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도시 오픈스페이스의 환경 조건은 공간 내부의 식재나 포장과 같은 설계 요소뿐 아니라 주변 건축물의 높이와 배치, 가로의 비례와 같은 도시 형태 요소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다. 이러한 요소들은 복사환경, 공기 흐름, 열수지에 작용하며 도시 내에 다양한 미기후를 형성한다(Oke et al., 2017). 이러한 관점에서 공원과 광장, 보행공간과 같은 도시 오픈스페이스는 독립된 환경 단위가 아닌, 주변 건축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미기후 특성이 규정되는 공간으로 파악될 필요가 있다.
도시공원에서의 미기후는 이용자의 체류 경험과 이용 행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외부공간 열쾌적성 연구에 따르면 야외공간의 열환경은 기온뿐 아니라 복사환경, 풍속, 습도 등의 복합적 작용에 의해 결정되며, 특히 평균복사온도(mean radiant temperature)나 범용 열기후 지수(universal thermal climate index)는 체감 열환경을 설명하는 중요한 변수로 제시되어 왔다(Höppe, 1999; 이정아 등, 2010; Kántor and Unger, 2011). 이러한 연구는 공원 내부의 양지와 음지, 수목 캐노피 하부와 개방 공간, 건축물 인접부와 녹지 영역 사이의 환경 차이가 이용자의 체류 행태와 공간 이용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러나 실제 도시공원 설계 과정에서 미기후 조건은 설계의 전략적 요소로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미기후 정보는 조경설계에서 원칙, 전략, 맵핑, 평가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설계 과정 전반에 걸쳐 통합적으로 적용되는 사례는 여전히 제한적이다(Lin and Brown, 2021). 환경 분석이 수행되더라도 공간 구조와 프로그램 배치 등 상세한 설계안까지 일관된 설계 전략으로 연결되지 못하거나, 준공된 설계안의 성능을 사후적으로 검토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렇기에 미기후 조건을 설계에 통합적으로 반영하는 문제는, 대형 공공건축물과 인접 오픈스페이스가 동시에 재편되는 도시 프로젝트에서 보다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설계전략의 형태로 제시될 필요가 있다.
최근 영등포구는 청사 노후화와 행정 수요 증가에 따른 공간 부족 문제를 해소하고자, 기존 본관․분관․보건소를 통합 신축하는 「영등포구 통합 신청사 국제설계공모」를 시행하였다1). 행정 기능을 수행하는 시설을 넘어 지역 커뮤니티 활동을 적극 지원하는 공공청사 역할의 확장을 고려하면서, 당산근린공원 역시 기존 체육공원에서 지역 커뮤니티 거점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재편하는 계획이 요구되었다.
본 국제공모는 공사 동안 기존 구청사의 행정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영등포구청 본관․보건소 부지와 당산근린공원 부지 간 동일 면적을 교환하는 순환 개발 방식을 채택하였다. 이에 따라 당산근린공원 부지에 신청사를 우선 건립하고, 준공 이후 동일한 면적의 근린공원을 조성하는 계획이 제안되었다(그림 1 참조). 각 지목별 면적을 현황 수준으로 유지하며 청사와 공원의 위치를 남북으로 교환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변화하는 도시 환경에 대응하는 설계 접근법을 적용하기에 적합한 대상지라 판단하였다. 특히 신청사 건립으로 인해 공원 남측에 건립되는 대형 건축 매스는 일조 차폐를 유발하여 공원의 미기후 조건을 직접적으로 변화시키는 변수로 작용하며, 이는 공원 공간의 구조와 프로그램 구성에도 새로운 설계적 요구를 야기할 것으로 보았다.
본 연구는 「영등포구 통합 신청사 국제설계공모」에 출품하여 3위 입상한 설계안을 바탕으로, 설계 과정에서 실행된 환경 분석과 공간 설계 전략의 연계를 설계 연구의 관점에서 재구성함으로써 미기후 기반 설계 접근의 방법론을 검토하고자 한다. 본 설계안은 신축 신청사가 인접 공원 및 주변 보행권의 미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시뮬레이션으로 분석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도시 미기후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도시공원 설계 전략을 제시한다. 특히, 환경 시뮬레이션을 통해 도출된 미기후 데이터가 공원 공간영역 설정과 프로그램의 최적 배치로 이어지고, 나아가 공간 상세 설계로 전개되는 과정을 설계 연구의 형식으로 기술하고자 한다.
2. 이론적 배경
도시 미기후는 건축물의 배치와 도시 형태, 녹지 구조 등의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되는 국지적 기후 환경을 의미한다(Oke, 1987). 특히 고밀도 도시 환경에서는 건축물의 규모와 배치가 일조건, 풍환경, 복사 환경 등에 큰 영향을 미치며, 이러한 요소들은 도시 외부공간의 열환경과 이용 환경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Emmanuel, 2005; Ascione et al., 2024). 최근 심화되는 기후변화와 지속적인 도시개발로 도시 미기후 환경은 다변화하고 있으며, 이는 도시 열섬현상이나 대기오염과 같은 환경 문제를 심화시켜 도시민의 열쾌적성과 건강, 나아가 전반적인 삶의 질을 저해하는 도시 환경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도시공원과 같은 도시 내 오픈스페이스는 이러한 도시 미기후 조건을 개선할 수 있는 중요한 도시계획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최근 연구에서는 도시블록의 규모에서 도시녹지 내부와 주변부에 미치는 열환경 개선 효과를 실험적으로 확인하였으며, 이때 도시녹지의 냉각효과는 주변부 도시가로의 형태 및 건물과 같이 그림자를 드리우는 요소들의 구성과 높은 연관성이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Wu et al.,2025). 이보다 낮은 스케일에서 도시공원 내 보행자 관점의 미기후 특성을 살펴본 연구에서는 도시공원의 미기후 특성을 높은 공간적 변동성, 냉각 효과의 확장, 불균질한 복사 환경 분포로 설명하였다(Pioppi et al.,2022).
