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정원과 정원도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정원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2013년 제1회 순천만 국가정원박람회를 계기로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다. 트렌드 분석 결과, 지난 10년간(2014~2023년) ‘정원’ 언급량은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확산한 2021년을 제외하고 매년 늘어나는 추세로, 연평균 8.05% 증가하였다. 정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정원도시로 연결되었고, ‘정원도시’ 언급량 역시 연평균 15.03% 증가하고 있다(그림 1 참조)1). 특히, 2023년은 2022년 대비 ‘정원도시’ 언급량이 75.66% 증가하여 최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정원도시 조성에 대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정원도시를 도시 발전 방향으로 설정한 지방자치단체가 증가하고 있다. 2013년과 2023년 순천시 국제정원박람회의 성공적 개최는 쇠퇴하는 지방 중·소도시는 물론 도시 경쟁력 강화와 차별성 확보가 절실한 광역지자체의 벤치마킹 모델이 되었다. 서울, 경기, 울산, 경기, 강원, 충남, 전남 등을 포함한 37개의 광역·기초 지자체가 공식적으로 정원도시를 미래 도시 발전 방향으로 선언하였다. 2024년 기준, 전국 69개의 지자체는 정원도시 조성을 위한 관련 조례를 제정하였고, 서울특별시를 포함한 9개 지자체는 정원도시 정책을 위한 담당 부서를 신설하거나, 부서 명칭을 변경 또는 변경 추진 중이다.
중앙행정기관과 대통령 소속 위원회에서도 정원도시 정책을 확대 추진하고 있다. 국가 차원의 정원도시 정책은 산림청이 주도하고 있다. 정원에 대한 사회·정책적 수요를 반영하여 산림청은 2015년 기존 「수목원의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을 「수목원·정원의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수목원정원법)로 개정·시행하였다. 이에 근거해 2015년 순천만국가정원, 2019년 울산태화강국가정원을 국가정원으로 지정하고, 다양한 유형의 정원 조성 및 관리·운영 정책을 추진 중이다. 산림청은 「수목원정원법」에 근거해 2021년 수립한 법정계획 ‘제2차 정원진흥 기본계획(2021~2025)’에서 정원문화 선도도시 육성 프로젝트 추진을 통한 정원관광 거점지역 조성을 제시하였다. 계획 이행을 위해 2024년 업무계획에 지방소멸위기 극복을 위한 정원기반 정원도시 조성을 포함하였고, 7개 지자체 대상의 정원도시 공모사업을 2025년부터 추진할 예정이다. 제7기 국가건축정책위원회는 비전으로 “공원 같은 나라, 정원 같은 도시”를 제시하였고, 이를 뒷받침하는 세부 정책과제로 ‘스마트 네오 가든 시티 조성’, ‘거리그린벨트 조성’, ‘기후변화 적응형 도시문화 환경 및 도로 구조 개선’ 등을 제시하였다.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가 발표한 ‘제1차 지방시대 종합계획(2023~2027)’에서는 분야별 중점과제로 정원 인프라 구축을 제시하였고, 서울특별시, 부산광역시, 울산광역시, 세종특별자치시, 충청북도, 충청남도, 전라북도, 대전광역시 등은 정원과 정원도시 조성을 시·도 지방시대 계획에 포함시켰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정원도시 정책은 정부부처와 지자체를 포함한 다양한 행정기관에 의해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이러한 정원도시 정책이 일시적인 유행으로 그치지 않고, 지속가능한 도시 정책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정책 시행 이전에 기본 방향을 설정하고, 정원도시 조성과 운영에 참여하는 다양한 주체 간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정원도시는 도시가 직면한 복합적인 문제와 도전 과제에 정원으로 상징되는 녹색인프라의 다원적 기능을 기반으로 대처하기 위한 도시계획 수단으로 탄생하였다. 19세기 말 영국 에베네저 하워드(Ebenezer Howard)가 주창한 정원도시(Garden City)는 단순 녹지 공간의 확충과 관리·운영이 아닌 자본주의의 발전과 급속한 산업화로 인해 과밀화된 도시의 공해 및 빈민가 형성 등의 문제와 농촌의 황폐화 문제를 함께 해결하기 위한 도시 계획적 차원의 처방이었다. 하워드의 정원도시는 영국을 넘어 유럽 국가, 미국, 일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뉴질랜드 등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였다. 정원도시로의 브랜딩에 성공한 해외 국가와 도시들은 개별 국가 및 도시의 여건과 문제 인식에 따라 서로 다른 형태의 정원도시를 추구하고 있다. 하지만 공통점은 복합적인 도시 문제와 도전 과제 해결을 위해 정원의 상징성과 다기능성을 활용한 국가 또는 도시 단위의 정책과 계획을 수립하고 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2020년 이후 16개의 지자체에서 정원도시 계획을 수립 완료했거나 추진 중이다. 또한, 2025년부터 산림청의 정원도시 정책 사업이 본격화됨에 따라 다수의 지자체는 정원도시 계획 수립을 준비하고 있다. 산림청의 정책 방향에 따라 수립되는 지자체 정원도시 계획은 정원, 수목원, 도시숲, 가로수 등 산림청 소관의 공간 확충에 집중할 수 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이는 해당 기관의 정책적 목표와 역할에 기인한 것으로, 정원도시 정책이 보다 종합적인 도시 관리 및 지속가능성 증진과 연계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정책 주체 간 협력과 조정이 필요하다. 정원 계획이 아닌 정원도시 계획은 향후 5~10년간의 지자체 정원도시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지침서로, 단순 녹지 조성이 아니라 각 지자체가 직면한 도시 차원의 복합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립해야 한다. 정원도시 계획은 ‘가든(Garden)’으로 상징되는 녹색인프라(Green infrastructure)의 구축, ‘가드너(Gardener)’로 상징되는 녹색 시민과 전문가의 양성, ‘가드닝(Gardening)’으로 상징되는 혁신 기술 및 문화‧예술과의 연계를 통해 정원도시의 다원적 기능을 구현하는 방향으로 수립될 필요성이 있다.
