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서론
오늘날 사회경제적 불평등은 세계적인 문제이다. 한때 경제 성장의 불가피한 부작용 정도로 이해되던 소득 불평등이 사회 구조적인 문제이자 정책 집행의 결과로 인식되면서(Lee, 2019: 425), 관련 정책 개발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세계보건기구(WHO)가 소득, 고용, 교육 측면의 사회적 불평등이 환경 위험 요인에 대한 불평등한 노출과 관련되어 있다고 판단하면서 빈곤 감소와 불평등 해소를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1)
이에 대응하여 빈곤감소, 불평등 해소,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면서 경제 성장을 이루려는 대안적 방식으로 ‘포용적 성장(Inclusive Growth)’ 개념이 대두하였다. 포용적 성장은 2000년대 후반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2) 지역의 개발 정책으로 부상하기 시작했으며, 국제기구들에 의해 주요 의제로 조명되면서 오늘날 중요한 도시 정책으로 자리 잡았다(Moon, et al., 2016). 예컨대 OECD(2016: 1)는 2016년 ‘포용적인 도시 성장(Inclusive Growth in Cities)’ 프로그램에 착수했으며, World Bank(2017: 1)는 포용적인 성장을 추구하기 위한 수단으로 ‘포용적인 도시(Inclusive Urbanisation)’ 만들기를 강조하고 있다.
포용성 확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중 약 30위권의 높은 불평등 수준을 보이는 한국3)에서도 중요한 사안이다. 정부의 20대 국정전략 중 하나는 “어느 계층도 소외됨이 없이 경제성장의 과실과 복지서비스를 모두가 골고루 누리고 개개인이 인간으로서 가치를 존중받는 국가”를 뜻하는 ‘포용적 복지국가’이다(State Affairs Planning Advisory Committee, 2017).
이 시점에서 우리는 도시의 포용성 제고와 재생에 대한 공원의 기여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공원은 신체와 정신 건강 증진, 지역 커뮤니티 강화, 일자리 창출, 환경 문제 완화 등 사회적·경제적·환경적으로 다원적 가치를 지니는 복합적 공공 공간으로(CABE, 2009; Konijnendijk et al., 2013), 사회의 포용성 제고에 적합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지금까지의 연구에 따르면 공원은 건강 불평등 개선 효과를 지니며(Cohen et al., 2007; Mitchell and Popham, 2008; Maas et al., 2009),지역 커뮤니티의 통합과 소통에 기여한다(Kweon et al., 1998; Kazmierczak, 2013; Plane and Klodawsky, 2013; Walton, 2014). 그렇기에 CABE(2010b: 42)는 공원을 “건강과 복지의 불평등 문제를 다루는 중요한 해법”으로 규정한다.
최근 국내에서도 쇠퇴 지역의 공원 개선 혹은 유휴지 공원화 사례를 대상으로 공원의 사회경제적 도시재생 효과를 검토한 연구(Rii and Choi, 2009; Jeon, 2009; Kim, 2014; Jung et al., 2016)가 발표되는 등, 공원을 포용적 도시재생의 수단으로 인식하는 예가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개별 사업을 대상으로 그 특징과 효과를 면밀히 다루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을 뿐이다. Jung et al.(2016)의 연구가 정책적 시사점을 도출하고 있으나, 제도와 정책 전반에 대한 검토와 제안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본 연구는 최근 한국 사회의 포용성 제고와 도시재생에 대한 관심에 대응하여 공원 정책 개발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연구 목적은 공원을 기반으로 포용적 도시재생 정책을 개발하고 시행한 영국의 관련 사례를 분석함으로써 국내 정책 방향에 대한 시사점을 도출하는 것이다. 영국은 국토 면적, 인구수, 국내총생산(GDP)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한국과 다른 국가이나, 사회경제적 불평등 면에서 한국과 유사한 수준을 보인다(Figure 1 참조). 영국은 특히 포용성 제고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는 국가 중 하나로(Lee, 2019: 425), 일찍이 2001년 Royal Town Planning Institute(RTPI, 2001)가 미래 이슈로 공간적 불평등을 제시하였고, 도시계획 차원의 불평등과 포용성에 대한 논의와 사회경제적 재생을 추구하는 도시재생 사업이 시행된 지 오래이다(Lee, 2009). 또한 불평등을 완화하고, 커뮤니티 통합을 가져온 공원녹지 사업들이 보고되고 있다(Landscape Institute, 2013a). 더군다나 영국은 선진적인 공원녹지 제도와 정책으로 최근 국내 관련 연구자들이 주목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4) 따라서 영국의 공원 중심 포용적 도시재생 정책은 검토할 만한 사례로 판단된다.
연구 내용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 포용성 측면에서 국내의 공원 제도를 검토하여 현황을 파악하고, 문제점을 드러냈다. 이를 위해 공원 개수와 면적 등 전국 도시공원의 수준,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과 ‘공원녹지 기본계획 수립지침’의 도시공원 조성 기준, 2016~2018년 7대 광역시의 공원 예산 현황5)을 살펴 관련 제도의 방향성을 분석하였다. 또한 국내 여러 도시공원을 대상으로 포용성을 분석한 연구를 검토하였다.