도시조직을 구성하는 고층․고밀도의 건물군과 불투수성 표면과 달리, 공원의 식재 구조와 지표면 구성은 지면에 도달하는 태양 복사량과 대기 내 증발산 과정에 영향을 미치며 이를 통해 도시 열환경을 크게 개선하는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Bowler et al., 2010). 수목 캐노피는 태양 복사를 차단하고 증발산을 통해 수목 하부 공기의 온도를 낮추는 효과를 가지며(Wright and Francia, 2024; Fang et al., 2025), 이와 같은 효과는 공원 내에만 한정되지 않고 확산되어 인접한 도시 외부 공간의 열쾌적성을 향상시키는 주요 요소로 작용한다(Gill et al., 2007).
한편 공원 내 식생뿐 아니라 포장의 물리적 특성 역시 외부공간 열환경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우수를 빠르게 유출시키는 불투수면에서 발생하는 증발로 인한 냉각효과는 그동안 충분히 고려되지 못하였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서 도시 내 기온을 결정짓는 주요 요인 중 하나로 불투수면에서의 증발 효과를 조명하고 있다(Chen et al., 2023). 이러한 냉각효과는 강우 직후 극대화되는 간헐적인 패턴을 보이며, 포장재질의 보수력과 열저장용량에 따라 그 지속성이 달라지는 특징을 보인다.
도시공원은 도심지의 열환경과 보행쾌적성을 수목과 지표면 구성으로 적극적으로 개선시킬 수 있다. 본 연구에서 다루는 설계안은 공원을 균질한 녹지 공간으로 간주하는 관점에서 벗어나, 다양한 ’미기후 패치(microclimate patch)’의 군집으로 정의하고, 도시공원의 공간 구조 및 체계를 구성하는 포장․식재․시설물 계획을 도시 미기후 조건과 밀접하게 연계하여 계획하였다.
도시 미기후 연구에서는 도시 공간의 미기후 조건을 분석하고 이를 계획․설계 과정에 반영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환경 시뮬레이션을 통해 기존 상태(baseline)에서 미기후적으로 개선 가능한 공간 시나리오를 도출하여 설계 의사결정과정에 활용하거나, 또는 실제 도시공간의 미기후를 실측하여 미기후 인자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지표를 도출하여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밝히는 것을 주요 목적으로 한다(Antoniou et al., 2018).
공간 시나리오 연구에서는 환경 시뮬레이션 도구를 통해 대상지와 유사한 조건을 가진 모델을 구축하고, 일사량, 온습도, 바람, 열쾌적성지수와 같은 지표를 활용한 정량적 평가를 기반으로 이를 개선할 수 있는 설계 시나리오를 정량적으로 비교․검토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 설계 시나리오는 건축물의 높이, 향, 배치와 같이 형태적(morphological) 변수와 식생, 수공간, 포장재료 등 생기후적(bio-climatic) 변수로 구성된다(Lassandro et al., 2024). 본 설계안에서는 대상지의 남측으로 이전되는 영등포구 신청사를 형태적 변수로 보고, 시뮬레이션을 통해 공원의 변화하는 미기후를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공원의 환경 요소를 조정하는 설계 전략을 도출하였다.
한편, 환경지표를 도출하는 연구에서는 조성된 특정한 공간을 대상으로 미기후 특성을 실측을 통해 분석한다. 이러한 연구에서는 온습도, 풍속 등의 미기후 요소를 직접 또는 원격으로 측정하고, 이를 공간을 구성하는 요소와 통계적으로 상관관계를 규명한다. 분석결과는 축적되어 후속 연구 및 공간 계획 분야에도 설계지표로 지속적으로 환류된다.
이러한 실증적 연구는 도시공간 내 미기후에 영향을 주는 지표를 규명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도시 미기후 환경을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데만 초점을 두거나 개별 요소의 적용 효과 평가에 머무르는 한계를 가진다. 그 결과 공간에서의 프로그램 구성, 이용자의 경험으로 전환 가능성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으로 이루어져 왔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정량적 환경 인자 분석을 통해 대상지의 도시 미기후 기반 전략을 도출하고, 이를 공간 조직과 이용 경험의 구성으로 구체화하는 설계 접근을 제시하고자 한다. 환경 시뮬레이션을 통해 도출된 분석 결과가 단순한 성능 검토를 넘어, 공원 공간 조직과 프로그램 구성 및 이용 경험으로 연계되는 통합적 설계 프로세스를 제안하는 데 연구의 목적이 있다(그림 2 참조).
조경 설계 연구에서는 공간의 성능을 정량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지표들이 제시되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Landscape Performance Series의 Fast Fact Library에서 선별된 성능 지표 중 환경적 성능 관련 항목을 선별하여, 그중 도시공원의 도시 미기후 조절에 활용 가능한 환경 작용 메커니즘과 관련 지표를 선정하였다(표 1 참조).
* 설계 목표는 공모안의 지침과 선행 연구를 바탕으로 재구성함
* a: Akbari et al.(2001); b: McPherson et al.(2005); c: Brown and Gillespie(1995); d: Bowler et al.(2010); e: Santamouris(2013); f: Santamouris(2013); g: Syafii et al.(2016); h: Dietz(2007); i: Xiao et al.(2000); j: Gill et al.(2007); k: Scharenbroch et al.(2015)
대표적인 지표로는 수관피복률(canopy cover), 표면 온도 저감, 우수 유출 저감 등이 있다. 예를 들어 도시 블록 규모에서는 약 40% 수준의 수관피복률이 도시 열환경 완화에 효과적인 기준으로 제시된 바 있으며(Akbari et al., 2001), 성숙한 수목 캐노피의 증가는 지표면 온도 저감과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McPherson et al., 2005). 또한 수목 캐노피와 음영 공간은 도시 외부 공간에서의 체류 쾌적성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연구에 따르면 직사광선 환경에서의 평균 복사 에너지 수지는 약 196W/m2 수준인 반면, 수목 음영 하에서는 약 50W/m2 수준으로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Brown, 1995). 이러한 결과는 도시 공원에서 음영 환경이 이용자의 열쾌적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임을 보여준다. 우수 관리 측면에서 식재 구조와 투수성 지표면, 우수 저류 구조를 결합한 조경 설계는 강우 유출량을 크게 감소시키며 일부 사례에서는 약 80% 이상의 유출 저감 효과가 보고된 바 있다(Dietz, 2007).
