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우리나라는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해 빠르게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 교통약자의 이동권과 접근권 보장이 중요한 사회적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2024년 기준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31%, 약 1,586만 명이 교통약자에 해당하며, 이 중 52.4%는 노인이다. 특히 2024년 12월 대한민국은 초고령사회에 진입하였으며,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의 진입 기간이 단 7년에 불과해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속도를 보인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교통약자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2008년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등편의법’)에 근거하여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Barrier-Free, BF) 인증제도가 도입되었다. 이후 2015년부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발주하는 공공건축물에 대해 BF 의무인증이 시행되었으며, 2021년 12월 4일부터는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개정에 따라 도시공원 및 공원시설에도 BF 인증 의무가 적용되었다. 이에 따라 제도의 적용 범위가 조경 분야로까지 확대되면서 인증 건수 또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BF 인증제도가 확대, 운영되는 과정에서 제도적, 실무적 한계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설계 및 시공 단계에서의 비효율적 절차, 인증 기준의 모호한 해석, 책임 주체의 불명확성 등으로 인해 추가 공사나 비용 증가 등의 사회적, 경제적 부담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는 인증제도의 본래 취지를 퇴색시키고 있다.
기존 연구들은 주로 BF 인증의 평가지표 개선이나 항목별 비교 분석에 초점을 두고 수행됐으며, 실제 인증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이나 현장 실무자의 경험을 심층적으로 다룬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조경 분야에 BF 인증이 의무화된 지 4년이 지난 현시점에서, 축적된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한 체계적 분석이 필요하다. 따라서 본 연구는 이러한 문제 인식을 바탕으로 BF 인증제도의 평가 항목 및 운영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을 조경가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제도의 개선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본 연구는 다음의 구체적인 연구 질문에 답하고자 한다: (1) 조경 분야 BF 인증 평가 항목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2) 인증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무적 문제는 무엇인가? (3)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문헌 및 보도자료를 통해 제도적 문제를 도출한 후, BF 인증제도의 운영 과정에서 실질적으로 나타나는 문제점을 파악하기 위해 현직 조경가를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시행하였다. 인터뷰 결과를 종합하여 제도 운영상의 주요 문제 요인을 분석하고, 향후 BF 인증제도의 개선을 위한 정책적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다만, 본 연구는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 교통약자의 이동권 보장이라는 BF 인증제도의 보편적 가치와 정책적 취지에 전적으로 공감하며, 이를 전제로 논의를 전개한다. 본 논문에서 제기하는 문제의 핵심은 BF 인증 기준의 존재 자체나 접근성 확보의 필요성에 대한 부정이 아니라, 해당 기준이 공원이라는 외부공간에 적용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해석, 운영, 심사 구조상의 문제이다. 즉, 본 연구는 기준의 엄격성이나 설계의 난이도를 문제 삼기보다는, 공원이라는 공간 유형의 특성이 충분히 고려되지 못한 채 제도가 운용되면서 발생하는 실무적 혼란과 비효율을 조경가의 경험을 통해 분석하고, 제도의 본래 목적을 보다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개선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본 연구는 문헌 연구와 전문가 심층인터뷰를 포함하는 질적 연구 방법으로 수행되었으며, 구체적인 연구 절차는 다음과 같다. 첫째, 문헌 연구를 통해 BF 인증제도에 관한 선행 연구, 관련 법령 및 지침, 보도자료 등을 분석하여 제도의 운영 체계와 현황을 파악하였다. 이를 통해 제도적 문제점을 도출하고 주요 문제점을 항목화하였다. 둘째, 도출된 문제점을 바탕으로 반구조화된 인터뷰 질문지를 구성하였다. 질문은 인증 지표 타당성, 인증절차 합리성, 인증제도 현실성, 심사기관 적합성을 중심 범주로 하여, 평가 항목의 적정성, 기준 해석상의 문제, 설계 및 시공 단계에서의 적용 어려움, 제도 개선을 위한 제언 등을 포함하였다. 셋째, 실제 BF 인증 업무를 수행한 경험이 있는 조경설계자 5명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시행하였다. 인터뷰 대상자는 모두 복수의 도시공원 BF 인증 프로젝트에 참여한 경험이 있으며, 일부는 5건 이상, 일부는 2–4건의 인증 대응 경험을 보유한 실무자들이다. 인터뷰 참여자는 모두 조경설계사무소에 소속된 실장급 이상 또는 대표급 실무자로, 평균 경력 15년 이상의 조경설계 전문가로 구성되었다(표 1 참조). 본 연구는 조경시공자나 공공 관리자를 대상으로 하지 않으며, 설계단계에서 BF 인증 대응을 직접 수행한 조경설계자의 경험과 인식을 분석 대상으로 삼는다. 본 연구에서 논의하는 BF 인증의 적용 대상은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도시공원 및 공원시설로 한정하며, 개별 건축 대지 내 조경이나 사유지는 연구 범위에 포함하지 않는다. 심층 인터뷰는 2025년 5월부터 6월까지 대면 및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본 연구에서는 인터뷰 대상자의 일정과 업무 특성을 고려하여 대면 인터뷰, 온라인 실시간 인터뷰, 이메일 인터뷰를 병행하였다. 인터뷰 방식의 차이가 연구 자료의 일관성과 깊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모든 인터뷰에는 동일한 반구조화된 질문지를 적용하였다. 질문의 핵심 범주(표 2 참조)와 순서는 모든 참여자에게 동일하게 유지되었으며, 온라인 및 이메일 인터뷰의 경우에도 대면 인터뷰와 동일한 질문 내용을 기반으로 응답을 수집하였다. 넷째, 인터뷰 내용은 녹취 후 참여자의 답변을 그대로 전사(transcription)하였다. 전사된 자료는 인터뷰 질문지의 4가지 범주(인증지표 타당성, 인증절차 합리성, 인증제도 현실성, 심사기관 적합성)에 따라 1차 분류하였으며, 주제 분석(thematic analysis) 방법을 통해 반복적으로 언급되는 핵심 키워드와 세부 문제 유형을 범주화하였다. 특히 이메일 인터뷰는 심층 인터뷰에서 도출된 주요 쟁점을 보완 및 확인하기 위한 목적의 자료로 활용되었으며, 분석 과정에서는 인터뷰 방식에 따른 응답의 차이를 비교 및 검토하여 특정 방식에서만 나타나는 의견은 주요 주제로 도출하지 않았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인터뷰 방식의 차이로 인한 편향을 최소화하고, 주제 분석 결과의 신뢰성을 확보하고자 하였다.
