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개인 정원’이라는 사유 공간을 공공에 오픈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은 개인 정원을 많이 보유한 나라인 영국, 일본 등에서 활용되어 왔다. 영국의 national garden scheme은 잉글랜드 웨일즈 지방의 많은 중산층 정원을 개방했고, 이를 통해 얻게 된 수익은 자선단체에 기부되었다. 영국의 영향으로 스코틀랜드, 네덜란드, 독일, 벨기에, 일본, 호주 등의 나라에서도 비슷한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Benfield, 2013). 그중 일본 내에서는 1990년대 중반부터 오픈가든 활동이 일어나며 경관 운동으로 확장되어 지역의 가치를 향상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렇듯 마을 내의 여러 개의 작은 정원들을 엮어서 함께 오픈하는 오픈가든 행사는, 상대적으로 적은 공적자금을 들이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큰 기여를 하기도 한다(히라타 후지오와 손용훈, 2015). 또한 관광을 위해 설계되지 않은 개인의 정원을 소유자가 개방함으로써 기술을 입증하고 기금을 모을 수 있다는 이점이 있고, 사회적 접촉도 일어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으며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는 강력한 도구가 되기도 한다(Lipovská, 2013; Cakovska, 2018).
한편, 한국에서는 2013년 순천만 국가 정원 박람회를 기점으로 정원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과 수요가 늘었다. 2015년, 정원에 관련된 법률이 정비되면서 국가 정원이라는 법률적 개념이 만들어졌고, 이때 개인이 조성하고 운영하는 정원으로 ’민간정원’이라는 제도와 법률적 개념도 함께 등장했다. 민간정원은 ’법인․단체 또는 개인이 조성․운영하는 정원’으로, 개인 또는 법인이 정원을 등록하여 일반에 공개할 수 있는 제도이다. 2015년도에 생긴 한국의 ’민간정원’ 제도는 개인의 재산인 정원을 공공에 개방하도록 장려하고 이를 관에서 지원할 수 있도록 정비한 법안으로 2024년까지 158개의 민간정원이 제도에 의해 등록되어 있다. 이전까지 한국에서는 사유 공간을 공공에 오픈하고 공적으로 활용하던 사례가 일반적이지는 않았다. 공적 녹지인 공원에 비해 ’정원’은 사적 공간이라는 인식이 강했고, 사적 공간을 공공에 개방하는 것이 흔하지 않았다.
이전의 ‘민간정원’ 관련 연구를 살펴보면 조성아와 성종상(2019)은 민간정원 초기 민간정원들의 실태조사를 통해 특성을 파악했고, 이정 등(2021)은 전라남도에 위치한 민간정원의 입지와 프로그램을 분석하였다, Kim et al.(2022)은 민간정원 초기, 제도에 관해 문제점을 파악하고 해외사례를 분석하여 적용할 수 있는 정원 네트워크 제도에 대해 제안하였다. 그리고 이보현(2024)은 민간정원의 공공성 역할에 대해 논하였고, 홍승훈과 이혁재(2025)는 공공재로서의 가치발굴과 근거를 제시하기 위한 평가지표를 개발하는 연구를 진행하였다. 입지 특성과 활성화, 역할 및 평가지표 등 민간정원 자체에 관한 연구가 대부분 이루어져 있었으나 정원주들의 경험 과정과 사회적 의미를 탐구한 연구는 그간 이루어지지 않았다.
따라서 본 연구는 근거 이론적 접근을 통해, 정원 개방 과정에서 나타나는 정원주들의 경험의 구조적 과정을 탐구하고 이론적 모형을 제시하고자 한다. 본 연구를 통해 정원주가 사적 공간인 정원을 개방하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으며, 개방 과정에서 정원주가 경험하는 중심 현상은 무엇인지. 그 경험 속에서 어떠한 대응 전략을 사용하였고 어떤 변화를 경험하게 되었는지 면밀히 살펴보고자 한다.
2. 이론적 고찰
정원((庭園, garden)의 사전적 정의는 일반적으로 ‘집 안에 있는 뜰이나 꽃밭’을 뜻한다1). 서구에서 정원을 뜻하는 garden, garten, jardin의 어소 ‘gher’는 공간을 둘러싸는 행위, 또는 그렇게 둘러싸인 공간을 말하는데, 정원을 의미하는 한자어 ‘園’의 부수자인 큰 입 ‘구’(口)도 에워싸는 행위를 뜻한다는 점에서 서구의 ‘gher’와 마찬가지로 위요 공간을 뜻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가장 원초적인 정원의 원형은 닫혀있고 사적인 ‘위요(圍繞)공간’으로서의 정원이라고 할 수 있다(황기원, 1987).
정원과 달리 공원(公園, public park)은 19세기 후반 유럽의 근대화 과정 중 생겨난 일종의 “발명품(황주영, 2014)”이다. 공원은 19세기의 급속한 도시화로 인한 삶의 질 악화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되었고, 도시의 핵심적 구성 요소가 되었다. 이때 개인의 사적 공간이 공원으로 전환되기도 하였다. 왕족이나 귀족 등의 지배층이 소유한 사냥터가 시민을 위한 공원으로 바뀌었는데2), 사적 공간이 공적영역으로 전환되는 과정이자, 민주주의 시민사회로 나아가는 과정이기도 하였다. 공원의 공공성(公共性)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공원의 탄생은 공공성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원은 공공(公共)적이어야 하는가.