본 연구는 기존 연구에서 검증된 식생 구조에 의한 일사 차폐와 증발산, 투수성 지표면 조성 및 우수 관리 방안 등의 작동 메커니즘을 활용하여 설계 전략을 도출하고자 하였다. 다만 본 연구의 계획안이 공모 단계에 해당하는 만큼, 개별 전략이 실제 미시환경 개선에 미치는 정량적 효과를 실험이나 장기 환경 측정을 통해 검증하는 과정은 본 연구의 범위에서는 제외하였다.
3. 대상지 분석 및 설계 방향 설정
본 설계 제안은 도시 미기후 조건 변화를 유발하는 요인을 파악하고, 환경 시뮬레이션 기반의 영향 평가를 통해 도출된 분석 결과를 공간 조직의 설계 인자로 전환하는 방법론을 적용한다. 이를 위해 설계 초기 단계에서 대상지의 도시 맥락과 공모 지침, 그리고 건축물의 위치와 볼륨 계획을 검토하고 이후 시뮬레이션 및 설계 전개 과정에서 고정 변수와 조절 변수를 정의함으로써 분석의 기준점을 정밀하게 설정하였다. 이러한 기준 설정은 이후 수행되는 미기후 시뮬레이션 분석과 공원 공간 구조 설정의 출발점으로 작동했다.
대상지인 영등포구청 일대는 일제강점기 공업화 과정에서 형성된 근대적 도시 구조를 유지하고 있으며, 약 100m 내외의 블록 규모로 구성된 격자형 가로체계가 도시 공간 구조의 기본 틀을 형성하고 있다(김하나, 2024). 대상지 동측에는 저층 상업시설이 밀집한 상업지역이 형성되어 있고 서측에는 저층 주거지가 분포한다. 또한, 대상지 동남측 지하에는 지하철 2호선과 5호선이 교차하는 영등포구청역이 위치하여 도시 교통의 주요 결절점으로 기능하고 있다. 안양천 및 샛강의 수변 오픈스페이스를 제외하면 근거리 내 소규모 공원녹지도 부족한 전형적 공업지대의 토지이용이 관찰된다(그림 3 참조). 이러한 도시 구조 속에서 현재 영등포구청과 당산공원은 행정 기능과 생활권 녹지 기능이 결합된 도시 공공공간으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본 공모에서는 순환 개발 방식이 적용되면서 공공청사와 공원이 재배치되며 공원 공간의 환경 조건에 새로운 변화를 초래할 것이 예상되었다. 이에 공모 초기 단계에서부터 건축팀과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이후 분석과 설계의 방향이 되는 기본 조건을 다음과 같이 설정하였다.
첫째, 대상지 주변의 도시 블록 구조와 가로체계는 설계 과정에서 변하지 않는 기본 조건으로 설정하였다. 또한 공원 공간의 보행 중심 환경을 확보하기 위해 차량 접근은 신청사의 남측으로 한정하고 공원 경계에서는 보행 접근만 가능하도록 계획하였다.
둘째, 공원의 공공적 이용을 극대화하고 신청사 전면 공간을 공원과 연계하기 위해 건축물은 대상지 남측 경계에 가깝게 배치하였다. 건축 볼륨은 타워형 매스보다는 주변 도시 조직과 유사한 스케일의 수평적 매스를 형성하여 지역 맥락에 자연스럽게 조응하도록 계획하였다.
셋째, 대상지 남동측 지하에 위치한 지하철 환승 공간과의 연계를 고려하여 건축물과 지하철 공간 사이에 선큰 광장을 두어 직접적인 보행 동선을 계획하였다. 또한 메인 로비와 민원실, 어린이집 등 주요 저층 프로그램을 공원 방향으로 배치하여 공원, 지하철, 건축물이 저층부에서 입체적으로 연결되는 보행 중심 공공공간 네트워크를 형성하도록 설정하였다.
이 같은 조건 설정을 바탕으로 신청사 건축 매스가 대상지의 일조 환경과 미기후 조건에 미치는 영향을 시뮬레이션을 통해 분석하고, 그 결과를 공원 공간의 미기후 기반 영역 설정으로 전개한 내용을 다음 절에서 다룬다.
앞서 설정한 기본 조건을 바탕으로 신청사 신축에 따른 대상지 미기후 조건의 변화를 분석하기 위해 환경 시뮬레이션을 수행하였다2). 시뮬레이션의 공간적 범위는 대상지와 인접 도시 블록을 포함하도록 설정하였고, 연산 효율성을 고려하여 주변 가로망의 격자 방향을 따라 동서방향 350m, 남북방향 550m 규모를 분석 범위로 정하였다(그림 4 참조).
본 연구에서는 공원과 신청사의 배치 변화에 따른 미기후 환경의 변화를 살펴보고자 하였기에, 건축물의 형태와 배치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일사와 바람 조건을 중심으로 환경 시뮬레이션을 실시하였다. 일사조건을 분석하기 위해 서울시 EPW 파일의 시간당 일사데이터를 활용하여 계절별로 봄(3–5월), 여름(6–8월), 가을(9–11월), 겨울(12–2월)의 하루 평균 일조 시간과 춘분(3월 20일), 하지(6월 21일), 추분(9월 23일)과 동지(12월 22일)의 음영 분석(9시, 12시, 15시)을 실시하였다. 풍환경 분석을 위해서는 기상청 방재기상관측(AWS) 영등포지점(510)의 2025년 시간당 풍향 및 풍속자료를 가공하여 계절별 주풍향과 최고 풍속을 입력 조건으로 설정하여 풍환경 분석을 실시하였다.
시뮬레이션 결과, 공원 내부 일조환경의 공간별․계절별 편차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신청사 매스와 인접한 남측경계에서 공원 중심부 및 북측 경계에 이르기까지, 극음지부터 극양지에 이르는 다양한 일사 조건이 형성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5 참조). 전반적으로 공원 부지 내 동북측이 가장 긴 일조시간 분포를 보인 반면, 신청사와 접한 남측경계와 가로협곡이 형성되는 서측 가로는 가장 짧은 일조시간 분포를 보였다. 계절별로는 여름철에 하루 평균 8–12시간의 일조분포를 보여 양지에서 극양지까지의 환경이 형성된 반면, 겨울철에는 1–7시간의 수준으로 음지–반음지 중심의 일조 환경이 분포하였다(그림 5a–5d 참조).
