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오늘날 도시는 점차 쇠퇴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사람들의 삶의 질과 의식 수준은 함양되면서 시민들의 양질의 도시환경에 대한 기대 수준은 높아졌다. 이에 아름다운 도시 경관 창출은 물론 생태·사회적으로 건강한 도시환경을 조성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는 도심 녹지생태계 구축에 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공원과 같이 일정 규모 이상의 녹지 조성은 땅과 관련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보상 절차로 인해 많은 예산과 시간이 소요되어 도시환경 개선안으로 활용하는 것이 수월하지 않다(Oh, 2017; Choi et al., 2017). 대신 도심 소규모 자투리땅에 주목하여 이를 활용함으로써 도시 녹지 공간을 확충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용이할 것이다. 이러한 소규모 녹지는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마주하는 골목 정원, 마을 화단 등과 같은 정원과 연관지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정원은 사유지에 조성된 개인영역으로 여겨졌지만, 현대 한국에서 정원의 의미는 단순히 사적공간에 한정되지 않으며 개인과 사회가 상호작용할 수 있는 공적 환경으로 그 의미가 변화하고 있다(Woo and Suh, 2016). 2015년「수목원 정원법」이 제정되고, 정원을 ‘국가정원’, ‘지방정원’, ‘공동체 정원’. ‘생활 정원’, ‘민간정원’ 등으로 세분화하여 국가적으로 관리하는 등 점차 정원이 사적 영역이 아닌 공적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정원은 거주환경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 일상의 공간으로 심미적, 사회적, 환경적으로 다양한 기능이 상호 작용하는 장소(Woo and Suh, 2016)이기에 지역 주민에게 단순 녹지 이상의 선순환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지방자치 단체들도 이러한 정원의 효과에 주목하여 쇠퇴지역에 공공 정원을 조성함으로써 근린주거 환경을 개선하고 지역을 다각적으로 활성화하려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례로 2019년 서울시는 해방촌 일대에 32개 동네 정원을 조성하여 지역재생의 효과를 도모하였으며, 2021년에도 서울역 인근 도시재생 지역에 주민과 함께 동네 정원을 조성하였다. 이처럼 오늘날 정원은 도시 공공공간으로서 노후 환경의 개선 및 지역사회 활력 증진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따라서 이러한 정원의 공간복지 기능에 주목하여 그 영향력을 실증하는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공원과 숲에서의 여가 활동 여부와 특성이 시민들의 주관적 웰빙, 커뮤니티, 신체· 정신적 건강과 관련이 있다는 다수의 선행연구 결과가 있다(Ambrey and Fleming., 2011; White et al., 2017; Hong et al., 2018). 하지만 선행연구 대부분이 공원과 숲 등 일정 규모 이상의 녹지 공간의 효과를 살피는 연구로 도시 정원 혹은 그와 유사한 의미의 도심 속 소규모 녹지 공간에 주목하여 그 효과를 살피는 연구는 부족했다. 도시 정원과 관련한 최근 국내 연구를 살펴보면 Sim and Zoh(2015)는 도시조직과 공간의 형태에 따라 정원 가꾸기 양상이 다를 것이라는 가설을 바탕으로 도심 속 정원의 개념을 고찰하고 그 유형을 분석하여 일상 문화로서 정원의 가치를 살피고 있다. Park et al.(2016)은 선행연구 내용을 토대로 도시 정원의 개념을 정립하고, 주민과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도시 정원의 발현 양상과 이유에 관해 기술하고 있다. Kim et al.(2016)은 설문조사를 통해 주민들이 공동주택단지 외부 공간에 커뮤니티 정원을 조성하는 것에 관심을 두게 된 이유와 요인을 도출하였다. Choi et al.(2017)은 고밀 시가화 지역 녹지의 경관 생태학적 특성과 연결성을 분석함으로써 도시 생활권 내 녹지 네트워크 형성을 위한 정원의 도입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선행연구들은 주로 도시 정원 및 정원 활동의 개념을 살피고 그 발현 양상을 기술하여 의미를 도출하거나, 도심 녹지 확충 전략으로 정원의 확장 방안을 논의하고 있었다. 그러나 도심 정원이 지역사회에 가져오는 도시재생 측면에서의 가치와 효용을 정량적으로 평가한 연구는 미흡하였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근린생활권 공공지에서 주민이 정원을 가꾸는 사례를 대상으로, 정원과 정원 활동의 지역 커뮤니티 증진, 개인 삶의 만족도 향상과 같은 사회적 측면에서의 사회적 재생 효과를 정량적으로 평가하고자 한다.
정원은 도시정원(urban gardening), 도시농업(urban agriculture), 공동체정원(community garden)과 혼용되어 정의되는데(Park et al., 2016), Ernwein(2014)은 도시정원과 도시농업은 명칭만 다를 뿐 같은 방식의 주민 주도의 풀뿌리 공간으로 도시에 다양한 식재를 하거나 이와 관련한 환경을 마련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았다. Park et al.(2016)은 주민이 일상에서 도심에 조성한 사회적 실천의 결과물이 ‘일상적 도시정원(urban gardening in everyday life)’이라 정의하였다. Sim and Zoh(2015)는 도심 주거 지역의 다양한 일상 속 정원 지향적 공간을 ‘도시정원(urban garden)’이라고 지칭하고, 작은 공터에 화초를 가꾸는 것부터 텃밭 일구는 것까지 일련의 현상 모두를 ‘도시정원 가꾸기(urban gardening)’로 정의하였다. 이처럼 도시정원은 포괄적인 의미로 일상에서 시민들이 조성 및 운영하는 실천적이고 자유로운 형식의 식재 공간이며 이와 관련한 활동을 도시정원 활동이라 한다. Koshimizu(2017)는 공원은 레크레이션, 숲은 자연을 지향한다면 정원은 커뮤니케이션을 지향하는 공간이라 하며 정원과 그 외 도시 녹지와의 차별성을 언급1)했다(http://www.latimes.kr/news/articleView.html?idxno=27258). 이는 정원을 가꾸는 일은 무수한 대화의 단초를 만들고, 역사적으로도 정원은 대화의 장소이자 사람을 모으는 매개체(Harrison, 2008)로 사람들이 함께하는 공공의 장소를 제공함으로써 사회연결망을 향상해 지역민들을 조직화하는데 기여한다(Glover et al., 2005; Lim and Sung, 2016)는 선행연구와 같은 맥락이다. 즉 정원은 여타의 녹지보다 커뮤니티를 촉진하는 역할이 강조되는 녹지 공간으로 여겨진다.