‘공공성(公共性, publicness)’은 학문에 따라 약간 다르게 논의되어 왔는데, 그 개념을 간략히 규정하자면 무언가를 공적인 것으로 만드는 속성이라고 할 수 있다. 근대에는 공공(公共)의 개념을 영어의 public에 대응하게 보았다. 이는 사(私)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주로 국가나 정부, 공공기관을 공공성의 실행 주체에 놓는다(차동욱, 2011). 하지만, 하버마스(2001)는 국가의 역할을 강조하는 근대 계약 사상으로 인해 共의 역할이 축소되었을 뿐, 공공성이라는 단어는 公과 共으로 이루어져 public과 함께 common의 개념이 포함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근래 공공성 연구들은 공공(公共)에서 공(共; 함께 공, common)의 개념을 재조명하고 있다. 단순히 공(公)과 사(私)의 대립을 넘어 공(共)의 역할을 통해 공공성을 이해하고 실현할 수 있다고 여긴다(이병택, 2011; 차동욱, 2011; 조승래, 2014; 이동수, 2015; 임의영, 2018; 최태현, 2019; 신수임, 2020). 현대에서 공공성의 주체는 국가나 정부뿐만이 아니라 공익을 위한 모든 사회적인 주체를 포함한다. 또한 수평적, 지역적, 협력적인 공(共)의 의미가 기반이 되고 주체가 되며 공(公)은 이를 지원하고 확산하는 동반자적 역할을 한다.
조대엽(2012)은 공공성 판단을 위한 기준으로 공민성, 공익성, 공개성을 제시한다. 공민성(公民性)은 공적 질서의 형성과 운영에 누가 어느 정도로 참여하는가를 의미하며, 공익성(公益性)은 자원의 사회적 유용성과 공유 정도를 의미한다. 공개성(公開性)은 사회문화적. 행위적 차원에서 공론장의 개방성을 가리킨다. Schindler(2017)는 공공 공간은 사람마다 다른 의미를 지닐 수 있고, 다양한 측면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테면, 누가 공공 공간을 이용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춘다면, 공공 공간은 대중에게 개방되고 접근 가능한 공간으로 정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사적 공간이라도 그 소유의 주체보다는 대중에게 개방되어 있고 접근 가능하다면 충분히 공공성을 띤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영국 런던의 스퀘어 정원은 사적 정원이 공공성을 획득한 대표적 사례이다. 19c 전후로 런던 도심의 스퀘어3) 정원들은 공공에 개방되면서 도심에 경관을 제공해 주고 시민들의 휴식처를 제공하였다. 처음부터 공공에 개방하기 위한 용도는 아니었다. 거의 모든 공간이 울타리로 둘러싸여 주변 세입자의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되었던(Olsen, 1976)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19c 이후 런던의 인구는 급격히 늘었고, 스퀘어 정원은 도시개발의 위기에 놓였다. 녹지가 부족했던 도심에서 개방 공간에 대한 접근은 특권층뿐만이 아니라 모든 도시 거주자들의 권리로 점차 여겨졌고, 공공이 개입하여 개발로부터 보호하고, 환경을 지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 「Town Gardens Protection Act 1863」, 국민 건강을 위해 정원의 공공 접근 및 이용을 장려한 「Public Health Act 1875」, 도심에서 열린 공간의 범주를 확장하고 정원의 공공 접근을 장려한 「Open Spaces Act 1906」가 제정되고 개발로부터 스퀘어를 보존하는 법 「London Squares Preservation Act 1931」의 제정까지 이어졌다(Lawrence, 1993). 이 제도는 런던 내 460개의 스퀘어, 정원을 공공이 적극적으로 매입하고 관리해 공공 개방을 장려하였다. 결국 스퀘어 정원은 시민의식 성장과 제도로 인해 개발로부터 보호되었으며 동시에, 일부 정원은 공공이 누릴 수 있게 되었다(김현준, 2023). 현재는 오픈 가든 스퀘어 위켄드(open garden squares weekend)와 같은 행사를 통해 매년 더 많은 개인 정원에 일반인이 접근할 수 있게 장려하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녹지가 부족한 도심 내 정원의 경우, 경관적, 환경적 이유로 공공 개방에 대한 압력이 더 클 수 있다.
한편 도심 정원이 아닌 개인 주택의 정원을 관광 및 자선의 목적 등으로 개방하는 경우도 있다. 영국의 NGS(National Garden Scheme)가 운영하고 있는 ‘오픈가든’이라고 일컬어지는 정원 개방 행사이다. NGS는 1927년 퀸즈 간호 연구소(Queen’s Nursing Institute)에 의해 설립된 비영리단체로, 우수한 정원 소유주들에게 하루 동안 일반 방문객에게 개방하고 모금된 기금을 연구소에 기부하도록 요청하였던 프로그램이 지금의 오픈 가든의 시초가 되었다. 1927년 당시 약 600개의 정원이 개방되었고, 2024년에 약 3,500개의 정원으로 늘어났다. 기부금도 2024년 총 7,400만 파운드를 넘어섰다4). NGS는 그들의 비전을 ‘모든 사람이 정원에 접근할 수 있고, 정원이 주는 건강, 웰빙, 삶의 즐거움에 대한 이점을 깨닫게 하기 위함’이라고 명시하고 정원의 이점을 알리기 위한 홍보 활동과 정원 활동에 대한 지원에도 힘을 쏟고 있다. 실제로 NGS에서 정원 개방을 결정한 정원 주인들은 자선에 기여할 수 있고, 지역사회 참여하며 공동체 형성 등을 할 수 있는 이점에 정원을 개방하고 있다(Čakovská, 2018).