둘째, 영국의 공원 기반 포용적 도시재생 제도와 정책 사례를 검토하여 시사점을 찾았다. 이를 위해 문헌 조사를 시행했다. 영국 정부는 다양한 정책 보고서와 전략 지침서를 통해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고 있어, 이러한 자료 검토는 영국 공원녹지 정책의 특징을 파악하는 데 필수적인 방법이다(Kim and Choi, 2012: 87). 먼저 불평등 및 포용성 관련 기구들의 설립 시기, 취지, 주요 정책을 검토하고 불평등과 포용성을 주제로 한 CABE의 보고서와 정책서를 조사함으로써 정책 수립 배경과 맥락, 과정을 밝혔다. 다음으로 중앙정부의 상위 국토계획에 반영된 포용성 제고 정책 방향을 파악하였다. 이후 지방정부의 포용적 공원녹지 정책을 자세히 조사하였다. 영국 연방의 각 대표 도시인 런던, 에든버러, 카디프, 벨파스트와 영국 내에서도 심각한 사회적 불평등 수준을 보이는 곳으로 알려진 리버풀(Liverpool City Council, 2018: 22, 24)을 대상으로 각 지방정부의 중장기발전계획 등 상위 계획에서 포용성 개념 반영 여부, 반영 시기, 맥락 등을 검토하였다. 또한 각 도시별 공원녹지전략 관련 계획서에서 불평등, 포용성, 박탈 관련 항목을 찾고, 정책 수립 배경과 시기, 세부 내용을 분석하였다. 이외에 정책 실행을 위한 제도와 체계로, 민·관 파트너쉽 구축과 재원확보 방안, 그리고 조경 단체에서 발간한 보고서를 함께 살폈다. 검토한 문헌을 정리하면 Table 1과 같다.
Item | Subdivision | Resources |
---|---|---|
Government | Planning Policy Statement 1 | |
National Planning Policy Framework | ||
Scottish Planning Policy | ||
Local Government | London | The London Plan (2004, 2011) |
The All London Green Grid(2012) | ||
London Environment Strategy (2018) | ||
Edinburgh | Open Space Strategy(2010, 2016) | |
Cardiff | Funding of Parks(2018) | |
Cardiff Well-Being Plan 2018-2023(2018) | ||
Belfast | Your City, Your Space(20G5) | |
Belfast Agenda(2014) | ||
Liverpool | Liverpool Green Infrastructure Strategy(2010) | |
Liverpool Local Plan 2013-2033(2018) | ||
CABE | Green Space Strategy(2006) | |
Inclusion by Design(2008) | ||
Community Green (2010) | ||
Urban Green Nation (2010) | ||
Landscape Institute | Grem Infrastructure(2013) | |
Public Health and Landscape(2013) |
Ⅱ. 국내 공원 제도·정책 현황과 문제점
1967년 공원법이 제정된 이후 약 50년이 경과했다. 급속한 도시화 과정에서 부족한 녹지 면적을 확보하기 위해 기준을 설정하고 정책을 추진한 결과, 법제도의 목적인 공원녹지의 확충·관리·이용 가운데 확충 측면에서 큰 성과가 있었다. 2018년 말 기준 전국에 조성된 도시공원은 15,975개소이며, 1인당 조성된 도시공원 면적은 10.1m2에 이른다(e-country index).
오늘날 한국의 도시공원 제도는 여전히 양적 확충에 맞춰져 있다. 정부의 공원 정책 집행과 계획 수립 시 주요하게 작동하는 지표는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4조 ‘도시공원의 면적기준’의 도시지역 주민 1인당 6m2라는 숫자이다.6) 한편, 광역·특별 시·도에서 10년 단위로 수립해야 하는 공원녹지 기본계획의 방향을 담고 있는 ‘공원녹지 기본계획 수립지침’은 녹피율, 공원녹지율, 1인당 공원면적 지표, 공원의 서비스수준 지표, 도시녹화 목표수준 등 다섯 가지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데,7) 이 역시 대부분 양적 지표이다.
예산을 살펴보더라도 국내 공원 정책이 양적 공급을 중심으로 집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7대 광역시의 공원 예산 내용을 신규 공원 조성, 기존 공원 정비, 프로그램 운영, 기타로 구분한 결과(Table 2 참조), 대다수의 광역지 자체가 신규 공원 조성에 관련 예산의 대부분을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예산의 50% 이상이 신규 공원 조성에 사용되고 있으며, 기존 공원 정비에는 총 예산의 약 20%, 프로그램 운영에는 총 예산의 약 5~9%만이 집행되고 있다(Table 3 참조).