본 연구에서는 위와 같은 선행 연구분석의 공통적 함의를 토대로 ‘도시정원’ 및 ‘도시정원 활동’의 정의를 다음과 같이 정립하였다. 본 연구에서 ‘도시정원’이란 ‘주거지 등 시민 일상에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도심 공공공간에 주민이 조성 또는 관리·운영하는 자유로운 양식의 식재 공간’이다. 또한 ‘도시정원 활동’은 ‘작물 재배부터 주민 교류 및 휴식까지 도시정원에서 발생하는 일련의 활동 모두’로 정의하겠다.
국제기구의 사회발전 지표 중 가장 권위 있는 지표로 꼽히는 OECD의 Better Life Index는 국민의 ‘삶의 질’에 초점을 맞춰 ‘주거’, ‘소득’, ‘직업’과 같은 가시적인 데이터 외에도 ‘공동체’, ‘삶의 만족도’와 같은 비물질적 요인을 포함한 11개 영역 24개 지표를 개발해 종합적인 사회발전 수준을 측정하고 있다(Jung and Kim, 2015). 이러한 Beyond GDP 흐름2)에 맞춰 국내 주요 국가 정책사업인 도시재생사업도 그 사업 목표를 ‘도시 활력 회복’, ‘일자리 창출’, ‘주거복지· 삶의 질 향상’, ‘공동체 회복 및 사회 통합’(Ministry of Land, Infrastructure and Transport, 2019)으로 하여 노후 도시의 물리적 환경 정비와 경제 활력 외 ‘삶의 질’이나 ‘사회 통합’과 같은 사회적 재생 효과를 강조하고 있다. 이처럼 비물질적인 사회적 재생 측면까지 고려하는 도시재생 추세와 정원이 여타의 녹지보다 사회 교류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선행연구의 내용을 토대로 본 연구에서는 정원의 지역재생 효과의 평가 기준으로 ‘삶의 질’과 ‘지역 공동체’와 같은 사회적 측면에서의 지역재생 효과를 살피고자 한다.
삶의 질 평가 방식으로는 대표적으로 1984년에 Diener이 ‘Subjective Well-being(SBW)’ 개념을 제시하여 ‘삶의 질’을 좀 더 보편적이고 객관성 있게 측정하고자 하였는데, Diener이 제시한 SBW 개념은 ‘삶에 대한 만족감’, ‘긍정적 정서’, 그리고 ‘부정적 정서’로 구성된다. 이후 Suh and Koo(2011)는 Diener가 제안한 ‘Subjective Well-being’ 요소 중 ‘삶의 만족감(Satisfaction with the Life Scale)’을 관계적 삶이 행복에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주는 한국 사회의 개인 및 집단주의 문화 특성을 잘 반영하면서도 사용이 간편하도록 개선한 ‘단축형행복척도(Concise Measure of Subjective Well-Being, COMOSWB)’를 제안한다. 단축형행복척도는 SBW 측정을 위한 핵심 요인인 ‘삶의 만족’, ‘긍정적 정서’, ‘부정 정서’(Diener, 1984; Diener et al.,1999)를 9가지 문항으로 정리하고 있다.
지역사회의 공동체 활성도 평가 방식으로는 심리학 분야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사회자본(social capital, SC)개념을 다수의 선행연구에서 기준으로 하고 있다(Perkins and Long 2002; Long and Perkins 2007). 사회자본 용어는 경제학자 Loury(1977)에 의해 등장했는데(Lew and Jang, 2002), Putnam(1993)은 이를 거시적 관점에서 협동적 행동을 촉진함으로써 사회의 효율성을 높이는 신뢰, 규범, 네트워크와 같은 ‘사회 조직 특징’이자 ‘집단적 자산’으로 간주하였다(Kim et al., 2010; Jin and Lee, 2018). 즉, 사회자본은 지속적인 사회적 네트워크 속에서 혹은 특정 집단 내 구성원이 됨으로써 얻게 되는 실제 또는 잠재적인 자원의 총합이다(Lin, 2000; Park et al., 2011). Perkins and Long(2002)은 사회자본을 공식과 비공식, 인식과 활동성 등을 기준으로 ‘지역 공동체 의식’, ‘이웃과의 교류’, ‘집합적 효능감’, ‘주민조직 참여’ 네 가지 차원으로 구분하여 제시하였다3). Ro and Koo(2012)는 전문가 심층면접(FGI)을 통해 ‘신뢰도’, ‘참여도’, ‘친밀도’, ‘공동체 의식’을 측정하여 주거지 재생 사업에서 주민 활동이 사회자본 형성에 미치는 영향을 구조방정식으로 규명하고 있다. Ryu et al.(2018)은 ‘이웃에 대한 신뢰’, ‘조직적 집단행동에 대한 믿음’, ‘비공식적 이웃 교류’, ‘공동체 조직 참여’를 구조방정식으로 분석하여 주민 참여형 재생 사업이 지역 사회자본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였다. Jin and Lee(2018)는 도시재생사업에서 주민참여가 지역 사회자본에 미치는 영향을 ‘규범’, ‘네트워크’, ‘신뢰 지표’를 기준으로 다중회귀분석 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위 선행 연구의 이론 고찰 및 평가 항목을 참조하여 지역 주민의 ‘삶의 질’과 ‘공동체성’을 측정하였다. ‘삶의 질’ 측정은 Suh and Koo(2011)의 단축형행복척도(COMOSWB)가 한국 정서와 문화를 반영하도록 개조된 항목이면서도 질문 개수가 많지 않고 내용이 어렵지 않아 설문조사에 익숙하지 않은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도 설문이 용이할 것으로 판단하여 이를 활용하였다. 지역 ‘공동체성’ 측정을 위해서는 Perkins and Long(2002), Kwak(2008), Ryu et al.(2018)의 연구에서 사용한 사회자본 측정 항목을 참조 및 재정리하여 활용하였다. 위 연구들은 사회자본을 4개 유형으로 구분하면서도 동시에 ‘인지적 측면과 행동적 측면’ 혹은 ‘공식과 비공식적인’ 측면으로 구분하기도 하는 등 설문조사를 통해 도출된 연구 결과 값를 입체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준다. 따라서 연구 결과를 다각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어 본 연구 지표로 설정하였다(Table 1 참조).