| 구분 | 경력 | 직급 | 인터뷰 방식 | 인터뷰 일시 |
|---|---|---|---|---|
| 전문가 A | 20년 이상 | 본부장 | 오프라인 | 2025.05.21. |
| 전문가 B | 15년 이상 | 소장 | 오프라인 | 2025.06.02. |
| 전문가 C | 15년 이상 | 소장 | 온라인 실시간 대면 | 2025.06.15. |
| 전문가 D | 15년 이상 | 소장 | 이메일 | 2025.06.06. |
| 전문가 E | 15년 이상 | 실장 | 이메일 | 2025.05.26. |
인터뷰 자료 분석은 Braun과 Clarke(2006)가 제시한 주제 분석(thematic analysis) 절차를 참고하여 수행하였다. 먼저 모든 인터뷰 자료를 전사한 후, 연구 질문과 관련된 의미 단위를 중심으로 1차 코딩을 하였다. 이후 유사한 코드들을 묶어 범주화하였으며,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핵심 개념과 문제 유형을 중심으로 주제를 도출하였다. 주제 도출 과정에서는 문헌 연구를 통해 설정한 네 가지 분석 범주(인증지표 타당성, 인증절차 합리성, 인증제도 현실성, 심사기관 적합성)를 기준틀로 활용하되, 인터뷰 자료에서 새롭게 드러나는 쟁점이 있을 경우 범주를 유연하게 조정하였다. 분석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인터뷰 자료, 문헌 자료, 보도자료를 교차 검토하는 자료의 삼각 검증을 수행하였으며, 분석 결과는 동료 연구자와의 검토 과정을 거쳐 해석의 일관성과 타당성을 점검하였다.
2. 이론적 고찰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제도(BF 인증제도)는 2008년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에 근거하여 도입되었다. 이는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 교통약자를 포함한 모든 시민이 시설을 접근, 이용, 이동함에 있어 불편이 없도록 계획, 설계, 시공, 관리 여부를 평가해 인증하는 제도이다.
이후 2015년에는 「장애인등편의법」 개정을 통해 공공건축물에 대해 BF 의무 인증이 적용되면서 인증 건수가 급격히 증가하였다. 2021년 12월 4일부터는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개정에 따라 계획 단계의 도시공원과 공원시설에도 BF 인증이 의무 적용되었다. 이에 따라 제도의 적용 범위가 건축물에서 조경 분야로 확대되면서, 공원 분야의 BF 인증 건수 또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공원 BF 인증은 국토교통부로부터 지정된 BF 인증기관을 통해 수행되며, 2025년 4월 기준 전국적으로 총 11개 기관이 지정되어 있다. 주요 인증기관으로는 한국장애인개발원, 한국장애인고용공단,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대한건축사협회 등이 있으며, 이들 기관은 그간 공공건축물을 중심으로 BF 인증 업무를 수행해 온 경험을 축적해 왔다. 그러나 공원 분야의 BF 인증은 의무화 이후 상대적으로 최근에 확대된 영역으로, 이를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기관과 인력은 제한적인 실정이다. 이로 인해 다수의 인증기관이 건축물 중심으로 형성된 심사 체계와 해석 관행을 바탕으로 공원 BF 인증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러한 제도적 배경은 이후 심사기관의 전문성, 기준 해석의 일관성, 그리고 조경 분야의 특수성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는 문제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맥락을 제공한다.
국토교통부의 2023년 통계에 따르면(최민혜, 2023), 전국 도시공원 23,163개소 중 BF 인증을 받은 공원은 222개소로, 전체 대비 0.95%에 그친다. 또한, 한국장애인개발원(2025)에 따르면, 2025년 4월 기준 전체 BF 인증 18,541건 중 공원은 222건(1.2%)에 불과하다. 하지만 주목할 점은 의무화 이전(2021년 이전) 17건에 불과하던 공원 인증이 의무화 이후 222건으로 약 13배 급증했다는 것이다. 이는 제도 확대의 구체적 성과를 보여주지만, 동시에 급격한 양적 팽창 과정에서 질적 문제들이 표면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공원은 건축물과 달리 경사도, 식생 밀도, 계절적 변화, 자연배수 등 다양한 자연환경 변수를 고려해야 하는 외부공간이라는 특성이 있다.
BF 인증제도와 관련된 선행 연구는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인증 지표 개선 연구이다. 서은실과 구본학(2015)은 ’BF 인증 지표를 활용한 공원의 개선 방향 연구’에서 도시공원 및 공원시설의 BF 인증 평가지표를 분석하여 공원에 적합한 인증 지표 개선 방향을 도출하였다. 연구 결과, 공원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평가지표가 존재하며, 세부 산출 기준의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문제점을 지적하였다. 특히 공원의 입지나 지형적 조건, 이용 특성 등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 기준 적용이 설계의 현실성을 저해한다고 밝혔다. 서은실과 구본학(2016)은 ‘보라매공원 대상 도시공원의 BF 인증 지표 개선 연구’에서 보라매공원을 사례로 현행 BF 인증 지표의 문제점을 도출하고, 도시공원 특성을 반영한 개선안을 제시하였다. 주요 문제점으로 자연 훼손, 과도한 시설 설치 등의 부작용과 함께 이해와 인식 부족, 과도한 시간적, 경제적 손실을 제시하였다. 김미혜(2023)는 ‘장애물 없는 공원 인증제도 개선 연구’에서 BF 인증제도의 현황과 문제점을 분석하고 인증제도 개선 방향을 제시하였다. 인증 수수료 차등화, 인증기관 및 심의 및 심사위원 전문성 강화, 지형에 따른 세부적인 기준 필요성을 주요 개선안으로 제안하였다.
둘째, 제도 운용 실태 진단 연구이다. 배선혜 등(2024)은 ‘BF 인증 제도의 운영 실태 진단 및 개선 방안 연구’에서 BF 인증제도의 도입 취지와 운영 현황을 진단하고, 인증 예측 가능성과 효율성 제고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을 제시하였다. 주요 문제점으로 인증기관별 심사 기준 해석 차이, 일관성 부족, 설계와 심사 간의 괴리, 인증기관의 인력 및 전문성 부족, 예측 가능성 저조 등을 도출하였다. 이 연구는 특히 인증 절차의 복잡성과 중복성, 심사위원 간 기준 해석의 불일치로 인한 설계 변경 반복 등이 실무자들에게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음을 실증적으로 밝혔다.
