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공간 속에 존재하며, 일상을 살며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으로 공간에 흔적을 남긴다. 인간의 일상은 물리적 공간에 표시되며, 공간에서의 경험을 비물리적으로 기억한다. 이것은 다시 인간에게 의미를 획득한 공간이 되어 개인에게 특별한 장소로 인식된다. 본 연구는 일상적 장소를 경험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내재된 시선으로 바라본 장소정체성 연구가 필요하다는 인식에서부터 시작한다. 투안(Tuan, 2001)은 인간이 공간에 가치를 부여하면 장소가 된다고 했다. 즉, 개인에게 가치 있는 장소들은 주관적 의미가 내재된 다양한 장소정체성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나이른(Nairn)은 장소의 정체성은 사람들 수만큼이나 많다고 했다. 즉, ‘장소정체성(place identity)’은 물리적 환경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개인적 경험과 의미 속에도 존재한다고 말한 렐프(Relph, 1976)의 주장은 이를 뒷받침한다. 렐프는 ‘장소정체성(place identity)’은 개인들이 부여한 특정 장소에 대한 의미를 상호 주관적으로 결합하여 공통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것이라 했다.
본 연구의 대상지인 강원도 철원군 갈말읍 신철원리 일대는 철원군 내 가장 남단에 있는 지역으로서, 6·25 전쟁으로 인해 폐허가 된 철원 구도심을 대체하기 위해 휴전 협정 체결 이듬해인 1954년 지정된 새 도읍지다. 현재 신철원1)이라 불리는 이 지역은 대대로 사람이 거의 살지 않던 척박한 곳으로서, 구 철원 시가지에 있던 철원군청을 비롯한 주요 관공서, 학교 등의 공공시설이 생기면서 철원군민, 실향민, 외지인 등이 모여들어 내부인으로서 정착할 환경을 함께 일구어 온 곳이다. 따라서, 신철원은 지역만의 역사·문화적 배경이 매우 빈약함에도 주민들이 지난 70여 년간 일상적 행위를 통해 직접 일구어 온 곳으로 주민과 지역 간의 상호 애착 관계를 형성한 대표적인 장소라 할 수 있다. 신철원 주민들의 일상적 공간은 개인의 경험을 통해 기억되고, 그곳에 가치를 부여하면 의미 있는 장소가 될 수 있다. 이렇게 주민 개개인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장소들이 모여 지역과의 관계성과 애착심이 형성될 수 있고 더 나아가, 이것은 특정한 장소에 대한 공통된 의미를 도출하여 내부인이 인정하는 일상성이 내재된 지역의 장소정체성으로 드러나게 될 수 있다.
렐프가 주장한 장소정체성의 구성 요소인 물리적인 ‘환경(physical setting)’, 인간의 ‘활동(activity)’, 내재된 ‘의미(meaning)’를 기준으로 신철원 지역을 내부인의 시선으로 바라보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일상적 장소를 스스로 기록하고 서술하는 ‘현상학적 연구2)’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외부인인 연구자의 관점에서 찾기 힘든 ‘내부인의 문화적 배경이 스며든(Wang and Burris, 1994)’ 새로운 시각을 생산해 낼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현상학적 연구 방법의 하나인 ‘포토보이스(photovoice)3)’ 방법론을 활용하기로 한다. 본 연구의 목적은 내부인 관점의 일상성이 내재된 신철원 지역 장소들의 의미와 상호 관계성을 발견하고, 지역의 장소정체성과 연결하여 그 특성을 분석하고자 한다.
Ⅱ. 이론적 고찰
장소란 물리적인 공간을 지칭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그 공간과 인간이 함께 관계를 맺어가는 곳이다. ‘사람은 곧 자신이 살고있는 장소이며 장소는 곧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이다.’라고 렐프(Relph)가 주장하였듯 장소에서는 인간의 삶과 이야기가 담긴 의미적 공간이 될 수 있다. 이푸투안(Yi-Fu Tuan)은 한 물리적 공간에서 인간이 사회적 관계 등을 토대로 경험과 삶이 스며든다면 그곳은 장소가 된다고 하였다. 이 장소에서 개인의 가치 있는 주관적인 의미가 부여된다면 다양하면서도 고유한 장소정체성을 갖는 것이라 볼 수 있다(Choi, 2012).
한편, 일상성(everyday life)이란 ‘매일 반복되는 삶과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Maffesoli, 2021; Park, 1994)’을 뜻한다. 뤼트케는 역사 속의 대다수 이름 없는 사람들의 매일의 삶이 고난 속에서 일궈낸 생존의 역사이며, ‘역사 속의 일상들(historishe Alltage)’이라 정의하였다. 일상 연구가 단순히 미시적·단편적 수준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개인과 사회 전체의 유기적 관계성을 중심으로 다루어져야 한다(Park, 1994, Alf Lüdtke, 2002 ; Maffesoli, 2021)는 것은 마을을 하나의 세계로 바라보고 접근한 최근의 마을 연구(Jung and Kong, 2020)와도 맥락을 같이 한다. 이렇듯 평범한 일상생활 속 개인과 역사, 사회뿐만 아니라 주변환경과의 상호 관계성에 대한 고찰을 통한 일상성 연구는 지역의 장소정체성 연구를 위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Suh, 2021).
본 연구에서는 일상성이 내재된 장소정체성을 분석하기 위하여 렐프가 주장한 장소정체성의 3요소인 ‘물리적 환경(physical setting)’, ‘활동(activity)’, ‘의미(meaning)’에 집중하였다(Figure 1 참조). 이는 신철원의 내부자의 관점에서 지역을 바라보고 개개인의 경험을 토대로 장소적 가치와 의미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틀이 될 것이라 볼 수 있다4).
