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오픈스페이스는 도시의 대표적인 공공 공간이며 지역 경관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이다1). 오픈스페이스는 행정 용어인 공원녹지와 거의 비슷한 개념으로 사용되며, 공공의 이용을 전제로 하는 도시의 비건폐지(非建蔽地) 중 교통용지를 제외한 공간을 두루 이른다(이춘희, 2007: 11-12). 또한 도시기반시설로서 한번 조성되면 영구히 유지 관리되고, 공공의 재원으로 조성되기에 공리주의 관점에서 최대 다수의 행복을 추구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도시의 녹지만족도는 가족생활 행복감에 영향을 미치며(이성은, 2022), 근린공원과 공동주택과의 거리가 가까울수록 아파트 가격이 높아지는(김태범과 장희순, 2020) 등 도시에서 공원녹지가 제공하는 편익의 외부효과는 이미 규명된 바 있다(김민재와 이영성, 2017). 이처럼 오픈스페이스는 지역의 경제, 사회, 문화, 환경 분야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조성 과정에서 지역 주민을 포함한 이해관계자들 간 공감대 형성과 합의를 통해 절차적 합리성을 공고히 해야 한다.
오픈스페이스는 물리적 공간의 건설 관점에서 사전 구상, 계획 및 설계, 시공 및 감리 단계를 거친다. 각 단계별로 조성 주체(지방 정부)가 이용 주체(주민 등)에게 공유해야하는 정보의 범위와 수렴해야하는 의견의 소재가 상이하다. 특히 지역 상황에 따라 사회적 갈등 요소가 잠재하고 있을 경우 보다 면밀한 시민참여2) 계획이 필요하다. 오픈스페이스 조성 과정의 시민참여는 비단 공간적 구성이나 시설 수요에 대한 정보 수집의 차원이 아니라, 주민이 정책 추진 과정에 직접 참여함으로서 행정의 효율성과 정책의 효과성을 높이고, 대의 민주제의 약점을 보완하는 계제가 되기 때문이다(최영오 등, 2014: 349-350).
이러한 맥락에서 오픈스페이스는 조성 전후의 지역 사회 변화를 감안하여, 주민을 포함한 이해관계자 간 공감대 형성과 의견 수렴을 중심으로 하는 시민참여 정책이 수반되어야 한다. 시민참여의 목표와 수단, 과정과 양상은 거시적으로는 국가마다 미시적으로는 지역 사회마다 다르게 상정할 수 있기에, 본 논문은 국내의 오픈스페이스 조성 과정에서 수행된 시민참여 정책과 프로그램에 국한한다. 다양한 시민참여의 범주와 흐름 가운데 국내 오픈스페이스 조성 과정의 시민참여에 집중하여 고찰하는 까닭은, 서두에서 밝힌 바와 같이 오픈스페이스가 지역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나, 해당 분야의 국내 선행 연구가 희소하기 때문이다.
본 논문은 오픈스페이스 조성 과정에서 요청되는 시민참여의 내용과 방식, 함의와 전략을 모색하기 위한 시론적 연구이다. 국내 오픈스페이스 조성 사례에서 시민참여 우수 사례로 소개될 만큼 온전한 상호작용 과정을 거친 사례는 찾기 어렵다. 적절한 시민참여를 수행했더라도 운영 과정과 결과, 내용과 방식에 대한 기록이 공개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각각의 사례지가 봉착한 사회적 의제에 따라 시민참여의 양과 질이 상이하며, 이에 대한 국내 선행 연구는 희소하다. 이에 국내에서 수행된 오픈스페이스 조성 과정의 시민참여 양상을 살펴보고, 현황 및 한계를 도출하여 차후 참여 기반 오픈스페이스 조성의 과정과 방법을 연구하는데 토대를 마련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시민참여형 광장을 표방하며 최근 완공한 광화문광장3) 재구조화 사업의 참여 여건, 정보 공개, 참여 방식 등을 분석하여 시민참여의 최근 양상을 정리하고자 한다.
광화문은 조선의 건국 때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의 정치적 상징의 중심지였다. 광화문광장의 위치는 조선시대 의정부, 삼군부, 육조 등이 배치되어 조선의 정체성을 대변했으며, 일제강점기 현재의 세종대로 형태로 개조되었고, 1960년대 가로수로 구성된 중앙분리대와 이순신장군상이 위치하였다(하상복, 2010; 서울특별시, 2023). 2009년 현대적 의미의 광장으로 조성한 광화문광장은 2016년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을 추진하여 2022년 8월 6일 재개장하였다. 서울시는 광화문 월대와 해치상을 복원하는 등 문화재를 활용하여 역사성을 강화하고 ‘한글, 세종대왕상, 이순신장군상’ 등을 중심으로 하는 역사․문화 스토리텔링을 강조하면서, 도시 공간 활성화를 위해 광장과 광장 주변부의 연계를 강화했다고 밝히고 있다(https://gwanghwamun.seoul.go.kr).
본 연구는 오픈스페이스 조성 과정의 시민참여에 대한 이론 연구와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의 추진 과정에서 수행된 시민참여의 사례 연구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과정에서 시민참여 정책이 전환되는 사건을 기점으로 의제 설정 단계, 설계 및 거버넌스 단계, 갈등 조정 단계, 시공 추진 단계로 분류하여 시민참여를 살펴본다. 구체적으로 시민참여 정책의 입안과 수행 결과, 소통의 내용과 방식, 참여 계층과 후속 조치 등의 분석을 위해 서울시가 공적으로 생산하고 공개하는 보도자료, 해명자료, 내부 결재문서, 회의록과 관련 학술 논문 및 보고서, 언론 기사 등을 연구 자료로 삼는다. 이에 본 연구는 다음의 구성 체계를 갖는다. 다양한 문헌을 통해 공공 계획과 마을만들기에서 비롯된 주민참여 개념의 확장을 중심으로 참여형 오픈스페이스 조성의 흐름을 정리하고(2장),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의 시민참여 정책 및 프로그램을 종합한다(3장). 이를 바탕으로 광화문광장의 시민참여와 소통 여건, 정보의 공개, 내용과 방식의 관점에서 특성을 도출하고(4장), 후속 연구의 방향을 설정한다(5장).
2. 오픈스페이스 조성과 시민참여의 흐름
1990년대 지방자치제도가 새로운 전기를 맞으면서, 도시 환경 조성과 관련한 행정에도 주민참여를 장려하는 제도적 환경이 구축되어 왔다(장철호와 한상연, 2004: 7-8). 도시기본계획의 경우 1980년대 도시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 공청회와 의견서 제출 제도가 시작되었고, 1990년대 시민의 제안 수렴 및 초안의 공람이 허용되었으며, 2000년대 주민제안 지구단위계획 시행 및 도시기본계획 입안 시 시민의견의 수렴이 제도화되었다(이상대와 정유선, 2015). 또한 공원녹지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 시민참여 정책의 경우 1990년대와 비교하여 2000년대는 참여 주체, 참여 제도, 참여 단계의 측면에서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하혜경, 2020).
