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서울시는 “학교는 감옥이다.”로 나타나는 한국사회의 교육공간 인식을 개선하고자 “서울교육공간플랜(Seoul Educational Facilities Planning)”을 수립하여 초중고 학교시설에 미래교육의 공공성과 정체성을 담으려 “미래를 담는 배움터, 꿈담교실 미담학교”를 실행하고 있다.(서울특별시교육청, 2018) 이러한 정책은 교육공간에 누적된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교육환경(교육부, 2019)을 조성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100년 교육을 주창해온 한국사회의 요청에 한 발짝 다가간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최근 정부에서도 “그린 스마트 스쿨”로 온․오프 융합 학습 공간 구현을 발표한 바 있다(교육부, 2020).
그러나 여전히 학교시설은 조경공간, 옥외공간을 학생들의 야외 활동이라는 측면에서 집중적으로 지원하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며, 운동장, 체육공간, 놀이시설 등 기존 최소 범위의 기능 공간들을 지원하는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그나마 최근 신축되는 학교의 경우 별도의 최소 운동장 설치 기준마저 적용되지 않거나 기존 학교의 경우에도 운동장을 활용하여 신축 건물을 들이는 등, 학교 오픈스페이스(open spaces)는 날로 줄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학교의 옥외공간 정책 문제점을 보완할 필요가 있으며, 그 물리적 특성과 유형을 고찰하여 적합한 제도 구축의 기반이 되는 연구가 필요하며, 그 중 원활한 정책 실행을 위한 학교옥외공간 유형을 우선 설정할 필요가 시급하다1).
본 연구는 「미래를 담는 학교 추진을 위한 학교 옥외공간 신모델 및 사업 추진체계 개발」(서울특별시교육청, 2020)의 일부로서 정책 추진을 위한 학교옥외공간2)의 개념과 유형을 도출하는데 목적을 가지고 진행되었다. 따라서 사용자 중심의 학교옥외공간의 새로운 개념과 역할을 정립하고, 옥외공간과 관련한 건축, 토목, 도시계획, 원예, 조경, 산림 등 다영역의 협력을 전제로 미래형 학교옥외공간의 구현을 체계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 기반을 마련하고자 하였다. 특히 국내에서 시도되지 않은 학교옥외공간을 일반적인 오픈스페이스의 접근 방식에 따라 검토하고 특성을 파악함으로써 기존의 방식을 획기적으로 보완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여 “좋은 옥외공간 만들기” 등(최혜영과 안명준, 2019)의 여러 기법과 방법론을 우리 실정에 맞게 적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따라서 본 연구는 1) 최근의 옥외공간 구분의 경향을 감안하고, 2) 학교에 요구되는 옥외공간 기능을 고려하여, 3) 초중고 교육에 적합한 형식의 옥외공간 유형화 방안을 도출, 4) 향후 관련 사업 실행에 활용할 수 있도록 기여하는데 목적이 있다고 하겠다.
연구의 공간적 범위는 서울시교육청 산하 공립 초·중·고등학교(약 1,340교) 중 조경공간 관련 사업이 이루어졌거나 최근 개교한 학교를 샘플링하여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이는 최근 학교옥외공간 관련 사업이 추진된 바 있어 사업 추진의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과 관련 자료 확보가 용이하다는 점 때문이다. 또한 서울시의 학교공간의 경우 대부분 20년이 넘는 건축 연한이고 옥외공간의 구성이 유사하다는 특징이 있어 15개 학교만으로도 대표성이 충분하다고 보았다. 시간적 범위는 2020년 8월 18일~11월 15일로 학교옥외공간의 현황을 현장을 중심으로 파악하고자 하였다. 내용적 범위로는 학교옥외공간의 개념, 학교옥외공간의 현황, 사용자의 이용 현황 등으로 설정하여 최종적으로 학교옥외공간의 유형을 도출하는데 기여하도록 하였다.