남서풍(196°)이 우세하게 나타나는 여름철의 풍환경 분석 결과, 풍향과 나란한 당산로를 따라 풍속이 증폭되는 경향을 보였다(그림 5e 참조). 이에 따라 대상지의 동측 및 서측경계에서 상대적으로 강한 풍환경이 관찰되었다(그림 5e, 5g 참조). 한편 겨울철에는 서풍(281°)계열이 지배적으로 관측되어, 서측의 생활가로를 따라 대상지 내부로 바람이 유입되는 흐름이 형성되었다(그림 5f, 5h 참조).
본 연구는 건축맥락의 변화에 따른 외부환경의 변화라는 단순한 현상 파악에 그치지 않고, 건축적 개입으로 발생하는 미기후적 특성 차이를 설계의 능동적 모티프로 활용하고자 한다. 이는 건축 매스에 의해 형성되는 음영패턴을 공원 설계의 물리적 제약 조건으로 간주하는 기존 관점에서 벗어나, 공원의 공간 구조를 조직하는 환경적․조형적 설계 인자로 적극적으로 해석하려는 시도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시뮬레이션으로 도출된 미시환경의 공간적 패턴을 공원 공간의 구조와 형태를 설정하는 기본 환경 계획 틀로 이해하였다. 건물과 접한 영역과 개방된 영역의 일조시간 차이, 가로변 풍속 증폭 구역과 수렴대 간의 환경 차이를 프로그램 배치와 식재 구조, 지표면 전략을 조직하는 설계의 결정 지표로서 바라보았다.
앞의 시뮬레이션 분석 결과를 통해 파악한 도시 미기후 조건과 공모 지침 및 건축 프로그램에서 요구되는 대지계획 조건을 종합하여 공원 내부의 세부 공간 구조를 설정하고자 하였다. 대상지는 주변에 공공공간 및 공원녹지가 부족한 고밀도 도시 조직 내에 위치하며, 단일 기능의 공간으로는 다양한 이용 요구와 환경 성능을 충분히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을 가진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공원을 하나의 균질한 녹지 공간이 아니라, 서로 다른 미기후 조건과 이용 특성을 수용하는 세분화된 공간 체계로 구성하고자 하였다. 이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갖는 대지 내 도시 미기후를 단순한 환경 제약이 아니라 공원의 공간 구조와 프로그램을 조직하는 설계 인자로 전환하려는 접근방식을 취하고 있다(그림 6 참조).
우선 미기후 시뮬레이션 결과에서 극양지로 나타나는 최북단 영역과 극음지로 나타나는 건축물 전면부에 주목하였다. 이러한 극단적인 일조환경의 영역은 이용 환경의 측면에서 미시적 환경 개선이 필요한 구역으로 판단하고, 대지와 건축물의 배치 및 방향에 따라 형성되는 동서 방향의 그림자 패턴을 반영하여 공원 내부 조경 공간을 구획하는 기준으로 활용하였다. 이를 통해 건축 매스에 의해 형성되는 음영 영역과 개방된 일조 영역 사이의 점진적인 변화를 공원 공간 구조를 형성하는 1차적 미시환경 축으로 해석하였다.
다음으로 도시 맥락과 건축 프로그램에서 요구되는 도시․건축 조건을 반영하여 2차적 도시건축 맥락 축을 설정하였다. 동측 대로와 지하철역 입지를 고려하여, 공원 동측 가로변을 따라 주요 보행 진출입이 이루어지는 남북 방향의 선형 공간 축을 형성하였다. 또한 신청사 중앙에서 공원을 향해 크게 열리도록 배치된 저층부 로비는 공원 중앙부가 개방된 오픈 필드로 확장될 수 있는 공간적 조건을 제공한다. 한편, 일방통행 도로에 접하는 서측 경계 영역은 비교적 안정적인 분위기의 공간으로 설정되어 어린이집과 연계된 놀이터와 독립적인 휴식 공간의 배치가 가능하였다.
이와 같이 다소 기울어진 동서 방향의 미기후 환경 축과 격자 가로를 따라 정렬되는 도시․건축 조건의 공간 축이 교차하면서, 대상지는 여러 개의 세부 공간으로 분할되는 공간 구조의 기본 틀을 형성한다. 이에 공원 내부의 공간은 10여 개의 세부 공간으로 구체화되었으며, 각 공간은 서로 다른 미기후 조건과 이용 프로그램을 연계하고자 도시숲과 개방 공간을 병치하여 구성하였다. 이를 통해 각 공간이 쾌적한 이용경험을 제공하는 동시에, 공원 전체가 열환경 조절, 수문 순환, 생태적 기능이 복합적으로 작동하는 ‘다기능적 환경 플랫폼’이 될 수 있도록 구상하였다.
이러한 단위 공간들은 공간 조직의 개념적 틀로서 ‘마당’의 개념을 도입하여 구성되었다. 즉 신청사 로비 및 전면 광장과 연계되어 시민 활동을 수용하는 공공공간, 미기후 조건을 활용하여 쾌적한 체류 환경을 형성하는 휴게 공간, 그리고 도시 가로와 건축 프로그램 사이를 매개하는 전이적 공간 등 서로 다른 성격의 공간 계열로 구분되었다.
4. 미기후 기반 공원 설계전략
3장에서 도출한 미기후 기반 세부 공간 영역을 바탕으로 4장에서는 이러한 미기후 조건을 공원 설계의 출발점이자 핵심 매개체로 설정하여 공원 공간의 열쾌적성을 향상시키고 다양한 오픈스페이스 프로그램을 수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설계 전략을 제안한다. 일조 조건이 공간의 체류성과 프로그램 배치를 결정하는 주요 기준으로 작용한 반면, 풍환경은 경계부 완충, 통풍 축 형성, 식재 구조 조정 등의 보조적 설계 기준으로 작용하였다. 특히 본 연구에서는 공원 내 열쾌적성 향상을 위해 수목 캐노피 시스템(tree canopy system)과 바닥면 시스템(ground surface system)의 복합적 적용 전략을 제시한다(표 2 참조).