그럼에도 공공 계획 수립 과정의 시민참여 제도는 한계를 갖고 있다. 양재섭과 김태현(2011: 65-66)은 계획안이 완성된 후 의견 청취가 이루어지고, 시민참여 방법이 단조롭고 형식적이며, 수립하는 계획안의 성격에 적절한 정보의 제공이 미흡하다고 보았다. 또한 제한된 기간과 예산 내에서 의견 수렴이 수행되어 충분한 참여 여건을 조성하기 어려우며, 공공 계획의 당사자로서 주민조직과 리더의 발굴이 요청된다고 보았다. 이상대와 정유선(2015: 19-20)도 시민참여의 수행 시기에 대해 계획의 초기 단계에 수행되어 시민들이 방향 설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보았다. 더불어 일반 시민이 이해하기 어려운 전문 정보를 제공하고 있어 사안에 대한 판단과 의견 제시가 어려우며, 공청회 등 참여 행사의 홍보가 한정되어 참여를 장려하지 못한다고 보았다. 이다예 등(2021: 29-31)은 현행 시민참여제도의 수행 시기와 의견 수렴 방식이 매우 제한적이고 절차적 성격이 강하다고 보았다. 또한 참여자의 대표성을 확보하지 못해 공공 계획에 따른 이해관계의 조율에 어려움이 있으며, 시민들에게 계획안과 도면 등 전문적인 내용을 효과적으로 제공하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척박한 제도적 환경에도 불구하고 주민이 스스로 지역 환경을 개선하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김은희(2012: 16-18)는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 꽃길골목과 서울 은평구 한양주택 등 1980년대 정주성이 강한 지역에서 커뮤니티가 자연스럽게 조직되어 주민 스스로 자신의 삶터를 가꾸어 나가는 양상을 ‘자생적 마을만들기’라고 정의한다. 이보다 앞선 시기에 정주 공간과 지역 환경을 개선한 사례도 있었다. 한국전쟁 후 피폐해진 국토를 정비하는 과정의 마을재건 활동과 1950-1960년대 주민협력형 지역개발정책, 1970년대 새마을운동을 마을만들기의 출발로 볼 수도 있으나, 김은희(2012: 13-16)는 전후 생존을 위한 필연적인 참여였다는 점과 정부에 의해 강제된 참여와 협력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밝히고 있다. 1980년대 후반 도시재개발사업 등을 통해 저층 주거지에서 아파트로 주거 형태가 급변하면서 마을 단위 커뮤니티 활동은 점차 사라진다. 이 시기 시민단체의 주도로 안전한 통학로만들기(1993), 성미산마을(1994), 인사동(1994), 부평 문화의 거리 만들기(1996), 반송마을만들기(1996), 삼덕동 골목가꾸기(1997) 등이 진행되면서(김은희, 2012: 19-32), 마을만들기에서 비롯된 주민참여의 공간적 대상은 정주 공간에서 지역 환경으로 확장되었다.
정석(1999: 20-24)에 따르면 주택가의 마을만들기는 ‘공원 조성, 공지 녹화, 꽃밭 조성, 꽃길 골목 조성, 생울타리 조성, 벽면 녹화, 통학로 개선’ 등이 수행되었고, 아파트 단지의 마을만들기는 ‘어린이 놀이터, 스포츠 공간, 생울타리, 꽃밭, 꽃길’ 등이 조성되었다. 상기 공간 조성 사례는 지역의 공유 공간을 공간적 대상으로 삼았고,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으며, 물리적으로 구축된 후 지역 공동체 또는 공공에 공개되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그러나 이는 정석(1999)의 분류에 의하면 “‘공간․시설 만들기’와 ‘조직․프로그램 만들기’”(정석, 1999: 21) 실천의 일환으로서, 마을만들기가 촉발한 지역 사회의 공동체 문화에 대한 인식 확산과 공유 공간 및 시설 환경 개선 결과의 일부분이었다.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지역 공유 공간을 조성하는 것은, 본 연구에서 추구하는 참여 기반 오픈스페이스의 이상적인 모델이다. 반면 오늘날 도시 오픈스페이스 조성의 시민참여는 공적 주체가 공공의 재원으로 조성하는 가운데, 법령에 명시된 제도의 이행을 위한 행정 절차의 성격이 강하다(양재섭과 김태현, 2011; 이상대와 정유선, 2015; 이다예 등, 2021). 이러한 관점에서 본 연구는 마을만들기를 참여 기반 오픈스페이스의 미래상이자, 이상적인 시민참여 방안을 탐색하기 위한 일종의 원형으로 상정하고자 한다.
2000년대 들어 주민참여를 통한 지역 활성화 지원 제도와 정책들이 추진되었다. 2007년 건설교통부의 ‘살고 싶은 도시․마을만들기 사업’과 행정안전부의 ‘살기좋은 지역만들기 사업’을 통해 주민참여로 지역 환경을 개선하고 공유 공간을 조성하는 사회적 경험이 전국적으로 확산되었다(김은희와 이영범, 2013:12). 이어 2014년부터 2021년까지 추진된 국토교통부의 ‘도시재생사업’은 주민이 참여하여 정주환경을 개선하고 공공 공간을 조성하는 등 지역 쇠퇴의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는 공공사업으로 전개되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의견 수렴을 통한 주민 참여형 설계와 참여 기반 프로그램은 공공 계획 및 사업 추진 과정의 상수로 자리 잡았다. 자생적 마을만들기에서 시작된 정주 공간 개선에 대한 참여 의식이 2010년대 도시재생사업의 공간적 실천과 규합하면서, 공공 공간 계획에서 주민참여의 중요성이 확대되었다.
마을만들기는 정주성이 강한 지역을 중심으로 주민들이 스스로 주거 환경을 개선하는 일련의 활동을 이른다. 구체적으로 “주민의 다양한 요구를 직접 계획에 참여를 통해 해결하도록 함으로서 일상적인 거주환경의 개선을 도모하는 활동”(서울특별시, 2011: 27), “일본의 마치즈쿠리(まちづくり)라는 용어를 직역한 말로, 주변 환경에 관심을 갖고 지역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주민들 스스로가 해결하기 위한 활동”(국토연구원, 2013: 21)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러한 개념적 바탕에서 비롯된 주민참여형 설계는 “직․간접적으로 이해관계가 있는 주민들이 설계에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일체의 행위를 말하는데, 모든 주민에게 계획이나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의 기회를 넓힘으로써 주민들이 원하는 바가 설계에 반영되게 하는 설계방법”(김성균, 2001: 63)이며, “전문가 그룹의 독단적 작업을 탈피하여 다양한 관련자들을 계획과정에 참여시키고, 도구적 이성만을 사용하는 선형적 단계 같이 정형화된 계획 틀을 벗어나 비판적 자세를 견지하면서 상호 토론을 통해 계획”(김연금 등, 2003: 81)하는 것을 이른다. 기실 ‘주민참여형’이라는 용어가 생기기 이전부터도 주민들이 참여하는 모종의 활동들은 존재했으나, 마을만들기가 주민참여를 통한 정주 공간의 개선이라는 결과를 생산해내면서 주민참여형 설계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확산되었다. 또한 주민참여형이라는 도구적 메타포는 예산, 사업, 프로그램 등과 결합하여 지역 사회를 대상으로 하는 공공 정책과 제도의 수식어로 자리잡았다.
주민참여형 설계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소통적 계획’은 의사소통행위이론을 바탕으로 공공성을 확보하고 사회자본을 축적하는 계획으로서 ‘주민 등 참여자들의 의사소통 행위를 통해 합의와 참여로 내리는 의사결정’(Thompson, 1999), ‘주민, 전문가, 행정, 시민단체 등 참여 주체 간 의사소통을 통해 합의로서 최종 결과물을 도출하는 계획 및 설계’(김연금과 이규목, 2003)로 개념화할 수 있다. 소통적 계획은 공동체 내부 의제를 해결하고 지역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이론적 대안으로서, 이를 실천으로 확장한 것을 ‘커뮤니티디자인’이라 볼 수 있다. 커뮤니티디자인은 “더 큰 틀의 마을만들기의 한 과정으로서, 구체적인 생활공간을 꿈꾸고 만들고 가꾸는 것”(이영범, 2009: 15), “지역의 공간을 공동체 구성원이 중심이 되어 지속가능한 곳으로 만들어나가는 생각, 방법”(이석현, 2014: 37)으로 정의되며, 지역 공동체를 중심으로 하는 공간적 개선과 그 과정에서 공동체의 회복과 결집을 모색함으로서 소통적 계획을 이론의 영역에서 실천의 장으로 초대한다.