국내에서는 2013년 세계 정원 박람회가 열렸던 순천만정원을 ‘국가 정원’으로 지정하고, 수목원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을 수목원․정원의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로 개정하면서 법률상 ‘국가 정원’, ‘지방 정원’, ‘민간정원’ 개념이 생겼다. 그 결과 전통적으로 사적․내밀한 공간이었던 정원이 국가가 관리하거나 대중에 개방하는 공간으로 성격이 변화하고 있다. 민간정원 제도는 특히 개인 정원의 공공 개방을 장려하며 사적 공간에 공공성을 부여하고 있다. 대중들은 개방된 정원에서 다양한 경관을 누리고 커뮤니티를 경험할 수 있고, 지자체는 이를 활용하여 적은 공적자금을 들이고 지역경제를 활성화 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근거이론(grounded theory)은 질적 연구 방법론 중 하나로 자료를 수집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분석해 이론을 발견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실제적 탐색을 통해 사회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을 형성하는 것에 최적화된 분석 방법(Glazer and Strauss, 1967)이다. 1960년대 기존 질적 연구의 객관성에 회의를 품었던 사회학자들에 의해 대두되었고, 국내에서는 1980년대 후반 간호학을 시작으로 여러 연구 분야에서 적용되어 왔다(최귀순, 2005).
기존의 질적 연구는 어떠한 현상을 수반한 경험들의 본질을 밝히고자 하는 연구나 이미 상당히 알려진 것들에 대해서도 새로운 시각을 얻을 수 있고, 양적 연구방법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현상에 관해 상세한 설명을 해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데, 근거이론은 자료를 해석하고 개념화하여 사실관계를 이론적으로 공식화할 수 있다(최지영, 2012)는 장점이 더 해진 방법론이라고 할 수 있다. 근거이론은 연구자에게 특정 사회현상에 대한 직관력을 제공하고, 이해도를 높여 인간의 행위(action)와 상호작용(interaction)에 대한 의미 있는 통찰을 제공한다(Strauss and Corbin, 1998). 또한 이를 통해 특정 상황에 대해 이론화가 가능하다(Stern, 1980)는 특징이 있다.
권향원(2016)에 따르면 근거이론은 연구의 산출물로 ‘이론(theory)’을 목적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다른 질적 연구의 전통들과 구분되는 독특성을 지닌다. 근거이론은 질적 코딩 방법을 활용하는데, 이러한 코딩을 통해 ‘이론적 개념’과 ‘개념 간 관계’를 포착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고 있다. 이러한 특징은 방법론적으로 현상에 대한 인과적 관계의 분석, 개념적 속성 분석, 사건의 내러티브 구조 분석에 관한 연구에 적합하다.
질적 코딩(qualitative coding)이란 수집된 질적 자료로부터 연구자가 연구문제와 대응하는 단어, 구문, 문장, 문단 등 의미요소(meaning segment)들을 식별하고, 이에 대하여 개념적 의미로서 코드(code)를 부여함으로써 자료를 이론적으로 의미 있는 정보로 환원하는 자료분석 작업을 뜻한다(Miles and Huberman,1984; 김영천, 2011; Saldaña, 2012; 권향원, 2016). 이후 연구자는 식별된 코드를 바탕으로 공통된 코드들을 유형(category)으로 범주화하거나, 식별된 유형들을 바탕으로 보다 높은 추상수준의 상위유형으로 범주화하는 등 유형화(categorization) 작업을 수행한다. 만약 코드들 상호 간의 인과적 관계, 공분산 관계, 속성적 관계, 과정적 관계 등 논리적 관계성(relationship)이 파악되는 경우 이러한 관계구조를 체계화(systemization)하는 작업을 수행하는 등 논리적 분석활동을 부가하게 된다(Holton, 2007; 권향원과 최도림, 2011).
근거이론은 Glaser and Strauss(1967), Strauss(1987), Strauss and Corbin(1990), Glaser(1992)에 의해 제시된 방법론들이 있으며, Strauss와 Glaser의 방법론을 종합하여 제시한 Charmaz(2006)의 연구 방법 등이 존재한다(Creswell, 2015). 그중 Strauss(1987)는 연구자가 코딩의 과정에서 이러한 유형들을 해석적 틀로 삼아 코드들을 배치하는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하면 분석의 모호성, 연구자 주관의 개입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Strauss(1987)는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사회현상을 6가지 유형의 상호작용(중심현상, 인과적 조건, 맥락적 속성, 중재적 조건, 작용-상호작용 전략, 결과)이 모든 사회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고 보았다는 점에서 하나의 거대한 ‘패러다임적 모형’이라고 명명하였다(권향원, 2016). 이러한 생각은 이후 Strauss and Corbin(1990; 1998)에 의해 더욱 확장되었다. 국내에서는 패러다임 모형을 제시할 수 있는 Strauss and Corbin의 방법론이 흔히 활용된다.