Division | Variable | Detailed contents | Method | ||
---|---|---|---|---|---|
Subjective wellbeing | Diener (1984) | Life satisfaction | Good income, achieving one’s goals, high self-esteem | Likert scale/simple arithmetic mean | |
Positive feelings | Supportive friends, Interesting work, extroverted personality | ||||
Low negative feelings | Low neuoticism, one’s goals are in harmony, a positive outlook | ||||
COMOSWB | Suh and Koo (2011) | Life satisfaction | Individual | Satisfied with personal aspects (achievement, personality, health, etc.) | |
Relational | Satisfied with the relationship (with people around me) aspects | ||||
Collective | Satisfied with the group (workplace, community, etc.) I belong to | ||||
Emotional experience | Positive | A pleasant, happy, comfortable feeling | |||
Negative | A irritating, negative, lethargic feelings | ||||
Social capital | Ro and Koo (2013) | Reliability | Neighbor trust, community organization trust, civil servant trust | Likert scale /structural equation | |
Participation | Participation in _neighborhood activities, social activities, autonomous activity | ||||
Affinity | Neighbor visit, invite neighbor, help exchange | ||||
Community | Leading youth, leading public safety, fulfillment of commitment with residents | ||||
Jin and Lee (2018) | Standard | Formation of everyday citizenship | Likert scale /multiple regression | ||
Network | More active social networking | ||||
Trust | Stage of cooperation system among communication appeared in close social network | ||||
Perkins and long(2002), Ryu et al. (2018), Kwak (2008) | Cognition/trust | Informal | Sense of community | Likert scale /structural equation | |
Formal | Collective efficacy | ||||
Social behavior | Informal | Neighboring | |||
Formal | Citizen participation |
2. 연구 범위 및 방법
연구 대상지는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고잔1동의 저층 연립주택단지 17개소가 밀집한 근린생활권이다. 1980년대 말 약 132,080㎡ 대지에 4-5층 연립주택단지가 대거 조성된 후 30년이 지나 현재 단지가 노후화된 곳이다. 따라서 주민의 주거 환경개선 욕구가 크며, 주민 간 합의 및 암묵적 동의하에 주민 스스로 주거단지 공간을 변경 및 개선하여 이용하고 있다. 오랜 기간에 걸쳐 단지에 컨테이너형 경로당 혹은 물품 보관창고를 설치하거나 담장에 쪽문을 내는 등 주민 필요에 의한 단지의 공간 변용이 빈번하다. 그리고 주민들이 단지 내외 자투리 공간에 정원을 조성하여 텃밭을 일구고 화초를 기르는 등의 정원 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 외 2016년에는 안전 문제로 폐쇄된 고잔1동 놀이터에 공간복지의 목적으로 마을 공동체 숲 정원이 안산시 지역 공동체 활성화 공모사업으로 조성되었다. 당시 전문가와 지역주민으로 구성된 ‘국민 디자인단’이 안산시와 협업하에 사업이 진행되었다. 2017년에는「제5회 경기정원문화박람회」일환으로 조성된 단지 정원 4개소, 마을 길 정원 5개소 총 9개의 마을 정원을 주민 참여형 정원사업으로 조성하고 존치하고 있다. 따라서 노후 근린 생활권역 자투리땅에 조성된 정원과 그곳에서의 주민 정원 활동 특성이 지역사회에 미치는 사회적 재생 효과를 살피기에 적합한 지역이라 판단하였다(Figure 1 참조).
연구는 정원을 지역 활성화 도구로 활용하려는 시대적 흐름에 맞추어 정원의 지역재생 효과를 살피고자 한다. 특히 지역 커뮤니티 증진, 개인 삶의 만족도 향상과 같은 사회적 측면에서의 효과를 정량적으로 평가하겠다. 이를 위해 공간복지 차원에서 지역 환기 및 재생이 필요한 노후 주거단지를 연구 대상으로 하여 주거단지 내외부에 조성된 정원과 주민 정원 활동의 가치와 의미를 논하려 한다. 아직 근린생활권 단위에서 정원과 같은 소규모 도시 녹지의 지역 활성화 효과를 정량적으로 평가한 국내 연구가 부족한 실정이므로 본 연구의 의의가 있다고 보았다.