도시 공원에서 수목 식재는 경관 형성 요소일 뿐 아니라 도시 미기후 환경을 조절하는 핵심적인 기후 조절 인자(climatic factor)로 기능한다. 특히 수목 캐노피는 직달 일사를 차단하고 증발산을 통해 주변 공기의 온도를 낮추는 역할을 수행하며 공원 공간의 열환경 완화와 이용 쾌적성 향상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Oke, 1987; Brown and Gillespie, 1995; Gill et al., 2007).
수목 캐노피 전략은 앞 절에서 설정한 미기후 기반 공간 구조에 대응하여 적용하였다. 일조 조건이 강하게 나타나는 극양지 영역에서는 수목 밀도가 높은 캐노피를 형성하여 직달 일사를 차단하고 열환경을 완화하도록 계획하였고, 반면 반음지 영역에서는 부분적인 캐노피 구조를 통해 일조와 그늘이 공존하는 체류 환경을 형성하도록 하였으며, 음지 영역은 기존의 차폐 환경을 극대화하여 도시숲 중심의 휴식 공간으로 계획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앞서 살펴본 설계 적용 목표에 영향을 미치는 수관 피복률의 밀도를 조절하면서도 3.3절에서 설정한 세부 공간 유형의 구조적 방향성을 고려하여 도시숲 수목 캐노피 구조를 몇 가지 유형으로 구분하였다. 먼저 ‘개방형 캐노피(open canopy)’는 수관 밀도가 낮고 지하고 높이가 높은 식재 구조로, 공원 내부의 개방적인 활동 공간이나 광장 공간에서 적용된다. 이러한 구조는 충분한 일조 환경을 유지하면서 부분적인 음영을 제공하여 활동 중심 공간의 이용 환경을 개선한다. 다음으로 ‘산재형 캐노피(scattered canopy)’는 중간 밀도의 수목 식재를 통해 점적 음영을 형성하는 구조로, 잔디 공간이나 휴게 공간 주변에서 적용되며, 개방성과 음영 환경 사이의 균형을 형성하여 이용자가 장시간 머무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또한 ‘연속형 캐노피(continuous canopy)’는 수관이 서로 연결된 식재 구조로 보행로와 산책로 주변에서 적용되어, 보행 환경에서 지속적인 음영을 형성하여 보행 공간의 열환경을 완화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또한 규칙적인 수목의 배열을 통해 가로를 따라 공원 내부로 유입되는 계절풍의 영향을 최소화한다. 마지막으로 ‘밀집형 캐노피(dense canopy)’는 높은 식재 밀도를 통해 도시숲 구조를 형성하는 식재 전략으로 강한 음영 환경과 높은 증발산 효과를 통해 공원 내부의 미기후 환경을 안정화하는 역할을 한다(표 2 참조).
공원 공간의 열환경은 수목 캐노피뿐 아니라 지표면을 구성하는 재료와 구조에 의해서도 크게 좌우된다. 불투수 포장면은 태양 복사를 흡수하여 지표면 온도를 상승시키는 반면, 투수성 포장이나 식생 기반 지표면은 열 축적을 완화하고 증발산을 통해 주변 환경의 온도를 낮추는 효과를 가진다(Bowler et al., 2010; Santamouris, 2013). 바닥면 전략은 표면 재료의 적용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미세한 표고 차이를 조직하는 마이크로 테라싱(micro-terracing)을 포함한다. 이러한 지형 조작은 자연 구배에 따른 수문 흐름을 유도하고, 침투와 저류를 촉진하는 동시에 공간 전반에 걸쳐 건조–습윤의 환경 구배를 형성하는 기반으로 작동한다.
활동 중심의 개방 공간에서는 불투수포장의 사용을 최소화하고, 잔디와 투수성 포장을 혼합하여 적용함으로써 열 축적을 줄이면서도 다양한 프로그램 활동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불투수면의 사용이 불가피한 주요 통로와 광장 공간에서는 밝은 색상의 투수성 포장 사용을 최대화하여 지표면 온도 상승을 완화하고, 동시에 강우시 우수의 침투와 배수를 유도하도록 계획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공원 표면을 구성하는 질료와 환경 특성을 기준으로 바닥면 유형을 구분하고 이를 공원 공간의 이용 특성과 결합하여 설계 전략으로 활용하였다. 먼저 ‘불투수 포장(impervious paving)’은 콘크리트나 석재 포장과 같은 재료로 구성되며 광장이나 이벤트 공간과 같이 높은 이용 강도 및 차량이 때때로 유입되는 공간에 적용된다. 이러한 공간에서는 포장의 열 축적을 완화하기 위해 음지나 캐노피 음영 및 주변 식재와 결합하는 방식이 적용된다. 다음으로 ‘투수성 포장(permeable paving)’은 투수 블록이나 자갈 포장 등으로 구성되며 공원 보행로와 진입 공간에서 활용된다. 이러한 포장은 우수 침투를 가능하게 하여 지표면의 열 축적을 완화하고 공원 내부의 수문 순환을 개선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또한 ‘식생 기반 지표면(vegetated ground)’은 잔디나 초지와 같은 식생 기반 표면에서부터 관목 식재나 밀집 녹지로 구성되며, 이러한 표면은 높은 증발산 효과를 통해 공원 내부의 열환경을 완화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식생 수로(vegetated swale)’는 식생과 투수성 토양 구조를 결합하여 빗물의 흐름을 지연․분산시키고 침투를 유도하는 선형 공간 장치로, 우수 유출 저감과 함께 국소적 수분 환경을 형성하여 미기후 조절과 서식처 다양화에 기여한다. 더불어, ‘수경시설(water feature)은 증발 냉각을 통해 국소적 열환경을 조절하는 요소로, 바닥면 구성 전략의 일부로 통합하여 적용하였다.