한편, 조경 연구에서도 여러 방면에 활용되고 있다. 2014년 이차희 등(2014)이 농촌관광 중개 기관의 운영 실태에 관한 특성과 역할을 모색하였던 연구를 시작으로 공원이나 조경 작품 설계 과정과 관련된 연구의 방법론으로 활용되었다. 홍윤순과 박재민(2016)은 광교호수공원 설계 관계자들의 미시적이고도 주체적인 시선으로부터 현상설계 구현 과정의 내부적 현상과 구조를 근거이론으로 살펴보았고, 김은영과 홍윤순(2019)은 완공된 경의선숲길 공원 중 보완설계를 통해 준공된 연남동 구간의 설계에 중추적으로 참여한 설계자의 심층 인터뷰 내용을 근거이론으로 해석하였다. 그리고 박성욱 등(2022)은 아모레퍼시픽 신사옥 조경의 구현 과정을 설계자, 시공자, 감리자의 인터뷰를 근거이론으로 분석하여 민간 영역에서의 조경이 관련 분야와의 유기적인 관계 설정과 더불어 시공 품질관리를 위해 요구되는 메커니즘을 논하였다.
그리고 근거이론 방법론은 거주민의 인식이나 방문객들의 경험, 주민들의 일상사 연구와 같은 연구에서도 활용되었다. 이차희(2017)는 근거이론 개방 코딩을 통해 발화 내용을 분석하여 거주민이 주요하게 인식하는 경관 대상과 그 인식 요인, 인식 감정을 밝혔고, 김지나(2019)는 DMZ 접경지역 자원 활용 공간의 특성과 방문객들의 실제 경험에 대해 심층 인터뷰를 시행하고 근거이론에 따라 분석하였다. 서준원과 조경진(2021)은 DMZ 접경지역 철원 민북마을 주민 심층 인터뷰를 통해 일상사를 수집하여 근거이론 분석 방법론을 활용하여 일상 경관 패러다임 모형을 제시하고 문화경관으로서의 일상 경관을 분석하여 DMZ 인근 철원 진북마을의 경관적 특성을 논하였다. 그 외에도 김우주 등(2018)은 지역주민들이 일상 생활공간을 기반으로 형성한 연대 의식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참여가 가능한 근린생활권 공원에서 활동하는 자발적 공동체의 형성 과정을 근거이론으로 분석하였다.
이처럼 과정이 중요하다고 판단되거나 현상에 대한 여러 가지 측면의 충분한 설명이 필요한 연구의 경우, 근거이론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고 판단되었다.
3. 연구 대상 및 연구 방법
본 연구의 대상인 민간정원 제도는 ‘수목원․정원의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정원법)에 의해 개인 또는 법인이 만들고 운영하는 정원을 산림청에 등록하는 제도이다. 2015년 1월, 수목원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이 정원법으로 바뀌면서 2015년 9월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장이 제 1호 국가정원으로 지정되었다. ‘국가정원’이라는 법률적 개념이 만들어지고, 이에 따라 개인이 조성하고 운영하는 정원으로 ‘민간정원’이라는 법적 개념도 함께 만들어졌다. 정원은 조성및 운영 주체에 따라 법률상 국가정원, 지방정원, 민간정원, 공동체정원, 생활정원으로 구분되는데, 민간정원은 법인․단체 또는 개인이 조성․운영하는 정원으로 구분된다. 민간정원은 2024년 기준으로 158개가 등록되어 있고 전국적인 분포는 Figure 1과 같다.
산림청에 등록되는 ‘민간정원’에 등록하기 위해서는 ‘정원법’ 시행령에 명시된 시설적 기준과 인력 기준을 갖추어야 한다. 시설적 기준은 정원 중 40% 이상이 녹지여야 하고, 주차장 및 화장실 등 편의시설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인력 기준의 경우, 등록하는 정원의 전체 면적이 10만 m2를 넘는 경우에만 해당되며, 정해진 자격을 갖춘 정원 전문관리인 1인 이상을 갖추어야 한다. 시설 및 인력에 관한 기준은 2021년, 2024년 각각 신설 및 개정되어, 그 이전에 등록된 정원들은 이와 같은 등록 기준 사항이 없었기 때문에, 해당 내용을 충족하지 않는 민간정원도 있는 실정이다.
민간정원의 등록 및 관리는 각 지자체에서 담당하고 있으며, 개인 또는 법인이 등록을 신청하면 심사를 거쳐 등록된다(Table 1 참조). 등록된 정원은 각 지자체의 조례에 따라 일부 지원이 되거나 장려되기도 한다. 하지만, 각 지자체의 조례에 해당 사항이 없어 지원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
최근에는 ‘한국 수목원 정원 관리원’이 민간정원 관련 업무를 일부 담당하고 있기도 하다. 2017년 설립된 산림청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 수목원 관리원’이 2021년 6월 정원법의 일부 개정과 함께 ’한국 수목원 정원 관리원’으로 명칭이 변경되고, 정원산업 진흥 및 정원 문화 활성화에 관한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중 민간정원 관련 업무도 해당되는데 민간정원에 컨설팅을 해주거나 활성화 지원, 홍보 지원 등이 있다. 신규 등록하는 민간정원에 표준 로고가 박힌 현판을 보급하거나 운영관리에 대한 전문가 컨설팅을 지원해주며 식물 분양, 가든 매니저 교육 지원도 하고 있다(산림청과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2025).
민간정원에 등록된 정원주는 정원법에 의거하여 입장료 및 시설사용료를 받을 수 있고, 많은 민간정원들이 실제 입장료를 받고 있다.