연구 질문은 “노후화된 주거단지 내외부 자투리 공간을 활용하여 정원을 조성하고 그곳에서 정원 활동을 하는 것이 해당 지역의 주민 삶의 만족도 증가, 지역 커뮤니티 활성화 등의 사회적 재생 측면에서 어떤 효과가 있을까?”이다. 그리고 연구의 가설은 “정원 활동 여부와 정원 활동 특성, 그리고 정원의 공간적 특성 등에 따라 정원이 지역사회에 미치는 사회적 측면에서의 재생 효과가 다를 것이다.”이다.
연구 흐름은 Figure 2와 같다. 우선 현장답사로 주거단지 내외부 공간에 정원을 조성 및 운영하는 현황을 조사하였다. 그리고 정원의 공간적·입지적 특성을 토대로 정원을 유형화하였다. 답사를 통해 획득한 데이터는 다음 단계인 설문조사의 질문 항목으로 활용하였다. 이와 더불어 선행연구 검토로 연구 방법 및 조사 항목을 살피고 본 연구에 적용할 분석 틀과 연구 방법을 선별하였다. 다음 단계로 주민을 대상으로 연구 대상지 정원과 주민 정원 활동 특성 및 사회적 재생 효과에 대하여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설문조사로 획득한 데이터는 통계분석을 통해 그 의미를 해석하였다. 이후 추가로 주민 및 관계자 인터뷰를 시행하여 분석 결과를 심도 있게 해석할 수 있도록 하였다.
설문조사 항목은 인구통계학적 특성, 주거 여건, 정원의 공간 및 활동 특성, 단축형행복척도(COMOSWB), 사회자본(SC)으로 구성하였다. 인구통계학적 특성 및 주거 여건은 근린생활권 내 정원 활동이 가져오는 사회적 재생 효과를 평가하는 데 있어 통제 변인으로 작용한다. 정원의 공간적 특성은 정원 위치와 부지 특성, 주거지로부터 접근성, 정원 조성방식 등이다. 정원 활동의 특성으로는 정원 활동 여부와 빈도와 및 평균 소요 시간, 주요 활동 내용을 조사하였다. COMOSWB는 개인적, 관계적, 집단적 측면에서의 ‘삶의 만족도’와 긍정적, 부정적 감정을 느끼는 정도인 ‘정서적 행복’을 평가 항목으로 한다. 삶의 만족도는 삶을 살면서 얼마나 개인적 측면(개인적 성취 및 성격 등)과 관계적 측면(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등), 집단적 측면(소속집단, 직장 및 지역사회 등)에 만족하고 있는 지 7점 리커드 척도로 측정하였다. 정서적 행복은 지난 한 달간 경험한 긍정적(즐거운, 편안한, 행복한) 감정 혹은 부정적(부정적인, 짜증나는, 무기력한) 감정을 7점 리커드 척도로 평가하였다. SC는 이웃과의 신뢰 및 친밀감에 대한 ‘공동체 의식’, 이웃과 대화나 친목 활동 빈도에 관한 ‘이웃 교류’, 지역 문제를 함께 해결하려는 분위기에 대한 ‘집단 효능감’, 지역 단체 활동의 참여 의지에 대한 ‘주민조직 참여’를 측정 항목으로 하여 7점 리커드 척도로 평가하였다(Table 2 참조).
설문조사의 모집단은 연구지역 주민이다. 설문 방식은 2019년 말 발병한 코로나-19 확산으로 대면 설문을 꺼렸던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하여 비대면 우편 설문조사를 주요 조사 방식으로 하였다. 우선 설문의 타당성 확보를 위해 가구를 무작위 선정하여 표본 집단으로 삼았고, 해당 가구 우편함에 설문지를 배포한 후 일정 시간 이후 결과지가 담긴 반송용 우편 봉투를 회수하였다. 그 외 필요에 따라 일부 설문은 추가 현장 대면으로 획득하였다.
회수된 설문 응답은 Excell을 활용하여 데이터를 정리 및 가공하였다. 이 과정을 통해 이상치를 제거하고, 기타 오류를 수정했다. 이후 R과 SPSS를 활용하여 통계 분석을 시행하였다. 본격적으로 연구 가설을 증명하기 위한 데이터 분석에 앞서 COMOSWB와 SC 측정 문항이 적절하게 설정되었는지를 평가하였다. 우선 EFA 요인분석으로 현재 설문 문항의 타당성을 살폈다. 요인분석은 평가 항목 간 상호 관계성을 이용하여 적은 수의 공통 요인을 찾아 집단화하는 분석 방법으로 요인에 포함되지 않거나 불필요한 변수를 제거하고 현재 측정 항목들의 구조적 타당성을 확인하기 위하여 시행되었다. 이후 설문 문항이 측정하고자 하는 개념을 일관성 있게 측정하는지 신뢰성을 평가하였다. Cronbach’s alpha값을 구함으로써 같은 개념에 대해 측정을 반복했을 때 일관성 있는 측정값을 얻는지 평가할 수 있는데, 그 값이 최소 0.6이 넘지 않는 경우 측정 항목의 신뢰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보아 제거해 주었다.