앞서 제시한 수목 캐노피 전략과 바닥면 전략은 각각 독립적인 체계가 아니라 공원 공간의 미기후 환경을 형성하는 통합 시스템으로 작동한다. 수목 캐노피는 태양 복사를 차단하고 증발산을 통해 기온을 조절하는 역할을 수행하며, 지표면 구성은 열 축적과 우수 침투를 조절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수목 캐노피와 바닥면 전략을 결합하여 공원 내부의 열환경과 수문 환경을 동시에 조절하는 미기후 기반 공간 구성을 조직하고자 하였다. 특히 캐노피 구조와 바닥면 질료의 조합을 통해 공원 내부에 서로 다른 미시환경 조건을 형성하고 이를 공간 프로그램과 결합하는 설계 전략을 적용하였다(그림 7 참조). 이러한 접근은 공원 내부에 다양한 환경 조건을 형성함으로써 이용자가 시간대와 계절 및 이용 행태에 따라 쾌적한 공간을 선택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공간 환경을 형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즉 미기후 조건은 단순한 환경 제어 요소가 아니라 공간 프로그램과 이용 경험을 형성하는 설계 자원으로 해석되었다. 이러한 설계 전략은 이후 공원 마스터플랜과 세부 공간 유형으로 구체화 되었다(그림 8 참조).
앞서 미기후 기반 공간 구조 위에서 공원 공간은 여러 개의 단위 공간으로 구체화되었다. 이러한 세부 공간들은 ‘마당’의 개념을 바탕으로 조직되었으며, 공원의 이용 방식과 미기후 조건의 특성에 따라 서로 다른 성격의 공간 계열로 구분될 수 있다. 본 설계에서는 공원 공간을 크게 세 가지 계열로 설정하였다. 첫째는 다양한 시민 활동을 수용하고 공원 이용을 활성화하는 ‘활동지원마당’, 둘째는 식재 캐노피와 지표면 환경을 활용하여 쾌적한 체류 환경을 형성하는 ‘최적기후쉼터’, 셋째는 도시 가로와 건축 프로그램 사이를 연결하며 공원과 도시를 매개하는 ‘도시전이공간’이다. 이러한 세 가지 공간 계열은 공원 내부의 미기후 조건과 프로그램 요구를 복합적으로 반영하여 설정되었으며, 이후 각 계열에 속하는 세부 공간들이 공원의 다양한 이용 경험을 형성하도록 계획되었다.
‘활동지원마당’은 다양한 신체 활동과 집합 프로그램이 이루어지는 공간으로, 충분한 일조 확보가 가능한 개방된 환경을 활용하면서 수목 캐노피와 투수성 지표면을 통해 활동 환경의 열쾌적성을 보완하도록 계획하였다. 이러한 공간에서는 충분한 시야와 개방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부분적인 음영 환경을 제공하여 활동성과 쾌적성의 균형을 형성하도록 하였다(그림 9 참조).
‘다목적 운동 마당’은 공원 북측의 개방된 일조 환경을 활용하여 다양한 체육 활동이 가능한 공간으로 계획되었다. 넓은 잔디 필드를 중심으로 산재형 캐노피를 적용하여 활동 공간의 개방성을 유지하면서도 주변부에 산발적인 녹음을 형성하도록 하였다. ‘중앙잔디마당’은 공원의 중심부에 위치한 대규모 오픈필드로, 집합 행사와 다양한 야외 활동이 가능한 공공공간이다. 개방형 캐노피 구조를 통해 넓은 일조 환경을 유지하면서도 공원의 중심적인 활동 공간으로 기능하도록 계획하였다. ‘피트니스 마당’은 야외 운동 시설과 결합된 활동 공간으로, 연속적인 캐노피 구조를 양측 경계에 적용하여 운동 활동과 휴식이 공존하는 환경을 형성하도록 하고 투수성 재료의 스포츠코트 바닥면을 제안하였다. ‘놀이 마당’은 어린이 놀이와 자연 체험이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산재형 캐노피와 투수성 지표면을 적용하고 유희성과 열환경 제어 기능을 겸하는 안개분수를 설치함으로써 놀이 공간의 쾌적성을 확보하고자 하였다.
‘최적기후쉼터’는 수목 캐노피와 투수성 지표면을 통해 열환경이 완화된 체류형 공간으로 계획되었다. 이들은 직달 일사가 제한되고 증발산 효과가 강화된 환경 조건을 활용하여 장시간 체류가 가능한 쾌적한 미기후 환경을 형성하도록 하였다(그림 10 참조).
‘송림 사랑방’은 소나무 군락 하부의 반음지 휴게 공간으로, 통풍이 원활한 수림 구조와 수관 음영이 결합되어 여름철에도 서늘한 체류 환경을 제공한다. 높은 수관이 만들어내는 고유한 분위기 속에서, 인접 주거지역 주민들의 만남과 휴식을 지원하도록 계획하였다. ‘안개분수 그늘숲’은 수목 캐노피 하부에 설치된 바닥분수와 연계된 공간으로, 수경 요소에서 발생하는 증발 냉각과 정연한 격자 구조로 식재된 메타세쿼이아의 수관 음영이 어우러져 여름철에도 쾌적한 체류 환경을 형성하도록 계획하였다. 물과 숲이 결합된 감각적 환경을 통해 공원 내부의 열환경을 완화하고, 이용자의 체류 경험을 강화한다. ‘자작나무 라운지’는 반음지 영역의 휴게 공간으로, 투수성 지표면과 결합하여 증발산 효과를 유도하도록 계획하였다. 밝은 수피의 자작나무를 밀도 높게 식재하여 숲 내부에 부드러운 광환경과 안정된 분위기를 형성한다. ‘다년생 초화정원’은 다층 식재 구조와 초화 식재가 결합된 정원 공간으로, 저층 중심의 식생 구조를 통해 증발산 효과를 유도하고, 주변 숲 패치와 대비되는 개방적 공간감을 형성함으로써 고유한 미기후를 형성하도록 계획하였다. 선큰광장 전면부에 위치하여 지하층쪽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하강 흐름을 유도하는 체류․휴식의 정원형 쉼터로 계획하였다.
