합적으로, 본 연구의 목적은 다음과 같다. 첫째, GSV와 딥러닝 기법을 활용하여 보행환경의 물리적 특성인 보행친화도를 정량적으로 측정하는 것이다. 둘째, 보행 활동을 목적에 따라 일상보행과 여가보행으로 구분하고, 각 보행 유형과 보행친화도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하는 것이다. 셋째, 인지적 보행환경 만족도와 보행친화도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하여 여가보행 활동에 긍정적 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밝히고, 보행환경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 본 연구는 보행환경의 목적별 보행친화도와의 상관관계를 분석함으로써, 일상보행과 여가보행 간의 차이점을 명확히 규명하고, GSV와 딥러닝 기법을 활용한 보행환경 분석 방법을 제시하는 데에 차별성이 있다. 이를 통해 향후 보행량 증진을 위한 보행 친화적 환경의 필요성을 입증하기 위한 기초연구로 활용하고자 한다.
2. 연구 방법론
본 연구는 서울특별시 용산구를 대상으로 하였다. 용산구는 지역에 따라 소득 격차가 심각하게 나타나는 자치구 중 하나로, 고소득층이 거주하는 고급 아파트 단지와 재개발 지구로 지정된 저소득층이 밀집해 사는 지역이 공존한다. 이러한 구성은 자치구 내에서 보행환경의 다양성을 제공하며, 이는 보행환경의 차이를 효과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판단하여 용산구를 연구 대상지로 설정하였다. 용산구를 통계적으로 가장 작은 단위인 집계구 단위로 분석하되, 용산공원과 용산국제금융지구는 현재 개발 중으로 일반인의 접근이 대부분 제한되어 있어 이를 포함하는 5개 집계구는 본 연구의 공간적 범위에서 제외하였다. 이 두 지역은 넓은 면적을 차지해 연구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특별시 용산구 내 보행 목적에 따른 보행량과 보행환경 만족도를 측정하기 위해 2023년 8월 13일~26일 기간에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하였다. 이 설문조사는 설문 전문업체 엠브레인을 통해 수행되었으며, 용산구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의 성인을 대상으로 계층화된 무작위 샘플링을 하였다(생명윤리위원회 승인번호: 2023-07-005-001). 온라인을 통해 배포된 설문지로부터 불성실한 응답을 제외한 200부의 응답 데이터를 수집하였고, 이후 제외한 집계구에 주거지가 포함된 8개의 응답을 추가로 제거하여 최종적으로 192부의 데이터를 분석에 사용하였다(그림 1 참조).
설문지의 문항은 도시 환경이 보행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Mirzaei et al.(2018)의 연구의 일상보행과 여가보행의 지표를 기본 틀로 하여 구성하였다. 선행 연구에서 일상보행의 목적지는 ‘mosques and civic buildings(사찰, 교회, 시청 등 종교적 또는 공공적 활동이 이루어지는 장소)’, ‘service providers(은행, 우체국, 병원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 ‘stores(상점)’, ‘children schools(학교)’로 구분되었으며, 본 연구에서는 한국의 실정에 맞게 이를 각각 ‘출퇴근 및 등하교 등 본업을 위한 걷기’, ‘은행, 병원, 우체국, 주민센터 등 공공 서비스 이용을 위한 걷기’, ‘편의점, 마트, 백화점 등 물품 구매를 위한 걷기’, ‘아이 등하교 픽업, 종교시설 방문 등 그 밖의 일상 활동을 위한 걷기’로 번역하여 사용하였다. 여가보행의 목적은 ‘just for the fun of it(재미를 위해)’, ‘just for relaxing(휴식을 위해)’, ‘just for being with friends(친구와 함께 있기 위해)’, ‘just for being alone(혼자 있기 위해)’로 설정되었으며, 이를 ‘ 삶의 즐거움을 위한 걷기’, ‘휴식 및 안정을 위한 걷기’, ‘동호회, 대회 등 사회적 교류를 위한 걷기’, ‘생각 정리 등 혼자만의 시간을 위한 걷기’로 변경하여 사용하였다(표 1 참조). 또한, 보행환경 만족도 설문 항목은 김규리와 이제선(2016) 연구를 기본 틀로 선정하였으며, 2022 서울서베이(도시정책지표 조사표)와 같이 일반적으로 다수의 연구에서 공통적으로 사용되는 지표를 참고하였다. 이러한 설문 항목은 보행환경의 상태, 가로수 및 안전시설의 존재를 평가하는 항목으로 이루어졌다. 또한, 기본 설문지 항목으로는 응답자의 성별, 나이, 소득, 직업 등이 포함되었으며, 모든 항목은 5점 리커트 척도로 구성되었다.