최종적으로 선별된 변수를 활용하여 t-test, ANOVA 분석을 수행하였다. 독립변수는 정원 활동의 여부와 정원 활동을 하는 정원의 공간적 특성(조성 방식, 위치, 부지 특성 등)과 정원 활동적 특성(여부 및 내용, 활동 인원, 시간 및 빈도 등)이다. 종속변수는 그에 따른 주민의 COMOSWB와 SC이다. 설문 응답을 정원 활동을 하는 주민(실험군)과 하지 않는 주민(대조군) 등 두 그룹으로 구분할 수 있는 경우에는 두 집단 간 평균값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는지를 검사하는 방법으로 많이 사용되는 t-test를 시행함으로써 정원 활동 특성에 따른 두 집단간의 COMOSWB와 SC의 차이를 살폈다. 그리고 정원의 위치나 유형 등 3개 이상의 그룹으로 분류되는 변수 문항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그룹들 간 집단 내 분산과 집단 간 분산의 비교를 통해 차이를 측정하는 ANOVA 방식을 활용하여 여러 집단 간 COMOSWB와 SC의 차이를 살폈다.
이와 더불어 통계 결과에 대한 심층적인 해석을 도출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지역 주민 및 연구 대상지의 정원사업 관계자와 면담을 추가 시행하였다(Figure 3 참조).
3. 연구 결과
현장답사 및 주민 설문조사를 2019년 10월 25일과 11월 6일, 2020년 5월 21, 25, 28일에 실시하였다. 현장답사로 정원의 종류와 위치를 기록 및 지도화(Figure 1 참조)하고, 정원의 위치 특성과 규모, 주민의 정원 활동 특성도 관찰 기록하였다. 조사 결과 정원은 Table 3과 같이 정원 조성방식 및 위치에 따라 총 6개로 유형화할 수 있었다. 조성 및 운영 방식에 따라 (Ⅰ) 주민이 정원을 조성 및 관리하는 경우와 (Ⅱ) 지자체 정원사업으로 조성된 정원을 주민이 관리 운영하는 경우로 나뉘었다. 정원이 위치한 부지 영역 특성에 따라서는 (A) 단지 내부와 (B) 단지 외부 혹은 (a) 공용 공간과 (b) 유휴 공간으로 구분해 볼 수 있었다. 정원은 위치에 따라 크게 단지 내부 ➀ 화단, ➁ 유휴 놀이터 부지, ➂ 주거동과 담장 사이 공간과 단지 외부의 ➃ 길가 자투리 공간으로 나눌 수 있었다.
설문지는 2020년 5월에 총 3회에 걸쳐 연립주택단지 우편함에 배포되었다. 배포한 420부 설문지 중 총 47부를 수거하였고, 현장에서 대면 설문으로 10부를 추가로 받아 총 57부의 설문 응답지를 획득할 수 있었다. 이 중 결측치가 있는 응답지 6부를 제외한 총 51개 데이터를 분석하였다. 조사지역은 2014년 세월호 사건으로 큰 피해를 본 단원고등학교 인근 주거 지역으로 피해 유가족 상당수가 거주했던 지역이다. 이 때문에 여러 기관에서 복지 차원의 지원을 제공함과 동시에 주민을 대상으로 다수 조사를 여러 차례 실시한 곳이다. 이러한 이유로 오랜 기간 잦은 인터뷰 및 설문, 그리고 이를 근간으로 한 이슈들로 인해 주민들의 피로도가 상당하였다4). 따라서 이러한 지역 분위기와 2020년 초부터 국내 확산세였던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맞물려 설문 응답률이 높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응답자 성별은 남성이 17.6%, 여성이 82.4%이었다. 연령대로는 40대(25.5%)와 50대(33.3%)가 주요 응답자였으며, 응답자의 74.5%가 기혼자였다. 거주 현황은 배우자와 자녀가 함께 산다고 응답한 비율이 60.8%로 과반수를 차지하였다. 즉 본 연구 설문조사에 대하여 배우자와 자녀랑 살고 있는 중년 기혼여성의 응답률이 높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또한 응답자의 70% 이상이 10년 이상 이 지역에 거주하였고, 주택단지 준공 시점인 1980년대에 입주하여 20-30년 이상 거주했다는 응답자도 45.1%로 상당하였다. 점유 형태는 자가가 64.5%로 전세(33%), 월세(2%)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처럼 연구지역은 자가 소유의 주택에서 안정적으로 오랜 기간 거주한 주민들이 상당하며, 따라서 주민들의 근린 생활 공간에 및 지역 커뮤니티에 대한 이해도와 애착심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또한 주택 유형으로 연립주택(56.9%)과 다세대주택(33.3%)이 과반수를 차지했는데, 연립주택과 다세대주택의 특성상 생활 영역 안에 주거 공간을 제외한 주민들이 함께 공유하는 공간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Table 4 참조).
응답자 중 58.8%가 정원 활동을 하고 있었다. 정원 활동 내용으로는 화초 가꾸기(33.3%)가 가장 많았고, 그다음으로 휴식(13.7%), 커뮤니티 활동(9.8%) 순이었다. 텃밭을 가꾼다는 응답은 한 명으로 현장에서 채소 재배 등 텃밭 가꾸기 활동이 종종 목격된 것과는 대조적인 결과였다. 텃밭 가꾸기 응답 비율이 낮게 나온 것은 본 연구의 주 설문 응답자인 중년 여성이 텃밭 가꾸기보다는 화초 가꾸기를 선호하기 때문으로 예상된다. 혹은 텃밭을 가꾸는 행위가 대답하기 곤란한 사안이거나 텃밭 가꾸기와 화초 가꾸기를 유사 개념으로 혼동하여 응답했을 가능성도 있다. 결과적으로 정원 활동의 종류에 따른 주민 삶의 만족도 및 커뮤니티 차이를 분석하는 항목으로 신뢰성이 낮다고 판단되어 분석에서는 제외하였다. 응답자가 주로 찾는 정원의 조성방식을 묻는 문항에서는 ‘주민이 조성한 정원에서 정원 활동을 하고 있다’는 응답(35.3%)이 ‘지자체 사업으로 조성된 정원에서 정원 활동을 한다’라는 응답(19.6%)보다 많았다. 주로 활동하는 정원의 위치는 단지 외부 길가(25.5%)와 단지 내부 화단(15.7%), 주거동과 담장 사이(11.8%), 폐쇄 놀이터 유휴부지(5.9%) 순이었다. 정원 활동은 주로 지역 조직체(35.3%) 혹은 가족 및 친구(11.8%)와 함께하고 있었고, 혼자 활동하는 경우(7.8%)는 드물었다. 이러한 설문 결과는 해당 지역의 정원 활동이 지역 커뮤니티 향상과 연관성이 있을 것으로 예측할 수 있게 한다(Table 5 참조).