본 연구의 대상지는 강원도 철원군 갈말읍 신철원 일대이다5). 신철원 일대는 남측에 흐르고 있는 용화천과 남쪽에는 명성산, 동쪽에는 삼부연 폭포가 있다. 서울과 DMZ 방향의 남북으로 연결되는 43번 국도가 위치한다. 구 철원이라 불리는 화려한 명성의 철원 옛 도읍은 한국전쟁으로 인해 폐허가 되고 민간인의 출입이 통제됐다. 군청, 경찰서, 법원, 우체국 등 주요 관공서가 있던 자리는 치열한 전쟁의 상흔으로 흔적도 없이 초토화되어 철원군의 행정기능이 마비되기도 했다. 6·25 휴전 이후 철원군은 새로운 도읍지가 필요했고, 철원군의 남쪽 끝에 있는 ‘칡뿌리의 끝’이라는 의미를 가진 갈말읍에 1950년대 판 신도시인 신철원을 만들었다. 이곳은 대대로 땅이 척박하여 아무도 살지 않던 땅이었으나, 전쟁 이후 불안정한 상황에서 가장 안전하다고 판단된 철원 남쪽 끝에 새 행정도시를 형성한 것이다. 철원 일대의 지질적 특징은 대부분 화산 폭발로 흘러내려 온 용암들이 점토와 산골짜기를 채우며 만들어졌다. 동서로 뻗은 신철원 시가지는 용암대지의 습기 많은 땅을 피해서 용화천 주변에 형성된 물이 잘 빠지는 자연제방과 모래 토양 위에 놓여 있다. 사람들은 이곳에 모여 살기 시작하였고 신철원 시가지가 확장됨에 따라 지포마을 사람 중 일부는 물이 잘 빠지지 않는 용암대지 점토층에 집을 짓고 생활하였다6).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신철원 주민들은 지난 70여 년 동안 일상적 환경을 직접 일구어오면서 지역과의 상호 관계성을 맺어왔다. 이러한 장소적 특징을 지닌 신철원을 본 연구의 대상지로 선정하였다(Figure 2 참조).
포토보이스는 사진(photo)과 목소리(voice)가 합쳐진 용어로 1994년 왕과 부리스(Wang and Burris, 1994)에 의해 개발되었다. 처음에는 포토노벨라(photonovella)라는 용어로 지역에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소수자, 여성, 아이들 등이 사진을 통해 일상 이야기와 지역 문제들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활용되었다. 이러한 포토보이스는 다음과 같이 세 가지 주요 목적을 갖는다. 첫째, 지역의 다양한 문제들을 지역사회 구성원들과 함께 발굴하고 기록을 한다. 둘째, 지역사회 이슈와 관련된 사진과 이미지들을 공유한다. 셋째,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의 변화를 위해 수행한다(Wang and Burries, 1997).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다음의 단계를 통해 포토보이스를 진행할 수 있다. 첫 번째 ‘파악(identification)’, 두 번째 ‘모집(invitation)’, 세 번째 ‘교육(education)’, 네 번째 ‘기록(documentation)’, 다섯 번째 ‘서술(narration)’, 여섯 번째 ‘관념화(ideation)’, 일곱 번째 ‘발표(presentation)’, 마지막으로 ‘확증(confirmation)’ 총 여덟 단계를 거치며 진행될 수 있다. 이 중 첫 번째 ‘파악’은 연구대상과 목적을 찾는 시작 단계이다. 두 번째 단계인 ‘모집’은 연구 참여자 모집 및 선정이 이루어진다. 세 번째 ‘교육’에서는 프로젝트 진행 방법 및 참여 방법, 동의서와 활용 방법을 논의한다. 이후 네 번째부터 다섯 번째 단계에서는 사진과 글쓰기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기록’하고, 기록된 자료를 토대로 내용을 ‘서술’하거나 글을 쓴다. 여섯 번째 단계인 ‘관념화’에서는 연구자가 참여자의 서술에서 공통점 및 주제를 뽑아낸다. 이러한 단계를 거쳐 논문, 포스터, 책자, 전시 등의 형태로 발표하고 사람들의 인식변화 여부를 확인하는 일곱 번째 ‘발표’ 및 마지막 ‘확증’의 단계로 정리한다(Table 1 참조).
Soure: Latz, 2018
왕과 부리스는 포토보이스 분석단계를 ‘선택(selecting)’과 ‘맥락화(contextualizing)’ 그리고 ‘성문화(codifying)’의 단계로 그 접근법을 제시하였다. ‘선택’은 참여자가 주체가 되어 연구에 활용된 사진이나 글, 그림 등을 직접 선택하는 것을 말한다. 이 단계는 개인적 및 집단적 경험에 대한 목소리(voice)라 볼 수 있다. ‘맥락화’는 토론, 제목, 스토리텔링 등을 통해 상대방에게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것을 말한다. ‘성문화’는 앞선 단계들을 토대로 보완하고 식별하는 분석을 의미한다. 포토보이스는 주로 의료, 복지 분야에서 활용하여 연구가 이루어져 왔다. 국내 연구에서도 관련분야에서 기존 연구의 직접 참여가 어려웠던 참여자들을 중심으로 그들의 관점을 통해 사회적 현상을 이해하고자 포토보이스 방법론을 활용하였다. 교육 분야연구(Jeong et al., 2017)에서는 기존에 직접 참여하기 어려운 학생들을 포토보이스 방법인 사진과 구술을 통해 향후 교육 프로그램 개발 방향과 의미 있는 연구 결과를 도출하였다. 사회복지 분야 연구(Kim et al., 2018)에서는 사진을 이용하여 참여자들이 추구하는 지역 이미지를 파악하고 이를 위한 실천적 제언을 하였다. 보건 분야 연구(Ha, 2015)에서는 참여자들의 현상을 탐구하는데 포토보이스 방법론이 지역사회 구성원들의 현장성 있는 의견도출과 관계 형성을 긍정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역할을 하였다. 이렇게 선행연구들을 통해서 살펴본 포토보이스 기록 방법으로는 크게 글쓰기, 사진, 구술의 형태를 주로 활용하였으며(Table 2 참조), 본 연구에서는 기존의 세 가지 형태에 ‘그림 그리기’를 덧붙여 신철원 일대에 대한 추억과 일상성이 드러날 수 있게끔 방법론을 보완하였다.