셋째, 실무적 문제 제기 연구이다. 한국조경협회(2024)가 주최한 ‘공원 BF 인증의 이해와 대응 모색’ 세미나에서는 공원 BF 인증제도의 이해 증진 및 현장 적용 과정에서 문제점과 개선 방안이 논의되었다. 심사 기준의 모호성, 인증 심사 기간 장기화, 제도적 미비점, 실무자 교육 부족 등이 주요 이슈로 제기되었다. ‘2023 한국조경가협회 정례포럼’에서는 ‘도시공원 BF 인증 이슈 및 대가산정’ 주제로 인증 과정에서 조경설계 분야가 겪는 현실적인 문제가 발표되었다. 설계 변경 반복, 창의성 저해, 심의 기간 및 대기 시간 지연 등이 실무 현장의 주요 애로사항으로 지적되었다. 이어서 한국조경가협회(2024)의 ‘BF 인증제도 개선을 위한 온라인 정책 심포지엄’에서도 BF 인증제도의 현황과 문제점을 진단하고, 정책 및 제도 개선을 위한 실무적 대안 및 조경설계 분야의 역할 강화 방안을 모색하였다. 인증 절차의 복잡성, 일관성 부족, 설계와 심사 간의 괴리, 인증기관 인력 및 전문성 부족 등이 반복적으로 제기되었다.
기존 연구들을 종합하면, BF 인증제도는 다음 네 가지 측면에서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첫째, 인증지표 타당성 측면에서 공원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평가기준의 문제, 둘째, 인증절차 합리성 측면에서 복잡한 절차와 장기화된 심사기간의 문제, 셋째, 인증제도 현실성 측면에서 설계 창의성 저해와 과도한 비용 부담의 문제, 넷째, 심사기관 적합성 측면에서 인력과 전문성의 부족과 심사 기준 해석의 불일치 문제이다. 하지만 선행 연구들은 다음과 같은 한계를 보인다. 첫째, 대부분 양적 데이터나 문헌 분석에 의존하여 실무자의 생생한 경험을 포착하지 못했다. 둘째, 제도 도입 초기 연구들이 많아 충분한 사례 축적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되었다. 셋째, 조경 분야에 특화된 문제점을 심층적으로 다룬 연구가 부족하다. 특히 BF 의무화 초기에는 자료와 사례가 미비하여 제도의 실질적 운영 문제를 다루기 어려웠으나, 의무화 시행 4년이 지난 현시점에서는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심층적 연구가 가능하게 되었다.
따라서 본 연구는 실제 BF 인증 업무를 수행한 조경가를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시행하여, 제도 운용 과정에서 나타나는 구체적 문제점과 개선 방향을 도출한다는 점에서 기존 연구와 차별성을 갖는다. 이는 BF 의무화가 도입기를 지나 제도적 정착과 발전이 요구되는 시점에서, 실무자의 목소리를 직접 수렴하고 현장의 문제를 종합적으로 고찰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3. 결과 및 고찰
본 장은 BF 인증 경험이 있는 조경설계 전문가 5인의 심층 인터뷰를 주제 분석하여, ① 인증지표 타당성, ② 인증절차 합리성, ③ 인증제도 현실성, ④ 심사기관 적합성의 네 범주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난 쟁점과 그 작동 메커니즘을 정리하였다. 여기서 제기되는 문제는 교통약자의 이동권 보장이라는 BF의 보편적 목적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동일한 목적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기준의 적용 및 해석, 절차 운영, 보상 구조, 심사 전문성이 설계 및 행정 현장에 어떤 부담과 비효율을 유발하는지에 초점을 둔다(그림 1 참조).
참여자들은 공원 BF 지표가 지형 및 기존 여건과 리모델링 조건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채 동일한 접근성 요구를 전제하는 방식으로 적용되면서, 결과적으로 동선의 비효율과 공사비 증가를 유발한다고 인식했다. 즉 문제는 ‘기준이 엄격하다’가 아니라, 지표가 ‘현장 조건을 반영해 합리적으로 달성될 수 있는 방식’으로 설계되어 있느냐에 있었다. 예컨대 산지 조건에서 최소 경사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우회 동선이 과도하게 길어지는 사례가 반복적으로 언급되었다(전문가 A, C).
공원은 건축물과 달리 자연 지형, 식생, 경관, 계절적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외부공간이다(강병근 등, 2007). 그러나 현행 기준은 이러한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채 건축물과 동일한 방식으로 적용되면서 설계의 현실성을 저해하고 있다. 서은실과 구본학(2015)이 지적한 획일적 기준 적용 문제가 의무화 4년 경과 후에도 개선되지 않았으며, 특히 산지형 공원과 리모델링 공원에서 구현 불가능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다수 참여자(B, C, E)는 BF 기준이 특정 이동 방식(휠체어 접근)을 중심으로 설계될 때, 공원이 제공할 수 있는 다층적 경관 경험, 재료 경험, 행태 다양성이 축소될 수 있다고 보았다. 전문가 C는 “모두가 갈 수 있게 하는 시설을 놓음으로써, 사실 모두가 제한적인 경험만 할 수 있는 공간이 된다”고 지적하였다. 이 진술은 ‘미관 우선’의 주장이라기보다, 공원의 공공성은 ‘접근성’과 더불어 ‘경험의 다양성’도 포함한다는 문제의식에 가깝다. 따라서 핵심 쟁점은 접근성 목표를 유지하면서도 공간의 성격에 따라 핵심 동선과 거점 우선 확보, 그리고일부 구간의 경험적 선택지 허용 같은 운영 원칙을 제도적으로 명료화할 필요가 있는지 여부다.
서은실과 구본학(2016)은 자연 훼손과 과도한 시설 설치를 부작용으로 지적하였으나, 본 연구에서는 보다 근본적으로 ‘모두를 위한 공간’이 역설적으로 ‘모두에게 제한적인 공간’을 만들어낸다는 인식이 확인되었다. 일부 참여자는 핵심 공간과 주요 동선에 대한 접근성을 우선 확보하고, 부분적으로는 다양한 경험을 위한 공간을 허용하는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안하였다.