한국의 도시공원은 WHO(2012)의 1인당 녹지 면적 기준인 9m2을 만족하는 수준에 도달했음에도, 포용성 측면에서 부족함을 보인다. 예컨대 서울시의 경우, 아직도 시민의 60% 이상이 법적 확보기준인 3m2/인에 못 미치는 공원녹지 수준을 보이는 행정동에 거주하고 있다(Kim, 2015). 여러 연구들은 한국의 도시공원이 질적 수준에서도 차이를 보인다고 보고하고 있다. 공원 필요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노인과 어린이 세대 비율이 높은 지역에서 다수의 공원이 방치되어 있으며(Kim, 2015), 기초생활수급자 비율과 장애인 비율이 높은 지역의 녹지는 정규식생지수가 낮고, 지표면온도가 높은 상태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Ko et al., 2019). 접근성 측면에서도 불평등이 엿보이는데, 대구시의 경우 고령자 비율, 기초생활수급자비율, 무상주택비율이 높은 지역일수록 공원 접근성이 낮은 수준을 보이며(Seo and Jun, 2011), 성남시의 경우 소득수준이 높은 지역이 공원녹지 접근성이 높은 수준을 보인다(Lim et al., 2009).
정리하면, 국내 주요 도시의 공원녹지는 물리적으로 균등하게 분포하고 있지 않을 뿐더러, 그에 대한 접근성과 질적 수준은 저소득층, 노인과 어린이 세대, 그리고 사회적 취약계층일수록 낮다. 포용성을 고려한 공원 제도와 정책 개발이 필요한 시점이다.
Ⅲ. 영국의 공원녹지 기반 포용적 도시재생 정책
포용성 확대가 영국의 국정 화두로 부상한 때는 1990년대 후반이다. 1997년, 18년 만에 집권한 노동당 정부(1997-2007)는 사회적 불평등 수준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문제 해소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하였다. 정부 출범과 함께 Social Exclusion Unit(SEU)를 설립하고, 2000년부터 ‘복합결핍지수(Index of Multiple Deprivation: IMD)’를 발표하며, 소득, 고용, 건강과 장애, 교육 및 훈련, 주택과 서비스의 장벽, 범죄, 주거환경 등 7가지 측면에서 나타나는 불평등 현황을 검토하기 시작했고, 2005년에는 총리실 산하 기구에서 다양성과 공평성을 고려한 공공정책 방향과 방안을 연구하여 ‘Diversity and Equality in Planning’을 발간하기도 했다.
불평등은 정권이 바뀐 이후에도 여전히 중요한 사안으로 다뤄지고 있다. National Equality Panel(NEP)는 영국 전역의 경제적 불평등 현황을 조사하여 빈곤 지역의 주거 환경이 양적· 질적 측면에서 현저히 낮은 수준을 보인다는 사실을 밝히며, 결론에서 “건강에서 안전한 공원과 공공공간에 이르기까지 삶에서 중요한 요소에 대한 접촉 기회가 수입에 따르지 않으며, 불평등에 영향 받지 않는다는 것을 보장”(Hills, 2010: 399)하는 공공정책 수립의 필요성을 역설하였다.
노동당 정권기에는 도시재생 사업의 방향에도 변화가 있었다. 정부는 대규모 재정투자를 통한 부동산 개발 형태의 과거 정책과 달리 빈곤과 배제, 불평등과 같은 문제를 중심으로 사회적 재생을 추구하는 도시재생 사업을 벌였다(Lee, 2009). 특히 정부는 불평등과 배제가 낙후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난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불평등을 ‘지역 박탈’ 문제로 규정하고(Cochrane, 2007: 3), 이러한 지역을 중심으로 도시재생을 추진하였다. 예컨대 2001~2008년 동안 빈곤지수가 높은 지역이 소재하는 88개 기초지자체에 마을재생기금(Neighbourhood Renewal Fund: NRF) 29억 파운드를 지원하는 ‘마을재생사업(Neighbourhood Renewal Program)’이 진행되었다(Park et al., 2009).
영국의 공원녹지 정책에서 불평등 혹은 포용성이 언급되기 시작한 때는 2000년대 후반 CABE가 사회경제적 불평등에 주목하면서부터이다. CABE(2006; 2008)는 ‘Green Space Strategy’ 가이드라인에서 사회적 포용성 향상을 목표 중 하나로 제시하였고, ‘Inclusion by Design’에서는 도시 내 공공공간에 대한 접근성이 향상되었음에도 여전히 여성, 소수인종, 어린이, 노인 등 사회적 취약계층과 저소득 지역에서 나타나는 사회·문화·경제적 불평등에 주목하여 평등과 다양성을 고려한 도시 디자인의 방향을 모색하였다.
특히 2010년에 발행된 CABE의 연구 보고서 ‘Urban Green Nation’는 영국 사회가 공원녹지와 사회적 불평등의 상관성에 주목하게 된 계기로 작용했다. 잉글랜드 전역의 공공녹지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시작된 이 연구는 녹지 16,000개소의 양·질·활용 측면을 분석하여 빈곤 지역의 공원녹지 공급 수준이 부유한 지역에 비해 열악하며, 소수민족 출신의 공원녹지 접근성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양과 질적 측면에서 모두 낮다는 사실을 밝혔다(CABE, 2010b; Figure 2 참조).8) 이 연구는 또한 공원녹지와 사회적 불평등의 관계에 관한 후속 연구를 촉발시켰다. 그 결과, CABE(2010a)는 잉글랜드 내 6개 낙후 지역을 중심으로 빈곤 계층의 삶에서 공원녹지가 지니는 의미와 효과를 검토한 ‘Community Green’에서 공원녹지를 신체 활동과 사회관계, 커뮤니티 통합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는 강력한 수단으로 규정했다.