연구는 학교옥외공간과 관련한 문헌조사, 15개 학교를 대상으로 하는 현장조사, 학교 관계자 설문조사 등 다각도의 방법으로 접근하여 종합하는 방식으로 진행하였다. 이를 위해 옥외공간의 일반적인 개념부터 학교 현장에 적합한 접근 시각까지를 고려하여 학교옥외공간 분석틀을 개발하고 이를 학교 현장에 적용하여 적정한 학교옥외공간 유형을 도출하고자 하였다. 이를 통해 일반적인 옥외공간의 유형화 방식과는 다른 학교공간 만의 옥외공간 유형을 도출하는 과정을 거쳤다. 아울러 이를 기반으로 각 옥외공간 유형별 공간 구성 요소를 도출하여 실제 사업 추진시 고려 요소이자 사업 대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2. 선행연구 분석
본 연구와 관련한 선행 연구를 검토한 결과는 표 1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그러나 직접적으로 학교옥외공간을 규정하거나 유형화한 연구는 없는 실정이다. 다만 계획적 기법으로서 옥외공간을 접근하는 경향은 파악할 수 있으며 적절한 조경설계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는 것은 확인할 수 있다.
연도 | 정책/학술 연구과제명 | 출간처 | 연구 목적 및 내용 |
---|---|---|---|
2022(이동규, 고인규) | 초등학교 학교 정원 설계에 관한 연구 | 실과교육연구 | - 학교 정원 개념과 가치 검토 및 옥외공간의 시설 구분과 사례로서의 적용 연구 |
2020(한국토지주택공사) | 아동 놀이 행태를 고려한 도시공간 조성방안 연구 | 한국토지주택공사 | - 놀이의 관점에서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한 비전의 수립을 목표로 도시권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놀이 친화 계획 수립에 집중 |
2018(이윤서 등) | 미래교육에 대응하는 학교시설 개선방안 | 한국교육개발원 | - 미래사회 핵심역량 효과성 향상을 위해 최적화된 미래교육운영과 연계하여 학교시설 구성요소, 가이드라인, 모델을 도출목적의 연구임 |
2017(김은영 등) | 미래학교 설립 운영 모델연구 | 한국교육학술정보원 | - 4차산업혁명 등 기술혁신에 따른 미래교육환경과 미래학교모델발굴을 위한 미래학교 설립운영관련 기초연구임 |
2012(이아롬 등) | 학교숲조성이 중학생의 학교조경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 | 한국산림휴양학회지 | - 학교숲을 야외 환경교육시 교육 및 휴식의 장소로 기대하고 있음을 확인함 |
2012(박상선) | 교육과정과 연계한 초등학교 조경모델에 관한 연구 | 한국교원대 석사논문 | - 초등학교의 학교조경 시설과 식재현황을 2007 개정교육과정과 연계성을 검토하고, 교육과정 운영에 필요한 교육적 환경 제공을 위한 학교 조경 개선을 위한 모델을 제안함 |
2011(계보경 등) | 미래학교 체제 도입을 위한 Future School 2030 모델 연구 | 한국교육학술정보원 | - 변화패러다임의핵심요인을 밝힘으로써 미래학교 방향과 모델을 제시하고 정책화를 통한 교육선진화 실현을 목적으로 연구가 이루어짐 - 5가지 미래학교 모델 도출, 교육측면과 건축설계측면으로 구분하여 미래학교모습 가시화함 |
2011(한국교육학술정보원) | 미래학교 디자인 가이드라인 | 한국교육학술정보원 | - 미래학교 설계원칙과 공간별 세부 가이드라인을 제시함 |
2010(허윤선, 임승빈) | 참여디자인 방법론을 적용한 초등학교 옥외공간 계획모형 - 서울 돈암초등학교를 대상으로 | 한국조경학회지 | - 실제 이용자인 어린이의 구체적이고 다양한 요구를 담아내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 아동참여디자인 과정의 도출과 적용 과정 도출과 제안 |
2009(국지하) | 초등학교 조경공간 현황 및 구성원의 환경의식 분석 | 건국대 석사논문 | - 학교 숲 가꾸기 운동에 참여한 학교(시범학교)와 참여하지 않은 학교(일반학교)의 학교조경 및 구성원의 환경의식을 비교 분석함 |
2007(허윤선, 임승빈) | 아동의 상상화를 통해 본 초등학교 외부 공간 계획 요소 도출 | 한국조경학회지 | - 수도권 초등학교 대상으로 교실과 학교 건물을 제외한 학교 옥외공간에 대한 공간계획 요소 도출 |
2001(이영민) | 환경교육을 위한 초등학교 조경계획에 관한 연구 | 동아대 석사논문 | - 학습원이나 교재원 등의 교육적 공간 조성보다 학교건물의 외부공간 전체가 환경교육적 공간의 역할을 할 수 있는 학교조경의 설계가 필요함을 확인함 |
일반적으로 초중고 학교시설은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이원으로 사업이 추진되며 최근 이슈는 학교공간 혁신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서울시의 경우 학교옥외공간 관련하여 “꿈을 담은 놀이터”와 “꿈꾸는 학교정원”, “에코스쿨 조성” 사업 등이 추진 중으로 여기서 나타난 문제와 시사점은 다음과 같이 나타난다3).