모든 참여자는 동일 시설에 대한 판단이 위원에 따라 달라지는 상황을 반복적으로 경험했으며, 그 결과 설계자는 ‘기준 충족’보다 ‘해석 방어’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게 된다고 진술했다. 전문가 B는 “형태와 디자인에 관한 규정이 없다 보니 심의장에서 각자 생각하는 얘기들을 선포하고, 그걸 방어하는 데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고 설명하였다. 즉 문제는 기준 자체의 존재가 아니라, 기준의 문구가 모호할 때(또는 예외 조항이 있을 때) 적용 범위와 판단 근거가 기록과 공유가 되지 않아 예측 가능성이 무너지는 데 있다. “형태와 디자인에 대한 명시 기준 부재”가 심의장에서의 주관 개입을 확대한다는 지적도 같은 맥락이다.
배선혜 등(2024)이 지적한 심사기준 해석 차이와 일관성 부족 문제가 본 연구에서도 확인되었으며, 특히 동일 시설물에 대한 상반된 판단이 반복되고 있다는 구체적 사례가 드러났다. 일관성 부족은 설계의 예측 가능성을 심각하게 저해하고 있었다.
일부 참여자(A, B)는 기준을 충족했음에도 심의 과정에서 기준 이상의 추가 요구가 발생하거나, 특정 제품과 특정 해법을 사실상 강제하는 방식으로 설계 자율성이 침해된다고 인식했다. 이 문제는 ‘조경의 미적 가치’ 주장이라기보다, 전문가 A는 “최소등급인 1/18 경사로 기준을 맞췄음에도 위원이 1/20로 요구했고, 특정 제품을 본인들이 써보니 좋더라며 요구했다. 전체적인 공원 디자인은 상관하지 않고 요구한다”고 비판하였다. 심사 권한이 “최소 기준 충족 확인”을 넘어 “설계안 구성 자체의 지시”로 확장될 때 나타나는 절차적 위험으로 정리될 수 있다. 따라서 심사에서는 요구의 근거(어느 조항, 어느 지표, 어떤 안전 및 이동 논리인지)를 문서화하고, 기준 외 요구는 원칙적으로 배제하는 운영 규칙이 필요하다.
이는 심의위원의 개인적 경험과 취향이 객관적 기준보다 우선하는 권력 구조의 문제를 드러낸다. 설계자는 전문가로서의 판단보다는 심의위원의 의견을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적 제약에 놓이게 된다. 일부 참여자는 조경 공간의 미적 요소나 장소성까지 고려할 수 있도록 기준에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였다.
다수 참여자(A, C, E)는 예비인증 단계에서 수용된 내용이 본인증에서 번복되는 경험을 핵심 문제로 지목했다. 이는 단순한 행정 불편이 아니라, 위원 교체에 따른 판단 기준의 단절이 설계 변경과 재작업을 구조적으로 유발한다는 점에서 절차 합리성의 문제로 해석된다. 특히 예비인증이 ‘사전 합의’의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면, 설계자는 인증을 예측 가능한 검토가 아니라 사후 수정의 연쇄로 경험할 수 있다. 전문가 C는 “예비인증에서 괜찮다고 한 내용이 본인증에서 문제 삼아서 설계변경이 일어났다. 돈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설계를 어거지로 바꾸는 과정에서 불합리한 부분이 생긴다”고 지적하였다.
배선혜 등(2024)이 지적한 설계와 심사 간 괴리의 근본 원인이 예비-본인증 간 심의위원 교체에 있다는 점이 본 연구에서 명확히 확인되었다. 전문가 E는 이를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로 진단하였다.
심사 과정에서 기준에 명시되지 않은 추가 도면이나 검토를 요구받아, 인증 대응이 예상 가능한 범위의 설계 보완이 아니라 요구 대응형 추가 생산으로 전환된다는 사실도 참여자 다수(A, B, E)가 지적했다. 이 문제는 심사 품질의 문제가 아니라 프로세스 설계의 문제로 볼 수 있다. 기준 외 요구가 반복되면 설계, 발주, 인증기관 모두에게 비용이 전가되고, 결과적으로 인증의 신뢰성도 저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 A는 “시공에 별 필요 없는 추가 도면을 요구한다. 설계자 입장에서는 의미 없는 작업이 반복되고, 시간과 인력만 낭비된다”고 토로하였다. 전문가 E는 “장애인 복지와의 협의가 원활하지 못해 기준에 없는 추가 시설을 요구하거나 설계안을 전면 수정하는 경우가 있어 일정이 미뤄진다”고 설명하였다. 전문가 B는 디자인의 핵심적인 내용을 지키기 위해 설계자가 직접 위원회에 들어가 설득해야 하는 상황을 토로하였다. 이는 정상적인 업무 프로세스라고 보기 어려운 구조이다. 2023년 한국조경가협회 정례포럼에서 제기된 설계 변경 반복 문제가 본 연구에서도 확인되었으며, 특히 기준에 없는 도면 요구 등 구체적 문제가 드러났다.
BF 인증 절차의 행정 대기 기간이 과도하며 설계 일정 전반에 지장을 준다는 점은 모든 참여자가 인식하고 있었으며, 인증 절차의 장기화는 설계 일정 전반에 영향을 미치며, 이러한 시간적 부담은 별도의 설계 대가로 보상되지 않아 문제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었다. 접수 기간만 3개월을 기다리거나 예비인증까지 최소 8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며, 대기 시간이 길어지면서 설계 용역 연장이 불가피하지만 이에 대한 비용 보전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전문가 C는 “BF 인증 접수 기간만 3개월 정도 기다렸다. 대기 시간이 너무 길어 설계 용역의 기간 연장이 발생하는데, 기간 연장에 따른 설계 대가를 못 받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였다. 전문가 B는 “예비인증을 받을 때까지 최소 8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대행업체, 인증기관, 심의위원들이 다 필요한지 의문”이라고 비판하였다. 전문가 A는 실시설계 도면이 완료된 상태로 검토되기 때문에 심의 중 의견이 나오면 실시설계 도면을 거의 전면 수정해야 하며, 공원 인증이 어렵고 업무량이 많아 인증기관들이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고 언급하였다. 일부 참여자는 심의 단계에서 내용을 확인했다면 심사에서는 행정적 절차만 받고 통과시키는 방식으로 중복을 제거해야 한다고 제안하였다.