선행연구를 통해 사람들이 걷기에 좋은 보행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확인하고자 하였다. 선행 연구에 따르면, 개방감이 보행로 선택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보고되었다(Jing et al., 2020). 다른 연구에서도 넓은 보도와 잘 관리된 녹지가 보행자의 안전을 증진하는 반면, 보행로가 좁거나 보도가 없는 지역은 보행자 안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확인되어 개방감의 중요성이 강조되었다(Nagata et al., 2020). 또한, 수목으로 인한 그늘이 충분하고, 교통량이 적으며, 여러 사람이 활동하는 지역에서 보행 빈도가 높다는 사실도 확인되었다(Cao et al., 2009). 나아가 국내 연구에서도 보행로, 잔디, 나무와 같은 요소들이 걷기에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이지윤 등, 2022).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선행 연구 결과를 종합하여 개방감(sky), 보도폭(sidewalk), 녹시율(vegetation), 보행자 수(people)를 보행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주요 분석 요소로 선정하였다.
용산구 내 보행환경의 개방감, 보도폭, 녹시율, 보행자 수를 정량화하기 위해 공공데이터 포털에서 제공하는 용산구 보행망 네트워크 공간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였다. 이 데이터베이스에서 제공하는 용산구 내 각 노드별 위도·경도 데이터와 Google Inc.의 Street View Static API를 통해 5,275개 노드에서 네 방향(북, 남, 동, 서)의 총 21,100장 GSV 이미지를 수집하였다(그림 2 참조). 이후 이미지의 각 픽셀을 카테고리별로 분류 및 인식하여 레이블을 할당하는 의미론적 분할 기법으로 보행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분석 요소를 정량화하였다. SegNet과 DeepLabv3+ 모델은 각각 특정 클래스에서 우수한 성능을 보인다. SegNet은 인코더-디코더 구조를 통해 작은 객체의 형태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으며, DeepLabv3+는 atrous 컨볼루션과 ASPP를 사용하여 전반적인 분할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SegNet은 VGG16을 백본으로 사용하며, 풀링 인덱스를 통해 파라미터 수를 줄이면서도 높은 정확성을 유지한다. 반면, DeepLabv3+는 Inception ResNetv2를 백본으로 사용하며, 글로벌 특징을 포착하는 데 효과적이다(Kim et al., 2023). 본 연구에서는 두 모델의 강점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모델을 사용하였다. 하이브리드 모델은 SegNet과 DeepLabv3+의 예측 결과를 결합하여 최종 분할 결과를 도출한다. 해당 모델의 성능 평가는 Cityscapes 데이터셋을 통해 이루어졌으며, 교차합집합 비율(Intersection over Union, IoU)을 사용하여 모델의 정확성을 검증하였다. SegNet의 예측 결과는 사람 클래스에 사용하였고, DeepLabv3+의 예측 결과는 하늘, 보도, 건물 클래스에 사용하였다. 식물 클래스의 경우, 두 모델 모두 유사한 정확도를 보여주었기 때문에 두 모델 모두 식물로 예측한 픽셀은 식물 클래스로 지정하고, 하나의 모델만 식물로 예측한 경우에는 각 모델의 IoU를 기반으로 가중치를 부여하여 최종 클래스를 선택하였다(그림 3 참조).