본 연구는 단일 부처 중심의 단편적 기능 기반 정원도시 정책이 확산되는 현 시점에서, 정원도시가 해결해야 할 현대 도시 문제를 규명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정원도시가 수행해야 할 다원적 기능을 분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국내 정원도시 관련 연구는 2010년대 후반부터 증가하는 추세이다. 박재민 등(2017)은 에베너저 하워드의 정원도시가 등장한 배경과 그린인프라 관점에서의 특성을 살펴보고, 이것이 유럽, 미국, 일부 기성도시들에 전파되어 변모한 내용을 고찰한 후, 상징, 기능, 실천의 측면에서의 함의를 제시하였다. 박진빈(2019)은 에베너저 하워드의 정원도시 사상에 영향을 미친 로버트 오웬(Robert Owen)과 제임스 실크 버킹엄(James Silk Buckingham)의 모범도시 연구와 미국적인 요인을 살펴보고, 정원도시가 미래도시 구상을 넘어 현실 세계에 구현될 수 있었던 이유로 ‘사회적 개인주의’ 사상, 이상적 공동체와 현실적 이윤 창출의 목표를 조화시킨 점을 제시하였다. 정문선과 임현정(2021)은 전주시의 정원도시 추진을 위해 시유지 유휴 공간을 대상으로 정원 조성 및 녹화가 가능한 대상지를 찾고, 시민 의견 수렴 결과를 바탕으로 권역별 구체적인 활용 방안을 제시하였다. 이광희(2021)는 정원과 정원도시의 역사 및 발전 과정을 고찰 결과를 바탕으로 국내 정원도시 추진 전략을 제안하였다. 이서영 등(2022)은 영암·해남 관광레저형 기업도시 솔라시도를 정원도시로 구현하기 위한 전략과 구상안을 제안하였다. 안명준(2023)은 정원을 매개로 나타나는 도시 구조와 시민 행태를 볼 때 새로운 정원도시론인 ‘통합적 정원도시론’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각적으로 검토하였다. 이명준 등(2024)은 국내 정원도시 조직 체계를 분석하여 유형화하고, 프로젝트 사례 분석을 통해 주요 쟁점 사항을 도출하였다. 조담빈과 배정한(2024)는 싱가포르 친환경 도시 정책의 역사적 변화 과정을 세 단계로 구분한 후, 각 시기의 정책에 담긴 정원의 의미와 구현 방식을 분석하였다. 선행 연구 검토 결과, 국내 정원도시 관련 연구는 에베네저 하워드의 정원도시 이론의 특성을 고찰하고, 이것이 국가별로 어떻게 적용되었고, 어떤 함의를 갖는가를 제시하는 것이 주를 이루고 있다. 2020년 이후 국내 정원도시 정책이 확대되면서 도시개발 및 지역 활성화 목적의 정원도시 추진 전략과 국내 정원도시 정책의 특징을 분석하는 연구가 나타나고 있다. 본 연구는 오늘날 우리 도시가 직면한 사회·경제 및 환경적 차원의 복합적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정원도시 정책 추진 시 고려해야 할 정원도시의 다원적 기능을 분석한다는 차별성을 갖는다.
연구의 내용적 범위는 크게 정원도시와 관련 있는 도시 문제 및 이슈, 정원도시의 속성 및 가치, 정원도시의 다원적 기능 등 세 가지로 구분된다. 정원도시 관련 도시 문제 및 이슈는 문헌연구를 통해 사회, 기술, 경제, 환경, 정치 등 STEEP(social, technological, economic, environmental, and political) 분석을 통해 도출하였다. 정원도시의 속성 및 가치, 정원도시의 다원 기능 역시 문헌연구를 바탕으로 도출하였다. 정원도시의 속성은 ‘자연’, ‘관심·돌봄’, ‘문화·예술·기술’ 등 세 가지로 구분하였다. 정원도시의 가치는 ‘자연’ 속성과 관련해서는 자연친화성, 친환경성, 생물다양성, 회복탄력성 등 네 가지로 구분하였다. ‘관심·돌봄’ 속성과 관련해서는 포용성, 형평성, 일상성 등 세 가지로, ‘문화·예술·기술’ 속성과 관련해서는 심미성, 창의성, 지역성 등 세 가지로 구분하였다. 정원도시의 다원적 기능은 도시·환경, 생활·건강, 문화·관광, 산업·경제, 교육·연구 등의 부문에서 총 19가지로 구분하였다(표 3 참조).
정원도시 관련 도시 문제와 이슈, 정원도시의 속성과 다원적 기능에 대한 전문가 인식을 분석하기 위해 조경, 산림·정원, 도시, 건축 등 정원도시 관련 전문가와 공무원을 대상으로 2024년 4월 29일부터 5월 19일까지 2주 간 온라인과 서면 설문조사를 진행하였다. 총 89인의 전문가와 공무원 설문조사 결과를 사용해 분석을 실시하였다(표 1 참조).