같은 시기 한편에서는 사회적 불평등 중에서도 특히 건강 불평등 문제를 중심으로 한 공원녹지 정책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2012년 잉글랜드 정부가 ‘Health and Social Care Act’를 발효하면서 국민 건강 서비스인 National Health Service(NHS)가 담당하던 건강 정책을 지방정부가 함께 책임지게 되었고, 같은 시기 스코틀랜드, 웨일즈, 북아일랜드에서도 관련법률 제정에 따라 지방정부가 건강 불평등 문제를 다루게 되었다(Landscape Institute, 2013b: 12).
사회적 불평등 해소에 대한 정부의 의지와 정책, 그리고 CABE의 관련 조사와 연구는 불평등과 포용성 문제에 대한 조경가들의 관심을 고취시켰다. 2013년 영국의 조경연합인 Landscape Institute(2013a; 2013b)는 건강 불평등을 극복하고, 커뮤니티 통합 효과를 가져 온 여러 공원녹지 조성 사례를 담은 일종의 선언서 ‘Public Health and Landscape’과 ‘Green Infrastructure’를 발간하는 등, 불평등과 박탈에 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사회적 불평등 해소와 포용성 제고 노력에 따라, 2000년대 초반부터 영국의 법률과 제도 속에 관련 내용이 반영되었다. 예컨대 2004년 영국의 국토계획부 장관은 국토계획법에 해당하는 Planning Policy Statement 1(PPS1)의 초안을 발표하며, 포용성을 국토계획의 주요 가치 중 하나로 언급하였다: “국토계획이 경제 발전, 사회적 포용, 환경 보호와 같은 지속가능한 발전에 중대한 다양한 기준을 만족하는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Higgins et al., 2005: 27).
불평등과 포용성을 국가 차원의 이슈로 제기했던 노동당 정부가 물러나고, 보수당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관련 정책 내용은 법률 체계에 남아 있다. 2012년 PPS1이 폐지되고, 새로 제정된 국가계획가이드라인 National Planning Policy Framework(NPPF) 은 ‘건강하고 포용적이며 안전한 장소 만들기’를 국토계획의 목표 중 하나로 제시하고 있다(National Planning Policy Framework, 8조 91항).
한편, 영국 연방의 다른 상위 국토계획에서도 유사한 내용을 엿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스코틀랜드 정부는 국토계획법 Scottish Planning Policy(SPP)에서 ‘포용적인 커뮤니티 증진’을 국토계획의 한 가지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Scottish Planning Policy, 15조와 23조).
불평등 완화와 포용적 사회 건설은 2000년대부터 런던시의 주요 과제였다. 2004년에 처음 수립된 런던의 장기도시발전계획 ‘The London Plan’의 목표 중 하나가 도시의 포용성 증진이었으며(Mayor of London, 2004: 9), 2011년 개정된 계획에서도 포용적인 사회 만들기는 중요한 가치로 강조되어 있다(Mayor of London, 2011: 10).
런던의 공원녹지 계획은 이러한 정신을 계승하고 있다. 2012년에 수립된 ‘The All London Green Grid’은 ‘The London Plan’의 ‘포용적인 환경(Policy 7.2. inclusive environment)’ 정책의 실천 전략으로 결핍 지역을 공원녹지 사업의 우선 대상지로 설정하고 있다(Mayor of London, 2012: 44-50).
이외에 2018년에 처음 수립된 ‘London Environment Strategy’에서도 관련 정책을 엿볼 수 있다. 런던 시장은 이 전략에서 2050년까지 공원녹지 비율을 50%로 향상시켜 도시를 ‘국가공원도시(National Park City)’로 만들겠다는 목표(objective 5.1) 를 내세우고 있는데,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국가공원도시를 형성하는 가치가 포용성과 평등이라는 점이다. 이 전략은 향후 도시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배제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낙후 지역과 재생 지역을 중심으로 공원녹지 개선과 증진 정책(proposal 5.1.1.c)을 펼칠 것을 선언하고 있다. 더 나아가 전략 실행을 위해 중소 규모 녹지사업 지원을 위한 커뮤니티 보조금 지급, 전략적 녹지 사업을 위한 ‘Greener City Fund’ 마련, 우선 사업 대상지 식별을 위한 ‘Greenness Index’ 개발과 같은 세부 장치를 함께 마련하고 있다(Mayor of London, 2018: 156-163).
스코틀랜드의 수도 에든버러는 주기적으로 공원녹지 현황을 검토하여 ‘Open Space Audit’을 작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공원녹지기본계획에 해당하는 ‘Open Space Strategy’를 수립한다. 2010년 처음으로 전략이 수립된 이후 지난 2016년 2차 전략이 작성되어 현재에 이른다.