‘도시전이공간’은 도시 가로와 건축 프로그램, 지하 인프라와 공원을 연결하는 전이 공간으로 계획되었다. 이들은 보행 흐름과 지역 공공 프로그램을 수용하는 동시에 넓은 도로 환경에서 발생하는 열기와 분진, 소음 등을 완충하는 미기후 완충 공간으로 작동하도록 구성하였다(그림 11 참조).
‘야외 공유식당’은 보건소 부지와 본 청사 부지 사이에 남겨진 음식점 골목과의 사잇공간에 위치한 정원형 식음 공간으로, 보건소 저층부 공유주방과 인근 음식점 이용을 연계하는 공유 공간으로 계획하였다. 공간의 구조는 과도한 차폐 없이 안락한 분위기를 형성하는 반음지 조건의 소교목 식재를 통해 설정하였으며, 일조가 확보되는 영역에는 과실수를 도입하여 장소의 정체성을 강화하였다. ‘이벤트 거리숲’은 도시 가로를 따라 형성된 선형 녹지 공간으로, 가로수 식재와 식생 구조를 통해 도로 환경에서 발생하는 분진과 열기를 완충하는 도시 미기후 완충 공간으로 계획하였다. ‘메트로 선큰정원’은 지하철과 공원을 연결하는 선큰 공간으로, 지하철과 직접 연결된 구청의 문화․민원 공간과 지상 공원 사이의 전이 영역을 형성한다. 장애인 접근 경사로를 포함한 식재 테라스와 벽천이 결합된 휴게 공간을 통해 도시 환경과 공원 환경 사이의 미기후적 완충 및 점진적 전이를 계획하였다.
이처럼 세 가지 공간 계열은 미기후 조건과 이용 프로그램 사이의 관계를 기반으로 공원 공간을 조직하는 설계 접근을 반영한다. 이를 통해 공원 내부에는 활동 환경을 지원하는 개방적 공간과 열환경이 완화된 체류 공간, 그리고 도시와 공원을 연결하는 전이 공간이 함께 형성되며, 서로 다른 미기후 환경과 이용 경험이 공존하는 도시공원 공간 구조가 구축된다.
앞 절에서 묘사한 세부 공간들은 각각 독립된 프로그램 공간이 아니라 수목 캐노피와 바닥면 구조, 그리고 수문 순환이 통합된 하나의 대상지 환경 조절 시스템의 구성요소로서 작동한다. 본 절에서는 공원 전체를 대상으로 형성되는 도시숲 구조와 수문 순환 구조를 통해 대상지의 조경 시스템과 환경 성능을 설명한다(그림 12 참조).
본 연구가 제안하는 도시숲은 각 세부 공간에 서로 다른 속성을 지닌 소규모 식재 패치가 병치된 형태로 제안되었다. 이러한 공간 구성은 공원 전반의 미기후 환경을 다양하게 형성하는 핵심 전략으로 작용한다. 숲을 구성하는 수목의 밀도와 수종에 따라 일사 차폐 효과, 풍속 저감 정도, 증산작용의 수준이 다르게 나타나며(Wright and Francia, 2024; Díaz-Calafat et al., 2023), 숲과 숲 내부 개방공간의 경계부에서는 미기후 변동성이 커지고 이에 따라 식생 생육도 활발해진다(Choi et al., 2019). 이에 따라 식재 구조 및 수종별 미기후 조절 기작의 차이와 함께 숲, 개방된 마당, 그리고 숲 사이 전이공간의 면적 비율을 주요 설계 요소로 고려하였다. 또한, 일조환경 분석을 기반으로 각 도시숲 패치의 수목 캐노피 구조는 단순한 미기후 조절을 넘어 공간적 분위기를 형성하고 이용 프로그램을 조직하는 핵심 매개로 작동하도록 계획하였다.
수목의 배열은 공간의 물리적 틀을 구성함과 동시에 수관투영면적비율을 조절하는 수단으로 작용한다. 장송, 메타세콰이어, 느티나무, 목백합나무와 같이 지하고가 높고, 수형이 수직적인 수종은 가로변과 쉼터공간에 정형 식재하여 개방감있는 공간 스케일을 확보함과 동시에 캐노피 하부의 쾌적한 미기후 환경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을 계획하였다. 반면 자작나무, 산수유, 야광나무와 같이 수관의 폭이 작은 수종은 비교적 좁고 작은 공간에 적용하여 장소 규모에 적합한 공간감을 의도하였다.
대상지 동측의 폭 30m인 당산로와 접하는 경계부에는 수목을 여러 겹 정형적으로 배열함으로써 여름철 도로에서 유입되는 열기를 완충하고 남서풍을 유도하는 한편, 겨울철에는 서풍의 속도를 저감하는 방풍림이 되도록 의도하였다. 이때, 느티나무, 목백합나무와 같은 낙엽수 위주로 계획하여 여름철에는 짙은 녹음을 제공하고, 겨울철에는 지면에 도달하는 일사량을 확보하여 각 계절별 열쾌적성을 확보하고자 했다. 또한 일렬 식재된 수목 하부에는 가로변과 연계된 이벤트 공간을 조성하여 주민 활동을 수용할 수 있도록 하였고, 생활가로와 접하는 서측 경계부에는 여름철 통풍 확보를 위해 지하고가 높은 수목을 식재하였다.
공원 중앙부에는 양지․극양지 조건을 고려한 큰 규모의 잔디마당을 배치하여 신청사 로비와 이어지는 연속적이고 개방감 있는 공간이 되도록 하였으며, 초지(잔디마당)와 숲(도시숲)을 병치함으로써 두 환경의 이질적인 경계부에서 다양한 생육환경이 형성되도록 유도하였다.
이와 같이 도시숲 기반 캐노피 시스템은 대상지의 환경 조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다양한 수종과 식생 구조를 보이는 식재 패치를 조합하여 계획하였다. 이러한 식재 다양성은 결과적으로 공원 내부에 미기후 다양성을 증진시키고, 이는 곧 높은 생태적 다양성을 가진 비오톱(Biotope)으로 기능할 잠재성을 가진다. 이러한 환경은 지역주민의 휴식과 활동을 위한 쾌적한 공간일 뿐 아니라 곤충, 조류 등 다양한 생물종이 서식할 수 있는 서식처로 기능할 수 있다.