현대 도시 문제 및 이슈와 정원도시의 관련성을 알아보기 위하여 설문조사를 실행하였다. 사회적 차원 6개, 기술적 차원 6개, 경제적 차원 4개, 환경적 차원 3개, 정치적 차원 3개 등 총 19개 도시 문제 및 이슈 유형으로 구분하였다. 5점 리커트 척도(1점: 관련성이 매우 낮음 ~ 5점: 관련성이 매우 높음)로 구성하였고, 응답한 점수의 산술평균을 계산하여 그 순위를 비교하였다. 집단별(전문가 집단, 공무원 집단) 인식 차이를 알아보기 위해 t-검정(t-test)를 진행하였다.
국가·지자체 정원도시 정책 추진에 있어 정원도시 속성 및 가치 요소의 상대적인 중요도를 파악하기 위해 계층분석법(analytic hierarchy process, AHP)을 사용하였다. 앞서 도출한 정원도시의 속성에 따라 계층은 2단계로 구성하였다. 계층1은 자연, 관심·돌봄, 문화·예술 속성이며, 계층2는 자연 속성 4개 항목, 관심·돌봄 속성 3개 항목, 문화·예술·기술 속성 3개 항목으로 총 10개 항목으로 구성하였다. AHP는 일관성 검증이 중요하므로 설문 응답자 중 일관성이 확보된 응답자 85명을 추출하여 항목별 가중치를 도출하였다.
정원도시 기능의 중요도-만족도 분석을 위해 IPA(importance performance anlaysis) 기법을 사용하였다.도시·환경 분야 6개 기능, 생활·건강 분야 6개 기능, 문화·관광 분야 3개 기능, 산업·경제 분야 2개 기능, 교육·연구 분야 2개 기능 등 총 19개 기능으로 구분하였다. 정원도시 기능 요소의 중요도와 기능 요소에 대한 현재 만족도로 구분하여 조사를 실시하였다. IPA를 통해 정원도시 계획 수립과 정책 집행 시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기능 요소를 도출하였다. 정원도시 구현에 영향을 미치는 정원도시의 기능 요소와 도시 만족도에 영향을 미치는 정원도시의 기능 요소를 분석하였다. 분석방법은 다중회귀분석을 실시하였고, 분석도구는 SPSS 21.0을 사용하였다. 회귀분석 시 통계적으로 유효하지 않은 F변화량이 높은 변수를 제거하는 후진제거방법을 사용하여 독립변수를 정제하였다.
도시 유형에 따라 정원도시 계획 수립 시 고려해야 할 다원적 기능 요소의 중요도를 파악하기 위해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도시 유형은 수도권 및 광역지자체, 지방 중·소도시, 신도시 및 계획도시로 구분하였다. 5점 리커트 척도를 이용하여 평균 점수를 비교하였다. 설문 항목 및 분석 방법에 대한 종합표는 표 2와 같다.
구분 | 설문문항 | 분석방법 |
---|---|---|
현대 도시 문제 및 이슈와 정원도시의 관련성 분석 | t-test | |
정원도시의 속성 및 가치 요소 간 상대적 중요도 분석 | AHP 분석 | |
정원도시 다원적 기능의 중요도․만족도 분석 | IPA 분석 | |
다중회귀분석 | ||
도시 유형별 정원도시 다원적 기능의 중요도 분석 | 도시 유형별 평균 비교 |
2. 정원도시 관련 도시 문제와 다원적 기능
현대 정원도시의 개념과 다원적 기능을 설정하기 위해서는 먼저, 정원도시와 관련 있는 오늘날의 도시 문제와 이슈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 19세기 말 영국에서 등장한 정원도시 개념은 미국, 일본, 프랑스, 독일, 싱가포르, 뉴질랜드, 중국 등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어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국가별로 정원도시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적과 구현하는 방식의 차이는 있으나, 정원도시를 통해 해당 시대와 해당 국가 및 도시가 처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는 점은 공통적이다. 현대 도시는 사회적, 기술적, 경제적, 환경적, 정치적 측면에서 다양한 문제와 도전 과제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문제와 도전 과제는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도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협하고, 시민 삶의 질을 저하시키고 있다. 정원도시는 이러한 복합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혁신적인 도시 모델로 기능해야 한다. 본 연구에서는 오늘날 도시가 직면한 문제와 이슈를 사회, 기술, 환경, 경제, 정치 차원으로 구분(STEEP)하여 정원도시가 소환된 이유를 살펴보고, 정원도시의 계획 방향 설정을 위한 단서를 마련하고자 한다.