검토 결과, 2010년의 전략계획에서 포용성, 공평성, 불평등과 같은 개념은 보이지 않는다(The City of Edinburgh Council, 2010). 그러나 2016년에 작성된 전략계획은 박탈과 불평등 문제를 전략 수립의 주요 배경으로 다루고 있다. 상위 국토계획인 ‘National Planning Framework 3’에서 제시된 불우한 커뮤니티에 대한 정책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공원녹지의 박탈 지역 내 스트레스 감소와 건강 개선에 대한 긍정적 영향을 강조하면서 전략 개발의 당위성을 제시하고 있다(The City of Edinburgh Council, 2016: 5).
이러한 배경 속에서 2차 전략계획은 공원녹지에 대한 불평등한 접근성 문제 해소에 주력하고 있다. 전략계획은 기본적으로 2010년의 1차 전략계획과 마찬가지로 모든 세대가 도보권 일정 범위 이내 일정 규모 이상의 질 좋은 공원녹지를 접할 수 있어야 한다는 달성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The City of Edinburgh Council, 2010; 2016). 그러나 여기서 더 나아가 빈곤 지역에 초점을 둔 전략을 제시한다. 모든 공원녹지를 빈곤 상위 20% 지역을 표시한 ‘Scottish Index of Multiple Deprivation 2016’ 자료와 병합하여 검토함으로써 공원녹지 박탈 지역을 확인하고, 공원녹지 공급과 개선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The City of Edinburgh Council, 2016; Figure 3 참조).
영국 웨일즈의 대표 도시 카디프의 경우, 최근에 수립된 새로운 유형의 계획 ‘Cardiff Well-Being Plan 2018-2023’이 관련 정책을 담고 있다. 일종의 사회복지 비전이라 할 수 있는 이 계획은 출발 배경부터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문제의식과 포용적인 도시 만들기의 필요성에 뿌리를 두고 있다(Cardiff Public Services Board, 2018: 8-10). 뿐만 아니라, 공원녹지의 질적 수준 향상을 위한 재생 사업을 예고하고 있다. 탄력적인 도시(resilient way) 만들기를 통해 웰빙에 도달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그린플래그9) 수준을 만족하는 공원녹지의 개수와 우수한 녹지공간의 도보권 인구비율과 같은 지표가 곧 도시의 웰빙 척도가 된다고 강조한다(Cardiff Public Services Board, 2018: 20).
2005년에 수립되어 지금껏 적용되고 있는 ‘Your City, Your Space’라는 제목의 벨파스트 공원녹지계획은 사회적 불평등이나 포용성에 대한 문제의식과 관련 정책을 포함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최근 벨파스트 정부는 사회적 불평등 완화를 위한 정책 수립을 시작했다. 북아일랜드의 빈곤 지역 10곳 중 8곳이 벨파스트에 위치한다는 사실과 지역의 빈곤 수준과 건강 불평등이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건강 불평등 해소를 위한 공공공간 정책을 개발하고 있는 것이다(Belfast City Council, 2014: 17). 그 일환으로 2014년 사회적 불평등을 줄이고, 긴밀한 커뮤니티를 구축하여 포용적 성장을 이루는 데 목표를 둔 ‘Belfast Agenda’를 선언하였다.
정부는 위 어젠다와 도시 비전에 기초하여 평등이라는 가치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공원녹지계획을 수정할 것을 예고하였다.10)
영국 서부의 항구 도시 리버풀은 심각한 사회적 불평등 수준을 보이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2004, 2007, 2010년 여러 차례에 잉글랜드 내 가장 빈곤한 도시로 선정되었으며, 도시 내 가장 궁핍한 지역과 가장 풍요로운 지역 주민 간 기대수명 격차는 9~10년에 이른다(Liverpool City Council, 2018: 22, 24).
이러한 배경 속에서 리버풀 시는 불평등 완화와 포용성 확대를 위한 각종 정책을 개발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리버풀은 장기종합발전계획인 ‘Liverpool Local Plan 2013-2033’에서 포용적 도시 환경을 강조하고 있다. ‘지속가능하고 활기차며 독특한 글로벌 도시’ 비전과 함께 9가지 목표 중 하나로 ‘포용성 증대와 평등한 기회(maximising social inclusion and equal opportunities)’ 를 설정하고, 공공공간에 대한 시민 모두의 접근성을 보장하는 도시설계 정책(Policy UD4)을 제시한다(Liverpool City Council, 2018: 209-210).
무엇보다 리버풀은 2010년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강한 문제의식과 전략을 담은 공원녹지계획 ‘Liverpool Green Infrastructure Strategy’을 수립한 바 있다. 그 배경에는 리버풀이 풍부한 양의 공원녹지를 자랑하고 있으나, 부유한 지역이 빈곤 지역에 비해 18%의 녹지를 더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과 공원녹지 분포의 불균형 및 빈부 지역 간 차이가 곧 건강 불평등 문제로 이어진다는 문제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Liverpool City Council, 2010: 7-8). 이에 따라 다음과 같이 건강 불평등 문제에 대응하는 공원녹지 정책을 수립하였는데, 첫째, 공원녹지와 상관성이 높은 정신 질환, 비만, 관상동맥심장질환과 같은 건강 문제를 주요 지표로 설정하고 있다. 둘째, 건강 문제별 박탈 지역을 정책 시행 우선 지역으로 고려한다. 셋째, 신규 녹지 조성, 기능과 질적 수준 향상, 프로그램 지원 등의 세부 실행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Liverpool City Council, 2010: 96-97).