본 연구의 인터뷰 대상은 민간정원 제도에 등록된 정원의 주인 또는 매니저로, 법인이 아닌 개인이 만들고 운영하는 정원만 선정하여 진행하였다5). 데이터는 2018년 6월에서 2019년 11월 사이에 수행된 문헌 및 인터뷰에서 1차 수집되었다. 2018년 당시 총 25개소였던 민간정원 중 법인을 제외한 개인이 소유한 정원 중 인터뷰에 응했던 정원주 9인의 데이터가 분석 대상으로 모집되었다. 그리고 2024년, 민간정원에 등록된 정원이 158개로 6배가 넘게 늘어나 2018년의 자료로는 해당 주제를 논하기에 한계가 있어, 2024년 4월에서 6월 사이에 2차로 보완되었다. 2차에 선정된 정원은 1차와 동일하게 법인을 제외한 개인 소유의 정원으로 개인이 만들고 가꾸고 지내고 있는 정원들만 선정하여 진행되었다. 정원의 주인은 온라인에서 찾은 이메일 또는 전화번호를 통해 모집되었고, 2차 선정 정원에서 더 이상 새로운 내용이 나오지 않고 이론적 포화상태에 도달했다고 판단될 때까지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인터뷰 대상자의 정보는 Table 2와 같다.
인터뷰 질문은 반구조화된 설문지(Table 3 참조)를 기반으로 개방적으로 진행되었다. 연구자가 특정 방향으로 진행하지 않도록 유의하며 진행되었다. 인터뷰는 인터뷰 대상자의 편의를 위해 정원이나 정원 내 실내 공간에서 진행되었다. 참가자의 동의를 얻은 후 모든 데이터가 기록되고 전사되었다. 문헌 자료는 관련 뉴스 및 담당 기관인 산림청의 기타 출판물이 사용되었다.
| Major research contents | Interview questions |
|---|---|
| Reason | |
| Statusandchanges | |
| Problem |
수집된 데이터는 근거이론 중 Cobin and Strauss(1990)의 방법론에 기초하여 분석하였다. 이 방법론은 수집 자료를 분석할 때 개방 코딩(open coding), 축 코딩(axial coding), 그리고 선택적 코딩(selective coding) 과정을 거치고 패러다임 모델로 구조화할 수 있다(Figure 2 참조).
개방 코딩은 자료검토를 통해 현상에 이름을 붙이고 범주화시키는 일종의 분석 작업이다. 범주화란 똑같은 현상에 속하는 것처럼 보이는 개념들을 그룹 짓는 과정이다. 범주를 발전시키기 시작할 때에는 그 속성에 의거해서 하게 되며, 속성은 일정하게 차원화된다. 축 코딩은 범주나 하위범주들을 패러다임에 따라 관계 짓는 것이다. 즉 범주들은 인과적 조건(causal conditions), 현상(phenomenon), 맥락(context conditions), 중재적 조건(intervening conditions), 작용․상호작용 전략(actions and interactional strategies), 결과(consequences)들을 나타내는 범주에 따라 연결된다. 선택 코딩은 핵심 범주를 선택하고 핵심 범주와 다른 범주들을 연결시킨 관계를 확인하며 범주를 더 정련화시키는 과정이다. 즉, 모든 범주가 하나의 핵심 범주를 중심으로 통합되어 하나의 이론이 구축되는 과정이다(최지영, 2012).
본 연구에서 코딩은 maxqda 2024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진행하였고, 인터뷰 진술문은 총 10,413문단으로 3차례 반복적 코딩 과정을 통해 분석되었다. 개방 코딩 과정에서는 면담 녹취록을 줄 단위로 분석하며 이름을 붙이고 개념화, 범주화를 하였다. 축 코딩 단계에서는 범주들의 관계를 파악하고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반복적 비교를 통해 범주를 분류하고 하위범주와 연결시켰다. 선택 코딩에서는 범주들 간의 반복적 비교 과정을 다시 수행하며 귀납적으로 추상화된 핵심 범주를 선정하고 핵심 코드 간의 인과적 조건, 맥락적 조건, 중재적 조건, 현상, 전략과 상호작용, 그리고 결과의 시각적 모형으로 정리하는 과정을 거쳤다(Figure 3 참조). 코딩 과정 시 동료 연구자와의 수차례 논의와 확인 과정을 실시하여 연구의 엄격성과 객관성을 확보하려고 하였다.
4. 연구 결과 및 고찰
개방 코딩 분석 결과 236개의 개념을 얻을 수 있었으며, 비슷한 개념끼리 묶어 범주화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개방 코딩에서 236개였던 전체 개념은 선택 코딩을 통해 98개의 세부 개념으로 추려졌고, 이 세부 개념은 32개의 하위범주로 묶이고, 이것은 다시 17개의 상위범주로 범주화할 수 있었다(Table 4 참조). 이것으로 그린 관계 패러다임 모형은 Figure 4와 같다.