첫째,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 변화 및 지방 소멸 위기이다. 최근 우리 사회는 낮은 출산율(2023년 기준 합계출산율 0.72명)과 빠른 고령화(2024년 말 기준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 20.00%) 등 인구 구조가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이로 인해 대다수의 지방 중소도시들은 지역사회의 활력 저하, 경제적 쇠퇴, 공공서비스 수준 악화 등의 문제를 나타내고 있다. 정원도시는 친환경적이고 건강한 정주 환경 조성을 통해 신규 인구의 유입 수단이 될 수 있고, 정원 기반의 다양한 산업 생태계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둘째, 온라인 기술 발전으로 인한 사회적 상호작용 감소이다. 온라인 활동 증가로 인해 직접적인 사람 간의 교류가 감소하고, 이는 사회적 고립, 우울증, 불안 등의 정신 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정원도시는 녹색인프라 확충을 통해 시민들의 오프라인 소통·교류 기회를 만들고, 자원봉사 활동, 지역 행사 참여 등을 지원하여 도시 및 지역사회에 대한 소속감과 유대감을 강화할 수 있다. 셋째, 세대 및 계층 간 갈등 심화이다. 경제적 불평등, 가치관 차이, 소통 부족 등으로 인해 세대 및 계층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이는 사회적 불안정과 분열을 야기하고, 도시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 정원도시는 정원을 기반으로 세대 간 소통과 이해를 증진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저소득계층, 노인, 장애인 등 사회적 취약 계층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지원하는 복지 정책 수단이 될 수 있다. 넷째, 신체적 건강 문제의 증가이다. 운동 부족, 건강하지 못한 식습관 등으로 인해 비만, 고혈압, 당뇨, 심혈관 질환 등 다양한 신체적 건강 문제가 증가하고 있다. 이는 개인 삶의 질 저하는 물론 의료비 증가로 인한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 정원도시는 보행 및 자전거 친화적 환경 조성, 공원녹지를 비롯한 여가 및 체육시설 확충, 건강한 식자재 공급 등을 통해 시민들의 건강을 증진시키는 효과적인 도시정책 수단이 될 수 있다. 다섯째, 정신 건강 문제의 증가이다. 현대 도시민들은 과도한 경쟁, 사회적 소외와 고립 등으로 인해 자살, 스트레스, 우울증 등의 정신 건강 문제가 증가하고 있다. 정원도시는 녹색인프라 구축을 통한 정주 환경의 녹시율 증가, 치유 정원 조성, 공원 처방 프로그램 운영 등을 통해 정신 건강 문제를 완화시키는 데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첫째, 디지털 기술 혁신의 가속화이다. 최근 디지털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단순 반복적인 직업의 대다수가 사라지거나 변화함으로써 비정규직이 증가하고, 소득 불평등이 심화될 수 있다. 한편, 시민들의 온라인 여가 활동이 증가해 지역의 문화적 다양성이 감소할 수 있다. 정원도시는 지역 특성을 반영한 정원산업 육성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 기회를 창출할 수 있고, 자연친화적 여가 공간 조성을 통해 오프라인 여가 활동을 유발시키고, 정원을 기반으로 한 지역 문화예술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 둘째, 스마트시티의 발전이다. 현대 정원도시 모델은 스마트 그리드, 스마트 모빌리티, 스마트 빌딩 등 스마트시티 기술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들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해야 한다.
첫째, 저성장 고착화 및 지역·계층 간 경제적 격차 심화이다. 2023년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세계 경제가 연착륙할 것으로 전망했으며, 우리나라 역시 2023년 기준 경제성장률이 1.4%로 저성장 고착화 양상에 접어들었다는 의견이 많다. 또한, 우리나라는 대도시와 지방도시 간의 경제적 격차와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른 계층 간 경제적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는 문제가 있다. 정원도시는 지역 정원 자원을 활용한 특화 산업, 신재생에너지 및 친환경 교통·건축 등 환경친화적 산업을 육성하여 지속가능한 경제 시스템 구축 측면에서 이와 관련성이 있다. 또한 사회경제적 지위가 상대적으로 낮은 계층과 지역을 우선적으로 고려한 정원 서비스의 공급을 통해 도시 형평성과 포용성을 제고할 수 있다. 둘째, 산업 생태계 파괴 및 일자리 부족이다. 신규 산업 성장으로 인한 산업 구조의 변화는 지방 중소도시의 산업 생태계를 약화시키고, 이로 인해 일자리가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정원도시는 신규 도시 인프라 구축은 물론 정원의 6차 산업화를 통해 지방 중소도시의 새로운 산업 기반을 만들고, 관련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셋째, ESG 등 탄소중립경제로의 전환 촉구이다.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국가는 물론 민간 차원에서도 탄소중립형 도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원도시는 착한 소비를 근간으로 생태친화적 생활과 함께 건강하고 안전한 신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유지되는 RE100 도시를 추구해야 한다. 넷째, 공유경제의 확산이다. 최근 온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물건과 서비스, 그리고 공간을 소유자와 이용자가 직접 연결하고 공유하는 공유경제가 확산하고 있다. 정원도시는 개인 소유의 정원을 넘어 함께 가꾸고 나누는 공동체 정원(개방정원, 마을정원)이 기반이 되어야 한다(김인호, 2021).