첫째, 분산된 채 추진되는 학교옥외공간 사업을 학교 단위 옥외공간으로 통합 추진할 필요가 있다. 기존 사업 방식은 학교별 예산 여건에 따라 부분 개선 사업 형식으로 산발적으로 추진되는 경향이었다. 이는 학교옥외공간에 대한 교육 환경으로서의 접근 시각 및 활용 방안 부재가 원인으로 예산 상황에 따라 사업이 추진되면서 전반적인 경관이나 기능 등이 통합적으로 개선되지 못하는 요인이다. 따라서 학교옥외공간에 대한 개념 설정부터 전반적인 개선 계획의 마련과 단계적 추진이 필요하다.
둘째, 학교별 옥외공간의 특성과 필요 사항을 반영한 신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현재의 학교시설은 노후도에 따른 개축과 리모델링을 지원하는데도 역부족인 상황이나 미래 교육을 표방하고 그에 맞춘 서울교육공간플랜과 같은 실행 계획이 수립되었음을 감안하면 적정 유형화 및 사업 가이드라인의 수립이 시급하다. 특히 단계별로 예산이 투입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 사업 추진 방식을 따라야만 하는 현재의 정책적, 제도적 상황은 시급히 적정 방식으로 개선될 필요가 있다.
셋째, 학교옥외공간의 개선과 향상을 위한 종합 추진체계가 필요하다. 이는 미래 교육 환경을 고려하고 수요를 반영하기 위함뿐만이 아니라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한 리더(디자인 전문가), 조성 및 시공 기준, 유지관리 및 피드백 등의 종합적인 사업 프로세스의 세부적인 개선에도 해당된다. 특히 종합적 시각에 기초한 단계별 학교옥외공간 미래화를 실무적으로 추진할 정책과 인력(전문가)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하겠다.
옥외공간(outdoor spaces, open spaces)4)은 다양한 유형으로 설정되고 연구되어 왔으며, 학교시설 외부공간 또한 그러한 옥외공간 유형으로 접근할 수 있다. 조경분야에서 처음으로 여기에 집중한 조경가는 가렛 에크보(Garret Eckbo)로 근대 건축의 원리인 3차원적 공간성을 바닥면, 벽면, 전개면으로 구성되는 옥외실(outdoor room) 개념으로 표현한 것이 대표적이다. 1937년 「Pencil Points」지에 “Small Gardens in the City”를 게재하며 옥외실 개념이 가시화 되었고, 새로운 기술 시대에 정원의 필요성을 설명하며 당시의 전형적인 도시 가로 한 블록 전체에 걸쳐 주택의 내부 정원을 디자인하는 제안을 선보인 바 있다. 더불어 기능주의 등 근대 건축 이론을 조경공간 속에 직접 도입하여 『생활을 위한 정원(Gardens for Living, 1950)』,『주택정원의 예술(The Art of Home Landscaping, 1978)』 등에서 ‘기능주의적 공간구분(functional zoning)’을 적용한 바도 있다(한국조경학회 편, 1999: 101-102).