Researcher | Field of study | Recording method for photovoice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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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 Photograph | Oral statement | ||
Wang and Burris(1994) | Education, healthcare, feminism | • | • | |
Wang and Burris(1997) | Healthcare | • | • | |
Ha(2015) | Healthcare | • | ||
Jung et al. (2017) | Education | • | • | |
Kim et al.(2018) | Social Welfare | • | • | • |
Choi(2019) | Social Welfare | • | • |
Ⅲ. 포토보이스를 활용한 장소정체성 연구
신철원의 일상성이 내재된 장소정체성 연구를 위해 포토보이스 방법론을 활용하여 단계별로 진행하였다. 각 단계는 앞서 포토보이스 방법론에서 설명한 기준을 바탕으로 연구자가 본 연구의 세부 목적에 맞게 일부 추가하거나 가감하여 재구성하였고, 연구의 주체자를 연구자 혹은 참여자로 명확히 구분하여 진행하였다. 첫 번째 단계는 연구자가 연구대상지 및 목적을 ‘파악’하기 위한 준비를 하면서 연구의 목적을 세부적으로 설정하였다. 연구의 목적은 일상성이 내재된 신철원의 장소정체성을 분석하고자 하는 것이며 이에 따른 세부 연구질문을 설정하였다(Table 3 참조)7). 두 번째 단계는 연구자가 신철원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을 중심으로 연구 참여자를 ‘모집’ 및 선정하였다8). 세 번째 단계는 연구자가 참여자에게 포토보이스 활동에 필요한 ‘교육’을 두 차례에 걸쳐 진행하였다9). 교육 진행 시 연구자는 참여자에게 연구의 목적과 의미, 참여자 선정 배경 및 참여 방법 등을 설명하였으며, 연구 참여 활동에 필요한 신철원 지도, 일회용 카메라, 노트, 스케치북 등을 제공하였다.
본 연구 방법론의 핵심인 네 번째 단계에서는 참여자가 주체가 되어 각 참여자의 일상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장소에 대한 ‘기록’을 진행하도록 하였다. 이를 위해 참여자들에게 Table 3과 같이 주어진 질문 ‘Q1’과 ‘Q2’에 근거한 신철원 일상적 장소에 대한 ‘기록’을 직접 진행하도록 유도하였다. 참여자들에게는 약 2주의 시간을 주었으며, 연구자가 제공한 도구를 활용한 사진찍기, 그림 그리기, 글쓰기 등의 표현 방법을 활용해 각 질문에 맞는 참여형 연구를 하도록 했다. 표현 방법 중 그림 그리기는 기존의 선행연구에서 보기 어려웠던 방법으로서, 과거에는 존재했으나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 장소에 대한 기억을 표현하는 중요한 방법으로 본 연구를 위해 연구자가 추가하여 참여자들이 표현할 수 있도록 독려하였다. 다섯 번째 단계에서는 앞서 참여자들이 준비해 온 ‘기록’에 대한 사진찍기, 글쓰기, 그림 그린 내용을 약 1시간의 구술인터뷰를 통해 ‘서술’하는 시간을 가졌다.10) 여섯 번째 단계에서는 연구자가 참여자의 ‘서술’을 통해 공통적인 큰 주제를 뽑아 지도화 및 분석화가 이루어진 ‘관념화’ 과정이 진행되었다. 일곱 번째 단계에서는 본 연구의 논문을 통해 결과들을 ‘발표’하고자 한다.
본 연구에서는 포토보이스 여덟 번째 단계 중 일곱 번째 단계까지 활용하며 마지막인 ‘확증’은 추후 연구자와 참여자의 참여 후기 공유, 연구 결과에 관한 토론 및 후속 연구 등의 영역으로 남겨두기로 한다(Table 4 참조).
연구 참여자11)모집은 연구자가 사전에 알고 있던 지역 주민의 도움을 받아 신철원에 적어도 5년 이상 거주하고 있는 1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주민들로 구성하고자 했다. 그들 중 학생, 직장인, 주부, 노년층 등 다양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지역을 경험하며, 지역에 대한 애착이 있는 주민 16명을 참여자로 선정했다. 연구 참여자들과는 사전에 유선상으로 연구에 대해 가벼운 소통을 하였고, 섭외에 도움을 준 지역 주민을 통해 비교적 쉽게 라포르(rapport)를 형성할 수 있었다.
연구 참여자의 연령층은 1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하게 구성하고자 했으며, 이는 다시 Table 5와 같이 A그룹(10~20대), B그룹(40~50대), C그룹(60~70대)의 세 개의 그룹으로 나누었다(Table 5 참조). 연령대별 특성을 살펴보면 A그룹(10~20대)은 초등학교 학생부터 20대 청년까지 분포해 있고 이들은 신철원에서 태어나 이 지역에서만 계속 살았거나, 혹은 중간에 부모를 따라 이곳으로 이주해온 특징이 있다. B그룹(40~50대)은 본 연구 대상자인 A그룹(10~20대)의 부모 세대로 중년층에 속하며, 거주기간의 폭이 가장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는 그룹이다. 이들은 최근에 외부에서 이주했거나 성인이 되어 결혼 전후로 가정을 이루는 시기에 외부에서 이주해와 정착한 경우가 있다. 또는 이들의 부모님 세대 때부터 살아와 출생부터 생애 전반에 거쳐 신철원 한 곳에서만 살아온 것을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C그룹(60~70대)은 20대 청년 시절 결혼과 동시에 외부에서 신철원 지역으로 이주하여 가정을 이루며 정착해 비교적 오랜 시간 신철원에 거주하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각 세대가 인식하고 있는 신철원의 장소적 공통점과 차이점을 파악하고자 하였기에 연령대에 초점을 맞추어 그 특성을 분석하고자 한다.