이 모형은 정원주들이 개인 정원을 공공에 개방하는 경험을 근거 이론적 접근으로 분석한 결과이다. 인과적 조건(정책적 권장, 개인적 성취감, 지원에 대한 기대감)과 맥락적 조건(정원 특성, 가족 태도, 지역사회의 분위기, 지자체의 적극성 차이)은 중심 현상(애착심과 자부심 등 긍정적 경험과 방문객 증가, 타인의 평가로 인한 피로감 등 부정적 경험이라는 양가적 경험)을 형성한다. 이 과정에서 지자체의 지원, 정원 관련 네트워크들, 개인 성향 같은 중재적 조건이 개입하여 정원주들의 전략(유료 전환, 사전 예약제, 프로그램 운영 및 생산품 판매, 마을만들기 연계)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전략의 결과는 정원주들의 정체성 확장, 사회적 인정 경험, 공동체 연대라는 긍정적 효과와 관리의 어려움과 방문객으로 인한 피로감이라는 아직 해결되지 못한 문제들로 나타났다. 이런 범주는 최종적으로 “사적 공간의 공공화 과정”이라는 핵심 범주로 통합된다.
정원주들이 정원을 개방하게 된 배경에는 정책적 권장, 개인적 성취감, 그리고 지원에 대한 기대감이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산림청에서 2021년 제2차 정원 기본계획을 발표했는데, 민간정원을 발굴하고 등록 개소를 늘리는 것을 독려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포함하고 있고, 실제로 2021년 이후로 민간정원의 개수가 눈에 띄게 늘어가는 것을 볼 수 있다(Figure 5 참조). 정원주 중에서 담당 공무원들의 설득과 추천으로 민간정원을 등록한 케이스들은 이러한 정책적 권장이 정원을 개방하게 된 배경임을 보여주고 있다.
일부 참여자는 정원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으로 개방을 택하고, 민간정원에 등록되는 것을 통해 성취감을 느끼기도 하였다.
“이걸 나 혼자 보고 있기는 진짜 너무 아깝더라고 지금 꽃이 없어서 그렇지 한 열흘만 있으면 이제 그때부터 가을까지 꽃 천지가 된 건데….”
“내가 좋아서 시작을 했고 뭔가 이제 뜻을 이루고 싶지만, 허투루 온 길은 아니구나…. 그런 게 좀 좋았었던 것 같아요.”
“민간정원이 되어서 그나마 브랜드 가치는 있을 것 같아요.”
“처음에 민간정원이 됐을 때는 은근히 민간정원의 타이틀이 그래도 누군가가 좀 인정을 할 수 있는 부분이니까 좀 더 활성화되지 않겠나….”
그리고 지원에 대한 기대감 또한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매년 지원을 기대했지만, 그렇지 않아서 아쉬워하는 정원주를 보면 지원에 대한 기대감이 예상과 달랐음도 알 수 있는 진술이다.
“관심 좀 가져달라는 취지죠. 순천정원박람회가 국가에서 하면서 국가에서 지원이 되잖아요. 저는 개인이 하고 있으니까, 지원이 없고, 민간정원 되니까 그나마….”
“민간 정원으로 등록을 해줬으니까, 도청은 몰라도 군 차원에서는 지원했으면 하는 생각이…. ”
“매년 지원이 되길 바랐죠.”
“민간정원이 되었는데, 지원을 더 해줘야 해.”
이러한 인과적 조건들은 정원 개방을 가능하게 하는 동력으로 작용하였다.
정원주의 경험은 단일하게 나타나지 않았으며, 정원의 특성, 가족의 태도, 지역사회의 문화적 분위기, 지자체의 적극성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예를 들어 지자체가 민간정원 지원에 적극적이었던 곳은 관리의 질을 높일 수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관리 강도가 더 높다고 생각하며 힘듦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다.
“내가 만난 공무원 중에서 굉장히 합리적인 생각을 가졌고 또 그 친구가 관심도 많이 가져주고.”
“녹지과에서 연락이 왔는데 이게 녹지과에서 지금 문화관광과로 넘어갔습니다, 했는데 문화관광과에서 우리 집에 문화관광과 직원들이 작년에도 왔다 가고 재작년에도 왔다 가고 아무리 왔다 가도 홈페이지에 만들지도 않아.”
가족이나 마을의 지지가 있는 경우 정원주는 좀 더 개방이나 운영에 긍정적으로 참여할 수 있었으나, 혼자 관리하거나 향후 물려줄 사람이 없다고 판단한 정원주는 정원의 지속성 여부에 갈등을 겪었다.
“저도 아내랑 얘기 나누는데, 제가 조금만 아파도 여기는 황무지가 될 거다. 자식들은 다 다른 일들을 해요. 주말에 쉬어도 일해달라고 못 하겠어요. 집사람도 아들한테 일을 시키지 말라고 해요.”
“이게 정원이 영원히 운영될 수가 없어….”
“남편이 (민간정원 등록된 걸) 좋아하고 난 다음에 조금씩 도와주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정말 일등 공신은 저희 어머님이요. 어머님이 아니면 이 정원이 그냥 제 성격으로 막 이렇게까지 안하는데 어머님이 계셔서….”
“관리는 혼자 하거나 동네 분들께 손을 빌립니다.”
이와 같은 맥락적 조건들은 중심 현상에 영향을 끼친다.
정원 개방 과정에서 정원주들은 공통적으로 양가적 경험을 보고하였다. 한편으로는 주변으로부터 인정과 칭찬을 받으며 자부심을 느끼고 정원에 대한 애착심을 드러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방문객 증가, 타인의 평가, 고된 정원일 등으로 인한 피로감을 호소하였다.
“지금은 이제 사람들 오고 가는 것이 보이고 소통이 되니까 예전에 비해서 엄청 좋고….”