정원 활동 중 ‘화초 가꾸기’와 ‘텃밭 가꾸기’를 묶어 ‘정원 가꾸기(N=18)’로 정의한 후, ‘정원 가꾸기’ 활동 특성에 대한 설문 결과를 종합 정리해보았다(Table 6 참조). 주민들 대부분인 72.2%가 주거지로부터 도보 5분(약 400m) 거리 내에서 정원 가꾸기 활동을 하고 있었다. 도보 15분 거리 이상 떨어진 곳에서 정원 활동을 한다고 응답한 주민은 한 명뿐이었다. 정원 가꾸기 활동에 소요되는 시간은 1시간 이상이라고 응답한 주민이 77.8%로 대부분 ‘정원 가꾸기’에 1회 평균 1시간 이상의 시간을 할애하고 있었다. 심지어 3시간 이상을 정원 가꾸기 활동으로 소요하는 주민도 22.2%나 되었다. 정원 활동 빈도는 매월 1-2회(33.3%), 3-4회(44.4%), 5-10회(11.1%), 10회 이상(11.1%) 순으로 한 달 평균 3-4회 이상 정원 가꾸기 활동을 하는 경우가 66.7%로 과반수 이상이었다. 설문 결과 분석을 통해 주민들이 정원 가꾸기를 주거지 인근에서 즐기기를 선호하며 자주 상당한 시간을 정원 가꾸기 활동에 투자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특성은 정원 가꾸기 활동이 주민들의 일상생활과 깊은 연관성을 가지며, 주거 환경과 일상생활 속에서 느끼는 주민 삶의 만족이나 지역 유대감 등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유추해 볼 수 있었다.
정원 활동을 하는 사람(Group 1)과 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Group 2) 두 그룹 간의 사회적 재생 효과의 차이가 있는지 분석하기 위해서 t-test를 실시하였다. 분석 결과 정원 활동의 유무에 따라 주민의 COMOSWB값은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SC의 평가 항목 중 ‘이웃과의 교류’와 ‘주민 활동의 참여’는 정원 활동을 하는 두 그룹 간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고 정원 활동을 하는 그룹에서 더 큰 값이 나타났다.
분석 과정을 상세히 기술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t-test에 앞서 설문 항목을 적절히 설정했는지 검증하기 위해 Cronbach alpha값으로 COMOSWB 및 SC 측정 항목의 신뢰성을 진단하였다. COMOSWB 측정 기준인 ‘삶의 만족도’, ‘긍정적 정서’, ‘부정적 정서’ 3개의 평가 항목(Table 2 참조)의 Cronbach alpha값을 구해본 결과 ‘긍정적 감정’이 0.596로 설문 항목 신뢰도에 문제가 있어 이를 제외하였다. 이는 연구자 판단하에 연구 목적에 맞게 측정 문항 전체를 사용하거나 일부만 사용하는 것이 가능(Suh and Koo, 2011)하기에 문제의 소지가 없다고 보았다. 지역 공동체 활성 정도 측정을 위한 사회자본 SC의 평가요인인 4개 항목 ‘지역 공동체 의식’, ‘이웃과의 교류’, ‘집합적 효능감’, ‘주민참여’는 Cronbach alpha값이 모두 0.8 이상으로 설문 항목으로의 신뢰성이 높았다. 이후 t-test 검정으로 정원 활동을 하는 사람과 정원 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 간에 COMOSWB 지수의 차이를 확인하였다. 그 결과 정원 활동을 하는 집단이 정원 활동을 하지 않는 집단보다 ‘삶의 만족도’는 낮고, ‘부정적 정서’는 높게 나타났으나 두 항목 모두 p-value값이 0.10 이상으로 두 집단 간 차이는 무의미하였다. 다음으로 정원 활동 여부에 따른 SC 차이를 t-test 하였다. 그 결과 ‘이웃과의 교류’와 ‘주민참여’ 두 항목의 p-value값이 각각 0.031, 0.021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으며, 정원 활동을 하는 경우가 ‘이웃과의 교류’와 ‘주민 활동의 참여’ 모두 정원 활동을 하지 않은 경우보다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지역 공동체 의식’ 및 ‘집합 효능감’은 정원 활동 그룹이 더 큰 값이 나왔으나 p-value값이 0.1 이상으로 그 차이가 정원 활동으로 인한 것이라고 설명할 수는 없었다(Table 7 참조).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정원의 유형은 조성방식에 따라 (Ⅰ) 주민 조성 정원 및 (Ⅱ) 지자체 사업 정원, 부지 영역 특성에 따라 (a) 공유 부지와 (b) 유휴 부지에 조성된 정원으로 나눌 수 있었다. 그리고 정원 위치에 따라 ➀ 단지 화단, ➁ 폐쇄 놀이터, ➂ 주거동과 담장 사이, ➃ 길가 자투리 공간으로 나눌 수 있었다(Table 3 참조). 이러한 정원의 유형별 특성에 따라 정원이 주변 지역에 미치는 사회적 재생 효과가 다르게 나타날지를 분석하였다.