본 연구에서는 신철원의 일상성이 내재된 장소들에 대한 체계적 분석을 위하여 렐프의 장소정체성을 중심으로 포토보이스 분석 방법을 접목하는 방식을 시도하기로 한다. 개념 도출을 위해 렐프의 장소정체성 세 요소를 바탕으로 라츠가 주장한 포토보이스의 여덟 단계 중 참여자와 연구자의 참여가 특히 중요한 단계와 수집된 자료에 대해 주목하고, 왕과 부리스가 설명한 포토보이스의 분석과정을 본 연구의 목적과 방법에 맞게 분석의 틀로써 재구성하였다(Figure 3 참조).
렐프의 장소정체성 세 요소는 본 연구 참여자들의 자료를 분석하기 위한 중요한 기준점이다. 이 기준점을 바탕으로 참여적 연구를 위한 효과적 방법론인 포토보이스의 여덟 단계 중 연구 참여자들의 적극적 개입 단계인 네 번째 ‘기록’, 다섯 번째 ‘서술’ 및 연구자의 분석단계인 여섯 번째 ‘관념화’에 특히 집중하기로 한다. 또한, 연구 참여자들이 수집한 자료를 연구자가 연구목적에 맞게 ‘선택’하여 자료를 구분하고 ‘맥락화’시키며 분석을 위한 ‘성문화’를 시키는 것은 왕과 부리스가 언급한 포토보이스의 분석과정으로서 매우 중요하다. 이렇게 주요 분석단계와 분석과정에서 드러난 각 주요 요소들은 서로 결합하여 본 연구를 위한 분석의 틀로써 다음의 세 단계로 재구성될 수 있다. 제1단계(Step 1)는 ‘기록 선정하기(selecting documentation)’로서 참여자의 사진찍기, 그림 그리기, 글쓰기 등의 활동을 통해 기록된 자료를 선별하여 선정하는 단계를 말한다. 이것은 장소정체성 세 요소 중 ‘물리적 환경’과 ‘인간 활동’을 기준으로 분석 가능하며, 육하원칙에 따라 세부적으로 분류할 수 있다. ‘물리적 환경’은 참여자가 기록한 주요 장소가 ‘어디(where)’인지를 분류할 수 있고, 그 장소에서 참여자는 ‘누구(who)’와 ‘언제(when)’, ‘어떻게(how)’, ‘무엇을(what)’했는지를 ‘인간 활동’의 영역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제2단계(Step 2)는 ‘서술의 맥락화(contextualizing narration)’로서 참여자의 인터뷰를 통해 각자의 주요 장소에 대해 맥락화 시키는 단계를 의미한다. 이 단계 역시 장소정체성 세 요소 중 ‘의미’를 기준으로 분석 가능하며, 육하원칙 중 참여자가 그 장소를 ‘왜(why)’ 그러한 활동과 경험이 이루어졌으며 참여자가 이 장소를 주요하게 선택하여 기록했는지에 집중하여 분류해 볼 수 있다. 제3단계(Step 3)는 ‘관념의 성문화(codifying ideation)’로 명문화할 수 있으며 앞선 두 단계를 통해 분류한 자료를 주요 장소를 고유명사가 아닌 상위 공간개념으로 성문화한 후, 참여자가 각 공간에 대해 어떠한 관념으로 선택을 하였는지에 대해 주제화시키는 작업을 말한다. 이렇게 세 단계를 거친 자료는 문항별로 맵핑화 하고 과거, 현재, 미래 관점에서 분석하여 신철원의 주요 장소들을 시·공간적 맥락으로 살펴보았다.
Ⅳ. 일상성이 내재된 신철원의 장소분석
앞서 분석의 틀에서 언급된 제1단계인 ‘기록 선정하기’에서는 참여자들이 선정한 장소의 고유 명사들을 상위개념으로 구분하여 장소들의 공통점을 찾으려 하였다. 사진찍기와 글쓰기뿐만이 아니라 본 연구에서는 그림 그리기를 추가하여 사라지거나 개인에게 특별한 의미가 현 장소의 실체와 상호 연관성이 희미한 경우 기억 속 의미 있는 장소를 기록하도록 하였다. 이것은 현재 실존하지 않거나 의미가 퇴색된 장소라 할지라도 개인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장소에 대한 기억을 과거 회상의 기록으로 남길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제2단계에서는 제1단계에서 연구 참여자들이 선정한 장소들의 사진에 대한 제목을 넣었다. 이는 제목에는 참여자들이 이 장소를 선택한 이유가 함축적으로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Table 6, 7 참조).