“사람과의 교류 이런 거 그래서 내가 정원을 만들면 그 보람이 뭐냐 와서 같이 얘기하고 또 즐거워하고 꽃 보고 같이 얘기하고 얼마나 그거 좋은 그래서 이 사람과의 교류 이게 정원의 가장 중요하다.”
“그런 사람들이 와서 좋다고 하니까 이게 힘이 나는 거죠.”
“우리 집에서 시작해서 마을 전체가 될 수 있는 것이고, 우리 같은 정원이 또 있고 또 있어서 정원이 100개가 되고 500개가 되고 1,000개가 되었을 때 여기서 일어날 수 있는 힘은….”
“축제하는 거예요…. (중략) 이제 자기들도 이렇게 마치 이 축제하는 기간에 옥수수 철이…. 이곳이 옥수수가 유명하거든요? 그러니까 이제 동네 사람들도 좋아하죠.”
위처럼 개방 이후 사람들과의 소통이 증가하는 것에 만족감을 느끼기도 하고, 사람들의 칭찬에 보람을 느끼며 지역사회에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것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는 경험을 하는 반면, 아래처럼 다양한 어려움들을 직면하기도 하였다.
“그러니까 와가지고 이 나무는 왜 이렇게 생겼어 이 안 예쁜 나무를 막 이런 데다가 꽂아놓고 그래 이런 거 왜 이렇게 꽃이 없어 그러니까 정원 하는 사람들이 그런 것들 때문에 되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제가 개인적인 가족적인 공간이 지금 타이틀을 땀으로 인해서 시민들이나 여러 타 지역에서 투어를 오는 상황이 됐단 말이에요? 그러다 보니까 지금은 오히려 이제 의무감이 좀 생긴 게 좀 부담도 되기도 하고….”
“멀리서 찾아오니까 부담스러운 거지…. (관광객이) 새벽같이 오시더라고요. 그런 분들이 원래 부지 부지런하셔서 새벽같이 오니까 대책이 안 서는 거예요.”
“모든 꽃을 다 따고 모든 나무를 다 잡아 당겨서 흔들고, 개울에 돌 던지고… 그래서 통제가 안 되더군요. 이게 무슨 체험 삶의 현장, 놀이터로 착각을 하는 거예요.… 꽃 다음은 열매잖아요. 모과가 하나도 안 열렸어요..”
“민간정원의 애로점이 관리가 어려우니까 어렵고 그리고 이거는 무조건 육체 노동이 수반돼야 돼요. 이거는 왜냐하면 그냥 서서 입으로는 없어 없어 반드시 움직여야 돼 경우는 그렇기 때문에 힘들고….”
“그런데 여기 이제 보면 제일 문제가 뭐냐면 월 생계비 지출은 나가는데 월 수입이 없는 거예요. 그죠 제일 어려워….”
“이제 소문이 나고 사람들이 찾아오니까 저희들로 봐서도 굉장히 피곤한 거예요…. 화장실도 더 지어야 되고 포장도 해야 되고 그 손님들의 일들을 갖다가 저희들이 해결해 줘야 돼.”
이와 같이 긍정적인 경험과 부정적 경험들을 경험하며 양가적 감정을 느끼는 정원주들의 진술을 볼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아래의 이중적인 진술은 양가적인 정원주들의 감정을 보여주는 핵심적인 진술이라고 할 수 있었다.
“여기가 완전 활성화 되어야겠는데 근데 너무 또 유명해져도 안 되는….”
정원 개방 과정에서 양가적 경험을 한 정원주들은 지자체의 지원, 정원 관련 네트워크들, 개인 성향 같은 중재적 조건이 개입하여 정원주들의 전략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
“거기도 상처를 너무 많이 입었어. 그러니까 여기까지 차 있어. 목까지 차 있어. 선생님 선생님 열지 마세요. 뭐 하러 열어요? 그 사람들 열어봤자 선생님 단물만 빨아가요.”
“그 언니(다른 정원주)는 그 사명감이 있어요. 정원을 되게 일찍 했잖아요. 한 30년 됐거든요. 우리가 민간정원의 분위기 그러니까 문화를 만들어 줘야된다 그런 사명감이 있어요. 그러니까 그 언니는 그렇게 해서 정원 문화가 확산이 될 수 있다면 내 한번 기꺼이 내가 희생하지. 그 사명감이 딱 있기 때문에 그게 이렇게 힘들지 않은 거예요.”
“그래서 들어올 때 좀 편안하게 하려 했는데 가입을 하다 보니까 그 조직에 얽매이는 거예요. 그리고 입장료 문제도 굉장히 저희들이 보면 다른 데하고 같이 밸런스를 맞추려고 하니까…. 또 싸게 하면 욕도 얻어먹을 수가 있고 비싸게 받으면 또 원래 마음하고 또 틀리고 그러다 보니까 좀 갈등도 좀 있고.”
정원주들은 민간정원의 정원주들의 모임인 민간정원협회나 정원 관련 잡지사인 월간가드닝 같은 네트워크들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주고 받고 있었다. 식물을 주고받기도 하고 지식을 주고 받기도 하였다. 다만, 내향성이 강한 정원주의 경우 네트워크를 통해 자료를 얻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기도 하고 불필요하다고 여기기도 하였다. 입장료의 경우에도 네트워크를 통해 다른 곳과 비슷하게 맞추려 노력하는 등 정보의 교류가 영향을 끼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정원주들은 중심 현상 속에서 나타나는 갈등을 관리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사용하였다. 대표적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하여, 무료였던 정원을 유료로 전환하거나 정원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 관련 생산품 또는 로컬푸드를 판매하는 것 등이 있었다.