도시 옥외공간을 직접적으로 연구한 학자로는 틸(Philip Thiel)이 유명하다. 면 혹은 사물에 둘러싸인 한정된 공간(spaces)과 연속적 면에 의해 완전히 둘러싸인 닫혀진 공간(volumes)의 둘로 우선 대립적인 구분을 하고 경계가 불분명하여 열리거나 닫힌 모호한 공간(vagues)까지 사고를 확장하며 옥외공간의 물리적 특성을 세 가지로 유형화한다. 이 세 가지를 다시 선적 공간(run)과 면적 공간(area)으로 세분하여 인간의 행태(움직임)와 연관하여 공간적 경험의 연속성을 따져간다. 그가 말하는 선적 옥외공간은 평면도에서 길이가 폭의 두 배를 넘는 공간이며 면적 옥외공간은 두 배를 넘지 않는 공간을 말한다. 틸의 이러한 접근은 연속적 경험을 어떻게 디자인하느냐의 관점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그러다보니 기본적으로 옥외공간의 평면도를 기준으로 선적 공간과 면적 공간을 나누고 “공간의 끝(E, end), 공간의 입구(P, port), 공간의 점이(漸移, M, merge)”와 같은 옥외공간의 표시법을 개발하기도 한다. 이 방법으로는 “외부 공간에서의 시간적, 공간적 연속 경험을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도록 도면화”를 가능케 하여 “국부적인 장소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연속된 공간을 계획, 설계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하게 된다.(임승빈, 1991: 95~96) 옥외공간에 대한 이러한 접근법은 결국 공간의 크기, 형태, 높이, 진행 방향, 체재 시간 등의 요소를 고려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소규모 공간(local space), 전이공간(transition space), 대규모 공간(areal space)’과 같은 오픈스페이스의 구분이 이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물리적 요소를 기준으로 하는 이러한 엄격한 구분의 방식은 안팎이 뒤섞이는 현대 대도시의 공간들에 시사점이 크다.
옥외공간에서 패턴을 읽어낸 학자로는 크리스토퍼 알렉산더(Christopher Alexander)가 유명하다. 그는 1964년 『형태의 통합에 관한 소고(Notes on the Synthesis of Form)』에서 공간을 설계하는 과정에 기계적인 방법을 도입할 것을 제안한다. 1977년 발간한 『A Pattern Language : Towns, Buildings, Construction, New York』에서 그는 253개의 패턴을 보여주고 있다. 패턴들은 특정한 사람이나 집단에 의해 생성되지 않고, 차라리 “원형적(archetypal)이다; 사물의 본질에 아주 깊이 뿌리박혀 있어서 패턴은 지금이나 오백년 전이나 인간의 본질, 인간행동의 한 부분으로 보이기까지 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이와 같은 형태 언어들은 위계적인 구조가 아니라 네트워크에 의해 상호 연결되는 구조임을 제시하면서, 이 어휘들을 조합해서 다방면으로 네트워킹되어 압축되고, 여러 의미를 담을 때 훌륭한 계획안이 된다고 주장했다.(국토연구원 엮음, 2005: 195-205) 옥외공간을 패턴으로 “분석”하고 그 패턴을 활용하여 “종합”하자는 그의 아이디어는 서구적 또는 과학적 분석 패러다임을 그대로 드러내준다.
아시하라 요시노부(芦原義信)는 공간에 대한 독특한 아이디어를 제시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어떤 공간의 중심과 둘러싼 주변 사이의 관계에서 중심으로 어떤 활동이나 내용을 모아가는 형식을 적극적 공간(P-space)으로, 그렇지 않고 퍼져가는 형식을 소극적 공간(N-space)으로 구분한다. 이러한 경계의 관계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여러 겹의 경계를 형성하며 행위나 의도가 여러 층위를 가지게 만든다. 또한 이 경계는 개구부를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상호침투가 이루어져 모호한 공간(PN-space)를 형성하기도 한다. 이것을 바탕으로 옥외공간의 기본적인 스케일이나 위계, 폐쇄성, 연속성 등의 기준을 판단하게 된다. 그러나 요시노부의 관점은 개인적 측면 즉 한 사람의 주체를 중심으로 주변을 판단하고 평가하는데에는 의미 있는 방법론을 제공하지만, 공동체나 익명의 많은 사람들, 즉 공중을 이해하는데에는 한계가 있다. 또한 물리적 구분에 근거하지 않은 주관적 해석과 단자화 된 평가를 전제하므로 그 활용에 있어서도 확장성이 매우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Ashihara, Y., 1991). 다시 말해 적극적 공간, 소극적 공간 그리고 그 중립적 혼성 공간이라는 아이디어는 참신할 수 있으나 이것으로 도시의 옥외공간을 단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이처럼 근대적 옥외공간 연구는 물리적 구별을 어떻게 시도하느냐의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옥외공간의 내용과 형태는 그 다음의 고려사항이라는 특징이 있다. 그러나 그러한 근대적 접근은 이후에는 옥외공간 내의 행태와 장소성에 집중하는 연구가 주로 진행되고 있다.