먼저 긍정적인 질문인 가장 흥미롭게 생각하는 장소(Q1)에 대해 참여자 1(P.01)은 자주 가는 학원 근처 주차장을 선정하였으며 이곳은 친구들과 매일 놀이하며 신나게 뛰어노는 곳이라 기록했다. 이러한 기억과 추억이 담긴 사진의 제목을 ‘추억이 많은 곳’으로 했다. 참여자 2(P.02)는 친구들과 사계절 놀이를 하며 신나게 놀 수 있는 곳으로 용화천을 언급하였으며 사진 제목을 ‘놀이동산’으로 지었다. 참여자 3(P.03)은 ‘영화 볼 수 있는 장소’라는 이유로 철원문화원을 선정하였고 친구들과 함께 언제든지 영화를 보며 즐길 수 있는 곳이라고 기록하였다. 참여자 4(P.04)는 ‘따스한 고향’이라는 의미를 함축한 용화천을 흥미로운 장소라 하였으며 친구들과 함께 사계절 안전하고 재미있게 놀 수 있는 곳으로 해당 장소를 기록하였다. 참여자 5(P.05)에게 ‘7년간의 기억’이라는 의미가 담긴 신철원 버스터 미널은 그의 유년 시절에 추억이 많은 곳으로 기억되고 있었다. 참여자 6(P.06)은 용화천이 친구들과 함께 사계절 놀이하며 재미있게 놀던 곳으로 ‘수영장’이라는 의미가 있다. 참여자 7(P.07)은 ‘자유란 날개를 달고 온 작은 영화관’이라는 의미로써 철원문화원을 선정하였고 친구들과 언제든 가서 영화를 볼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설명하였다. 참여자 8(P.08)은 ‘우리 집’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지포리 초입을 언급하였는데 이는 타지에서 고향에 돌아올 때 고향 초입의 친근한 풍경이 보이면 친숙하고 반가운 곳이라는 그 장소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다.
참여자 9(P.09)는 ‘뜻밖’이라는 제목을 통해 유년 시절부터 지금까지 철원의 대표관공서가 우리 작은 마을에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고 신기하다며 선정한 철원관공서를 이야기했다. 참여자 10(P.10)은 삼부연 폭포를 통해 신철원의 사계절 관광자원인 이곳이 가치 있는 자연환경자원이며 이 장소에 대한 제목을 ‘천혜의 관광자원 삼부연 폭포’로 지었다. 참여자 11(P.11)은 ‘철원을 들어오는 길목_회전교차로’라는 제목으로 신철원으로 들어오는 회전교차로를 흥미로운 장소로 선정하였으며 유년 시절부터 지금까지 있던 군사용 콘크리트 시설물이 없어지고 밝은 지역 이미지로 개선된 곳으로 해당 장소를 설명했다. 참여자 12(P.12)는 가족과 함께 봄에 꽃놀이와 숲길 산책을 즐기며 놀 수 있는 곳이라는 설명을 통해 현충탑을 선정하였으며 사진의 제목을 ‘낮잠’이라 했다. 참여자 13(P.13)은 신철원에 처음 와서 살던 첫 번째 집을 가장 긍정적인 장소로 ‘첫 단추’라 이름 지었으며 가족이 처음 신철원에 와서 정착한 따뜻한 기억이 있는 곳으로 장소에 대해 기록했다.
참여자 14(P.14)는 신철원에서의 첫 번째 집인 지포리 갈말성당 부근을 꼽았다. 해당 장소에 대해서는 처음 신철원에 시집와서 정붙이고 살던 포근한 기억이 있는 곳이라 하였으며 제목으로 내가 시집와서 살던 ‘우리 집 자리’라고 지었다. 참여자 15(P.15)는 ‘추억의 오솔길’이라는 의미가 담긴 삼부연 폭포 근처를 가장 흥미로운 장소로 꼽았고 유년 시절 놀이터였던 곳이라고 이야기했다. 참여자 16(P.16)은 일상생활을 하며 안부를 나누던 추억이 있는 곳으로 쫄쫄이 우물을 설명하면서 이는 ‘동네 주민들의 식수원 쫄쫄이 샘물’로 제목을 지었다.
부정적인 질문인 가장 아쉽게 생각하는 장소(Q2)에 대해 참여자 1(P.01)은 학원 옆 편의점 건물이 허름하여 아쉽다고 설명하였다. 참여자 2(P.02)는 본인에게 ‘공포의 집’이라는 제목처럼 느껴지는 파출소 옆 빈 건물을 선정하였다. 참여자 3(P.03)은 행복빌라를 본인에게 ‘무서운 곳’이라는 이유로 선정하였다. 참여자 4(P.04)는 철원문화원을 친구들과 자유롭게 놀러 가고 싶은데 쉽게 갈 수 없는 아쉬운 곳이라 선택하였고, ‘친구들과 함께 마음껏 놀고 싶은 곳’이라는 제목을 정하였다. 참여자 5(P.05)는 초등학교 삼거리를 가장 아쉬운 장소로 선택하였고 학생들이 다니기에 ‘초등학교 앞 위험지역’이라는 이유를 덧붙였다. 참여자 6(P.06)은 친구들과 더 많은 문화생활을 누리고 싶은 곳으로 철원문화원을 꼽았고 그 장소는 ‘영화관’으로 제목을 지었다. 참여자 7(P.07)은 청소년회관 옆 공터가 청소년과 어린이가 놀기에 위험한 곳이라 하였다. 참여자 8(P.08)은 철원군청 주차장을 선택하였고 이를 어린 시절 동네 친구들과 언니 오빠들과의 추억이 있는 곳으로 이야기하면서 사진의 제목을 ‘그 시절 어린이들의 놀이터였던….’으로 지었다.
참여자 9(P.09)는 파출소 옆 빈 건물이 방치되어 보이는 아쉬운 곳으로 꼽았다. 참여자 10(P.10)은 용화천 물놀이장을 꼽으며 방치되어 보이는 아쉬운 곳으로 ‘용화천, 명성천 만나는 지점’이라고 사진의 제목을 지었다. 참여자 11(P.11)은 신철원 시장이 사람도 물건도 많이 사라져서 아쉬운 곳으로 꼽았으며, ‘먹자골목’이라는 제목을 지었다. 참여자 12(P.12)는 신철원 초등학교 앞 벽화 그림이 지역과 어울리지 않는 ‘야누스’와 닮았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참여자 13(P.13)은 초등학교 앞 오래된 건물벽화를 가장 아쉬운 장소로 선정하였으며 벽화가 그려진 후 분위기가 달라져서 ‘따스한 공간이 생각나 아쉬운 벽’이라는 이름으로 제목을 지었다.