국토교통부가 추진한 ‘도시재생사업’은 “쇠퇴하는 도시를 지역역량의 강화, 새로운 기능의 도입ㆍ창출 및 지역자원의 활용을 통하여 경제적ㆍ사회적ㆍ물리적ㆍ환경적으로 활성화”(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2조)하는 사업을 이른다. 도시재생종합정보체계에 따르면 주민, 민간․기업, 지원기구, 국가, 지자체 등의 참여로 “일자리 창출 및 도시경쟁력 강화, 삶의 질 향상 및 생활복지 구현, 쾌적하고 안전한 정주환경 조성, 지역정체성 기반 문화가치․경관회복, 주민역량 강화 및 공동체 활성화”를 추구한다(https://www.city.go.kr). 2014년부터 2021년까지 추진된 도시재생사업의 핵심 개념과 실천 전략에 주민참여 개념이 상수로 자리 잡으면서, 개별 세부 프로젝트의 계획 단계와 시행 단계에서 상술한 마을만들기, 주민참여형 설계, 소통적 계획, 커뮤니티디자인 등의 개념이 능동적으로 변용되어 추진되어 왔다.
마을만들기의 공간적 대상이 주거지 중심의 정주 공간에서 근린 중심의 지역 환경으로 확장되면서, 지역 오픈스페이스의 조성과 관리에 대한 시민참여의 새로운 경로가 개척되었다. 또한 2000년대 지역 활성화 사업과 2010년대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도시 공공 공간의 조성과 관리 부문에서 시민참여의 중요성이 재확인되었다(정성규 등, 2016; 강맹훈 등, 2017; 문호준과 주창범, 2022).
도시재생사업 중 공공 공간을 조성하는 사업에서 시민들의 소통과 참여 과정에 대해 공론화 개념으로 고찰하는 학술적 시도도 있었다. 공론화는 사회적 갈등에 대해 시민들이 참여하여 공적 의사결정을 내리는 일련의 과정으로서 ‘사안에 대해 여러 사람들이 함께 숙의와 학습을 통해 정제되고 합의된 의견을 형성’하거나(김정인, 2018: 68), “특정 사안에 대해 여럿이 함께 논의하고 숙고하여 그 사회의 공적 이익에 가장 잘 부합하는 것으로 인정된 공공의 의견”(은재호, 2022: 16)을 도출하는 것을 말한다. 2017년 중앙 정부가 사회적 의제에 대해 공론화위원회를 설치 운영하면서 공론화 개념이 사회 전반적으로 확산되었다4).
공론화의 성공적인 수행을 위한 기본 원칙에 관한 연구는 연구자에 따라 상이하나 시민 누구나 의견을 제시할 수 있고 이에 대한 토론과 논쟁을 수용하는 포용성, 공론화 사안에 대한 정보와 공론화 과정을 공개하는 공개성, 공론화 참가자들 간 숙의를 위한 충분한 토론과 논쟁의 시간을 제공하는 충분성 등이 공통적으로 언급되고 있다(Weeks, 2000; 윤경준과 안형기, 2004; Fishkin, 2009; 신고리5․6호기 공론화위원회, 2017; 은재호, 2017; 김정인, 2018; 정정화, 2018). 이러한 공론화 원칙을 바탕으로 도시재생사업으로서 오픈스페이스를 조성한 ‘서울로7017’, ‘문화비축기지’를 고찰하는 연구가 수행된 바 있다(신은기, 2016; 강지선, 2018; 조은영 등, 2018; 강지선 등, 2018). 상기 연구는 숙의민주주의의 일환으로서 공론화라는 과정이 시민사회에서 구현되는 경과와 한계를 분석하였으며, 이러한 연구의 공간적 대상이 오픈스페이스였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한 상기 공론화 수행의 원칙인 포용성, 공개성, 충분성은 시민참여의 과정을 평가하는 단서로서 4장 사례 분석의 지표로 적용하고자 한다.
마을만들기 이후 도시재생에 이르기까지 시민참여형 오픈스페이스 조성 방식은 다양한 규모와 유형에서 적용되었다. 참여 기반 오픈스페이스 조성의 현재를 살펴보기 위해 언론과 미디어, 보도자료 등을 통해 소개되는 모든 사례를 분석하는 것은 한계가 있으며,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시민참여의 제도적 환경 하에서 절차적 합리성을 획득하기 위한 요식 행위로 전용되었을 여지도 있다. 또한 시민참여의 내용과 방법에 대하여 정량적으로 구분 및 판단 가능하도록 공개된 자료의 확보는 현실적으로 불가하다.
국내 참여 기반 오픈스페이스에 대한 연구가 희박한 상황에서, 실제 현장에서 진행되는 시민참여 양상의 얼개를 파악하기 위한 기초 자료 조사를 수행하였다. ‘서울 사당동 양지공원(김성균, 2001), 서울 가회동 소공원(김연금 등, 2003), 광주 푸른길공원(전경숙, 2009), 양산 북정동 어린이공원(조연경 등, 2010), 광양 구도심 폐선부지공원(권영상 등, 2013), 서울 문화비축기지(조은영 등, 2018), 서울 서울로7017(강지선 등, 2018)’은 참여를 적용하여 조성된 오픈스페이스에 관한 선행 연구로서 시민참여의 내용과 방법, 결과와 평가를 기록하고 있다. 오픈스페이스는 물리적 공간의 건설 관점에서 사전 구상 단계, 계획 및 설계 단계, 시공 및 감리 단계를 거친다. 이에 상기 대상지의 조성 단계에 따른 시민참여의 특성은 다음과 같다(표 1 참조).
구분(시행연도) | 사전 구상 단계 | 계획 및 설계 단계 | 시공 및 감리 단계 | 연구자 |
---|---|---|---|---|
서울 사당동 양지공원 (1998) |
설문조사, 대상지 걷기 | 디자인 워크숍, 설계안 공람 및 보완 | 일부 주민 감리 의견 | 김성균(2001) |
서울 가회동 소공원 (2002) |
주민면담, 설문조사, 마을 탐방 | 설계안 공람 및 보완 | - | 김연금 등(2003) |
광주 푸른길공원 (2002-2013) |
공청회, 토론회, 청원 서명 운동 | 설계 공모, 토론회, 계획안 워크숍, 공공예술 프로젝트, 기증 및 기부 | 수목 식재, 수목 표찰 달기 | 전경숙(2009) |
양산 북정동 어린이공원 (2010) |
설문조사, 스티커 보팅, 모형 워크숍, 현장 벽화 그리기 | - | - | 조연경 등(2010) |
광양 구도심 폐선부지공원 (2013) |
설문조사, 주민면담, 마을지도 그리기 | - | - | 권영상 등(2013) |
서울 문화비축기지 (2013-2017) |
아이디어 공모(시민, 전문가) | 설계 공모, 토론회, SNS 운영 | - | 조은영 등(2018) |
서울 서울로7017 (2014-2016) |
아이디어 공모, 설명회(상인), 토론회 | 설계 공모, 면담(상인, 주민), 시민개방행사, 중간 조직 운영 | - | 강지선 등(2018) |
첫째, 주민참여는 주로 사전 구상 단계에서 수행되었다. 또한 대상지의 현황과 쓰임새를 파악하기 위해 주민참여를 활용하는 사례가 많았다. 특히 내부자의 시선에서 획득할 수 있는 대상지 공간 정보를 수집하여 전문가가 계획안을 작성하거나 아이디어 공모를 통해 활용 방안을 수렴하였다(문화비축기지, 서울로7017).
둘째, 계획 및 설계 단계의 주민참여는 제한적으로 수행되었다. 세부 시설 및 공간 배치를 위한 카드게임을 진행한 사례(사당동 양지공원) 외 대상지는 전문가가 계획안을 작성하거나(가회동 소공원, 북정동 어린이공원, 구도심 폐선부지공원) 외부 설계 공모를 통해 계획안을 선정하였다.
셋째, 시공 및 감리 단계에서 시민의 역할은 매우 적었다. 시민의 안전사고와 비전문적 시공으로 인한 하자 발생 등을 우려한 것으로 보이나, 일부 주민에게 감리 의견을 받은 사례(사당동 양지공원)와 수목 식재 및 표찰 달기 이벤트(광주 푸른길공원) 등이 수행된 바 있다.