첫째, 기후위기로 인한 국민 건강 및 안전의 위협이다. 기후위기로 인한 폭염, 홍수, 한파 등 이상기후 빈도 증가로 인해 국민 건강은 물론 국가와 지구적 차원의 위협을 초래하고 있다. 정원도시는 녹색인프라 기반의 자연기반해법(nature based solution, NbS)을 통해 생태계를 보호하고, 지속가능하게 활용·관리·복원함으로써 기후위기 문제를 효과적·적응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둘째, 팬데믹 등 인수공통감염병 위험 증가이다, 국내에서 2020년 1월 발생한 코로나19는 여가, 이동, 교류 등 도시민의 정상적인 일상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인수공통감염병의 발생과 확산은 밀도, 혼잡 등의 측면에서 도시 환경의 특성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 정원도시는 일상생활권의 정원 인프라 확충을 통해 팬데믹 발생시 시민들의 최소한의 안전한 여가생활을 보장하고, 사회적 교류를 지원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셋째, 생태계 변환 및 생물다양성 감소이다. 현대 도시는 인간 활동과 개발 행위로 인해 생태계 파과와 생물다양성을 감소시키는 주요한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다. 정원도시는 녹색인프라의 구축과 관리, 지속가능한 라이프스타일의 확산, 환경생태 교육과 행사 운영을 통해 생태계를 보호하고 생물다양성을 증진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넷째, 건강한 먹거리와 수자원 부족이다. 감사원이 2023년 8월 발표한 ‘기후 위기 적응 및 대응 실태(물·식량 분야)’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기후변화로 인해 물 부족이 심해져, 2100년까지 연간 최대 6억 2,630만톤이 부족해지고, 이는 쌀 생산성 하락과 어획량 감소로 연결될 거승로 전망되었다(감사원, 2023). 정원도시는 그린·블루 인프라스트럭처 조성을 통해 수자원의 효율적 관리에 기여하고, 지역 식품 생산과 소비 촉진을 통해 건강한 먹거리를 공급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첫째, 사람·자원·인프라의 수도권 집중 심화이다.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은 2023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50.69%가 살고 있고, 2022년 기준 지역내총생산(GRDP)의 52.4%를 차지한다. 정원도시는 균형발전, 지역활성화, 지속가능한발전 정책의 일환으로 수도권 집중 심화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다. 둘째, 정책의사결정 및 정책 실현 과정에서의 시민참여 중요성 확대이다. 정원도시는 도시 조성과 관리·운영 과정에서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전제될 때 작동할 수 있는 도시 모델로 민·관 파트너십을 통한 계획 수립 및 정책 추진이 요구된다. 셋째, 지방자치 강화이다. 현 정부는 지방시대 실현을 위한 지방분권 강화를 국정 기조로 설정하고 중앙 권한의 지방 지양, 자치 입법권·조직·인사권 등의 권한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지자체는 지역 특성에 맞는 정원도시 계획을 수립하여 글로컬 시대에 지역의 문화적 고유성을 기반으로 하는 정원 문화를 세계 시장의 핵심 경쟁력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하겠다(김인호, 2021).
정원도시의 속성을 ‘자연’, ‘관심·돌봄’, ‘문화·예술’로 구분하였다. 첫째, 자연이다. 정원도시는 ‘정원’으로 상징되는 자연 자원의 확충과 보전, 그리고 연결성 강화가 주요한 도시계획 요소이다. 정원도시의 ‘자연’이라는 속성에는 자연친화성, 친환경성, 생물다양성, 회복탄력성이라는 가치가 내포되어 있다. 둘째, 관심과 돌봄이다. 정원도시는 자연을 매개로 개인과 개인, 개인과 자연, 개인과 도시를 연결하는 사회적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으로 자연, 지역사회, 도시에 대한 관심과 돌봄으로 지속가능한 도시환경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관심과 돌봄의 속성에는 포용성, 형평성, 일상성의 가치가 내재되어 있다. 셋째, 문화와 예술이다. 정원도시는 자연 자연과 문화, 예술, 그리고 기술이 결합된 도시이다. 현대 도시민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정원문화의 생산과 확산 기지로 기능하며, 심미적으로 탁월한 자연 자원 기반의 예술 작품을 창작하는 도시이다. 또한 혁신 기술의 적극적 활용을 통해 도시 위기를 극복하고, 도시 관리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도시로 볼 수 있다. 문화와 예술 속성에는 심미성, 창의성, 지역성의 가치가 내포되어 있다.
정원도시의 속성별 계획 분야를 도시·환경, 생활·건강, 문화·관광, 산업·경제, 교육·연구 등 5가 분야로 구분하고, 분야별 정원도시의 기능을 19가지로 종합하였다.
도시·환경 분야는 ‘탄소흡수원 확충을 통한 기후위기 완화’, ‘폭염, 홍수, 한파, 폭설 등 기후위기 현상에 대한 적응력 강화’, ‘탄소중립 및 에너지플러스 도시 관리 시스템 구축’, ‘동·식물 다양성 보전과 증진’, ‘정주 환경의 질 제고’, ‘도시 미화 및 경관 개선’ 등 5가지를 도출하였다. 생활·건강 분야는 ‘보행을 포함한 신체활동 기회 증진’, ‘정신적·심리적 건강 개선’, ‘건강하고 저렴한 먹거리 접근성 제고’, ‘자연·문화·예술 교육 및 프로그램 참여 기회 확대’, ‘도시 소속감 및 공동체 의식 강화’, ‘사회적 계층과 세대 간 갈등 완화’ 등 6가지를 도출하였다. 문화·관광 분야에서는 ‘도시 정체성 및 브랜드 형성·강화’, ‘관광 활성화’, ‘정원 문화의 다양성 증진 및 시민 인식 제고’ 등 3가지를 도출하였다. 산업·경제 분야에서는 ‘산업 생태계 구축과 일자리 창출’, ‘지역 소비 촉진 및 경제 활성화’ 등 2가지를 도출하였다. 마지막 교육·연구 분야에서는 ‘정원도시 관련 전문인력 양성’과 ‘정원도시 관련 연구·개발 활성화’ 등 2가지를 도출하였다(표 3 참조).