참여자 14(P.14)는 집 근처 성당 일대를 꼽아 동네에 이웃 주민들과 수시로 드나들며 정겨웠던 일상이 그리운 곳으로 ‘옛날 갈말성당’이라는 사진의 제목을 덧붙였다. 참여자 15(P.15)는 콩나물 공장 우물이 있던 장소가 본인이 어릴 적 아버지께 우물에서 물을 떠다 드린 추억이 생각나는 곳으로 ‘아버지의 그리움’이 담긴 장소로 제목을 지었다. 참여자 16(P.16)은 용화천을 가장 아쉬운 장소로 꼽으면서 아이들이 수영하며 놀고 본인은 이웃들과 빨래하며 사는 이야기를 했던 추억이 담긴 장소라는 기록을 통해 용화천이 ‘아이들의 추억과 꿈이 있는 곳’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포토보이스의 여덟 단계 중 여섯 번째 ‘관념화’는 연구자가 연구 참여자의 서술 속 공통적 주제를 뽑아 집단적 공유와 경험의 가치가 있는 장소와 그 의미를 읽어내는 것이다. 여기에 주요 장소를 상위 공간개념으로 성문화한 제3단계 ‘관념의 성문화’에서는 앞서 제1단계와 2단계에서 나온 장소들을 공간적으로 맵핑화하고(Figure 4, 5 참조), 장소적 경험을 과거·현재·미래로 시간적 분석하였다(Table 8 참조). 이를 통해 참여자가 장소들을 어떠한 관념으로 선정하였는지 주제화하였다. 신철원에 대한 관념적 장소에 대한 공간적 및 시간적 분석은 다음과 같다.
먼저 긍정적인 질문인 가장 흥미롭게 생각하는 장소(Q1)에 대해 A그룹 10대 참여자 1(P.01)은 학원 근처 주차장을 언급하였는데 이곳은 학원이 끝나고 친구들과 함께 노는 곳이라는 추억이 담겨 있었다. 같은 그룹의 참여자 2(P.02), 4(P.04), 6(P.06)은 용화천을 언급하였으며 이곳은 신철원에서 물놀이를 할 수 있는 가장 큰 물길이며 가족뿐만이 아니라 친구들과 함께 만나서 놀 수 있는 공통의 관념화로 장소선정이 된 것을 볼 수 있다. 참여자 3(P.03), 7(P.07)은 철원문화원을 선정하였으며 신철원 내에 영화관이 없고 영화를 보기 위해서는 시내로 30분 이상을 차로 가야 했는데 철원문화원이 생기면서 가까운 곳에서 영화를 접할 수 있어서 이곳을 공통의 장소로 선택한 것을 확인하였다. 참여자 5(P.05)는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신철원의 중심지인 버스터미널을 갔던 유년 시절의 기억이 떠올랐으며 터미널이 다른 지역의 경험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감이 들었던 추억의 장소인 것으로 나타났다. A그룹 중 유일한 20대 참여자 8(P.08)은 학창 시절까지 신철원에 거주하다가 대학 시절 다른 지역에서 거주한 경험이 있다. 그는 지포리 초입을 언급하면서 타지에서 생활하다가 버스를 타고 고향에 돌아올 때 초입의 친근한 풍경이 보이면 반가웠다는 추억을 회상하며 이곳을 선택하였다. B그룹(40~50대)의 참여자 9(P.09)는 신철원에서 태어나고 계속 거주하는 주민으로 예전부터 신철원이 지리적으로 큰 지역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공서들이 들어선 모습들이 신기하고 본인의 동네가 주요 중심지라는 느낌을 받아 철원군청을 선택하였다고 볼 수 있다. 같은 그룹의 참여자 10(P.10)은 신철원의 주요 관광지인 삼부연 폭포를 통해 그곳이 지역을 대표하는 장소라고 생각하고 선정하였다. 참여자 11(P.11)은 3대째 신철원에서 살고 있으며 지리적 역사적 특성상 군사용 콘크리트 시설물이 많이 있던 지역의 초입 부근에 회전교차로가 생기면서 사고도 줄고 지역의 이미지가 많이 변한 것 같다는 이유로 그곳을 긍정적인 장소로 선택하였다. 신철원에 거주한 지 5년 된 참여자 12(P.12)는 북쪽에 있는 신철원에 꽃을 많이 볼 기회가 없었는데 가족과 함께 봄에 꽃놀이와 숲길 산책을 경험했던 추억을 떠올리며 해당 장소인 현충탑을 언급하였다. 참여자 13(P.13)은 다른 지역에 살다가 신철원에 처음 와서 살던 첫 번째 집을 따뜻한 기억이 있는 곳으로 뽑았다. C그룹(60~70대)의 참여자 14(P.14)는 결혼하고 처음 온 신철원에서의 첫 번째 집에 대한 기억을 회상하며 그곳을 긍정적인 장소로 언급했다. 유년 시절부터 신철원에 거주했던 참여자 15(P.15)는 예전 삼부연 폭포 근처가 영화나 드라마를 찍는 곳으로 주목을 받았고 친구와 가족들과 함께 그 근처를 가서 촬영하는 것을 보았던 기억이 생각난다고 하였다. 참여자 16(P.16)은 신철원 지포리 부근은 물이 많이 있는 곳으로, 우물이나 물길이 지나간 곳이었고 주민들과 함께 사용한 식수원이자 추억이 담긴 쫄쫄이 우물을 언급했다.