넷째, 오픈스페이스 조성의 배경과 진행 공정에 대한 정보 제공은 미비했다. 사전 구상 단계에서 주민면담을 통한 대상지의 공원화 취지 설명(가회동 소공원), 대상지 활용에 대한 정책적 개선을 요청하는 정보의 공유(광주 푸른길공원), 상인회 대상 설명회 개최(서울 서울로7017) 외에는 조성 주체가 대상지를 공원화하는 내용의 일방적인 정보 전달에 가까웠다.
상기 사례의 분석은 다음의 한계가 따른다. 먼저, 개별 대상지의 규모 및 조성 경위와 조성 과정 중 시민참여의 적용 단계가 상이하여 절대적으로 비교하는데 무리가 있다. 또한 광주 푸른길공원을 제외한 사례들은 비교적 짧은 기간에 조성이 완료되어 개별 시민참여 프로그램의 내용과 결과가 대상지 조성 전반에 걸친 관계성을 찾아가는데 한계가 따른다. 정보의 공개 측면에서, 광주 푸른길공원 외에는 시민참여 프로그램의 계획과 수행 내용에 관한 자료가 공개되어 있지 않다. 그럼에도 국내에서 수행된 참여 기반 오픈스페이스에 대한 학술적 기록을 종합하여 기본적인 경향을 발견하고, 현대 오픈스페이스 조성 과정의 시민참여 양상을 파악하기 위한 기초 자료를 정리했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다음 장에서는 앞선 사례 대상지 사업이 종료되었거나 막바지 단계에 시작되었고, 상대적으로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었으며, 시민참여의 경과가 공적 문서로 기록 및 공개되어 있는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을 살펴보고자 한다.
3. 광화문광장 조성 단계별 시민참여
광화문광장은 역사적 의미를 지닌 대표적인 오픈스페이스 중 하나이며, 2009년 현대적 의미의 광장으로 조성된 이후 많은 논란을 거쳐 재구조화(2016년-2022년)되어 2022년 9월 개장했다(그림 1 참조). 서울시는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과정에서 다양한 시민참여 프로그램을 수행하면서, 시민단체들의 반대를 촉발하였고, 추진 과정의 전면 백지화를 선언하는 등 시민참여에 있어서 굴곡을 두루 보여준다(그림 2 참조). 또한 이러한 과정이 서울시의 공적 문서로 생산 및 기록되어 누구나 열람 가능하다는 점에서 정보의 접근이 용이하다. 이에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 과정에서 시민참여 정책이 전환되는 사건을 기점으로 네 개의 조성 단계로 분류하고, 각 단계에서 수행된 시민참여의 참여 여건, 정보의 공유, 수행 방식을 중심으로 정리한다.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의 조성 단계는 크게 네 단계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먼저 서울시가 광화문포럼 운영을 통해 시민참여 정책을 개시한 시점을 의제 설정 단계(2016년 6월~2018년 9월)의 시작으로 상정한다. 이 단계에서 서울시는 대상지에 관한 의견 수렴을 위해 시민참여단을 발족하고, 시민위원회를 운영하면서 주민설명회와 토론회를 개최하였다.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의 첫 번째 시민참여 프로그램은 광화문포럼(2016년 9월~2017년 5월)이다. 이 포럼은 7개 분야 전문가 33인, 서울시 내부위원 14인을 위촉하여 10개월 간 매달 1회 광화문광장에 대한 공간적․비공간적 이슈를 논의했다(서울특별시 보도자료, 2016. 9. 12.). 광화문광장 개선을 위한 5대 원칙과 실현 방안을 포함한 광화문포럼 전문가 그룹의 논의 결과는 ‘광화문광장 시민 대토론회’(2017년 5월)에서 발표되었고(서울특별시 보도자료, 2017. 5. 31.), 자료집 ‘광화문포럼 결과 전문: 광화문광장 개선의 방향과 원칙’으로 발간되었다(광화문포럼, 2017). 이 자료집에는 광화문광장 방문 경험이 있는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광화문광장에 반영되어야 하는 가치, 향후 개선 방향, 세종대왕동상과 이순신장군동상 존치 여부’ 등에 대한 설문조사를 담고 있다. 또한 동일한 질문으로 2014년 수행된 설문조사 결과와 비교하여 광화문광장 개선에 대한 시민들의 의식 변화를 정리하고 있다.
광화문포럼은 광화문광장에 대한 의견 수렴을 위해 시민참여단을 발족하고(2017년 5월), 시민참여단 80여명을 대상을 ‘시민참여 워크숍’을 수행했다(서울특별시 결재문서, 2017. 5. 12.). 이듬해 4월 서울시는 문화재청과 함께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 기본계획안을 발표하고(서울특별시 보도자료, 2018. 4. 11.), 인근 3개 동(청운효자동, 사직동, 삼청동) 주민 130여명을 대상으로 광화문광장 조성 기본계획 관련 주민설명회를 열어 지역 현안 및 요구사항을 수렴하고 조치계획을 수립한다(서울특별시 결재문서, 2018. 7. 27.). 같은 달 서울시는 광화문광장의 계획단계부터 시민과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광화문광장 시민위원회’(이하 광화문시민위원회)의 운영을 시작한다(서울특별시 보도자료, 2018. 7. 20.). 4개 분과(시민소통분과, 역사관광분과, 문화예술분과, 도시공간분과) 전문위원 50명과 시민참여단 177명으로 출범한 이 거버넌스는 “광화문광장이 담아야 할 가치와 광화문광장이 안고 있는 문제점에 대한 개선방안 논의, 변화되는 광화문광장의 사업전반에 대한 자문, 의견제안”의 역할을 수행하며, 매월 1회 회의, 워크숍․토론회 개최를 통한 의견 수렴, 역사인문학 강좌 및 역사 해설 프로그램 등을 운영한다고 홈페이지에서 밝히고 있다(https://gwanghwamun.seoul.go.kr).
구체적인 광화문광장 공간 계획안을 선정하기 위한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 설계공모’(https://project.seoul.go.kr)는 설계 및 거버넌스 단계(2018년 10월~2019년 8월)로 접어든 중요한 지표라고 볼 수 있다. 본 공모에서 세종문화회관 방면의 편측 광장안이 선정되고, 세종로 일대 지구단위계획 결정 변경이 진행되면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을 비롯한 10개 단체는 졸속 추진을 반대하는 기자회견과 토론회를 개최한다. 이 시기 서울시는 광화문시민위원회의 시민참여단을 대상으로 워크숍을 수행하고, 광화문 관련 인문학 강좌 및 가이드 투어를 통해 대시민 접점을 늘려갔다. 그럼에도 시민단체 연합의 반대 성명 발표가 잇따르자 박원순 서울시장은 광화문광장 설계안 전면 재검토를 시사한다(연합뉴스, 2019. 9. 19.).
2018년 10월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 설계공모’를 개최하면서, 광화문광장 재구조화의 시민참여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다. 서울시는 당선작 <Deep Surface: Awakening of Past and Future>(CA조경기술사사무소)를 선정하고, 광화문시민위원회 정기총회를 개최하여 추진상황 보고 및 광장조성사업 홍보 활성화 방안을 논의한다(서울특별시 결재문서, 2018. 12. 18.). 이어 광화문시민위원회는 시민참여단 130여명을 대상으로 워크숍을 열어 광화문 역사 강의, 사업 추진 현황 보고, 동상 이전 토론을 진행했다(서울특별시 결재문서, 2019. 3. 26.; 2019. 8. 27.). 서울시는 2019년 4월부터 9월까지 광화문 일대의 역사적 사실 등에 대한 시민들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광화문 역사 산책’과 ‘광화문 역사인문학 강좌’를 수행하면서(서울특별시 보도자료, 2019. 9. 9.; 2019. 11. 11.), 광화문 월대 복원을 위한 도로정비사업 등에 따라 위치 및 면적 변경과 광장 신설에 관한 ‘세종로 지구단위계획 결정 변경’을 고시한다(서울시 공고 제2019-1362호).