현대 도시 문제․이슈 | 속성 | 가치 | 계획분야 | 기능 | 관련 문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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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S) |
▷ | 정원 도시 | ▷ | 자연 | 자연 친화성 | ▷ | 도시 ․ 환경 | ||||
친환경성 | |||||||||||
기술적 (T) |
생물 다양성 | ||||||||||
회복 탄력성 | |||||||||||
경제적 (E) |
관심․돌봄 | 포용성 | ▷ | 생활 ․ 건강 | |||||||
형평성 | |||||||||||
일상성 | |||||||||||
환경적 (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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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 심미성 | ▷ | 문화 ․ 관광 | ||||||||
정치적 (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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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성 | |||||||||||
산업 ․ 경제 | |||||||||||
지역성 | |||||||||||
교육 ․ 연구 | |||||||||||
* Garden city standards for the 21st century: Practical guides for creating successful new communities. Town and Country Planning Association. https://www.tcpa.org.uk/collection/garden-city-standards-21st-century/
3. 분석 결과
종합적으로는 환경적 차원(4.01)의 도시 문제 및 이슈가 정원도시와 관련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다음으로 정치적 차원(3.70), 사회적 차원(3.68), 경제적 차원(3.54), 기술적 차원(3.43)순이었다. 개별 요소로는, ‘기후위기로 인한 지구 온도 상승, 폭염·홍수·한파 등 이상기후 빈도 증가’가 정원도시와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도시문제인 것으로 나타났고, 그 다음으로 ‘정신 건강 문제 증가(자살, 스트레스, 우울증 등)’, ‘생태계 변환 및 생물다양성 감소’, ‘ESG 등 탄소중립경제로의 전환 촉구’ 순이었다.
공무원 집단과 전문가 집단 간의 인식 비교 분석을 위하여 t-test를 통해 검증해 본 결과, 통계적으로 유의한 범위에서 사회적 차원의 ‘온라인 기술 발전과 보편화 등으로 인한 사회적 상호작용 감소’, ‘신체 건강 문제 증가(비만, 고혈압, 당뇨, 심혈관 질환 등)’, ‘정신 건강 문제 증가(자살, 스트레스, 우울증 등)’요소에 대해 전문가 집단은 공무원 집단에 비해 관련성을 높게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기술적 차원의 ‘디지털 기술 혁신의 가속화로 인한 노동시장, 인프라 구축 및 관리, 여가문화의 변화’와 환경적 차원의 모든 도시 문제 및 이슈에 대해 통계적으로 유의한 범위에서 전문가 집단이 공무원 집단에 비해 관련성을 높게 인식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표 4 참조).
AHP 분석 결과, 정원도시의 세 가지 속성 가운데 자연(중요도 0.457)이 가장 중요한 속성으로 나타났다. 정원도시 계획 수립할 때 우선순위를 정하는 기준으로 자연자원의 연계를 통한 녹색인프라의 조성과 관리를 가장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다, 그 다음 순으로는 관심·돌봄(중요도 0.278), 문화·예술(중요도 0.265)로 나타났다. 정원도시의 속성별 10가지 가치 요소의 가중치를 산출한 결과 1순위로 자연친화성(중요도 0.156)이 도출되었다. 2순위는 일상성(중요도 0.122), 3순위는 친환경성(0.112)이 확인되었다. 이를 통해 정원도시 계획은 자연과 인간 정주 환경의 유기적 연결성을 극대화하여 시민들이 일상 생활 속에서 다양한 정원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에 대응한 친환경 도시환경과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고려해 수립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표 5 참조).
정원도시 다원적 기능의 중요도는 평균 4.06점으로 나타났다. 세부 기능 요소 가운데 ‘정신적·심리적 건강개선(4.52점)’, ‘정주환경의 질 제고(4.39점)’, ‘도시 미화 및 경관 개선(4.38점)’, ‘보행을 포함한 신체활동 기회 증진(4.30점)’ 등을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무원 집단은 전문가 집단과 비교할 때, ‘동·식물 생물다양성 보전과 증진(4.53점)’을 가장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고, 전문가 집단은 공무원 집단에 비해 ‘탄소흡수원 확충을 통한 기후위기 완화(4.27점)’, ‘폭염·홍수·한파·폭설 등 기후위기 현상에 대한 적응력 강화(4.22점)’ 기능을 상대적으로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정원도시의 다원적 기능을 기준으로 볼 때, 오늘날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도시 수준에 대한 만족도는 평균 2.87점으로 낮게 인식되고 있다. 공무원과 전문가 집단 간의 인식 차이가 크지 않았으며, 전반적으로 생활·건강 분야의 ‘사회적 계층과 세대 간 갈등 완화(2.51점)’, 교육·연구 분야의 ‘정원도시 관련 전문 인력 양성(2.56점)’, ‘정원도시 관련 연구·개발 활성화(2.57점)’ 기능의 만족도가 낮게 나타났다(표 6, 그림 2 참조).