사이먼즈(John Ormsbee Simonds)는 옥외공간을 “그 자체로 완벽한 하나의 공간”이라고 말한다. 구조물에 의해서 전체 또는 부분적으로 위요되면서 건축적 특성을 가지는 공간이 된 것이며 건물의 연장(延長)으로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개의 건물로도 이러한 옥외공간은 형성될 수 있지만 여러 개로 둘러싸여서 형성될 수도 있다. 옥외공간이 중요한 것은 그에 따르면 공동생활이 주로 옥외공간과 통행공간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으로 “공공 오픈스페이스가 없으면 공동체 의식이 형성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Simonds, 1999: 302, 327) 다시 말해 사람들이 모여사는 도시에서 사람들이 만나는, 만나야 하는 장소로서 필수 요소라는 것이다. 즉 옥외공간에서의 인간 행태의 중요성이 여기서 지적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은 얀 겔(Jan Gehl)에 의해서 확대된다. 그는 수십 년 간의 연구를 통해 일반화하여 활용할 수 있는 측면을 제시한다. 그는 옥외공간에서의 이용자들의 활동을 ‘필수적, 선택적, 사회적’의 3가지 행태로 구분하고 있다.(Gehl, 2003) 이는 개인 활동과 공동 활동이라는 단순 구분이 아니라 옥외공간에서 나타나는 “개인성과 공공성”을 관찰 결과를 토대로 범주화한 것이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활동 유형화를 통해 옥외공간이 가지는 함의를 각 개인들이 모여 이루는 공동의 것으로 확장했다는 점이며, 이러한 결과는 현장을 중심으로 얻어낸 결과라는 점에서 가치가 크다.
그런 점에서 옥외공간에서의 사람들의 행태를 우선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고 물리적 구성은 그 다음이어야 한다. 옥외공간 또는 공공공간에서의 시민들의 활동 행태는 매우 다양하고 이를 세부적인 유형으로 나누어 살펴보는 것은 쉬운 작업이 아니다. 다만 큰 범주에서 몇 가지 행태로 유형화할 수는 있다. 여기에서는 그 사례를 짚어보기 보다는 모여사는 시민들의 옥외활동 유형을 종합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얀 겔의 입장을 따라가고 여기에 학교 교육활동의 특성을 고려하여 공동체 활동 유형을 추가하여 옥외공간 기능 설정 고찰의 기본으로 삼았다.
공동체 활동은 일종의 사회적 활동이라고 볼 수도 있으나 특정 집단과 목적이 있는 인간 행태라는 점에서 구별된다. 이러한 옥외공간에 대한 행태 중심 시각은 그대로 학교옥외공간에도 적용해 볼 수 있다. 무엇보다 행태 중심 또는 기능 중심으로 옥외공간을 접근하게 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관점(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의 표 2는 그 요약이다.
자료: Jan, G.(김진우, 이성미, 한민정 역, 2003)의 구분에 필자 보완
3. 연구 과정
학교옥외공간의 유형 구분을 위한 분석은 문헌조사 결과를 기초로 학교 현장조사, 관련자 면담 및 설문조사를 활용하였다. 학교 현장조사는 학교 현장 항공 촬영 및 주변 경관 조사, 수령 도면과 사업 결과 검토 등을 진행하였다. 이를 토대로 학교옥외공간의 유형 구분을 위한 분석틀을 설정하였다. 관련자 면담은 교장, 교감, 담당 부서장 등에 대한 개별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하였고, 옥외공간 활용 현황, 사업 추진상의 문제, 기타 옥외공간 자문의견 전달 등을 확인하였다. 설문조사는 사업추진 학교 담당자 모두를 대상으로 분석용 설문지를 작성하여 학교당 2건 이상, 총 38부를 회수하였으며, 추진 사업의 평가 및 만족도, 개선 요소, 개선 방향 등을 확인하였다. 여기에 관련 사업에 참여하였던 전문가에 대한 별도의 심층 인터뷰를 진행하여 다각도로 의사를 수합하는 과정을 거쳤다5).