2019년 7월, 광화문광장 졸속 추진 중단을 요청하는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이 첫 번째 성명을 발표한다(경실련 보도자료., 2019. 7. 19.). 3일 뒤, 이에 동참하는 11개 시민단체가 모인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졸속추진 중단을 촉구하는 시민사회단체’(이하 광화문광장 반대 시민 연합)는 광화문광장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개최한다(경실련 보도자료., 2019. 7. 22.). 8월 광화문광장 반대 시민 연합은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이대로 좋은가?’ 라는 이름으로 1차 토론(공론화와 역사문화를 중심으로)과 2차 토론(교통문제와 주변 재개발․GTX를 중심으로)을 진행한다(경실련, 2019). 일주일 뒤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관련 추가적인 행정절차 중단을 촉구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갖는다(경실련 보도자료., 2019. 8. 29.).
같은 시기 서울시는 ‘광화문광장의 모든 날, 모든 순간’이라는 SNS 사진 공모전을 운영하고, 광화문시민위원회 시민참여단 100여명을 대상으로 광화문광장에 필요한 공간, 시설물, 문화행사에 관한 아이디어 수집 워크숍을 수행한다(서울특별시 보도자료, 2019. 8. 27.). 2019년 9월에는 광화문광장 인근 명소를 소개하고 광화문시민위원회 활동을 취재하는 등 온라인 콘텐츠를 제작하는 기자단 역할의 ‘광화문시민위원회 시민참여단 대학생 서포터즈’를 모집하였다(서울시 공고 제2019-2432호).
갈등 조정 단계(2019년 9월~2020년 10월)는 박원순 시장의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추진 중단 및 공론화 강화 발표를 기점으로 한다. 이 단계에서 서울시는 공개 토론회 5회, 전문가 토론회 3회, 시민대토론회 2회를 비롯하여 대상지 가이드 투어와 워크숍, 대시민 포럼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했다. 같은 시기 광화문광장 반대 시민 연합은 서울시가 주최하는 토론회에 패널로 참여하면서 반대 성명 발표 및 기자회견 9회, SNS를 통한 반대 캠페인 등을 수행했다. 박원순 시장의 사망 이후에도 서울시와 광화문광장 반대 시민 연합 사이에 새로운 소통의 물꼬를 찾지 못하고 광화문광장은 2020년 11월 16일 착공된다.
광화문광장 반대 시민 연합 활동 등의 영향으로 박원순 서울시장은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진행 절차를 중단하고 적극적인 시민소통을 통해 사업 시기와 범위를 결정하겠다고 밝힌다(연합뉴스, 2019. 9. 19.). 이를 기점으로 광화문광장 재구조화의 시민참여는 갈등 조정 단계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다. 광화문광장 반대 시민 연합은 서울시의 전면 재검토를 환영하면서 공론화를 기대한다는 기자회견을 갖는다(서울복지시민연대 성명서, 2019. 10. 8.).
서울시는 2019년 10월부터 12월까지 4회에 걸쳐 새로운 광화문광장 공개토론회를 개최하여 추진 경위 보고, 쟁점사항 소개, 종합 토론을 진행하고(서울특별시 보도자료, 2019. 10. 11.; 2019. 10. 17.; 2019. 11. 1.) 전 과정은 서울시의 영상 아카이브 사이트 ‘라이브서울’에 게재되었다(https://tv.seoul.go.kr). 같은 기간 서울시의 온라인 플랫폼 ‘상상대로 서울’을 통해 광화문광장에 관한 시민의견 2,422건을 수렴하고 주요 의제를 정리하였다(https://idea.seoul.go.kr). 2019년 11월 박원순 시장은 광화문광장 인근 5개동(삼청동, 사직동, 청운효자동, 평창동, 부암동)을 양일간 현장 방문하여 주민의견을 청취하고 토론회를 주관한다(서울특별시 보도자료, 2019. 11. 1.).
같은 시기 서울시는 ‘광화문광장 찾아가는 전문가 토론회’를 도시, 역사, 건축 분야별로 진행하고 전 과정의 영상을 공개하였다(서울특별시 보도자료, 2019. 11. 14.; 2019. 11. 20.; 2019. 12. 10.). 또한 광화문시민위원회는 광화문광장에 대형 에어돔을 설치하고 ‘광장문화포럼’을 개최한다. 사전에 온․오프라인에서 시민발언대를 운영하여 시민발제자를 공모하고, 광화문광장의 문화적 이용 방안을 세 가지 세션으로 나누어 수렴하였다(서울특별시 보도자료, 2019. 11. 13.). 이어 광화문시민위원회 시민참여단 100여명을 대상으로 2019년 시민참여단 활동 돌아보기와 향후 사업 홍보를 위한 워크숍을 수행하고(서울특별시 결재문서, 2019. 11. 25.), 2019년 12월 서울시는 두 차례에 걸쳐 표집한 시민 300명을 대상으로 ‘광화문광장 시민대토론회’를 주최하였다(서울특별시 보도자료, 2019. 12. 6.).
광화문광장 반대 시민 연합은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A를 비롯한 도시 교통에 대한 이슈와 대상지 주변 이용 환경 및 도심부 개발로 인한 편익의 이슈를 제기하고(경실련 보도자료., 2020. 1. 28.), 보다 적극적인 공론화 과정을 통해 광화문광장 재구조화의 큰 그림을 그리자고 제안했으며(경실련 보도자료., 2020. 2. 13.), 앞선 이슈에 포괄적인 집회 금지를 유연화하는 집회시위법 개정안 건의를 추가하여 공동 입장문을 발표한다(경실련 보도자료., 2020. 7. 1.). 2020년 7월 9일 박원순 서울시장의 사망 이후 서울시는 광화문광장 조성을 추진하는 움직임을 보인다. 이에 광화문광장 반대 시민 연합은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추진을 반대하는 공동 성명을 여섯 차례 발표하고(경실련 보도자료., 2020. 10. 5.; 2020. 10. 22.; 2020. 11. 6.; 2020. 11. 12.; 2020. 11. 15.; 2020. 11. 16.), 광화문광장 재조성 중단을 위한 전문가 서명 운동을 벌이고(경실련 보도자료., 2020. 10. 13.),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반대의 해시태그를 담은 SNS 손글씨 캠페인을 전개한다(경실련 보도자료., 2020. 11. 11.). 위의 과정에서 광화문광장 반대 시민 연합이 지속적으로 제기한 다섯 가지 어젠다는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관련) 모든 정보 공개 및 쟁점 공론화, (광화문광장의) 물리적 구조 재편 이전에 사회 실험, (광화문 일대) 교통수요 억제 프로그램(혼잡통행료) 및 녹색교통네트워크 도입, 광장의 물리적 구조(형태)에 대한 공론화 필요, GTX 광화문역 설치 중단과 대규모 지하 개발사업 폐기”였다(경실련 보도자료., 2021. 4. 22.).
시공 추진 단계(2020년 11월~2022년 8월)의 시작은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의 현장 착공(2020년 11월 16일)을 기점으로 한다. 이 시기 광화문광장 반대 시민 연합은 반대 성명 발표 및 기자회견을 14회 열고, 광화문광장 조성 추진 반대 운동 과정을 담은 백서(김규원 등, 2022)를 발간한다. 서울시는 오세훈 시장의 보궐 선거 당선(2021년 4월 7일) 후, 광화문광장 반대 시민 연합의 공개질의서에 대해 강행 의지를 담은 원론적인 답변을 비공개로 제시한 것 외에(서울특별시 결재문서, 2021. 5. 11.), 대상지 일대 매장문화재 해설 투어와 미래상에 관한 일러스트 공모를 한 차례씩 진행한 후 재개장하였다(2022년 8월 6일).