설문조사와 GSV 이미지를 활용하여 수집한 데이터는 ArcGIS Pro 및 JAMOVI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여 분석하였다. 설문조사를 통해 수집한 응답자의 주소 데이터를 ArcGIS Pro의 지리적 코딩 기능을 활용하여 지리적 좌표로 변환하고, 이를 지도상에 총 192개의 포인트로 표시하였다. 각 포인트에는 설문 응답 결과인 일상보행 및 여가보행 빈도와 보행환경 만족도 수치가 포함되었다. 또한, 21,100개의 GSV 이미지를 활용하여 의미론적 분할 기법으로 개방감, 보도폭, 녹시율, 보행자 수를 분석하고, 결과값을 합산하여 보행친화도를 계산하였다. 이후, 해당 값을 포함한 21,100개의 포인트를 지도상에 표시하였다.
용산구를 2022년 기준의 공식 집계구 경계에 따라 구분하였고, 각 집계구에는 1부터 429까지 고유 번호를 할당하였다. 설문조사 응답 데이터는 집계구별로 일상보행 및 여가보행의 빈도와 보행환경 만족도의 평균값과 표준편차를 포함하는 기술 통계를 진행했다. 보행친화도 값은 해당 집계구에 속하는 모든 노드의 데이터를 합산하여 계산하였다. 이후 공간 결합(spatial join) 기능을 이용해 설문조사 응답 데이터와 보행친화도 값을 각 집계구 번호에 맞게 할당하고, 집계구 번호를 기준으로 모든 데이터를 하나의 테이블로 통합하였다. 통합된 데이터 세트를 엑셀로 추출한 뒤, JAMOVI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여 상관분석을 진행하였다. 분석에서는 피어슨 상관계수를 사용하였으며, p-value가 0.05 이하인 경우 결과를 유의미하게 고려했다. 이를 통해 일상보행과 여가보행, 보행환경 만족도와 보행친화도 수치 간의 상관관계를 평가하였다(그림 4 참조).
3. 연구 결과
설문 응답자의 성별은 남성이 34.0%, 여성이 66.0%로 여성이 더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응답자의 평균 연령은 42.91세로 나타났으며, 연령별 분포는 20대 10.0%, 30대 29.5%, 40대 31.0%, 50대 22.5%, 60세 이상 7.0%였다. 일상보행을 5점 리커트 척도로 평가한 결과, 평균 3.43으로 응답자들이 비교적 활발하게 걷는다고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본업을 위한 걷기 활동이 3.5, 공공 서비스 이용을 위한 걷기는 3.42, 물품 구매를 위한 걷기는 3.48, 기타 일상 활동을 위한 걷기는 3.32로 나타나, 출퇴근 및 등하교 등 본업을 위한 걷기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여가보행은 평균 3.32로, 이 중 삶의 즐거움을 위한 걷기가 3.61, 휴식 및 안정을 위한 걷기가 3.65, 사회적 교류를 위한 걷기가 2.7, 혼자만의 시간을 위한 걷기는 3.32로 나타났다. 여가보행의 평균값은 일상보행보다 낮지만, 여가보행 중 삶이 즐거움을 위한 걷기(3.61)와 휴식 및 안정을 위한 걷기(3.65)는 일상보행의 각 항목보다 높은 비율을 보였다. 이는 사람들이 걷기 활동을 통해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중점을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용산구의 보행환경 만족도를 5점 리커트 척도로 평가한 결과는 평균 3.84로 나타나, 응답자들이 보행환경에 대해 다소 높은 만족도를 보임을 확인하였다. 보행환경의 세부 항목으로는 ‘인도가 잘 되어 있어 걸을 수 있는 공간이 충분하다.’가 3.8, ‘가로수, 표지판 등이 있어 걸어 다니기 편하다.’가 3.9, ‘가로등 등 안전시설이 있어 밤에 걷기 좋은 환경이다.’가 3.81로 나타나, 응답자들이 인지적으로 느끼는 보행환경은 양호함을 확인했다(표 1 참조).