아쉬운 장소에 대해 A그룹(10~20대) 참여자 1(P.01)이 선택한 학원 옆 편의점은 외관상 허름해서 아쉬운 곳이라는 이유가 있었다. 10대 참여자 2(P.02)와 40대 참여자 9(P.09)는 다른 연령대이지만 파출소 옆 빈 건물을 선택하였으며 위험하고 방치되어 보이는 곳이라는 공통된 이유를 들었다. 10대 참여자 3(P.03)은 주변이 어둡고 무서운 곳으로 인식되는 행복빌라를 꼽았으며 비슷한 연령대인 참여자 4(P.04)와 6(P.06)은 역시 철원문화원을 아쉬운 장소로 선택하였고 이곳이 생기면서 영화를 볼 수 있지만, 문화프로그램이 많이 없다는 점에서 공통적인 아쉬움을 드러냈다. 참여자 5(P.05)는 차들이 많이 다니는 삼거리에 학교 끝나고 학생들이 돌아다녀 위험하다고 하였다. 참여자 7(P.07)이 선택한 청소년회관 옆 공터는 급경사가 있는 곳이기에 청소년과 어린이가 놀기에 위험한 곳이라 볼 수 있었다. 참여자 8(P.08)의 유년 시절 놀이터가 많이 없던 신철원 내에서 그나마 놀 수 있었던 공간은 철원군청 주차장이었으며 그곳에서 동네 친구들과 언니 오빠들과 놀았던 추억을 언급했다. 참여자 10(P.10)은 주민뿐만이 아니라 관광객들도 신철원에서 즐길 수 있는 곳이 부족해서, 용화천 물놀이장 근처에 사람들이 가장 많아 항상 복잡하고 공간 활용이 다양하게 이루어지지 않아서 아쉽다고 하였다. 유년 시절부터 신철원에서 오래 거주한 참여자 11(P.11)은 사람들이 많이 다니던 신철원 시장이 지금은 사람도 물건도 많이 사라져서 아쉬운 곳으로 기억되고 있었다. 참여자 12(P.12)와 13(P.13)은 지역과 어울리지 않는 벽화가 아쉽다는 이유로 공통적인 부정적 장소로 뽑았다. 결혼하면서 신철원에서 거주하게 된 참여자 14(P.14)는 집 근처 이웃들과 소소한 일상을 보내던 곳에 대한 그리움을 드러냈다. 참여자 15(P.15)는 지금은 많이 변한 콩나물 공장 우물과 가족의 그리움을 언급하였다. 참여자 16(P.16)은 지역의 중심 물길인 용화천에서 가족과 이웃들과 어울렸던 경험과 추억에 관해 이야기했다.
질문 1 및 2와 관련하여 연구 참여자가 선정한 각 장소를 연구자가 서술을 통해 공통된 주제들을 범주화하여 장소들의 의미를 정리하였다. 질문 1에 대한 장소들은 ‘놀 수 있는 곳’, ‘문화를 누릴 수 있는 곳’, ‘지역의 대표장소’, ‘옛 추억이 있는 곳’으로 총 4개의 주제를 뽑아낼 수 있었다. 질문 2의 경우에는 ‘개선이 되었으면 하는 곳’, ‘ 더 많은 문화생활을 누리고 싶은 곳’, ‘추억이 사라져 아쉬운 곳’으로 총 3개의 주제를 찾아낼 수 있었다. 질문1의 ‘놀 수 있는 곳’은 주로 공터, 물길, 문화공간으로 주로 A그룹(10~20대)에서 언급된 주제였으며 친구, 가족과 어울리고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현재 시점에서의 긍정적인 장소들이 언급되었다. ‘문화를 누릴 수 있는 곳’은 모두 문화공간을 대표하는 현재 시점의 장소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의 대표장소’로는 물길, 철원관공서, 관광자원이 언급되었으며 지역의 역사·사회·문화적 환경을 나타내는 장소들이라 볼 수 있다. 이는 10대, 40대, 50대 각 연령별로 나타났으며 또한 과거, 현재, 미래시점의 장소로 언급되었다. 이는 연령대별로 지역의 대표장소와 지역 이미지에 대한 차이인 것으로 보인다. 10대의 경우에는 현재 친구들 가족들과 함께 보낼 수 있는 곳을 대표장소라고 이야기했다면 40대와 50대는 신철원에 거주하면서 그들이 경험했던 장소들을 지역의 대표 장소로 볼 수도 있었으며 앞으로 지역의 주요 공간으로서 가치 있는 장소에 대해 지역의 대표장소로 꼽았다. ‘옛 추억이 있는 곳’은 주로 공공장소, 도로, 공원, 신철원에서의 첫 번째 집, 숲속 오솔길, 우물 장소가 언급되었으며 이는 신철원에서의 경험이 많이 내재한 장소들이었다. 60~70대 참여자 3명 모두는 과거 추억과 일상의 경험이 있는 장소들을 선정하였으며 20대 1명, 40대 3명이 관련 장소들을 꼽았다.
질문 2의 ‘개선이 되었으면 하는 곳’은 각 연령대 그룹 모두 현재 안전하지 않은 곳, 위험한 곳들을 중심으로 장소들을 선정했다. 관련 장소들은 폐허 공간, 공공공간, 공터로 구성되었다. ‘더 많은 문화생활을 누리고 싶은 곳’은 문화공간인 철원문화원으로 모두 10대 연령대에서 답변이 나온 현재의 장소들이다. ‘추억이 사라져 아쉬운 곳’은 우물, 물길, 집 근처 성당 일대, 공공장소가 언급되었으며 연령대별로는 20대, 40대, 60대, 70대로 나타나 신철원에서 오래 거주한 참여자들이 주로 언급한 특징들을 볼 수 있다.