앞서 서울시의 갈등 조정 및 공론화의 노력에도 광화문광장을 둘러 싼 주요 쟁점에 대한 명쾌한 타개 방안이나 시민사회단체 간 협의 없이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은 착공된다(서울특별시 보도자료, 2020. 11. 16.). 광화문광장 반대 시민 연합은 광화문광장이 완공되는 시점까지 열 세 차례에 걸쳐 반대 입장 표명, 공론화 과정 비판, 졸속 추진 중단 요청, 시장 규탄 성명 등을 개진하고(경실련 보도자료., 2020. 11. 18.; 2020. 11. 20.; 2020. 11. 25.; 2020. 11. 30.; 2020. 12. 1.; 2020. 12. 14.; 2020. 12. 21.; 2021. 1. 5.; 2021. 4. 14.; 2021. 4. 22.; 2021. 4. 28.; 2021. 5. 13.; 2022. 8. 5.),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에 대응해 온 활동의 백서 ‘광화문광장, 거버넌스는 왜 실패했는가’를 크라우드펀딩으로 발간한다(2021년 10월).
2021년 4월 재보궐선거에서 오세훈 시장이 당선되고, 광화문광장 반대 연합의 공개 질의에 대해 광화문광장 조성을 지속 추진하겠다는 의향의 원론적인 답변을 비공개로 회신한다(서울특별시 결재문서, 2021. 5. 11.). 이후 서울시는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시공 기간(2020년 11월~2022년 8월) 동안 대상지 일대 매장문화재 해설을 포함한 가이드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하였고(서울특별시 결재문서, 2021. 5. 14.), 2021년 9월부터 두 달 간 새로운 광화문광장의 미래를 상상하여 그리는 ‘미리 보는 광화문광장 일러스트 공모전’을 진행하였다(서울시 공고 제2021-2395호). 그리고 2022년 8월 6일 광화문광장은 재개장한다(서울특별시 보도자료, 2022. 8. 5.).
4. 광화문광장의 시민참여 분석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의 시민참여 정책에서 광화문포럼5)의 역할은 지대했다. 2016년 9월부터 10개월 간 역사, 도시계획, 도시설계, 건축, 조경, 교통, 문화, 언론 분야 전문가 33인과 서울시 내부위원 14인의 논의를 통해 도출한 이슈들은 이후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의 시민참여 및 공론화의 어젠다를 지배해왔다(광화문포럼, 2017). 해당 분야별 전문가가 오랜 시간을 들여 도출한 의견인데다 정례포럼 회차별로 다룬 소재 역시 보행 환경, 주변부 공간 연계, 역사성, 경관 보존 및 관리, 교통 계획, 시민이용 원칙 등 대상지에 대한 다층적인 접근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또한 이 포럼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광화문광장의 방문 경험이 있는 20세 이상 서울시민 1,053명에게 광화문광장에 관한 의식 조사를 진행하고, 2014년에 동일한 질문으로 수행된 설문 결과와 비교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도출한 ‘광화문광장 개선을 위한 5대 원칙과 실행 방안’은 광화문광장 개선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의제 설정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자산을 바탕으로 2018년 7월 출범한 거버넌스 광화문광장 시민위원회(이하 광화문시민위원회)는 비판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광화문시민위원회의 설립 목적은 “계획단계부터 시민과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여 시민주도의 대한민국 대표광장 조성”이며, “광화문광장이 담아야 할 가치와 광화문광장이 안고 있는 문제점에 대한 개선방안 논의, 변화되는 광화문광장의 사업전반에 대한 자문, 의견제안”의 역할을 수행한다. 이를 위해 전문가 위원 50인과 시민참여단 177인이 “월1회 4개 분과 전문가 회의 및 상임위원회 개최, 워크숍․토론회 개최를 통한 의견 수렴, 역사인문학 강좌, 역사 해설 프로그램 등 시민참여 프로그램 운영”의 활동을 통해 수행한다고 밝히고 있다(https://gwanghwamun.seoul.go.kr). 홈페이지에 공개된 자료 기준으로 광화문시민위원회 시민소통분과는 45개월 동안 열 차례 회의를 개최했으나, 그 중 절반은 회의의 개요조차 게시하지 않고 있다.
또한 중요한 이슈는 분과별 회의에서 먼저 논의된 후 시민대표 4명을 포함한 상임이사회에서 논의를 진전시켰는데, 조봉경(2021b: 170)은 시민대표가 상임이사회의 내용을 지역 주민에게 전달하고 해당 이슈에 대한 의견을 다시 종합하여 상신하기까지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시민의 이름으로 위촉한 이 거버넌스는 충분한 토론의 기회와 여건을 보장하기보다, 전문가로 이루어진 분과별 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을 통보받는 입장에 가까웠다(SBS뉴스, 2019. 2. 15.; 한겨레, 2019. 7. 22.; 중앙일보, 2019. 8. 29.; 뉴시스, 2019. 9. 28.). 이후 대부분의 시민참여 프로그램은 광화문시민위원회가 주최하고 서울시가 주관하는 것으로 표기되었는데, 광화문시민위원회라는 거버넌스는 그 이름에 합당한 역할을 수행했는지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여지는 많지 않다.
한편, 서울시는 2017년 10월부터 제공하기 시작한 온라인 공론장 서비스 ‘상상대로 서울’을 통해서도 광화문광장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였다. 2019년 10월부터 12월까지 진행된 ‘시민이 즐겨 찾는 광화문광장, 어떤 공간이 되기를 원하시나요?’에서는 2,329명이 참여하여 2,422건의 의견을 수집하였다(https://idea.seoul.go.kr). 실명 로그인 후 익명의 댓글을 적는 형식의 기록 방식이지만, 시민들의 인기 댓글 상위 10건에는 통산 1,500여개의 좋아요가 나누어 부여될 만큼 온라인의 참여를 이끌어 냈다. 서울시는 이렇게 수집된 의견을 다시 이슈별로 분류하고 가장 많이 언급된 네 가지 어젠다에 대해 서울시 차원의 답변을 제시한 것은 주목할 만한 소통 사례이다6).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의 수행 기간 시민소통의 측면에서 대상지 인근 주민설명회 5회, 시민공개토론회 4회, 찾아가는 전문가 토론회 3회, 시민대토론회 2회, 포럼 1회 등이 이루어졌다. 6년여 간 이루어진 이 시민참여 프로그램들은 행사 기획, 운영 및 관리, 결과 공유 및 배포 등에 소요되는 기간을 고려할 때 합리적인 공론화를 수행하기에 결코 여유로운 일정이 아니다. 이는 앞선 공론화 원칙 중 충분성의 관점에서 비판받을 여지가 있다. 또한 해당 소통의 참여자들이 사전에 의제와 자료를 공유 받지 못했다는 점에서 공개성의 조건이 미비했으며, 소통 주제에 대해 적절한 방식의 논의가 진행되지 못했고, 그마저도 충분한 시간과 기회를 보장받지 못했기 때문에 소통 여건이 확보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시민대토론회를 제외하고 주로 전문가의 발제와 전문가 패널 간의 토론이 중심이었고, 자유 질의와 답변을 위시한 토론의 시간은 짧게 진행되었다. 시민대토론회는 충분한 시간을 부여했다고 하나, 랜덤으로 추출한 시민 300명을 대상으로 사전 정보 제공 없이 진행되어 숙의를 위한 최소한의 제반 여건 즉 공개성과 포용성이 충족되었다고 보기 힘들다. 요컨대 광화문광장 조성 과정의 소통 여건은 행사 횟수와 참여 인원 등 정량적인 수치로 과포장 되었을 뿐, 충분한 내실을 기하지 못했다.