참여자 전원은 인증 대응이 설계 전 과정에 추가 업무를 발생시키지만, 현행 품셈 및 용역 구조에서는 그 부담이 설계자에게 흡수된다고 진술했다. 여기서 핵심은 ‘돈을 더 달라’가 아니라, 제도의 공적 목표(무장애 환경 조성)를 달성하기 위한 추가 업무가 시장 및 계약 구조 안에서 ‘비가시화’될 때 품질과 지속가능성이 약화된다는 점이다. 즉 보상 부재는 단순한 불만이 아니라, 인증 대응을 형식 업무로 만들 위험 요인으로 해석된다. 기성 단계에서 BF 관련 설계 변경이나 보완이 발생해도 별도 비용 청구 항목이 없으며, 현재 반영된 품셈 금액은 컨설팅업체 비용만 있을 뿐 설계자가 받는 대가는 아예 없었다. 전문가 A는 “BF 인증 받는 6개월에서 1년 동안 돈을 못 받는다. 현재 반영된 품셈 금액은 컨설팅업체 비용만 있고, 우리가 BF 인증에 대해 받는 것은 아예 없다”고 강조하였다. 전문가 E는 “BF 인증 업무가 설계 전 과정에 관여하는 추가 업무임에도 별도 용역비 책정 없이 기본 설계비에 포함되거나 최소한으로 반영되어 거의 서비스 수준”이라고 토로하였다. 전문가 C는 현장의 실제 돈의 흐름과 품셈 대가 계산이 전혀 다르며 현실과 괴리가 있다고 지적하였다. 이는 정당한 노동에 대한 부당한 보상과 실질적 업무 수행자와 대가 수령자 간의 구조적 불일치 문제를 드러낸다.
현행 BF 인증 수수료가 대상지의 면적, 시설의 복잡성, 지형 조건, 유형 등을 반영하지 못한 채 획일적으로 적용된다고 다수의 참여자들(A, B, E)이 인식하고 있었다. 수수료와 실제 업무량 간의 괴리는 인증기관의 심사 여력(검토 시간, 소통 품질)과도 연결되므로, 결과적으로 심사의 일관성과 충실성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수수료 체계는 단순 요율 조정이 아니라, 업무량, 시간, 전문성 투입을 현실적으로 연동하는 방향에서 재설계될 필요가 있다. 전문가 B는 “면적과 유형, 성격을 정확하게 짚고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게 고민해야 하는 업무의 양과 직결되고, 대가, 비용, 수수료 모든 것이 다 연결되어 있다”고 강조하였다. 전문가 E는 “면적, 시설의 다양성, 지형 조건 등에 따라 요구되는 검토 범위가 전혀 다르므로 규모에 따라 차등 적용해야 한다”고 제안하였다.
참여자들은 무장애 공원 확대라는 정책 방향에 원칙적으로 동의하면서도, 현재 운영 방식이 설계자에게 체감 가능한 인센티브나 예측 가능성을 제공하지 못해 인증을 위한 인증으로 기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는 BF의 가치와 반대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가치를 지속시키기 위한 조건(절차, 보상, 전문성)이 결여될 때 나타나는 목표와 수단 불일치의 문제로 정리할 수 있다. 전문가 A는 “공원이 공공을 위한 서비스 재화이기 때문에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한 설계는 필요하다. 일이 많아지는 것은 문제가 아니고, 일을 많이 하면 거기에 합당한 설계비, 용역비를 받으면 된다”고 강조하였다. 전문가 B는 “무장애 공원이 많이 만들어지는 거는 바람직하다. 다만, 그게 만들어지는 과정상의 개선해야 할 부분들이 많다”고 지적하였다. 전문가 E는 설계자가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인센티브가 없어 단지 인증을 위한 작업이 되고 있으며, 동기부여가 없는 구조가 문제라고 지적하였다.
모든 참여자는 심의위원 구성에서 조경 설계 맥락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지 않을 때, 기준의 해석이 개인 경험이나 취향에 의해 흔들릴 수 있다고 진술했다. 중요한 점은 ‘조경 전공자가 아니면 안 된다’가 아니라, 공원이라는 외부공간의 설계, 시공, 유지관리 논리를 심사에서 설명할 수 있고 검증할 수 있게 다룰 역량이 확보되어야 한다는 요구로 정리하는 것이다. 특히 식재 의도나 공간 경험을 고려하지 않은 수정 요구가 결과물 품질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지적은, 심사의 기준이 최소 접근성 확인을 넘어 설계 내용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방식으로 작동할 위험을 시사한다. 전문가 A는 “심의하시는 분들이 다 조경 전공하신 분들이 아니다. 장애인협회, 장애인 인권 주장하시는 분들도 있다. 조경을 모르는 분들이 평가하니 힘든 경우가 있다”고 토로하였다. 전문가 E는 “식재 계획의 취지를 무시한 채 특정 수목을 지정해서 반영하라는 수정 요구가 들어오면서 결과물의 품질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었다”고 지적하기도 하였다. 일부 참여자는 장애인 복지 관점은 중요하지만, 조경설계에 대한 이해가 함께 갖춰져야 공원이라는 특수한 공간의 특성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다는 균형적 시각을 제시하였다.
무엇보다 기준이 명확히 규정되어 있음에도 일부 심의위원이 개인적 경험에 근거한 자의적 판단으로 설계 방향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문제를 모든 참여자들은 지적하였다1).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시설물을 넣으라거나 법적 기준을 무시하고 나무를 다 빼라고 요구하는 사례가 있으며, 대상지가 아닌 곳까지 변경을 요구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었다. 전문가 A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시설물을 넣으라거나, 심지어 나무를 다 빼라고 한 적도 있다. 법적으로 일정 비율 이상 식재가 되어야 하는데, 본인은 나무 있는 게 싫다고 빼라고 요구했다. 심지어 대상지가 아닌 곳도 변경 요구했다”라고 비판하였다. 전문가 C는 “난간을 안 만들어도 되는데 난간을 만들라고 요구했고, 그 난간의 디자인조차 관여한다. 난간 디자인은 사실 BF 심사의 대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심사 과정에서 철저하게 구분이 안 되다 보니 월권적 행위가 자주 일어난다”라고 지적하였다. 전문가 B는 대행업체 단계에서부터 기준에 없는 얘기와 자의적 해석이 있다고 지적하여, 문제가 심의위원뿐만 아니라 대행업체 단계에서부터 발생하고 있음을 밝혔다. 일부 참여자는 심사 범위를 BF 기준에 한정하고, 그 외 디자인이나 재료 선정 등은 설계자의 전문적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하였다.