용산구를 집계구 단위로 나누고, 설문조사 응답 데이터를 집계구별 평균값으로 계산하여 지도상에 시각적으로 매핑한 결과를 그림 5에 0.0~5.0의 범위로 나타냈다. 각 그래프에서 색상은 보행 활동의 빈도(일상보행 활동, 여가보행 활동)와 보행환경에 대한 만족도를 나타낸다. 빨간색은 일상 및 여가 보행 활동의 빈도가 낮고 보행환경에 대한 만족도가 낮음을 의미하고, 파란색은 일상 및 여가 보행 활동의 빈도가 높고, 보행환경에 대한 만족도가 높음을 의미한다. 시각적 분석 결과, 원효대교 하부 지역 및 용산전자상가가 있는 곳의 경우, 일상보행과 여가보행 활동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역들은 차량을 통한 이동이 많고 인적이 드물어 보행 활동이 적다는 특징을 보인다. 이와 대조적으로, 여가보행 활동은 남산 주변, 효창공원 주변, 그리고 최근에 부분적으로 개방된 용산공원 내의 용산가족공원 및 장교숙소 5단지 인근과 같이 자연경관과 여가 시설이 잘 조성된 지역에서 활발히 시작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지역들은 자연경관을 즐기거나 여가를 즐기기에 적합한 환경을 제공하여, 보행자들이 여가 활동을 위해 자주 찾는 장소로서의 역할을 한다. 특히, 용산공원 외곽 지역에서는 일상보행은 적지만 여가보행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용산공원 외곽에 여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상업 핫플레이스와 녹지가 많기 때문이다. 보행환경에 대한 만족도를 나타내는 세 번째 지도를 통해 대부분의 지역에서 전반적으로 높은 만족도를 보임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서울역 인근과 숙대입구역 주변은 보행환경 만족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해당 지역의 복잡한 교통 상황과 자동차 중심의 도로 네트워크로 인해 보행자들이 느끼는 불편함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그림 5 참조).
GSV 이미지를 기반으로 의미론적 분할 기법을 적용한 결과를 그림 6에 시각화하였다. 보행친화도는 총합이 0에서 7577.3 사이의 값을 가지며, 그림 6에서 빨간색은 보행친화도가 낮음을, 파란색은 보행친화도가 높음을 의미한다. 시각적 분석을 통해 용산구 내에서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어 보행환경이 개선된 지역인 서울역, 용산역, 한강진역 인근 지역은 개방감, 보도폭, 녹시율, 보행자 수의 모든 평가 요소에서 높은 수치를 보였다. 이는 이들 지역이 개발과 재생 사업을 통해 보행환경이 개선되었고, 다양한 공공시설과 상업시설이 밀집해 있어 보행자들의 이용 빈도가 높다. 또한, 서울역, 용산역 한강진역, 삼각지역 부근은 용산구 내 상권이 발달하고 광범위한 교통 네트워크로 대중교통 접근성이 높아 많은 사람들의 이동이 있으며, 유동인구가 많아 높은 보행자 수로 인해 수치가 높게 관찰되었다. 남산공원, 용산공원, 효창공원, 매봉산공원과 같은 주요 공원은 경계부의 풍부한 녹지 때문에 경계선을 따라 유의미하게 높은 녹시율 값을 보였다. 한편, 단독주택과 저층 상가들이 밀집한 보광동, 효창동, 용문동 부근에서는 좁은 보도 폭과 부족한 가로수 식재로 인해 보행 친화도가 낮게 측정되었다. 이는 해당 지역들이 상대적으로 보행자들에게 덜 쾌적한 보행환경을 제공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그림 6 참조).