광화문광장 재구조화를 위한 시민참여 과정에서 처음 생산되고 공개된 자료는 광화문포럼이 작성한 ‘광화문광장 개선의 방향과 원칙’이다(광화문포럼, 2017). 전문가 집단과 서울시 내부위원이 10개월에 걸친 논의로 작성한 이 공개 자료는, 이후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과정에서 가장 자주 인용되는 비판과 옹호의 레퍼런스로 쓰인다. 시민들이 대상지에 관한 정제된 정보와 견해를 사회적 학습을 통해 숙지하고, 이를 숙의 과정을 통해 발전시켜 나가는 것은 효율적인 시민참여 실천 전략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오픈스페이스 조성 초기, 해당 대상지 개선을 위한 원칙과 실천 방안을 정리하여 공개한 것은 실효적인 첫 단추였다.
광화문포럼 이후 조직된 거버넌스인 광화문시민위원회는 광화문이 재개장하는 단계까지만 유지되었으며, 시민참여 행사의 주최를 맡되 프로그램 진행은 서울시가 주관했다. 광화문시민위원회 내 전문가(50인)만으로 구성된 네 개의 분과별 회의에서 주요 이슈가 논의되었고, 이 논의의 결과가 시민대표 4인이 포함된 상임 위원회로 전달되어 논의를 발전시켰다. 이 과정에서 분과별 회의의 이슈에 대한 배경과 토론 과정, 잠정 결론에 대해 공개된 바는 극히 적으며, 상임 위원회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177명이 위촉된 시민참여단은 서울시가 주관하는 광화문광장 관련 공론화 프로그램에서 사전에 논의 관련된 자료를 공유 받거나 이슈에 대해 알지 못한 채 참가를 요청받았다. 시민참여단만을 대상으로 ‘시민참여 워크숍’(2019년 3월~2019년 11월)이 네 차례 수행되었으나 낮은 차원의 의견 수집에 가깝고7) 결과를 담은 자료 또는 문서는 공개되어 있지 않다.
의견 수렴의 목적으로 수행된 시민참여 프로그램에서 참여 대상을 제한하지 않은 행사는 광화문시민위원회 주최 기준으로 ‘시민토론회’(2018년 7월, 의제 설정 단계), ‘공개토론회’(2019년 10월~12월 간 4회, 갈등 조정 단계), ‘광장문화포럼’(2019년 11월, 갈등 조정 단계), 서울시 주최 기준으로 ‘시민토론회’(2017년 5월, 의제 설정 단계), ‘주민설명회’(2017년 11월~2019년 11월 간 8개동 5회), ‘상상대로 서울 온라인 공론장’(2019년 10월~12월, 갈등 조정 단계)8), ‘찾아가는 전문가토론회’(2019년 11월~12월 간 3회, 갈등 조정 단계), ‘시민대토론회’(2019년 12월 간 2회, 갈등 조정 단계)이다. 상기 시민참여 프로그램에 대해, 소통 정보의 관점에서 다음의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다.
먼저,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의 대상지 정보와 조성 추진 과정에 대한 정보가 공개되어 있지 않았고, 이에 접근 가능한 공식 채널이 전무했다. 대부분의 행사에서 서울시 실무자가 추진 경과를 발표하였으나, 발표된 정보를 공개적으로 확인 가능한 경로는 없었다. 다음으로, 시민참여 프로그램의 수행 결과 및 후속 연계 조치에 대한 기록이 없다. 대부분의 시민참여 프로그램의 운영 계획에 대한 문서만이 보존되어 있을 뿐, 결과는 공개되어 있지 않다. 다만, 2019년 갈등 조정 단계에서 수행된 ‘찾아가는 전문가토론회’ 2회와 ‘광화문광장 공개토론회’ 4회는 토론회 결과와 속기록이 공개 결재 문서로 남아 있어 누구나 원본 자료에 접근 가능하다(서울특별시 결재문서, 2019, 10. 28.; 2019. 11. 14.; 2019. 11. 26.; 2019. 12. 4.; 2019. 12. 10.; 2019. 12. 16.). 그러나 결과가 남아 있더라도, 이 행사에서 수렴된 내용이 차후에 어떻게 조치되었는지는 확인이 불가하다. 결과적으로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은 시민참여 정책의 수행 과정에서 대상지의 정보, 조성 및 추진 경과, 시민참여 수행 중간 결과에 대한 공개를 보장하지 못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은 공론화의 원칙 중 공개성이 달성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광화문광장 조성의 시민참여는 공론화를 통한 숙의와 토론의 과정이라기보다, 조성 주체의 의도대로 의견을 수집하고 제시된 의견마저 행사장에 적치한 채 행사를 운영하기는 했다는 기록만을 채집한 셈이다.
도시 오픈스페이스를 조성하기 위한 사전 구상 단계에서 대상지를 둘러 싼 이슈를 수집하고 어젠다를 도출하는 과정은 무척 중요하다. 시민참여의 과정적 한계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제한된 여건 하에 효율적인 의사소통을 수행해야하기 때문에, 사업 초기 전문가의 밀도 있는 논의와 핵심 의제 도출 결과물은 이후 시민참여 과정에서 유용한 자료가 되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광화문광장 조성 과정의 첫 단추인 의제 설정 단계에서 10개월여 간 47인이 참여한 광화문포럼은, 운영 과정이 비공개되는 등 과정 상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으나 광화문 개선의 5대 원칙과 실행 방안을 정리하여 공개했다는 점에서 괄목할만하다.
광화문포럼 이후 서울시는 대상지 현황을 체험하고 인문학적 교양을 넓혀주는 특강과 가이드 투어 프로그램을 일부 진행하였다9). 특히 광화문 관련한 교양 프로그램 ‘광화문 역사인문학 강좌’(2019년 4월~12월)와 대상지 일대를 전문가 해설과 함께 도보로 투어 하는 ‘광장 역사 산책’(2019년 10월~12월), ‘광화문광장 일대 매장문화재 해설’(2021년 5월)을 수행하였다. 상기 프로그램은 대상지에 대한 시민의 관심을 촉구하고, 공간을 직접 체험하면서 대상지 현안을 확인하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 있는 바탕이 된다는 점에서 효과적이었지만 운영 횟수가 적었고 운영의 지속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2020년 3월 발효된 코로나19의 팬데믹으로 오프라인 운영이 어려웠다고 볼 수 있으나, 공공 공간 관련 콘텐츠 및 프로그램들이 ‘랜선 투어’, ‘온라인 교양 강좌’ 등 비대면 방식으로 전환 수행된 사례를 볼 때 조성 주체의 의지가 미비했던 것으로 보인다.