심의와 심사 과정에서 결과 의견의 공식화 부족, 설계자 직접 설명 기회 부재, 의견 전달 과정의 왜곡 등 구조적 문제를 경험하고 있었다. 예비인증에서 설계 설명을 했는데 위원이 바뀌면서 그 내용이 무의미해지고, 설계자는 직접 설명할 기회도 없이 대행 기관을 통해 왜곡되어 전달되는 경우가 많았다. 전문가 B는 “예비인증에서 설계 설명을 했는데 위원이 바뀌면서 그 내용이 무의미해지고, 설계자는 직접 설명할 기회도 없고, 대행 기관을 통해 왜곡되어 전달되는 경우도 많다”고 토로하였다. 전문가 E는 “현재는 BF 인증 업체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진행하기 때문에, 사전에 정확한 기준을 확보하거나 이의 제기를 할 수 있는 구조가 없다. 공식적인 질의회신 시스템과 피드백 절차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하였다. 전문가 A는 심의에서 확인한 내용이 본 인증 심사에서 다시 반복됨에도 공식 기록이 부재하여 구두전달 내용만 남게 되며, 설계자는 설득할 기회도 없이 일방적으로 수용해야 하는 구조라고 비판하였다.
참여자들은 공원 BF 인증기관이 부족하거나 인력이 충분하지 않아 제도 운영 자체에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고 인식하였다. BF 인증기관이 공원 BF 인증을 맡기를 꺼리는 경향이 있으며, 건축 인증은 수치 기반이라 비교적 단순하지만 공원은 해석의 여지가 많으므로 인증기관이 기피한다고 설명하였다. 전문가 A는 “건축 인증은 수치 기반이라 비교적 단순하지만, 공원은 해석의 여지가 많기 때문에 인증기관이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하였다. 전문가 E는 “기관에서 소수의 인원으로 인증을 처리해야 해서 시간적 여유가 없고, 그로 인해 사업 진행에 일정상 문제가 많이 발생한다”고 토로하였다. 공원은 건축보다 해석의 여지가 많고 전문성이 요구되는 영역임에도, 이를 제대로 다룰 수 있는 인증기관이 부족하다는 것은 제도의 실효성을 근본적으로 제약하는 요인이다. 일부 참여자는 조경설계를 이해하는 인증기관으로 지정하고 인증기관을 늘릴 필요가 있다는 대안을 제시하였다.
본 연구에서 도출된 4가지 문제 영역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연결되어 악순환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이 악순환의 핵심 원인은 건축물 중심으로 설계된 제도를 조경 분야에 그대로 적용한 데 있다. 건축물과 달리 공원은 자연 지형, 식생, 계절적 변화 등 복합적 변수를 고려해야 하는 외부공간이다. 그러나 현행 제도는 이러한 조경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한 채 수치 기반의 획일적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조경 전문성이 부족한 심의위원이 모호한 기준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면서 설계의 예측 가능성이 저하되고, 이는 반복적인 설계 변경과 재작업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이러한 추가 업무에 대해 정당한 대가가 지급되지 않아 설계자의 동기는 저하되고, 결과적으로 형식적 인증 획득에 그치면서 제도의 본래 취지가 퇴색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예비-본인증 간 심의위원 교체가 이러한 악순환을 증폭시키는 핵심 고리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위원 교체는 일관성 부재를 초래하고, 이는 다시 설계 변경 반복과 행정 소요 기간 장기화로 이어지면서 전체 시스템의 비효율을 심화시킨다(그림 2 참조).
한편, 본 연구에서 제기된 문제점들은 교통약자의 이동권 보장이라는 BF 인증제도의 보편적 가치를 부정하거나, 접근성 확보의 필요성을 경시하는 주장으로 이해되어서는 안 된다. 공원은 공공성을 지닌 공간으로서 교통약자를 포함한 모든 시민의 접근권을 보장해야 하며, 이는 조경 설계에서도 중요한 전제이다. 다만 본 연구의 참여자들은 현행 제도 운영 방식이 형식적 기준 충족에 집중되면서, 오히려 실제 이용자의 공간 경험이나 이용 편의를 저해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음을 지적하였다. 반복적인 설계 변경과 예측 불가능한 심사 과정은 설계자의 전문적 판단을 위축시키고, 결과적으로 공간의 질적 완성도를 저하시켜 제도의 본래 목적 달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조경가의 문제 제기는 특정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기보다는, 공원 BF 인증제도가 실질적인 이용 편의 증진으로 이어지기 위해 고려해야 할 운영 구조상의 쟁점을 드러내는 것으로 이해될 필요가 있다.
또한, 본 연구의 결과는 다음과 같은 이론 및 정책적 함의를 갖는다. 첫째, 제도 이식의 맥락 적합성 문제이다. 본 연구는 건축물 대상 제도를 조경 분야에 이식할 때 발생하는 ‘맥락 부적합성’ 문제를 실증적으로 규명하였다. 서은실과 구본학(2015; 2016)이 평가지표의 문제를 지적한 것을 넘어, 본 연구는 지표뿐만 아니라 심사 구조, 보상 체계, 운영 절차 전반에 걸쳐 조경 특수성이 반영되지 못했음을 밝혔다. 이는 정책 이식 시 대상 분야의 고유한 특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정책학적 시사점을 제공한다. 둘째, 형식적 제도 운영과 실질적 목적 달성 간의 괴리를 확인하였다. 참여자들은 BF 인증제도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현행 운영 방식을 비판하였다. 이는 제도의 명목적 목표(교통약자 접근권 보장)와 실제 운영(형식적 인증 획득)이 괴리되는 ‘제도적 표류’ 현상을 보여준다. 배선혜 등(2024)이 지적한 예측 가능성 저조 문제의 근본 원인이 바로 이러한 목적-수단의 불일치에 있음을 본 연구는 밝혔다. 셋째, 조경 전문성이 부족한 심의위원의 참여가 제도 전반의 신뢰성을 저해하는 핵심 요인임을 확인하였다. 이는 정책 집행 과정에서 해당 분야 전문가의 실질적 참여가 제도의 정당성과 유효성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임을 시사한다. 넷째, 현행 품셈에 설계자의 BF 대응 업무가 반영되지 않은 것은 단순한 보상 문제를 넘어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구조적 결함이다. 정당한 노동에 대한 부당한 보상 구조는 설계자의 동기를 저하시키고 형식적 대응을 유도하여, 결과적으로 제도의 실효성을 약화시킨다. 이는 제도 설계 시 집행 주체에 대한 적절한 인센티브 구조가 필수적임을 보여준다.