이러한 전략 아래 리버풀 정부는 관련 사업을 시행하였다. 리버풀은 전략계획 수립 후 빈곤 지역의 공원녹지 재생을 위해 총 300,000파운드(약 4.3억 원)에 이르는 별도 기금 ‘Natural Choices for Health and Wellbeing Programme’을 마련하고, The Mersey Forest와 Natural Choices 등의 단체와 협업하여 38개 사업을 추진하였다(Natural Choices for Health and Wellbeing). 각 사업은 전략 수립 과정에서 우선 사업 대상지로 선정된 곳에서 이루어졌는데, 절반 가량이 영국 내 빈곤 상위 1% 지역, 그 외 약 22%는 빈곤 상위 5%에 해당하는 곳이었다. 사업 유형은 43%가 텃밭 조성과 운영이었고, 29%는 환경 조성과 개선이었다. 사업 시행 결과, 웰빙 수준 향상과 신체 활동 증가와 같은 긍정적인 효과가 보고되었다(Wood et al., 2013).
연구 결과, 영국 지방정부의 관련 정책에서 발견되는 특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공원녹지 계획에서 포용성이라는 개념이 대두한 시기는 런던을 제외하고 대체로 2010년대로, 그 중에서도 심각한 불평등 문제에 직면했던 리버풀이 관련 정책 개발에 앞섰다. 그 배경은 사회적 포용성 향상, 포용적 디자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관련 상위국토계획 수립에 있다. 둘째, 에든버러와 리버풀 시의 사례와 같이, 포용성 관련 공원녹지 정책은 여러 가지 사회경제적 불평등 측면 중에서도 건강 불평등 해소와 웰빙 추구를 위한 방안으로 여겨진다. 셋째, 정책 내용은 크게 네 가지 경향으로 요약된다. 하나는 기존 공원녹지의 연결성을 강화하거나 새로운 녹지를 조성함으로써 접근성을 향상시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린 플래그 수상 공원녹지를 증가시키거나, 양질의 공원녹지 접근성을 정책 목표로 설정하는 질 향상이다. 세 번째는, 우선 정책 시행 지역 선정을 위해 지수를 개발하거나 복합결핍지수를 통해 공원녹지의 불평등 수준을 검토하는 것이다. 네 번째는,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정책 추진을 위해 기금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다양한 주체와 파터너십을 구축하는 것이다(Table 4 참조).
영국 사회의 포용성 제고를 위한 공원녹지 체계를 보다 깊이 이해하기 위해 정부 정책 이외 다른 차원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구체적인 사업 개발과 추진 과정에서 민간 조직의 활동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민·관 파트너십 구축은 영국 공원녹지 정책의 주요 특징 중 하나로, 2002년 Urban Green Spaces Taskforce가 공원녹지에 대한 민·관 파트너십 구축을 제안하면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민간 조직 사이에 역할 배분과 협력 관계가 이루어졌다(Kim and Roe, 2007; Kim and Choi, 2012).
포용적 도시재생을 위한 공원녹지 정책 역시 정부와 민간의 파트너십 관계에 기반하고 있다. 눈에 띄는 몇 가지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정부 조직 간 협업 기구 설립이다. 건강 불평등 문제에 대응하여 정원 조성과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스코틀랜드 정부 내 산림·건강·자연유산 등의 부서의 협업체인 Green Exercise Partnership과 중앙정부의 관련 조직부터 지역 자치단체의 협력과 조율을 담당하는 Glasgow and Clyde Valley Green Network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둘째, 민간 조직의 적극적인 참여와 활성화이다. 영국에서 포용적 공원녹지 재생 프로젝트를 실행하는 주체는 비영리단체나 사회적 기업과 같은 정부 바깥의 조직이다. 예컨대 스코틀랜드의 풀뿌리 공원녹지 사업인 ‘Greenspace for Communities Initiative’를 추진하는 단체는 Greenspace Scotland이다. 2002년에 시작하여 사회적 기업으로 성장한 이 단체는 약 2,000개 이상의 커뮤니티 프로젝트에 자금과 공원녹지 운영 및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Greenspace Scotland). 1981년에 설립된 자선 단체 Groundwork도 영국 전역의 소외 지역 내 공공녹지 개선과 운영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커뮤니티가 돌본 환경이 곧 커뮤니티를 돕는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녹지 개선을 통해 강력한 공동체 구축과 녹색 일자리 창출과 같은 삶의 질 향상을 추구한다(Groundwork). 이러한 민간 조직은 정부 뿐 아니라, 기업, 건강 분야, 학교, 주택 조합 등과 협업 관계를 맺고, 이들의 관심과 참여, 지원을 유도하고, 커뮤니티와 연결하는 적극적인 매개자 역할을 하고 있다.