IPA 분석 결과, 도시·환경 분야에서는 우위유지 영역에 ‘정주 환경의 질 제고’, ‘도시 미화 및 경관 개선’이 도출되었다. 중점개선 영역에 포함된 ‘탄소흡수원 확충을 통한 기후위기 완화’, ‘폭염·홍수·한파·폭설 등 기후위기 현상에 대한 적응력 강화’, ‘동·식물 생물다양성 보전과 증진’에 대한 정원도시 계획 수립 시 고려가 필요하다. 생활·건강 분야에서는 중점개선 요소가 도출되지 않았으며, 점진개선 영역에 ‘건강하고 저렴한 먹거리 접근성 제고’, ‘도시 소속감 및 공동체 의식 강화’, ‘사회적 계층과 세대 간 갈등 완화’ 요소가 확인되었다. 문화·관광 분야는 중점개선 및 점진개선영역에 속한 기능 요소가 도출되지 않았다. 산업·경제 분야에서 우위영역에 속한 요소가 없으며, 점진개선 영역에 ‘산업 생태계 구축과 일자리 창출’, ‘지역 소비 촉진 및 경제 활성화’ 기능 요소가 나타났다. 교육·연구 분야에서는 ‘정원도시 관련 전문인력 양성’ 및 ‘정원도시 관련 연구·개발 활성화’ 기능 요소 모두 중점개선 영역에 포함되었다. 정원도시 계획 수립시 전문성을 요구하는 정원 자원 조성·관리, 정원 문화 기획·운영 등의 전문인력 확보 방안, 정원과 정원도시 관련 연구개발(R&D) 활성화 방안 등을 반영할 필요가 있겠다. 향후 정원도시 정책 및 계획의 목표 설정과 내용 구성에 있어 IPA 분석 결과, 중점개선 영역에 포함되어 있는 5개 정원도시의 기능 요소를 고려할 필요성이 있다.
분석 단계에서 후진제거방법을 통하여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은 변수를 정제한 다음, 신뢰도가 있는 독립변수에 한하여 다중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정원도시 구현에 영향을 미치는 다원적 기능 요소를 분석한 결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범위에서 정원도시 구현에 영향을 미치는 기능 요소로 도시·환경 분야의 ‘탄소흡수원 확충을 통한 기후위기 완화’, 생활·건강 분야의 ‘도시 소속감 및 공동체 의식 강화’, 교육·연구 분야의 ‘정원도시 관련 전문인력 양성’이 정(+)의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분석되었다. 이러한 기능 요소들은 정원도시 정책과 계획의 목적 달성과 효과성 제고를 위해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요소라고 볼 수 있다. 반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범위에서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도시 수준에 대한 만족도에 영향을 미치는 정원도시의 기능 요소는 도출되지 않았다(표 7 참조). 다중회귀분석에서 중요도와 만족도에 차이가 나타난 것은, 중요도 평가 시에는 이론적 필요성과 정책적 방향성이 고려되는 반면, 만족도는 현실적인 경험과 결과를 기반으로 평가되었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 이는 정원도시의 기능 요소별로 정책 실현 가능성, 사업화 단계, 실행 과정에서의 난관 등을 추가적으로 분석할 필요성을 시사한다.
수도권 및 광역지자체, 지방 중·소도시, 신도시·계획도시 등 도시 유형별로 정원도시 계획 수립 시 고려해야 할 정원도시 기능의 중요도를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수도권 및 광역지차체에서는 ‘정신적·심리적 건강 개선’과 ‘정주환경의 질 제고’ 요소가 가장 중요한 기능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도시에서의 높은 인구밀도, 경쟁적 사회 구조, 환경적 스트레스 요인 등이 주민들의 정신 건강과 생활 만족에 미치는 영향을 반영한 결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대도시 정원도시 계획은 주거지와 근무 환경을 중심으로 스트레스 완화, 우울증 예방, 심리적 회복을 지원하는 정원공간 조성 전략이 필수적으로 포함되어야 하겠다.
지방·중소도시에서는 ‘정주환경의 질 제고’, ‘도시 미화 및 경관 개선’의 요소가 상대적으로 중요한 기능으로 인식되었다. 이는 지방 도시들이 직면한 인구 감소, 노후화된 주거지와 공공공간, 경제적 활력 저하 등의 문제를 반영하는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지방 중·소도시의 정원도시 계획은 주택지, 가로 공간, 공공시설을 중심으로 도시 환경을 개선하고, 정주 매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추진될 필요가 있다.
신도시 및 계획도시에서는 ‘보행을 포함한 신체활동 기회 증진’, ‘정신적·심리적 건강 개선’ 요소가 중요하게 나타났다. 이는 신도시 거주자들이 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건강한 생활 방식을 실천할 수 있는 정원 기반 인프라를 기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신도시 정원도시 계획은 시민들의 신체적·정신적 건강 증진에 중점을 두고, 보행 중심 정원 네트워크, 공공녹지 내 운동 공간, 복합 웰니스 가든 등과 같은 설계를 포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표 8 참조).
4. 결론
정원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함께 국가와 지자체의 정원도시 정책이 빠른 속도로 확장하고 있는 현 시점에 정원도시 정책이 단기간의 유행으로 귀결되지 않기 위해서는 오늘날 한국 사회에 정원도시가 소환된 원인은 무엇이고, 이러한 원인에 대응하기 위해 고려해야 하는 정원도시의 다원적 기능은 무엇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정부, 지자체, 시민, 지역 단체 등 이해관계주체 간의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정원도시의 역사적 발전 과정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정원도시는 단순 정원 공간 조성과 박람회 개최 등을 넘어 각 시기의 도시가 직면한 사회경제 및 환경적 문제 해결을 위해 도입한 도시계획 수단이자 사회 혁신 운동의 일환이었다. 본 연구는 정원도시와 관련하여 국내 도시가 직면한 주요 문제를 규명하고,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원도시 정책 추진 과정에서 고려해야 한 핵심 기능 요소를 도출하기 위해 전문가 인식조사를 실시하였다. 주요 연구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정원도시는 환경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효과적인 도시 모델로 인식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원도시가 기후변화 및 생물다양성 감소와 같은 환경 문제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정원도시가 이러한 문제 해결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특히 기후위기로 인한 이상기후 현상의 증가가 정원도시와 가장 밀접한 관련성을 갖는 도시 문제로 인식되었다. 정원도시 계획은 기후변화 완화 및 적응, 생물다양성 보전 등 환경 문제 해결에 중점을 두어야 하며, 이를 위해 탄소흡수원 확충, 도시 열섬 현상 완화, 생물 서식 공간 조성 등 구체적인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
둘째, 전문가들은 정원도시 정책 수립 시 ‘자연’ 속성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고려해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다. 이는 정원도시 정책이 시민들의 일상과 밀접하게 연계된 친환경 녹색인프라 구축을 핵심 요소로 포함해야 함을 시사한다. 또한, 자연친화성, 일상성, 친환경성을 정원도시의 중요한 가치로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정원도시 정책 및 계획은 시민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다양한 자연 자원을 쉽게 접하고, 기후위기 및 탄소중립에 대응하는 친환경적인 도시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해야 한다.