우선 정원 조성방식이 주민 개인이 조성한 정원(Group 3)인지 정원사업으로 조성된 정원(Group 4)인지에 따라 그곳에서 정원 활동을 하는 주민의 COMOSWB 및 SC에 차이가 있는지 t-test를 했다(Table 8 참조). 그 결과 정원 조성방식에 따라서 COMOSWB의 ‘부정적 감정’과 ‘삶의 만족도’가 두 그룹 간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고, SC는 차이가 없었다. 주민이 개별 조성한 정원에서 정원 활동할 때는 ‘부정적 감정’이 5.00인데, 정원사업으로 조성된 정원에서는 9.58로 더 높게 나타났다. 또한 주민이 자체적으로 조성한 정원에서 정원 활동을 하는 경우 삶의 만족 지수가 27.67로 정부 사업으로 조성한 정원에서 정원 활동을 하는 경우가 19.96인 것에 비해 높았다. 그러나 정원 부지가 ‘공유 부지’ 혹은 ‘유휴 부지’인지에 따라서는 COMOSWB와 SC 모두 두 그룹 간 유의미한 차이는 없었다.
다음으로 정원의 위치에 따라서 4개로 나뉜 정원 유형에 따라 그곳에서 정원 활동을 하는 주민들의 COMOSWB와 SC가 유의미한 차이가 있는지 ANOVA 분석을 하였다(Table 9 참조). 그 결과 정원 위치에 따라
COMOSWB 중 ‘부정적 감정’이 4개의 그룹 간 95% 신뢰구간에서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 그 외 ‘삶의 만족도’와 SC의 ‘지역 공동체 의식’, ‘이웃과의 교류’, ‘집합적 효능감’, ‘주민참여’는 정원 위치에 따라 값의 차이는 있었으나 통계적으로는 무의미하였다. 정원의 위치에 따른 부정적 감정 차이를 좀 더 상세히 살펴보았다(Table 10 참조). 지난 한 달간 느낀 부정적 감정값의 평균이 단지 내 화단은 6.88, 건물과 담장 사이는 7.50, 폐쇄 놀이터 유휴지는 9.00, 단지 외부 길가 정원은 11.67로 나타났다. 전체적으로 단지 내에서 정원 활동을 하는 경우가 단지 외부보다 부정정 감정 지수가 낮았으며, 단지 내 중에도 화단이 가장 낮았고 그 다음으로 건물과 담장 사이, 놀이터 유휴부지 순으로 높았다.
N | Mean | S.D. | ||
---|---|---|---|---|
Inside of the complex | Flower bed | 8 | 6.88 | 2.850 |
Abandoned playground | 3 | 9.00 | 2.517 | |
Between fence and buildings | 6 | 7.50 | 4.183 | |
Outside of the complex | Roadside | 12 | 11.67 | 0.829 |
Total | 29 | 9.21 | 0.708 |
4. 고찰 및 시사점
설문조사 결과를 종합하여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았다. 우선 본 연구의 설문 응답자는 기혼의 중년 여성이 많았으며, 대부분 자가에서 배우자 및 자녀와 함께 거주하고 있어 안정적인 가정환경을 이루고 있었다. 또한 응답자 중 10년 이상 해당 지역에서 장기 거주한 주민 비율이 높아 주민들의 지역에 대한 이해가 높고 애정이 깊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리고 대다수가 자신의 주거 공간 외의 생활 공간을 다른 주민과 공유해야 하는 특성을 갖는 유형의 주택에서 거주하고 있어 주민 간에 교류가 자연스럽게 발생하기 좋은 생활환경을 갖추고 있었다.
주민의 정원 활동 특성을 보면 정원 활동을 개인보다는 지역조직체 혹은 가족 및 친구들과 함께하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정원 활동이 지역 주민 간 교류를 촉진하고 지역 커뮤니티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었다. 설문조사 결과도 정원 활동을 하는 경우가 하지 않는 경우보다 4가지 SC 평가 항목 중 사회적 행위 항목인 ‘이웃과의 교류’와 ‘주민참여’에서 더 큰 값이 나왔으며, 그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였다. 따라서 정원 활동이 지역의 사회자본 중 인식 및 신뢰 등 정서적 차원보다는 사회 활동 측면을 더욱 활성화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원 조성방식 및 정원 위치에 따라서는 그곳에서 정원 활동을 하는 주민들의 COMOSWB가 다르게 나타났다. 주민이 자체적으로 정원을 조성하고 정원 활동을 하는 경우가 정부 사업으로 조성된 정원에서 정원 활동을 하는 경우보다 지난 한 달간 ‘부정적 감정’을 경험한 수준이 더 낮게 나타났다. 또한 ‘삶의 만족도’는 더 높게 나타났다. 즉, 주민이 자율적으로 정원을 조성하고 운영하는 경우가 주민의 주관적 행복에 더 긍정적이었다. 그리고 단지 화단, 주거동과 담장 사이 공간, 폐쇄 놀이터 유휴지와 같이 정원이 연립주택단지 내부에 자리한 경우가 단지 외부 길가에 있는 경우보다 그곳을 이용하는 주민들의 ‘부정적 감정’ 경험 수준이 낮게 나타났다. 이는 연립 주택단지 내 주거동 외 바깥 공간은 개인공간과 공공공간의 중간단계인 반 열린 공간으로 열린 공간인 단지 외부 공간보다 정원 활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소속감과 안정감을 느끼게 해주기 때문으로 추측할 수 있었다. 단지 내 정원 중에서는 화단에서 정원 활동을 할 때 지난 한 달간 정원 활동을 하는 주민이 부정적 감정을 느낀 정도가 가장 낮았다.