앞서 분석된 내용을 살펴본 결과, 참여자의 시각에서 바라본 일상성이 내재된 신철원의 장소들의 의미를 파악해 볼 수 있다. 연구분석의 제1단계인 ‘기록 선정하기’에서는 실제 장소에 개인이 부여한 의미들을 되새겨 문장으로 체계화했다. 이를 통해 제2단계인 ‘서술의 맥락화’에서 연구자와 함께 참여자들이 선정한 장소들의 상위개념을 범주화하여 공통의 기억과 주제를 찾고자 하였다. 제3단계인 ‘관념의 성문화’에서는 각 장소를 시·공간적 맥락을 통해 분석함으로써 앞선 두 단계에서 더 나아가 입체적으로 신철원의 일상적 장소에 대한 경험적 의미와 장소성을 도출해 낼 수 있었다.
본 연구에서는 지역에 대한 흥미로운 기억이 남는 장소에 대한 긍정적인 질문 1과 지역의 아쉬운 장소인 부정적 질문 2를 통해 일상성이 내재된 신철원 지역의 장소정체성을 파악하고자 하였다. 질문 1의 경우 A그룹(10~20대)에서는 현재 친구들과 가족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장소들이 가장 많이 선정되었다. B그룹(40~50대)에서는 옛 추억이 담겨 있으면서 지역의 이미지를 대표할 수 있는 장소에 대해 긍정적인 기억과 흥미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C그룹(60~70대)에서는 현재보다는 과거의 추억이 담긴 동네에서의 일상적인 장소들을 선정하였다. 반면, 질문 2의 부정적인 장소인 현재 느끼는 불편하거나 위험한 장소, 개선되었으면 하는 곳들에 대해서는 연령대 상관없이 공통된 장소들이 나오기도 하였으며 문화공간인 철원문화원의 경우 A그룹 중 10대들에게는 영화관이나 문화시설로 긍정적인 장소적 가치를 갖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더 많이 즐기고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에 대한 갈망이라는 아쉬움이라는 이중적 장소성을 갖고 있었다. 또한 신철원 거주기간이 긴 참여자일수록 추억이 사라져 아쉬운 곳들을 부정적인 장소로 인식하고 있었다. 이는 신철원에서의 시·공간적 경험이 다른 참여자보다 많고 장소의 변화에 대해 아쉬움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C그룹(60~70대)에서는 포토보이스 방법 중 그림 그리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을 볼 수 있었다. 현재 존재하지 않은 장소들에 대한 언급이 많이 되었기 때문에 사진과 글보다 개인적인 경험의 장소에 대해 그림으로써 표현하여 그 장소성을 대변하였다. 또한 전 연령대에 걸쳐 긍정적, 부정적 장소 모두 물길인 용화천이 언급되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이는 신철원의 대표장소이자 지역의 정체성과 연결될 수 있는 장소라고 해석할 수 있다. 특히 A그룹에 있는 10대의 경우 포토보이스 연구 참여를 통해 지역의 주요 자원인 물길과 우물을 알게 되고 지역 물길 스토리에 대해 흥미를 갖게 되었다. 이는 앞으로 신철원을 이끌어갈 젊은 세대들에게 지역의 주요한 장소와 자원들에 대한 관심을 갖고 긍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시사점이 될 수 있다. 아쉬운 곳 또한 대부분의 연령대에서는 시각적으로 보이는 부분이 지역의 이미지를 훼손한다고 하였다면 C그룹의 경우 과거의 경험이 담긴 장소에서 이어지지 않는 곳들 사라진 곳들을 언급한 점이 연령에 따른 부정적인 장소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특징적으로 나타난 지점이다.
본 연구에서는 이처럼 연구 참여자들에 의해 다양한 긍정 및 부정적 장소들이 언급되었고, 같은 장소라 하더라도 연령대에 따른 장소 경험에 대한 공통점과 다른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연구의 결과를 통해 지역의 주민들이 애착을 갖는 지역의 장소들과 그 이유를 파악하고 긍정적·부정적 견해가 연령대별로 다른 특징을 찾아낼 수 있었다는 점은 본 연구의 중요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Ⅴ. 결론
본 연구는 일상적 장소를 경험하는 지역민들의 내재된 시각으로 바라본 장소정체성 연구가 필요하다는 인식에서부터 시작되어, 주민들이 일상 속에서 주민과 지역 간 상호관계가 긴밀히 형성된 신철원의 일상적 장소들에 대한 의미와 지역의 정체성을 파악하고자 하는 데 목적을 두었다. 이를 위해 내부인의 시각으로의 현상을 분석할 수 있는 연구 방법인 포토보이스 방법론을 활용하였다. ‘글쓰기’, ‘그림 그리기’, ‘사진찍기’를 활용하여 내부자 관점에서 일상성이 담겨 있는 신철원의 장소들을 시·공간적 관점으로 파악했다는데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갖는다. 또한, 다양한 연령대의 신철원 주민들의 각기 다른 일상성 속 공통된 장소적 의미가 있는 곳을 파악할 수 있었고, 연령대 그룹별 긍정 및 부정적 장소에 대한 인식의 차이를 읽어내어 맥락화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은 본 연구의 중요한 성과이다. 하지만, 주민들의 관점을 일반화하여 지역의 대표성을 띤 장소정체성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더 많은 대상자의 연구 결과물이 필요하며, 한층 더 심도 있는 분석이 동반돼야 하는 점은 향후 연구를 통해 보완되어야 할 것이다. 본 연구는 도시 발전에 따라 형성된 공간을 주민들이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를 포토보이스 기법을 이용 분석한 논문으로 향후 도시계획과 공간설계에 적용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