셋째, 정원도시 정책의 목표와 전략 수립 시 공통적으로 고려해야 할 기능 요소가 도출되었다. 분석 결과, 전문가들은 국내 정원도시 정책 수립 시 기후위기 적응 및 완화, 동·식물 생물다양성 보전 및 증진, 도시 소속감 및 공동체 의식 강화, 정원도시 관련 전문인력 양성 및 연구·개발 활성화 등을 중점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넷째, 도시 유형별로 정원도시 정책에서 중점적으로 구현해야 할 기능적 중요도가 차이를 보였다. 수도권 및 광역지자체에서는 정신 건강 증진과 정주 환경 개선이, 지방 중소도시에서는 정주 환경 및 도시 미관 개선과 정원 문화에 대한 시민 인식 제고가, 신도시에서는 건강 증진과 기후위기 완화를 위한 탄소흡수원 확충이 상대적으로 중요한 기능 요소로 인식되었다. 따라서 향후 중앙정부 차원의 정원도시 지원사업은 도시 유형별 특성을 고려한 차별화된 정책 설계가 필요하겠다.
현재 정부의 정원도시 정책은 산림청 주도로 추진되고 있으며, 「수목원정원법」에 근거한 개별 정원 공간의 확대와 활용을 중심으로 수립되고 있다. 이러한 접근은 도시 전반의 문제를 해결하는 종합적인 정원도시 전략과 본질적으로 차이를 보인다. 즉, 정원 기반 녹색인프라와 도시 기능 간의 유기적 연계를 고려한 정책적 접근이 부족하며, 정원 정책이 단순한 녹지 조성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본 연구는 도입 단계에 있는 국내 정원도시 정책이 사회·경제 및 환경적 도시문제 해결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정원도시의 다원적 기능을 강조하였다. 이를 통해 종합적인 정원도시 전략 수립의 근거를 마련함으로써, 기존 정책과의 차별성을 확보하였다. 특히, 본 연구는 정원을 단순한 조경 요소가 아니라 도시문제 해결을 위한 핵심 인프라로 활용하는 정책적 전환의 필요성을 제시하며, 이를 통해 정원도시 정책이 탄소중립 및 기후위기 대응, 초고령 사회, 지역경제 활성화 등과 연계된 지속가능한 도시 발전 전략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도출된 정책적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관계 부처 간 협력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정원도시 정책 및 사업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부처 간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산림청, 국토교통부, 환경부 등 관계 부처가 참여하는 통합적 정원도시 조성 추진 체계를 구축해야 하겠다. 이를 위해 정원도시 관련 정책 협의 및 조정, 정보 공유, 공동 사업 추진 등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고 운영함으로써 부처 간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 또한, 부처 간 역할 및 업무 분담을 명확히 하고, 정기적인 회의 및 정보 교류를 통해 정책 실행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정원도시 조성과 관련된 정보, 기술, 재정 지원을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지원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지자체의 정원도시 정책 추진 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 정원도시 관련 법령, 정책, 기술 정보, 우수 사례 등을 제공하는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하여 정보 접근성을 향상시키고, 정원도시 조성과 관련된 전문 교육 및 컨설팅 제공, 전문가 네트워크 구축 및 운영을 통해 지자체의 역량을 체계적으로 지원해야 하겠다.
본 연구는 국내 정원도시 정책 및 계획의 추진 방향을 설정하기 위한 기초 연구로서 의의를 갖는다. 본 연구에서 실시한 전문가 인식조사는 정원도시 관련 전문가와 공무원을 대상으로 진행하였다. 이는 정원도시 정책 및 계획 수립과 운영 과정에서 주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전문가 집단의 의견을 반영하는 데 중점을 둔 것이다. 다만, 도시의 문제와 이슈는 도시공간적 차원을 넘어 다각적인 사회·경제·환경적 요인과 연계되어 나타나므로, 향후 연구에서는 관련 분야의 다양한 전문가 집단을 대상으로 인식조사를 확장하여 보다 심층적인 도시 문제 해결 방안을 도출할 필요가 있다. 또한 본 연구의 결과를 기반으로, 향후 기후위기 대응 및 탄소중립을 고려한 정원도시 계획에 대한 심층적 연구가 요구된다. 또한, 도시 유형별 특성과 정책적 요구를 반영한 정원도시 계획 모델을 개발하는 후속 연구가 지속적으로 수행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정원도시의 다원적 기능을 극대화하고, 도시 지속가능성을 강화하는 체계적인 정책 방안을 마련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