참여자들이 제시한 개선 방안을 실행 가능성과 파급효과를 기준으로 단기, 중기, 장기로 구분하고, 단계별 실행 주체와 예상 효과를 다음과 같이 제시할 수 있다(표 3 참조). 우선, 단기 과제(1년 내)는 법령 개정 없이 운영 개선만으로 실행할 수 있는 과제들이다. 명확한 채점표 개발은 심의위원 간 해석 차이를 줄여 즉각적인 개선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예비-본인증 간 동일 위원 참여는 인증기관의 내부 규정 변경만으로 실행 가능하며, 일관성 부재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심사 결과의 문서화와 공식 질의회신 시스템 구축은 절차의 투명성을 높이고 설계자의 반론권을 보장할 수 있다. 다음으로 중기 과제(2–3년)는 법령 개정이 필요하지만 정책적 합의 도출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과제들이다. 설계 대가 품셈 개정은 조달청 및 관련 부처와의 협의가 필요하지만, 정당한 노동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라는 원칙에 따라 추진할 수 있다. 조경 전문가의 심의위원 필수 참여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제도화할 수 있으며, 심사의 전문성과 신뢰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공원 유형별 차등 기준 마련은 산지형, 평지형, 리모델링 등 공원 특성에 따른 현실적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획일적 적용의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장기 과제(3년 이상)는 제도의 전면 재설계가 필요한 과제들이다. 수수료 체계 개편은 대상지의 면적, 시설 복잡도, 지형 조건 등을 반영한 차등화를 통해 형평성을 제고할 수 있다. 공원 전문 인증기관 확대는 조경 분야에 특화된 인증기관 지정과 기존 인증기관의 조경 역량 강화를 포함하며, 이를 통해 제도 운용의 전문성을 근본적으로 강화할 수 있다.
개선 방안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이해관계자별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국토교통부는 제도 개선의 총괄 주체로서 단기적으로 명확한 평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중기적으로 품셈 개정과 시행령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 특히 조경 분야 전문가, 학계, 실무자가 참여하는 ‘공원 BF 인증제도 개선 태스크포스’를 구성하여 제도 전반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인증기관은 즉각적으로 예비-본인증 간 동일 위원 참여를 내부 규정으로 의무화하고, 심사 결과를 문서화하며, 공식 질의회신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또한 조경 전문가를 심의위원으로 적극 위촉하고, 심의위원 대상 조경 특성 교육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 조경계는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개선안을 제시하고, 정책 제안서를 작성하여 국토교통부에 제출해야 한다. 한국조경학회, 한국조경협회, 한국조경가협회 등 학회와 직능단체가 협력하여 기존 인증제도 매뉴얼을 대체할 수 있는 ‘공원 BF 인증 가이드라인(안)’을 개발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학계는 본 연구의 한계를 보완하는 후속 연구를 수행해야 한다. 특히 심의위원, 인증기관, 이용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관점을 포함한 종합적 연구, 실제 조성된 BF 인증 공원의 이용 실태 및 만족도 조사, 해외 선진 사례 비교 연구 등이 필요하다. 궁극적으로 BF 인증제도가 형식적 인증 획득을 넘어 실질적인 이용자 편의 증진과 공간의 질적 향상이라는 본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조경의 특수성을 반영한 유연한 기준 운영, 설계자의 전문성 존중, 그리고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의 협력적 파트너십 구축이 필수적이다.
한편, 심사 기준의 자의적 해석과 일관성 결여 문제를 조경 전문가의 심의위원 참여만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조경 전문가가 심사에 참여하더라도, 설계 판단이 개인의 경험이나 해석에 의존할 경우 자의성 문제는 여전히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본 연구에서 인터뷰 참여자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한 바와 같이, 중요한 것은 특정 전공자의 참여 여부가 아니라 공원 조경 설계의 논리와 의도가 심사 과정에서 설명 가능하고, 그 타당성이 검증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하는 데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향후 BF 인증 심사에서는 설계 의도 구현의 적정성을 검토할 수 있는 절차적 장치의 도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공원 조경설계에서 접근성 확보와 경관․생태적 가치가 어떻게 통합적으로 고려되었는지를 설계자가 명확히 설명하고, 심사자는 이를 기준 항목과의 관계 속에서 검증하는 방식이 제도적으로 정리될 수 있다. 이는 심사의 자의성을 줄이고 판단 근거를 공유․축적함으로써, 기준 해석의 일관성과 제도의 신뢰성을 동시에 제고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에서 도출된 개선 방안은 공원 유형에 따른 차등 적용뿐만 아니라, 공원 내부 공간의 성격에 따른 세분화된 적용 원칙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즉, 산지형, 평지형, 리모델링 공원과 같은 공원 유형 구분은 BF 인증 기준 적용의 1차적 틀로서 유효하나, 실제 설계와 이용은 공원 내부에서도 공간의 기능과 이용 강도에 따라 상이하게 나타난다. 예를 들어, 주 진입부, 주요 보행축, 광장, 편의시설 주변과 같이 교통약자의 이용이 집중되는 공간에서는 현행 BF 기준을 적극적으로 적용하고, 접근성과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확보하는 것이 타당하다. 반면, 자연환경 보전 및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녹지 공간, 생태 복원 구간, 경관 감상 위주의 탐방로 등에서는 공원의 자연적 특성과 경관적 가치가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접근성 확보 방식을 보다 유연하게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이러한 접근은 접근성 확보와 환경 보전이라는 두 가치를 대립적으로 보는 관점이 아니라, 공원 내부 공간의 성격에 따라 접근성 확보의 방식과 수준을 차등화함으로써 제도의 실질적 효과를 높이려는 시도로 이해될 수 있다. 따라서 향후 공원 BF 인증제도에서는 공원 유형 구분과 더불어, 내부 공간의 기능․이용 특성에 따른 단계적․공간별 적용 원칙을 제도적으로 명시하는 방안이 검토될 필요가 있다.