옥외공간은 일반적으로 건물 밖의 외부환경을 의미하며, 물리적 요소의 고정성과 비고정성을 기반으로 구성을 파악하는 경향이 있다.(임승빈, 1991) 그러나 공유공간, 복합공간 등 옥외공간의 기능성이 확장되고 그에 따른 설계가 요구되고 있고, 학교라는 특수 기능을 고려할 때 이를 그대로 학교옥외공간에 적용하는 것은 옥외공간 기능을 설정하고 수용하는데 한계가 있다. 일례로 “시설요소, 식재요소, 공간요소”(대한주택공사 주택연구소, 1997), “공간요소(건물, 동선, 조경공간), 조경요소(식재, 시설물), 기타 요소(건물외벽, 경관)”(신경준, 2010) 등의 구분은 직접 적용이 어려운 것으로 보이며, “교육공간, 녹지공간, 수경공간, 휴게공간, 놀이공간, 운동공간, 서비스공간, 옥상공간, 관리공간 및 그 외”(허윤선과 임승빈, 2010) 등의 공간 단위 구분은 위계나 기능 보완 등의 현행화가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학교옥외공간은 일반적인 옥외공간의 분석 또는 유형 접근 방식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는 특수한 조경공간이다. 이 점을 감안하여 일반적인 옥외공간의 구분 방법을 설정, 이를 학교 현장에 적용하여 검토하는 과정을 거쳤다. 선행연구를 검토한 결과 본 연구의 목적에 적합한 유형화 연구는 나타나지 않았다. 따라서 학교공간이라는 특성을 감안하여 학교의 옥외공간을 유형화할 수 있는 공간적 기능과 영역을 표 3과 같이 설정하였다6).
분석 대상 학교는 “꿈을 담은 놀이터”, “꿈꾸는 학교정원”, 기타 관련 사업 등 학교옥외공간과 관련된 사업을 추진한 15개 학교(14개의 사업추진 학교, 1개의 최근 조성 학교, 표 4 참조)를 기본 대상으로 하였다. 이 중 14개 교는 “서울시 꿈담건축가”라는 전문가의 참여로 주요 옥외공간 관련 사업을 추진한 바 있다. 따라서 사업의 추진 과정과 결과를 확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실제 참여자들의 사업 추진 과정상의 문제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학교옥외공간 현장조사는 기본적으로 드론을 활용한 항공촬영 자료를 바탕으로 세부 옥외공간별 현장 확인을 연구자가 직접 진행하는 방법으로 추진하였다. 이 과정에서 학교 관계자의 설명을 통해 이용 행태라든가 문제점 등에 대한 확인을 동시에 진행하였다. 학교옥외공간의 영역 구분과 동선 결과는 그림 2와 같이 종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볼 때, 학교 출입시의 보행영역은 보차분리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여전하였고, 운동장 일부를 주차장으로 활용하는 사례도 있음을 알 수 있어 이동공간의 보완이 필요함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학교마다 정문, 후문, 쪽문 등 등하교 동선과 이용량이 상이하여 학교별 보행영역 설정이 다르게 이루어질 필요가 있음을 확인하였다.
활동영역은 주로 넓은 운동장이 옥외공간의 중심을 이루고 그 외곽으로 놀이시설과 체육시설이 위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건물과 건물 사이의 좁은 공간, 필로티 하부 공간, 캐노피 하부 공간 등 소규모의 영역성이 형성되는 옥외공간들이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 향후 주목할 부분으로 보인다.
현장조사 결과를 분석틀에 적용하여 본 결과는 그림 3과 같이 종합할 수 있다. 학교별로 현황이 상이한 부분이 있으므로 각 옥외공간별로 다소의 편차를 확인할 수 있으나 교육 활동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공통된 문제들을 확인할 수 있었고 이를 정리하여 보면 표 5와 같다.
분석틀 적용에서 나타난 학교옥외공간의 주요 문제점으로는, 첫째 통학로의 보차분리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 둘째 옥외공간의 기능 구분이 되지 않는 활용, 셋째 낡은 놀이시설과 멀리 있는 거리, 넷째 휴게 및 그늘 공간의 부족, 다섯째 부족한 옥외 식재 및 시설물과 미흡한 관리 상태 등이 나타났다. 반면에 첫째 필로티 공간의 적극적 활용, 둘째 소규모 옥외공간 영역의 놀이공간화 활용, 셋째 자연감시가 가능한 열린 공간. 넷째 시설 요소를 보완하는 인적 요소 운영(학교보안관 등) 등은 긍정적인 요소로 부각되었다.