카디프 시의회가 2018년 별도의 공원재정계획 보고서 ‘Funding of Parks’를 발행한 예에서 알 수 있듯, 정책의 실행 가능성을 높이고,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안정적이며 풍부한 재원 마련은 현재 영국 공원녹지 정책의 주요 화두이다. 향후 예상되는 중앙정부의 관련 예산 축소에 대비하여 다양한 재원 출처를 마련하는 움직임이 엿보인다. 브리스톨과 맨체스터와 같은 도시는 수익창출 전략을 개발하고 있으며, 노팅엄은 예산의 50%를 상업 소득에서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Cardiff Council, 2018: 26). 이외에도 벨파스트는 재단과 복권 기금 등 다양한 잠재적 재원을 검토하고 있다(Belfast City Council: 2005, 49-50).
포용적 도시재생 사업의 재원도 마찬가지이다.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의 예산만으로 구성되어 있지 않다. 별도의 기금을 마련하거나 매칭 펀드를 활용하여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리버풀의 ‘Natural Choices for Health and Wellbeing Programme’이다. 이것은 2011년 그린 인프라스트럭처 전략 수립 후 빈곤 지역 주민의 건강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프로젝트 실행을 위해 설치된 기금으로, 총 30만 파운드(약 4.4억 원)로 38개의 커뮤니티를 지원하였다(Landscape Institute, 2013b: 19). 그 외에도 2017년 ‘National Park City 2050’ 선언 이행을 위해 마련된 기금 ‘Greener City Fund’ 내에서 지역재생 예산 ‘Good Growth Fund’를 집행하고 있는 런던의 사례(Greener City Fund)와, 낙후 지역 환경 개선 프로젝트 수행을 위해 어린이 및 청년 대상 복지기관인 ‘Children First’의 기금을 활용한 카디프의 정책 사례가 눈에 띈다(Cardiff Public Services Board, 2018: 35).
Ⅳ. 제도 개선을 위한 제언
국내의 공원 제도 검토와 영국의 정책 사례 분석을 바탕으로 불평등 해소와 포용성 확대를 위한 공원 제도 개선 방향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정책 개발과 추진에 앞서 공원녹지의 불평등 및 포용성 현황, 공원녹지와 불평등 및 삶의 질의 상관성, 그리고 포용적인 공원녹지 환경 가이드라인 연구 등이 수행되어야 하며, 이러한 기초 연구에 대한 국가와 정부 차원의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영국의 경우 CABE와 LI와 같은 공원녹지 관련 상위 연구기관과 전문 단체의 공원녹지와 사회경제적 불평등의 관계를 규명하는 연구는 정책 수립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형성과 방향성 설정의 기초가 되었다. 최근 포용성에 대한 관심의 증가와 함께 국내에서도 공원 기반 도시재생 효과, 공원의 포용성 현황 평가 등의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으나, 특정 도시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그치고 있으므로, 국가 차원의 공원녹지 형평성 평가를 시작으로 관련 제도와 계획 체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이때 정부는 공원 결핍 정보를 수집하고, 통계를 작성하는 등의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위해 전담 조직을 구성하거나, ‘조경진흥법’ 제11조에 따라 국·공립 연구기관을 지정하여 지원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공원녹지의 양적 확충뿐만 아니라, 질적 수준 향상을 정책 목표로 설정하고, 관련 전략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영국은 공원서비스의 질적 수준이 곧 삶의 질과 밀접한 연관성을 지닌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공원녹지의 질적 등급 분포도를 작성하거나, 높은 수준의 공원녹지에 대한 도보 접근권 인구 비율을 검토하며, 질적 수준 향상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국내의 관련 제도와 정책은 1인당 공원 면적과 같은 각종 양적 지표, 신규 공원 조성에 대한 예산 집중 등, 공급자 중심의 양적 확충을 중심으로 구축되어 있다. 이러한 체계는 공원녹지의 박탈 혹은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는데 한계를 지니므로, 질적 수준을 포함하는 공원 기준 개선, 질적 등급 평가방안 마련, 등급별 관리방안 마련 등을 통해 포용적인 공원녹지 체계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
셋째, 정책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정책 우선 추진 지역을 선정하기 위한 도구 개발이 필요하다. 기존 공원 정책에서는 1인당 공원 면적, 공원 접근성 등의 단편적 지표를 활용해 공급자 중심으로 정책 대상을 선정해 왔다. 그러나 포용성이란 삶의 여러 측면에서 나타나는 불평등과 배제를 완화하거나 해소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소득·고용·건강·교육 등 다양한 사회경제적 불평등 요소를 바탕으로 포용성 수준을 분석함으로써 정책 필요도가 높은 지역을 찾을 수 있는 도구로 근린 단위의 공원결핍지수 개발이 필요하다.