4. 결론
본 연구는 2021년 의무화 이후 조경 분야로 확대된 BF 인증제도의 운영 실태와 문제점을 조경가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실질적인 제도 개선 방향을 모색하였다. 문헌연구를 통해 4가지 핵심 문제 영역인 인증지표 타당성, 인증절차 합리성, 인증제도 현실성, 심사기관 적합성을 도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BF 인증 업무 수행 경험이 있는 조경가 5인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실시하였다.
연구 결과, 현행 BF 인증제도는 설계 현장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며, 일관되지 않은 심사 기준과 비효율적 절차로 인해 실무자들에게 혼란과 업무 부담을 초래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4가지 문제 영역별 주요 발견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인증지표 타당성 측면에서는 공원의 물리 및 공간적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 기준 적용이 설계의 현실성을 저해하고 있었다. 모든 공간에 동일한 접근성 기준을 적용하는 방식은 다양한 이용자 경험을 제한하고, 심사 기준의 자의적 해석은 설계의 예측 가능성을 낮추고 있었다. 둘째, 인증절차 합리성 측면에서는 예비인증과 본인증 간 심의위원 교체로 인한 기준 불일치가 가장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었다. 예비인증에서 승인된 사항이 본인증에서 번복되거나 새로운 심의위원의 다른 해석으로 재차 지적되는 일이 반복되면서 설계 변경과 재작업이 지속되고 있었다. 셋째, 인증제도 현실성 측면에서는 BF 인증 대응 업무에 대한 정당한 대가가 지급되지 않는 불합리한 보상 체계가 문제로 제기되었다. 실질적인 설계 변경과 도면 작업은 조경가가 수행함에도 현행 품셈에는 컨설팅 업체 비용만 반영되어 있어 별도의 대가를 받지 못하고 있었다. 넷째, 심사기관 적합성 측면에서는 심의위원의 조경 전문성 부족과 자의적 해석, 과도한 개입이 가장 빈번하게 제기된 문제였다. 조경 분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심의위원이 개인적 경험이나 취향에 따라 기준 외 항목을 요구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었다.
종합 분석 결과, 이러한 문제들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연계되어 악순환 구조를 형성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건축물 중심으로 설계된 제도를 조경 분야에 그대로 적용하면서 조경 전문성이 부족한 심의위원이 모호한 기준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이는 설계의 예측 불가능성과 반복적 변경으로 이어지며, 정당한 대가 없이 업무 부담만 증가하여 결과적으로 형식적 인증 획득에 그치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었다. 특히 예비-본인증 간 심의위원 교체가 이러한 악순환을 증폭시키는 핵심 고리로 작용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본 연구는 기존 연구가 다루지 못한 네 가지 이론 및 정책적 함의를 도출하였다. 첫째, 건축물 대상 제도를 조경 분야에 이식할 때 발생하는 ’맥락 부적합성’ 문제를 실증적으로 규명하였다. 둘째, 제도의 명목적 목표와 실제 운영이 괴리되는 ’제도적 표류’ 현상을 확인하였다. 셋째, 해당 분야 전문가의 실질적 참여가 제도의 정당성과 효과성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임을 밝혔다. 넷째, 집행 주체에 대한 적절한 인센티브 구조가 제도의 지속가능성에 필수적임을 입증하였다. 전문가들은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개선 방향으로 공원 특성을 반영한 유연한 기준 적용과 명확한 평가 가이드라인 마련, 예비-본인증 간 심의위원의 연속성 보장 및 절차 간소화, 조경 전문가의 심의위원 참여 확대, BF 인증 대응 업무에 대한 설계 대가의 현실화를 제안하였다. 이러한 개선 방안을 법령 개정 필요 여부와 실행 가능성을 기준으로 단기(1년 내), 중기(2–3년), 장기(3년 이상)를 구분하고, 각 단계별 실행 주체와 예상 효과를 제시하였다.
본 연구는 평가지표나 항목별 비교에 집중했던 기존 연구와 달리 실제 인증 업무를 수행하는 조경가의 경험과 인식을 질적 연구방법을 통해 심층적으로 분석하였으며, BF 의무화 시행 4년이 경과한 시점에서 현장에 축적된 실질적 문제점과 개선 방안을 도출하였다. 이를 통해 향후 BF 인증제도 개선을 위한 정책적 논의의 기초 자료를 제공하였다. 특히 본 연구는 기존 연구가 개별 문제점을 나열하는 데 그쳤던 것과 달리, 4가지 문제 영역이 상호 연계되어 악순환 구조를 형성하고 있음을 규명하였다. 또한 제도 이식의 맥락 부적합성, 제도적 표류, 전문가 참여의 중요성, 인센티브 구조의 필요성 등 네 가지 이론 및 정책적 함의를 도출함으로써 문제의 본질을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틀을 제공하였다. 나아가 개선 방안을 단기, 중기, 장기로 구분하고 각 단계별 실행 주체, 법령 개정 여부, 예상 효과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여 실행 가능성을 높였다.
다만 본 연구는 참여자가 5인으로 제한되어 연구 결과를 일반화하는 데 한계가 있으며, 조경가의 관점에서만 분석하였다는 한계를 갖는다. 또한, 조경가의 관점에서 공원 BF 인증제도의 운영 실태를 분석하였으나, 이는 교통약자의 이동권 보장이라는 보편적 가치와 대립되는 관점이 아니다. 오히려 제도의 취지가 실질적인 공간의 질 향상과 이용 편의로 구현되기 위해, 운영과 심사 과정에서 조경이라는 공간 유형의 특성이 어떻게 고려되어야 하는지를 질문하는 데 연구의 의의가 있다. 향후 보다 많은 표본을 대상으로 한 양적 연구, 심의위원, 인증기관, 이용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관점을 포함한 종합적 연구, 그리고 실제 조성된 BF 인증 공원의 이용 실태 및 만족도 조사 등의 후속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