일상보행 및 여가보행, 인지적 보행환경 만족도와 보행자 시점의 가로환경을 평가한 보행친화도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는 표 2와 같다. 피어슨 상관계수를 사용한 상관관계 분석에서 p-value가 0.05 이하인 경우 결과를 유의미하다고 판단한다. 먼저, 일상보행과 여가보행 사이(Pearson’s r = 0.968, p-value < 0.001), 일상보행과 인지적 보행환경 만족도 사이(Pearson’s r = 0.96, p-value < 0.001), 여가보행과 인지적 보행환경 만족도 사이(Pearson’s r = 0.951, p-value < 0.001)에는 강한 양(+)의 상관관계가 존재하여, 이들 간의 관계가 밀접함을 보여준다. 이는 일상보행 빈도와 여가보행 빈도가 높을수록 보행만족도도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음으로, 보행친화도와 여가보행 빈도 사이에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양(+)의 상관관계가 있으며(Pearson’s r = 0.121, p-value = 0.012), 보행친화도와 인지적 보행환경 만족도 사이에도 양(+)의 상관관계가 존재한다(Pearson’s r = 0.11, p-value = 0.022). 이는 보행친화도가 높을수록 여가보행 빈도가 늘어나고, 보행만족도도 높아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반면, 보행친화도와 일상보행 사이의 상관관계는 Pearson’s r = 0.093, p-value = 0.055로 나타나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음이 도출되었다. 이는 일상적으로 필수적인 보행 활동을 함에 있어 보행친화도로를 고려해서 걷는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종합적으로, 여가보행과 보행환경 만족도는 보행친화도와 밀접한 상관관계를 가지며, 보행친화도가 높아질수록 여가보행 빈도와 보행만족도가 증가한다. 그러나 일상보행은 보행친화도와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없음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일상보행 시 보행자들이 보행친화도를 반드시 고려하고 있지 않음을 시사한다. 즉, 이러한 결과는 보행환경 개선이 여가보행과 보행만족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나타내며, 궁극적으로 보행 친화적인 환경 조성이 여가보행에 있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4. 결론 및 제언
본 연구는 서울특별시 용산구를 대상으로 보행 활동을 목적에 따라 일상보행과 여가보행으로 구분하고, 일상보행 빈도, 여가보행 빈도 및 인지적 보행환경 만족도에 대한 설문조사와 GSV 의미론적 분할 기법 결과를 통해 보행자 시점에서 측정한 보행친화도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하였다. 연구 결과, 일상보행과 여가보행에 있어 빈도가 높을수록 보행만족도가 높다는 공통적인 결과를 얻었지만, 보행친화도로와의 관계를 보면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일상보행에 있어서는 보행친화도로를 택하지는 않았으며, 반대로 여가보행을 할 시에는 보행환경이 우수한 곳을 택하여 보행함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사람들이 여가 시간을 보내기 위해 걷는 경우, 보행환경이 좋은 보행로일수록 더 많이 걷게 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여가보행은 특정 목적을 위해서 걷는다기 보다는(예: 등교, 출퇴근) 걷는 활동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기존 연구에서 말하고 있는 보행환경의 질이 보행 활동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이전 연구 결과를 뒷받침한다(Christman et al, 2019; Nagata et al., 2020). 반면, 보행친화도와 일상보행 사이의 상관관계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은 결과는 일상보행을 함에 있어 출퇴근이나 공공 서비스 이용 등 필수적인 이동을 위해 이루어지므로, 보행환경의 질보다는 거리와 시간의 효율성이 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보인다(He et al., 2024). 이러한 결과는 일상보행은 최단 거리를 걷고자 하지만, 여가보행은 조금 더 멀리 걷더라도 보행환경이 좋은 곳을 걷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는 선행연구와 일치하는 결과이다(Meng et al, 2020). 또한, 일상보행과 여가보행은 인지적 보행환경 만족도와 양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이는 응답자가 주관적으로 인지한 보행환경에 대한 결과로, 일상적으로 자주 이용하는 경로의 익숙함이 보행만족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을 것으로 판단한다. 자주 다니는 경로에서의 심리적 안정감과 효율성은 높은 만족도로 이어질 수 있다(Nagata et al., 2020).