대상지는 전반적으로 평탄한 지형을 이루고 있으나, 동측의 당산로에 비해 서측의 양산로19길 일대가 상대적으로 낮은 표고를 형성하고 있다. 또한 미기후 분석 결과, 당산로 변은 강한 일사와 대로를 따라 형성되는 풍환경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입지적 조건을 종합하여, 상대적으로 완충된 환경을 형성할 수 있는 서측 영역을 중심으로 습윤한 도시 환경을 유도하고, 인위적 설비에 의존하기보다 지형의 자연 구배를 활용한 수순환 체계를 구축하고자 하였다.
바닥면 전략은 투수성 포장(PP)과 식생 기반 지표면(VS), 그리고 안개분수나 벽천 등의 수경요소(WF)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특히 공원 내부의 식재 공간과 투수성 지표면은 침투와 저류, 증발을 촉진하여 강우 유출을 완화하고 토양 내 수분 저장 능력을 향상시키는 핵심적 기반으로 작동한다.
이와 연계하여 각 세부 공간의 서측 경계에는 인접 활동 공간보다 최대 1m 이내로 낮은 표고의 빗물정원을 계획함으로써, 공원 전반에 걸쳐 연속적인 우배수 흐름을 형성하도록 하였다. 더불어 집중호우 시에는 공원 내 형성된 다양한 표고 차이를 활용하여 가장 낮은 레벨부터 단계적으로 유출수를 저류할 수 있도록 계획하여, 도심지 내 일시적 저류지로서의 기능 또한 수행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러한 수문 순환 체계는 단순한 배수 기능을 넘어, 서측에 형성된 반음지 및 음지 환경과 결합되며 미기후적으로 습윤하고 서늘한 공간 조건을 형성한다. 나아가 이는 도시공원 내 식생 기반의 환경 다양성을 확장하고, 식물상과 동물상이 공존할 수 있는 서식 환경 형성의 기반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점진적인 표고 차이를 따라 형성된 세부 공간들은 건조–습윤의 환경 그레디언트를 갖는 연속적 공간 구조를 이루며, 다양한 생육 조건을 수용할 수 있는 환경적 잠재성을 제공한다. 이러한 구조는 기존에 단절된 녹지 패치로 존재하던 당산공원의 생태적 기능을 확장하고, 공원 내 연속성을 강화함으로써 보다 유기적인 녹지 체계를 형성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5. 결론
본 연구는 환경 시뮬레이션 데이터를 기반으로 도시 미기후를 공간 조직의 능동적 인자로 전환하여 도시공원을 설계하는 통합적 설계 방법을 제시하였다. 특히 신청사 건축 매스 형성에 따라 변화하는 일조 환경을 분석하고 이를 공원 공간 조직의 기준으로 해석함으로써, 미기후 조건을 단순한 환경 제약이 아니라 공원 공간을 형성하는 설계 자원으로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를 통해 미기후 기반 세부 공간 설정과 캐노피 및 바닥면 전략을 결합하여 공원의 열환경을 조절하고, 동시에 다양한 오픈스페이스 프로그램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 구조를 제안하였다.
본 연구의 의의는 첫째, 환경 시뮬레이션 데이터를 설계 의사결정의 핵심 매개로 통합함으로써, 분석 결과가 공간 위계와 식재 및 바닥면 전략으로 직결되는 일관된 프로세스를 정립하였다. 이는 미기후 조건이 단순한 배경적 환경을 넘어 공간의 분위기와 이용 행태를 규정하는 능동적인 설계 자산임을 보여주었다. 둘째, 건축 매스의 볼륨과 위치를 조경 설계의 핵심 변수로 설정함으로써, 대형 공공 프로젝트에서 건축-조경 간 계획 초기 단계에서의 환경 기반 협업 모델의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셋째, 수관피복률, 투수면 비율, 표면온도 저감 등 주요 조경 성능지표(landscape performance indicator)를 설계 과정에서 통합적으로 고려함으로써,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기후 대응적 장소(climatic adaptive place)로서 공원의 역할을 정량적 근거를 바탕으로 구체화하였다.
이러한 설계 접근은 향후 도시 공간 재편 과정에서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많은 도시에서 공공청사 이전, 공공시설 재배치, 노후 도시 공간의 재생 등 도시 리뉴얼 과정에서 대형 건축 매스의 도입과 도시 구조의 변화는 주변 오픈스페이스의 미기후 환경을 크게 변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향후 도시공원 설계에서는 미기후 변화를 분석하고 이를 공간 조직, 식재 구조, 지표면 설계와 같은 구체적 설계 요소로 전환하는 체계적 설계 모델의 발전이 요구된다.
본 연구는 도시 미기후를 배경적 환경 조건이자 공간 조직의 원리로 재해석하고, 환경 시뮬레이션과 설계 전개를 연속적인 하나의 프로세스로 연결하는 방법론적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이는 향후 도시공원 설계에서 환경 시뮬레이션과 공간 설계를 연속적인 하나의 프로세스로 통합하는 방법론적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본 연구는 실현되지 않은 설계안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내재적인 한계를 가진다. 첫째로, 환경 시뮬레이션을 통해 미기후 조건의 변화를 예측하고 이를 설계 전략으로 전환하였으나, 실제 공원 조성 이후 해당 전략이 의도한 환경 개선 목표를 달성하는지에 대한 실증적 검증은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둘째로, 본 설계 연구는 미기후 기반 공간 및 활동 프로그램 구성을 중심으로 살펴보았으나, 지역 인구구조를 반영한 공원 인식 및 이용 행태, 운영관리 예산 등 사회경제적 요인에 대한 분석이 연구범위에서 제외되었다는 한계가 있다. 이와 같은 한계점은 향후 유사한 설계 접근이 적용된 준공 프로젝트를 대상으로 조성 전후의 미기후 조건 변화와 이용 행태를 함께 모니터링하는 연구가 병행된다면, 미기후 기반 설계 접근의 실효성을 보다 구체적으로 검증할 수 있을 것이다.







[바닥면-질료 전략]