“식물심기라든가, 주로 식물심기, 염색은 간단한 염색.”
“정원 음악회를…. 그다음에 이제 그날 행사를 하면 지역에 있는 예를 들어서 특산물도 축제도 하고 이런 식으로….”
그리고 너무 많은 관광객 방문에 지친 정원주들은 방문객을 조절하기 위한 방편으로 유료로 전환하는 것을 택하거나, 사전 예약제로 변경하는 전략을 취하였다.
“여기에 너무 많이 오면 감당이 안 돼요…. 사람이 너무 몰려버리면 문제가 되니까 그에 대한 통제 방안으로 입장료가 징수가 시작돼야 하지 않을까 저는 그리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 금․토․일 이렇게 개방을 하자 그래가지고 하고 그다음에 이제 나한테 사전에 전화하는 분만….”
그리고 정원을 포함한 마을 전체를 엮어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거나, 로컬푸드를 판매하게 하는 등 마을만들기로 연계하여 발전시키는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경우, 주민들에게 좀 더 좋은 평판을 얻을 수 있고, 공동체 의식을 강화할 수 있어 정원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역할을 하였다.
“마을 길 청소라든지 마을주민분이 할 수 있는 것들은 주민들이 해요. 예를 들어 로컬푸드를 파는 것들…. 할머니들도 6~70대고 올해는 8~90대 할머니들에게도 하고. 마을 가꾸기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 정원이 하나의 중심이 돼가지고 마을에 마을 전체가 정원으로 만들어질 날이 오게끔…. 가정집마다 만들어 낸다면은 이런 면은 대나무 울타리도 있을 끼고 돌담 울타리도 있을 거고 장미꽃 울타리도 있을 거고…. 재미나게 각 집마다 해놓으면 둘러보면서…. 그러면 그게 하나의 우리가 같이 묶여진 섹터가 돼서…. 이제 노인 일자리도 좀… 그렇게 되지 않을까.”
전략의 실행 결과는 긍정적․부정적으로 양분되었다. 긍정적으로는 정원주가 자기 정체성을 확장하고 사회적 인정을 경험하며 지역 공동체와의 연대를 강화하는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전략의 실행을 했음에도 관리의 어려움이라든지, 방문객으로 인한 피로감 등의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못한 채 남아있기도 하였다. 이러한 모든 과정을 통합하는 핵심 범주는 “사적 공간의 공공화 과정”으로 정리할 수 있었다.
정원이라는 사적인 공간이 공공에게 개방되면서, 정원 개방이라는 경험이 단순히 개인의 선택으로 치부될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더 복합적인 배경과 과정들, 겪게 되는 일련의 경험들과 그것을 완화하기 위한 전략들이 존재하는 패러다임으로 정리할 수 있었다. 사적 공간이 사회적 자원으로 전환되는, 보다 동적인 사회적 과정이자 정원주들의 균형적 조율 과정이라고 설명할 수 있겠다.
5. 결론
본 연구는 정원 개방 경험을 근거 이론적으로 탐구하여, 인과적 조건, 현상, 전략과 상호작용, 결과로 통합하는 모형을 제시했다. “정책적 권장”, “개인의 성취감”, “지원에 대한 기대감”으로 개방된 개인 정원들은 “정원의 특성”이나 “가족의 태도”, “지역사회의 분위기”, “지자체의 적극도”에 따라 영향을 받아 중심 현상을 형성했다. 중심 현상은 “애착심”과 “자부심”, “주변의 인정”, “소통이 늘어나는 경험” 등 긍정적 경험과 “타인의 평가에 상처”, “방문객 증가로 인한 피로감”, “타인의 평가로 인한 피로감”, “노동의 힘듦”, “정원 훼손”, “경제적 어려움”, “기반 시설 부재로 인한 문제” 등의 부정적 경험이라는 양가적 경험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지자체 지원”, “정원 관련 네트워크들”, “개인 성향” 같은 중재적 조건이 개입하여 정원주들의 상호작용 및 전략에 영향을 끼쳤다. 정원주들은 중심 현상에서 겪은 갈등을 해결하기 위하여 “유료 전환”, “사전 예약제”, “프로그램 운영 및 생산품 판매”, “마을만들기 연계” 등의 전략을 구사했다. 이러한 전략의 결과는 정원주들의 “정체성 확장”, “사회적 인정 경험”, “공동체 연대”라는 긍정적 효과를 나타냈지만 “관리의 어려움”과 “방문객으로 인한 피로감” 등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문제들도 남아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 정원이라는 사적 공간이 공공에 개방되는 과정은 단순히 긍정적 경험이나 부정적 경험만이 아니라 그 안에서 나타나는 균형적 조율 과정으로 설명할 수 있었다.
본 연구는 한국의 민간정원 제도라는 단일사례를 연구한 것이라는 한계를 갖지만, 추후 국내외 유사한 사례들에 대한 분석이 추가된다면 사적 공간의 공공화라는 관점에서 유의미한 연구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그에 더해 민간정원이 제도화 이후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실제 현장의 목소리를 담은 데이터라는 측면에서도 본연구의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제도화 이후 실제 현장에서의 구체적인 반응을 살펴보는 것은 그 제도에 대한 평가는 물론 이후 유사한 정책을 추진하는 데에도 중요한 시사를 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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