본 연구의 결과는 보행환경 개선을 위해서 보행환경지수를 바탕으로 한 개선 정책이 중요함을 나타내며, 보행환경지수는 보행의 안전성, 편의성, 접근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보행환경의 질을 측정하는 지표이기 때문에 단순 일상보행을 넘어 여가보행 및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함을 말해준다. 더 나아가 일상생활에 필요한 서비스를 도보 또는 자전거로 15분 내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도시공간을 조성하고자 하는 ‘15분 도시’ 개념과 결합되어 여가보행 활성화를 위한 서울시의 정책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여가보행을 증진시키기 위한 보행환경 개선 방안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용산구와 같이 좁은 골목길이 많은 지역에서는 넓은 도로보다는 주거지 주변의 작은 도로에서 보행환경을 개선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들어, 보행 가로 경관을 향상시키기 위해 가로수 대신 수직정원이나 여러 형태의 입체적 정원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도폭이 제한된 미개발 지역에서는 이러한 방법을 통해 양적·질적으로 녹시율을 늘리고, 보행 편리성을 높여야 한다. 또한, 보행 가로 경관을 향상시키기 위해 페이빙과 같은 보도 디자인을 도입할 수 있다. 보도의 재질과 색상을 다양화하여 보행자에게 시각적 즐거움을 제공하고, 보행로가 정돈되어 보이며 넓게 보이는 효과를 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더 나아가, 보행로의 연결성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골목이 많은 지역에서는 보행환경이 좋은 곳과의 연결성을 높이는 방안을 통해 주거지 인근에서 시작한 보행이 더 멀리, 더 오래 이어질 수 있도록 연속적인 보행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본 연구는 GSV 이미지로 객관적인 보행환경을 측정하고, 보행친화도가 높은 보행환경에서 여가보행이 많이 일어남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학술적 의의가 있다. 또한, 일상보행과 여가보행을 구분하여 여가보행에서의 보행친화성 관계를 분석한 점과 집계구 단위로 세분화하여 분석한 점에서도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 보행친화도가 좋지 않은 곳이 사회적 취약지역인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이러한 지역의 보행친화도를 높여 보행활성화를 통한 사회적 효과를 증진시킬 필요가 있다. 근린 생활권 내 공원, 산책로, 휴식 공간 등이 조성되고, 주거지 인접 상업가로에 문화시설, 카페 등이 입지한다면 생활가로를 따라 여가를 겸한 보행 활동이 활성화될 것이다.
그러나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한계점이 있다. 첫째, 용산구 지역에 국한된 연구라는 한계가 있다. 한 자치구에서 다량의 설문을 통해 데이터를 수집했지만, 모든 표본을 대표할 수는 없다는 한계점이 있어 향후 연구에서는 지역을 확대하여 광범위한 연구를 수행할 필요가 있다. 둘째, GSV가 계절에 따라 다르거나 찍은 시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있으며, 향후 보행로에서 찍은 사진을 통한 분석을 통해 더 세부적인 분석을 진행할 수 있다. 셋째, 선행연구에서 제시된 보행친화도의 구성 요소들을 도입하였으나, 본 연구의 목적과 대상에 적합한지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부족하였다. 보행친화도의 구성 요소 적정성에 대한 추가 검토가 필요하며, 이는 후속 연구에서 보다 철저히 다뤄져야 한다. 넷째, 설문조사를 통해 보행환경과 보행 빈도를 비교하였지만 개인의 차별화된 특성을 고려해서 분석하지는 못했다는 한계가 있다. 향후 연구에서는 연령대 및 성별에 따른 차이를 고려하여 보행 빈도와 보행친화도 간의 비교 연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