광화문시민위원회의 주최로 4회 수행된 ‘광화문포럼 시민참여 워크숍’의 문제점도 다분하다. 참여 대상은 광화문시민위원회 시민참여단에게만 한정되었으며, 수행 주기는 3개월에서 8개월로 불규칙적이며, 소통 주제도 동상 이전 관련 토론부터 광화문광장 홍보 활성화 방안까지 다루어지는 등 소재의 스펙트럼이 세심하게 안배되지 못했다. 심지어 광화문시민위원회 시민참여단 구성 자체가 서울시가 관리해 온 인력풀인 도시계획 포커스 그룹을10) 대상으로만 모집되어 시민참여 및 공론화의 중립성 관점에서 비판받아 왔다(조봉경, 2021a: 148-149). 이는 공론화의 관점에서 공개성과 포용성의 확보가 미흡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시민참여 워크숍은 의견 취합 전문가인 퍼실리테이터의 진행으로, 광화문에 대한 사전 배경 지식 없는 다수의 시민참여단 인원을 대상으로 ‘활동 소감 쓰기, 사진 찍기, 댓글 읽기, 악기 배우기’ 등 낮은 차원의 의사소통에 그쳤다7). 광화문시민위원회 시민참여 워크숍의 참여 대상을 시민참여단으로 한정한다고 할 때 심도 있는 의사소통 중심의 집중적인 워크숍을 기대할 수도 있으나, 단편적인 아이디어의 물리적 수집과 재구성에 가까웠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갈등 조정 단계에서 수행된 시민참여는 참여 계층의 선정과 운영에서 부적절한 단면을 드러냈다. 앞서 광화문시민위원회 시민참여단을 도시계획 포커스그룹에서 선발하였다는 비판과 더불어, 서울시의 마지막 의견 수렴 행사인 ‘시민대토론회’ 마저 랜덤하게 선정된 시민 300명(균형 표집)을 대상으로 사전 정보 없이 진행하여 지적의 대상이 되었다. 시민사회단체와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시기, 시민소통을 통해 의사결정 하겠다는 의지가 기계적 중립 또는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천착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업 초기 추진 여부에 대해 결정하는 단계가 아니기에 서울 시민의 통계적 대표성을 띤 균형 표집의 의의가 적은데다가, 갈등 조정 단계에 접어든 시점에서 광화문광장의 개선 방향이라는 근본적인 어젠다에 대해 토론하는 것은, 더군다나 사전 정보 공개 없이 300명의 토론을 전개한다는 것은 애당초 숙의를 통한 시민소통을 기대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의 수행 방식은 적절하지 못했다. 서울시가 공공 공간 조성을 위해 비교적 최근에 수행한 시민참여 정책이라는 점에서, 절차적 합리성을 위시한 조성 주체의 당위성 획득을 위한 요식 행위로 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
5. 결론
도시 오픈스페이스 조성 과정의 시민참여가 수행되는 양상을 살펴보고자 공공 계획의 시민참여 제도와 마을만들기, 주민참여 개념의 전개를 정리했다. 공공 계획 수립 과정에서 의견 수렴을 위한 시민참여 제도가 법제화 되는 등 제도적 환경이 구축되었으나 공청회의 법적 기준 미비, 정보 공개의 비대칭성, 시민참여의 수동적 운영 등 한계가 있었다. 그럼에도 1980년대 정주성이 강한 지역에서 주민들의 자발적인 협력으로 자생적 마을만들기가 진행되었고, 1990년대 시민단체의 주도로 마을만들기의 공간적 대상이 정주 공간에서 지역 환경으로 확장되었다. 이어 2000년대 지역 활성화 사업과 2010년대 도시재생사업은 주민참여에 대한 사회적 경험을 확산시켰으며, 도시 공공 공간 조성과 관리에 있어 시민참여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게 되었다.
또한 참여 기반 오픈스페이스 조성을 다룬 선행 연구의 분석을 통해 조성 단계별 시민참여 특성을 살펴 본 결과, 각 대상지별 해당 단계의 시민참여 프로그램 시행 여부가 상이하며 비교적 단기간에 완공되어 시민참여 내용과 결과의 연계성을 도출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이에 역사적인 오픈스페이스이자 장기간의 시민참여를 수반하여 조성되었고 관련 자료가 공개되어 있는 광화문광장을 중심으로 살펴하였다. 특히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과정을 의제 설정 단계, 설계 및 거버넌스 단계, 갈등 조정 단계, 시공 추진 단계로 나누어 시민참여의 여건과 정보 공유, 수행 방식의 특성을 분석하였다. 그 결과 광화문광장은 시민참여를 위한 소통 여건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고, 사업 시행 현황과 시민참여 과정의 정보 공개는 미진했으며, 시민참여의 내용과 방식은 단조롭게 수행되었다. 광화문광장의 시민참여 특성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광화문광장 재구조화를 시작하는 단계에서 이니셔티브 그룹(광화문 포럼)을 조직하여 공론화의 이슈를 사전 추출하였지만, 의견 수렴을 목적으로 하는 대부분의 시민참여 프로그램은 사전 정보 제공 없이 진행되거나 전문가의 지정 토론 중심으로 수행되었다. 시민이 참여한 행사 횟수와 참여 인원 등 계량 가능한 수치만으로 객관성을 확보하고자 했다.
둘째,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의 추진 과정에 대한 정보가 공개되지 않았다. 또한 소수의 프로그램 외에는 운영 결과와 후속 연계 조치에 대한 기록이 공개되어 있지 않다. 시민참여 행사에서 서울시는 정보 제공의 주체로서 제한된 정보만을 공개하였고, 수집된 시민들의 의견과 이에 대한 반영 여부 및 후속 조치는 공개되지 않았다.
셋째, 광화문광장 재구조화의 시민참여는 의제 설정 단계와 설계 및 거버넌스 단계에서 낮은 차원의 일방향 소통 중심으로 수행되었고, 갈등 조정 단계에서는 참여 계층에 대한 논란과 단편적인 의견 수집 방식의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리고 시공 추진 단계에서는 광화문광장에 대한 체험 및 홍보 목적의 시민참여 프로그램만이 수행되었다.
본 연구는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의 조성 주체인 서울시에서 생산하고 공개한 자료를 대상으로 분석했기 때문에 이해관계자의 내밀한 상호작용에 대한 분석이 다소 배제된 부분이 있다. 그러나 본 연구에서 분석의 기준으로 삼는 공론화의 관점에서는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은 정보와 소통 과정은 공적으로 인지되지 않은 영역으로서, 정보의 공개가 미비했다는 판단의 준거가 된다. 한편 11개 시민단체의 반대 운동은 서울시로 하여금 광화문광장 재구조화의 전면 중단(2019년 9월)과 적극적인 시민소통 추진이라는 결과를 이끌어 냈다. 그럼에도 서울시의 시민참여 정책은 시민단체 연합이 제기한 다섯 가지 어젠다(3.3장 참조)를 구체적으로 논의하지 못한 채 광화문광장은 재개장되었다. 조성 주체의 미흡한 시민참여 정책이 궁극적으로 높은 차원의 시민참여와 연대를 이끌어 내고 어젠다를 도출했지만 결과적으로 하나도 수용되지 못한 셈이다. 결론적으로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의 시민참여는 시민과 전문가에 대한 충분한 소통 여건을 확보하지 못했고, 조성 과정의 현황과 시민참여 과정의 정보 공개는 부족했고, 시민참여의 내용과 방식은 참여 계층과 소통 소재에 대한 대상과 소재에 대한 고민 없이 단조롭고 일방향으로 수행되었다.
본 논문은 효과적 시민참여를 탐색하기 위한 학술적 시도의 시작이며, 이를 지지하기 위하여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례의 시민참여 소통 여건, 시민참여 과정의 정보 공개, 시민참여 내용과 방식 등을 살펴보았다. 이는 최근 논의가 정체된 오픈스페이스 시민참여 관련 연구의 진전에 매개가 될 수 있다. 특히 오픈스페이스 조성 이후 시민들의 이용과 참여형 관리 방안에 집중되었던 연구 경향에서 벗어나 조성 단계의 시민참여 전략과 계획에 대한 기초 연구를 수행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최근 오픈스페이스의 시민참여 관련 연구가 감소하는 가운데, 본 연구를 통해 오픈스페이스 조성 과정에서 요청되는 시민참여의 내용과 방식, 함의와 전략을 규명해가는 단초가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본 연구는 다음의 한계를 갖는다. 먼저 참여 주체에 따른 시민참여 정책과 수행 사항에 대한 비교가 부족했다. 또한 개별 시민참여 프로그램이 조성 주체와 이용 주체에게 어떤 경로로 경험되고, 이를 어떤 요소로 환원하여 분석할 것인지에 대한 접근이 필요하다. 차후 시민참여 정책의 참여 주체 간 관점의 차이 분석, 시민참여 프로세스 해석을 위한 연계 이론의 탐색이 개진되어야 한다. 마을만들기에서부터 지역활성화와 도시재생사업에 이르기까지 시민의 참여로 도시를 만들어 가는 취지와 방향에 대한 공감대가 넓어지고 있다. 광화문광장과 같이 정치사회적으로 주목받는 오픈스페이스의 조성 과정에서 경험한 시민참여와 소통이, 이후 도시 오픈스페이스의 조성과 시민참여 방안에 귀감이 될 수 있도록 후속 연구의 대상과 범위가 확장되어야 한다. 이러한 학술적 자산과 사회적 경험이 결집되어 참여를 바탕으로 도시 공간을 조성하고 이용 및 관리해 나갈 때, 도시 환경 조성의 정책과 제도는 대의민주제의 한계를 넘어 진일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