4. 결과 및 고찰
학교옥외공간도 사적 공간, 공적 공간이 존재하는 일반적인 옥외공간 개념으로 접근 가능했다. 또한 옥외공간은
다양한 유형으로 설정되고 연구되어 왔으며, 학교옥외공간 또한 그러한 옥외공간 유형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등의 사회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옥외활동이 중요해지는 시점에서 이는 중요한 사항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학교옥외공간은 최근 중요시 되는 “행동권, 보행권, 생활권, 도시권, 경관권(조망권), 자연체험권 등”이 종합적이고 통합적으로 적용되는 공공생활, 공동생활의 가치가 담보되어야 할 장소라고 할 수 있다.
다만 학교옥외공간은 학교라는 특수성을 고려할 때 안전한 교육공간으로서 역할하도록 구성될 필요가 있다. 결과적으로 학교옥외공간의 특성은 교육 활동의 연장에서 접근하고 교육 서비스의 원활한 소통에 기반해야 할 필요가 있고, 아이들의 발달 과정과 필요 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구성이 될 필요가 있다. 또한 자발적, 창의적 활용이 가능하도록 다기능적 옥외공간 성격 규정이 필요하며, 생태친화, 인간친화, 어울림의 가치가 공유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안전하고 쾌적하며 부담없이 즐기고 쉴 수 있는 교육공간화의 필요성이 있다.
이런 점에서 기본적으로 안전을 확보하는 방향에서 종합적인 구성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이것은 결국 학교 단위의 학교옥외공간 종합계획의 수립과 그에 따른 단계별 조성이 시급함을 강조해준다7).
분석틀을 적용한 결과 몇 가지 영역과 기능은 학교옥외공간에서 필요하지 않거나 중요성이 많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분석틀을 그대로 유형화 틀로 활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결과적으로 기능별 공간 구분을 3가지(이동기능, 교육활동, 기타서비스)로 단순화하여 통합적 용도로 옥외공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유형화에 반영할 필요가 있었다. 또한 교육공간을 세분하고 주요 활동에 집중한 복합적인 공간 활용을 반영하도록 하고, 특히 건축물 입체화로 인한 복합공간을 발굴하여 그 기능과 활용을 최대화할 수 있게 할 필요가 있었다. 여기에 공간 단위의 계획과 시설 요소 수준의 접근을 통해 학교 특성(지역성)을 기초로 획일적인 가이드라인이 아니라 장소성을 형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옥외공간 활용도가 낮은 편이고 교육적 활용보다는 경관적 유지관리에 치중하는 경향임도 고려하여 이를 감안할 필요도 확인되었다.
옥외공간의 기본 기능을 중심으로 판별하여 본 학교옥외공간은 대-중-소별 접근이 가능했으며, 이는 1) 기능별 공간 구분을 3가지(이동기능, 교육활동, 기타서비스)로 단순화, 2) 교육공간 세분화 및 복합공간 발굴, 3) 사업 효율성 확보, 4) 기존 및 신규 사업 추진 지원 용이 등의 특징을 보여준다. 이러한 구분을 활용한 학교옥외공간 종합계획의 수립이 가능하고, 기존 학교의 리모델링뿐만 아니라 특히 신규 학교 조성 시 학교옥외공간의 기능 구분과 배분이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설정된 학교 옥외공간 영역은 현장 확인을 거쳐 요구되는 기능에 따라 정책 사업 추진에 적합하도록 체계화 할 수 있다. 옥외공간을 중심으로 교육 서비스에 따른 유형 구분은 표 6과 같이 나누는 것이 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첫째 보행공간은 등하교와 교육간 이동에 관련된 영역이다. 등하교시의 경우 대부분의 학교가 서비스 차량과 동선을 겸하고 있어 명확하게 보차분리 원칙을 따를 필요가 있다. 최근 신설되는 학교의 경우 이러한 보차분리 원칙을 따르는 경우가 많고 주차장도 별도 동선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보행 안전을 위한 이와 같은 원칙은 옥외공간 기능 구분의 기본적인 사항이 될 필요가 있다. 또한 교육 내용에 따라 건물 간 이동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때 비를 맞지 않고 이동할 수 있게 하는 등의 이동쾌적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학교옥외공간의 첫 번째 기능공간 구분으로 보행공간을 설정할 수 있다.
둘째 교육공간은 학교 자체의 본질적인 기능과 관련된다. 단순히 체육활동을 하는 정도의 활용이 아니라 야외 수업이나 다양한 공동체 활동, 건강 활동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하게 보아야 할 옥외공간이다. 목적하는 기능에 따라 개별 학교가 달리 구성할 수 있는 기능들을 중분류로 도출하였고, 이를 기반으로 복합적인 구성이 가능하게 하였다. 특히 소분류 및 시설 요소를 참조하여 개별 학교만의 독창적인 장소성을 형성할 수 있도록 하였다.