설문조사 결과에 대한 심도 있는 해석을 덧붙이고자 정원 조성 및 운영과 관련하여 주민 및 관계자 인터뷰를 하였다5). 면담 결과 연구 대상지인 고잔1동 연립주택단지 내외부에 조성된 정원은 오래전부터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정원을 가꿔온 것이며, 그 외에는 「2017년 경기도 정원박람회」때 조성된 이후 존치되어 주민조직이 정원을 관리 운영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고잔동에 정원박람회를 위한 정원을 조성할 당시 주민참여가 강조되어 주민이 직접 정원 디자인 과정에 참여하였고, 손수 꽃과 나무를 정원에 심는 등 정원 조성과정에 참여하였다. 그리고 정원 조성 이후 일부 주민은 정원 전문 교육을 이수하여 ‘일촌가드너’라는 마을 정원 관리 주민조직체를 결성하여 해당 박람회 정원을 지속적으로 운영·관리하고 있었다. 이처럼 정원 운영 및 관리를 위해 주민들이 조직체를 결성하여 마을 정원 활동에 지속적인 주민참여가 발생하고 있던 점이 정원 활동으로 인한 지역 주민 간 교류 및 주민참여의 기회를 증가시켜 지역 사회자본(SC)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5. 결론
노후 주거단지에서 지역 주민들의 마을 정원 활동이 주민 교류 증진, 주민참여 향상과 같은 사회 활동을 증진케 하여 사회적 재생 효과가 있었다. 선행연구에서 사회적, 인적, 문화적 자본이 금융 혹은 물리적 자본으로 전환될 수 있다고 언급하고 있는 만큼 사회자본의 증대가 불우한 이웃의 경제적·물리적 활력 부여로 이어진다는 것을 뜻한다(Light 2004; Vidal, 2004). 따라서 본 연구 대상지와 같이 노후 주택단지가 밀집 지역에서 주민의 정원 활동에 따른 ‘이웃과의 교류’와 ‘주민참여’의 증진은 해당 지역의 사회자본 증진과 같은 사회적 재생 효과를 가져옴과 동시에 지역의 경제적·물리적 활력을 촉진할 수 있는 잠재력을 키우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은 노후 주거단지의 공간복지 혜택으로 이어지는 것이므로 그 의미와 가치가 크다.
또한 지역 주민 스스로 정원을 조성하고 즐길 때 주민의 주관적 행복 지수가 더 높게 나타난 것을 확인하였는데, 이는 스스로 창조하는 행위가 주관적 행복에 긍정적 영향력을 가진다(Collier et al., 2020)는 선행연구와 일맥상통한다. 21세기 밀레니얼 세대의 대표 트렌드 중 하나는 ‘메이커(maekr)’ 문화이며, 이 메이커 문화는 최근 도시재생에서도 DIY(do it yourself), DIT(do it together) 운동으로 확산되는 추세다(Mo, 2021). 이러한 도시재생 활동의 주민 자율성은 지역재생의 창의성과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높이면서도 지역 주민 간 유대감과 장소 애착을 형성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Yoon et al., 2020; Lee, 2020). 따라서 향후 지역재생 정책 등으로 정원 조성사업을 추진할 시 그 사업 진행 과정에서 주민 참여권을 최대한 확보하여 주민 스스로 정원을 조성한다고 느끼게 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더불어 정원 조성 이후의 운영 및 관리와 관련한 지역 활동이 지역 커뮤니티 활동을 촉진하는 데 주요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었던 만큼 정원 조성과정뿐만 아니라 정원을 직접 운영하고 관리하는 환경을 충분히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겠다. 또한 정원의 위치가 해당 정원에서 정원 활동을 하는 주민의 주관적 웰빙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고려하여 향후 정원 활동의 긍정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정원 위치에 대한 면밀한 조사와 연구가 선행되어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정원 사업이 되어야 할 것이다.
본 연구는 설문 응답 수가 많지 않아 다양한 분석내용을 도출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통계기법에 제한이 있었다. 그리고 사회자본을 심리학적 접근으로 한정한 Perkins and Long(2002)의 4가지 요소에 주목하여 지역 공동체성을 측정하였기 때문에 사회자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른 요소들, 예를 들어 지역의 단체 수준, 거주민들의 장소 애착 정도 등은 제외하는 등 사회자본의 모든 차원을 완전히 해석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었다.
현재 서울시를 비롯해 전국 지자체가 정원박람회 이후 정원을 존치하여 지역의 활력을 도모하거나 노후 지역에 정원을 조성하여 지역재생 효과를 창출하려는 추세이다. 그러나 아직 정원에 주목하여 그 공간적 특성 및 공간 활용 양상이 지역사회에 가져오는 사회적 측면에서의 재생 효과에 관한 연구가 미진하였다. 따라서 본 연구는 도심 정원 문화 활성화 및 정원 공간 확충을 시도하는 정부 정책이 어떤 긍정적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그 영향력을 정량적으로 확인하였다는 점에서 연구의 의의가 있다고 본다. 또한 향후 노후 지역에 지역재생을 목적으로 정원을 조성하는 사업의 타당성을 제공하고 있으며, 어떤 방식으로 정원을 만들고 운영·관리해야 하는지와 정원을 어디에 조성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연구적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본 연구가 향후 실효성 있고 경쟁력 있는 지역 재생형 정원사업을 효과적으로 실행케 하는데 기초 연구로 활용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