넷째, 지자체가 포용적 도시재생을 위한 방안으로 공원 사업을 보다 쉽게 기획하고 추진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공원사업 유형을 개발하여 제시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인구구조 특성 상 노인, 유소년 등 소외계층 비율이 높은 지역, 경제적, 교육적 수준이 낮은 취약계층 비율이 높은 지역, 정신적 건강과 신체활동 수준이 낮은 지역 등, 지역과 계층의 박탈 조건에 따라 공원 증진 프로그램을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다섯째, 다양한 부문 간 파트너십 구축이 필요하다. 포용적 도시재생 정책은 커뮤니티 활성화, 신체 활동 증가, 정신 질환 감소, 일자리 창출 등을 목표로 하기에 건강, 복지, 산림, 문화 등 다양한 분야와 연결될 필요가 있다. 따라서 국토교통부, 보건복지부, 문화체육관광부, 산림청 등 유관 부처와 조직 간 협력을 통해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한편, 지역별 불평등 문제의 유형과 공원녹지 현황이 상이하므로 지역 여건에 기반한 전략 수립을 위해 지방정부의 역할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 뿐만 아니라 포용적 도시재생 사업은 지역사회를 지원하거나, 함께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주체를 필요로 하기에, 전략을 수립하는 정부, 사업 추진 현장, 관련 전문가와 기관들 사이에서 소통을 담당하는 유연한 플랫폼으로서 비영리단체, 지역 협동조합, 주민 단체 등 민간 부문의 적극적인 참여를 확대할 필요가 있으며, 정부는 민간의 참여를 보장하고 지원하는 법적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Ⅴ. 결론
본 연구는 최근 한국 정부의 포용성 제고 노력과 사회경제적 도시재생 정책 추진에 대응하여 포용적 도시재생을 위한 공원 정책 개발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관련 정책의 기본 방향을 모색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포용성 측면에서 국내 공원 제도를 검토하여 문제점을 드러냈으며, 한국과 유사한 사회경제적 불평등 수준을 보이는 영국을 중심으로 포용적 도시재생을 위한 공원 정책 사례를 분석함으로써 국내 정책 방향에 대한 시사점을 도출하였다.
연구 결과, 오늘날 국내 공원 제도와 정책은 포용성 제고라는 측면에서 한계를 보인다. 국내 주요 도시의 공원녹지는 불균등한 지리적 분포와 서비스 수준의 계층별 차이라는 문제를 나타내고 있다. 공원녹지율, 1인당 공원 면적 등, 공급자 중심의 양적 확충에 초점을 둔 현재의 공원 제도에서 취약지역과 취약계층은 공원녹지 서비스에서 소외되는 경향을 보인다.
영국의 포용성 확대를 위한 공원녹지 중심의 도시재생 정책특징은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먼저 정책 추진 이전에 사회경제적 불평등 해소와 포용적 사회 건설 필요성에 대한 국가 차원의 인식과 물리적 재개발에서 사회경제적 재생으로 도시재생정책 기조의 변화가 있었다. 이 과정에서 공원녹지의 환경과 건강 불평등 문제를 완화 효과를 뒷받침하는 연구와 국가 차원의 공원녹지 불평등 현황 조사는 관련 정책 수립의 당위성으로 작용하였다. 이에 따라 포용적 사회는 영국 상위국토계획의 주요 목표로 반영되었으며, 사회경제적 박탈 지역을 중심으로 한 공원녹지 공급과 질적 개선이 각 지방정부의 공원녹지 정책으로 수립되었다. 이와 함께 정책 추진 방법으로 공원서비스에 대한 상대적 필요도를 측정할 수 있는 분석체계와 질적 평가기준이 도입되었으며,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다양하며 안정적인 재원확보와 민·관 파트너십 구축 방안이 마련되었다.
현황에 대한 문제의식과 영국의 관련 제도 고찰을 바탕으로 본 연구는 관련 제도 개선을 위한 다섯 가지 방향을 제시하였다. 첫째, 정책 개발과 추진 이전 단계에서 공원녹지와 불평등과 삶의 질의 상관성에 대한 기초 연구, 공원녹지의 불평등 및 포용성 현황 조사, 포용적인 공원녹지 환경 가이드라인 연구와 같은 기초 연구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였다. 둘째, 공원서비스의 양적 확충을 넘어 질적 수준 향상으로, 공원녹지 제도의 목표 재설정과 전략 개발을 촉구하였으며, 셋째, 정책 우선 추진 지역을 선정하기 위한 도구 개발을 주장했다. 이외에 넷째, 도시재생을 위한 공원사업 유형 개발, 다섯째, 다양한 부문 간 파트너십 구축과 법적 제도 마련을 제시하였다.
본 연구는 영국의 공원 기반 포용적 도시재생 정책을 상위국토계획과 전략계획 등을 살핀 문헌 연구로, 정책 입안 단계를 살피는 데 그쳤다는 한계를 지닌다. 본고에서 언급하였듯 이미 영국 내 여러 지방 정부와 관련 단체가 포용성 확대를 위한 공원녹지 개선 사업을 시도하였으며, 그로 인한 사회경제적 불평등 완화 효과가 보고되었다. 따라서 향후 대표적인 개별 사례를 대상으로 사업의 시행 과정과 내용, 지원 제도, 참여 주체, 효과 등을 구체적이며 다층적으로 살펴보다 구체적인 정책 방안을 제안하는 연구가 이어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