셋째 휴게공간 및 기타 공간은 교육활동을 지원하는 기타 기능들에 대한 영역을 말한다. 휴게공간이나 녹지공간 등 학교옥외환경을 쾌적하게 조성하기 위한 기능들이 해당될 수 있으며, 음수대, 학부모 대기 공간처럼 서비스 기능을 포함하는 시설들이 위치할 수 있다. 이외에 학교를 감옥처럼 느끼게 만드는 경계부의 경관적 고려 또한 사업으로서 접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도출된 학교옥외공간의 유형은 1) 각 학교별 옥외공간 영역 및 유형 현황 분석 및 데이터 베이스 구축, 2) 각 옥외공간 영역별 세부 가이드라인 개발 및 배포, 3) 영역별 세부 옥외공간 기능과 요소를 각 학교의 필요에 따라 구성한 사업구상 교육, 4) 사업 추진 방식의 다변화와 관련 전문가 풀의 구축, 지원 체계 운영 등의 사항으로 활용될 수 있다.
이를 통한 학교옥외공간 개선의 방향은 1) 옥외공간을 교육공간으로 접근한다는 대원칙 하에, 학생인권을 고려하고 성장기 활동을 반영하여 옥외공간 활용을 장려하는 방향으로 접근, 2) 옥외공간을 기능 영역 단위로 접근하여 전체적 체계를 구성하고 단계별/단위별로 사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유형화에 적극 반영, 3) 생태전환교육, 미래형 교육 등의 중장기 정책 사항을 반영하되, 보다 지속가능한 학교옥외공간이 되도록 기능 및 가치 요소를 모색하여 반영, 4) 이용자 및 이해당사자 간의 만족도를 고려한 사업 추진이 이루어지도록 관련 가이드라인, 매뉴얼, 모니터링 및 피드백 등의 종합적 관리 체계로 접근, 5) 무엇보다 일선에서의 원활한 사업 추진과 합리적인 피드백이 가능토록 관련 체계 구축 고려 등으로 요약될 수 있다. 이러한 결과를 적용한 가이드라인은 표 7과 같이 예시할 수 있다8).
5. 결론 및 제언
현장을 중심으로 살펴본 결과, 학교옥외공간은 교육 기능에 맞춘 세부 유형화가 가능하고 그에 따른 조성 가이드라인의 수립이 가능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학교옥외공간의 개념은 “행동권, 보행권, 생활권, 도시권, 경관권(조망권), 자연체험권 등”의 통합적인 공공생활, 공동생활의 가치가 담보된 학교 내 옥외활동 공간으로, 학교의 기본 기능인 교육의 가치와 지역사회의 특징이 반영된 기초 교육공간이라는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었다. 유형별로 구분되는 학교옥외공간은 무엇보다 종합적 시각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으며, 이에 따라 학교 단위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단계별로 실행하는 방안이 필요한 상황으로 드러났다. 기본적으로 학교옥외공간을 교육 서비스의 장으로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연구의 핵심인 학교옥외공간은 크게 세 가지의 대분류가 가능했고, 중분류와 그에 적합한 기능 공간 예시를 통해 개별 학교 현황에 맞춘 종합계획 수립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현재 미비한 학교의 옥외공간에 대한 사업의 기준이 되어 줄 수 있으며, 관련 정책과 예산 편성에 활용될 수 있다. 개별 학교 단위에서는 무엇보다 교육공간으로서 기능 효율적인 옥외공간 활용이 가능하고, 적은 예산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그동안 운동장 정도로 인식되었던 학교옥외공간이 다양한 기능성과 활동성을 가진 공간으로 재구조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본 연구는 대상지를 전수조사하지 못한 한계는 있으나, 샘플 사례를 통해 기존 체계보다는 미래교육과 복합용도 측면에서 옥외공간 유형을 최초로 모색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또한 통합적 조경공간 개선이라는 측면에서 교육 기능의 확장을 기반으로 하였다는 점에서 활용성도 높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서울교육공간플랜의 실행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적인 학교옥외공간 개선에도 기여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접근이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지에 대한 직접적인 확인이 없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고 할 수 있으며, 따라서 이를 기반으로 하는 후속 연구가 추진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